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753화 (753/837)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753화>

“바람막이는 필요 없다니까! 내 말이 이해 안 돼?”

그 사내가 시작이었다.

일행이 아닌 것처럼 꾸민 사내들은 모두 얼음낚시 티켓만 구매한 후 희희나락 매표소를 떠났다.

“흑!”

무서운 사람들이 떠나고 나자 매표소를 뛰쳐나오는 동네 여동생.

‘개새끼들!’

우빈은 허리에 찬 무전기를 들었다.

“그놈들 왔으니까 잘 안내해 드려.”

-……예. 보입니다.

“괜히 시비 걸지 말고.”

똥은 더러워서 피하는 거라지만 이 똥들은 무섭다.

입술을 깨문 우빈은 매표소 천막 뒤편에서 울고 있는 여동생에게 다가갔다.

“괜찮아?”

“오빠! 허어어엉!”

우빈에게 안겨든 동네 여동생이 울음을 터트리고, 우빈은 그런 그녀를 다독인다.

“그래, 그래. 잘 참았어. 네가 최고다.”

“저 사람들 어떻게 못해요?”

“조금만 더 참아 보자. 언제까지 저러진 않을 테니까.”

이러는 이유를 모르겠지만, 돈이 무작정 쓰지는 않을 거다.

곧 돈이 떨어질 거고, 그러면 이런 일을 더 이상 겪지 않아도 됐다.

“당장 내일이라도 돌아갈 수 있겠지.”

“흐으윽!”

우빈은 품을 더욱 파고드는 동네 여동생을 다독이고는 그녀가 진정을 하자 그제야 다시 자신의 자리로 향했다.

멈칫!

“씨발.”

그는 다시 무전기를 들었다.

“운형아, 어디야?”

-저 썰매장이요! 왜요?

“썰매장에 몇 명 있는데?”

-저 포함 다섯?

“그럼 너 내 자리로 와라. 나는 낚시터 좀 가야 할 것 같으니까.”

-……그 새끼들 또 왔어요?

“부탁해.”

무전을 종료한 우빈은 몸을 돌려 낚시터인 오대천 얼음 벌판으로 향했다.

-치익! 형! 이 사람들이!

낚시터에 우빈이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사방에서 빗발치는 무전들. 역시나 얼음낚시터 곳곳에서 방금 전 그 사람들과 스태프들이 마찰을 빚고 있다.

“그냥 보내 드려. 텐트 번호 체크해서 매표소에 통보하고.”

-……씨발. 그냥 경찰 부르면 안 돼요?

“알잖아. 경찰 와서 소란스러워지면, 사람들이 안 오는 거.”

거기다 저 진상들이 인터넷에다 평가를 나쁘게 하면, 평창송어축제에 타격을 입는다. 그뿐만 아니라 현재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다른 친구들도 그만둬야 한다.

아니, 아르바이트를 그만두는 건 문제가 없다.

문제는 청년회의 대선배님들이다.

그들이 괜히 분란을 일으켜 축제를 망쳤다며 애들을 혼낼 테고, 그러면 동네의 모든 어르신들이 손가락질을 할 거다.

청년회는 어른들이고, 자신들은 어리니까.

모두 자신들의 잘못이 될 거다.

우빈이 걱정을 하는 건 바로 그 부분이었다.

-하아. 알았어요.

스태프들이 그들을 텐트 낚시터로 안내하자 우빈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진짜 거지 같네…….”

다 때려치우고 싶다.

그냥 한 대 갈기고, 더 이상 이 축제와 연관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 가장 형인 자신이 관둬 버리면 위에서 스태프들을 어떻게 다룰지 모른다.

우빈은 고개를 저으며 그들의 뒤를 따랐다.

“꺄악!”

“오! 실한 것들 많이 잡았는데? 어떻게 잡았어?”

“왜, 왜 이러세요!”

“아니, 그냥 함께 축제 즐기러 온 사람들끼리 노하우 좀 공유하자는 거지. 그런데 아가씨 예쁘다? 이름이 뭐야?”

울컥!

여자 둘과 남자 둘이 있는 텐트에 몸을 들이미는 사내들 중 한 명.

“씨발!”

결국 우빈의 분노가 폭발한다.

“어이-!”

‘응?’

몸을 날리려던 우빈은 눈앞에서 펼쳐진 광경에 눈을 부릅떴다.

* * *

“일주일 후에 서울에서 형님이 내려오실 거다. 오늘부터 본격적으로 해.”

오늘 아침 자신들이 모시는 형님의 말을 떠올린 강남범동방파의 조직원들이 눈을 빛내며 평창송어축제 행사장으로 향한다.

벌써 일주일째 추위에 떨었던 그들.

이제 일주일만 참으면 이 즐길 것도 없는 거지 같은 시골 동네도 안녕이다.

‘본격적으로 하란 말이지…….’

그동안 선을 지켜야 해서 제대로 난장을 치지 못한 그들의 입가에 잔혹한 미소가 맺힌다.

‘스트레스 좀 풀겠는데?’

“이, 이 티켓으로 결제하시면 텐트 낚시는 하실 수 없는데…….”

“아, 씨발! 그래서 뭐? 씨발, 그냥 달라는 걸로 주면 되지 뭘 그렇게 말이 많아?”

“어, 얼른 끊어 드리겠습니다!”

“진작에 그럴 것이지.”

턱! 턱!

“잘하자, 새끼야.”

“예, 예…….”

티켓을 펄럭이며 오대천 위로 올라선 조직원은 자연스럽게 텐트 낚시터로 향한다.

그에 STAFF라는 글자가 박힌 조끼를 입은 남자가 그를 막아섰지만, 이내 위협을 하며 물리친 그는 의기양양하게 텐트가 줄줄이 세워진 곳으로 향한다.

‘오?’

순간 눈에 확 들어오는 여자 둘.

여자 둘이서만 온 것인지 얼음구멍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이십대 초반 여성들의 모습에 조직원의 눈이 휙 돌아간다.

“이야, 둘이 왔어?”

“꺄악!”

“누, 누구세요?”

“누구세요? 큭큭. 언니들 귀엽네.”

너무 귀여워 볼을 한 입 깨물어 주고 싶다.

“오! 실한 것들 많이 잡았는데? 어떻게 잡았어?”

한 여성의 옆으로 가 어깨를 끌어안는 그.

“왜, 왜 이러세요!”

“아니, 그냥 함께 축제 즐기러 온 사람들끼리 노하우 좀 공유하자는 거지. 그런데 아가씨 예쁘다? 이름이 뭐야?”

“비, 비켜 주세요. 시, 신고할 거예요.”

“에헤이. 이 오빠 그렇게 나쁜 사람 아니야. 둘이 온 거야?”

어깨를 끌어안던 손을 내려 허리를 움켜쥐자 깜짝 놀란 여성이 도움을 청하듯 주변을 쳐다본다.

그것이 그의 가학성을 자극한다.

“아이고. 피부도 뽀송뽀송하네. 이 오빠 나쁜 사람 아니니…….”

“어이!”

턱!

어깨에 올려지는 누군가의 손.

“어떤 새끼가…….”

퍼억!

“어?”

그는 갑자기 뒤집어지는 세상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리고 뒤이어 얼굴을 향해 날아드는 신발에 경악했다.

빠아악!

“……크아아악!”

종혁은 얼굴을 붙잡고 버둥거리는 돼지 한 마리를 차갑게 노려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사고 쳤네.’

* * *

2010년 12월 31일, 서울경찰청 근처 커피숍.

“서울청 강력범죄수사대 3팀장 최동현 경감입니다.”

“신안경찰서장 최종혁 총경입니다.”

안다. 경찰개혁의 선봉장, 본청의 불도저 최종혁.

경찰대학교 출신의 엘리트 중 엘리트.

그래서 더 짜증이 난다.

“왜 신안서에서 얘들을 탐내는 겁니까?”

남의 회사 일에 신경을 끄라는 경고에 종혁이 싱긋 웃는다.

‘니들이 잘했으면 내가 나서겠니?’

“이놈들 이름은 압니까?”

움찔!

“신안서장님이 신경 쓸 일이 아닙니다.”

“이 새끼들 이름은 강남범동방파입니다. 뒷방늙은이가 된 유대춘의 유지를 잇겠다는 놈들이죠.”

“……신경 쓸 일이 아니라니까요.”

“2005년 가리봉동, 한식구파 조직원 3명 집단 구타. 그중 한 명은 사망, 두 명은 중상해.”

움찔!

“2006년 북창동 PC방에서 업주 3명에게 구타 및 감금. 영업 손실비 명목으로 이백만여 원 갈취.”

“이보세요, 서장님.”

“2009년 압구정동 패싸움. 그중 16명 상해, 3명 사망. 뭐 이외에 기타 등등 여러 가지가 있죠.”

3팀장의 눈이 파르르 떨린다. 종혁이 말한 것 중 그가 알고 있는 건 작년 압구정 한복판에서 발생한 패싸움뿐이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강남경찰서뿐만 아니라 서울경찰청까지 발칵 뒤집혀야 했다.

다급히 출동을 했지만, 놈들은 이미 도주. 주변 CCTV를 모두 뒤져 몇 놈의 몽타주만 어렵사리 딸 수 있었다.

그 몽타주를 아는 인맥들에게 모두 돌려 겨우 알아낸 놈들 조직의 이름이 바로 강남범동방파. 이 이름만 겨우 알아낸 거다.

그런데 그중 한 놈의 얼굴을 옆에 앉은 이성동 반장이 보낸 것이었다.

그래서 교통정리를 하려고 나왔는데, 심장이 서늘해진다.

아무래도 이놈들을 뺏길 것 같다는 거지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어떡할래요? 나 빼실래요? 아니면 겨울 지나기 전에 빨리 놈들 잡고 끝내실래요?”

“……한 식구끼리 이러깁니까?”

“방금 전엔 남의 회사 일이라면서요.”

되로 주고 말로 받은 상황.

3팀장이 앓는 소리를 낸다.

갈등에 휩싸이는 그를 보며 종혁은 쐐기를 박기로 했다.

“참고로 얘들 백 명이 넘습니다.”

쿠당탕!

경악하며 일어난 이성동 반장과 3팀장이 종혁을 쳐다보고, 종혁은 진실이라며 고개를 끄덕인다.

“미친…….”

의자에 털썩 앉는 그들.

더 이상의 고민을 할 이유가 없었다.

“……후. 좋습니다. 그런데 결정하기 전에 묻고 싶은 게 있습니다.”

“우리 서에 놀고 계시는 분들이 계셔서요. 인사고과 채워야죠.”

주민의 숫자가 적고, 워낙 시골이다 보니 강력계가 강력계다운 일을 하지 못하고 있다.

곧 종혁 자신이 일을 벌이기 전에 실전 감각을 다듬어 놓을 필요가 있었다.

거기다 자신의 부하 직원들이다. 본청으로 복귀하기 전에 인사고과를 듬뿍 안겨 주고 싶었다.

“그건 방금 전 한 식구라고 하신 3팀장님도 마찬가지고요.”

움찔!

“설마…….”

“예. 그냥 수사본부 차리시죠.”

웬만하면 교통정리를 마무리할 때까지 기다리려고 했는데, 딱 보니 양보를 하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그냥 여기 모인 세 명이 이놈들을 사이좋게 나눠 먹는 거다.

세 명이 나눠 먹어도 일망타진만 한다면 충분한 성과.

이 정도면 과거의 상사였던 이성동에게도, 보다 더 긍정적으로 변한 그에게도 충분한 선물이 될 것 같다.

쿵!

이성동과 3팀장의 입이 떡 벌어졌다.

* * *

합의가 되자 수사본부가 차려지는 건 순식간이었다.

물론 먼 신안경찰서가 왜 끼어드냐는 잡음이 없던 것은 아니었지만, 종혁이 가진 정보가 얼마나 많은지 모르기에 서울경찰청은 울며 겨자 먹기로 신안경찰서의 합류를 승인하는 수밖에 없었다.

“후우.”

허공으로 퍼지는 하얀 입김.

-새해 첫날인디…….

“명절 선물로 배나 사과보다 두툼한 봉투가 낫지 않겠습니까?”

움찔!

상여금이란 말에 평창송어축제 행사장 이곳저곳에 퍼져 있는 경찰들의 눈빛이 돌변한다.

조직원의 숫자가 백 명 이상이다.

가장의 권위 혹은 그동안 사고 싶어도 사지 못했던 걸 살 액수 정도는 충분히 나올 거다.

그들은 보다 진지하게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고, 종혁은 그 모습을 보며 키득키득 웃었다.

“춥네……. 서장님, 많이 춥네요.”

옆에 앉아 꿍얼거리며 종혁을 원망스럽게 쳐다보는 이성동 반장.

“그렇게 추우시면 이동본부에 들어가 계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서장님이 여기 계시는데 저보고 따뜻한 곳에 들어가 있으라고요?”

“저 그런 거 신경 쓰는 사람 아닙니다.”

“제가 신경 씁니다, 제가!”

“에이. 그래도 좋으시면서.”

취미가 낚시인 이성동.

이렇게 꿍얼거리고 있지만, 작전을 핑계로 취미인 낚시를 할 수 있어서 지금쯤 행복할 거다. 옆에서 잔소리하는 아내가 없어서 더더욱.

흠칫!

“……제 취미가 낚시란 걸 말했던가요?”

“그 낚싯대요.”

꽈배기처럼 꼬인, 이곳 행사장에서 판매하는 견지낚싯대가 아니라 릴까지 갖춘 전문 낚시 장비.

“어흠흠.”

헛기침을 한 이성동 반장이 입술을 달싹인다.

뭔가 할 말이 있는 듯한 그의 모습.

종혁이 담배를 물며 행사장을 둘러본다.

“이 축제가 1월 말까지 진행된다고 하더군요.”

“아.”

놈들을 치고 들어가는 건 그리 어렵지가 않다.

하지만 그래선 증거를 확보할 수가 없다. 놈들에게 중형을 때릴 증거를.

‘이 새끼들이 지금 어디 있는지 모르니까.’

강남범동방파의 두목을 비롯한 간부들의 현재 위치.

거의 매일 바뀌는 이놈들의 행방을 알지 못한 채 드러난 놈들만 족쳤다가는 놈들이 저지른 범죄들의 증거가 인멸될 테고, 또 두목을 비롯한 간부들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렸다가는 이 평창송어축제의 관계자들과 관광객들이 더 큰 피해를 입는다.

그건 종혁이 원하는 게 아니었다.

“일단 여기부터 정리하죠.”

“……허허. 좀 있다가 송어회에 한잔 어떠십니까?”

“가장 적게 잡은 사람이 회식 쏘는 걸로?”

“흐. 우리 서장님이 낚시할 줄 아시네.”

여러 사람이 함께하는 낚시는 내기가 제맛이다.

눈빛이 돌변한 이성동은 낚시 가방을 열어젖히며 몇 개 빌려 드리냐는 듯 종혁을 봤고, 종혁은 피식 웃었다.

“장인은 도구를 탓하지 않죠.”

“나중에 반칙이니 뭐니 그런 말 하시면 안 됩니다.”

“나중에 울상이나 짓지 마세요. 저 많이 먹습니다.”

“허허.”

오랜만에 호승심이 치솟은 이성동이 채비를 교체하려던 순간이었다.

-떴습니다.

종혁과 이성동, 그리고 행사장 이곳저곳에 퍼져 있던 경찰들의 낯빛이 굳는다.

강남범동방파 조직원들을 따라 움직이는 형사들의 시선.

몇 명은 핸드폰을 꺼내 놈들이 진상을 부리는 모습을 촬영한다.

그러다…….

“꺄악!”

텐트 낚시터를 울리는 여성의 비명 소리.

이성동이 이를 악물며 종혁의 팔뚝을 잡는다.

“좆같지만, 놈들에 대한 증거 확보가 먼저인 거 아시잖습니까.”

안다. 하지만 이걸 보고도 참는다면 경찰이라고 할 수 있을까.

“괜찮습니다. 다 생각이 있거든요.”

종혁은 이성동의 손을 떼며 일어선다.

그리고 무전기를 든다.

“지금부터 아무도 절 아는 척하지 마세요.”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모든 경찰들을 향한 명령.

성큼성큼 걸어간 종혁은 여성을 추행하는 조직원의 어깨를 잡았다.

“어이.”

쿵! 빠아아악!

놈의 얼굴을 날려 버린 종혁은 벌떡 일어나는 다른 조직원들을 일견하며 발을 들었다.

“개새끼.”

퍼어억!

종혁의 발이 바닥을 기는 놈의 배를 걷어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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