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751화 (751/837)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751화>

“맛있냐!”

“예! 맛있습니다, 형님!”

우렁찬 외침으로 종업원과 카운터에 있던 사장마저 주방으로 피신하게 만든 놈들.

종혁과 이성동 반장이 슬그머니 몸을 일으켜 중국집을 빠져나간다.

찰칵! 치이익!

멀리 떨어지자 담배를 문 그들.

“어, 나야! 지금 사진 보낼 테니까 누군지 좀 알아봐 줘.”

통화를 종료한 이성동이 몰래 찍은 사진을 전송하고는 종혁을 본다.

“저 새끼들 아무래도 이쪽 애들이 아닌 것 같지 않습니까?”

마치 서울 사람을 보는 듯 강원도 사투리가 없다.

“예. 아무래도 서울 조직 같더군요.”

“서울 새끼들이 왜 여기까지 내려왔을 까요?”

단순히 놀러 왔다고 보기가 어렵다.

“이 반장님은 왜 저놈들 뒤를 밟을 생각을 하시게 된 겁니까?”

“아까 저 있던 텐트 근처에서 저놈들 중 둘이 싸우더라고요. 그런데 그 두 놈이 함께 걷고 있지 뭡니까? 그것도 서로 웃으면서? 서장님은요?”

“아무래도 서로 같은 경험을 한 것 같네요. 혹시 이놈과 이놈입니까?”

종혁도 몰래 사진을 찍은 놈들 중 둘을 보여 준다.

“어? 아닌데요?”

“아니라고요?”

“예. 전 가족 낚시터가 아니라 그 옆에 일반 낚시터에서 싸우던 놈들이었습니다. 어? 이거…….”

기시감이 든 이성동이 미간을 찌푸린다.

종혁도 고개를 끄덕이고, 둘의 입이 동시에 열린다.

“보호비!”

둘이 어이없다는 듯 웃는다.

식당이나 주점에게 보호비라는 명목으로 돈을 뜯어내곤 하는 깡패들.

이뿐만이 아니다.

주류, 물수건, 이쑤시개, 휴지 등 식당이나 주점에 쓰이는 모든 잡다한 것들을 높은 가격에 강제로 판매하기도 한다.

“업장에 난장 까고 들어가는 그 수법이네요.”

처음은 점잖게 자신들의 물건을 구매하라고 권유를 한다.

당연히 사장은 시중가보다 높은 가격에 거부할 수밖에 없다.

그 순간 이놈들은 돌변한다.

조직원들을 손님으로 위장해 집어넣어 가장 싼 메뉴를 시키고 하루 종일 죽치고 있게 만들거나, 가게를 찾아온 손님에게 괜한 시비를 건다.

때론 가게 물건을 부수고, 옷을 벗고 드러누울 때도 있다.

이렇게 며칠만 지나도 백이면 백, 백기를 들 수밖에 없다.

지금 저놈들이 한 게 딱 그 수법이었다.

험악한 분위기를 조성해 관광객들에게 불쾌감과 공포를 심어 줘서 낚시터를 떠나게 만드는 것.

“아니, 이런 작은 축제에 뭐 뜯어먹을 게 있다고…… 아!”

“예. 지자체에서 주는 축제 예산이 있잖습니까.”

“……맞네. 그게 있었네.”

평창송어축제는 나름 평창을 대표하는 축제다. 아마 못해도 수십억의 예산이 집행될 거다.

놈들이 노리는 건 바로 그것이었다.

‘실제로 이 일 때문에 놈들의 꼬리가 드러났지.’

평창송어축제의 예산을 노리고 작업을 펼치던 놈들.

하지만 종혁이 기억하기로 그건 2012년 1월, 내후년에 벌어질 일이었다. 평창송어축제 주최 측과의 마찰이 발단이 되어 그 실체가 완벽히 드러나는 놈들.

‘아. 이 새끼들 진짜 작업 들어가기 전에 간 보는 거네.’

그렇다면 놈들이 지금 이곳에 있는 게 말이 됐다.

지이잉! 지이잉!

“잠시만요? 어! 알아봤…… 뭐냐, 장 반장. 네가 왜 내 새끼 핸드폰으로 전화를 하는 거냐?”

-형님, 이 새끼들 어디서 찾은 겁니까?

“누군데 그래?”

-……일단 만나서 이야기하시죠. 어디십니까?

“지금은 일이 있으니까 모레 보자. 알았어. 끊어.”

통화를 종료한 이성동이 혀를 찬다.

“저 새끼들 정말 깡패가 맞는 것 같습니다.”

방금 이성동 자신의 팀원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한 게 주로 살인 등 강력범죄만을 다루는 강력범죄수사대 소속의 반장이다. 그것도 조직폭력배 담당인.

“하. 저 새끼들, 전국적으로 놀려는 걸까요?”

만약 그렇다면 일이 복잡해진다.

전국적으로 영역을 넓히겠다는 건 그만큼 조직원 수가 많다는 뜻.

“어떡하시겠습니까?”

“……일단 물러나시죠.”

한발 물러서는 이성동의 모습에 종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지금이라도 놈들을 족치고 싶다.

하지만 현재까진 단순 시비 단계다.

이 정도로는 뭘 할 수도 없고, 종혁과 이성동 모두 가족과 함께 여행을 왔다. 여기서 저놈들의 뒤를 더 밟았다가는 무슨 소리를 들을지 몰랐다.

게다가 이성동은 그냥 강력계 소속이다. 저놈들의 뒤를 캐려면 교통정리가 필요했다.

“물러나긴 물러나야 하는데…….”

“일단 이렇게 하시죠.”

종혁은 자신의 계획을 설명했고, 이성동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돈이 많이 들 텐데…….”

“아직 제 소문을 다 듣지 못하셨나 보네요. 예, 사장님. 지금 여기로 사람 몇 명만 보내 주십시오.”

흥신소 사장과 통화를 끝낸 종혁은 순철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철아. 지금 사진을 보낼 텐데, 이놈들 실시간으로 감시 좀 해 줄 수 있을까? 위치는 사진과 함께 문자로 보내 줄게. 그래, 고마워. 부탁한다.”

통화를 종료한 종혁은 이성동을 봤다.

“본청 특수범죄수사대에 협조 요청을 했습니다. 이제 됐죠?”

흥신소에서 사람이 도착하기 전까지 순철이 CCTV로 실시간 감시를 해 줄 것이다. 이제 저놈들은 대한민국 어딜 가도 자신들의 눈을 피할 수 없었다.

“허어…….”

입을 벌린 이성동 반장은 혀를 내둘렀다.

* * *

-흰 눈 사이로 썰매를 타고!

캐롤이 울려 퍼지는 여의도.

소복소복 내리는 눈을 맞으며 걷던 종혁이 캐롤이 흘러나오는 스피커를 보곤 피식 웃는다.

“아직도 캐롤을 틀어 놓는 곳이 있네.”

벌써 12월 30일이다.

당장 29시간만 지나면 2011년 새해. 29시간만 지나면 종혁 자신도 31살이었다.

이젠 우기고 우겨도 어쩔 수 없는 30대.

“시간 참 빠르게도 흐르네.”

사람들로 북적한 거리를 홀로 걸어서일까. 종혁의 마음이 싱숭생숭해진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다.

‘강남범동방파라…….’

지난 며칠간 평창송어축제에서 계속 장난질을 치고 있는 놈들.

“썩을 새끼들.”

놈들 때문에 왜 이렇게 늦게 왔냐며 한 소리를 들었다. 그렇지 않아도 최악일 수밖에 없는 놈들의 평가가 더 나빠질 수밖에 없었다.

혀를 찬 종혁은 한 건물 앞에 멈춰 섰다.

늦은 저녁임에도 전체에 불이 들어와 있는 높다란 20층의 빌딩, 그 꼭대기에 K&P 홀딩스란 간판이 종혁의 눈에 맺힌다.

“여기가 이번에 옮긴 신사옥인가?”

이번에 또 사세를 확장하면서 신사옥으로 옮긴 권&박 홀딩스.

가만히 건물을 쳐다보던 종혁이 발걸음을 돌려 다시 걷는다.

그렇게 걸어 그가 도착한 곳은 식당 커피숍 등이 들어선 5층짜리 상가 건물이었다.

엘리베이터에 오른 종혁이 5층의 일식집 안으로 들어간다.

“박태규라는 이름으로 예약이 돼 있을 겁니다.”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한 방으로 안내된 종혁이 방 안의 풍경을 보고 잠시 멈춘다.

서로 나란히 앉아 박태규의 입가에 손을 가져간 모습 그대로 굳어 버린 권아영과 눈을 감고 있다가 이쪽을 보며 경악하는 박태규.

“어…… 1시간 뒤에 오면 되는 겁니까?”

“아, 아니요!”

“오해예요!”

‘오해가 아닌 것 같은데……. 차라리 사귀던가.’

벌써 몇 년째인지 모르겠지만, 지켜보는 사람으로선 정말 답답하기 그지없다.

“뭐 그렇다고 치죠.”

다 알고 있다는 듯 웃은 종혁은 그들의 맞은편에 앉았고, 권아영과 박태규 서로를 죽일 듯 노려봤다.

마치 왜 그런 짓을 해서 종혁을 오해하게 만드냐는 듯한 살벌한 눈빛들.

‘정말 권 이사장님에게 연락을 해야 하려나.’

누군가 등을 떠밀지 않으면 시작도 못할 것 같은 이들의 연애.

종혁은 잠시 고민을 하다 관뒀다. 결혼이란 건 잘 소개하면 정장이 한 벌이지만, 잘못 이어 주면 뺨이 석 대이기 때문이다.

고개를 저은 종혁은 술병을 들어 그들에게 따라 주었다.

“두 분 모두 올 한 해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보스도 수고하셨어요.”

“보스도 수고하셨습니다.”

“제가 한 일이 있나요.”

어깨를 으쓱이는 종혁의 모습에 둘 모두 왜 한 일이 없냐는 듯 울컥한다.

2009년 에콰도르 전력 위기부터 2009년 두바이 부채 동결, 2009-2010년 베네수엘라 은행 위기까지 모두 예측한 종혁.

이전에도, 또 이 외에도 수없이 많은 일들을 예측했던 종혁이다. 그런 괴물이 한 일이 없다고 하니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뿐이다.

“또 그것뿐인가요?! 러시아가 다시 비상을 하는 게 누구 덕분인데!”

2001년 미국발 닷컴버블과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며 구소련 해체 이후 점점 쇠퇴해 가던 과학 분야와 국방 분야, 농업 분야 등 수많은 분야에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

현재도 권&박 홀딩스와 미국, 러시아가 실시간으로 진행 중인 바이 차이나 프로젝트는 또 어떤가.

이런 수익들을 바탕으로 기어코 개발해 낸 미래 먹거리, 스마트폰. 그 관련 사업과 네트워크 산업에서도 굉장한 기술 발전 및 이익을 내고 있다.

또 이런 여유 때문인지 주변국들과의 관계도 개선해 가고 있다.

마더 러시아의 기상이었다.

종혁이 불러일으킨 나비효과가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미국과 한국은 또 어떤가.

“말을 하자면 오늘 하루로는 부족합니다! 아십니까?!”

“워, 워. 미안합니다. 내가 잘못했어요. 권태기인 건 알겠지만 진정하세요.”

“뭐라고요?!”

“하하. 한 잔 더 받으시죠.”

종혁을 노려보던 권아영과 박태규는 이내 한숨을 내쉬며 술잔을 낚아채 종혁의 잔에 따라 준다.

“경찰서장일은 좀 어떠신가요?”

“죽을 맛이죠.”

백 명이 넘는 직원들을 관리하는 것뿐만이 아니다.

터지는 사건은 어찌나 그렇게 많은지. 여기에 놈들 회사를 추적하고, 또 인맥 관리도 하고.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정도다.

그런 종혁의 말에 권아영과 박태규가 흐뭇이 웃는다.

“좋네요.”

“좋아요?”

“그동안 세월아, 네월아 유유자적하게 살던 보스가 드디어 바빠진 거잖아요.”

“이 자리를 빌어 명확하게 말하죠. 저 여유 즐기며 산 적 없습니다.”

“저희보다요?”

“……한잔 받으시죠.”

종혁도 그들의 잔에 술을 따르고, 종혁을 이겼다는 것에 권아영과 박태규가 킥킥 웃는다.

종혁도 못 말리겠다는 듯 고개를 젓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종혁이 갑자기 정색을 한다.

“곧 일본에서 일이 터질 것 같습니다.”

움찔!

“일본은 별일이 없을…… 아, 설마?”

“혹시 지진을 말하시는 겁니까?”

박태규의 질문에 종혁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인다.

2011년을 한마디로 정의하는, 2011년 대표적인 사건 동일본 대지진. 그것이 멀지 않았다.

“저희도 그 보고서는 받아서 읽어 봤습니다. 하지만 일본은 원래 지진이 많았던 나라입니다.”

“이번엔 심상치 않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종혁이 세계 유명 지질연구소에 의뢰한 자료들을 둘에게 내민다.

약 150년 주기로 일본을 찾는 대지진.

이미 전조도 발생하고 있다.

2009년 8월 11일 시즈오카현을 진원지로 한 6.5의 지진과 13일 도쿄 근해인 하치조지마 진원의 6.5의 지진.

이미 동일본 대지진에 대한 두려움이 일본 국민들의 뇌리를 흔들고 있다.

다행히 시즈오카는 일본 내에서도 자주 지진을 겪는 곳이기 때문에 그만큼 대비도 있어서 지진의 인명 피해는 적었던 편.

이외에도 대지진의 징조가 일본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더 큰 문제가 있다.

2010년 2월, 칠레에서 발생한 대지진이다.

“두 분도 아시겠지만 일본이 불의 고리, 이 칠레와 이어지는 환태평양 조산대에 들어간다는 겁니다.”

쿵!

심장이 내려앉은 권아영과 박태규가 다급히 종혁이 준 자료를 살핀다.

사락! 사락!

“……내년이군요.”

내년에 일어날 확률이 높다고 나와 있다.

권아영과 박태규가 이를 악물고, 종혁이 타는 목에 술을 들이켠다.

텅!

거칠게 내려지는 술잔.

“빠르면 당장 내일, 아니 오늘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술을 마실 때가 아니었어요.”

“일어나시죠.”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일으킨 셋이 권아영과 박태규가 등을 마주했던 벽 앞에 서고, 박태규가 주머니에서 차량 리모컨 같은 걸 꺼낸다.

삐릭! 그르르르릉!

양옆으로 열리는 벽.

그들이 아래로 향하는 계단 위로 올라선다.

뚜벅뚜벅.

한참을 내려간 그들이 앞을 가로막은 문을 열고 들어가자, 그들의 눈앞에 한쪽 벽이 온통 커다란 모니터로 채워진 넓은 공간이 펼쳐진다.

그리고 그 앞을 지나는 검은 정장의 외국인들.

셋이 나타난 것에 살짝 놀랐던 이들이 다급히 앞에 놓인 컴퓨터들을 조작한다.

그리고…….

-날 얼마나 보고 싶었던 거예요, 최?

-휴, 깜짝 놀랐습니다. 아직 약속 시간까지 2시간은 더 남아 있지 않았던가요?

방금까지 한잔 걸친 건지 양 볼이 빨간 나탈리아와 파티장에 있었던 것인지 턱시도에 나비넥타이를 맨 헨리가 모습을 드러낸다.

종혁은 연말에도 바쁜 두 사람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가 이내 낯빛을 굳혔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 보다 길어질 재앙이 예견되고 있습니다. 바이 재팬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여쭤보고 싶어서 이렇게 급히 연락을 드린 겁니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수많은 지원을 했음에도 도움을 준 명단에서 한국을 빼 버린 일본과 그런 일본을 도로 주저앉혀 버린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잃어버린 20년을 잃어버린 30년, 40년으로 늘려 버리게 만드는 주범이었다.

쿵!

종혁은 눈을 번뜩이는 두 친구를 가만히 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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