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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747화 (747/837)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747화>

삐리릭!

등 뒤로 문이 닫히자 옷이 든 종이백을 내려놓은 신복동이 소파로 걸어가 앉는다.

‘빨래해야 되는디…….’

왜인지 오늘따라 더 공허한 집.

바닷물에 푹 절여진 옷은 1분이라도 더 빨리 빨래를 해야 하건만 움직이기가 싫다.

“에휴.”

하지만 결국 몸을 일으킨 그는 창문을 열고, 빨래를 돌린다.

“맞아. 전화부터 돌려야…… 잃어버렸지, 참.”

바다에 빠지면서 잃어버렸다. 지갑도 함께 잃어버렸다.

“……아니겄지.”

아닐 거다. 아니어야 했다.

신복동이 머리를 붙잡으며 괴로워한다. 종혁이 심어 둔 의심의 씨앗이 발아해 그를 괴롭힌다.

“쯧.”

몸을 일으킨 그는 집을 나섰다.

지갑마저 잃어버렸으니 신분증 재발급부터 해야 할 일들이 많았다. 이렇게 심란할 때는 바쁘게 움직이는 게 최고였다.

“요새 요것이 인기인디. 요걸로 TV도 볼 수 있고, 게임도 할 수 있고, 글자도 크게 볼 수 있당께라.”

핸드폰 가게 사장이 스마트폰을 내밀자 신복동이 신기해한다.

“이거 요새 젊은 애들이 들고 다니는 거 아녀?”

“이게 신통방통하당께요. 아마 전에 들고 다니던 것보다는 훨씬 나을 거여라.”

“알았어. 그럼 그걸로 줘 봐.”

“할부로 해 드리믄 요금 할인이…… 하긴 그런 거 안 하제라?”

“됐어. 귀찮어.”

언제 뭐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2년이나 약정을 묶어 둘까.

“그보다 몸은 괜찮으쇼잉?”

“빨리도 물어본다. 괜찮어. 그럼 다음에 보자잉.”

핸드폰 가게 사장의 어깨를 두드린 신복동은 밖으로 나와 집을 향해 걷는다.

휘이이잉!

그를 향해 불어 닥치는 찬바람.

동장군의 칼날같이 날카로워 옷깃을 여민 그가 걸음을 재촉한다.

그러다 그가 잠시 멈춰 선다.

편의점 안을 바라보다 돌아서는 사람들.

갈등을 하던 그는 이내 고개를 저으며 다시 걸음을 옮긴다.

그때였다.

“사장님.”

“아.”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종혁의 일그러진 얼굴을,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 하는 그 얼굴을 본 순간 눈물이 쏟아진다.

그랬구나.

딸은 짐승이었구나.

“아아. 흐아아아아악! 아아아아악!”

그의 가슴이 무너져 내린다.

* * *

퍼억!

“끄으으으!”

집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옷이 든 종이백을 던진 우창배가 기지개를 켠다.

길었던 병원 생활. 아직도 몸이 불편하지만 이제야 살 것 같다.

“우으으으!”

그런 그를 타박하며 얼른 세탁기에 넣으라고 혼내는 신예은.

턱이 박살 나서 큰 수술을 받은 그녀는 수술을 받은 지 벌써 열흘이 지났음에도 식사를 할 때를 제외하면 입을 열지 않는다.

“알았어. 알았다고! 거, 남자 가오 상하게.”

툴툴거리면서도 할 건 다하는 그.

보일러를 켠 그는 침대에 누우며 앓는 소리를 낸다.

“……푸흐. 병신 같은 짭새들.”

솔직히 무서웠다.

신안경찰서장이 자신을 잘근잘근 짓밟을 때는 정말 죽는 줄 알았다. 반항도 하지 못한 채 온몸이 부서져 내리는 것 같았던 끔찍한 악몽.

하지만 놈도 결국 그래 봐야 짭새다.

“정직 10일이라는 게 좀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한 방 제대로 먹였다.

미소를 지은 우창배는 몸을 일으켜 짐을 정리하는 신예은을 봤다.

“예은아.”

“으?”

“그런데 너희 아빠는 왜 그런 거야?”

종혁이 신복동을 구해 낸 순간 그들은 생각이 많아졌다.

어떻게 변명을 해야 할까.

참 고민이 많았는데, 신복동이 자기 혼자 미끄러진 거라고 말했단다.

그 말을 전해 듣자마자 바로 인맥을 이용해 기자들로 하여금 기사를 쓰게 만들었지만, 솔직히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딸이 아비를 죽이려 했다.

그런데도 그 아비가 딸을 위해 입을 다문 거다.

“나였으면 그냥 죽여 버렸을 텐데…….”

그래서 혹여 신복동의 생각이 바뀔까,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얼굴도 보지 않고 서울의 병원으로 도망치듯 온 그들.

신예은이 입술을 비틀며 핸드폰 자판을 두들긴다.

지잉!

-해 준 게 너무 없다는 거겠지.

“미안해하는 거라고?”

‘고작 그 이유 때문에?’

너무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온다.

세상에 그런 부모가 있다는 게 믿기질 않는다.

지잉!

-그보다 이제 어떡할 거야.

아빠 신복동을 살해한 후 사망 보험금과 그 유산을 가지고 피트니스 센터 공사를 마무리 지으려고 했는데 무산되고 말았다.

새로운 돌파구를 생각해 봐야 했다.

“끙. 다시 네 아빠를 죽이는 건…… 무리겠지?”

무리다. 만약 신복동에게 다시 무슨 일이 생긴다면, 이번에야말로 정말 의심을 피하지 못할 거다.

“에휴. 어쩔 수 없지.”

이젠 사채업자에게 돈을 빌리는 것 말곤 방법이 없다.

이미 공사 중도금 납입도 못했다.

빌고 빌어서 어찌어찌 계속 공사는 진행하게 만들었지만, 닷새 안에 중도금을 납입하지 못하면 이번에야말로 정말 공사는 중단될 거다.

거기다 건물 월세까지.

그렇다고 다시 신예은을 술집으로 보내자니 앞으로 최소 한 달은 더 요양해야 한다.

“하, 진짜 사채는 죽어도 싫었는데…… 씨발!”

아무래도 이 집과 완공될 피트니스 센터를 담보 잡고 돈을 빌려야 할 듯싶다.

-빌려줄 사람이 있겠어?

사채가 죽어도 싫었던 신예은이지만, 이제 그녀도 방법이 없음을 알았다.

하지만 아직 필요한 돈이 2억이 넘었다.

아무리 사채업자라고 해도 허름한 집과 완공되지도 않은 피트니스 센터를 담보로 해서 돈을 빌려줄 사람이 있을지 의문이었다.

“찾아봐야지…….”

우창배가 고민을 하던 순간이었다.

지이잉! 지이잉!

“예, 형님!”

발신자를 확인한 우창배가 벌떡 몸을 일으킨다.

현재 피트니스 센터에 대해 많은 조언을 해 주는 옛 삼거리파 조직원이다.

-요새 왜 이렇게 연락이 안 돼?

“하하. 그럴 일이 있었습니다. 무슨 일이십니까?

-아니, 내가 좋은 분 좀 소개시켜 주려고 그러지. 요새 자금 말랐지?

들켰다.

우창배의 얼굴이 구겨진다.

-이분이 엄청 좋은 조건으로 돈을 빌려주시는 분이거든? 어때, 한번 만나 볼 생각 있어?

“흐음…… 예, 한번 생각해 보겠습니다.”

-그래. 될 수 있으면 빨리 연락 줘. 이분 조건이 너무 좋아서 만나려는 사람들이 많거든!

“네, 알겠습니다. 예, 예.”

통화를 종료한 우창배는 의아해하는 신예은을 향해 방금 통화한 이야기를 들려줬고, 신예은은 얼른 핸드폰 자판을 두드렸다.

-한번 만나 보는 게 낫지 않겠어?

“그래야 하려나…….”

그도 건달이었기에 알고 있다. 건달이 하는 말은 믿을 게 못 된다는 걸.

하지만 사정이 너무 급하다.

“쯧. 어쩔 수 없네.”

그는 다시 핸드폰을 들었다.

* * *

“예? 며, 몇 퍼센트요?”

평범한 회사처럼 꾸며진 작은 사무실.

우창배와 신예은이 눈을 크게 뜬다.

“달에 0.5퍼센트씩. 일 년에 6퍼센트. 그 친구 소개로 오셨으니 최대한 사정을 봐 드리는 겁니다만…….”

“아, 아니…….”

“흠. 부족하십니까? 이 정도면 충분히 좋은 조건이라고 생각이 되는데 말입니다.”

“아니요! 아니요!”

부족하지 않다. 이 정도면 정말 좋은 조건이다.

사채업자가 이자를 6퍼센트만 받는다면 정말 천사인 거다.

아니, 그 수준을 넘어 이 정도면 거의 은행권 수준.

게다가 이자 납입을 하지 못해 연체가 될 경우에만 복리다.

그렇다 보니 정신이 번쩍 든다.

“그럼 담보와 선이자는…….”

“담보야 우창배 씨가 말한 것처럼 피트니스 센터가 완공된 이후의 가치와 현재 사시는 빌라의 보증금이면 충분합니다. 선이자도 5퍼센트만 떼겠습니다.”

‘정말 미쳤나? 대체 그 형님하고 어떻게 아는 사이이기에…….’

이런 말도 안 되는 계약 조건을 내미는 걸까.

아니, 그딴 건 상관없다.

“계, 계약서부터 보죠.”

“그러시죠. 여기 있습니다.”

얼른 계약서를 살핀 우창배와 신예은은 확신했다.

여기다. 여기서 돈을 빌려야 했다.

우창배는 혹여 사채업자의 마음이 바뀔까 얼른 사인을 했고, 사채업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돈은 어떻게 해 드릴까요? 계좌로 입금해 드릴까요?”

“호, 혹시 다른 계좌로도 입금이 됩니까?”

“예. 상관없습니다.”

“그럼 이 계좌로 1억만 이체해 주십시오.”

“잠시만요. 미스 김! 이 계좌로 1억 넣어 주고, 여기 이분 계좌로 나머지 입금시켜 드려!”

“네, 사장님!”

쪽지를 가져간 여성은 인터넷 뱅킹으로 이체를 했다.

“다 보냈습니다, 사장님!”

“확인해 보시죠.”

“자, 잠시만요?”

얼른 핸드폰으로 잔액을 확인한 우창배의 입이 쭉 찢어진다.

“허흠. 맞게 들어왔네요.”

“다행이군요. 그럼 다음에도 또 이용해 주십시오.”

“예. 물론이죠!”

이런 곳이라면 언제든 빌릴 수 있다.

활짝 웃은 우창배와 신예은은 연신 고개를 숙이며 사채업자 사무실을 빠져나갔고, 사채업자는 그런 그들을 바라보다 핸드폰을 들었다.

그 순간 싸늘하게 가라앉는 그의 눈빛.

“예, 여사님. 여사님이 말씀하신 대로 계약했습니다. 그런데…….”

-수고했어. 내일까지 사람을 보내지.

“아, 아닙니다. 수고는요. 제가 여사님께 받은 은혜가 얼마인데…….”

-시간 날 때 한번 찾아와. 밥이나 한 끼 하게.

“헉! 예! 아, 알겠습니다!”

현재 그가 통화하는 상대는 대기업 회장들도 만나기 위해선 미리 약속부터 잡아야 한다는 사채업계의 거물, 김단향 여사였다.

‘대체 저 연놈들이 누구기에?’

그 김단향 여사가 이렇게까지 신경을 쓰는 걸까.

사채업자의 미간이 좁혀졌다.

한편 바깥으로 나온 우창배와 신예은이 몸을 부들부들 떤다.

“……으랏챠-!”

하늘을 향해 우렁차게 포효하는 우창배와 만세를 하는 신예은.

둘은 서로를 꽉 껴안는다.

“햐!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에 여기서 빌릴걸!”

이곳을 일찍 알았다면 신복동을 어떻게 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거다.

“아니, 그 전에…….”

아차 한 우창배가 신예은의 눈치를 본다.

하지만…….

“흥!”

남자친구의 말이 맞다.

이곳을 일찍 알게 됐더라면 엄마를 죽이진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미 끝난 일이다.

‘어차피 나 아니었어도 죽을 사람이었어!’

어차피 갑상선암 때문에 시한부 선고를 받았던 엄마.

후회 따윈 없었다.

‘그보다…….’

신예은이 얼른 핸드폰을 꺼내 든다.

-이제 이거면 된 거지?

“그럼!”

이 돈이면 공사를 끝내고도 최소 반년은 운영 자금으로 쓸 수 있다. 이젠 고생 끝, 행복 시작이었다.

“몇 달 후면 너도 회장 사모님이라고!”

“꺄앗!”

너무 기뻐 육성으로 비명을 지른 신예은.

그녀는 거세게 뛰는 심장을 누르며 행복한 미래를 꿈꿔갔다.

그 순간이었다.

스윽!

그들의 사방을 감싸는 네 명의 사람.

“신예은 씨, 우창배 씨?”

“누, 누구.”

“신안경찰서에서 왔습니다. 당신들을 신복동 씨 살인미수 혐의로 체포합니다.”

“예? 그, 그게 무슨 말인지! 저희는……!”

“신복동 씨가 다 진술하셨어, 이 짐승 새끼들아.”

철컥!

‘아, 안 돼…….’

“아빠-!”

와르르르르!

그녀의 행복한 미래가 무너져 내렸다.

* * *

소복소복 눈이 내린다.

흙과 바위 위에 종잇장처럼 쌓인다.

봄을 꿈꾸며 숨죽인 이름 모를 꽃 위로, 앙상한 나뭇가지 위로 하얀 눈이 쌓인다.

파스스, 파스스.

하얗게 변한 세상에 발자국이 찍힌다.

파스스, 파스스.

천천히 걸음을 옮긴 신복동이 절벽 끝에 선다.

바람조차 숨죽인 산.

메고 온 가방에서 꺼낸 나무 상자를 내려놓은 그가 술과 음식들을 차린다.

딸기, 귤, 수박, 빵과 우유, 치킨, 족발, 숭어회.

두서도 없는 음식들을 줄줄이 늘어놓고, 술을 따른다.

‘여기였는가.’

아내가 마지막으로 본 풍경이.

얼마나 놀랐을까. 얼마나 무서웠을까.

얼마나 후회했을까.

“미안하네.”

그놈의 돈. 조금 덜 벌고 함께했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가슴이 막히고 눈이 뜨거워진다.

“끄으윽! 미안해…….”

내가 죄인이다.

괴로워하던 아내를 몰라 준 죄.

혼자 잘 먹고 잘 산 죄.

그런 짐승을 자식이라고 두둔했던 죄.

지옥으로 떨어진다면 저 아래 무간지옥에 떨어질 것이다.

자신은 그런 죄인이었다.

그래서 더 미안하다.

천국에 있을 아내의 손발이 되어 주지 못해서.

앞으로도 사죄를 할 수가 없어서.

“끄으윽! 끄으으으윽!”

혹여 잠든 아내가 깰까 목 놓아 울지 못하는 죄인은 그렇게 울고 또 울었다.

엎드린 몸에 눈이 쌓이는 것도 모른 채 한참을 울었다.

뽀드득! 뽀드득!

등 뒤에서 다가온 사람이 신복동의 등을 털어 낸다.

“맛있는 음식들이 다 식네요.”

“……생전 아내가 좋아하던 음식들이지라.”

겨울만 되면 딸기와 귤을 그렇게 찾았다.

여름이 오면 언제나 수박부터 사 왔고, 밤에 배가 고플 땐 잠든 자신 몰래 일어나 불도 켜지 않은 채 빵과 우유를 먹었다.

“생일날엔 언제나 숭어회를 찾았지라.”

바닷사람은 먹지도 않는 숭어회를 그렇게 좋아했다.

생일처럼 특별한 날에 먹어야 더 각별하다며 1년을 참았다.

서로 힘든 날이 있을 땐 치킨과 족발을 앞에 두고 술잔을 기울이며 서운함을 쏟아 내고 응원을 했다.

“난 퍽퍽살을 좋아항께 다리랑 날개는 다 자기가 먹겠다고 했지라. 족발은 껍데기가 맛있응께 난 푸석한 살코기만 먹으라고 했지라.”

“이경애 씨께서 꽤 귀여우셨네요.”

“햇살 같은 여자였고, 첫눈 같은 여자였지라.”

햇살처럼 포근하고, 첫눈처럼 기대하게 만드는 천사.

그래서 언제나 퇴근 시간만 기다리게 만들던 아내였다.

자신에겐 너무 과분한 여자였다.

“술 한 잔 올려도 될까요?”

대답 대신 몸을 일으킨 신복동이 술병을 잡는다.

술을 올린 종혁이 절을 올린다.

“삼가 고인 이경애 씨의 명복을 빕니다.”

부디 다음 세상에선 꽃처럼 예쁨을 받으며 살 길.

아무 걱정 없는 아이처럼 해맑게 살 길.

그렇게 기도한 종혁이 신복동을 향해 앉으라고 손짓한다.

“이건 두 분께서 함께 듣는 게 좋겠네요. 신예은 씨가 사채를 빌렸습니다.”

움찔!

“그것도 꽤 독한 분의 돈을 빌렸습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돈을 빌리고 나오다가 검거가 됐습니다.”

“그, 그럼?”

“1년 내에 판결을 받을 테고, 아마 최소 10년 이상의 징역을 받게 될 겁니다.”

잘됐다. 딸이 아닌 짐승이다. 가슴이 한구석이 찢기지만 애써 무시했다.

“돈을 빌린 건 어떻게 되는 거여라?”

“……형을 끝내고 나와서 죽을 때까지 갚아야겠죠.”

신예은이 감옥에 있는 동안 대출금의 이자는 끊임없이 쌓일 거다. 심지어 이자도 납입을 못할 테니 복리로.

형을 모두 끝내고 나왔을 때는 이미 이자가 원금의 수십 배를 넘어서 있을 터였다.

파산? 어림도 없다.

김단향이 움직였다.

죽음 말고는 그 지옥을 벗어날 방법 따윈 없었다.

혹여나 자신의 죄를 뉘우치고 신복동 씨에게 진심으로 사죄한다면 구제할 마음이 있었지만, 그렇지 않다면 그녀에게 남은 건 지옥뿐이었다.

“……그래야지라. 잘됐구마이라. 자네도…… 그렇게 생각하제?”

이를 악문 신복동이 바닥을 쓸어내리자, 마치 하늘에서 대답을 주는 듯 눈이 멎는다.

구름이 걷히고 햇빛이 내려온다.

서로의 시간이 더 필요한 둘을 향해 고개를 숙인 종혁은 몸을 돌려 산을 내려간다.

찰칵! 치이익!

“후우.”

‘올겨울은 좀 시리면서도 따뜻하네.’

신복동이 부디 살아갈 의지를 갖기를.

종혁은 씁쓸히 웃으며 하산을 재촉한다.

지이잉! 지이잉!

“예, 최종혁입니다. 예?”

핸드폰을 본 종혁이 입술을 비틀었다.

이른 크리스마스 선물이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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