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745화 (745/837)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745화>

뜨거운 공기가 가득한 작은 빌라.

우창배의 가슴을 베고 누운 신예은이 거친 숨을 몰아쉰다.

찰칵! 탁!

우창배의 입에 물리는 담배를 뺏은 신예은이 눈을 좁힌다.

“오빠, 내가 그러지 말라고 했지.”

사랑해 마지않는 남자친구지만, 관계를 끝낸 후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볼 때면 마치 2차를 나온 기분이 들어서 싫었다.

“아차차. 쏘리.”

“조심해.”

살짝 삐진 신예은이 침대를 빠져나와 부엌으로 향한다.

“물 줘?”

“맥주로.”

“응? 알았어.”

항상 관계 후에는 물을 마시던 남자친구였기에 의아해한 신예은이 시원한 물과 캔맥주를 가져온다.

치익! 딱!

꿀꺽꿀꺽꿀꺽!

단번에 캔맥주를 비우는 우창배.

“커흑! 미안한데 하나만 더 가져다주라.”

“……무슨 일인데?”

그러고 보니 오늘 집에 들어오면서부터 낯빛이 좋지 않았다.

“아무것도 아냐.”

“씁! 나 오빠 여자친구야.”

“그러니까 말할 수 없는 거다. 남자가 가오가 있지.”

“……나 그냥 모텔에서 잘래.”

“어허이.”

다급히 신예은의 손목을 잡은 우창배가 한숨을 내쉰다.

“그게…… 하.”

옛 삼거리파 조직원들을 만나길 잘했다.

아니었다면 자신이 짓고 있는 피트니스 센터의 문제점이 뭔지도 몰랐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이걸 말할 순 없다. 제대로 해 보지도 않고 일만 크게 벌인다고 혼이 날 수 있다.

“설마 돈이 부족한 거야, 오빠?”

“후…… 아무리 A급이어도 중고를 들여서 시작하면 아무도 안 올 거라고 하더라고.”

폐업을 하는 피트니스 센터의 운동 기구를 저렴하게 매입하기로 했던 우창배.

그런데 그 이야기를 하니, 옛 삼거리파 조직원들이 길길이 날뛰었다.

인테리어를 제아무리 고급스럽게 해도 운동 기구가 중고인 게 티가 나면 무슨 쓸모가 있겠냐고.

처음에 손님이 자리 잡도록 만드는 게 우선인데, 이래서 누가 오겠냐고 말이다.

“그, 그럼 어떡해! 이미 거기다 꼬라박은 돈이 얼만데!”

“몰라. 어떻게든 되겠지. 하, 씨발. 돈 나올 구멍 없는데…….”

“지금 그걸 말이라고……!”

이미 거기에 들어간 돈이, 자신의 피 같은 돈이 얼마던가.

‘이걸 어쩌지?’

우창배를 죽일 듯 노려봤던 신예은은 이내 생각에 잠기기 시작했고, 우창배는 그런 신예은을 힐끔 보며 입술을 비튼다.

“야, 괜찮아. 걱정 마. 아는 형님들한테 소개받은 곳 있으니까. 거기서 빌리면 돼.”

“뭐? 설마 사채업자 말하는 거야?”

사채가 얼마나 무서운지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 사채를 말하고 있다.

“벌어서 돈 갚다가 인생 끝낼 거야? 일단 주변에 빌려줄 수 있는 사람 없나 더 물어봐!”

“이미 빌릴 수 있는 사람한테는 다 빌린 거야. 심지어 후배들한테도 부탁해서 빌렸어.”

신예은 입을 떡 벌렸다.

자존심까지 모두 뭉개 가며 건달 후배들에게도 빌렸다면, 이제 정말 더 돈 나올 구멍이 없단 소리였다.

“……얼마가 부족한 건데?”

“일단 1억. 넌 주위에 아는 사람 없어?”

“1억이 어디 있어! 거기다 일단이라는 말은 또 뭐고!”

“그 정도 있으면 그냥 구색은 맞출 수 있다는 거지. 그냥저냥 다른 피트니스 센터와 똑같은 수준은.”

“그건 안 되잖아!”

그래선 주변 헬스장 고객들을 다 빨아들이겠다는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

“야, 신예은. 목소리 높이지 마. 나도 터지려는 거 겨우 참는 중이니까.”

우창배의 얼굴이 싸늘해지자 신예은이 아차 한다.

한 번 터지면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우창배.

입을 다문 그녀가 다리를 떤다.

‘어떡하지? 이미 가게에서 끌어다 쓴 돈이 얼만데…….’

신예은은 입술을 깨물었다.

* * *

어느 문 앞에 선 신예은이 이를 악문다.

-돈? 먹고 죽으려고 해도 없어. 네가 좀 빌려주면 안 돼?

-미쳤니? 너랑 나랑 그 정도 사이는 아니잖아?

-소문 다 퍼졌더라. 돈 이야기 할 거면 끊어.

-마이킹을 더 땅기고 싶다고? 그럼 이거부터 써.

돈 이야기를 꺼내자마자 매정하게 돌아선 술집 동료들.

마이킹을 조금만 더 땡겨 달라고 했더니 신체포기각서를 내민 마담.

‘썅년들.’

한 푼, 두 푼 모아서 겨우 2천만 원가량 더 모으긴 했지만, 이걸로는 아직 턱없이 부족했다.

‘하. 여긴 오기 싫었는데.’

정말 죽어도 싫었다.

제대로 용돈 한 번 준 적도 없으면서, 오히려 아빠가 몰래 주던 용돈을 빼앗기까지 했던 엄마.

딸이 학교에서 얼마나 궁상맞게 지내는지 관심도 없었던 엄마.

너무나 밉고 싫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이제 엄마만이 유일한 희망이었다.

엄마까지 도움을 주지 않는다면, 결국 피트니스 센터의 지분을 담보로 사채업자에게 돈을 빌릴 수밖에 없었다.

그 지독한 놈들이 언제든 피트니스 센터를 집어삼킬 명분을 주는 거다.

“하아.”

신예은은 초인종을 힘들게 눌렀다.

띵동!

“누구세요? 응? ……나 돈 없다.”

“그, 그런 거 아니야!”

“……그럼?”

“엄마, 아빠랑 만나 보는 건 어때?”

“뭐?”

신예은의 어머니 이경애는 눈을 껌뻑였다.

* * *

부스럭!

늦은 밤, 종이백을 내려놓는 이경애의 표정이 복잡하다.

이혼하기 전보다 더 살이 빠진 남편.

그러나 낯빛은 더 좋아진 남편.

그동안 마음을 다 정리했다 여겼지만, 여전히 순박하게 웃는 그 얼굴이 심장을 노크해 버린다.

잔뜩 아쉬워하는 얼굴로 돌아선 남편의 왜소한 등이 눈앞을 아른거린다.

‘주책이지.’

자신의 손으로 연을 끊어 버렸다.

이런 감정을 느낄 자격도 없었다.

“엄마, 어땠어? 오랜만에 아빠 만나니까 좋았지?”

“……그래서 얼마나 필요한데?”

신예은의 얼굴이 확 밝아진다.

“1억!”

“……미친년.”

“응?”

“천만 원도 아니고, 2천만 원도 아니고 1억? 네가 제정신이야! 어이구, 정성이 갸륵해서 좀 빌려주려고 했던 내가 미친년이지!”

똑같다. 엄마 가슴에 대못을 박고 독립해 버린 그때의 딸과 하나도 변한 게 없다.

아니, 더 지독해졌다.

“지지리 궁상으로 사는 게 싫다고 떠난 년이, 평생 이따위로 살라고 떠난 년이, 나한테 그따위 심보로 사니까 암에 걸렸다고 대못을 박은 년이 1억? 먹고 죽으려고 해도 없어! 나가!”

갑상선암이란다. 너무 놀라고 무서워 딸에게 전화를 했더니 그따위 말을 했던 딸.

“어, 엄마!”

“내가 그때 돈을 빌려 달라고 했니, 아니면 와서 간병을 하라고 했니. 그런데 이제 와서 뭐?”

“엄마! 그 돈 없으면 나 정말 죽는단 말이야!”

“그럼 죽든가!”

이 말도 딸이 했던 말이다.

“말로 할 때 나가!”

“안 돼! 못 나가!”

엄마가 마지막 보루다. 엄마마저 거부한다면 정말 사채를 써야 한다. 아니, 그 전에 한계까지 끌어다 쓴 마이킹을 갚지 못해 시골로, 섬으로 팔려 갈 거다.

“못 나가? 하!”

지갑과 핸드폰을 챙겨 든 이경애가 집을 나서 버린다.

“어, 엄마!”

쾅!

속절없이 닫혀 버린 문.

“……엄마잖아! 엄마가 딸한테 왜 이러는데-!”

솔직히 기대했다. 그렇게 매몰차게 대했어도 엄마니까 들어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엄마는 이미 자신을 버린 자식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눈빛이 악독해진 신예은이 집 안을 훑는다.

그녀는 가까이 있는 서랍장부터 열어젖혔다.

지독한 구두쇠인 엄마. 분명 어딘가에 숨겨 놓은 돈이 있을 거다.

“역시, 거봐.”

서랍을 열자마자 나온 보석함. 안에는 투박한 은반지나 금반지들이 있었다. 이것만 못해도 천만 원.

눈이 돌아 버린 신예은은 모든 서랍을 열어젖혔다.

그렇게 얼마나 열었을까.

움찔!

“어? 이건?”

[보험 증서]

“일, 십, 백, 천, 만, 십만, ……억? 억이라고? 하!”

어이가 없다.

딸에게 줄 돈은 없고, 보험을 넣을 돈은 있었다.

보험 가입일을 보니 25년 전에 가입한 것도 있다.

‘이것들만 해지해도 부족한 돈 대부분은 메웠을 텐데!’

대체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이렇게 악독하게 구는 걸까.

역시 엄마답다.

그렇기에 한 가닥 남은 기대를 끊어 낸다.

엄마가 딸 취급을 하지 않는다면, 자신도 엄마를 엄마 취급하지 않으리.

“5억이라…….”

그녀의 눈이 악독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투욱!

신예은은 놀라 이쪽을 보며 떨어지는 이경애를 보며 입술을 비틀었다.

“그러니까 돈을 달라고 했을 때 줬어야지.”

그러니 이런 꼴을 당하는 거 아니겠는가.

퍼어어억!

저 아래서 들려오는 소리에 신예은은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주저앉았다.

“꺄아아아악!”

엄마를 잃은 딸의 절규가 산을 쩌렁쩌렁 울렸다.

* * *

괴롭다.

물이 코와 입속으로 들어가 목구멍을 틀어막는다.

‘커억! 컥!’

자신도 모르게 발버둥 치는 손.

그러나 갈피를 잃고 흔들리는 몸.

어디가 위고, 어디가 아래일까.

하지만 그 생각도 잠시다.

머릿속이 몽롱해지고 힘이 빠진다.

‘미안하구나.’

미안하다. 딸이 이런 선택을 하게 만들어서.

신복동은 미소를 짓는다.

‘이제 가는구마잉.’

아내에게로. 그렇게 맘 고생시켰던 아내에게로.

나중에 딸 예은이가 자식을 낳는 것까지 보고 가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일찍 가게 됐다.

‘놀라지 마시오.’

그리고 반겨 주기를.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마지막 숨을 토해 낸다.

그 순간이었다.

감기는 눈을 향해 내리쬐는 새하얀 빛과 손목을 잡는 따뜻한 손.

‘아아아.’

가는구나. 아내가 마중을 나왔구나.

그의 얼굴에 환한 웃음꽃이 피어난다.

그의 몸과 정신이 부상해간다.

저 위로. 저 위로.

뽀로로로로로!

“푸화아아악!”

“……님! ……사장님!”

‘복동 씨라고 부르제.’

연애를 할 때처럼.

신복동은 그렇게 정신을 잃었다.

“사장님! 신 사장님! 정신 좀 차려 보세요!”

“최! 괜찮습니까!”

“난 괜찮으니까 이분부터!”

“아니…… 예!”

종혁은 다급히 요트 위로 올라간 SVR 요원에게 신복동을 밀어 올리며 신예은과 우창배를 죽일 듯 노려봤다.

분명 봤다.

튕겨 나가듯 바다로 떨어지는 신복동과 팔을 앞으로 내밀고 있던 신예은을.

담배를 무는 신예은과 우창배를.

까드드드득!

종혁이 신예은과 우창배가 탄 배로 헤엄쳐 난간을 잡더니 단숨에 배 위로 솟구친다.

터억!

“아아! 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아, 아빠는요! 아빠는 괜찮나요!”

“아, 아버님은 괜찮으십니까!”

주저앉아 울음을 터트리며 기어 오는 신예은과 다급히 다가오는 우창배. 그리고 그들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역한 담배 냄새.

역시 잘못 본 게 아니다.

“신예은.”

“아, 아빠는요!”

“이 꽉 물어라, 씨발년아.”

쩌어어어억!

허공으로 비산하는 피와 하얀 이빨.

눈이 뒤집히며 고개가 꺾인다.

종혁은 고작 한 방에 정신을 잃는 신예은의 모습에 이를 악문다.

‘고작 이것도 못 버티는 년이!’

아버지를 죽이려 했다.

못해 준 게 너무 많다며 괴로움에 몸부림치던 아버지를. 딸이 왔다고 아이처럼 좋아하던 아버지를.

“지, 지금 이게 무슨…….”

“아가리 싸물어.”

혀 잘린다. 눈알이 터질 수 있다.

부와아아아앙!

저 멀리서 들려오는 요트 소리들과 함께 종혁은 주먹을 들었다.

* * *

딸이 아버지를 살해하려고 했다는 소식에 신안경찰서가 뒤집혔다.

“서, 서장님!”

“서장님! 괜찮으십니까!”

다급히 목포의 병원으로 달려온 각 계의 계장들.

종혁이 걱정 말라는 듯 손을 내젓자, 안도의 한숨을 내쉰 계장들이 울컥한다.

“아니, 바다로 뛰어드셨다면서요! 맞네! 뛰어들었네!”

밖에 비가 오지도 않는데 몸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는 종혁.

“이 날씨에 바다는 왜 들어가십니까! 지금 밖에 파도가 얼마나 치는데! 자살을 할 거면 곱게 하십시오!”

파도가 치는 날에는 바다가 더 뿌옇게 변하기에 베테랑 구조 요원들도 물속에 들어가길 주저한다.

사람을 구하러 들어갔다가 도리어 그 본인이 죽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화가 난 바다는 그만큼 미친 괴물이다. 제 입속에 들어오는 모든 걸 집어삼키는.

오늘 종혁이 벌인 짓은 자살행위나 마찬가지였다. 실제로 뒤이어 함께 뛰어들어 준 SVR 요원이 아니었다면 종혁도 위험할 뻔했다.

“그럼 어쩌겠습니까. 일단 사람부터 구하고 봐야죠.”

움찔한 종혁이 속으로 구시렁거린다.

‘아, 최재수. 이 새끼.’

이럴 것 같아서 몰래 옷을 가져오라고 시켰는데, 고새 다 불어 버린 것 같다.

슬그머니 시선을 피하는 최재수에 종혁이 이를 악문다.

“커흠. 본의 아니게 걱정을 끼쳐 죄송합니다.”

종혁이 고개를 숙이자 계장들도 입을 다문다.

“……쯧. 그래서 무슨 일입니까?”

“무슨 일은요. 자식이 아버지를 바다에 빠트려 죽이려고 한 사건이지.”

이로써 이경애 씨의 실족사도 다시 한번 타살을 의심해 볼 수밖에 없었다.

“아니…….”

이어진 참담하고도 참담한 종혁의 설명에 입을 떡 벌린 계장들이 가슴을 친다.

“지금 용의자들 저 안에 있으니까 수갑부터 채우세요. 저기 얼굴 망가진 연놈들이 신복동 씨의 딸 신예은과 그 남자친구 우창배입니다.”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최 팀장?”

“여, 여기 있습니다.”

종혁에게 옷가지가 담긴 백을 내민 최재수는 다급히 안으로 들어갔고, 종혁은 바닷물에 절여진 근무복을 벗어 던지며 옷을 갈아입는다.

‘그래도 고맙네.’

이렇게 걱정해 줘서 고맙다.

“아, 그리고 한 분은 중환자실로…….”

“변호사 불러-!”

갑자기 응급실 안에서 터져 나오는 고함 소리.

“내가 어?! 다 신고해 버릴 테니까-!”

익숙한 목소리다. 아무래도 우창배가 정신을 차린 것 같다.

신예은도 정신을 차린 듯 뒤이어 악을 지르고 있다.

“……하, 새끼들.”

“서장님!”

종혁의 미간이 좁혀지자 가장 먼저 낌새를 눈치채고 소리친 최재수.

“후우……. 아무 짓 안 할 거니까 놓으셔도 됩니다.”

최재수의 외침에 간신히 분노를 가라앉힌 종혁이 자신의 몸을 붙들고 있는 계장들의 손을 떼어 낸다.

“이미 충분히 팼고, 무기 징역까지 확정인 놈들인데 더 패서 뭐하겠습니까.”

신복동의 의식만 깨어나면 이제 그들은 끝이었다.

“다들 이만 돌아가세요. 일 안 합니까?”

“……에이. 이 기회에 농땡이 좀 치려고 했건만.”

“서장님은 안 가십니까?”

“신 사장님 깨어나는 것만 보고 가겠습니다. 강력계장님은 형사들 좀 보내 주시고요.”

“알겠습니다. 충성.”

계장들이 떠나자 종혁은 슬그머니 그들과 묻어 움직이려는 최재수를 향해 이를 드러냈다.

“넌 저녁에 보자.”

“오, 오늘부터 출장입니다. 충성!”

“……쯧.”

부리나케 사라지는 최재수를 보며 혀를 찬 종혁은 중환자실로 향했다.

물을 토해 내며 정신을 차렸던 신복동.

그러나 어떤 후유증이 있을지 모르기에 집중 케어가 필요했다.

“아, 핸드폰.”

종혁은 바닷물 조금 먹었다고 켜지지 않는 핸드폰에 울상을 지었다.

중환자실 대기실.

희미한 담배 냄새를 풍기던 종혁이 대기실 천장에 달린 TV를 멍하니 응시한다.

‘대체 언제 깨어나시는 거지? 내일은 되어야 정신을 차리시려나.’

벌써 저녁 7시다. 오늘은 이만 돌아갈까 고민이 든다.

그때였다.

지이잉!

“신복동 환자분 깨어나셨습니다.”

“아, 예!”

다급히 안으로 들어간 종혁은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는 신복동에게 다가갔다.

“신 사장님.”

“……날 구해 주신 분이 서장님이셨구마이라.”

그 불빛과 손길은 마중 나온 아내가 아니라 종혁이 내민 구원의 손길이었다.

“무사히 깨어나셔서 다행입니다. 사장님, 혹시…….”

종혁은 자신이 물어야 할 이야기가 너무나 끔찍한 것이기에 쉽사리 말을 꺼내지 못하다가 간신히 입을 열었다.

“물에 빠지셨을 때 기억나십니까?”

움찔!

신복동의 눈이 데구루루 돌아간다.

“아…… 지가 미, 미끄러져서 물에 빠진 거 말이어라?”

슬그머니 시선을 피하는 신복동.

“사장님…….”

가슴이 무너진다.

자신을 죽이려 한, 끔찍한 패륜을 저지른 딸을 감싸려는 부정(父情)에 종혁의 가슴이 무너져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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