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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744화 (744/837)
  •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744화>

    부아아아앙!

    “꺄아아아아!”

    선착장을 벗어난 배가 속도를 높이자 신예은이 양팔을 높이 들며 함성을 지른다.

    ‘재밌나 보네잉.’

    파도가 조금 치기는 하지만, 그것 때문에 더 재밌어하는 것 같은 딸.

    다행이었다.

    담배를 문 신복동은 맹렬하게 불어오는 맞바람을 맞으며 미소를 짓는다.

    그렇게 얼마나 더 달렸을까.

    저 멀리 양식장이 보이자 신복동이 속도를 줄인다.

    근처에 배 하나 없는 망망대해.

    “아빠, 여기가 포인트예요?”

    “포인트라는 말도 알어?”

    “당연히 알죠!”

    어떻게 아는지 모르겠지만, 귀여워서 웃음이 나온다.

    “여그가 옛날에 니 할아버지하고 함께 낚시를 왔던 곳이여.”

    “……아, 그래요?”

    신복동이 고개를 끄덕이며 아련한 눈으로 주변을 둘러본다.

    8살, 새벽에 잠도 깨지 못한 채 아버지 손에 이끌려 나왔던 바다.

    낚시는 이렇게 하는 거다며 손수 하나하나 가르쳐 주셨던 아버지.

    그때 잡았던 대물의 기억을 아직도 있지 못한다.

    “그때 문조리를 이만큼 큰 걸 잡았었제.”

    “문조리?”

    “망둑어 말이여, 망둑어.”

    선착장에서도 미끼 없이 낚싯대만 던져도 쉽게 낚을 수 있는 망둑어.

    잡힌 게 망둑어라는 말에 실망하던 사람들도 그 크기를 보고는 깜짝 놀랐었다.

    아버지는 자신의 아들이 대물을 잡았다고 기뻐하시며 친구분들과 함께 신나서 매운탕을 끓여 주셨었다.

    아무리 대물이라고 해 봐야 망둑어는 망둑어라는 걸, 아버지는 그저 아들이 낚았기에 기뻐하셨다는 걸 알게 된 건 그로부터 상당한 훗날의 일이었다.

    “찬밥에 된장만 넣어 비벼 먹었던 건데 왜 그리도 꿀맛이었는지…….”

    나중에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똑같이 해 먹어 봤지만 그 맛이 나진 않았다.

    이곳은 그런 추억이 있는 곳이었다.

    “아이고. 주책이네잉. 채비 펴자.”

    얼른 낚시 가방을 연 신복동이 하나하나 세심하게 가르쳐 준다.

    “봉돌은 이렇게 묶는 거고, 미끼는 이렇게 끼는 거여. 어어! 사람이 뒤에 있는지는 보고 낚싯대를 던져야제. 그러다 물고기 아니라 사람을 낚는 거여. 자네도 와서 얼른 봐. 아, 자네라고 해도 되지라?”

    “그럼요. 편하게 말씀하세요.”

    “그려. 그럼 그럴게.”

    설명을 모두 들은 두 사람이 바다에 낚싯대를 던지자, 신복동은 바닷물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낚싯줄에 호들갑을 떠는 딸의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다가 자신도 바다를 향해 낚싯대를 드리운다.

    ‘아따, 어색하구마잉.’

    분명 일주일 전 참 많은 이야기를 나눴지만 아직도 어색한 딸. 남자친구까지 있으니 더 어색하다.

    그래도 가끔은 이렇게 딸이 내려와 낚시를 함께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말해 줄 할아버지와 추억이 너무도 많으니 말이다.

    딸랑딸랑!

    “아, 아빠!”

    고기가 입질을 하는지 소리를 내는 방울. 낚싯대 끝에 달린 방울이 묘하게 흔들리자 신복동의 표정도 진지해진다.

    “진정혀! 아까 아빠가 말했제?”

    때가 되면 그대로 낚싯대를 위로 잡아당기는 거다.

    “기다려……. 기다려……. 지금!”

    따라라라랑! 휘익!

    “됐어! 감아!”

    “응!”

    신예은은 빠르게 릴을 감기 시작했고, 신복동은 그 옆으로 다가가 신예은의 낚싯대에 손을 얹으며 보조를 했다.

    그러다 보니 결국 항복을 한 물고기가 물 위로 올라온다.

    “꺄아아아! 아빠!”

    “아따, 월척이네!”

    신복동은 배 위로 올라온 물고기에 남자친구와 얼싸안고 좋아하는 딸을 흐뭇한 눈으로 쳐다봤다.

    ‘그래도 아빠 앞에서 애정행각을 하는 건 아니제, 딸아…….’

    많이 섭섭했다.

    치이이이익!

    점심이 되자 배 위에서 고기가 구워진다.

    ‘파도가 더 치는구마잉.’

    점점 날씨가 안 좋아진다. 아무래도 밥만 먹고 돌아가야 할 듯싶다.

    “아버님! 한잔 받으시죠!”

    “응? 아녀, 아녀. 배 운전해야뒤야.”

    “에이. 아빠도 마셔야 우리도 맘 놓고 마시지!”

    “그렇습니다, 아버님!”

    “……어흠. 그럼 우리 예비 사위가 주는 술을 함 받아 볼까?”

    쫄쫄쫄!

    “자, 건배!”

    “건배! 크으으!”

    역시 바다 위에서 마시는 술은 각별하다. 딸이 있어서 더 그런 것 같다.

    지 남자친구 입에 고기를 물려 주는 것만 빼면 참 좋은 시간이다.

    “아빠도 한 쌈!”

    “어이쿠!”

    그렇게 한 잔, 두 잔.

    딸과 그 남자친구가 번갈아 따라 주는 술을 마시던 신복동이 슬슬 취기가 올라오자 손을 휘저었다.

    “이제 그만 마셔야쓰것다.”

    “에이. 그럼 이것만 마셔요.”

    “안 돼. 안 돼.”

    선착장까지 배를 운전하는 건 문제가 안 된다.

    문제는 선착장에 배를 집어넣는 거다. 여기서 더 마셨다간 자칫 여러 배들과 부딪칠 수도 있었다.

    “난 됐응께. 니들끼리 묵어.”

    얼른 먹으라며 손짓을 한 신복동이 몸을 일으킨다.

    “난 담배 좀 피우고 온다잉.”

    배 후미로 걸어가는 신복동.

    그에 신예은과 우창배가 서로를 보며 눈을 빛낸다.

    등을 돌리고 있는지라 그걸 보지 못한 신복동이 배의 난간에 발을 올린 채 담배를 문다.

    찰칵! 치이익!

    “후우우.”

    ‘여보, 자네도 보고 있는감?’

    아내도 함께 왔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먼저 가 버린 아내가 야속하기만 하다.

    “어이구. 내가 요새 술을 먹긴 많이 먹었나 보네.”

    벌써 취해 고생만 시켰던 아내를 흉보고 있으니 말이다.

    고개를 저은 신복동은 흐린 하늘을 보며 아내와의 얼마 없는 추억을 곱씹어 본다.

    “내가 나중에 가믄 무릎 꿇고 빌라니까 조금만 참아줘.”

    나중에 시간이 흘러 저승으로 가면 아내의 손과 발이 되리.

    “자네가 새 남자와 결혼을 했어도 그럴라니까 쫌만 기다려 줘. 예은이가 결혼하고 손자를 낳는 것만 보고 갈 테니께, 부모로서의 도리만큼은 하고 갈 테니께 좀만 기둘려. 미언허이.”

    결국 눈시울이 붉어진 신복동이 혹여 딸이 볼까 고개를 돌리며 눈물을 훔친다.

    ‘크흠. 대출에 관한 이야기는 이따가 하는 게…….’

    “아빠.”

    “응? 아이고. 여긴 위험혀. 얼른 돌아가.”

    “미안해.”

    “뭐가 미안…….”

    “해 준 것 없는 딸을 위해 죽어 줘.”

    섬뜩!

    퍼억!

    ‘아?’

    허공에 붕 떠 버리는 몸.

    신복동이 멍하니 딸 신예은을 본다.

    ‘쟈는 누구지?’

    누굴까. 대체 누구기에 딸의 얼굴 가죽을 쓰고 저런 흉흉한 표정을 짓는 걸까.

    아니다. 딸이다.

    ‘그런 거구마잉…….’

    신복동은 차오르는 배신감과 안쓰러움에 눈을 감았다.

    푸웅덩!

    ‘차네.’

    올해 겨울 바다는 유독 차가운 것 같았다.

    * * *

    “아빠-!”

    신예은이 바다를 보며 크게 외친다.

    다급히 동동 구르는 발.

    하지만 그것도 잠시. 곧 발을 멈춘 신예은이 담배를 문다. 그러자 그녀의 코앞으로 내밀어지는 라이터.

    찰칵! 찰칵! 치이익!

    “죽겠지?”

    “괜찮아. 올라오면 이걸로 찍어 버리면 돼.”

    여긴 바다다. 가라앉아 버리면 썩어 부패하기 전까지 절대 떠오르지 않을 바다.

    어쩌면 부패해도 떠오르지 않을 바다.

    우창배가 장대를 들어 보여 주자 신예은의 입가가 비틀어진다.

    그에 우창배도 눈을 빛낸다.

    “그래서 얼마짜리라고?”

    “10억.”

    무려 10억이다. 아빠 신복동의 사망 보험금이.

    사망 보험금만 10억이고, 아파트에 편의점 건물까지 이것저것 다 합하면 최소 15억 이상은 될 거다.

    “크흐으! 좋네!”

    이젠 회장님과 회장 사모님 소리를 듣는 거다.

    신예은은 발을 동동 구르며 좋아하는 우창배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남자친구가 좋아하니 자신도 좋다.

    그녀는 다시 신복동이 가라앉은 바다를 보며 입술을 비틀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해, 아빠. 여태까지 날 버렸잖아?’

    낳는다고 다 부모일까.

    신예은은 신복동을 아빠 취급도 하기 싫었다. 그동안 아빠, 아빠 매달린 건 모두 연기일 뿐이었다.

    이젠 더 이상 하지 않아도 될 연기.

    “어? 잠깐, 오빠. 그런데 우리 어떻게 돌아간다고 했지?”

    “쯧. 내가 말했잖아. 지나는 배를 향해 손 흔들자고!”

    그래서 증언을 해 줄 목격자까지 만드는 거다.

    자신들이 어쩔 줄 몰라 했다는, 너무도 슬퍼했다는 증언을 해 줄 목격자를.

    “아, 마침 저기 배가 오네!”

    아까부터 저 멀리 큰 점처럼 떠 있던 배.

    “여기요! 여기요-! 뭐해. 울어!”

    “응! 여기요-! 여기이!”

    그들은 눈물, 콧물 쏟아 내며 사력을 다해 팔을 휘저었고, 요트 한 대가 금세 다가온다.

    부아아아앙!

    “여기요! 우리 아빠가…… 아빠가-! 어?”

    속도가 줄여지던 요트에서 커다란 그림자가 바닷속으로 뛰어든다. 그러자 요트 운전석에 서 있던 사내가 다급히 무전기를 든다.

    “빌어먹을! 최가 바다로 뛰어들었다! 다시 말한다! 최가 바다로 뛰어들었다!”

    무전을 끝낸 사내는 옆에 놔둔 산소통을 낚아채며 바닷속으로 뛰어들었고, 신예은과 우창배는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봤다.

    * * *

    “흠.”

    신예은과 함께 일했던 여성들의 증언에 따르면, 우창배도 신예은이 술집에서 일하는 걸 알고 있다고 했다.

    퇴근 시간에 데리러 온 것도 본 적이 있으니 확실하다고 했다.

    ‘여자친구에게는 잘한다라…….’

    사랑하는 여자가 그런 일을 한다고 하면 아무래도 싫을 수밖에 없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우창배는 신예은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음에도 연애를 이어 나간 것이다.

    그것이 신예은을 그다지 사랑하지 않기 때문인지, 아니면 반대로 너무 사랑하기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고민이 해결되지 않자 종혁은 한숨을 내쉬고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서장실 한구석에 만들어 놓은 흡연실로 향하려다 그냥 창문을 열었다.

    “아, 다 떨어졌네.”

    담배가 없다.

    혀를 찬 종혁은 간단히 외투만 챙겨 경찰서를 빠져나갔다.

    그런 그를 휘감는 겨울의 싸늘한 바람.

    신복동의 편의점이 가까워지자 종혁의 걸음이 그 본인도 모르게 늦어진다.

    “그나저나…… 이걸 말해야 될까, 말아야 될까.”

    신예은과 함께 일했던 여성들이 이야기해 준 신예은의 과거.

    불우하다면 불우하다고 할 수 있는 과거를.

    “그냥 말하지 말까?”

    굳이 말해서 번뇌를 심어 줄 필요가 있을까.

    “모르겠다.”

    이 부분은 조금 더 고민해 보기로 하며 편의점의 문을 열려던 종혁은 순간 당황했다.

    “오늘 장사 안 하시나?”

    편의점 불이 다 꺼져 있다.

    “잉? 서장님 아녀라.”

    “아이고, 안녕하세요.”

    “간식 사러 오셨소?”

    “담배 좀 사려고요. 그런데 신 사장님이 안 계시네요.”

    “잉? 복동이 없어라? 진짜 없는 것 같네. 야가 뭔 일일까잉. 흠. 설마…….”

    “왜 그러세요?”

    “아니…….”

    슬그머니 주변을 둘러본 장년인이 목소리를 낮춘다.

    “나도 자세히 들은 건 아닌디 복동이가 대출을 알아보는 것 같아서라.”

    은행에서 얼핏 스쳐 지나가며 그런 말을 들었다.

    “신 사장님이요? 왜요?”

    “나도 그거 물어보려고 왔지라.”

    분명 아파트와 편의점 건물을 담보로 잡으면 얼마까지 나오냐고 했었다.

    그 말에 종혁의 눈이 동그래진다.

    “아무래도 신안 생활 접고 도시로 나가려는 거 아니겠어라?”

    “그랬다면 대출이 아니라 복덕방에서 매매를 알아보셨겠죠.”

    “아, 맞아. 그러네.”

    ‘흠. 갑자기 대출을 알아본다라…….’

    왠지 이유를 알 것 같다.

    ‘그 피트니스 센터 때문이겠네.’

    자금줄이 메마른 우창배. 아무래도 우창배가 신예은을 충동질한 것 같다. 아니면 둘 다 합의해서 신복동을 흔들었거나.

    ‘저번 주에 신예은 씨가 내려온 게 그 이유 때문이었구만?’

    한숨이 절로 나온다.

    “잉? 둘 다 거기서 뭐한데요? 뭐 사려고? 형님, 지금 딸하고 딸 남자친구랑 낚시하러 갔는디?”

    ‘신예은 씨가 또 내려왔다고?’

    “아니, 이 날씨에요?”

    바람이 제법 분다. 어업을 위해서라면 모르되, 낚시를 하기엔 적합하지 않은 날씨다.

    “아까는 이렇게 안 심했응께 나갔지라. 아따, 그 형님 제대로 돌아올 수 있을지 모르겄네. 더 심해지기 전에 돌아와야 할 텐디.”

    “신 사장님이 배를 몰 줄도 아셨어요?”

    “아차. 이건 실수. 못 들은 척해 주쇼잉.”

    “심지어 무면허세요?”

    “끄응.”

    종혁이 어이없어하는 순간이었다.

    지이잉! 지이잉!

    “잠시만요. 응? 얘가 왜?”

    순철이다.

    “응. 왜? 무슨 일이야?”

    -형님. 이경애 씨 있잖습니까? 이분 정말 실족사 맞습네까?

    “응?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야? 네가 왜 이경애 씨에 대해 조사해?”

    -아니, 형님이 신경 쓰고 계신 걸 같길래 나름대로 조사를 해 봤는데…… 이상한 걸 하나 발견했습네다.

    “뭔데?”

    -이경애 씨가 사망한 당일, 신예은이 우창배가 오래전 작성한 게시글에 댓글을 하나 남겼는데…….

    우창배가 옛날에 작성했던 게시글에, 몇 년 전 게시글에 남긴 댓글.

    -‘10시’라는 내용이었습네다.

    쿵!

    “……이경애 씨가 신예은 씨와 함께 입산한 시간이 언제지?”

    -10시쯤입네다.

    “……하.”

    지금 머릿속에 떠오르는 게 억측일 수 있다. 그저 우연히 맞아떨어진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코끝이 고약한 냄새를 맡으며 예전에 지워 버린 최악의 가설을 다시금 상기시킨다.

    “우창배가 그 근처 있었는지 좀 확인해 줄래?”

    -알갔습네다.

    “알았어. 고마워.”

    종혁은 신복동에게 배를 빌려 준 장년인을 봤다.

    “신 사장님이 어디로 가셨는지 혹시 아십니까?”

    물론 그럴 리가 없을 테지만 그래도 찝찝하다.

    이 촉을 무시했다가는 큰 일이 생길 것 같다.

    “어, 어디 갔는지는 모르겄고, GPS는 켜져 있지라?”

    “그럼 그 GPS 번호 좀 알려 주십시오. 빨리!”

    종혁은 그렇게 바다로 향했다.

    그런데…….

    “저, 씨발!”

    바다로 고꾸라지는 신복동을 발견한 종혁의 눈이 뒤집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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