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740화>
“정말 고맙습니다, 서장님.”
“잠이 안 오더라도 주무세요. 식사도 하시고요. 돌아가신 사모님께서도 그걸 원하실 겁니다.”
“예, 예. 그럴게라.”
그럴 것 같지 않지만 종혁은 돌아서는 수밖에 없었다.
어느덧 새벽 2시다. 유가족들도 자야 했다. 조금이라도 눈을 붙여야 내일을 버틸 수 있었다.
“끝까지 함께하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그럼 전 이만 가 보겠습니다.”
“조심히 들어가셔라. 신안에서 뵐 게라.”
허리를 깊이 숙이는 신복동을 뒤로한 종혁은 차로 걸어가며 핸드폰을 들었다.
“늦은 시간에 죄송합니다. 한 가지 부탁드려도 괜찮을까요?”
휘이잉!
“흠…….”
싸늘한 바람이 불어오는 절벽 아래에 선 종혁이 위를 올려다보다 폴리스라인이 쳐진 사건 현장을 바라본다.
“돌이 많네.”
산 특유의 뾰족한 돌들이 많고, 그중 하나의 돌에 피가 말라붙어 있다.
추락을 한 후 저 돌에 머리를 부딪친 것이다.
침음을 흘리던 종혁은 몸을 돌려 절벽 위로 향했다.
‘25미터 정도인가.’
절벽 아래까지 거리는 어림잡아 25미터.
돌에 머리를 부딪치지 않았다 하더라도 즉사를 피하긴 어려웠을 높이.
머릿속으로 사건 당시의 모습을 그려보던 종혁은 미간을 찌푸렸다.
“실족사는 이게 문제란 말이지.”
이런 벼랑 끝에선 살짝 발을 헛딛기만 해도, 누가 가볍게 툭 밀기만 해도 추락을 피하기 어렵다.
찰나에 일이 벌어지고, 마땅한 단서조차 남지 않는다.
이 때문에 단순한 실족인지, 투신자살인지, 아니면 실족사처럼 꾸며진 타살인지 분간하기가 어려웠다.
“씨발. 나도 형사는 형사다.”
부모를 잃은 유가족을 용의자로 의심하고 있으니 말이다.
관할서에 연락해 알아본 결과, 산 초입에 설치된 CCTV에 사망자 이경애와 다정히 팔짱을 낀 채 걷는 신예은의 모습이 찍혀 있다고 했다.
또한 신복동의 증언에 따르면 이혼한 두 부모의 관계를 회복시켜 주기 위한 노력하던 착한 딸, 신예은.
그런 그녀가 자신의 어머니를 살해하는 참담한 일을 저질렀을 거라곤 생각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빚이 너무 많아.”
무려 2억이나 되는 빚.
심지어 신예은은 아르바이트로 근근이 생활하고 있는 탓에 그 빚의 대부분이 3금융권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전세 대출이니, 학자금 대출이니 해서 빚이란 게 흔해졌다고는 하지만, 신예은은 그 사용 용도조차 불분명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이상한 건 신예은의 통장으로 지속적으로 수십만 원씩 적지 않은 돈이 꾸준히 입금되었다는 점이다.
“일단 예의주시는 해야겠어.”
아니라고 믿고 싶지만, 어떠한 가능성도 배제해서는 안 되는 게 경찰이었다.
자신이 경찰이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고, 아니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기엔 그동안 보아 온 인간군상들이 너무 많다.
종혁은 혀를 차며 산을 내려갔다.
* * *
‘이런 곳에서 살았구마잉.’
11평 크기의 노후된 투룸.
딸이 챙겨 갈 박스 몇 개만 덩그러니 쌓인 허전한 공간. 온기 하나 없이 싸늘한 공간을 보니 다시 눈물이 흐르려 한다.
신복동은 애써 울음을 참으며 딸 신예은을 봤다.
“괜찮겄어?”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초췌한 인상의 딸.
이 넓고 기댈 곳 없는 서울에서 혼자 있을 수 있을까.
차라리 신안으로 내려오는 게 낫지 않을까.
신복동은 그런 바람을 품으며 물어본다.
“……괜찮아야지. 여기 남자친구도 있고.”
신예은이 남자친구 바라보자, 그는 신예은의 손을 꼭 잡아 주며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을 본 신복동은 괜스레 울적해졌다.
이제 내 품 안의 딸이 아니구나.
원래도 아니었지만, 이젠 정말 아니구나.
서글퍼진다.
“아빠는 이제 내려가려고?”
“가야제.”
내려가 다시 편의점을 열어야 한다.
벌써 열흘째 자신이 없어 불편했을 사람들.
마음 같아선 편의점을 정리하고 그냥 쉬고 싶지만, 그래도 어쩌겠는가. 살 사람은 살아야 했다.
“그래도 네 엄마가 준비는 단단히 했다잉.”
신예은의 앞으로 남긴 재산만 총 6억이다.
빌라 전세 1억 원과 사망 보험금 5억 원.
참 대단한 사람이었다.
“……배웅해 줄게. 나 좀 쉴래.”
“그려.”
앞으로 딸을 볼 일이 얼마나 있을까. 이렇게 돌아서면 아마 딸의 결혼식 때나 보게 될 것이다.
이제 와서 아비 노릇을 하기엔 서로에 대해 잘 알지 못했고, 떨어져 있던 시간도 너무 길었다.
서로 알아 가자고 말하기엔 너무 염치가 없었다.
“나오지 말어. 간다. 뭔 일 있으믄 연락하고.”
“응. 조심히 가. 도착하면 연락하고.”
엉덩이를 털고 일어난 신복동은 따라나서려는 딸을 말리며 빌라를 나섰고, 신예은은 닫히는 문을 가만히 응시하다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이 지긋지긋한 빚도 끝이네!”
진절머리가 나던 카드사의 빚 독촉.
이젠 안녕이다.
그리고 쇼핑이다.
양손을 펼쳐 빤히 바라보던 신예은은 입술을 비틀며 핸드백을 챙겼다.
“오빠, 내가 뭐 사 줄까?”
“확! 야, 죽을래? 남자가 가오가 있지.”
“그래도 오빠도 이제 곧 사장님 소리 듣는데, 사장님 손목에 롤렉스 하나 없는 게 말이 돼?”
방금 전 초췌한 모습은 어디 갔냐는 듯 눈을 반짝반짝 빛내는 신예은.
남자친구도 혹하는 표정을 짓는다.
둘은 팔짱을 끼며 빌라를 나섰다.
다신 돌아올 일이 없는 빌라를.
챙겨 갈 거라고 따로 이경애가 쓰던 물품들을 쌓아 뒀던 박스들이 다시 돌아오지 않을 주인을 배웅했다.
* * *
“종혁아!”
종혁이 손을 붕붕 흔들며 다가오는 친구 박수호를 발견하곤 미간을 찌푸린다.
정장을 입은 모양새에서 제법 사회인 티가 나는 친구 수호.
관록. 그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게 문제가 아니다.
그 옆에는 친구 소영이 수호의 손을 꼭 잡고 있다는 게 문제다.
“어이, 바퀴벌레들. 그 손은 좀 풀지?”
“왜? 부럽냐? 부러우면 너도 얼른 여자친구 만들어.”
“……때릴까?”
스윽!
“얼씨구?”
종혁은 수호를 슬그머니 등 뒤로 감추는 소영의 모습에 어이없다는 듯 웃는다.
“때리기만 해. 너 진짜 가만 안 둬.”
“절씨구? 와, 이거 여자친구 없는 사람 부러워서 살겠나.”
종혁이 가슴을 치자 배시시 웃던 김소영이 순간 의아해한다.
“응? 너 여자친구 있지 않아? 어머님이 그러던데?”
움찔!
입을 다무는 종혁의 모습에 수호가 입을 떡 벌린다.
“뭐어?! 너 여자친구 있었어?! 언제? 어떻게 만났는데? 뭐야, 그런데도 여자친구가 없다고 뻥친 거라고?! 맞을까!”
“아니, 이 자리에 없다는 거지. 크흠. 들어가자. 춥다.”
딸랑!
“적셔!”
“적당히 마셔, 인마. 내일 출근이야!”
일요일임에도 술을 마시는 사람들로 가득한 술집 안으로 들어온 종혁은 눈을 초롱초롱 빛내는 둘을 무시하며 입을 열었다.
“그래서 무슨 일이야?”
갑자기 연락을 해 밥을 사겠으니 만나자고 한 수호와 소영.
종혁의 눈이 가늘어진다.
“설마 그거냐? 아니지?”
“……흐흐.”
갑자기 음흉하게 웃는 수호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이는 소영.
종혁은 품을 뒤진 수호가 내미는 하얀색 초대장, 청첩장에 잠시 멍해진다.
“우리 결혼한다.”
“……와, 씨. 와.”
하긴 이제 수호와 소영의 나이도 서른이다.
이제 각자의 직장에서 자리를 잡은 둘.
어차피 헤어질 사이가 아니라면 구태여 결혼을 뒤로 미룰 이유도 없긴 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서로 볼 꼴, 못 볼 꼴 다 보며 아옹다옹하던 사이라 연애 기간이 짧을 거라곤 생각했는데…….”
서로 함께했던 추억들이 종혁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회귀 후 처음으로 사귄 친구, 소영.
일진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던 수호.
이들이 어느새 이렇게 자라 서로 백년가약을 맺으려고 한다.
종혁의 눈시울이 붉어지자 순간 당황했던 둘도 눈물이 섞인 미소를 짓는다.
“축하한다. 정말 축하해.”
“……고마워.”
진심이 가득 담긴 말에 둘이 부끄럽다는 듯 웃는다.
“이모! 여기 소주 열 병이요! 이 잡것들이 곧 결혼하거든요?! 죽여 버려야 되니까 빨리요!”
“휘이익! 축하드립니다!”
“오오오! 축하드려요!”
종혁의 외침에 순간 조용해졌다가 축하 인사로 떠들썩해지는 술집.
얼굴이 벌게진 수호와 소영이 다급히 종혁을 말린다.
“야, 야!”
“어이, 친구 마누라 씨. 결혼식 날 네 남편 발바닥 작살나는 거 울면서 볼래, 아님 오늘 술에 죽는 걸로 퉁 칠래?”
“너어! 진짜 이럴 거야?”
“어어? 맥주까지 시켜 달라고?”
“야, 최종혁-!”
“오케이. 이모! 맥주도 한 짝 추가-!”
“아, 알았어! 알았다고!”
“안 돼. 돌아가. 이미 시켰어.”
양 주먹을 불끈 쥔 소영은 몸을 부들부들 떨었지만 참을 수밖에 없었다. 종혁이 때리면 정말 수호의 발바닥이 박살 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씨이.”
“허. 그런데 이렇게 축하 소식을 전하려는데, 이런 술집에서 만나자고 해? 이것들이 개념을 물 말아 드셨나.”
“네가 여기서 보자고 했잖아!”
처음 약속 장소를 종혁이 잡는다기에 청담동 등 강남일까 해서 단단히 각오를 하고 왔던 그들.
그런데 막상 와 보니 일반 고깃집이었다.
게다가 오늘밖에 시간이 안 된다고 해서 월요일 연차까지 쓰고 나온 둘로서는 억울할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참 많은 것을 해 주고, 또 함께 이겨 내며 든든한 버팀목 같은 친구였던 종혁.
자신들도 이런 술집에서 결혼 소식을 알리고 싶진 않았다.
“어떡할래, 종혁아. 지금이라도 다른 곳으로 갈까?”
“됐어, 인마. 이걸로도 충분해.”
수호의 말에 종혁이 고개를 젓는다.
“그래도…….”
“수호야, 이런 고깃집에서도 백만 원은 충분히 나와. 카드 한도는 넉넉하지?”
“……살려 줘.”
피식 웃은 종혁이 눈을 빛낸다.
“그래서 신혼집은 어떻게 하기로 했는데? 전세? 매매?”
“일단 수호 직장 근처의 아파트 알아보고 있어. 전세로.”
수호나 소영 자신이나 주택에선 너무 오래 살아 봤기에 아파트에서 한번 살아 보고 싶었다.
“흠. 그래?”
종혁이 핸드폰을 든다.
“예, 부장님. 지금 한강뷰 아파트나 빌라 중에 나가지 않은 거 있습니까? 아, 곧 전세 기간이 만료되는 게 몇 채 있어요?”
“야! 야!”
“예. 다시 연락드릴 테니까 그것들 연장하지 말고, 내버려 두세요. 예, 그리고 부동산도 집중적으로 매입해 두시고요.”
전화를 끊은 종혁은 얼굴을 붉히는 둘을 향해 입을 열었다.
“깔끔하게 이걸로 결혼 선물 끝. 오케이?”
“아니, 야!”
“수호야, 소영아. 지금이 아파트가 가장 쌀 때야.”
박명후 대통령이 부동산 정책을 펼치면서 부동산 가격이 다운되기 시작했다. 아파트를 사려면 지금 사야 했다.
“나중에 두 배, 세 배 올라가는 전세금 못 맞춰서 쫓겨날래? 그래서 새로운 전셋집 찾아서 이리저리 옮겨 다닐래? 태어날 조카랑 같이?”
“세, 세 배? 집값이 그렇게나 오른다고?”
“애들아. 나야.”
그 말에 소영과 수호의 입이 다물어진다.
맞다. 자신들의 친구는 금융 전문가였다. 그것도 어릴 적부터 너무 비범했던.
“저 미국도 부동산 때문에 파산을 할 뻔했어. 그런데 대한민국이라고 그러지 않을 거라는 보장이 있을 것 같아?”
실제로 그리 멀지 않은 미래,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폭등한 부동산 가격 때문에 울고 웃는다.
“……고마워.”
고맙다. 이렇게 마음을 써 줘서 정말 고맙다.
“하지만 그 값은 다 치를게. 대신 30년 무이자!”
“맞아! 한강뷰는 너무 비싸! 이것도 안 받는다곤 하지 마! 진짜 화낼 거야!”
아무리 종혁이 부자라지만 너무 비싼 선물이었다.
“……오케이! 대신 방금 이 형님의 마음도 모르고 소리 질렀으니까 이걸로 조카들 초등학교 입학 선물까지 퉁 치는 거다.”
“조카들?”
“최소 네 명은 낳아서 애국해야지, 친구들아.”
“……넌 정말 아저씨 같아.”
“이모-! 여기 술잔이 작네! 냉면 그릇으로 주세요-!”
“아냐! 아냐! 아저씨 아냐!”
늦었다.
* * *
“2차 가야지! 2차!”
종혁은 비틀거리며 목소리를 높이는 수호를 보며 흐뭇이 웃었다.
“야, 네 남편 챙겨라. 이러다 죽겠다.”
“벌써 가려고?”
“둘이 오붓한 시간 보내세요.”
“그래도…….”
종혁은 소영의 어깨를 두드렸다.
“다시 한번 결혼 축하한다.”
“……고마워.”
“배불러서 식장에 들어가는 참사는 없길 바란다. 이상!”
“야, 이씨! 너……!”
씩 웃으며 돌아선 종혁은 어깨 위로 손을 흔들며 멀어졌고, 소영은 그런 종혁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 잘살자.”
흠칫!
자신의 손을 잡는 수호의 손. 언제 취했냐는 듯 또렷하고도 진지하게 빛나는 모습에 소영이 수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다.
“응…… 잘살자.”
둘은 종혁이 더 이상 보이지 않을 때까지 그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한편 근처의 아파트 단지 안으로 들어온 종혁이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다.
“흐음. 그렇습니까?”
‘결국 그렇게 됐나.’
혐의 없음.
신복동의 아내, 이경애는 결국 본인의 부주의로 인한 실족사로 판명이 났다. 이로 인해 신예은은 혐의 없음, 무죄가 됐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하하. 예, 그럼 수고하십시오.”
통화를 종료한 종혁은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이긴 한데…….”
아무래도 자신이 생각한 게 괜한 추측이었던 것 같다.
가슴을 쓸어내린 종혁이 한 아파트 입구로 들어가려던 순간이었다.
“죽어-!”
갑자기 등 뒤에서 그를 향해 달려드는 누군가.
달빛에 시리게 반사되는 칼날이 종혁의 등을 향해 날아든다.
콰악!
“큭?!”
어느새 몸을 돌려 칼을 쥔 손목을 낚아챈 종혁이 당황하는 사내를 보며 이를 드러낸다.
비니 모자에 검은색 점퍼를 입은 삼십대 사내.
“이 개새끼.”
2010년 12월,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묻지 마 살인’ 사건의 범인.
담배 따위를 사러 잠시 나갈 때 빼고는 항상 집에서 게임만 하는 게임중독자 장동영.
그는 평소 싫어하는 캐릭터에게 반복해서 패배하자 결국 분노가 폭발, 맨 처음 만나는 상대를 죽이겠다며 칼을 들고 이 아파트에 들어온다.
그리고 친구와 술을 마시고 홀로 귀가하던 26살의 청년을 찔러 무참히 살해한다.
이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집에 들어가 다시 평소처럼 게임을 한 장동영.
이놈 때문이다. 굳이 오늘, 그리고 이 잠실로 약속을 잡은 이유가.
“놔! 놔, 이 새……!”
뿌드득!
“……끄아아아아악!”
종혁은 꺾여 버린 팔꿈치를 쥐며 무너지는 장동영을 향해 발을 들어 올렸다.
“초범에 살인 미수. 심신 미약을 주장할 거고.”
길어야 10년 안팎.
이제 삼십대인 장동영은 쉰이 되기도 전에 다시 사회로 나온다는 거다.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멀쩡한 모습으로.
그렇게 둘 순 없었다.
종혁은 팔꿈치를 움켜쥔 채 바둥거리는 장동영의 무릎에 들어 올렸던 발을 가져갔다.
그리고.
콰직!
* * *
삐용삐용!
“조서는 내일 쓰러 가겠습니다. 오늘 놀라셨을 텐데, 마무리까지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아, 아닙니다! 충성!”
신고를 받고 달려왔다가 끔찍한 비명을 내지르며 바닥을 나뒹굴고 있는 장동영을 보곤 깜짝 놀랐던 경찰들.
인대가 완전히 파열된 탓에 아마 평생 절뚝이는 신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보였다.
이에 아무리 그래도 과잉 방위가 아닌가 싶었던 경찰들은 종혁에게 다가갔다가, 그의 정체를 듣곤 허둥지둥하다가 서둘러 물러갔다.
“여기에 집을 사 놓기를 잘했지.”
아니었다면 신안경찰서장인 자신이 이곳에 있는 이유를 만드는 데 꽤 애로 사항이 생길 뻔했다.
‘다행이네.’
다행이다. 애꿎은 피해자가 생기지 않아서.
그와 비교하면 과잉 진압으로 인한 혹시 모를 징계는 아주 싼값이었다.
피식 웃은 종혁이 몸을 돌리는 순간이었다.
지이잉! 지이잉!
“예, 사장님. 어쩐 일이세요?”
신복동 사장이다.
-서장님, 혹시 오늘 저녁에 술 사러 오셔라?
“아뇨. 오늘은 밖이라서요. 무슨 일이세요?”
-아이고, 다행이네. 서울서 딸이 내려와 오늘은 일찍 닫으려고 해서 말이여라.
움찔!
“따님이요?”
‘갑자기?’
핸드폰을 보는 종혁의 눈이 가늘게 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