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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738화 (738/837)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738화>

“삼촌!”

마스크와 모자를 쓴 윤아가 빠르게 다가와 종혁에게 안긴다.

“어이쿠!”

“앗! 안녕하세요, 이모!”

“그래, 윤아도 안녕? 오늘 쇼핑하러 온 거야?”

“네! 이모는요? 삼촌이랑 데이트 나오신 거예요?!”

종갓집의 할머님의 장례식을 치를 때 친해지게 된 둘.

“야, 왜 우리 엄마가 이모냐? 내가 삼촌인데?”

“에이. 그런 건 무시해.”

잠시 주먹을 쥐었던 종혁은 이내 혀를 차며 윤아 옆에 있는 여성을 봤다.

“리나도 잘 있었지? 밥은 잘 먹고 다니고? 괴롭히는 사람은 없고?”

“네, 오빠…….”

수줍게 고개를 끄덕이는 리나.

“아! 엄마, 인사해. 이쪽은 윤아랑 같은 멤버인 리나. 리나야, 이쪽은 우리 어머니.”

“아, 안녕하세요, 어머님! 김리나라고 합니다!”

‘어머님?’

고정숙의 눈이 살짝 흔들리며 리나의 위아래를 빠르게 스캔한다. 그러곤 이내 푸근하게 웃는다.

“어휴. 이렇게 예쁜 아가씨가 어떻게 이놈을 아는지 모르겠네. 반가워요. 이 덩치만 큰 놈의 엄마인 고정숙이라고 해요.”

“뭐해? 왜 갑자기 내숭을…….”

짝!

“……?!”

입을 떡 벌린 종혁은 얻어맞은 등짝을 긁으려 손을 가져갔다.

“아오, 씨! 안 닿아!”

종혁은 원망을 담아 고정숙을 노려봤지만, 그녀는 가볍게 무시하며 갑작스러운 폭력에 놀란 윤아와 리나의 쇼핑백을 봤다.

“별로 안 샀네? 오늘은 가볍게 둘러보러 온 거야?”

“아뇨. 원래는 이번에 기다리던 신상이 나온다고 해서 왔는데 완판됐다고 해서 그냥 둘러보고 있는 중이었어요.”

그러다 배가 고파서 밥을 먹기 위해 푸드코트로 내려 온 거다.

“음. 그런 거라면…….”

“네?”

“아니야. 그보다 대한민국 대표 연예인들이 이렇게 돌아다녀도 되는 거야?”

“에이. 아직도 못 알아보는 분들이 많으세요.”

거기다 이렇게 모자와 마스크를 쓰면 더 몰라본다.

“신기하네. 아무리 마스크를 썼다고 해도 이런 미녀들을 몰라본단 말이야?”

“에헤헤. 아, 그런데 이모는요? 정말 삼촌이랑 데이트하러 오신 거예요?”

“그렇지. 이 못난 놈이 4개월 만에 집에 와서 짐꾼으로 쓸 겸 데리고 왔지. 그런데…… 어휴.”

종혁을 힐끔 보며 한숨을 내쉬는 그녀의 모습에 윤아와 리나는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차리곤 종혁을 째려본다.

“하긴. 남자가 다 그렇죠, 뭐.”

“야, 너 지금 그거 무슨 말이야?”

“왜? 4개월 만에 집에 와 놓고 얼른 가자고 칭얼거렸을 거잖아. 아니야?”

“……칭얼거리진 않았다.”

“그랬다네.”

종혁을 가리키는 고정숙의 손가락에 윤아의 눈에 작은 경멸이 서린다.

“어휴. 못났다. 진짜 남자들은 왜 이러는지 몰라.”

리나도 말은 안 했을 뿐, 얼굴에 작은 실망이 담긴다.

억울했지만 해 놓은 말이 있는 종혁으로선 유구무언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이렇게밖에 못 사신 거예요?”

“그렇지. 윤아야, 혹시 시간 되면 이모랑 쇼핑 좀 같이해 줄 수 있니?”

“어? 괜찮으시겠어요?”

“저놈이랑 계속 쇼핑하다간 내 복장이 먼저 터질 것 같아서 그래. 리나 양도 괜찮을까요?”

“네? 네, 네!”

“리나야, 이 아줌마 지금 무슨 꿍꿍이 있다. 부담스러우면 관둬도 돼.”

짜악!

“으따따따따!”

날뛰는 종혁을 무시한 고정숙은 리나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부담스러우면 괜찮아요. 저 그렇게 몰상식한 사람 아니에요.”

“아, 아뇨! 저도 같이하고 싶어요!”

종혁에게 갚아야 할 빚이 많다. 이렇게라도 작게나마 갚을 수 있다면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

‘거기다…….’

종혁을 힐끔 본 리나는 볼을 살짝 붉혔고, 그걸 놓치지 않은 고정숙의 눈이 가늘어진다.

‘호오.’

고정숙은 속내를 감추며 리나의 손을 꼭 잡았다.

“고마워요. 그럼 잠시만 기다려 줄래요?”

“네!”

고개를 끄덕인 고정숙이 핸드폰을 든다.

“나예요. 혹시 이번에 나온 신상들 좀 구경할 수 있을까요? 네. 곧 올라갈게요.”

“어딜 올라간다는 거예요, 이모?”

“그건 이따가 보면 알아. 그보다 식사는 했니?”

“아뇨! 이제 먹으려고요!”

“잘됐다. 안 그래도 이놈 때문에 많이 시켜서 음식이 남아돌거든. 먹던 거라도 괜찮으면 합석할래? 아직 입에 안 댄 것들도 많거든.”

“그럼 감사하죠! 언니, 언니도 괜찮지?”

“응. 나도 괜찮지.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어휴. 실례는 무슨. 얼른 앉아요. 아들, 뭐해? 숟가락, 젓가락 안 가져오고.”

“예, 예.”

종혁은 신이 난 어머니의 모습에 한숨을 내쉬며 몸을 돌렸다.

“와.”

“어머.”

간단히 식사를 마치고 백화점 최상층으로 올라온 윤아와 리나가 눈을 동그랗게 뜬다.

방금 전까지 사람들로 떠들썩했는데, 이곳은 조용하기 그지없다.

또각또각!

“오늘도 저희 백화점을 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여사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사장님.”

“오랜만이에요, 부장님. 윤아야, 리나야. 여기선 마스크 벗어도 돼.”

정말이냐는 듯 눈으로 묻는 그들의 모습에 종혁은 고개를 끄덕여 줬고, 둘은 이내 마스크를 벗었다.

그에 종혁과 고정숙을 마중 나온 부장의 눈이 살짝 흔들린다.

“귀한 분들께서 저희 백화점을 찾아 주셨군요. 반갑습니다.”

“아, 네. 안녕하세요…….”

“준비됐죠?”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그들은 이내 곧 제법 큰 공간으로 안내됐다.

소파와 테이블, 그리고 옷들이 걸린 행거만 있는 커다란 공간.

“어? 저, 저건?!”

어느 드레스를 발견한 윤아와 리나의 눈이 동그래진다.

그녀들이 사려고 왔지만, 품절이 돼서 살 수 없었던 신상 옷. 그뿐만이 아니다. 올해 하이패션 브랜드의 신상들이 모두 걸려 있다. 핸드백, 구두 모든 게 말이다.

그중엔 지금은 구할 수도 없는 한정판도 있었다.

종혁은 놀라 얼어 버린 둘의 모습에 피식 웃으며 고정숙을 봤다.

“쇼핑하고 있어요. 난 잠깐 담배 좀 피우고 올게요.”

“쯧. 알았어. 얼른 갔다 와.”

“예이, 예이.”

종혁은 쇼핑룸을 빠져나갔고, 고정숙은 윤아와 리나를 보며 눈을 빛냈다.

“이거 사러 왔다고 했지?”

“와악!”

“꺄아!”

환호성을 터트리며 다가오는 둘을 보며 고정숙은 미소를 지었다.

* * *

VVVIP만을 위한 공간을 빠져나온 종혁이 아예 백화점 건물을 나선다.

찰칵! 치이익!

“이 아줌마가 김칫국을 거하게 드시네.”

시종일관 리나를 살폈던 어머니 고정숙.

윤아와 리나도 사고 싶었던 걸 살 수 있는 기회이기에 묵인을 했을 뿐, 그런 게 아니었다면 그들의 동행을 허락하지 않았을 거다.

“쩝. 곧 소개를 해 주든 해야지, 원.”

홍시연을 떠올린 종혁은 핸드폰을 들었다.

“네, 시연 씨. 혹시 이번 주에 시간 돼요? 아, 오늘 서울에 올라왔거든요.”

온 건 어제지만, 선의의 거짓말을 해 보는 종혁.

그런 그의 입가에 미소가 피어나는 순간이었다.

“어?”

고개를 돌린 종혁도 눈을 동그랗게 뜬다.

“오메, 오메! 맞구만! 서장님 맞지라?!”

“잠시만요? 아니, 사장님이 여긴 어쩐 일이세요?”

신안경찰서 인근에서 편의점을 하는 장년인, 편의점 사장도 얼떨떨해한다.

“나야 여기 우리 딸내미를 만나러 왔지라. 인사들 혀. 이쪽은 우리 신안경찰서의 서장님. 서장님? 이쪽이 제 딸이고, 이쪽이 제 아내여라.”

“저녁에 배와 술이 고플 때마다 아버님께 신세 많이 지고 있습니다. 신안경찰서장 최종혁이라고 합니다.”

“아, 네. 안녕하세요. 이경애라고 해요.”

“아, 안녕하세요.”

“가족들과 서울 나들이 오셨나 보네요.”

“흐흐. 그라지라. 어떻게 같이 가실라요?”

“아이고, 됐습니다. 가족분들과의 데이트를 방해했다가 뭔 날벼락을 맞으라고요. 나중에 신안에서 뵙겠습니다.”

“아따, 이렇게 헤어지믄 뭐시기 헌디……. 알았어라. 그럼 신안에서 뵐게라.”

“예. 좋은 추억 쌓으세요.”

히죽 웃은 편의점 사장은 돌아섰고, 종혁은 발을 절뚝이며 멀어지는 그를 보며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그런데 혼자 사시는 거 아니셨나?”

아르바이트도 쓰지 않은 채 아침 7시부터 새벽 1시까지 혼자 편의점을 운영하는 편의점 사장, 신복동.

젊었을 때 공사장에서 크게 다치는 바람에 다리에 장애가 생겼다던 그.

어쩔 땐 사흘 동안 같은 옷을 입기도 했기에 영락없이 그런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보다.

‘흠. 그런데 데면데면한 것 같기도 하고.’

서로가 떨어져서 걷고, 신복동도 아내와 딸을 어색하고 어려워하는 듯하다.

“……뭐, 저런 관계도 있는 법이니까.”

어깨를 으쓱인 종혁은 아차 하며 얼른 핸드폰을 들었다.

“아, 미안해요. 갑자기 아는 사람을 만나는 바람에…….”

종혁의 입가에 다시 미소가 번졌다.

홍시연과의 전화를 마치고 만족스런 미소를 지으며 다시 쇼핑룸으로 돌아온 종혁은 안에 펼쳐진 풍경에 흐뭇이 웃으며 돌아섰다.

“스탑.”

“……살려 줘.”

“컴 온.”

“하…….”

행거에 가득 걸린 남자 옷과 시계, 구두들.

왠지 오늘 하루가 길 것 같은 느낌에 종혁은 한숨을 푹 쉬며 어머니에게 다가갔고, 윤아와 리나는 그런 그를 보며 눈을 초롱초롱 빛냈다.

그렇게 인형 놀이가 시작됐다.

* * *

“갈게.”

“챙길 건 다 챙겼지?”

“그럼.”

캐리어를 들어 올렸지만 차마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

그런 아들의 마음을 안다는 듯 고정숙이 그의 엉덩이를 토닥인다.

“다녀와.”

“……알았어요. 그러면 겨울에 봐요.”

“올라올 수 있으면 올라오고.”

“사건 없으면.”

“어휴. 대한민국 사건은 네가 다 해결하니?”

“몰라. 그 작은 동네에 뭔 사건이 그렇게 많은지 모르겠어. 아무튼 갈게요.”

종혁은 고정숙을 꼭 끌어안았고, 그녀도 종혁을 힘주어 끌어안는다.

“서로 상의 되면 그 아가씨도 데려와.”

움찔!

“알고 있었어?”

“통화하는 목소리에서 그렇게 꿀이 뚝뚝 떨어지는데 모르겠니?”

어디 그뿐인가.

며칠 전에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쫙 빼입고 나갔다. 자주 가는 숍의 원장이 말하길, 숍에 와서 머리도 만졌다고 한다.

이런데도 모른다면 엄마 자격을 관둬야 했다.

“그런데도…….”

“왜? 뭐?”

“……알았어요. 이야기해 볼게.”

고개를 저으며 집을 나선 종혁은 한숨을 내쉬었다.

“다음엔 희야랑 이야기 좀 해 봐야겠네.”

휴가 기간인 일주일 동안 제대로 마주치지 못한 순희.

물론 친구, 지인들과의 술 약속 때문에 저녁 늦게 들어온 이유도 있지만, 예전처럼 달려와 안기지 않는 게 꽤 서글펐다.

순희가 짜증을 부리거나 하진 않았지만, 어머니 고정숙의 말처럼 약간의 내외를 하는 게 정말 사춘기가 온 것 같았다.

“아, 차장님. 제 친구들이 말하길 북한에서 서해 쪽으로 무력 도발을 하려는 것 같다고 합니다.”

지금까지도 명확한 이유를 밝혀내지 못한, 아마도 후계 승계를 위한 힘자랑일 것으로 추측되는 무력 도발.

-뭣?!

‘이번에도 막아야지.’

종혁은 눈빛을 가라앉히며 신안으로 향했다.

* * *

“푸후.”

신안경찰서 옆 그의 숙소.

현관문을 열고 들어간 종혁이 집 안을 둘러보며 미간을 찌푸린다.

“고작 일주일이었는데 말이야…….”

그런데 왜 이렇게 휑한 느낌일까.

밤이라서 그런지 더 허전한 느낌에 종혁은 캐리어를 그냥 아무렇게나 던져 놓고 몸을 돌린다.

딸랑!

“어이구! 이제 오셨어라?”

카운터에 앉아 핸드폰을 보며 미소를 짓고 있던 신복동이 벌떡 일어나 반긴다.

“어뜨케, 휴가는 잘 보내셨고?”

“하하. 예. 걱정해 주신 덕분에 잘 쉬다 왔습니다. 사장님도 가족분들과 서울 나들이는 잘하셨어요? 어디어디 가셨어요?”

“뭐 그냥저냥 여기저기 돌아다녔지라.”

그렇게 말했지만, 자랑하고 싶다는 듯 그의 입술이 꿈틀거린다.

“경복궁은 가보셨어요?”

“그 옆에 인사동이라는 곳도 있데요잉.”

고미술품을 판다기에 약간 기대를 했는데, 꽤 깔끔해서 당황했었다.

“오. 인사동을 가 보셨으면 북촌도 가 보셨겠네요?”

“뭐, 먹을 건 좀 있더라고요. 그런디 맛이 영……. 차라리 명동이 낫더라고요.”

“아이고, 많이 돌아다니셨네.”

“뭘. 사람만 많아서 복잡하기만 했지라.”

흐뭇이 웃은 종혁이 맥주와 안줏거리를 한 바구니 가득 빼 온다.

“아이고, 낼 출근 안 한다요.”

“이 정도는 입가심이죠. 어떻게 같이 한잔하실래요?”

“아따, 장사해야 하는디…….”

그렇게 말하면서도 슬그머니 편의점 조끼를 벗으며 카운터를 나서는 그.

밖에 테이블에 앉아 맥주캔을 딸 때였다.

“뭐여. 장사 안 혀?”

한 장년인이 슬리퍼를 찍찍 끌며 다가오다 놀라고, 신복동은 손을 젓는다.

“대충 집어 가. 난 여그 서장님과 한잔할 텡께.”

“서장님? 오메! 진짜 서장님이네!”

“술 사러 오셨으면 합석하시는 건 어떠세요?”

“아따, 그냥 담배 사러 왔는디……. 복동아, 가서 쏘주 좀 갖고 와 봐라잉.”

“염병. 니는 손이 없냐, 발이 없냐.”

“냉동도 좀 돌려 오고. 컵라면도 가져와 봐.”

“소주는 두 병이면 되제?”

종혁은 콩트 같은 둘의 모습에 키득키득 웃다가 새로 합류한 장년인을 향해 조심스럽게 입을 연다.

“그런데 신 사장님께서 결혼하셨던 거예요?”

“복동이 말이어라? 아아, 이혼했어라.”

“예?”

“저놈 다리가 저 모양 저 꼴이 된 이후로 먹고살기가 더 팍팍해졌다 안 하요.”

그래도 어쩌겠는가. 건사해야 할 식구가 둘이나 있는데.

“지 자식 새끼랑 마누라 먹여 살리겠다고 눈뜨자마자 일을 시작해서 눈 감을 때까지 일을 했지라.”

그런데 그게 잘못됐던 것 같다.

매일 새벽에 나가 저녁 늦게 들어오던 신복동.

몸이 고되 언제나 술에 취해 들어왔던 그.

아내는 그런 신복동을 견디지 못했고, 결국 갈라서게 됐다.

본디 서울에서 살았던 신복동은 그 충격에 재산을 모두 정리해 고향인 신안으로 내려와 편의점을 차리게 됐다.

“그렇게 한 10년 정도 됐지라.”

“아이구, 저런…….”

‘끄응. 그것도 모르고…….’

괜히 미안해진다.

딸랑!

고개를 돌린 종혁과 장년인이 편의점을 걸어 나오는 신복동의 모습에 눈을 동그랗게 뜬다. 왜인지 넋이 나간 듯 멍한 얼굴.

“뭐여, 왜 그려?”

“주, 죽었단다…….”

“뭔 소리여! 누가!”

“마누라가…… 죽었디야…….”

쿵!

종혁과 장년인은 입을 떡 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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