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736화 (736/837)
  •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736화>

    “수고하셨습니다!”

    “햐. 해가 짧아진다고 일찍 퇴근하라니. 진짜 이런 직장 없네요.”

    “세차 파트 직원들 퇴직하면서 생각이 많아지신 것 같더라.”

    사장실에 서서 퇴근하는 직원들을 응시하던 이재현이 얼굴을 쓸어내린다. 손끝이 짓누르듯 피부를 긁는다.

    “하아아.”

    견디기 힘들었다.

    괴물들과 마주칠 때마다 반사적으로 손이 나갈 뻔한 충동을.

    골통을 부숴 버리고 싶었던 충동을.

    하지만 오늘로 끝이다.

    그는 사무실 건물 내에서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자 그제야 퇴근을 준비한다.

    “응, 여보. 나 오늘 좀 늦을 거야. 응, 그래.”

    본인의 차량을 몰고 집으로 향하는 그.

    “어머. 오늘도 꽃을 사 가시네요.”

    “오늘 기념일이라서요. 조촐하게 파티를 좀 하려고요.”

    “무슨 매일이 기념일이래. 정말 부럽다, 부러워.”

    “하하하.”

    꽃집에 들러 꽃을 사고, 빵집에서 케이크를 사고, 마트에 들러 와인을 산 그가 아파트 주차장에 차를 세운다.

    그러곤 조심히 아파트를 빠져나간다.

    CCTV를 피해 아파트 담벼락으로 향하여 자동차키를 꺼내 든 그.

    삐빅!

    담벼락을 따라 줄줄이 주차된 차량들 중 한 대가 불빛을 깜빡이고, 그 차에 오른 이재현이 다시 재현 정비&세차로 향한다.

    스르륵!

    도로로 차량이 지나는 소리를 제외하면 고요한 재현 정비&세차.

    이재현이 정비 파트 한구석에 주차된 차량에 씌워진 커버를 벗긴다.

    그러자 검은색의 벤츠가 드러난다.

    본래 흰색이었던 벤츠. 번호판도 다른 것이었다.

    트렁크를 연 그가 비닐로 뒤덮인 트렁크와 한구석에 놓인 스포츠백을 보며 입술을 비튼다.

    사냥 준비 완료다. 차량을 도색까지 하며 특히나 공들인 이번 사냥. 이제 출발을 할 때였다.

    차에 오른 이재현은 춘천의 신북읍으로 차를 몰았다.

    느릿하게. 급하지 않게.

    * * *

    5시가 넘어가자 급격히 흐려지는 하늘.

    어느새 거리엔 진한 어둠이 내려앉고, 신북읍을 찾은 관광객들도 걸음을 바삐 옮긴다.

    누군가는 집으로 향하기 위해.

    누군가는 근처 식당에서 저녁을 먹기 위해.

    신북읍의 주민들도 저마다의 이유로 이리저리 움직인다.

    안 그래도 한적했던 거리가 고요해진다.

    그런 신북읍 북쪽으로 벤츠 한 대가 느릿하게 진입한다.

    거북이가 기어가듯 느릿하게 신북읍으로 진입하는 벤츠.

    이재현의 눈이 가늘어진다.

    ‘여기도 없네.’

    동쪽과 북쪽을 모두 훑었는데 사냥할 만한 괴물이 없다.

    괴물 하나를 제압했을 때 다른 괴물이 그 모습을 지켜보고 도망칠 수 있는 상황.

    그렇게 도망친 괴물은 또 다른 괴물들을 데리고 올 터.

    혀를 찬 이재현이 차를 돌려 신북읍의 남쪽으로 향한다.

    빙 돌아서 남쪽으로 다시 진입하던 그.

    가로등에서 흘러내린 주황색 불빛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2차선 도로를 헤드라이트를 끈 채 나아가는 그.

    ‘여, 여기도 없나?’

    안 된다. 여기도 없다면 저 괴물들의 마을에 들어가 사냥을 해야 한다.

    자칫 이 흘러내리는 세상을 빠져나올 수 없는 위험한 짓.

    초조해지는 마음에 손톱을 깨물 때였다.

    “어?”

    ‘있다!’

    철퍽철퍽 색을 흘러내리며 홀로 걷고 있는 괴물 한 마리가.

    입이 귀까지 찢어진 이재현이 허벅지 위에 올려놓은 망치를 집어 들며 차량의 속도를 줄인다.

    그리고 가까워지자 차를 세우며 내린다.

    ‘작은가? 아니, 큰가?’

    아무래도 이번에 사냥할 괴물은 암컷인 것 같다.

    아니, 뭐든 상관없다. 일단 피 냄새부터 맡아야 한다. 현실을 침식해 버린 이 빌어먹을 세상을 조금이라도 벗어나야 한다.

    차칵, 차칵.

    걸음을 옮긴 때마다 이제 효용이 없는 소리가 울리고, 괴물의 등 뒤까지 다가간 이재현이 망치를 높이 쳐든다.

    “어이!”

    몸을 돌리는 괴물.

    이재현이 망치를 그대로 내려친다.

    부웅!

    빡!

    ‘어?’

    뭔가가 코를 후려친 충격에 고개가 뒤로 밀려난 이재현이 당황한다.

    “와, 정말 네가 범인이었구나? 이, 씨발놈아.”

    오싹!

    “무, 무…….”

    “이재현 씨, 당신을 일단 특수폭행 미수 및 경관 살인미수 혐의로 체포합니다. 그런데 그 전에 씨발 좀 맞자.”

    빡! 퍼어어억!

    “커어어억?!”

    이재현은 망치를 잡은 손을 후려치는 고통과 뱃가죽을 꿰뚫는 듯한 고통에 눈을 부릅떴다.

    그런 그의 몸 위로 이승연 경위의 분노에 찬 손과 발이 거센 소나기처럼 떨어져 내렸다.

    “끄으윽!”

    피투성이가 되어 바닥을 기는 이재현.

    어떻게 된 영문인지 모르겠지만, 하나는 알겠다.

    끝났다. 잡혀 버린 거다.

    이재현은 이미 알고 있었다.

    이것이 덧씌워진 세상이 아님을. 엄연히 현실임을.

    그렇기에 그의 머릿속에 한 사람이 떠오른다.

    “혀, 형사님. 아, 아내는 모르게…… 해 주…….”

    쿵!

    이승연이 멍하니 이재현을 바라본다.

    지금 자신이 제대로 들은 게 맞은 걸까.

    그딴 눈깔을 뜬 채 망치를 휘둘렀던 개새끼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걸까. 너무 이상해 자신이 나서지 않았다면 누군가가 그 망치에 맞았을지도 모른다.

    “와아.”

    죽일까. 그냥 죽여 버릴까.

    한참을 고민하던 그녀가 옆에서 부들부들 떠는 파트너의 모습에 애써 핸드폰을 든다.

    “……예, 서장님. 이재현 잡았습니다.”

    -알겠습니다. 이따가 뵙죠.

    달칵!

    “야. 아내에겐 비밀? 하, 진짜…… 야, 이 개새끼야-!”

    이승연의 발이 이재현의 얼굴을 걷어찼다.

    * * *

    파주의 어느 산.

    건물의 진입을 막고 있는 철조망이 둘러쳐진 펜스 앞에 서 있던 종혁이 통화를 종료하곤 기지개를 켠다.

    멍청하게도 종혁이 맡긴 차를 범행에 이용하려 한 이재현.

    놈은 몰랐을 것이다. 그 차량에 GPS가 부착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덕분에 놈이 도색을 하다못해 번호판까지 바꿨음에도 어렵지 않게 놈을 쫓을 수 있었다.

    ‘산은 괜히 샀네.’

    별장에 무언가 숨겨져 있을 거라고, 결정적인 증거가 있을 거라고 확신했기에 산까지 사들였는데, 불필요한 일이 되어 버렸다.

    물론 종혁에게 있어 그 정도는 딱히 아깝진 않았다.

    중요한 건 더 이상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을 거라는 점이었다.

    “잡았답니다. 따요.”

    이제 저 안에 숨겨져 있는 걸 확인해 볼 시간이었다.

    “예!”

    절단기를 든 경찰이 철문에 걸린 자물쇠를 꺾어 재낀다.

    문이 열리자 그들이 빠르게 건물로 걸어가며 눈살을 찌푸린다.

    코를 자극하는 이상하고도 고약한 냄새.

    덜컹덜컹!

    잠겨진 현관문.

    “비키세요.”

    부왕! 꽈아아앙!

    오함마로 현관문을 후려친 종혁은 그대로 손을 집어넣어 현관문을 열어젖혀 안으로 난입했고, 이내 그대로 굳어 버렸다. 숨이 멎어 버린다.

    “헉! 저, 저거 설마…… 욱!”

    “미, 미친!”

    비위가 약한 경찰들이 고개를 돌리고, 나머지 경찰들의 낯빛이 파랗게 질려 버린다.

    종혁은 얼굴을 쓸어내린다.

    “와아. 하하.”

    새하얗다. 꼿꼿이 선 새하얀 해골들이 거실에 줄줄이 서 있다.

    죄다 머리에 금이 가 있는 20여 구의 백골들.

    그리고 그 아래 발치에 놓인 신분증과 핸드폰, 사진 따위들.

    쿵! 쿵!

    피가 아래로, 저 아래로 쏠린다.

    움직이지 않는 다리를 겨우 움직여 가까이 있는 작은 해골의 발치에 놓인 핸드폰을 집어 든 종혁의 턱이 덜덜 떨린다.

    야광별 스티커가 붙은 핸드폰.

    덜덜 떨리는 손으로 전원을 켠 종혁이 통화목록을 뒤져 엄마라 적힌 번호를 누른다.

    뚜르르! 뚜르르!

    -시, 시원이니?! 시원아-! 어디 있니! 지금 어디야!

    “……신안경찰서장 최종혁입니다, 어머님.”

    -우, 우리 시원이는요! 시원이는요-!

    “죄송합니다. 곧 데리고 가겠습니다.”

    -아아! 아아아아악!

    까드드드드득!

    종혁이 자신의 핸드폰을 꺼내 든다.

    -예, 서장님!

    “그 새끼 지금 살아 있습니까?”

    -예? 아, 예.

    “잘했습니다. 지금 갈 테니까 구급차 불러 놔요. 그 새끼 내가 오늘 죽여 버릴 테니까-!”

    종혁의 분노가 폭발했다.

    * * *

    대한민국 최악의 연쇄살인범 검거!

    무려 스물두 명을 살해하고 백골로 만든 이 모 씨!

    아무도 몰랐던 스물두 명의 피해자! 모두 실종 신고 된 상태?!

    치밀했던 연쇄살인범!

    장희락 경찰청장, 유족들에게 깊이 사과!

    신안경찰서로 달려간 유족들!

    최종혁 신안경찰서장, 유족들 앞에 무릎을 꿇고 사과!

    죄송합니다. 알아차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구하지 못해서!

    흐린 하늘에서 차갑고도 시린 비가 내린다.

    갑자기 내린 소나기에 사람들은 길을 재촉하지만, 파주의 어느 산에 모인 사람들은 시끄럽기 그지없다.

    “아, 거 밀지 맙시다!”

    “에헤이. 최 서장 몰라요? 다 찍게 해 준다니까!”

    커다란 방송국 카메라가 여기저기 세워지고, 카메라와 핸드폰을 든 기자들이 곧 현장 검증을 시작할 사상 최악의 살인마 이재현을 기다린다.

    폴리스라인이 쳐져 안을 볼 순 없지만, 경찰 관계자가 말하길 피해자가 최소 스물두 명 이상일 거라고 했다.

    대한민국이 뒤집어질 일이었다.

    “이것도 인식 프로그램 시리즈가 아니었다면 잡을 수 없었을 거라면서요?”

    “신안경찰서장 브리핑 못 들었지? 이 씨발 새끼 진짜 영악하더라.”

    고객들이 맡긴 차를 번호판만 바꿔 범행에 이용했다.

    그리고 깔끔하게 세차를 한 후 고객에게 돌려줬다.

    아니, 애초부터 정비&세차장을 만든 이유가 바로 이 살해 행각을 위해서였다.

    “뭐, 뭐라고요?”

    “범행에 쓸 차량을 구하기도 편하고, 자신이 깔끔하게 뒤처리를 할 수 있으니까 만들었대.”

    “이런 미친……. 그, 그럼 만약 못 잡았다면?”

    “최 서장이 아니었다면 아마 평생 가도 이놈 못 잡았을걸?”

    범행 장소를 물색할 때는 렌트카를 이용했다. 가끔은 눈이 먼 아내와 함께 돌아다니면서 경찰의 의심을 피했다.

    눈이 먼 아내를 지극히도 위하는 남편.

    그 누가 이런 사람을 의심할 수 있을까.

    의심병 말기 환자가 아니고선 절대 용의선상에 올릴 수 없는 부류의 사람이 바로 이재현이었다.

    “그런데 웃긴 게 뭔지 아냐?”

    “뭐, 뭔데요?”

    “자기 아내한테는 자신이 연쇄살인범인 걸 말하지 말아 달라고 했대.”

    “……사이코패스인데?”

    수십 명의 사람을 죽이다 못해 해골로 만들었다면, 그건 사이코패스다. 그것 말고는 설명할 단어가 없다.

    “찾아보니까 사이코패스도 지 목숨만큼 소중한 것이 있다더라. 그 대부분은 가족이고.”

    “또라이 새끼 아니야! 지 아내는 소중하고, 피해자들은 소중하지 않다는 거예요?!”

    피해자의 절반 이상이 14세 미만의 아동들이다.

    그런 애들을 잔인하게 죽여 놓은 새끼가 지 아내는 소중하다?

    박영일 부장기자의 앞에 있는 기자는 다짐했다.

    경찰이 이재현에게 그 어떤 짓거리를 했다고 해도 절대 언급하지 않겠다고!

    다른 기자들도 모두 마찬가지 생각을 가졌다.

    “왔다!”

    부르릉!

    아래에서 관용차가 올라오자 기자들의 눈이 매처럼 번뜩인다.

    드르륵!

    모자와 마스크를 쓴 채 양손이 포박되어 내려지는 이재현.

    그를 향해 플래시 세례가 쏟아지고, 입이 열리며 포화 같은 질문을 쏟아 내려 한다.

    그 순간 뒤따라온 종혁이 이재현의 모자와 마스크를 벗긴다.

    그에 깜짝 놀라 멈춰 버린 사람들.

    목과 팔에 깁스를 하고, 엉망진창인 얼굴 한 채 동태 눈깔을 하고 있던 이재현도 깜짝 놀라 쳐다보자 종혁이 코웃음을 친다.

    “피의자 인권이고, 나발이고.”

    좆까라 해라. 이딴 새끼는 영원히 박제되어야 한다.

    “자자, 맘대로들 찍으세요.”

    “오오오!”

    “캬! 역시 최 서장! 이재현 씨! 지금 심정이 어떠십니까!”

    “이재현 씨! 유족들에게 할 말은 없습니까!”

    “왜 피해자들의 유골을 모은 겁니까!”

    퍼억!

    얼른 현장 검증을 시작하라며 이재현의 엉덩이를 걷어찬 종혁.

    이를 악문 이재현이 건물의 화장실로 들어가 경찰이 준 고무칼을 든다.

    “처음엔 이렇게 경동맥을 갈라 피를 빼고…….”

    이재현의 설명이 계속될수록 파리하게 질려 가는 기자들.

    살해 및 백골 제작 방식을 끝까지 들은 종혁은 건물을 나서며 담배를 물었다.

    “흑! 흐으윽!”

    “수고했어요.”

    종혁은 그동안 맘고생이 심했을 이승연 경위와 그녀의 파트너의 등을 두드렸다.

    투둑!

    종혁은 햇살을 드러내는 하늘을 보며 담배 연기를 길게 뿜었다.

    * * *

    “죄질이 너무 극악하고 악독한 바, 본 법정은 피고 이재현에게 사형을 선고한다.”

    땅! 땅! 땅!

    “우와아아아아!”

    실현된 정의 구현에 유족들은 울음을 터트리고, 사람들은 환호성을 터트린다.

    소리마저 흘러내리는 세상 속, 이재현은 지금쯤 울고 있을 아내를 찾아 고개를 두리번거린다.

    끼이익! 덜컹!

    문이 닫히자 이재현이 주위를 둘러본다.

    가로로 누울 수 없는 좁은 공간.

    흘러내리다 못해 뒤엉킨 모습이 마치 괴물의 위장 같다.

    “흐.”

    끝났다. 모든 것이 끝났다.

    이젠 영원히 이런 세상에서 살게 될 것이다.

    다신 새파란 하늘을, 맑게 웃는 아내의 온전한 얼굴을 보지 못할 것이다.

    “흐흐.”

    그런 삶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말이 사형이지, 이 대한민국에서 사형을 집행하던가.

    씩 웃은 이재현이 벽을 향해 달려든다.

    쿠웅!

    벽에 머리를 박은 이재현이 눈을 부릅뜬다.

    푹신하다. 마치 두꺼운 매트리스가 온 벽을 두른 것처럼 아프지가 않다.

    끼기긱!

    “역시 대가리를 박네. 이봐, 여길 만든 사람이 말을 전해 달라더라. 넌 절대 죽지 못할 거라고.”

    “……아아! 아아아아악!”

    콰악!

    “씨, 씨발! 재소자가 혀를 깨물었다! 모두 달려와!”

    덜컹! 우당탕!

    안으로 달려들어 천 뭉치를 이재현의 입안에 쑤셔 넣는 교도관들.

    “읍! 으으읍!”

    이재현은 눈물을 흘리며 발버둥 쳤지만, 우악스런 교도관들의 제압을 벗어날 수 없었다.

    그렇게 그의 지옥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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