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730화 (730/837)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730화>

어두운 밤길임에도 헤드라이트를 켜지 않은 자동차가 박시원과 거리를 둔 채 뒤에서 느릿하게 달리고 있다.

차량에 문제가 생겼나 싶을 정도로 지나치게 느린 속도.

수상하다. 미친 듯 수상하다.

“다음 화면! 계속 저 차가 찍혀 있는지 확인해 봐요!”

“예, 예!”

압해읍 안으로 돌아오는 임동식을 찍은 도로의 CCTV.

얼른 화면을 전환한 그의 행동에 모든 경찰이 숨을 죽인다.

그리고…….

“뭐야! 씨발! 왜 안 나와!”

“나와, 새끼야! 나오라고!”

“나와라. 형 화낸다. 얼른 나와라! 야! 빨리 좀 돌려 봐!”

“예, 예!”

재촉을 받은 경찰은 얼른 빨리감기를 했고, 이내 드러난 상황에 모든 경찰이 이를 악문다.

쿵!

모두의 뒤통수를 때리는 막대한 충격.

“11시 2분…….”

8시쯤 CCTV에서 사라진 차가 11시 02분이 돼서야 나타났다.

그것도 왔던 방향으로.

“이 새끼…… 쫓아요.”

만약에, 정말 만약에 이놈이 범인이면 모든 게 설명이 된다.

여태까지 찾을 수 없었던 박시원의 시신까지.

“예!”

종혁은 코끝을 스치는 고약한 냄새에 코를 긁으며 돌아섰다.

그의 눈이 흉흉하게 번들거리고 있었다.

* * *

쏴아아아!

빨간색, 파란색, 노란색 등이 뒤섞인 물감이 비처럼 땅을 향해 떨어진다.

특정한 날이 다가올수록 뒤죽박죽 무너지는 세상.

언젠가부터 삶에 끼어든 환상.

그렇기에 떠난다.

색이 없는 곳으로. 차라리 어둠만 있는 곳으로.

부우웅!

어둠조차 흘러내리는 세상.

차 한 대가 빠르게 나아간다. 어딘가로 도망을 치는 것처럼, 무언가를 바라는 것처럼 조급한 기대감을 품고.

색이 무너지는 다리를 건너고, 잠이 드는 마을을 가로지른다.

그리고 어둠 속에 녹아든다.

가로등 불빛조차 녹아내리는 세상. 라이트를 끄고 천천히 나아간다.

빨리. 제발 빨리.

그러다 결국 발견한다.

“아.”

저 앞을 걸어가는 작은 괴물 한 마리.

환상 속 세상에 들어와 있는 자신을 다시 현실로 돌려줄 보물을.

도망을 치면 안 되니까 소리를 죽인다. 그러다 멈추며 무기를 꺼내 들어 조심히 다가간다.

그리고 결정적인 순간.

“어이! 친구!”

동그랗게 떠지는 괴물의 눈.

손에 든 무기로 그 대가리를 내려친다.

퍼어억!

“엄마…….”

웬 개소리가 귀를 어지럽히지만, 신경 쓰지 않는다.

“흐으으읍!”

콧속으로 빨려드는 비릿한 피 냄새가 아주 약간이나마 뒤엉키는 색을 사로잡는다.

몸이 달은 그는 얼른 괴물을 둘러업고 차로 향한다.

그리고 장소를 찾는다. 원래 있던 세상으로 향할 열쇠를 얻을 장소를.

“아.”

마침 있다.

괴물들의 마을에서 떨어진 곳에 위치한 작은 집.

오늘은 한 마리가 아니라 최소 두 마리구나.

무기를 든 사내가 내후년까진 버틸 수 있겠구나 잔뜩 기대를 하며 문을 열고 들어간다.

“아.”

아쉽다. 입맛을 다신 사내가 괴물을 들고 집 안으로 들어와 문을 닫는다.

“여기가 좋겠네.”

콧속으로 빨려드는 퀴퀴한 곰팡이 흙냄새와 신발 밑창에 닿는 흙모래.

퍼억!

“으윽! 사, 살려……. 어, 엄마. 아빠…….”

“으응. 그러지 마. 괴물은 사람 말 하는 거 아니야.”

퍼억!

사내가 손에 든 무기로 다시 괴물의 머리를 후려친다.

“흐윽!”

피 냄새가 더 짙어진다.

괴물이 꿈틀거리며 경련을 일으킨다. 뭔가 모습이 좀 변한 것 같지만 무시한 사내는 한쪽에 있는 수도꼭지를 잡아 돌렸다.

쏴아아아!

“운이 좋네.”

물이 나오지 않았으면 꽤 귀찮아질 뻔했다.

사내는 다시 밖으로 나가 도구들을 가져온다.

타라랑!

식칼, 손도끼, 쇠톱. 펜치.

열쇠를 만들 도구들이다.

“그럼 해체를 해 볼까?”

눈을 빛낸 사내가 식칼을 들었다.

처음은 피 빼기.

이래야 열쇠를 만들기 편하다.

분명 죽였다 생각했는데, 깨어났던 예전의 작은 괴물.

사내는 작은 괴물의 동맥을 사정없이 그었다.

촤악! 푸화아아악!

폭발하는 피 냄새에 사내의 얼굴이 몽롱하게 변한다.

“하아아.”

* * *

띠리리! 띠리리!

“……아.”

눈을 뜬 삼십대 후반의 사내가 멍하니 천장을 바라본다.

아직 열쇠를 사용하지 않아 일그러진 천장.

“으으음.”

사내는 옆에서 뒤척이는 알몸의 여성, 아내를 토닥인다.

“괜찮아. 더 자.”

“네…….”

아내의 숨이 고르게 변하자 조심스럽게 침대를 빠져나온 사내가 화장실로 향한다.

통통통통통!

채소를 자르는 경쾌한 손길. 사내의 입가엔 옅은 미소가 그려져 있고, 코에선 콧노래가 나온다.

끼익!

“아, 일어났어? 얼른 씻고 와.”

“네…….”

아직 잠에서 깨지 못한 것인지 눈을 감은 사내의 아내가 벽을 더듬으며 화장실로 향하고, 그런 아내를 사랑스럽다는 듯 쳐다보던 사내가 냉장고 문을 열어 얼마 전 도축을 끝낸 시뻘건 고기를 꺼내 든다.

특별한 날인 오늘을 위해 냉장 숙성을 시킨 고기.

“정말 운이 좋았지.”

오랜만에 참 좋은 고기가 들어왔다.

고기를 꺼내 도마 위에 올린 사내가 식칼을 들며 눈을 빛냈다.

“치이. 자기만 제육볶음 먹고. 미워.”

“여보는 당뇨랑 고지혈증 때문에 안 된다니까. 어떻게, 그래도 먹어 볼래?”

“아니요.”

싫다. 남편은 노린내라고 하지만, 그녀로선 속이 뒤집어질 정도로 먹기 힘든 성질의 것이었다.

그래서 예전에 한 번 먹어 보고는 아주 학을 뗐다.

‘대체 저런 고기는 어디서 얻어 오는 건지.’

간이나 허파, 지라, 콩팥, 오줌보 등도 참 좋아하는 남편. 이것만큼은 정말 이해할 수가 없었다.

차칵차칵!

아니, 귀에 희미하게 들리는 이 이상한 소리도 마찬가지다.

맞지 않는 건 정말 죽어도 맞지 않는 남편.

사내는 단호하게 고개를 젓는 아내의 모습에 웃음을 터트렸다.

“대신 저녁에 수육 만들어 줄게. 아, 그건 도라지나물.”

“으에. 도라지 싫어.”

멍하니 허공을 보는 사내의 아내가 왼손을 더듬더듬 더듬어 도라지나물이 담긴 접시 옆의 접시를 만진다.

“그건 시금치.”

“시금치! 아무튼 그 말 진짜죠?”

“당연하지. 수육에 생김치 어때?”

“오예!”

만세를 한 아내는 시금치를 입에 가져갔고, 이내 싱글벙글 웃었다.

“역시 우리 남편 손맛이 최고!”

“하하하하핫!”

웃음을 터트린 사내는 다시 제육볶음을 한 젓가락 크게 집어 입안으로 가져갔다.

“으으음.”

역시 특별한 고기답다. 그의 입가에 진한 미소가 맺혔다.

“다녀올게.”

“다녀와요.”

“나 없는 동안 문단속 잘하고…….”

“위험하니까 가스검침원이나 통장이 와도 문 열어 주지 말고, 배고프면 시켜 먹고. 아이, 참. 내가 알아서 한다니까. 내가 아직도 애예요?”

“큼. 뽀뽀.”

“우움!”

쪽!

사내가 웃으며 돌아서는 순간이었다.

지이잉! 지이잉!

“어, 형. 아침부터 웬일이야?”

-왜인 왜야, 인마. 너 오늘 생일이잖아. 저녁에 나와. 오랜만에 삼겹살에 소주나 적시자!

“아, 고기는 괜찮아.”

-고기 귀신이 뭔 일이래? 너 특히 생일날만 되면 미친 듯이 먹잖아.

고기라면 미친 듯 환장을 하는데, 특히 먹는 사람만 먹는다는 부속 고기류를 좋아한다.

“어이구. 언제 적 이야기를 꺼내십니까? 아침에 고기 먹어서 그래. 특별한 걸로.

-……또 부속 고기 먹었냐?

“아하하.”

-햐. 진짜 제수씨도 대단하다. 그 냄새도 역한 걸 어떻게 참냐. 사촌인 나도 못 참는걸.

“그러니까 천사지.”

눈이 안 보이면 어떻단 말인가.

그것만 빼면 하늘이 자신을 위해 내려 준 천사다.

아니, 그런 점 때문에 완벽한 천사라고 할 수 있다.

-그럼 회는 어때? 조개도 괜찮고.

“미안하지만 오늘은 안 돼요. 저녁에 와이프가 수육 해 달래.”

-아, 오늘 조카 만드는 날이야? 그럼 어쩔 수 없지. 알았어. 다음에 마시자.

“그래. 형도 오늘 수고해. 아, 차는 이상 없지?”

-이상 없지! 누가 고쳐 준 건데! 아무튼 너도 수고해!

통화를 종료한 사내는 생일이라고 챙겨 주는 사촌 형의 모습에 가슴을 쓸어내리며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그런 그가 향한 곳은 재현 ‘정비&세차’라는 차량 정비소 겸 손세차장이었다.

도로변에 세워진 재현 정비&세차. 그 건물 뒤의 모든 공간까지 재현 정비&세차의 소유다.

건물 옆 낮게 깔린 보도블록을 올라 건물 뒤로 돌아간 사내는 이른 아침부터 가게 오픈을 위해 정신없이 바쁜 직원들을 보며 미소를 짓는다.

“앗! 출근하셨습니까, 사장님!”

“그래, 좋은 아침.”

조립식 건물들이 ㄷ자로 배치된 재현 정비&세차.

그중 사무실 건물 안으로 들어가 기름 냄새 가득한 작업복으로 갈아입은 그는 자리에 앉으며 컴퓨터를 켰다.

* * *

푸슈슝! 드르르륵!

오늘도 시끄러운 재현 정비&세차.

달칵!

“끄으!”

차카칵!

기지개를 켜며 일어서는 그의 허리에서 모래 알갱이 따위가 흔들리는 소리가 난다.

창가로 걸어간 그가 종이컵을 입에 가져간다.

그러다 한 모금도 마시지 않고 내려놓는다.

벌써 세 잔째 마시다 보니 잘 넘어가지가 않았다.

“맨날 이놈만 마시니 물리네…… 응?”

사내는 정비소 안으로 들어오는 두 여성을 발견하곤 의아해했다. 직원과 뭐라 뭐라 이야기하더니 사무실 건물로 들어오는 둘.

똑똑!

“예, 들어오세요.”

문이 열리며 방금 전 본 여성들이 들어온다.

“사장님, 이분들이 CCTV 좀 보고 싶다고 하시는데요?”

직원의 말에 사내가 의아해하자 여성 중 한 명이 옅게 웃으며 경찰공무원증을 내밀었다.

“안녕하십니까. 인천부평경찰서 아동청소년과 이승연 경위입니다.”

이승연 경위는 그를 향해 미소를 지어 주었다.

* * *

신안경찰서 소회의실에 숨 막힐 듯한 침묵이 내려앉는다.

어두운 소회의실에 앉은 아동청소년과 형사들이 정면에 걸린 커다란 TV를 응시한다.

해가 저문 저녁 목포와 신안 압해도를 잇는 압해대교를 통해 들어오는 검은색 승용차 한 대.

압해대교를 지나자마자 헤드라이트를 끈 승용차가 도로를 따라 북쪽으로 올라가더니 돌연 서쪽으로 방향을 꺾는다.

그러며 속도를 줄인다.

시속 30킬로미터나 될까, 거북이가 기어가는 것처럼 천천히 나아가던 승용차.

‘먹잇감을 물색하는 걸까.’

서쪽 끝 송공리까지 쭉 들어간 차량이 다시 돌아 나온다.

그리고…….

“아!”

“으음.”

박시원이 마트에서 나와 압해읍으로 향하고 10초 후 나타난 승용차가 속도를 더 줄인다.

그리고 약 3시간 후 다시 송공리 방향으로 향한 차량은 왔던 길이 아닌 무안 방면으로 빠져나가 국도에 오른다.

빠득! 뿌득!

어디까지나 심증만 갈 뿐이다.

그럼에도 이 자리에 모인 모든 형사의 몸에서 살의가 피어오른다.

턱을 괸 종혁은 발표를 하는 이승연 경위를 응시했다.

“신원 조회는?”

“아무래도 위조 번호판 같습니다.”

번호판 조회를 했으나 등록된 번호판이 아니라고 나왔다.

‘저놈 맞네.’

“저 새끼네.”

“허, 저 개새끼!”

이젠 정황 증거도 갖췄다.

쾅!

벌떡 일어난 형사들이 뭐 하냐는 듯 이승연을 노려본다.

“이후 행적은 추적됐습니까?”

“예.”

이승연이 앞에 놓인 노트북을 두드리자 TV가 다음 화면으로 넘어간다.

대한민국 지도와 지도를 꿈틀꿈틀 뱀처럼 가로지르는 붉은 선.

“인천?”

“예. 시흥을 지나 인천으로 향한 것을 마지막으로 놈의 행적을 놓쳤지만, 현재 그쪽에 CCTV 영상을 협조 요청해 놓았기에 곧 찾을 수 있을 거라고 판단됩니다.”

지이잉! 지이잉!

“헉!”

깜짝 놀란 이승연이 당황해하자 종혁이 받으라고 손짓을 한다.

“가, 감사합니다. 예. 신안경찰서 아동청소년…… 뭐?! 아, 알았어! 바로 메신저로 보내 줘!”

종혁과 형사들의 눈이 빛난다.

뭔가 기대를 하게 되는 모습이지 않은가.

돌아서는 이승연 경위의 얼굴에도 한가득 미소가 맺혀 있다.

“찾았답니다!”

이승연은 얼른 메신저로 보내진 파일을 열었다.

그러자 TV 화면 가득히 나타나는 한 사내의 사진.

“이름! 한상준! 나이 38세!”

소회의실을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이승연 경위의 외침.

종혁의 눈도 흔들린다.

“대체 어떻게 찾은 거랍니까?”

“차량 인식 프로그램 덕분입니다!”

단순히 번호판만 쫓는 게 아니라 차종부터 시작해 다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여 분석, 추적하는 차량 인식 프로그램.

CCTV 사각에서 번호판을 바꾼 것인지 번호판은 달랐지만, 차량 인식 프로그램은 같은 차라고 분석했다.

그런 이승연의 말에 종혁의 입술이 비틀어졌다.

“잡아 오세요.”

놈을 잡으러 갈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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