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729화 (729/837)
  •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729화>

    130. 특별한

    종혁뿐만 아니라 신안경찰서의 로비도 조용해진다.

    자신이 죄를 저지른 게 아님에도 고개를 푹 숙이며 지나가는 경찰들. 깜짝 놀라 고개를 내밀었다가 울상을 지으며 사랑방 안으로 들어가는 노인들.

    “아, 아닌 거죠? 잘못 들은 거죠? 우리 시원이가 아닌 거죠!”

    아닐 거다.

    읍 외곽을 수색한 것도, 하얀 옷을 입은 사람들이 폐가를 살핀 것도 모두 다른 사건일 거다.

    집에서 시원이의 머리카락을 가져간 것도 다른 이유 때문일 거다.

    자신의 아들 시원이와 상관이 없는 일일 거다.

    시원의 부모는 제발 아니라고 말해 달라며 종혁을 붙잡는다.

    일말의 희망을 붙잡으며 그렇게 외친다.

    그에 종혁이 울컥 차오르는 울음을 힘들게 누르며 허리를 숙인다.

    “죄송…… 합니다.”

    “아.”

    털썩!

    순간 아들의 모습이 눈앞을 스쳐 지나간다.

    처음 아들을 안았던 온기가. 꼬물거리며 검지를 잡았던 그 대단했던 힘이. 엄마 아빠 다 힘들게 하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배시시 웃던 미소가.

    그 기적 같았던 모든 순간이 그들의 울음을 터트린다.

    “찾아 준다며! 우리 시원이 찾아 준다며-!”

    불과 어제다. 어제 꼭 찾을 거라고 눈앞의 사람이 말했다.

    “죄송합니다…….”

    “아니라고 해 줘요, 제발-!”

    허리를 숙인 종혁은 입을 열지 못했다.

    몸으로 쏟아지는 처절한 절규를 감내했다.

    “아아악!”

    “여, 여보!”

    “어머님!”

    종혁은 눈을 뒤집으며 무너지는 시원의 모친을 향해 몸을 날렸다.

    * * *

    목포시에서 제일 큰 병원의 응급실.

    정신을 잃은 채 링거를 맞고 있는 아내의 손을 쓰다듬던 시원의 부친이 종혁을 본다.

    “어떻게…… 된 겁니까.”

    자신마저 정신을 잃으면 안 되기에 애써 이성의 끈을 잡고 있는 그의 처절한 사투에 종혁이 바깥으로 나가자는 손짓을 한다.

    “정말 임동식이란 학생이 제 아들을 죽인 겁니까? 그럼 지금 우리 아들은 어디에 있는 겁니까.”

    부검실과 영안실, 그런 차가운 곳에 있다면 데려오리라 시원의 부친이 다짐한다.

    “일단…… 박시원 학생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그, 그럼?!”

    종혁은 다시 희망을 품는 그를 향해 고개를 저었다.

    희망을 품기엔 출혈량이 너무 많았다.

    마치 도살장을 연상케 했던 사건 현장.

    범인은 박시원을 토막 낸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그만한 출혈량을 설명할 길이 없다.

    솔직히 종혁도 좋게 생각하고 싶다.

    누군가 그곳에서 돼지나 소 따위를 잡았고, 그걸 깨끗이 치운 현장에 박시원이 잠시 머물렀다고 생각하고 싶다.

    하지만 그 혈액이 사람의 것이라는 게 밝혀졌다.

    사건 현장에 있던 혈액은 박시원의 것이 맞았다.

    “제, 제 아들을 그렇게 만든 놈이 임동식이란 아이가 맞는 겁니까?”

    “유력한 용의자일 뿐, 아직 확실치는 않습니다.”

    현재로선 모두 정황과 심증뿐이다.

    결정적인 증거가 없는 이상, 임동식을 피의자로 확정 지을 순 없었다.

    “그럼 대체 뭐란 말입니까! 이것도 모른다! 저것도 모른다! 너희 경찰이 아는 게 뭐냐고-!”

    답답한 마음에 결국 폭발해 버리고 만다.

    애써 붙잡고 있던 이성의 끈을 놓친다.

    뻐어억!

    “으아아악! 아아악!”

    종혁의 얼굴을 후려치는 주먹.

    그것은 회한이었고, 후회였다.

    이럴 줄 알았다면 더 잘해 줄걸.

    더 맛있는 걸 먹일걸. 더 좋은 옷을 입힐걸.

    더 사랑하다고 말해 줄걸…….

    후회와 슬픔이 쏟아진다.

    그리고 종혁은 온몸으로 쏟아지는 그의 주먹과 발을 묵묵히 감내한다.

    “자, 잘못했습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제가 이렇게 무릎 꿇고 빌겠습니다! 제가 이렇게 빌 테니까 제발 우리 아들 좀 살려 주세요!”

    병신이 돼도 좋다. 살아만 있기만 하면 된다.

    아들이 살아 돌아올 수만 있다면 이깟 무릎 아무것도 아니다.

    “제발! 제바알!”

    “……최대한 빠르게 범인을 찾도록 하겠습니다.”

    종혁은 다시 허리를 숙였다.

    그런 그의 코에서 코피와 눈물이 흘러내렸다.

    * * *

    벌컥!

    신안경찰서로 돌아온 종혁이 다시 취조실 옆 방의 문을 연다.

    “정신 감정은 시작했습니까?”

    “서, 서장님!”

    엉망진창이 된 종혁의 얼굴에 안에 있던 경찰들이 경악하며 일어난다. 별거 아니라며 손을 저은 종혁이 어떻게 된 거냐며 눈으로 다시 묻는다.

    “바, 방금 막 도착했습니다!”

    “그래요?”

    종혁은 유리 거울 너머를 빤히 바라봤다.

    양복을 입은 40대 중년 남성, 정신과 전문의가 임동식을 향해 싱긋 웃어 준다.

    ‘그놈의 돈이 뭔지…….’

    그동안 경찰과 검찰의 협조 요청에 의해 제법 많은 범죄자의 정신 감정을 해 준 정신과 전문의.

    본래라면 심리적 안정 등 여러 이유로 인해 병원에서 진행해야 되지만, 막대한 출장비를 지급한 신안경찰서 덕분에 이렇게 찾아오게 됐다.

    “만나서 반가워요. 오늘 임동식 학생을 테스트할 김시덕이라고 해요.”

    “테, 테스트요?”

    “어디 아프거나 한 건 아니니까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정신과 전문의는 본인이 내민 손을 힐끔 봤고, 임동식은 얼떨떨해하며 그 손을 맞잡는다. 그에 정신과 전문의가 미소를 짓는다.

    손을 맞잡는 행위를 통해, 피부의 접촉을 통해 상대와 교감을 하고 경계심을 누그러트린다.

    이것이 심리적 안정을 위한 첫 번째 스텝이다.

    임동식의 맞은편에 앉은 정신과 전문의는 가져온 서류 가방에서 여러 가지를 꺼내기 시작한다.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메인으로 테스트해 달라고 했지.’

    “그럼 테스트를 진행해 볼게요. 괜찮죠?”

    “네…….”

    정신과 전문의는 웬 카드를 들어 올려 임동식에게 보여 주었다.

    “이 카드가 어떤 것처럼 보이나요?”

    * * *

    스윽! 슥!

    수십명의 경찰과 의경들이 폐가 근처 수풀들을 샅샅이 훑는다.

    “뭐 좀 나왔어?!”

    “아뇨!”

    “여기도 별 거 없습…… 어?”

    “뭐야! 뭔데!”

    순간 조용해지는 수색 현장.

    아래를 보고 놀랐던 의경이 진흙에 박혀 있는 무언가를 부릅뜬 눈으로 바라본다.

    그런 심상치 않은 반응에 다급히 다가온 경찰이 이를 악문다.

    “야, 이……! 아기 양말이잖아!”

    진흙에 박혀 있지만, 발목에 레이스가 달려 있다.

    유아, 그것도 여자아이용 양말이었다.

    “죄, 죄송합니다!”

    “쯧.”

    그래도 혹시 모르기에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은 경찰은 옆을 스쳐 지나가는 최재수를 툭 친다.

    “최 팀장.”

    수풀 바깥을 향해 턱을 까딱이며 검지와 중지를 입에 가져가는 경찰.

    “아, 예. 그러시죠.”

    의경들 관리를 겸해 지원을 나온 최재수.

    도로가로 빠져나온 둘이 담배를 문다.

    “푸후. 최 팀장은 어떻게 생각해?”

    “……여기엔 없을 것 같네요.”

    사건 현장을 발견한 이후 벌써 3시간째 수색을 하고 있다.

    폐가를 중심으로 반경 500미터를 이 잡듯 샅샅이 뒤졌는데, 박시원의 머리카락조차 발견하지 못했다.

    “박시원이 마지막으로 문자를 보낸 시각 그 발신 위치가 저기 폐가라고 했지?”

    “예.”

    정확히는 폐가를 비롯한 그 인근이다.

    박시원이 쓰는 핸드폰은 이미 단종이 된 중고 폴더폰. 발신 위치를 잡아내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그렇다면 정말로 임동식 이 새끼가 사체를 어디로 옮긴 것 같은데…….”

    “그 체구로요?”

    최재수는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

    사체를 옮기기에는 임동식의 체구가 너무 작다. 출혈이 아무리 많이 발생했어도 무리였다.

    “왜. 지 패거리와 함께 옮겼을 수도 있잖아.”

    “음. 그럴 가능성도 무시를 할 순 없는데…….”

    패거리와 함께 공범이 되는 것. 꽤나 흔히 있는 일이다.

    하지만 왠지 묘하게 거슬린다.

    중요한 뭔가를 놓치고 있는 듯한 느낌.

    ‘그렇다고 치기엔…….’

    만약 패거리가 함께 사체를 처리했다면 종혁이 먼저 알아차렸을 것이다.

    물론 놈들이 모두 사이코패스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면, 그래서 서로 입을 맞췄다면 종혁으로서도 알아내기가 힘들 것이다.

    “임동식 패거리 집에 압수수색 간 분들은 연락 왔어요?”

    “아, 궁금해서 연락해봤는데…….”

    일단 임동식과 그 패거리들 방에 있는 모든 것과 그 집에 있는 락스, 칼, 도끼, 톱 등을 모두 압수해 국과수로 넘겼다고 했다.

    그들이 자주 모인다는 아지트나 골목도 모두 뒤져서.

    “뭐 검사 결과는 곧 나오겠지. 하여튼 씨발 새끼야. 그 새끼는.”

    그런 놈이 신안에 있었다는 것이 경악스럽고도 소름이 끼친다.

    이제 고작해야 14살, 중학교 1학년이다.

    고작 그 나이에 사람을 토막 내는 놈인데, 나이가 들면 얼마나 더 흉악해질 것이란 말인가.

    “희생당한 박시원 학생을 생각하면 할 말이 아니지만, 덕분에 잘 잡은 거지.”

    “……아직 확실한 건 없습니다.”

    종혁이 그랬다.

    확신을 내려도 한 번 더 의심해 봐라.

    결정적인 증거가 나오지 않은 이상 임동식은 용의자일 뿐이지, 피의자가 아니었다.

    “크흠. 에이, 집에 가면 빨아야겠네. 오늘 새로 입은 건데.”

    정색하는 최재수의 모습에 머쓱해진 경찰은 진흙이 잔뜩 묻은 바지를 보며 울상을 지었고, 최재수는 그런 그를 보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

    알겠다.

    자신이 뭘 놓치고 있었는지.

    ‘만약 내 생각이 맞다면…….’

    그는 다급히 핸드폰을 들었다.

    “서장님!”

    * * *

    유리거울 너머 성실하게 테스트에 임하는, 이 테스트가 자신에게 중요한 영향을 줄 것이라는 걸 눈치챈 것인지 툴툴거리지 않고 테스트를 받는 임동식을 가만히 바라보는 종혁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는다.

    그러며 핸드폰을 꺼내어 형사들이 보내온 압수수색 현장의 사진들을 번갈아 살핀다.

    ‘더럽네…….’

    “와. 저게 정신 감정 테스트구나.”

    “뭐야. 한 번도 못 봤어?”

    “난 입사 때부터 이거 담당이었는데?”

    “특채?”

    “응.”

    정보화기기 특채다.

    고개를 끄덕인 경찰은 유리거울 너머를 보며 표정을 찌푸린다.

    “하, 속 뒤집히네.”

    사람을 죽이다 못해 토막을 낸 놈이 저렇게 편하게 의자에 앉아 테스트를 받는 모습을 보니 벨이 꼴리다 못해 위장이 뒤집힌다.

    -음. 수고하셨습니다.

    -저 정말 아니에요! 진짜라고요! 내가 걜 왜 죽이냐고요, 씨발! 이렇게 좆될 걸 아는데! 내가 왜!

    “아, 끝났나 보다.”

    종혁은 유리거울 너머에서 이쪽을 힐끔 보곤 취조실을 나서는 정신과 전문의의 모습에 자신도 문을 열고 나간다.

    “반갑습니다. 신안경찰서 서장 최종혁입니다.”

    “아, 반갑습니다.”

    ‘이 사람이 그 막대한 출장비를 지급한!’

    분명 출장 나오기 전 듣기로 신안경찰서장이 사비로 출장비를 지급했다고 했다.

    잘 보여야 할 사람이었다.

    하지만…….

    “테스트 결과는 어떻습니까?”

    열리려는 그의 입을 막은 종혁의 물음.

    “큼. 그게, 이건 병원으로 돌아가서 살펴봐야…….”

    “저도 대충 결과는 짐작 가니까 그냥 말씀해 주셔도 됩니다.”

    움찔!

    “그게…….”

    종혁은 놀라는 정신과 의사를 보며 이를 악물었다.

    역시였다. 자신이 잘못 본 게 아니었다.

    “빌어먹을.”

    지이잉! 지이잉!

    “어, 나야. 왜?”

    최재수다.

    -서장님! 그 새끼들 교복 좀 확인해 주세요!

    “……이유는?”

    -교복은 버리면 바로 티가 나잖습니까! 교복이 남아 있으면 남아 있는 대로 증거가 될 테고요!

    아무래도 최재수 역시 다른 경찰들처럼 임동식이 패거리와 함께 시신을 옮겼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CCTV를 통해 그 당시 교복을 입고 있던 건 확인했으니, 버리지 않았다면 분명 혈흔이 묻은 흔적이 남았을 것이다.

    그리고 설령 버렸다고 해도 더욱 확실한 정황 증거가 될 수 있었다.

    학생이라면 누구나 구매하는 교복.

    살 수 있는 곳도 한정되어 있으니, 바지나 셔츠를 몇 벌을 샀는지 알아내는 건 간단한 일이었다.

    그렇다면 만약 임동식 패거리들이 단체로 한날한시에 구매한 숫자보다 바지나 셔츠의 숫자가 줄어들었다면, 이건 확실한 증거가 될 수 있었다.

    -빨리 확인 좀 해 주세요!

    “잠깐만 있어 봐.”

    전화를 끊은 종혁은 국과수 원장에게 연락을 했다.

    의류를 비롯한 모든 걸 싹 다 수거해 국과수로 넘긴 그들. 지금쯤이 어느 정도 결과가 나올 때가 됐다.

    -어, 최 서장. 왜?

    “혹시 놈들 교복에서 혈흔이 발견됐습니까?”

    -어…… 잠시만? 아, 여기 있네!

    부스럭 소리가 들리더니 다시 국과수 원장의 입이 열린다.

    -음. 그런데 이거…….

    “패턴이 안 맞다는 거죠?”

    움찔! 국과수 원장의 몸이 살짝 굳는다.

    -뭐야. 알고 있었어?

    “역시…….”

    -응? 뭐라고? 잘 안 들려!

    “감사합니다.”

    통화를 종료한 종혁은 다시 최재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최 팀장.”

    -뭐래요! 혈흔이 덧씌워졌다고 하죠?!

    폭력과 살인, 그리고 토막 살인의 혈흔 패턴은 모두 다르다.

    우비 따위를 입었다고 해도 분명 폭력과 다른 패턴의 혈흔이 있었을 것이다. 패거리가 함께 시신을 옮겼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그 패턴만 찾으면 게임은 끝이었다.

    “최 팀장, 이놈 아니다.”

    쿵!

    -……예?

    “이놈이 아니라고. 우리가 잘못 짚고 있다고.”

    -왜요!

    “이 새끼, 이렇게 치밀하게 범행을 저지를 놈이 못 돼.”

    정신 감정 결과, 임동식은 일반인보다 조금 감정적일 뿐 사이코패스라고 부를 수준은 결코 아니었다.

    무엇보다 다소 산만한 경향을 보였고, 조리 있는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이런 임동식이 범행을 저지르고 그토록 흔적을 깔끔하게 지웠다고는 생각하기 어려웠다.

    혹시나 억울해하는 모습이 사이코패스이기에 그것을 잘못이라고 여기는 게 아니기 때문 아닐까 싶었지만, 임동식은 진짜 억울해하는 것뿐이었다.

    “수사를 원점으로 돌린다. 그날 그 근방, 아니 압해도 전체 CCTV를 싹 다 다시 수거해 와.”

    하지만 만에 하나 모른다.

    “예, 임 경위. 임동식과 그 일당들 거짓말 테스트 준비해 주세요.”

    마음은 90퍼센트 결정을 내렸지만, 마지막으로 다시 확인을 해 봐야 했다.

    종혁은 한숨을 내쉬었다.

    찰칵! 치이익!

    “좆같네.”

    다 잡은 범인을 놓친 것 같아서 맥이 빠졌다.

    * * *

    “서장님.”

    CCTV가 도착했다는 말에 수사지원과로 내려온 종혁.

    인사를 하는 경찰들에게 고개를 끄덕인 종혁이 인식 프로그램 시리즈가 설치된 컴퓨터 앞에 앉은 경찰에게 다가간다.

    “결과는요?”

    “……임동식이 마트 화장실을 들른 이후 약 30여 분 후에 박시원 학생이 화장실로 들어간 게 CCTV에 찍혔습니다. 죄송합니다.”

    30분이다.

    30분만 더 검토를 했다면, 이걸 먼저 알았더라면 수사 인력을 낭비하지 않았을 것이다.

    “누구의 잘못도 아닙니다. 그래서 이후 박시원 학생은 어떻게 움직였습니까.”

    “화장실에 한참이나 있다가 나온 박시원 학생은…….”

    해가 저물어 어두워진 도로를 따라, 임동식이 사라진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왜?’

    잘 이해되지 않는 박시원의 행동.

    ‘임동식이 그쪽으로 간 걸 모르는 건가?’

    아니면 영리하게 행동한 것일 수도 있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이었다.

    “잠깐.”

    종혁은 CCTV 영상 한구석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한구석에 보이는, 저 멀리 도로 위의 희미한 그림자.

    ‘저거 설마?’

    “저거 체크해요!”

    “이, 이거 말입니까?”

    경찰은 다급히 체크를 했고, 이내 가로등 불빛에 의해 드러난 실루엣에 종혁을 비롯한 경찰들의 낯빛이 딱딱하게 굳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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