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727화 (727/837)
  •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727화>

    “아! 놓으세요! 안 도망간다고요!”

    “조용히 해!”

    “경찰 아줌마! 이러다가 정말 후회한다니까!”

    임동식을 신안경찰서 안으로 끌고 가던 이승연 경위가 심상치 않은 말에 어이없어한다.

    “어린놈이 못된 것만 배워 가지고! 얼른 앉아!”

    경찰을 제외하면 아무도 없는 아동청소년과.

    임동식 패거리들을 앉힌 이승연이 임동식을 쳐다본다.

    “네 부모님 불러야 하니까 부모님 성함하고 연락처 내놔.”

    협박, 갈취, 특수폭행.

    심지어 이 모든 걸 2년에 걸쳐 이어 왔으니, 결코 가벼이 볼 수 있는 사안이 아니었다.

    그러나 문제는 임동식 패거리들이 전부 만 14세 미만의 형사미성년자, 일명 촉법소년이라는 점이다.

    법적 보호자가 동석하지 않은 채로 무작정 취조를 진행했다가 괜히 뒷말이라도 나오면 곤란했다.

    “진짜 후회하지 마세요. 아, 씨발. 아버지한테 죽을 텐데…….”

    임동식은 꿍얼거리며 부모님의 연락처를 순순히 말했고, 이승연은 너무 당당한 그의 모습에 미간을 좁혔다.

    같은 시각, 서장실.

    임동식 패거리를 잡았다는 이야기에 종혁은 미간을 좁혔다.

    “이 새끼들 면상이나 좀 봐야겠군.”

    무려 2년이 넘도록 두 학생을 지독히도 괴롭힌 놈들.

    ‘한 놈은 왠지 맞아도 싸 보이지만…….’

    김지훈의 진술이 적힌 중간 보고서를 보며 피식 웃은 종혁이 몸을 일으키는 순간이었다.

    -오빠 나 좀 봐! 나를 좀 바라봐! 처음이야 이런 내 말투 Ha!

    “응? 이 양반이 갑자기 왜?”

    목포경찰서장의 전화다.

    “예, 선배님! 예?”

    종혁의 낯빛이 딱딱하게 굳었다.

    * * *

    낯빛이 차갑게 굳은 종혁이 아동청소년과의 문을 열고 들어간다.

    “우리 오빠가 누군지 알아?! 내가 어? 어제도 오빠랑 밥도 먹고! 김치도 주고! 다 했어!”

    “어머님, 진정하시고요.”

    난동을 부리는 중년 여성과 그녀를 말리려고 애쓰는 이승연을 비롯한 아동청소년과 경찰들.

    그리고 쩔쩔매는 그들을 보며 비릿하게 웃고 있는 임동식과 그런 임동식을 존경스럽다는 듯 보며 거만하게 앉아 있는 중학생 1학년 꼬마들.

    “헛! 추, 충성!”

    “서, 서장님! 오셨습니까!”

    마치 앞으로 일어날 일을 알고 있다는 듯 낯빛이 우울하게 변하는 이승연을 비롯한 형사들.

    임동식의 모친이 화사하게 웃으며 종혁에게 다가온다.

    “어휴. 안녕하세요. 여기 동식이 엄마인 유경애라고 해요. 호호. 같은 식구시라 찾아뵌다, 찾아뵌다 하다가 이렇게 못난 일로 찾아뵙게 되네요. 정말 죄송합니다.”

    “아, 예. 방금 전 전화 받았습니다. 목포서장님의 여동생분이시라고요.”

    같은 식구 일이니 원만하게 해결해 달라는 전화.

    “네, 네.”

    거보라는 듯 거만하게 웃은 임동식의 모친이 종혁의 손을 잡는다. 그에 형사들의 낯빛이 더 어두워진다.

    “애들끼리 조금 다툰 거 가지고 학교폭력이니 뭐니, 어휴…….”

    스윽!

    “응?”

    종혁은 손을 빼자 당황하는 임동식의 모친을 지나쳐 임동식에게 다가가 뒤통수를 후려쳤다.

    뻐억! 쾅!

    “……!”

    뒤통수가 터져 버릴 듯한 고통과 함께 찾아든 이마의 끔찍한 고통.

    종혁은 책상에 얼굴을 박은 충격으로 다시 상체가 세워진 임동식을 가만히 바라봤다.

    “똑바로 앉아.”

    오싹!

    멍하니 종혁을 쳐다보는 임동식과 이승연 경위.

    “지, 지금 뭐하시는 거예요!”

    “어머님도 한마디만 더 하시면 공무집행방해죄로 잡아 처넣습니다.”

    “서장님!”

    “어머님, 장기간에 걸친 협박에 갈취, 특수폭행입니다. 여기 임동식 학생이 좆같은 촉법소년이라고 해도 무조건 10호 처분이라 이 말입니다.”

    10호 처분, 2년 소년원 송치.

    “즉, 어머님은 여기서 이러실 게 아니라 피해 학생들과 그 부모를 찾아가 선처를 빌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아시겠습니까?”

    “당신! 이, 이러고도……!”

    “아, 잠시만요.”

    종혁은 핸드폰을 들었다.

    “예, 선배님.”

    -으하핫! 최 서장, 고마…….

    “못하겠습니다.”

    -어?

    “이번 일은 본청 감찰과 전남청 감찰에 보고할 테니 준비나 하십시오. 아, 미리 인사드립니다.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충성.”

    -자, 잠깐! 최 서장! 최 서장!

    매정히 통화를 종료한 종혁은 임동식의 모친을 응시했다.

    “축하드립니다. 여동생분께서 오빠분의 퇴직을 앞당기셨네요.”

    “서, 서장님!”

    “누가 씨발 경찰서에서 목소리를 높여-! 닥치고 앉아!”

    쩌렁쩌렁! 경찰서 전체를 울리는 외침에 임동식의 모친은 파랗게 질렸고, 종혁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는 임동식의 뒤통수를 다시 후려쳤다.

    빠악! 쾅!

    “똑바로 앉으랬지, 씨발아.”

    “흐윽?!”

    종혁은 멍해 있는 이승연과 다른 아동청소년과 형사들을 봤다.

    “앞으로 어떤 외압이 있더라도 소신대로 수사하세요. 그딴 건 내가 다 막아 드릴 테니까.”

    “……전체 차렷!”

    척!

    “서장님께 대하여 경례!”

    “충성!”

    “충성. 그럼 수고들 하시고, 중간 보고는 과장님께서 3시간 단위로 올리도록 하세요.”

    아동 실종 사건이다. 수시로 체크해야 됐다.

    “옙!”

    종혁은 아동청소년과를 나섰고, 아동청소년과 경찰들은 그런 종혁의 뒷모습을 보며 눈을 몽롱하게 뜬다.

    “본청 엘리트라더니…….”

    “와. 순간 반해 버릴 뻔. 진짜 우리 서장님 짱이다.”

    “그런데 괜찮으시려나? 저렇게 주변과 대립하면 안 좋으실 텐데.”

    “얘. 고작 서른에 서장이야. 넌 이게 실적만 잘 올린다고 해서 되는 거라고 생각하니?”

    “어머, 그럼?”

    “다 견적이 나오니까 저러시는 거지.”

    “그럼…….”

    정말 종혁의 말대로 그 어떤 외압이 와도 다 막아 주겠다는 뜻.

    아동청소년과 경찰들의 가늘어진 눈이 임동식과 이승연에게로 향하고, 이승연은 화사하게 웃었다.

    “들었니?”

    스윽!

    대답 대신 자세부터 바로잡는 임동식.

    “그럼 시작해 보자. 박시원 학생을 끌고 간 이후 어떻게 했니? 거짓말할 생각은 마. CCTV에 다 찍혔으니까.”

    “그, 그게…….”

    * * *

    꿈틀! 꿈틀!

    “후욱! 훅!”

    흙바닥 위에 몸을 말고 있는 박시원을 보며 임동식이 거친 숨을 몰아쉰다.

    피가 흥건한 임동식의 양 주먹.

    “와, 이 독한 새끼 봐라?”

    1시간을 넘게 때렸다. 그럼에도 박시원은 항복하지 않았다.

    솔직히 이젠 좀 질렸다.

    “야, 마지막으로 묻는다. 다음 주까지 어떻게든 5만 원 가져와. 아니, 10만 원 가져와.”

    이렇게 수고를 하게 만들었다면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 하지 않겠는가.

    “알았어?”

    “시, 싫어요…….”

    뚝!

    결국 임동식의 인내심이 끊겨 버리고 만다.

    “그래. 그냥 죽자, 씨발놈아.”

    임동식은 옆에 널브러져 있는 커다란 돌을 들었고, 그걸 본 일진 패거리가 기겁을 하며 임동식을 말린다.

    “도, 동식아!”

    “안 돼! 그러다 진짜 죽어!”

    “놔! 씨발, 놔!”

    “안 돼! 안 돼!”

    안 된다. 무섭다.

    정말 사람이 죽을 것 같아서 무섭고, 이 자리에 자신들이 있다는 것이 무섭다.

    고작 저딴 독한 애새끼 하나 때문에 소년원에 가기 싫은 그들은 임동식을 필사적으로 말렸고, 그에 머리의 열이 내린 임동식도 슬그머니 돌을 내려놓는다.

    솔직히 돌로 찍어 버린다고 해도 박시원이 항복을 하지 않을 것 같았다.

    ‘아니, 그래도 한번 찍어 봐?’

    순간 갈등이 들었던 임동식은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시간은 많았다.

    “넌 씨발 나한테 제대로 찍혔어. 내일부터 기대해라, 씹새야.”

    내일부터 박시원은 자신의 전용 샌드백이었다.

    “어디 신고하고 싶으면 신고해 봐. 우리 외삼촌이 목포경찰서 서장이거든?”

    어차피 신고를 당해 봤자 훈방이다.

    “그땐 네 부모들도 가만 안 둔다. 카악 퉤!”

    “그, 그래. 잘했어. 똥이 무서워서 피해? 더러우니까 피하지.”

    “자, 가자. 늦었어. 왁! 아빠한테 전화 왔다!”

    그들은 구석진 공터를 빠져나갔고, 박시원은 그제야 말고 있던 몸을 폈다.

    얼굴이 피투성이 찐빵이 된 박시원.

    “……아파.”

    너무 많이 맞아서 그런 걸까.

    아프면서도 아프지가 않다.

    가장 많이 아픈 곳은 옆구리다. 숨을 쉬는 게 좀 힘들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걸리는 게 있었다.

    찢어지고 흙이 가득 묻은 옷.

    “엄마, 아빠가 걱정할 텐데…….”

    얼마나 슬퍼하실까.

    지이잉! 지이잉!

    “아!”

    박시원은 갑자기 걸려 온 전화에 당황했다.

    엄마였다.

    순간 설움이 차오른 박시원은 갈등을 하다가 전화를 받았다.

    “네, 엄마. 아, 죄송해요. 시간 가는 줄 몰랐어요. 다음부터 이러지 않을게요. 아, 엄마. 오늘 친구 집에서 놀고 가면 안 돼요? 지훈이 어머님이 식사 차려 주신대요. 네, 네. 끊을게요.”

    타악!

    “후우.”

    통화를 끊으며 한숨을 내쉰 박시원은 몸을 일으켜 공터를 빠져나갔다.

    한편 씩씩거리며 걷던 임동식이 돌연 몸을 멈춘다.

    “아, 씨발. 좆같네.”

    “또 왜 그래?”

    “있어 봐.”

    아무래도 돌로 한번 찍어 버려야 할 것 같다.

    “야! 어디 가! 야!”

    패거리의 손을 뿌리치는 임동식의 눈이 잔인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 * *

    “그래서 쫓아가 돌로 찍었니? 머리를?”

    “아, 아니에요!”

    다시 찾아가 보니 박시원은 자리를 뜨고 없었다.

    그래서 씩씩거리다 돌아 나왔다.

    “그렇지? 맞지?!”

    임동식은 자신의 친구들에게 동의를 구했고, 친구들은 다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임동식을 향한 공포가 서려 있는 그들의 눈.

    “네! 그랬어요!”

    “가 보니까 걔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어요!”

    이승연은 필사적으로 임동식을 변호하는 패거리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살인 미수에 관한 진술은 잘 들었어.”

    “네?”

    “오늘 취조는 여기까지 하자. 어머님, 임동식 학생 데려가세요.”

    “아, 아줌마! 무슨 말이세요!”

    “어머님, 데려가시라니까요?”

    “아줌마-!”

    “서, 선생님!”

    믿었던 동아줄이 끊어진 임동식의 모친은 제발 용서해 달라며 울고불고 매달렸지만 이승연은 매정했다.

    “지금 나가지 않으시면 공무집행방해죄로 입건합니다.”

    “윽!”

    놀라 눈치를 보던 임동식의 모친은 오늘은 날이 아니라는 듯 임동식의 손을 잡으며 끌고 나갔고, 이승연은 남은 아이들을 봤다.

    ‘임동식을 무서워하고 있었지.’

    “……지금 취조실 비었지?”

    “알아볼까요?”

    “응. 알아보고 비었으면…… 쟤 데려가.”

    움찔!

    이승연은 취조실이란 말에 깜짝 놀라는 패거리를 보며 입술을 비틀었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취조의 시작이었다.

    ‘자, 숨겨 놓은 이야기를 마음껏 꺼내 보렴.’

    * * *

    달칵!

    컴퓨터 모니터를 응시하던 종혁이 마우스를 클릭한다.

    그러자 CCTV 영상이 멈춘다.

    임동식 패거리가 박시원을 끌고 간 모습이 잡힌 공터 인근의 CCTV 영상. 임동식과 그 패거리 넷, 박시원에게 빨간 사각형이 쳐진다.

    다시 영상을 재생시키니 영상이 빠르게 돌아가다 공터를 걸어 나오는 임동식 패거리들을 비춘다.

    종혁은 다른 영상을 클릭했다.

    그러자 임동식이 빠져나온 곳과 다른 방향으로 걸어 나오는 박시원의 모습이 비춰진다.

    옆구리와 다리를 크게 다쳤는지 절뚝이는 박시원.

    오후 5시 50분. 피와 흙먼지투성이가 된 박시원이 외진 골목을 지나쳐 어딘가로 향한다.

    “그리고 아웃.”

    읍내 외곽을 벗어나는 듯하더니 사라져 버린다. 더 이상 CCTV가 없어 추적이 불가능했다.

    그런데 그것도 잠시.

    “하, 이 새끼.”

    싸가지 없고 멍청한 새끼가 감히 선수들 앞에서 구라를 쳤다.

    약 10분 후, 한 손에 돌을 든 채 박시원이 사라진 방향으로 향하는 임동식.

    그리고 임동식이 다시 모습을 드러낸 건 약 30분 후. 놈은 사라졌던 길이 아닌 다른 길을 통해 읍내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종혁이 그런 임동식을 바라보다 순간 눈을 부릅뜨며 얼른 화면을 확대한다.

    “……돌이 없어.”

    쿵!

    30분 전 한 손에 들고 있었던 돌이 사라져 있다. 게다가 양손에 묻어 있던 핏자국까지 사라져 있었다.

    이는 즉, 돌을 버리고 손을 어디선가 씻었다는 것이다.

    다급히 몸을 일으킨 종혁이 벽 한쪽 신안군 지도를 향해 다가간다.

    “농협 마트.”

    읍내 외곽, 그것도 꽤 떨어진 곳에 지어진 농협 마트.

    그것을 제외하면 허허벌판과 숲, 도로뿐이다.

    임동식은 아마 마트 화장실에서 손을 씻고, 돌도 유기한 걸로 예상됐다.

    ‘왜?’

    물론 박시원을 찾지 못한 상황에서 무거운 돌은 버리고 씻은 것일 수도 있지만, 불길한 생각이 머릿속을 강타한다.

    “이 새끼 설마……!”

    만약이다. 정말 만약이다.

    그런데 왜인지 만약이 아닌 것 같다.

    이를 악문 종혁은 얼른 내선 전화기를 들었다.

    “서장입니다!”

    * * *

    삐요오옹!

    순찰차들이 빠르게 도로를 내달리고, 손전등을 든 의경들이 압해읍 외곽의 수풀을 훑는다.

    “10분입니다! 10분!”

    마트 화장실에서 임동식이 손을 씻다 못해 소변까지 누는 걸 확인했다.

    하지만 그 손에 돌은 없었다.

    임동식의 보폭과 속도로 마트에서 읍내까지 향할 때까지 걸린 거리가 약 10분. 임동식이 박시원을 쫓아 걸어온 길의 거리도 마트까지 대략 10분 정도밖에 안 걸린다.

    그런데 임동식은 공터에서 마트 화장실까지 약 20분의 시간이 걸렸다.

    즉, 10분 안에 놈은 박시원을 어떻게 했고, 사람들 눈에 띄지 않게 숨긴 것이다.

    이 수풀 어딘가, 10분 거리에 박시원이 있는 것이었다.

    “임동식의 체구는 그렇게 크지 않습니다! 혼자 옮기는 데 애로사항이 있었을 겁니다!”

    건장한 성인 남성이라도 정신을 잃은 소년을 옮기는 데 많은 힘이 든다.

    돌을 들고 쫓을 정도로 흥분을 한 임동식이다. 아마 박시원의 뒤통수를 보자마자 찍어 버렸을 거다.

    “약 30미터. 도로에서 약 30미터 인근에 박시원 학생이 유기되어 있을 겁니다! 아마도 농협 마트 인근에!”

    그래야 임동식이 다른 길로 돌아온 게 설명이 된다.

    ‘만약 박시원을 빨리 찾아 돌로 찍어 버렸다면 왔던 길로 다시 돌아갔을 테니까!’

    그게 더 가까우니 말이다.

    “아직 살아 있을 확률이 있습니다! 빨리 찾으세요!”

    -예!

    “예!”

    우렁찬 대답에 종혁은 무전기를 내려놓으며 핸드폰을 들었다.

    “목포와 신안 병원에 수배 내렸습니까?”

    -어제오늘 신원불명의 어린아이가 들어온 적은 없다고 합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아직 이곳 어딘가에 있는 것이다.

    어두운 밤, 종혁은 손전등을 들고 사람들 사이로 뛰어들었다.

    “시원아! 들리면 대답해 보렴! 시원아-!”

    종혁을 비롯한 모든 경찰, 의경들이 간절히 외쳤다.

    하지만…….

    “해 뜨네.”

    어스름히 해가 떠오른다.

    어제 오후 4시부터 시작된 수색.

    무려 14시간 동안 주변을 샅샅이 뒤졌지만, 30미터를 넘어 200미터까지 샅샅이 뒤졌지만, 심지어 임동식이 마트에서 읍내로 들어선 길까지 확인했지만 박시원을 발견하지 못했다.

    “푸후.”

    “하아암.”

    최재수가 하품을 내쉬는 의경들을 보며 낯빛을 흐린다.

    밤새 수색에 피로에 절어 있는 의경들.

    할 말이 많지만, 그동안 종혁이 해 준 것이 많아 말을 하지 못하는 그들의 모습에 최재수가 잠시 떠오르는 해를 본다.

    ‘서장님 추측이 잘못된 건가?’

    그럴 수 있다. 종혁이라고 만능은 아닐 테니까.

    “후우.”

    ‘다시 생각해 보자.’

    최재수는 다르게 생각해 보기로 했다.

    ‘만약 박시원이 운 좋게 임동식을 피했다면? 임동식이 쫓아오는 걸 알고 숨어 있다가 다른 길로 도망을 친 거라면?’

    하지만 그 가능성은 현저히 낮았다.

    만약 박시원이 임동식을 피해 도망을 쳤다면, 결국 어딘가에서는 CCTV에 찍혔어야 했다.

    몸을 일으킨 최재수가 주변을 둘러본다.

    ‘시간대는 저녁. 저 논밭, 수풀을 뚫는다는 건 어른이라도 힘들어.’

    그렇다면 박시원은 이 부근에 있는 것이다.

    종혁의 추정은 잘못되지 않았다.

    “그럼 대체 어디에 있는 거냐고!”

    쾅! 끼이익!

    옆에 있는 집의 나무 대문을 후려친 최재수는 깜짝 놀라 안을 본다.

    그렇지 않아도 이렇게 민폐를 끼치고 있는데, 사고까지 쳤다.

    “시, 실례합니다.”

    사과를 하기 위해 문을 열었던 최재수는 대문 안의 풍경에 미간을 좁혔다.

    “폐가?”

    폐가다. 그것도 방치된 지 꽤 오래된 듯 이곳저곳이 낡아 있고, 마당엔 흙먼지와 나뭇가지 등 폐기물 쓰레기들이 가득이다.

    “왜? 최 팀장, 담배 피우게?”

    “여기 아십니까?”

    “알지. 수색 시작하자마자 탐문했는데 모를 리가 없지.”

    혹시나 박시원을 목격한 사람이 나올까 인근 인가를 모두 탐문했었다. 하지만 성과는 없었다.

    그런 생활안전과 과장의 말에 최재수는 한숨을 쉬며 담배를 물었다.

    “아, 풀물 들었네.”

    “수풀을 그렇게 훑어 댔는데, 안 들 리가 없지. 좀 씻어. 아마 여기도 물은 나올걸?”

    “그렇습니까?”

    “옛날엔 다 지하수 썼어.”

    “아아.”

    고개를 끄덕인 최재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수도꼭지를 찾아 움직이다가 한 곳을 보곤 멈칫한다.

    “왜 그래?”

    “아뇨.”

    그렇게 말했지만, 최재수의 손이 허리춤의 삼단봉으로 향한다.

    “저긴 창고일까요?”

    “아마도?”

    “흠.”

    촤락!

    삼단봉을 빼 든 최재수가 창고처럼 생긴 건물로 다가가 살짝 열린 문을 발끝으로 열어젖힌다.

    “뭐야, 왜 그래. 응?”

    “역시…….”

    “정말 왜 그래? 여기에 뭐 있어? 뭐 없는데?”

    같은 걸 보고 있음에도 의아해하는 생활안전과장의 모습에 최재수는 무전기를 들었다.

    “서장님, 여기 좀 와 보셔야겠습니다. 뭔가 이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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