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726화 (726/837)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726화>

압해초등학교의 교무실.

터엉!

한 남자 교사가 출석부로 책상을 후려친다.

“똑바로 말해! 정말 어제저녁에 헤어진 거 맞아?!”

“네!”

김지훈이 울상을 지으며 크게 대답한다.

너무 무서운 학년주임 선생님.

“저, 정말 어제저녁에 헤어졌단 말이에요…….”

“몇 시에! 뭘 하다가!”

“그, 그게…….”

“이 자식이 그래도!”

“그만하시죠, 선생님. 제 학생입니다. 지훈아, 이리 와.”

“서, 선생님…….”

“하, 이 선생! 지금 내가 나 잘되자고 이러는 거야? 쟤들이 얼마나 말썽쟁이인지 이 선생도 잘 알잖아!”

압해초등학교에서 말썽쟁이로 유명한 김지훈과 박시원.

항상 김지훈이 사고를 치면 거기에 박시원이 휘말리는 모양새이긴 했으나, 어찌 됐든 둘 모두 골치가 아프긴 마찬가지였다.

이번에도 분명 어디서 못된 짓을 하느라 집에 안 들어간 것이 분명했다.

‘왜 밖에서까지 사고를 쳐서는……!’

이게 문제다.

학교 안에서 사고를 쳤다면 어떻게든 수습이 가능하지만, 밖에서 사고를 치면 그게 불가능했다.

이로 인해 학교의 명예가 먹칠이 되는 건 물론이고, 아이들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했다는 이유로 자신의 인사고과는 깎여 나갈 터였다.

“이 미꾸라지 둘 때문에 이게 무슨 일이냐고!”

“제가 알아서 할 테니 이제 그만하시죠.”

“야! 너 몇 년 차야!”

“저도 이제 6년 차입니다. 야 소리를 들을 시기는 지난 것 같습니다만.”

“뭐 인마?!”

“어이구. 왜 이래. 이번 일은 주임 선생이 잘못한 거 맞잖아. 담임이 버젓이 있는데 왜 주임 선생이 애를 다그쳐.”

“하지만 이 선생 말하는 것 좀 보십시오!”

“그건 이 선생이 잘못했지. 시원이 걱정하는 건 알겠는데, 이렇게 화풀이하면 안 되지. 안 그래, 이 선생?”

“그래요, 이 선생님. 어서 사과하세요.”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화가 나 실수를 했습니다.”

지훈의 담임은 허리를 깊이 숙였고, 학년주임 선생은 부들부들 떨다가 쥐고 있던 출석부를 던졌다.

“에이씨!”

“그래, 그래. 잠깐 나가자고.”

드르륵!

학년주임과 동료 교사가 밖으로 나가자 김지훈의 담임이 한숨을 내쉰다.

자신에게 상의도 하지 않고 자신의 학생을 다그치기에 화가 나서 하지 말아야 할 짓을 하고 말았다.

‘쯧.’

“지훈이, 이리 와.”

‘씨이.’

학년주임 선생님만큼 무서운 담임선생님.

키는 작지만 몸도 크고 얼굴도 무섭게 생긴 선생님.

김지훈 쭈뼛거리며 담임선생님에게 다가간다.

“지훈아.”

“네, 선생님.”

“어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시원이랑은 언제 헤어진 거고.”

“모, 몰라요. 저도 그때 헤어지고 못 봤단 말이에요.”

‘안 그래도 어제 동식이 형들한테 맞아서 아파 죽겠는데!’

갑자기 친구 박시원이 미워진다. 왜 말도 없이 가출해서 자신을 이렇게 괴롭게 하는 거란 말인가.

“지훈아, 너 자꾸 거짓말하면 선생님도 널 지켜 주지 못해.”

“저, 정말이에요! 정말 그때 헤어지고 못 봤단 말이에요!”

드르륵! 탁!

“여기 김지훈 학생 담임선생님이 계십니까?”

김지훈과 담임은 교무실 입구를 보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 * *

“반갑습니다. 신안경찰서 아동청소년과의 이승연 경위입니다.”

“아, 예. 지훈이와 시원이 담임인 이준성입니다.”

“박시원 학생이 어제 집에 안 들어온 건 알고 계시죠?”

“예. 제가 연락을 드렸으니까요.”

오늘 등교하지 않은 걸 전화한 사람이 바로 그였다.

고개를 끄덕인 이승연은 잔뜩 얼어 있는 김지훈을 봤다.

어제 쌈박질을 한 것인지 입술이 터지고, 얼굴에 반창고를 붙인 박시원.

이승연은 미소를 지었다.

“아줌마가 지훈이라고 불러도 될까?”

“네…….”

“고마워, 지훈아. 아줌마가 지금부터 어제 지훈이가 시원이랑 뭘 했는지 물어볼 텐데, 잘 대답해 줄 수 있지?”

무섭다. 도망치고 싶다. 하지만 옆에서 담임선생님이 무섭게 노려보고 있다.

김지훈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고마워. 그럼 어제 학교를 마치고 뭘 했는지 말해 줄 수 있을까?”

“으음…… PC방에 갔어요.”

“바로?”

흠칫!

“네, 네!”

뭔가 이상한 반응. 이승연의 눈이 가늘게 떠진다.

“어디 PC방? 압해읍에는 PC방이 두 개잖아.”

“다, 단군 PC방이요.”

“왜? M PC방이 더 좋지 않아?”

사양도 인테리어도 M PC방이 훨씬 좋다.

“그, 그게…… 아, 가까워서요!”

“그러니? 그리고 몇 시까지 놀았는데?”

“5시요. 아니, 6시요! 정말이에요!”

사력을 다해 소리치는 김지훈의 반응에 이승연은 한숨을 내쉬었다.

“후. 지훈아. 경찰 아줌마한테 거짓말하면 큰일 나. 위증죄로 잡혀갈 수 있어.”

“저, 정말이에요! 정말이란 말이에요!”

“그래, 시원아. 나머지 이야기는 경찰서 가서 나누자.”

철그럭!

“힉?!”

“자, 이리 손 내.”

이승연이 수갑을 꺼내자 김지훈이 다급히 물러선다.

하지만 소파에 앉아 있기에 물러서지 못하는 그.

결국 이승연이 손목을 잡자 김지훈은 눈을 질끈 감았다.

“도, 동식이 형이요! 동식이 형이 데려갔어요!”

“뭐?”

“……동식이 형이 데려갔단 말이에요. 흐어엉!”

결국 공포를 이기지 못한 김지훈은 울음을 터트렸다.

* * *

뻐억!

“아악!”

옆구리를 얻어맞고 땅바닥을 구르는 김지훈의 머리를 임동식이 짓밟는다.

“야, 이 개새끼야. 씨발 새끼야.”

분명 돈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피카츄 돈까스를 사 먹었다. 자신을 속인 것이었다.

임동식은 그게 너무 괘씸하고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었다.

반면 김지훈은 억울했다.

‘시원이가 먹자고 한 건데!’

“진짜 이 개새끼가!”

퍼어억!

김지훈의 배에 꽂히는 발.

“커헉! 커허억!”

배가 찢어질 듯한 아득한 고통에 김지훈은 몸을 말며 경련을 했고, 그 모습에 임동식이 멈칫한다.

더 때렸다가는 정말 죽을 것 같은 모습.

“하아.”

머리에서 열이 살짝 내린 임동식이 김지훈 앞에 쪼그려 앉으며 머리채를 잡아챈다.

“악!”

“지훈아, 넌 왜 진짜 이 형을 나쁜 사람으로 만드냐. 어?”

“자, 잘못했어요……. 사, 살려 주세요, 형…….”

“괜찮아. 안 죽여. 앞으로 돈줄이 될 널 왜 죽여?”

임동식은 돈줄이라는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뜨는 김지훈을 보며 입술을 비튼다.

“다음 주부터 매주 5만 원씩 준비해.”

“네?!”

“안 그러면 진짜 죽는다.”

“하, 하지만 그런 돈은…….”

“부모 지갑에서 훔치든 뭐든 해서라도 만들라고! 지금 죽고 싶어?!”

“흐윽!”

임동식은 울음을 터트리려는 지훈을 보곤 코웃음을 치며 박시원을 봤다. 자신의 친구들에 의해 김지훈과 똑같이 땅바닥을 뒹구는 박시원.

“그건 너도 마찬가지야, 지훈이 친구 새끼야.”

“시, 싫은데요.”

“뭐?”

순간 멍해진 임동식이 눈을 껌뻑이고, 박시원이 이를 악물며 몸을 일으킨다.

“싫다고 했어요.”

부모님 지갑에 손을 댈 순 없다.

그렇다고 다른 나쁜 짓을 할 수도 없었다.

그동안은 힘이 없어서 그냥 맞은 것이지만, 별로 아프지도 않았기에 참았지만, 이런 나쁜 일까지 참고 따를 순 없었다.

박시원은 그런 의미를 담아 임동식을 응시했고, 임동식은 맑고 투명한 눈에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하, 이 사랑스런 새끼는 또 뭐지? 야, 다시 말해 봐.”

“싫어요.”

“푸핫! 그래?”

몰랐다. 그동안 단순히 김지훈의 친구라서 함께 때렸던 박시원. 이런 되바라진 놈인 줄 알았다면 더 예뻐해 줄 걸 그랬다.

“죽어도 싫다 이거지?”

“네.”

“뒤지게 처맞아도?”

“네.”

“푸하하핫! 으하하하하핫!”

골목을 울리는 살벌한 웃음소리에 임동식 패거리의 얼굴이 하얗게 질린다. 임동식이 이런 웃음을 터트릴 때마다 꼭 감당할 수 없는 사고가 터졌기 때문이다.

“도, 동식아.”

“와. 오랜만에 제대로 빡치네. 야, 김지훈.”

“네, 네?”

“축하한다. 앞으로 안 맞게 돼서.”

“네?”

“꺼지라고, 씹새야. 왜 같이 맞을래?”

“아, 아니…….”

뻐어억!

“커헉! 켁!”

목젖을 얻어맞은 김지훈은 숨이 막히는 끔찍한 고통에 몸부림을 쳤고, 임동식은 얼굴에서 표정을 지웠다.

“그냥 꺼지라고 새끼야. 야, 이 새끼 일으켜서 거기로 끌고 가.”

“어쩌려고?”

“뭐 이렇게 말이 많아? 네가 대신 죽게? 끌고 가라고, 이 새끼야.”

“어, 으응.”

김지훈은 임동식 패거리들에게 끌려가는 박시원을 보며 눈물을 흘렸다. 목젖이 너무 아팠다.

* * *

“그, 그렇게 끌고 갔어요!”

그리고 임동식과 그 패거리들의 뒷모습이 사라진 뒤에야 김지훈은 자리를 뜰 수 있었다.

차마 도울 생각은 하지 못했다.

어차피 자신이 할 수 있는 거야 같이 맞는 것뿐이고, 그럴 거라면 차라리 한 명만 맞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결국 김지훈은 홀로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저녁에 시원이 아빠한테 연락이 온 거예요.”

설마 아직도 동식이 형한테 맞고 있는 건가 걱정이 되긴 했다.

하지만 이때도 김지훈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임동식이 무서웠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에게 임동식에 대해 말할 수 있었다면, 이미 오래전에 이야기했을 터였다.

그래서 반사적으로 거짓말을 했다.

“흐엉! 죄송해요! 잘못했어요!”

‘하아.’

이승연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게 문제지.’

학교 폭력은 이게 문제다.

두려움 때문에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

아니, 이런 시골은 그 문제가 도시의 학교와 약간 성질을 달리한다. 학교 구성원이 거의 한동네 사람이라는 점 때문이다.

심지어 학교가 하나뿐인 경우도 많아서,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계속 같은 학교로 진학하기도 한다.

이렇다 보니 선배들에게 깍듯한 걸 넘어 두려움을 품게 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아마 얘도 그런 거겠지.’

만약 김지훈이 어제 진실을 말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당장 임동식은 처벌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후 김지훈은 임동식과 몇 년을 더 함께 학교를 다녀야 하는 상황.

학교를 벗어나도 좁디좁은 시골에서 계속 알고 지내야 했다.

그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겠는 건 아니었던 이승연은 씁쓸히 웃으며 김지훈을 달랬다.

“아니야. 고마워. 이만 올라가 보렴.”

“흐어어엉!”

김지훈은 눈물, 콧물 다 흘리며 교무실을 빠져나갔고, 이승연은 담임을 응시했다.

“동식이란 학생이 어떤 학생인가요. 자세히 설명해 주시죠.”

그리고 압해초등학교의 일진에 대해서도.

이승연의 눈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 * *

띵동, 댕동! 띵동, 댕동!

“읏챠!”

타악!

학교 종소리가 울리는 압해중학교.

점심시간을 틈타 담을 넘은 임동식과 그 패거리가 킬킬 웃으며 학교를 향해 중지를 치켜든다.

“크! 오늘도 땡땡이 성공!”

“야, 어디 갈래? M PC방 갈까?”

“안 돼. 이 시간이면 선배들 거기 다 있을 거야.”

압해중학교의 2학년, 3학년 일진들.

이제 고작 1학년인 그들로서는 감히 쳐다볼 수도 없는 선배들이다. 만약 지금 갔다가는 1학년 주제에 땡땡이를 쳤다고 두들겨 맞거나 온갖 심부름을 다 할지도 몰랐다.

물론 학교가 모두 끝난 후 간다면 괜찮다. 그땐 다른 학생들도 넘쳐 날 것이기에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다.

“하, 씨발. 목포나 넘어갈까?”

“이제 화요일인데?”

“안 돼. 나 돈 없어.”

“넌 왜 맨날 돈이 없냐.”

“어쩌라고.”

“뭐 이 새끼야?”

임동식은 싸우기 시작한 친구들을 한심하다 쳐다보며 핸드폰을 들었다.

지이잉! 지이잉!

“어, 왜?”

-도, 동식아. 난데, 지금 담탱이가 너 찾고 있거든?

“담탱이가? 왜?”

-몰라. 그냥 너 데려오래.

“어. 좆까.”

코웃음을 친 임동식은 통화를 종료했고, 그에 그의 패거리들이 의아해한다.

“무슨 전화야?”

“몰라, 씨발.”

요즘은 사고를 치지 않았기에 걸리는 게 없다.

“아, 씨발. 이거 혹시 저번 주에 목포 가서 삥 뜯은 거 걸린 거 아냐?”

한 친구의 말에 다른 친구가 고개를 젓는다.

“아니지. 걔들이 우리를 어떻게 알고? 우리 사복 입고 갔잖아.”

“야, 혹시 어제 지훈이 친구 때문 아니야?”

흠칫!

임동식과 패거리들의 몸이 굳는다.

머릿속으로 어젯밤 박시원의 마지막 모습이 스쳐 지나가자 그들이 임동식을 쳐다봤고, 임동식은 말을 꺼낸 여중생을 죽일 듯 노려봤다.

“아, 씨발 재수 없는 소리 하지 마라.”

“하, 하지만 어제 네가…….”

“닥치라고, 씨발년아.”

“흡!”

이를 드러내는 임동식의 모습에 여중생이 다급히 입을 다무는 순간이었다.

“왜? 난 더 듣고 싶은데. 그냥 계속해도 돼요, 학생들.”

쿵!

난데없이 들려오는 낯선 목소리.

그들은 오른쪽에서 다가오는 이승연 경위를 보며 굳어 버렸고, 그녀는 그런 그들을 향해 이를 드러냈다.

“임동식 학생, 방금 한 말 이 경찰 누나한테 자세하게 해 볼래요?”

“……씨발! 튀어!”

그들은 이승연의 반대편으로 뛰었고, 그녀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쪽에도 있는데.”

경찰은 무조건 2인 1조.

특히나 임의 동행 및 검거를 할 때 용의자가 1인 이상일 시, 용의자의 숫자보다 많은 숫자의 경찰을 동원할 수 있었다.

“저런 놈들은 왜 맨날 자기 죄를 인정하지 않는 걸까.”

얼마나 찔리는 게 많으면 경찰이란 말에 도망부터 치는 걸까.

이승연은 땅을 박차며 임동식들을 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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