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724화 (724/837)
  •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724화>

    목포의 어느 차이나 레스토랑.

    딸랑!

    문을 열고 들어온 종혁이 들어선다.

    “어서 오세요! 몇 분이세요?”

    “안에 일행이 있습니다.”

    “네!”

    콧속으로 빨려드는 고소하고 짭짤한 춘장의 냄새.

    양파와 고기가 수북하게 볶아지고 그 위를 삶은 계란 반쪽과 완두콩, 오이가 올라간 짜장면, 그리고 반숙 계란 한 장이 올라간 노르스름한 갈색빛을 띠는 볶음밥.

    기름기가 흥건한 찐한 짬뽕은 또 어떤가.

    종혁은 북적북적한 식당 안을 가로지르며 고개를 끄덕인다.

    ‘근본이 있는 곳이네.’

    물가가 올라가면서 많이 부실해진 중국집들.

    하지만 이곳은 맛을 본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맛집인 것 같다.

    다만 거슬리는 건 안쪽을 힐끔거리는 사람들의 시선이랄까.

    종혁은 급해지는 마음에 안쪽으로 걸어가다 멈췄다.

    하나의 룸 앞을 막아서고 있는 덩어리 둘.

    종혁의 고개가 삐딱하게 기울어진다.

    “어이.”

    “누가…….”

    “허리 숙이면 뒤진다. 아가리 열면 뒤진다. 숨만 쉬어도 뒤진다.”

    종혁은 다급히 입을 다무는 두 덩어리를 향해 날카롭게 말했다.

    “깡패티 내지 말고 꺼져.”

    “그, 그게…….”

    빠악!

    “욱!?”

    “찢어 버리기 전에 꺼지라고, 새끼들아.”

    “나가 있어.”

    룸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허리를 숙인 그들은 곧바로 식당을 빠져나갔고, 종혁은 문을 열었다.

    “하하. 오랜만입니다, 최 서장님.”

    “태흥아.”

    “……예.”

    “나 엿 먹이냐?”

    “예? 그, 그게 무슨 말인지…….”

    “경찰 서장하고 깡패 새끼가 만난다고 광고하는 거야?”

    “……죄송합니다.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잘하자. 내가 정보 준 값은 해야지.”

    이태흥은 고개를 깊이 숙였고, 혀를 찬 종혁은 상석에 앉았다.

    “밥은? 시켰어?”

    “허허. 우리 서장님은 이런 짱개집이 아니라 좋은 곳에서 대접을 해 드려야…… 죄송합니다. 뭘 드시겠습니까? 여기 음식이 다 맛있습니다.”

    “짜장면과 볶음밥, 짬뽕 곱빼기랑 탕수육 대자, 깐풍기 대자. 넌?”

    이태흥의 눈이 크게 떠졌다.

    후루룩! 후루룩!

    들어오면서 상상했던 맛 이상이다.

    “아, 여기 괜찮네.”

    확실히 전라도가 음식을 잘한다.

    종혁은 입을 닦으며 젓가락을 내려놓았고, 종혁이 다 먹는 동안 겨우 짜장면 곱빼기 하나와 탕수육 소짜 하나를 해치운 이태흥이 입을 연다.

    “그 정보는 정말…….”

    “많이 내놨더라. 눈치 좋게?”

    오싹!

    ‘이, 이 새끼?’

    이태흥은 종혁의 무심한 시선에 마른침을 삼켰고, 종혁은 담배를 물었다.

    찰칵! 치이익!

    “목포의 다른 조직들이 죄다 쓸린 건 알고 있지?”

    “더, 덕분입니다. 가, 감사합니다.”

    전남경찰청에서 직접 쓸었다.

    이에 목포경찰서장은 아무런 말도 못했다.

    항변은커녕 다른 조직에게 뇌물을 받은 정황이 드러나 하마터면 목이 잘릴 뻔했다. 억지로 받았다며 돌려줄 길이 없어 보관했던 거라며 토해 내지 않았다면 분명 그렇게 됐을 거다.

    목포경찰서장에게 뇌물을 준 것이 밝혀진 조직은 그 보복으로 인해 주춧돌 하나 남기지 못하고 깔끔하게 쓸려 버렸다.

    만약 종혁의 경고가 아니었다면, 그래서 얼른 흔적을 지우지 않았다면, 조직의 30퍼센트를 내놓으며 납작 엎드리지 않았다면 자신의 태흥파도 그렇게 됐을 거다.

    “목포가 무주공산이 된 것도 알고 있을 거고.”

    “……제가 뭘 하면 되겠습니까?”

    종혁은 고개를 숙이는 그의 모습에 피식 웃으며 몸을 일으켰다.

    “살려 준 놈이 그것까지 말해야 할까? 간다.”

    종혁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룸을 빠져나갔고, 남겨진 이태흥은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개가 되라는 거군. 씨발. 어쩌다 내가…….”

    이런 꼴이 됐을까.

    하지만 따르지 않을 방도가 없다.

    그는 핸드폰을 들었다.

    “나야. 접수 시작해. ……경찰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선으로.”

    한편 밖으로 나온 종혁은 다시 담배를 물었다.

    “저놈까지 치워 버리면 별의별 거지 같은 놈들이 분탕을 칠 테니…….”

    방금 전 이태흥에게 말한 것처럼 목포가 무주공산이 됐다.

    분명 전국의 별의별 놈들이 달려들어 목포를 차지하기 위해, 쓸려 버린 조직들의 사업체들을 흡수하기 위해 온갖 개짓거리를 다할 터.

    그나마 지금은 이게 최선이었다.

    ‘그래, 지금은…….’

    눈을 빛낸 종혁은 핸드폰을 들었다.

    “재수야, 어디야? 바빠? 아, 오늘 치 일 끝내고 쉬는 중이야? 그럼 대충 정리하고 목포로 나와. 술이나 한잔하자. 어, 그래.”

    종혁은 주머니에 손을 쑤셔 넣으며 목포의 번화가인 평화광장으로 향했다.

    * * *

    번뜩!

    눈을 뜬 최재수는 얼굴을 구겼다.

    어젯밤 술을 그렇게 마셨는데도 상쾌한 컨디션.

    “늦었다.”

    시간을 확인한 그는 다시 한번 얼굴을 구겼다.

    오전 10시. 정말 지각이었다.

    그런데 희한한 점은 부재중 전화가 한 통도 안 왔다는 것이었다.

    달칵!

    “어후으. 응? 일어났냐?”

    “아, 좀 깨우시죠! 혼자만 운동 다녀오고!”

    “네가 처 안 일어난 걸 왜 나한테 지랄이세요.”

    “아, 몰라요!”

    최재수는 다급히 화장실로 달려갔고, 종혁은 그런 그를 보며 헛웃음을 터트렸다.

    “저 새끼가 아직 술이 덜 깼나?”

    오늘은 토요일.

    저렇게 급하게 움직일 이유가 없었다.

    부우웅!

    “토요일이면 토요일이라고 말을 해 주시지.”

    꿍얼거리는 최재수의 뒤통수를 바라보다 관둔 종혁은 창문을 살짝 열고 눈을 감았다.

    “늦어도 올해 안에 인식 프로그램 시리즈가 전국 경찰서에 깔리게 될 거다.”

    움찔!

    “수고하셨습니다. 그리고 죄송합니다.”

    그토록 종혁이 바랐던 일.

    결국 해냈구나 존경심이 터지듯 솟는 한편, 도움을 주지 못해서 미안했다.

    “재수야.”

    “예, 서장님.”

    “넌 충분히 도움이 됐어. 이건 진심이야.”

    최재수가 우호적인 여론을 형성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아마 아직까지도 신안경찰서를 장악하지 못했을 확률이 높다.

    신안경찰서에 부임을 한 지 이제 고작해야 3개월이다. 아무리 돈지랄을 했어도 사람들은 색안경을 꼈을 거다.

    “그랬다면 이번 일도 해결하지 못했겠지.”

    신안경찰서 형사 2팀과 강력 2팀이 진심으로, 열심히 사건에 임하며 수족처럼 움직여 줬기에 일망타진할 수 있었던 놈들이다.

    “그리고 이 사건을 해결하지 못했다면 인식 프로그램 시리즈 보급화는 아마 불가능했을 거야.”

    경찰의 날 간부 회의의 분위기가 딱 그랬다.

    종혁 자신을 놀리는 데 진심이었던 장희락 경찰청장을 비롯한 고위 간부들.

    아동실종전담 부서가 혁혁한 공을 내고 있고, 종혁도 김지원 사건을 통해 인식 프로그램에 대한 필요성을 다시 상기시켰지만, 고위 간부들의 마음을 움직인 결정적인 이유는 분명 이번 쑤언박 사건이다.

    종혁은 그렇게 판단했다.

    그만큼 놈들의 행각은 끔찍했고, 이를 막아 내지 못한 경찰로서는 책임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던 사건.

    그런데 종혁이, 그리고 인식 프로그램 시리즈가 그 사건을 해결해 주었으니 반응이 긍정적일 수밖에 없었다.

    “즉, 이 모두 네가 밑밥을 잘 깔아 준 덕분이라고, 인마. 알았어?”

    “그게 그렇게 되는 겁니까?”

    “세상에 필요 없는 건 없다. 이런 것들이 하나하나 쌓이고 어우러져야 세상이 올바르게 돌아가는 거야. 그리고 너나 내 꿈도 이룰 수 있는 것이고.”

    “……범죄자는 빼고요?”

    “그놈들은 빼고.”

    “흐. 옙!”

    피식 웃은 종혁은 눈을 감았다.

    나른한 토요일. 가을의 서늘한 바람이 졸음과 함께 밀려왔다.

    “주무시려고요? 이제 곧 도착…… 악?!”

    갑자기 눈을 부릅뜬 최재수가 핸들을 틀었다.

    유리창을 향해 회색 벽돌이 날아오고 있었다.

    끼이익!

    * * *

    “뭐야? 괜찮아?”

    “서장님, 저기!”

    다급히 눈을 뜬 종혁은 최재수가 가리키는 방향을 보곤 재빨리 안전벨트를 풀며 차를 튀어 나갔고, 최재수도 마찬가지로 차를 튀어 나가 벽돌을 던진 놈을 향해 달려간다.

    이미 도망을 치다가 그들이 달려옴에 기겁을 하며 더 속도를 높이는 놈.

    하지만 둘의 손아귀를 벗어나진 못했다.

    “너 이 새끼……!”

    덥썩!

    “아악!”

    종혁은 뒷덜미가 잡히자 경기를 일으키는 범인을 보며 헛웃음을 터트렸다.

    그건 최재수도 마찬가지였다.

    “놔요! 아이, 씨! 놓으라고요!”

    발버둥을 치는 범인은 이제 고작해야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꼬맹이였다.

    “서장님, 어떡할까요?”

    “어떡하긴 뭘 어떡해?”

    철컥!

    “힉?! 뭐, 뭐예요!”

    “경찰서로 데려가야지.”

    어린아이의 장난으로 치부할 상황이 아니다. 하마터면 큰 사고로 이어졌을 뻔한 일이었다.

    용서는 없었다.

    빠아악!

    “똑바로 안 앉아?!”

    “아이, 씨. 대가리 때리지 마소.”

    “하, 나! 이 개새끼가……. 막내야, 저기 거미줄 쳐졌다.”

    “예이!”

    토요일임에도 시끄러운 강력계.

    소년의 뒷덜미를 잡은 종혁이 안으로 들어섰다.

    고함과 위협이 가득한 강력계 사무실의 모습에 소년은 하얗게 질리고, 종혁을 발견한 형사가 다급히 일어선다.

    “헛! 충성!”

    형사의 외침에 조용해지는 사무실.

    “예. 다들 주말에도 고생 많으십니다.”

    “하하. 오늘 일이 남으신 겁니까?”

    “해도 해도 줄지 않는 게 일이지 않습니까.”

    “그건 그렇죠. 그런데 걔는 뭡니까?”

    “아, 어딜 갔다가 돌아오는 데 제 차에다가 벽돌을 던지더라고요.”

    “……아, 그렇습니까?”

    종혁이 윙크를 하자 그 뜻을 알아차린 계장이 음흉한 미소를 짓는다.

    “알겠습니다. 이놈은 저희가 처리하겠습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진술을 받기 전에 부모에게 연락하시고요.”

    “옙! 어이, 강력 3팀! 손님 받아라!”

    “예-!”

    스윽!

    종혁만큼 커다란 체구에 험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는 외모를 지닌 형사가 다가오자 소년이 울상을 짓는다.

    “사, 살려 주세요! 악! 제가 잘못했어요! 살려 주세요!”

    “이놈의 쉬키. 따라와!”

    “아악! 악! 악!”

    종혁은 오줌이라도 지릴 듯 잔뜩 겁을 먹은 얼굴로 끌려가는 소년을 무심히 바라보다 몸을 돌렸고, 강력계장이 얼른 따라붙는다.

    “그런데 요즘 애들 참 법 무서운 줄 모르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점차 문제로 대두되는 소년범.

    OTT를 비롯한 인터넷 매체의 발달로 촉법소년의 경우 형사 처벌을 피할 수 있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게 되면서, 몇몇 질이 나쁜 아이들이 겁 없이 범죄를 저지르곤 했다.

    아니,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된 가르침이 있다면 아이들이 잘못된 길로 들어서지 않으리라는 것이 종혁의 생각이었다.

    아직 정신이 미성숙한 소년에게 강력계는 훗날 트라우마로 남을 수 있을 정도로 험악하고 위험한 곳이지만, 이런 훈육이 있어야 그나마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되지 않는 법이었다.

    물론 이것도 구제 불가능한 놈들은 어쩔 수가 없다.

    “어떻게 날도 좋은데 커피 한잔하시겠습니까?”

    “……요 앞 선착장에서 낚시는 어떠십니까? 가을이라 씨알들이 굵습니다.”

    종혁은 피식 웃었다.

    서로의 애환을 잘 아는 사람들끼리 일하면 이런 게 좋다.

    “잘됐네요. 안 그래도 드릴 이야기가 있었는데. 아, 혹시 계장급 이상 전원 호출 가능할까요? 이번 일은 하루라도 빨리 알고 계시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인식 프로그램 시리즈의 전국 경찰서 보급.

    “……바로 연락 돌리겠습니다.”

    “억지로 부르진 마시고요. 어차피 다음 주 월요일 회의 때 알게 될 일이니까.”

    “아, 예.”

    종혁과 강력계장은 신안경찰서를 나섰다.

    * * *

    “사노라면 언젠가는!”

    “에헤이. 노래는 아니라니까. 경찰서 앞이야.”

    “아. 맞지, 맞지.”

    종혁은 하라는 낚시는 안 하고 술만 퍼붓는 계장들을 보며 고개를 젓는다. 호출을 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한 명도 빠짐없이 나온 계장들.

    종혁이 불러서가 아니었다. 물론 그것도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놀고 싶은 마음도 컸다.

    선착장이란 소리에 술과 안주를 들고 온 것이나 일 때문이라고 전화를 하는 모습들을 보면 딱 그랬다.

    “하지만, 너무 좋잖아!”

    “……으흐흐. 그건 맞지.”

    “캬! 범인 잡을 맛이 나겠구나!”

    이젠 모든 수사에 인식 프로그램 시리즈를 이용할 수 있다. 이로써 수사에 필요한 시간이 확 짧아진 것이다.

    비단 이건 수사 쪽만의 일이 아니다.

    생활안전계장이나 교통계장도 웃음이 가득했다. 그들도 그들 나름의 고충이 있기 때문이었다.

    “서장님!”

    “예?”

    “정말 감사합니다.”

    “예! 정말 감사합니다!”

    “제가 한 게 있나요. 모두 상부에서 결정한 거죠. 그리고 형사계와 강력계가 잘해 주신 덕분이고요. 위에서 말하길 이번 쑤언박 사건이 결정을 내리는 데 큰 영향을 끼쳤다고 합니다. 모두 인사고과 기대하셔도 좋을 거예요.”

    “오오오! 이야, 이러다 청으로 불려 가는 거 아냐?”

    “축하해!”

    “흐흐흐!”

    “오! 저기가 서장님 집입니까?”

    “나 서장님 집 처음 들어가. 이거 집들이 선물이라도 사 가야 하는 거 아냐?”

    “하하. 선물은 무슨. 그냥 들어들 오세요.”

    “에이. 그래도 그런 게 아니죠.”

    “아이고, 됐습니다. 그냥 들어…… 응?”

    종혁은 고개를 푹 숙인 채 신안경찰서를 걸어 나오는 낮의 그 소년과 그 소년의 뒤통수를 계속 때리는 장년인의 모습에 피식 웃었다.

    말리는 오십대 여성을 손을 뿌리치며 계속 소년을 혼내는 장년인.

    아버님의 성격이 꽤 불같은 것 같다.

    ‘그래. 앞으로 장난 같은 거 치지 마라.’

    종혁은 흐뭇이 웃으며 계장들과 함께 집 안으로 들어갔다.

    * * *

    띠리리리링!

    종이 울리자 압해초등학교의 학생들이 학교를 나선다.

    “와아아아아!”

    “야, 야! PC방 가자!”

    “안 돼. 집에 가서 통발 청소해야 돼.”

    “엑? 주말에 다 안 끝냈어?”

    “분식집 갈사람!”

    “나! 나나!”

    저마다 드디어 학교가 끝났다는 것에 환하게 웃으며 학교를 나서는 학생들.

    그 사이에는 올해 초등학교 6학년인 김지훈도 있다.

    “지훈아-!”

    순간 등 뒤에서 덮치는 누군가에 넘어질 뻔한 지훈이 얼굴을 구긴다.

    “아이, 씨!”

    “흐흐. 야, 너 어제 경찰서 다녀왔다며?”

    흠칫!

    지훈이 경악하자 그를 덮친 친구가 음흉하게 웃는다.

    “어제 주현이가 다 봤다더라. 걔 경찰서 근처에서 살잖아.”

    “……씨.”

    “경찰서는 왜 갔냐?”

    “몰라.”

    “어허. 형님한테 말 안 할 거야?”

    “아, 모른다고!”

    솔직히 그냥 장난이었다. 짜증 나는 일도 많아서 장난삼아 던졌을 뿐인데, 재수 없게 그 안에 경찰이 타고 있었다.

    ‘씨발. 내가 그것 때문에 아빠한테 얼마나 맞았는데!’

    토요일, 일요일 모두 손이 발이 되도록 빌어야 했다.

    그런 아픈 기억을 찌르니 아무리 친구라고 해도 말이 곱게 나가지 않았다.

    “아, 나. 이 새끼가 어제 뭘 잘못 먹었…….”

    “야, 김지훈!”

    움찔!

    지훈과 그 친구의 입이 다물어진다. 그리고 모른 척 걷는 속도를 높인다.

    그에 그를 부른 이들이 입술을 비튼다.

    “하, 저 새끼 봐라? 야, 이 씨발 새끼야!”

    쿵!

    심장이 내려앉은 지훈은 파랗게 질린 고개를 돌렸고, 그를 부른 네 명의 교복 입은 남녀는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도, 동식이 형.”

    작년에 졸업한 압해초등학교 일진 임동식.

    그리고 함께 일진이었던 형과 누나들.

    “이리 와, 새끼야.”

    지훈의 고개가 푹 숙여졌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