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720화>
낀꾸옥에게서만 23명의 행방불명자가 발생했다.
나머지 네 곳의 출장마사지 업체에서는 몇 명의 행방불명자가 생겼을지 가늠을 할 수가 없다.
그런데 창고에서 대량의 혈흔이 발견되지 않았다.
이는 창고 역시 중간 지점에 불과하단 소리였다.
-……모른다고 해도 믿지 않겠군.
하노이 학원 및 알선 사무소.
약 2년 전 광주광역시에 갑자기 나타난 베트남인 전문 직업 알선 사무소다.
아이들까지 케어를 한다기에 처음엔 인터내셔널 잡을 따라 하는 줄 알았고, 그들의 고객이 주로 가정불화를 이기지 못하거나 애초부터 한국 국적을 목적으로 위장 결혼을 한 베트남 여성들이 대다수였기에 체크만 하고 있었을 뿐이다. 나중을 기약한 것이다.
-광주, 전라 지방 출장마사지 업체, 유흥주점, 다방 등에 여자를 보내는 것 같더군. 남자들은 공사장이나 공장, 원양 같은 곳으로 보내고.
“그들을 통해 같은 베트남인들 사이에서 마약이 유통 된 건 알고 계셨습니까?”
대량의 혈흔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마약은 발견됐다. 놈들이 마약을 유통한다는 빼도 박도 못할 증거였다.
약쟁이들이 있었다면 분명 끊임없이 소란이 발생했을 것이고, 그런 약쟁이들은 100미터 밖에서 봐도 구분을 할 수가 있었다.
-……최 서장, 우리 국정원이야.
대한민국 국민에게 해를 끼치지 않을 것 같으면 놔둔다.
“이놈들 대가리가 쑤언박이란 놈입니다.”
-최 서장. 최 서장이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겠는데, 방금 말했듯 우린 국정원이야.
대한민국의 이면에서 대한민국을 수호하는 조직.
혹여 범죄 사실을 알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대한민국에 큰 피해를 끼칠 것 같지 않으면 쉽사리 간섭을 할 수가 없다.
두루뭉술한 그의 대답에 종혁은 혀를 찼다.
“알겠습니다.”
-이해해 줘서 고맙군. 놈들에 대한 기록은 곧 메일로 보내 놓지.
“감사합니다. 수고하십시오.”
통화를 종료한 종혁이 턱을 쓰다듬는다.
“디테일하게는 모르고 있었단 소리 같은데…….”
이놈의 국정원은 화법이 요상해서 분간이 되질 않는다.
만약 직접 얼굴을 마주했다면 확실히 알아냈겠지만, 이미 떠나 버린 버스다. 더 이상 심력을 쏟고 싶진 않았다.
지이잉!
-50개 이상의 유전자 발견.
국과수의 문자다.
이를 악문 종혁은 수사본부 한쪽 벽에 걸려 있는 광주광역시 지도를 응시하며 생각에 잠긴다.
“어디냐.”
어딜까. 놈들의 최종 아지트가.
‘정말 광주가 아닌 걸까.’
이를 악문 종혁은 컴퓨터로 걸어가 메일을 확인했다가 눈을 크게 떴다.
타다닥!
“김 경위님, 방금 그쪽으로 메일 하나 보냈습니다!”
“아, 예!”
“거기에 나와 있는 차량들 추적 부탁드립니다!”
총 두 대의 차량. 창고를 벗어났던 세 대의 차량을 제외하고도 무려 두 대의 차량이 더 있었다.
“그리고 이 차량들이 광주광역시를 벗어난 이후 광주로 들어온 모든 차량도 비교 및 추적도 해 주세요!”
“예!”
놈들의 꼬리를 찾을 새로운 증거가 나왔다.
* * *
“으으응.”
싸늘한 바람이 불어오는 새벽의 도로가.
카응안이 품에 안겨 칭얼거리는 딸을 달랜다.
“괜찮아. 괜찮아.”
딸을 깨우려다 혹여 남편과 시어머니도 깨울까 그냥 잠든 채로 안고 나와 버린 그녀.
카응안이 차가 지나다니지 않는 도로를 보며 발을 동동 구른다.
이제 곧 시어머니가 깰 시간이다. 아마 자신이 사라진 것을 알면 남편이 쫓아 나올지도 몰랐다.
그녀가 안절부절못할 때였다.
부우웅! 끼익!
갑자기 그녀의 앞에 멈춰 선 승합차 한 대. 보조석의 창문이 열리며 삼십대 여성이 몸을 내민다.
“카응안!”
“언니!”
“어서 타!”
“으,응!”
카응안은 얼른 봉고차 뒷문을 열고 몸을 집어넣었다.
부우웅!
차가 다시 출발하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카응안.
보조석에 앉은 여성이 몸을 돌려 카응안을 본다.
“걔가 네 애야?”
“네. 예쁘죠?”
카응안은 자신의 몸을 돌려 딸을 보여 줬고, 여성은 눈을 빛냈다.
“그러게. 예쁘네. 딱 널 닮았어.”
정말 다행이다.
“헤헤. 아, 안녕하세요.”
카응안의 인사에 운전대를 잡은 이십대 후반의 남성이 활짝 웃는다.
“반가워요. 앞으로 잘해 봐요. 누구처럼 도망가지 말고.”
순간 서늘해지는 남성의 눈빛에 카응안이 몸을 움츠리자 여성이 얼른 화제를 돌린다.
“짐은 그게 전부야?”
“필요한 것만 챙겼어요.”
“그래서 가방이 작았구나……. 그런데 어쩌다 이런 결정을 내린 거야?”
“언니.”
“응?”
“앞으로 내가 해야 될 일이 뭐예요? 각오는 하고 있으니까 그냥 말해 주세요.”
모든 걸 각오한 엄마는 단단했다.
“……춥지? 일단 이것부터 마셔.”
씁쓸히 웃은 여성이 보온병에서 따뜻한 커피를 따라 넘기자 카응안이 감사하다는 듯 받는다.
따뜻하고 단 커피가 목구멍을 넘어가자 가을 새벽바람에 얼어붙은 몸이 풀린다.
한 컵을 모두 비운 카응안은 슬며시 딸의 귀를 막으며 여성을 봤다.
자고 있지만, 혹시 모른다.
못난 엄마 때문에 한국어가 어눌한 딸은 베트남어도 어느 정도 구사할 줄 안다. 그래서 아직 언어 발달이 늦은 딸.
아직 어려운 단어나 문장은 이해하지 못하지만, 몇 개의 단어로 뜻을 유추할지도 몰랐다.
카응안의 시선을 받은 여성은 한숨을 내쉬었다.
“내 소문 들었지? 아마 생각한 그대로일 거야.”
부잣집에 시집을 간 것도 아님에도 초고가는 아니더라도 소위 명품으로 분류되는 브랜드의 옷과 가방을 두르고 다녔던 그녀.
그에 문화센터 모임 내에선 그녀에 대한 여러 뜬소문이, 좋지 않은 소문이 떠돌곤 했다.
찰칵! 치이익!
뿌연 담배 연기가 퍼지자 카응안은 딸을 더 꼭 끌어안았다.
“후우우. 카응안, 네가 날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내겐 건사해야 될 식구가 많아. 난 장녀거든.”
“아…….”
베트남에서 장녀란 장남과 더불어 집안을 지탱하는 기둥이다. 설혹 자신의 몸이 부서지더라도 가족들을 위해 돈을 벌어야 하는 존재.
“그래서 이 일을 시작한 거야. 몸은 좀 고달프지만, 돈은 많이 버니까. 남편 그 개자식이 끊어 버린 지원금을 보낼 수 있으니까.”
“언니…….”
“됐어. 일 이야기로 넘어가자. 아마 하루에 평균적으로 3번 정도 콜을 나가게 될 거야. 대부분 1시간 숏 코스고, 가격은 기본 8만 원.”
겉으론 건전 마사지를 표방하고 있지만, 고객이 원한다면 추가금을 받고 별도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래저래 사무실에서 가져가는 돈을 떼고도 너한테 하루에 20만 원 정도는 들어갈 거야.”
한 달이면 600만 원이 넘는 거액.
“어때? 눈 딱 감고 해 볼 만한 액수지? 심지어 네가 단골을 얼마나 늘리느냐에 따라서 한 달에 천도 가져갈 수 있어.”
“그, 그렇구나…….”
생각보다 큰 액수에 카응안은 깜짝 놀랐다.
그 정도면 딸 지안만큼은 부족함 없이 키울 수 있을 터였다.
“긴장했지? 잠깐 눈이라도 붙이고 있어. 도착하려면 한 30분 정도 걸리니까.”
‘사무실이 멀리 있나 보구나.’
이 새벽 광주에서 30분 거리면 거의 끝에서 끝까지 갈 수 있다.
딸의 자세를 고친 카응안은 습관적으로 핸드폰을 꺼내다가 아차 했다.
‘맞아. 무음으로 안 돌렸다.’
분명 전화가 올 게 뻔한 남편과 시어머니. 얼른 무음으로 돌린 그녀는 아예 발신 차단 설정도 해 놓았다.
그제야 마음이 놓인 카응안은 몸에서 힘을 빼며 등받이에 편안히 몸을 기댔다.
그렇게 얼마나 달렸을까.
그들이 도착한 곳은 차량의 통행이 많은 어느 도로가였다.
“내려.”
“아, 네. 어?”
카응안이 갑자기 풀리는 다리에 깜짝 놀란다.
“에고. 괜찮아? 안심했나 보네.”
‘그런가?’
남편과 시어머니에게서 드디어 벗어났다는 안도 때문일까.
못 볼 꼴을 보였다는 생각에 카응안의 볼이 살짝 붉어진다.
“인사드려. 이쪽은 앞으로 네가 일할 사무실 직원분이야.”
“아, 안녕하세요.”
“예, 안녕하세요. 춥겠네요. 얼른 차에 타세요.”
선한 미소를 짓는 베트남 남성. 왜인지 느낌이 이상했지만, 카응안은 자신이 타고 온 차 앞에 서 있는 차량에 올라탔다.
드르륵! 탁!
‘괜찮나?’
다행히 딸은 깨지 않은 것 같다.
“그런데 왜 이런 도로에서 만나자고 한 거예요? 사무실은요?”
아무도 없는 차량. 뻘쭘해져 있던 카응안의 귀가 바깥의 대화에 쫑긋 솟는다.
“아직 사무실 단장이 안 끝나서 그래. 아무튼 수고했고…….”
“으응.”
몸을 뒤척이는 딸에 놀란 카응안이 살피지만, 다행히 자세를 바꿨을 뿐이다.
‘얼른 눕혀야 하는데.’
숨을 길게 내쉰 카응안이 어깨를 늘어트린다.
정말 긴장이 풀려서 그런지 몸에서 힘이 빠지며 눈이 감긴다.
‘안 돼.’
아직 사무실에 도착하지 않았다.
고개를 저은 그녀는 그래도 잠이 안 깨자 자세를 바로 하기 위해 허리에 힘을 주었다.
하지만…….
“어……?”
이상하다. 허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아무리 긴장이 풀렸다지만 이건 뭔가 이상했다.
“하여튼 낀꾸옥 그 개자식 때문에 이게 뭔 짓인지. 아, 이제야 약 기운이 도나 보네.”
‘뭐……!?’
고개를 돌린 카응안은 눈에 힘을 주려고 했지만, 눈이 속절없이 감기기 시작한다.
그런 그녀를 세 사람이 바라본다.
“삼촌, 쟤 얼굴 괜찮지 않아요? 그런데 왜 바로 데려오래요? 그것도 약까지 먹여서?”
“흠. 우리가 그런 것까지 말해야 하는 관계였던가?”
“그, 그게…….”
“에이, 뭘 그런 걸 물어. 간부 중 한 명이 마음에 들었나 보지.”
“에휴.”
“왜? 양심의 가책이라도 느껴?”
“호호. 그딴 미지근한 건 안 믿지. 내가 믿는 건 오직 돈뿐이야.”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위험하다는 것을 깨달은 카응안이 핸드폰을 쥔 손가락을 힘겹게 움직인다.
하지만 힘이 빠진다.
“아무튼 수고했어. 다음엔 이렇게 만날 일 없을 거고, 내 차 따라오다가 적당한 곳에서 빠져.”
저벅저벅!
“그런데 삼촌, 원래 삼촌 낀꾸옥네 있지 않았어?”
“몰라, 씨발. 너희 쪽 지원 나왔던 그날 그 지랄이 나서 나까지 좆될 뻔했잖아. 위에서 믿어 줘서 다행이지. 어우, 씨발.”
“와. 삼촌 정말 뭐 될 뻔했구나.”
“그만 말해! 살 떨리니까! 아오! 내가 쯔엉 그년 한번 먹어 보겠다고 얼마나 공을 들였는데!”
“킥킥. 나는 어때?”
“난 30대는 여자로 취급 안 한다.”
“씨발.”
“뒤질래?”
투욱!
핸드폰을 떨어트린 카응안은 필사적으로 발을 저었다.
하지만 발끝에 닿은 핸드폰이 보조석 밑 공간으로 튕겨진다.
‘아!’
뚜르르! 뚜르르!
카응안은 희미하게 들리는 이 소리가 부디 환청이 아니길 바라며 눈을 감았다.
타악!
“정말 맛이 갔네. 예. 지금 출발합니다.”
부르릉!
* * *
카응안이 납치를 당하기 10시간 전.
“그러니까 저긴 아니라는 거지?”
운전석에 앉아 할매국밥이라는 간판이 걸린 2층 건물을 응시하는 이진한 경위의 질문에 보조석에 앉은 삼십대의 사내가 고개를 끄덕인다.
“예. 맞습니다, 형님.”
원래 유명한 맛집이었던 할매국밥.
“자식이 물려받으면서 맛이 변해 손님이 줄었는데…….”
따악!
“악!”
“쓸데없는 소리는 하지 말고, 인마. 아무튼 가게 뒤편까지 문제없다는 거지?”
“예. 그냥 화장실이었어요. 이걸로 확인해도 마찬가지였고요.”
사내가 기역 자로 생긴 커다란 카메라를 넘긴다.
“쯧. 오케이. 수고했어. 이건 수고비.”
“흐흐. 감사합니다.”
사내가 차에서 내리자 광주광역시 지도를, 수십 개의 붉은색 동그라미가 그려진 지도를 꺼낸 이진한이 그중 하나에 빗금을 추가한다.
이미 절반 이상의 동그라미에 빗금이 그려진 지도.
지이잉! 지이잉!
-화정동 234번지 체크. 이상 없습니다.
-쌍촌동 136번지 이상 없습니다.
장성군 방향 국도로 향한 세 대의 차량이 사라진 이후 광주광역시로 유입이 된 차량들 중 서구로 온 차량들을 담당하는 광주광역시경찰청 광역수사대 4팀. 이진한 경위가 소속된 팀이다.
종혁이 맡긴 일 외에도 이것까지 하려니 눈이 돌아갈 지경이다.
그동안 인연을 맺어 깔아 놓은 정보원들과 흥신소를 모두 움직이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게다가 최 서장이 준 이것까지…….’
대체 이건 어떻게 구한 걸까.
절로 혀가 내둘러진다.
지이잉! 지이잉!
“응? 본부인데? 예, 이진한…… 뭐?! 그게 진짜야?!”
놀란 그가 다급히 핸드폰을 집어던지며 액셀을 밟았다.
한편 특수팀의 수사본부.
“아니, 그건 맞는데 일단 다 체크하고 오시라고요!”
“이 형님이 경찰 밥을 똥꾸멍으로 드셨나! 지금 뭐가 중요한지 몰라요?”
전화기를 붙잡고 소리치는 형사들을 일견한 종혁이 하나의 모니터를 보며, 그곳에 나타난 열 대의 차량을 보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찾았다.”
드디어 놓쳐 버렸던 놈들의 꼬리를 잡았다.
* * *
동이 트는 아침.
수사본부의 한쪽 벽에 걸린 광주광역시의 지도를 보던 종혁이 헛웃음을 삼킨다.
“이걸 진짜 찾네.”
수백 개의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다가 지워진 흔적이 있는 코팅된 지도에 남은 총 열세 개의 빨간 동그라미.
빨간색 펜을 든 종혁이 그중 열 개의 동그라미에 빗금을 친다.
이 열 개는 출장마사지 업소의 숙소와 사무실. 현재 현장에 나가 있는 형사들이 검증한 것이다.
이것들은 후 순위로 밀어 놔도 괜찮다.
“이제 남은 동그라미는 세 개.”
모두 다섯 대의 차량이 사라져 버린 후 광주로 들어온 모든 차량들의 목적지를 검증하고 남은 곳들이다.
‘국정원에서 보내온 자료가 도움이 됐네.’
처음 장성군 방향 국도의 CCTV와 CCTV 사이에서 사라진 세 대의 차량. 그리고 국정원에서 보내온 자료에 있던 두 대의 차량은 나주 방면으로 사라졌었다.
이후 특수팀은 그 주변 CCTV에 찍힌 모든 차량을 추적했는데, 놀랍게도 겹치는 차량들이 있었다.
약 10시간 전 찾은 열 대의 차량.
이 남은 세 개의 동그라미는 그 차량들이 최종적으로 정차를 한 장소였다.
정확히는 그 열 대 중 세 대의 차량이 정차한 장소.
남은 일곱 대는 이미 검증이 끝났다.
이 모든 검증을 끝내려다 보니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국정원에서 보내 준 자료가 아니었다면 더 많은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역시 돈이 최고네. 난 2천 썼는데, 넌 얼마 썼냐?
-무슨. 인식 프로그램 시리즈가 없었다면 저 동그라미들을 그릴 수 있었을 것 같아?
-수사본부 컴퓨터가 대당 6천 짜리다. 다 돈이야.
-헉! 정말입니까?
“거 무전으로 잡담하지 맙시다.”
고개를 저은 종혁이 다시 지도를 본다.
‘저 세 곳 중 어디냐.’
가장 의심이 가는 곳 있긴 하다.
이 세 곳이 특정 지어지자마자 국정원에게서 빌린 열화상 카메라로 확인했을 때, 열원의 숫자가 무려 50명이 넘었던 곳.
가장 의심이 가는 장소였다.
“2팀장님, 소각장 확인이 모두 끝났다고 했죠?”
-소각장 확인 끝났습니다. 등록된 곳들 중 특별히 의심할 만한 곳은 없었습니다.”
“그럼 남은 건 비인가 소각장이겠네요……. 알겠습니다. 계속 수고해 주세요. 영장은 곧 나올 겁니다.”
-예.
신안경찰서 형사 2팀장이 물러나자 종혁은 잠시 창밖을 보았다.
이미 해가 떠오른 아침.
‘지금쯤 다들 죽을 맛이겠네.’
벌써 이틀이나 날을 샜다.
“일단 순차적으로 사우나에서 몸이라도 풀게 해야겠네.”
그렇지 않으면 작전 중 다칠 위험이 있다.
-소원을 말해 봐.
“응? 카응안 씨?”
순간 눈이 번뜩 떠진 종혁이 전화를 받는다.
“예, 카응안 씨…….”
조심히 말을 하던 종혁이 입을 다문다.
-부우우웅.
‘차 안.’
-끼익! 예, 형님. 창평 쪽 탔습니다.
‘베트남어?’
창평. 그리고 폭행을 당하는 것으로 추정된 카응안과 그녀의 핸드폰에 있던 어린 여자아이의 사진.
머릿속에서 이 모든 조각이 조립되자 코가 악취를 맡기 시작한다.
다급히 손을 저어 사람들을 조용히 시킨 종혁이 모니터 앞에 앉은 형사에게 다가간다.
“이 번호 지금 추적해 봐요.”
“예.”
숨을 죽인 형사가 컴퓨터를 조작하자 곧 모니터에 발신 위치가 뜬다. 아직은 기술력이 부족해 모니터 여기저기서 점멸하는 발신 위치.
종혁과 수사본부에 남은 형사 한 명이 숨을 죽인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어?”
깜짝 놀라 종혁을 보는 형사.
온몸을 엄습하는 불안에 이를 악문 종혁이 무전기를 든다.
“서장입니다. 이 경위, 방금 그곳으로 차 한 대가 도착하지 않았습니까?”
-어? 예! 지금 승합차 한 대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빠드드드득!
“전 대원…… 지금 이 경위가 있는 곳으로 출동합니다.”
최종적으로 좁혀진 세 곳.
그중 한 곳, 그것도 종혁을 비롯한 형사들이 가장 의심을 하고 있는 장소에 카응안을 태운 차량이 도착했다.
우연일까.
아니, 절대 그럴 리가 없다.
사무실을 튀어 나가는 종혁의 몸에서 살의가 폭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