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719화>
휘이잉!
“후우.”
이젠 정말 가을이 된 건지 바람이 서늘한 저녁 10시.
오늘도 고됐던 식당일에 어깨가 무거워진 카응안이 손에 든 기름진 검은 봉지를 보며 희미하게 웃는다.
고소한 냄새가 풍겨나는 검은 봉지.
딸, 유지안이 좋아하는 튀김과 어묵이 들어 있다.
“밤이 늦었으니까 조금만 먹이고…….”
나머진 내일 아침에 먹이면 될 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시어머니나 남편이 홀랑 다 먹어 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히히. 윽!”
회식이라서 약간 늦어 버린 시각.
기뻐할 딸을 떠올리며 걸음을 재촉하던 카응안이 갑자기 허리에서 느껴지는 아찔한 통증에 이를 악문다.
허리뿐만이 아니다. 목, 어깨, 무릎, 손가락까지 아프지 않은 곳이 없다.
탱탱 부어 버린 손가락을 본 카응안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가난한 농부의 딸로서 언제나 더러웠던 손가락. 하지만 이렇게까지 아픈 적은 없었다.
손가락의 모든 살이 부은 것 같고, 그 사이사이를 머리카락보다 얇은 수천 개의 바늘이 찌르는 것 같다. 손가락 마디마디는 면도칼로 저미는 것 같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
하지만 딸이 저 앞의 집에서 기다리기에 그녀는 애써 웃으며 걸음을 옮긴다.
“엄마?”
“지, 지안?!”
이제 5살 된 사랑스러운 딸, 지안. 자신의 보물.
대문 앞에 쪼그려 앉아 있는 딸의 모습에 카응안의 심장이 내려앉는다.
“왜 나와 있어! 엄마 기다려?”
“아빠 술 마셔. 화났어.”
“아…….”
카응안의 억장이 무너져 내린다.
“바, 방에 들어가. 괜찮아.”
“할머니도 술 마셔.”
카응안은 결국 눈을 질끈 감았다.
눈에 보이지 않으면 신경 쓰지 않는 남편과 달리, 술에 취하면 사람을 집요하게 쫓아다니는 시어머니.
손자가 아니라 손녀라며 딸 유지안을 언제나 못마땅해하며 비아냥을 일삼는 시어머니.
아무리 5살이라지만, 자신을 향한 악의를 모를 정도는 아니다.
“엄마가 미안해. 엄마가 미안해.”
엄마가 힘이 없어서 미안해.
카응안은 딸을 끌어안으며 펑펑 울었다.
유지안도 울어 버리는 엄마 때문에 울음을 터트렸다.
그렇게 두 모녀는 설움의 눈물을 흘렸다.
“지안, 짜잔!”
“와! 튀김이랑 오뎅이다!”
“배고파? 먹어.”
“응!”
다 식어 버린 튀김을 작게 떼어 딸의 입에 넣은 카응안은 토실토실한 볼을 움직이는 딸의 모습에 혹여 목이 메일까 어묵 국물을 먹였고, 유지안은 마치 아기새처럼 받아먹으며 배시시 웃는다.
“엄마, 안 먹어? 엄마도 먹어.”
“그럴까? 아, 맛있다.”
딸이 물려 준 어묵을 입에 문 카응안이 환하게 웃으며 생각에 잠긴다.
대체 언제까지 이래야 하는 걸까.
남편은 변할 마음이 있는 걸까. 아니라면 자신은 어떻게 해야 될까.
‘솔직히 난 어떻게 되든 상관없어.’
딸이 올바르고 잘 크는 게 중요하다.
남매가 너무 많아 소학교, 한국으로 치면 초등학교만 겨우 나온 카응안.
농번기나 추수일이 되면 농사일을 도와야 했기에 초등학교도 제대로 나간 날이 별로 없다.
이후 카응안은 자신처럼 집안일을 돕는 친구들을 제외한 다른 친구들과 사이가 점점 멀어져 갔다. 그 친구들이 중학교에 가고,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대학교에 진학했을 땐 거의 연락이 끊겨 버렸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배움이 다르니 할 수 있는 말도 다르고, 주제도 달랐고, 모든 것이 달랐다. 자신은 그저 시골 촌년이었지만, 대학교에 진학한 친구들은 세련된 도시 사람이었다.
그래서 카응안은 자신의 딸도 그렇게 키우고 싶었다.
누구와 어울려도 말을 잘할 수 있도록.
어디 가서 기죽지 않도록.
그런데 아무래도 남편이 계속 이러면 힘들 것 같다.
아빠가 맨날 술을 마시고, 폭행과 폭언을 일삼는 가정에서 자란 아이가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혼을…… 해야 될까?’
“엄마, 엄마.”
“응? 왜?”
“다 먹었어. 배불러.”
“배불러?”
카응안이 시간을 확인하며 집 안을 향해 귀를 기울인다.
TV 소리만 희미하게 흘러나오는 집. 그 외 기척은 느끼지 않는다. 보통 이 시간이면 남편이나 시어머니 모두 잠이 든다.
“들어가. 쉿.”
“쉿.”
딸과 함께 배시시 웃은 카응안은 대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 순간이었다.
왜인지 심장이 싸해진 카응안이 고개를 돌렸다가 그대로 굳는다.
“여, 여보!”
“……너 왜 이제 오냐? 지안, 넌 씨발 또 왜 이제 오고! 네가 몇 살인데-!”
“어이구. 어미나 딸년이나 똑같네.”
무슨 일인지 거실 소파에 앉아 있는 남편과 시어머니.
카응안이 하얗게 질리는 딸을 등 뒤로 숨긴다.
“나, 나 저녁밥. 늦게 먹었어. 지안이 나 기다렸어!”
“유지안! 네가 말해 봐!”
“딸꾹! 나, 나 엄마 기다려! 대문에 있었어!”
“어휴, 말도 제대로 못하는 모지리 년! 엄마가 말을 못하면 딸년이라도 제대로 해야 하지 않니? 어쩌다 저런 게 나왔는지 모르겠다. 아무리 봐도 네 씨는 아닌 것 같은데…….”
“이익!”
벌떡 몸을 일으킨 남편이 다가와 유지안을 끌어낸다.
“하지 마! 하지 마! 내가 잘할게!”
“유지안! 너 다시 말해 봐!”
“어, 엄마 기다렸어! 밖에서!”
짜아아악!
순간 카응안의 시간이 느려진다.
뺨을 맞아 날아가는 보물과 그런 딸에게 손을 휘두른 남편.
심장이 내려앉는다.
“내가 말 똑바로 하랬지! 조리 있게!”
“지안아!”
“어, 엄마. 아, 아파…… 으아아아앙!”
“괘, 괜찮아. 괜찮아.”
딸을 달래는 카응안의 눈이 부릅떠진다. 그녀가 악을 쓴다.
“왜 때려! 왜!”
날 때리는 것만으로도 부족하단 말인가.
“지안이 우리 딸-! 왜 때려-!”
“네년이 제대로 못 가르치니까 애가 저 나이 먹도록 말을 저따위로 하는 거 아니야!”
“우리 딸-!”
당신과 나의 딸이다. 자식은 부부가 함께 키워야 한다.
“이년이 뭘 잘했다고! 그래, 오냐! 그냥 이참에 둘 다 그냥 죽어라!”
커다란 발이 날아들자 카응안은 딸을 감싸며 몸을 웅크렸다.
퍼어억!
끊어질 듯 아픈 허리에 그녀는 이를 악물며 괜찮다, 괜찮다고 말했다. 우는 딸을 달래기 위해.
* * *
“드르렁!”
남편의 코 고는 소리가 울려 퍼지는 거실.
딸의 방에서 몸을 웅크린 카응안이 딸의 파란 볼을 쓰다듬으며 눈물을 흘린다.
“엄마, 미아내…….”
‘아니야. 엄마가 미안해.’
엄마가 미안하다. 보호해 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오장육부가 뚝뚝 끊기는 듯한 아픔에 카응안의 이가 악물어진다.
‘못 참아.’
더 이상은 못참는다.
한 번 딸에게 손찌검을 했는데, 다음이라고 또 안할까.
참고 참았던 게 터졌으니 내일부턴 시시때때로 손을 들 것이다.
눈을 번뜩인 카응안이 짐을 싸기 시작한다.
흔들리는 눈으로 꼭 필요한 것들만 싼 그녀는 망설임을 접고 핸드폰을 들었다. 자신과 딸, 두 사람이 멀쩡히 살 수 있는 길은 이제 이것뿐이었다.
‘낮의 그 경찰이 연락을 해 달라고 했지만…….’
믿지 않는다. 한국인에게 베트남 사람은 언제나 외국인일 뿐이다.
외국인이란 이유로 트집 잡아 월급을 깎는 식당 주인과 자신을 아껴 주지만 식당 주인의 횡포에 아무런 말도 못하는 이모들처럼.
고민 끝에 핸드폰을 든 카응안의 입에서 베트남어가 흘러나왔다.
“네, 언니. 일자리를 구할 수 있다고 했죠?”
몸을 파는 일을 할지라도 괜찮다.
딸을 올바르고 잘 키우기 위해선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딸과 함께 가려는데, 받아주나요?”
결심을 한 엄마의 눈이 단단하게 빛났다.
* * *
“…….”
“오메. 많기도 허다.”
화면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
어두운 밤, 새벽 5시에 공장을 나서는 희미한 실루엣 세 개.
가로등 불빛조차 하나 없어서 달빛에 희미하게 비치는 실루엣이 좁은 차도를 나아가다가 드디어 4차선 도로에 접어들며 그 모습을 드러낸다.
그중 하나는 낀꾸옥을 여성과 아이들을 건네받아 태운 흰색 승합차.
선팅이 짙어 여전히 안을 볼 순 없지만, 인식 프로그램 분석 결과 차 안에 최소 800킬로 이상의 무게가 실려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최소 성인 10명이 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차량이 총 세 대.
빨리 감기에 의해 빠르게 달린 차량이 곧 광주 외곽을 둘러싼 제2순환도로 위를 올라탄다.
출근이 이른 사람들로 인해 아직 새벽 6시임에도 적지 않은 차량이 달리고 있는 제2순환도로.
그러다 광주 북서쪽 광산구로 빠져 장성군으로 빠진다.
이후 국도로 접어들었고, 놈들은 증발해 버렸다.
정확히는 공용 CCTV와 공용 CCTV 사이의 공백 지대에서 사라진 거다.
특수팀 수사본부, 모니터 앞에 모여 있는 사람들 사이에 침묵이 내려앉는다.
“……신안서 강력 2팀.”
“예! 얼른 찾아가겄습니다! 승덕아, 경철아!”
“예!”
종혁은 다시 모니터를 응시하며 입을 열었다.
“함께 움직인 차량들 과거 행적 추적하고, 저 시간대 이후 잡힌 모든 차량을 추적해요.”
다른 출장마사지 업체를 관리하는 놈들에게서 베트남 여성들과 아이들을 넘겨받아 그 창고로 옮긴 듯한 차량들.
과거 행적을 추적하면 출장마사지 업체의 숙소와 진짜 사무실, 그리고 옮긴 곳을 알 수 있을 거다.
국도에서 증발한 차량, 그 시간에 그 국도를 지난 모든 차량을 쫓다 보면 놈들의 집결지도 알 수 있을 거다.
“옙!”
“아직 쑤언박 면상과 일치하는 사람은 안 나왔죠?”
“예…….”
“소각장 탐문 결과는 어떻게 됐습니까?”
“현재 반 정도 돌았습니다.”
쑤언박의 조직과 연관이 됐다면 불법적인 일을 한다는 것. 조심스럽게 접근할 수밖에 없다.
고개를 끄덕인 종혁은 박수를 쳐서 사람들의 시선을 모았다.
짜아악!
“방금 보셨다시피 조심성이 많은 놈들입니다.”
게다가 하노이 학원 및 알선 사무소라는 업체로 위장을 하며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피할 정도로 머리가 잘 굴러가는 놈들이다.
학원이니 베트남 아이들이 뛰어놀거나 아이들 목소리가 들려도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을 테고, 그건 베트남인들이 수시로 드나드는 것도 마찬가지다.
거기다 본촌 산단이라는 광주 외곽에 똬리를 틀었다.
버스도 잘 다니지 않는 곳. 광주에서 사는 베트남인들이라고 해도 이곳을 찾아오기 힘들었을 것이고, 혹여 찾아왔다고 해도 자리가 꽉 찼다고 돌려보내며 그 베트남인의 신원을 조사했을 거다.
다음 타깃으로 삼기 위해 말이다.
정말 머리를 잘 굴렸다.
‘하지만 그래 봤자지.’
인식 프로그램 시리즈의 위력이 이만큼 대단하다.
인식 프로그램이 없었더라면 이것의 100분의 1도 진행하지 못했을 일. 흰색 승합차의 이동 동선의 10분의 1이나 겨우 찾았을 거다.
그러나 자신들은 이미 놈들 근처까지 가 있었다.
“베트남인 유치원, 학원, 알선 사무소, 식당, 마트 등 광주에 있는 모든 베트남 관련 등록 미등록 업체를 훑으세요. 정보원과 흥신소들 의뢰비는 제가 책임집니다.”
광주광역시를 세력권으로 만든 놈들이다.
놈들이 이곳에 똬리를 튼 건 고작해야 2년. 이 짧은 시간에 다른 지방으로 진출했다고는 생각할 수가 없었다.
즉, 놈들은 분명 저 승합차들에 탄 베트남 여성과 아이들을 다시 광주광역시로 들여왔을 터.
“1억이든, 10억이든 청구만 하란 말입니다. 아시겠습니까?”
“예!”
“움직이세요.”
우르르!
종혁은 외투를 잡아채며 수사본부를 빠져나가는 형사들을 바라보다 핸드폰을 들었다.
“접니다, 차장님. 광주에 베트남 조직 새끼들이 똬리를 튼 거 알고 계셨습니까?”
외국인 노동자 및 외국인 신부들이 가장 먼저, 그리고 간절히 찾을 수밖에 없는 인터내셔널 잡.
그런 인터내셔널 잡이 베트남인 전용 알선 사무소의 존재에 대해 몰랐다?
아무리 이들이 소문을 퍼트리지 않았다고 해도 말이 안 된다. 다수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일하는 본촌 산단이기에 더더욱.
“아니, 베트남 새끼들이 분란을 치는 거 이미 알고 계셨죠?”
종혁의 눈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 * *
광주의 한 건물.
흐릿한 전등 아래 희뿌연 연기가 퍼진다.
“후우우.”
몽롱하게 풀리는 눈과 나른하게 늘어지는 어깨.
담배 연기를 뿜어내는 쑤언박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어린다.
“보스.”
쑤언박이 찾아온 이를 바라본다.
“벌써 돌아볼 때야?”
“예. 벌써 이틀 동안 얼굴을 비추지 않으셨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그는 몸을 일으켰다.
덜컹!
문을 열고 나가자 복도를 가득 채운 피비린내가 쑤언박의 콧속으로 빨려든다.
“헛! 보스!”
“보스!”
다급히 고개를 숙이는 베트남인들. 쑤언박의 조직원들이다.
하노이에 있을 때부터 그가 관리했던 조직원들.
그중 일부만 겨우 살아 이렇게 한국의 광주에 숨어들게 됐지만, 저들의 앞길엔 따사로운 햇빛만 있을 것이다.
“불편한 일들은 없지?”
“어, 없습니다!”
술도 마음껏 마시고, 여자도 마음껏 품는다. 하노이에서 갱단 생활을 때보다 훨씬 좋은 대우를 받고 있다.
바깥 공기를 맘대로 맡을 수 없는 것 말고는 불만이 있을 리가 없었다.
고개를 끄덕인 쑤언박은 차가운 기운이 가득한 복도를 지나 아래층으로 내려간다.
“으응.”
“흐으응.”
여성들의 신음 소리와 남성들의 앓는 소리가 나는 복도.
쾅! 쾅!
“문 열어! 열라고! 흐헤헤!”
약에 취한 어떤 벌레를 일견한 그는 조직원들에게 얼굴을 비추며 지하로 내려간다.
그러자 피비린내가 더 짙어진다.
마치 지하의 모든 공기가 피가 된 듯 지독한 피 냄새.
하지만 쑤언박에게는 그저 일상인 냄새.
그리고 쾌락과 돈의 냄새다.
덜컹! 끼이익!
“헉! 보, 보스!”
쑤언박은 지하실의 여러 문 중 하나의 문을 열고 나오는 조직원에 그의 어깨 너머를 응시했다.
“상태는?”
“약에 절은 년이라서 그런지 별로 건질 게 없습니다. 기껏해야 각막 정도랄까요?”
내장 모두 약에 절여져 상품 가치가 없다.
“쯧. 저거 뭐야?”
쑤언박이 자신의 옆을 따르던 이를 향해 묻자 그가 안을 보고 대답한다.
“아, 약으로 꼬드긴 년입니다. 제발 약 좀 달라고 제 발로 찾아왔죠.”
고개를 끄덕인 쑤언박은 계속 수고하라며 조직원의 어깨를 두드리곤 돌아섰다.
조직원들을 다독였으니 다시 사무실로 올라가 담배를 빨아야 했다. 대마 담배를 말이다.
“보스.”
“왜?”
“아무래도 낀꾸옥이 고약한 놈들과 얽힌 것 같습니다.”
낀꾸옥이 경찰에게 잡힌 지 벌써 이틀이 지났다.
최소한 연락을 해 왔어야 했다. 아무래도 느낌이 이상했다.
“응우옌.”
“예, 보스.”
“그런 걸 내가 알아야 할까?”
“……죄송합니다.”
“잘해야 추방이고, 아니면 수감이겠지. 그놈 돌아오면 통나무나 만들어. 그놈 때문에 본 손해가 얼마야?”
한국 돈으로 10억이 넘는 돈을 날렸다. 낀꾸옥의 모든 장기를 뽑아낸다고 해도 모자랐다.
“예.”
잔인한 명령이었지만,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인 응우옌이 다시 입을 연다.
“그리고 홍 사장에게 보낼 아이 네 명이 모두 채워졌습니다.”
“벌써?”
사업에 관한 이야기가 시작되자 쑤언박의 눈이 커진다.
“홍 사장이 원한 게 4살 이하의 남자 셋, 여자 하나였던가? 우리 쪽 티가 잘 나지 않는.”
“우연히도 그 나이에 그런 외모를 가진 아이들이 저희 품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좋네.”
“그런데…….”
“왜.”
“오늘 하나가 더 들어왔다고 합니다. 어미와 5살짜리 딸입니다.”
“그래서?”
“어떡할까요? 홍 사장이 또 이런 요구를 할 수 있잖습니까.”
“됐어. 둘 다 그냥 내장 털어. 하나둘씩 들어주다 보면 나쁜 버릇 든다.”
“……알겠습니다.”
“내가 더 알아야 할 건?”
“없습니다.”
“좋아. 그럼 영역 확장 이야기로 넘어가자고. 이번에 10억 가까이 손해를 봤지만, 슬슬 다른 도시로 넘어가야 할 것 같지 않아?”
2008년, 한국에 있는 모든 베트남계 조직이 쓸려나갔다. 현재 대한민국은 무주공산이나 다름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그 문제로 드리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응우옌의 눈이 빛나자 쑤언박의 눈도 빛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