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718화 (718/837)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718화>

낀꾸옥은 두려움에 몸을 떨며 고개를 격렬히 가로저었다.

“모, 몰라요!”

정말 모른다. 자신은 그저 베트남 여자들이 아이를 데리고 오면, 함께 관리하다가 넘길 뿐이다.

“어디다! 어떻게!”

“그, 그게…….”

“하, 나 이 개새끼.”

또 입을 다물려는 듯한 그의 모습에 종혁이 목을 꺾는다.

“최 팀장님, 문 잠가요. 의사 대기시키고.”

“에헤이. 뭘 또 서장님 손을 더럽히려고 그러셔라. 이런 건 그냥 지들한티 맡기시랑께요. 자, 자.”

종혁을 뒤로 밀어낸 최철규 팀장이 낀꾸옥이 베고 있는 베개를 낚아채 그의 배 위에 올려놓는다.

“아가. 한국말 할 줄 알어? 아녀. 몰라도 뒤야. 그냥 이 꽉 물어라잉. 셧 더 마우스. 커팅 텅. 오케이?”

“무, 무…… 큽!?”

“입 다물랑께!”

뻐어억!

“크으읍?!”

낀꾸옥의 입을 틀어막은 베테랑 형사의 주먹이 배를 후려쳤다.

“커헉! 커허억!”

고통에 몸부림을 치는 낀꾸옥.

최철규가 뒤로 물러나자, 종혁이 다시 천천히 다가선다.

그에 공포에 질려 있던 낀꾸옥이 이를 악문다.

“겨, 경찰이 이래도 돼? 너희 한국 경찰이잖아!”

“어. 너 같은 새끼한테는 이래도 돼.”

까짓거 징계 좀 받으면 그만이다.

“대신 넌 한국 교도소에 수감이 되든, 베트남으로 송환이 되든 멀쩡하진 못하겠지. 혹시 이런 말 아냐?”

한쪽 손이 망가지면 약간 불편해도 살 수 있지만, 한쪽 다리가 망가지면 양팔까지 쓰기 힘들다.

“목발을 짚어야 하니까.”

낀꾸옥의 낯빛이 하얗게 질린다.

“야,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물어본다. 이번에도 모른다고 하면 넌 평생 목발 짚고 다녀야 하는 거야.”

마치 오늘 점심 메뉴를 고르는 것처럼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종혁의 모습에서 더 큰 공포를 느낀 낀꾸옥은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베트남 여성들이 아이들을 왜 데려왔어?”

“위, 위에서 아이를 가진 여성들을 꼬드기라고 했어요!”

아이들도 책임져 줄 거라고 말하라고 했다. 기저귀, 젖병, 옷, 책 등 필요한 모든 걸 제공해 줄 거라고 말하라고 했다.

“그렇게 데려온 아이들은 어떻게 관리했고, 언제 어디로 넘겼어?”

“아, 아이들은 여자들이 일을 나가면 따로 만든 방에 다 처넣어 관리했고, 일을 안 할 땐 같이 붙어 있게 했어요!”

어차피 모든 여자들이 한 번에 출장을 나가는 게 아니기에 아이들을 돌보는 건 순번을 돌아가면서 했다.

그리고 약 반년에서 두 달쯤 데리고 있으면 위로 넘겼다.

‘두 달?’

불안감이 더 커진다.

망상이라고 생각하고 싶은 가설이 점점 더 몸집을 불려 간다.

“이유는?”

“수, 숙소에 애새끼들이 왔다 갔다 하면 아, 안 좋으니까요! 그, 그래서 더 여자들이 일하기 편하고, 저희가 관리하기 편한 곳으로 옮긴다고 했어요!”

“……설마 마약과 관련된 곳이냐?”

“…….”

꽈악!

“네, 네! 마약 소분 공장이요! 아아악!”

종혁은 물 밖으로 나온 물고기처럼 퍼덕거리는 모습에 그의 옆구리를 잡은 손에 더 힘을 주었다.

“아아악!”

“그러면 단물을 모두 빨아먹은 여성들은?”

“모, 몰라! 난 그저 데리고 있다가 넘길 뿐이라고!”

“그러니까 누구한테! 여기 누구!”

종혁이 낀꾸옥의 통화 내역이 기록된 서류를 내밀자, 낀꾸옥은 다급히 한 전화번호를 가리켰다.

지난 한 달간 연락한 연락처 대부분이 대포폰으로 밝혀진 통화 내역. 명의자들 모두 노숙자거나 명의를 빌려준 사람들이었다.

“이, 이 전화번호로요!”

낀꾸옥은 위에서 여성들을 옮길 때 쓰는 차량 번호도 말했다.

“이 새끼가 쑤언박이야?”

“아뇨!”

그렇지 않다. 자신도 쑤언박을 본 건 손에 꼽을 정도였다. 그것도 전부 쑤언박 쪽에서 먼저 연락을 해 왔을 때뿐.

자신 같은 사람은 감히 쳐다볼 수도 없는 게 쑤언박이었다.

하노이에서 쑤언박이 옌 하오의 넘버 3일 때도 그랬는데, 쑤언박이 보스가 된 지금은 더 그럴 수밖에 없었다.

까득!

“이 번호 발신 위치 확인하고, 통화 내역 뽑아요. 차량도 쫓고.”

불안감이 끝을 모르고 커진다.

마약.

가까이하는 이들을 전부 지옥으로 빠뜨리는 악마의 물건.

만약 호기심으로라도 마약에 손을 댄다면 큰일이었다. 하루라도 빨리 찾아야 했다.

“그리고…… 죽이지만 마세요.”

“예!”

쾅!

종혁은 문을 닫고 나갔고, 이진한 경위가 낀꾸옥에게 다가간다.

“왜, 왜?”

“방금 못 들었어? 널 죽이지만 말라잖아.”

최철규가 폭력을 썼는데도 종혁이 무시, 아니 묵인했다.

이는 폭력을 동반한 취조에서 무슨 문제가 생긴다고 해도 종혁이 책임을 진다는 뜻.

쑤언박은 어디서 본 것인지, 통화 내역에 있는 전화번호들의 진짜 주인은 누구인지, 그리고 낀꾸옥처럼 여성들을 관리하는 놈은 또 없는지 등 물어야 할 것이 참 많았다.

“김 형사, 이송 준비해. 병원에서 피 볼 수는 없잖아. 이 새끼 소리 지르면 신고 들어간다.”

“예!”

“아, 안 돼! 오지 마! 오지 말라고!”

낀꾸옥은 광주경찰청으로 옮겨졌고, 이내 곧 취조실에서 끔찍한 비명 소리가 흘러나왔다.

한편 병실을 나선 종혁이 신안경찰서 형사 2팀장을 본다.

광주북부서 출신인 형사 2팀장.

“소각장들 파악했습니까?”

“등록이 된 소각장들은 모두 파악을 했지만…….”

낀꾸옥을 검거한 지 이제 고작 만 하루의 시간이 지났을 뿐이다. 정식으로 등록이 된 소각장들은 파악을 했지만, 아직 찾아가 보지는 못한 상황.

또 광주광역시 내 모든 공용 CCTV 영상을 수거해 쑤언박을 찾아보고 있는 것도 지지부진한 상태다.

아무리 인식 프로그램이 있다지만, 광주광역시는 인구 140만의 대도시다. 공용 CCTV 영상조차도 모두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거기다 어제부터 광주로 유입되는 모든 차량들도 추적 중이라서…….”

처리 용량마저 부족했다. 프로그램이 아무리 대단해도 이 프로그램을 돌릴 수 있는 사양의 컴퓨터가 모자랐다.

“마음 같아선 광주청 상황통제실을 이용하고 싶지만…….”

아니 될 말이다.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에 상황통제실은 건드려선 안 됐다.

“쯧. 컴퓨터는 오늘 안까지 공수하도록 하죠.”

‘부디 찾을 수 있기를.’

상부로 넘어간 여성과 아동들을.

둘이 이를 악물며 걸음을 옮기는 순간이었다.

지이잉! 지이잉!

“받으세요.”

“예. 감사합니다. 어. 나야. 뭐?!”

깜짝 놀란 형사 2팀장이 종혁을 본다.

“찾았답니다!”

낀꾸옥에게서 베트남 여성과 아이를 받아 간 차량을.

종혁이 주먹을 꽉 쥐었다.

* * *

스윽!

광주광역시 본촌동의 제법 큰 창고가 보이는 골목 안.

슬그머니 진입한 차량들이 공장을 쳐다본다.

‘하노이 학원 및 알선 사무소’라는 공장의 담벼락에 붙은 현수막이 차량 안에 탄 그들의 눈에 들어온다.

닷새 전, 해가 어스름히 저물어 가던 날 낀꾸옥의 부하들이 관리하는 여성들 숙소에서 빠져나온 선팅이 짙은 차량 한 대가 저곳 안으로 들어갔다.

이동식 상황 본부에 앉은 종혁이 무전기를 들었다.

“1팀.”

-치익! 1포인트에 위치했습니다.

“2팀.”

-2포인트 도착 완료.

공장을 포위하듯 공장 주위 골목에 들어찬 특수팀의 형사들.

종혁이 한숨을 내쉰다.

‘다행히 하루야.’

낀꾸옥을 검거한 지 이제 고작 하루가 지났을 뿐이다.

놈들이 뭔가를 눈치채거나 느낌이 이상해 도망을 치려고 해도 이제야 철수 준비를 할 것이다. 즉, 놈들은 아직 저곳에 있단 소리였다.

“서장님, 어떡할까요? 바로 딸까요?”

“기다려요. 2팀 3조. 정탐 시작.”

-알겠습니다.

-드르륵!

종혁의 명령을 받은 2팀, 공장 뒤편에 차량을 주차시킨 형사들이 기름때가 묻은 작업복 지퍼를 올리며 어슬렁 걷는다.

피로에 찌든 사람처럼 한 손에 커피를, 입에는 담배를 문다.

“어흐. 추워.”

“날이 점점 추워지는 것 같지 않습니까?”

“가을은 가을이라는 거지.”

그들은 창고 담벼락을 따라 주욱 걷다가 이내 창고 정문을 지나친다. 그러자 그들의 고개가 자연스럽게 창고 쪽으로 돌아간다.

그 순간이었다.

“이런 씨발!”

“전 팀, 진입! 진입!”

다급히 무전기를 꺼내 든 그들의 외침에 차량에 있던 모든 형사들이 튀어나와 창고로 달려갔다.

“꽉 잡아!”

“빨리! 빨리!”

“아이고. 이 하얀 가루나 풀잎들은 뭐데? 청소 좀 하고 살지.”

웅성웅성.

소파나 매트리스 따위의 쓰레기들이 창고를 빠져나오고 있고, 그걸 본 형사들이 안절부절못한다.

“이 새끼들 정말 튄 건가요?”

“예. 그런 것 같네요.”

종혁이 발걸음을 옮긴다.

“서, 서장님!”

종혁은 어디 가냐는 듯 다급히 잡는 형사들에 인부들이 들고 있는 종량제 봉투를 가리켰다.

“……아나, 씨발!”

베트남어가 적힌 과자 봉지.

“스톱! 스톱!”

그제야 상황을 완전히 파악한 형사들은 다급히 인부들을 향해 달려갔고, 종혁은 그들을 지나쳐 창고 입구에 들어섰다가 잠시 멈춘다.

2층으로 향하는 철제 계단에 떨어진 파란색의 유아용 티셔츠.

정말 튀었다.

“대체 어떻게 알아챈 거지?”

낀꾸옥을 비롯한 부하들을 모두 검거하는 것뿐만 아니라 베트남 여성들도 모두 구해 내면서 일반적인 단속처럼 보이게 했다. 말이 새어 나갈 틈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대체 어떻게 안 걸까.

특수팀 내에 이놈들의 끄나풀이 있는 걸까.

“아니면 이놈들이 조심성이 많은 것일 수도 있지.”

뭐든 눈앞이 캄캄해진 상황이었다.

“그래! 그 패널들 모두 떼어 버리고!”

유아용 옷을 증거물 봉투에 넣은 종혁은 2층에서 인부들을 지휘하고 있는 중년인에게 다가갔다.

“아니, 이놈의 새끼들은 여기서 대체 뭔 지랄을 한…… 누, 누구?”

“실례합니다. 경찰입니다. 일단 현장 훼손부터 멈춰 주시죠.”

“예?! 아, 예! 다, 다들 멈춰! 멈추라고!”

인부들이 뚱한 표정을 지으며 멈춰 서자 종혁은 다시 입을 열었다.

“이 창고의 소유주 되십니까?”

“호, 혹시 여길 빌린 그 베트콩 놈들이 뭔 사고라도 친 겁니까?! 역시! 그럴 줄 알았다니까!”

방방 뛰는 그의 모습이 그동안 놈들이 이곳에 있었음을 대답해 준다.

다시 한숨을 내쉰 종혁은 핸드폰을 들었다.

“예. 납니다.”

-서장님!

왜인지 다급한 외침. 덩달아 마음이 조급해진 종혁이 무슨 일인지 열려고 할 때, 수화기 너머에서 듣고 싶지 않은 말이 들려온다.

-낀꾸옥을 통해 쑤언박이 관리하는 다른 마사지 업체들을 땄는데…….

정확히는 다른 출장마사지 업체들의 이름과 전화번호.

“토낀 것 같다고요?”

-……핸드폰을 해지했습니다. 아이 러브 밤에서도 업체들 이름이 사라졌고요.

북구, 동구, 서구, 남구, 광산구. 이렇게 광주광역시의 모든 구를 담당하던 세 개의 업체들이 말이다.

-그래서 현재 아이 러브 밤에 등록되어 있던 사무실 위치를 찾아가 볼까 합니다.

어차피 가짜 주소이거나 이미 놈들이 튀었을 확률이 높지만, 그래도 해 볼 만큼은 해 봐야 했다.

“후우…… 그렇게 하시고, 어제 이곳 창고를 비롯해 인근을 출입한 모든 차량을 추적하세요. 사장님, 이 사람들이 언제 창고를 뺀다고 연락했죠?”

“오, 오늘 아침에 문자가 와 있더라고요.”

처음 빌릴 때부터 꺼림칙했던 베트남 사람들이 갑자기 야반도주를 하듯 창고를 뺀다고 해서 다급히 찾아왔었다.

“곧 개인용 CCTV까지 수거해 갈 겁니다.”

이곳에 있는 공장이나 창고에서 쓰는 개인용 CCTV들.

놈들이 작정하고 철수한 거라면 차량을 바꿔 탔을 가능성이 있다. 도주한 놈들을 찾으려면 이 방법밖에 없다.

“후…… 광주청 상황통제실 사용을 제가 광주청장님께 직접 허가 받아 내겠습니다. 그리고 오늘 오후 안으로 컴퓨터들이 도착할 겁니다. 그리고 아이 러브 밤 역시도 계속 체크하시고요.”

혹시 모를 일이다.

성매매는 이런 조직들의 수입원 중 하나기에 곧 업체명과 전화번호만 바꿔서 다시 등록할 수도 있었다.

통화를 종료한 종혁은 얼굴을 쓸어내렸다.

“지랄 났네.”

현재 드러난 꼬리들이 모두 끊겼다.

골치가 아팠다.

‘이거 특수팀 인원을 더 보충해야 되나…….’

“사장님.”

“예, 예?”

“혹시 이 건물을 계약하러 온 놈들의 얼굴은 기억하십니까?”

“그, 글쎄요? 베트남 사람들이 창고를 쓴다기에 특이해서 기억을 하고 있기는 한데…….”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 사람들의 외모는 다 거기서 거기라서 자신이 없다.

“그래도 협조 부탁드리겠습니다.”

아무리 조악한 몽타주라고 해도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낫다.

종혁은 자신 없어 하는 그를 향해 싱긋 웃어 주었다.

* * *

“빌어먹을!”

광주경찰청 인근의 한 식당.

차에서 내리던 형사 한 명이 바퀴를 걷어찬다.

‘확실히 크게 데었던 놈들은 뭐가 달라도 다르네.’

종혁은 씁쓸히 웃으며 식당 문을 열고 들어갔다.

웅성웅성. 왁자지껄.

“맛집인가 보네요.”

“여기 백반이 죽여줍니다.”

경찰청에서 무려 500미터나 떨어진 곳이지만, 일부러 찾아올 만큼 반찬 하나하나가 대단하다.

“확실히 그래 보이네요.”

고작 6천 원짜리 백반인데 수육에 홍어, 해물파전, 두툼한 계란말이가 메인으로 나온다. 식당 출입문 옆에는 커피 자판기까지 있다.

“이거 단가는 나옵니까?”

“뭐 나오니까 이렇게 장사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이모! 여기 백반 8개 주세요! 소주는 어떡하시겠습니까?”

“……근무 중이니까 관두죠.”

마음 같아선 한 잔 적시고 싶지만, 오후 3시에 컴퓨터들이 도착한다.

대당 6천만 원을 호가하는 20대의 컴퓨터. 그것들이 본격적으로 가동하기 시작하면 놓쳐 버린 놈들의 꼬리를 금세 찾을 수 있을 거다.

“맛있게 드세요!”

“일단 먹죠.”

“식사 맛있게 하십쇼!”

순간 식당을 조용하게 만드는 형사들의 외침.

입맛을 다신 종혁은 일행이 아닌 척 숟가락을 들었고, 칼칼한 육개장 맛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거 진짜 단가는 나오나?”

전문점에서 파는 진한 육개장 맛이다.

그것도 대파를 듬뿍 넣은 파육개장 맛.

눈이 번뜩인 종혁은 숟가락을 빠르게 놀리기 시작했다.

“후우.”

“어흐으. 잘 먹었다.”

배를 두드리며 나온 그들이 식당 옆 골목으로 들어가 담배를 문다.

“최 팀장님, 목포 문화센터 모임 쪽은 어떻습니까?”

“일단 우리 애들 둘이랑 지원과 애들을 붙여 놓기는 했는디…….”

물을 흐리는 여자들에게 마킹을 붙여 놨고, 통화 내역과 금융 거래 기록 역시 모두 파악해 놓았다.

“흠. 광주 문화센터 모임도 뒤져 보라는 말이지라?”

“예. 아마 그쪽에서도 물을 흐리는 여자들이 있을 겁니다. 그중 누가 이놈들의 지령을 받는지…… 응?”

종혁은 이쪽을 보자마자 깜짝 놀라 몸을 돌려 가게 뒷문을 여는 동남아 여성을 발견하곤 살짝 놀랐다.

터진 입술과 볼에 붙은 파스.

“거기, 잠시만요. 아가씨, 잠시만요.

“미, 미안해! 나 들어가!”

“아니…… 후. 경찰입니다.”

“경…… 찰?”

“어느 나라분이시죠?”

“벳남…….”

우연이라면 참 공교로운 우연이다.

종혁은 베트남어로 말을 꺼냈다.

“한국에 취업을 하러 오신 분이시죠? 혹시 이곳 식당 주인이 폭력을 휘두르는 겁니까?”

“흡?! 아, 아니에요, 그런 거! 사장님은 잘해 주세요! 이모들도 얼마나 잘해 주시는데요! 이, 이건 제가 뛰다가 전봇대에 부딪치는 바람에…….”

‘남자친구나 남편, 혹은 같이 사는 사람이 폭력을 휘두르나 보군.’

그녀의 왼쪽 네 번째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 꽤 중요한 기념일에 산 것인지 작은 다이아가 박혀 있다.

“서장님! 이만 가시지라!”

속으로 혀를 찬 종혁은 여성을 향해 입을 열었다.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카응안…….”

“카응안 씨, 핸드폰 좀 줘 보세요.”

“핸드폰?”

종혁은 그녀가 반사적으로 내미는 핸드폰을 낚아채 종혁 본인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다시 그녀의 핸드폰을 그녀의 손에 쥐여 주었다.

“카응안 씨, 제 이름은 최종혁입니다. 힘없는 약자들을 보호하고, 약자를 괴롭히는 나쁜 놈들을 잡아 족치는 형사죠.”

가해자와 피해자를 영원히 격리시키는 형사.

‘그러니 당신도 겁먹지 말고 연락해 주길.’

종혁은 간절히 바라 본다.

“곧 다시 연락을 드릴 테지만, 그사이 무슨 일 있으면 이 번호로 연락해 주세요.”

종혁은 카응안의 어깨를 두드리곤 몸을 돌렸고, 카응안은 그런 종혁을 멍하니 바라봤다.

낯선 남자의 손이 닿은 어깨가 뜨거웠다.

갑자기 눈물이 날 만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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