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712화 (712/837)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712화>

신안경찰서의 수사지원과.

-챙, 챙챙! 얍! 얍얍!

전등이 하나만 켜진 사무실 안에 금속이 부딪치는 소리와 기합 소리가 울린다.

캐릭터가 몬스터를 잡는 노트북 앞, 오늘 당직인 경장이 머그컵을 입에 가져가며 사무실을 훑는다.

호록!

“축복을 받은 건지, 아닌 건지…….”

따뜻한 밝은 갈색의 나무들로 모던하게 꾸며진 사무실.

자신이야 이젠 익숙해졌지만, 동기들은 여전히 이 사무실을 두고 설왕설래를 한다.

그중에는 지금 마시는 사랑방 카페표 드롭커피도 있다.

당직이거나 야근인 사람들을 위해 퇴근 전 1리터, 2리터씩 만들어 주는 커피. 매일같이 입이 행복하다.

그렇기에, 사람이 가장 치사한 게 줬다가 뺏는 것이기에 경장은 종혁의 후임 서장을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서장님이 오래오래 하셨으면 좋겠는데…….”

쿵쿵!

“예, 들어오세요.”

문이 열리며 종혁이 안으로 들어오자 경장은 하얗게 질리며 다급히 노트북을 닫는다.

“추, 충성.”

“……당직이라 힘든 건 아는데, 게임은 집에서 합시다.”

“죄, 죄송합니다!”

“레벨은 몇이에요?”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낮습니다. 그런데 무슨 일이십니까?”

“아, 인식 프로그램 좀 쓰려고요.”

종혁은 방금 전 수거해 온 CCTV 영상을 넘겨줬다.

이렇게 늦은 밤엔 곤란하다는 걸 어르고 달래 가며 얻어 온 CCTV 영상.

종혁은 이대종에게 받은 쯔엉의 사진과 주소도 넘겨줬다.

“이분이 뭘 타고 이동했는지만 좀 알아봐 주세요. 인식 프로그램 어떻게 쓰는 건지는 아시죠?”

“어깨너머로 하는 것을 봤습니다!”

경장은 수사지원과에서 가장 큰 모니터로 다가가 컴퓨터를 켜다 종혁을 봤다.

“그런데 아무리 서장님이라도 이걸 쓰시려면…….”

절차가 필요하다.

그 말에 종혁은 경장의 컴퓨터를 가리켰다.

업무용 컴퓨터에 업무 외 용도의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건 어느 회사든 당연히 안 된다.

그런데 그것이 심지어 국민의 세금으로 구입하여 지급된 공공기관의 컴퓨터라면 더더욱.

“끄으응.”

종혁은 인식 프로그램에 접속하는 경장을 바라보다 몸을 돌렸다.

“이번 한 번만 넘어가 드리는 겁니다. 앞으로 게임은 집에서 하세요.”

“……충성.”

종혁은 앓는 소리를 내는 경장을 뒤로하며 핸드폰을 들었다.

* * *

“충성.”

“안녕하십니까.”

“예. 좋은 아침입니다.”

경찰서 안으로 들어서던 종혁이 사랑방을 지나치다 입맛을 다신다.

“아이고, 할머님들. 왜 이렇게 일찍 오셨어요. 아침은 드셨어요?”

“이제 묵으려고! 서장님은 드셨어라?”

“저야 일찍 먹죠. 슬슬 날이 추워지니까 옷 따뜻하게 입고 다니세요. 경찰서 오시려다 감기 걸리세요.”

“그려요, 그려. 걱정해 줘서 고마워요!”

마치 손자를 달래듯 푸근히 웃는 할머님, 할아버님들의 모습에 옅게 웃은 종혁은 서장실로 향했다.

“으흐응.”

한 손에 사랑방 카페에서 받은 커피를 든 채 컴퓨터를 켠 종혁.

“택시를 타고 움직였을까나, 버스를 타고 움직였을까나…….”

종혁은 수사지원과의 과장이 보낸 CCTV 영상 분석 결과를 확인했다.

달칵!

마우스를 클릭함과 동시에 모니터를 한가득 채우는 영상.

모자를 눌러쓴 쯔엉이 거리에 모습을 드러낸다.

그들 부부의 집이 있는 골목의 바로 앞.

“캐리어를 들고 있군.”

‘그런데…….’

누군가와 통화를 하는 그녀는 시종일관 고개를 가만두고 있지 않다. 마치 누가 오나 안 오나,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이 있나 없나 살피듯 말이다.

“이대종 씨 때문이겠지.”

혹여 바다에 나간 남편이 돌아오면 낭패.

누군가 자신을 알아보고 남편에게 전화를 해도 낭패다.

“역시 택시려나.”

아무래도 걸어서 버스터미널까지 가려면 마주쳐야 할 사람이 많다. 그중엔 이대종에게 연락을 할 수 있는 지인도 있을 터.

이미 도망칠 각오를 한 쯔엉으로선 분명 피해야 할 일이었다.

그 순간이었다.

“응?”

그녀의 앞에 서는 차량에 종혁이 미간을 찌푸린다.

“흐음.”

톡! 톡톡!

검지로 책상을 두들기던 종혁은 내선 전화기를 들었다.

“서장입니다. 아마 오늘 아침에 이대종 씨라는 분께서 가출 신고를 했을 겁니다. 아, 방금 전 접수하고 가셨다고요.”

지이잉!

문자를 확인한 종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염치가 없어’라는 말로 시작해 ‘부탁한다’는 말로 끝나는 이대종의 문자.

“형사과 여형사 한 명 좀 올려 보내 주시고, 차량 번호 좀 조회해 주세요. 그리고 아내 쯔엉 씨 명의…… 아, 핸드폰이 이대종 씨 명의입니까? 그럼 그 번호의 통화 내역 좀 뽑아 주시고요. 예.”

통화를 종료한 종혁은 다시 CCTV 영상을 보며 혀를 찼다.

“역시 바람인가…….”

쯔엉을 데리러 온 것은 일반 승용차였다.

지이잉! 지이잉!

“예. 신안경찰서 서장 최종혁입니다, 선배님.”

-나야, 최 서장. 혹시 오늘 시간 돼?

“오늘 말입니까?”

‘이 양반이 갑자기 왜?’

종혁은 의아해하며 핸드폰을 바라봤다.

발신인은 목포경찰서장이었다.

‘뭐, 안 그래도 목포로 넘어가려고 했으니까…….’

어차피 쯔엉과 친하게 지낸, 목포로 시집을 왔다는 고향 언니를 만나 봐야 했다.

“점심때 시간 괜찮으십니까?”

* * *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새벽.

커다란 침대 위에서 눈을 뜬 이십대 중반의 동남아 여성이 옆을 바라본다.

“드르렁! 크어어!”

기차 화통을 삶아 먹은 듯 잠에 젖은 머리를 뒤흔드는 코골이 소리.

오십대 남성을 보며 한숨을 내쉰 여성이 그의 코를 잡아 흔들곤 몸을 일으켜 침대를 빠져나온다.

스윽! 스윽!

바닥에 떨어진 속옷을 입고 부엌으로 향하는 그녀.

챙겨 온 MP3의 이어폰을 귀에 꽂는다.

-딴딴, 따라라, 딴.

코골이 소리를 몰아내며 그녀의 귀를 적시는 K-POP.

옅은 미소를 지은 그녀가 냉장고를 열어 식재료를 꺼낸다.

통통통! 보글보글!

한국 드라마와 한국 노래가 좋아 한국을 사랑하게 된 그녀, 투이. 그렇다 보니 김치찌개를 끓이는 것에도 막힘이 없다.

그렇게 김치찌개가 어느 정도 끓자, 그녀는 냉장고에서 비엔나소시지와 달걀을 꺼낸다.

나이가 올해 51세인 남편은 소시지와 계란이 없으면 밥을 먹지 않기 때문이다.

‘어제 프라이를 했으니까…….’

오늘은 계란말이.

투이가 그릇을 가져올 때였다.

스윽!

“읏?!”

목덜미에 닿는 뜨거운 숨결과 티셔츠 속을 파고들어 가슴을 만지는 두툼한 손.

화들짝 놀란 투이가 이내 애써 미소를 지으며 손을 떼어 낸다.

“나 밥 해. 다쳐.”

“오케이. 오케이.”

“씻고 와. 냄새나. 내가 뭐라고 했어?”

“아, 존중해 달라고? 그래, 알았다니까.”

투이의 목덜미를 깨문 장년인은 화장실로 향했고, 그녀는 다시 음식을 만드는 데 열중했다.

달그락, 달그락.

아무런 대화가 없는 아침 식탁.

“끄어!”

물로 입을 헹군 장년인이 투이를 본다.

“나 오늘 늦어.”

“왜 늦어?”

“약속 있어.”

약속이란 말에 투이의 눈이 번뜩인다.

“또 나쁜 데 가?”

일주일에 최소 두 번은 다른 여자의 냄새를 묻혀 오는 남편.

옷에 찍힌 립스틱 자국을 발견할 때마다 자신의 억장이 얼마나 무너지는지 이 사람은 알고 있을까.

“어허! 나쁜 곳이라니! 남자가 말이야,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그런 곳도 갈 수 있는 거지! 내가 나 좋자고 가는 거야? 그렇게 비즈니스를 해야 네 집에 보낼 돈을 벌 수 있는 거 아니야! 아무튼 그런 줄 알고 먼저 자! 곧 생일이지? 이걸로 좋은 거 사고.”

20만 원을 내려놓은 남편은 도망치듯 안방으로 들어가 옷을 챙겨 입고는 다시 나왔고, 투이는 그런 남편을 배웅했다.

“많이 마시지 마.”

“그래, 그래. 역시 마누라밖에 없다.”

쪽!

투이의 입술을 뭉갠 남편은 집을 빠져나갔고, 다시 부엌으로 돌아온 투이는 식탁에 앉으려다 멈추며 그냥 식탁을 정리해 버린다.

입맛이 없었다.

쏴아아! 달그락, 달그락!

“……흐윽!”

설거지를 하다 결국 울음을 터트려 버린 그녀.

‘이건 내가 바란 한국 생활이 아니야…….’

나이 많은 사람과 결혼을 할 때 어느 정도 각오는 했었다. 자신도 아버지와 말이 잘 통하지 않으니 세대 차이로 생각과 관념의 차이가 클 거라고.

하지만 드라마에서 본 한국 남자는 모두 점잖고 착했기에 참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먼저 한국으로 시집을 온 친한 동생 쯔엉도 남편 자랑을 그렇게 하지 않았던가. 한국 남자가 최고라고, 놀기 바쁘고 책임감 없는 베트남 남자랑 차원이 다르다고.

하지만 아니었다.

남편의 생각이나 행동은 단순히 세대 차이로 포장할 수 없었다.

분명 맞선을 볼 때만 해도 세상 모든 걸 다 줄 것처럼 다정하게 굴었던 남편.

“그래서 결혼한 건데…….”

그러나 이혼을 하고 베트남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베트남에 있는 엄마와 아빠가 일을 관두고 남편이 주는 돈으로 생활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난 술집 여자가 아닌데…… 흐윽! 흑!”

투이는 싱크대를 붙잡고 오열했다.

띵동! 띵동!

“흑?!”

‘남편이 왜?’

그녀는 얼른 눈물을 닦으며 현관문을 열었다.

“남편, 뭐 놓고…… 응? 누구?”

“경찰입니다.”

종혁은 엉망이 된 그녀의 얼굴을 보며 낯빛을 딱딱하게 굳혔다.

* * *

“인식 프로그램 덕분이라…….”

종혁은 잠시 숟가락을 멈추고 생각에 잠기는 목포경찰서장을 응시했다.

이번 김지원 사건을 빨리 해결한 비법이 뭐냐고 묻는 그의 눈에 서린 욕심과 질투.

‘확실히 그럴 만하나?’

김지원이 검거된 이후 다른 피해자들의 피해 사실들이 확인되면서 총 피해 규모가 백억 원이 넘는 사건이 됐다.

목포 수준의 대도시에서도 쉬이 접하기 힘든 사건.

이런 대형 사건을 해결하면 해결한 팀도 팀이지만, 서장 역시도 인사고과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기에 궁금증이 드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예. 인식 프로그램이 아니었다면 놈들을 그렇게 빨리 찾을 수 없었을 겁니다.”

“음. 그런데 그건 어떻게…….”

본청에서도 특별범죄수사대에서만 쓴다는 인식 프로그램 시리즈.

현재는 아동 실종 사건들에 한해 지원이 되고 있다지만, 그 외 다른 사건들에서 이 인식 프로그램 시리즈의 영광을 볼 순 없었다.

“장희락 경찰청장님과 합의를 봤습니다. 절 지방으로 돌리려면 인식 프로그램을 달라고. 아니면 안 간다고. 아, 여기 진짜 음식 괜찮네요.”

대수롭지 않아 하는 종혁의 모습에 목포경찰서장은 헛웃음을 터트렸다.

‘하긴.’

경찰 역사상 유례없는 승진 가도를 달리고 있는 종혁이다. 본청에서 계속 버텼어도 무난히 경무관 진급을 할 수 있었을 거다.

“그랬나……. 큼. 식사 다 했으면 일어나지.”

“역시 음식은 전라도가 맛있네요. 잘 먹었습니다.”

“허허. 아니야. 그럼 난 이만 가 보도록 하지.”

“수고하십쇼. 충성.”

종혁은 차를 타고 사라지는 그를 보다 피식 웃었다.

“인식 프로그램 시리즈 때문에 부른 것만이 아니면서.”

아마 최철규 팀장, 본연의 능력 때문이었다면 목포경찰서장은 어떻게든 그를 다시 목포경찰서로 복귀시키려 했을 것이다. 딱 그런 표정을 짓고 있다.

그래도 다행이다.

‘한 사람이라도 더 의견을 보태면 좋은 거지.’

목포경찰서장이 물꼬를 텄으니 곧 무안서, 영암서, 함평서 등에서도 연락이 올 게 분명했다.

종혁이 다시 발걸음을 옮기려던 그때, 함께 외근을 나온 여형사가 다가왔다.

“서장님.”

“아, 식사는 맛있게 했어요?”

“예!”

아까 보니 특사이즈 갈비탕에 수육까지 야무지게 시켜서 먹었다. 아무리 먹고 싶은 걸 다 시키라고 했지만, 정말 마음껏 시킨 모습을 보니 헛웃음만 나왔다.

“잘 먹었다니 됐네요. 그럼 가죠.”

쯔엉의 통화 내역을 통해 알아낸, 현재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베트남 여성들의 전화번호.

이걸 알아내느라 고생을 좀 했다.

“가장 가까운 곳이 어디예요?”

“이쪽입니다.”

둘은 차를 타고 이동했고, 이내 투이와 만날 수 있게 됐다.

방금까지 울고 있었던 듯한 그녀와.

* * *

“……안녕하십니까. 투이 씨 되시죠? 경찰입니다.”

애써 웃은 종혁이 따뜻하게 말한다.

“경…… 찰?”

“예. 뭐 좀 여쭙고…….”

“오, 오빠 무슨 문제 생겼어? 괜찮아? 나 결혼신고 했어! 괜찮아!”

“자자, 진정하시고요. 그런 게 아니라 쯔엉 씨에 대해 여쭙고 싶은 게 있어서 왔습니다. 쯔엉 씨 아시죠? 두 분이 친한 사이라고 하던데요.”

종혁과 함께 온 여형사가 다급히 말리자, 몸을 움츠린 투이가 의아해한다.

“안으로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네, 들어와.”

달그락.

“아, 감사합니다.”

투이가 내온 커피를 받은 종혁이 다시 그녀의 얼굴을 살핀다.

자신들이 경찰이라서 그런지 꽤 움츠려 있는 그녀.

‘그쪽 동네 경찰들이 좀 억세다고 했던가?’

다른 나라 외국인들보다 동남아에서 온 사람들이 경찰을 더 무서워하는 편이다.

“나 한국말 못해. 괜찮아?”

“Không sao đâu. Vì tôi không nói được tiếng Việt.(괜찮습니다. 제가 베트남어를 할 줄 아니까요.)”

투이와 함께 온 여형사가 깜짝 놀라 종혁을 본다.

“우리나라 말을 하실 줄은 몰랐어요.”

“하하. 언어를 익히는 게 취미라서 그렇습니다.”

투이는 부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다 이내 걱정스러운 투로 물었다.

“그런데 쯔엉에게 무슨 문제가 생겼나요? 아니면 혹시 쯔엉의 남편이 배를 타고 나갔다가 사고라도…….”

종혁은 얼른 고개를 저었다.

“쯔엉 씨가 집을 나가셨습니다. 혹시 이에 대해 아시는 게…….”

“쯔엉이요!? 왜요?”

말이 끊긴 종혁은 낯빛을 굳혔다.

언제가 아니라 왜.

단순히 쯔엉이 집을 나간 것을 모르는 것이 아니라, 왜 나갔는지조차 이유를 모르겠다는 반응.

즉, 쯔엉은 가장 친한 언니에게조차 아무런 언질도 주지 않았던 것이었다.

아무래도 정말 골치 아픈 일이 될 것 같다는 예감에 종혁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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