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709화 (709/837)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709화>

취준생을 울린 취업 알선 사기! 그 일당 검거!

동료를 모두 살해한 사기꾼! 염산으로 시체 인멸까지?

인간인가, 악마인가!

국민들, 사형만이 답이다! 사형제도 부활 촉구!

끝까지 추격해 잡은 경찰! 자랑스럽다, 경찰!

전남경찰청 산하 신안경찰서와 합동 수사를 한 대전경찰청!

대전경찰청장, 신안경찰서에 감사의 뜻 전해!

-허허. 내 체면을 생각해 줘서 고맙군.

-으하핫! 보십쇼, 선배님. 우리 종혁이가 이렇게 경우가 있는 놈이라니까요!

-거, 알았다니까.

삼분할된 화면 안에서 웃고 있는 대전경찰청장과 함경필 전남경찰청장.

종혁의 입가에도 미소가 번진다.

-최 서장.

“예, 선배님.”

-경찰의 날 때 휴가도 붙여. 찐하게 한잔해야지.

“하하. 영광입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래. 난 바빠서 이만 끊지. 이게 이렇게 끄는 건가?

-예, 예. 거기 나가기 버튼을 누르시면 됩니다. 예.

약간의 소란과 함께 대전경찰청장이 화상채팅을 나가자 방금까지 팔불출처럼 웃고 있던 함경필의 낯빛이 굳는다.

-실종자의 DNA가 발견됐다며? 고등학생이라던데?

“예. 김희. 안좌고등학교의 천문부 동아리에서 활동하던 학생입니다.”

다른 실종자인 유명희, 오지명, 김달수도 같은 천문부원이었다.

“그 네 명은 2009년 10월부터 일주일 간격을 두고 차례대로 실종이 됐습니다.”

2009년 9월 마지막 주, 학교 뒷산에서 동아리 활동을 한 것을 마지막으로 유명희가 가장 먼저 실종이 됐다.

유명희 부친은 아무런 연락도 없이 유명희가 집에 돌아오지 않고, 계속해서 연락도 받지 않자 결국 경찰에 신고를 하였다.

“그들 네 명은 두 달에 한 번씩은 꼭 목포에 나가서 놀 만큼 도시에 대한 열망이 컸던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여러 차례 목포에 나가서 살자며 떼를 썼다는 부모의 진술도 있다.

그래서 단순 가출로 분류를 한 것이다.

“이에 안좌파출소는 여객선터미널을 찾아 유명희 학생이 여객선을 이용했는지를 알아봤지만…….”

-이용한 기록이 없었나 보군.

“예. 그래서 안좌도와 다리로 연결이 된 팔금도의 여객선터미널에 문의를 하는 한편, 안좌도 전체를 수색했습니다.”

하지만 유명희는 발견되지 않았다.

이후 일주일 간격으로 김희, 김달수, 오지명이 차례대로 사라졌다.

-야, 최 서장. 아니, 종혁아.

“예, 청장님.”

-나만 이 상황이 이상하다고 느끼는 거냐?

“아니요.”

-그렇지?

함경필의 이가 악물어진다. 머릿속에서 그려지는 어떤 상황 때문이다.

김지원은 범행 장소로 사용된 리조트의 존재를 알게 된 이후, 그곳을 찾는 이가 확실히 없는지 여러 차례 답사를 했다고 진술했다.

또한 일행들을 죽이고, 인멸하기 위해 준비한 염산과 고문 도구.

놈은 모든 범행 과정에 있어 지독하리만큼 철두철미했다.

그렇다면…… 어쩌면 놈은 염산에 정말 시체가 녹는지도 시험해 봤을지 몰랐다.

-……김지원 그 개새끼가 학생들에 대한 건 계속 부인을 하고 있다고?

“참으십시오. 아직 확실한 건 없습니다.”

-인마!

순간 화를 참지 못하고 고성을 내지른 함경필은 자신이 애꿎은 종혁에게 화풀이하고 있다는 걸 자각하곤 한숨을 내쉬었다.

-후…… 미안하다. 알았다. 수고하고, 다음에 보자. 그런데…… 아니다. 그래, 다음에 보자.

“예. 수고하십시오.”

화상채팅을 종료한 종혁은 담배를 물었다.

찰칵! 치이익!

“후우우.”

‘청장님도 의심을 하고 있군.’

참 치밀했던 김지원이 너무 쉽게 검거됐다.

인천까지 어떻게 간 것인지 그 동선을 파악조차 할 수 없던 놈이 말이다. 여기서 이상함을 느끼지 못한다면 베테랑 형사라고 할 수 없었다.

다만 그 이상함의 정체를 짐작하지 못할 뿐이었다.

“이렇게 되면 국과수에도 놈들이 있다는 건데…….”

리조트에서 발견된 신원 미상의 DNA가 김희의 것임을 경찰이 알게 되자마자 꼬리를 드러낸 김지원.

사원일지, 아니면 단순한 조력자일지 모르지만 국과수에도 놈들이 침투해 있는 것이다.

그게 아니고서야 다른 누구도 아닌 회사의 조직원이 그토록 쉽사리 경찰에 붙잡힐 리가 없었다.

경찰이, 정확히는 자신이 더 파고들기 전에 김지원을 먹이로 내놓은 거다. 그렇게 시선을 돌리려는 것이었다.

그야말로 같잖은 수작.

빠득! 빠드득!

‘참자. 참아.’

다시 꼬리를 찾은 놈들의 멱살을 잡아 그 목을 비틀어 버릴 때까지.

비명에 죽어 갔을 네 아이들의 넋을 위로할 수 있을 때까지.

피가 끓다 못해 영혼이 타 버릴 듯한 이 분노를 억눌러야 한다.

그러니…….

‘미안하다.’

김희, 유명희, 오지명, 김달수.

애들아, 아주 잠시만 참아 주렴.

오래 걸리진 않을 거란다.

“예, 나탈리아.”

얼굴에서 감정이 사라진 종혁이 몸을 돌린다.

* * *

달칵!

전화를 끊은 함경필이 눈을 가늘게 뜬다.

“뭔가 있군.”

뭐든 제 눈으로 보고, 제 귀로 들어야 직성이 풀리는 종혁이다.

좋게 말하면 사명감이 넘치는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자신이 본 것을 제외한 모든 걸 믿지 않는 불신증 환자.

오택수와 최재수 등 능력을 확인하고 믿음을 준 사람에게는 좀 다르지만, 그 외에는 그 잣대가 참 길고 크다.

그런데 종혁은 직접 확인하지 않고, 다른 이들이 작성한 서류와 증언만 가지고 결론을 내렸다.

만약 종혁이 사명감이 없는 그런 경찰이었다면 그러려니 했을 거다.

물론 이제 서장이라는 높은 직책에 있으니 사람을 부리는 것에 익숙해지려는 것일 수도 있지만, 함경필이 판단한 종혁은 절대 그런 사람이 아니다.

아예 처음부터 관여를 하지 않았으면 모를까, 손끝이라도 관여를 했다면 끝을 봐야 직성이 풀리는 놈이다.

즉, 결론을 내린 무언가가 있다는 것.

아니었다면 지금쯤 종혁은 안좌도와 팔금도를 뒤집고 있을 거다. 그뿐만 아니라 김희를 비롯한 학생들이 이동할 수 있는 모든 예상 동선을 뒤지고 있었을 것이다.

“그게 뭘까…….”

답답하다.

마치 거대한 뭔가가 눈앞을 가리는 것 같다.

함경필의 눈빛이 밑바닥을 모르고 침잠해 들어갔다.

* * *

-넌 무조건 사형이겠다. 이번에 새로 오신 검사장님의 특별 지시거든.

‘후우.’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 씁쓸했던 말.

‘과장님은…….’

안 올 거다.

이제부터는 모든 걸 혼자 헤쳐 나가야 한다.

다시 올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교도소.

그러나 이젠 영원히 살아야 하는 교도소.

철컹!

“들어가.”

목포교도소의 교도관이 등을 떠밀자 안으로 들어서던 김지원이 벌떡 일어나는 한 청년에 의아해한다.

“아, 안녕하십니까!”

“예. 뭐, 그래요.”

등 뒤로 문이 닫히자 자신의 자리로 찾아간 김지원이 방금 전 인사를 받자마자 뭔가를 열심히 하는 청년을 가리킨다.

“누구예요?”

마치 혼혈아처럼 동남아 특유의 느낌이 나는 청년.

“지원 씨가 검찰에 조사받으러 갔을 때 온 새 식구야. 죄명은 강도상해. 들어 보니 사연이 좀 기구하더라고.”

교도소에 수감되는 범죄자들 가운데 사연이 기구하지 않은 사람이 얼마나 있겠냐마는 그래도 청년은 특히 더 기구했다.

부모의 학대와 같은 반 학생들의 괴롭힘을 못 이겨 15살에 가출해 서울에서 중국집 배달일을 한 청년.

그러다 성인이 된 이후 목포로 내려와 공장일을 시작했는데, 제대로 된 월급을 받지 못해 하루하루를 근근이 살아갔다.

그러기를 몇 년, 결국 분노를 참지못한 그는 사장실에 있는 돈 몇 푼과 물건들을 훔치려다 걸리고 말았다.

거기서 끝났으면 절도미수로 형량이 얼마 나오지 않았을 텐데, 문제는 당황하여 사장과 몸싸움을 벌이다 그만 상해를 입히고 만 것이다.

“검사가 7년을 때렸다고 하더라고. 아니, 다 돈을 제대로 안 주니까 그런 건데 이게 말이 되냐고!”

“흐흐. 괜찮아요. 여기도 나쁘지 않은걸요.”

더 이상 괴롭힐 부모도 없고, 월세 걱정, 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어차피 망한 인생. 이곳에서 새롭게 시작해도 될 것 같다.

“이 기회에 검정고시도 치고, 자격증도 공부하고. 저 서른셋에 출소하면 회계사 할 겁니다! 돈 많이 버는 회계사!”

“어이구. 이놈아…….”

“그려, 그려. 청소하지 말고 이리 와, 이놈아. 여그는 구치소랑 똑같은께 사람들에게 잘 보일 필요 없어야. 나중에 선고받고 교도소방으로 옮기면 그때 거기 있는 사람들한티 잘혀.”

“에이, 그래도요.”

활짝 웃은 청년은 다시 청소를 하였고, 김지원은 그런 청년을 보며 눈빛을 가라앉혔다.

‘학대라…….’

왜일까. 뭐든 열심히 하려는 듯한 저 모습에 자신의 옛 모습이 오버랩되는 기분이다.

“쯧.”

몸을 돌린 김지원은 책을 읽기 시작했고, 그런 그를 힐끔 본 청년은 남몰래 입술을 비틀었다.

‘교도관으로도 한 명이 들어온다고 했으니까…… 누구려나.’

어차피 자신 같은 요원의 신분은 비밀. 이런 작전에선 더 철저하게 지켜져야 한다. 서로 마주친다고 해도 아마 몰라볼 것이다.

‘저놈의 과거를 몰라서 이것저것 다 넣었다고는 했는데…….’

김지원과 공감대를 형성할 조작된 과거.

‘1, 2년 안에 끝나면 좋겠네.’

청년, 아니 CIA 요원은 콧노래를 부르며 청소를 했다.

* * *

추석이 가까워지자 물러가지 않으려 발악을 하는 늦더위의 바람에 이유정이 담배 연기를 길게 뿜어낸다.

‘그 김지원이 우리 회사의 사원이었을 줄이야.’

패거리를 모두 살해하다 못해 염산으로 녹여 버린 희대의 살인마, 사이코패스.

왜인지 느낌이 이상하다 싶었는데, 사원일 줄 몰랐던 이유정으로선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띠리링! 띠리링!

“응, 이모.”

-너 곧 추석인데 어떡할 거야. 올라올 거야?

“미안. 바빠서 못 내려가요.”

-일이 바쁜 게 아니라 연애하느라 그러는 거 아니야?

“연애는 무슨.”

소중한 사람을 만들었다가 후회하는 사원들이 얼마나 많던가. 그냥 이대로 자유롭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그건 이모가 더 잘 알잖아요.”

-아이고, 이년아. 나야 박복해서 그런 거고! 그 예쁜 얼굴 놔두고 뭐 하는 거야? 내가 말했지? 사람은 자고로 결혼을 해야 더…….

“그만. 안 그래도 사무실이 분위기가 박살 나서 눈치 보여 죽겠는데, 이모까지 이럴래요?”

-그 횡령? 아직도 분위기가 안 좋아?

“말해 뭐해요. 횡령을 할 거면 걸리질 말든지. ……썅년.”

불시 감찰에 딱 걸려 버리는 바람에 경리계만 난장판이 됐다.

안 좋은 일은 연달아 벌어진다는 듯 최종혁 때문에 또다시 회사가 피해를 입은 지 며칠이나 지났다고, 위장 취업한 직장이 흔들리다 못해 사무실 직원들 전부가 의심의 시선을 받으니 그냥 때려치우고 싶은 마음뿐이다.

“아무튼 더 말했다가는 정말 안 올라가요.”

-나쁜 년……. 알았어. 몸조심하고, 뭐든 적당히 하고.

“10월에는 시간 내서 올라갈게요. 사랑해요.”

-끊어!

통화를 종료한 이유정은 피식 웃었다.

참 귀여웠다.

“결혼이라…….”

“하하하!”

갑자기 들리는 웃음소리에 고개를 돌린 이유정이 얼굴을 일그러트린다.

서로의 손을 꼭 잡은 채 서로에게 음료수를 먹여 주는 바퀴벌레 커플. 목포해양경찰서에서 유명한 사내 커플이다.

“……칫! 괜히 그런 말을 해서. 누가 연애하기 싫어서 안 하나.”

도통 눈에 차는 사람이 없는데 어쩌란 말인가.

혀를 찬 그녀는 몸을 일으켜 사무실로 향한다.

그 순간이었다.

“앗! 잠시만요!”

문을 닫으려는 그녀를 멈춰 세우는 외침.

의아해한 이유정은 이쪽으로 달려오는 미남에 깜짝 놀란다.

‘어멋!’

“하하. 감사합니다.”

씩 웃으며 이유정을 지나쳐 사무실 안으로 들어간 사내는 낯선 이의 등장에 의아해하는 사람들을 향해 활짝 웃어 줬다.

“충성! 경사 최우식입니다. 오늘부터 경리계에서 일하게 됐으니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이유정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벌써 인력이 충원됐다고? 계장이 샤바샤바 한 건가?’

그런데 잘생겨도 너무 잘생겼다. 키가 좀 아쉽지만, 떡 벌어진 어깨에 깨끗한 피부와 환한 미소. 딱 자신의 이상형이다.

이유정은 미간을 좁혔다.

한편 안좌도의 선착장이 있는 어느 마을.

가을의 추운 바람이 불어올 때, 커다란 가방을 멘 여성이 버스에서 내린다.

수더분한 인상에 얼굴에 피로가 가득한 삼십대 초반의 여성.

‘만년 사법고시생…….’

공부에 더 집중을 하기 위해 시골로 내려온 사법고시생.

국정원 요원인 그녀가 받은 위장 신분이다.

그녀는 눈을 빛내며 국정원이 마련한 집으로 향했고, 외지인의 등장에 마을 사람들은 눈을 빛냈다.

국정원, CIA, SVR. 모두 스탠바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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