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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703화 (703/837)
  •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703화>

    웅성웅성!

    폴리스라인이 쳐진 지도읍 봉리의 북쪽.

    푸른 바다가 펼쳐진 바닷가 도로 바로 옆, 수풀에서 하얀 옷을 입은 감식반이 여기저기를 헤집으며 단서를 찾는다.

    신안 경찰서의 의뢰로 인해 차량이 유기된 지점을 중심으로 감식 반경을 더 넓힌 그들을 지나친 최철규 팀장이 왼쪽 마을을 향해 달려간다.

    그리고 이내 한 녹색 대문의 앞에 멈춰 선 최철규는 문을 두드렸다.

    김철정. 나이 68세.

    김성익이 유기한 차량을 최초로 발견한 신고자의 집이다.

    쿵쿵쿵!

    “계십니까?”

    문을 두드리던 최철규는 인기척 하나 없는 안쪽을 보며 미간을 찌푸린다.

    “여직 안 계시나?”

    유기된 차량이 김성익의 것임이 밝혀지자마자 만나러 왔었지만, 그때도 만날 수 없었던 김철정.

    핸드폰은 꺼져 있지 않은데 도통 연락이 되질 않으니 골치가 아프다.

    미간을 좁힌 최철규는 고개를 돌려 지도읍사무소의 계장을 바라봤다.

    “계장님은 여기 사시는 분에 대해 좀 아셔라?”

    자신도 이름만 안다.

    너무 외진 곳이라서 평소 교류할 일이 적기도 하거니와, 가끔 나라에서 주는 쌀이나 김치를 가져다줘도 그때마다 물건을 받자마자 문을 닫아 버리는 탓에 대화를 해 볼 기회조차 없었다.

    갈등하던 최철규는 결국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대문을 밀었다.

    “잉? 계장님이잖여? 뭐여? 무슨 일이여?”

    최철규와 계장이 깜짝 놀라 몸을 돌린다.

    어느새 다가온 허리가 굽은 노인이 눈을 매섭게 뜬 채 위아래를 훑고 있다.

    “아이고, 지는 신안경찰서에서 나온 최절규라고 하는디 혹시 김철정 어르신 되셔라?”

    “……경찰이 철정이는 왜 찾는디?”

    “한 다섯 달 전쯤에 저짝에서 차 한 대를 발견하셨다고 혀서 그에 대해 여쭐 게 있어서 왔죠잉.”

    “아, 웬 흰옷 입은 놈들이 와서 동네 시끄럽게 만든 거기?”

    “예, 예! 김철정 어르신이 연락이 되질 않는디, 혹시 어디 가셨는지 아셔라? 만나서 꼭 여쭤보고 싶은 것이 있는디…….”

    꼭 만나야 하기에 최철규의 마음이 애탄다.

    그런 그의 마음을 알아차린 걸까.

    노인의 얼굴에 안쓰러움이 번진다.

    그는 마을 사람의 일을 외지인에게 말해야 하나 갈등하다가 계장을 힐끔 보곤 결국 입을 연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노인들, 지도 읍사무소 직원들은 자식들보다 자신들을 더 자주 들여다보고 또 살뜰히 살핀다.

    그 은혜를 갚아야 했다.

    “아따, 헛걸음했구마잉. 철정이 죽었어.”

    “예?”

    “한 석 달 전쯤에 뒤졌다고. 자다가 심장이 멎어서.”

    “무, 무슨……! 어쩌다 가셨는디요!”

    최철규는 알고 있었냐는 듯 계장을 봤고, 희게 질린 계장은 고개를 저었다.

    “방금 말혔잖여. 자다가 심장이 멎었다고. 나이가 어리긴 혀도 자다 갔으니 호상으로 간 거제. 낯짝이 시퍼런 게 꼭 그걸로 간 게 아닌 것 같긴 혔지만…….”

    역시 오는 덴 순서 있어도 가는 데 순서 없다고 푸념하던 노인이 눈을 흘긴다.

    “그런디 그런 걸 물으러 오믄서 꼴랑 탁주 다섯 병만 사 왔대? 니 도시 사람이냐?”

    “예?”

    “젊은 놈이 눈치가 없어, 눈치가. 에잉. 쯧쯧.”

    고개를 저은 노인은 허리를 두드리며 가려던 길을 재촉한다.

    “자, 잠시만요!”

    “아, 저리 가. 술 마시러 가야 혀.”

    “아이고! 잠시만요, 어르신!”

    최철규는 안절부절못하며 노인을 따랐다.

    그리고…….

    “오메. 이게 뭐시여.”

    “그랑께 말여. 이건 냄새가 쿰쿰한 것이 홍어 같은디?”

    “촌장, 이거 가져다준 사람이 뭐라 말한 거 읎어? 촌장! 이놈은 또 어디 간 겨?”

    “그릇 가지러 갔어.”

    마을 안쪽의 어느 집 마당에 쌓인 아이스박스들과 그 앞에 모여 있는 사람들. 동네 구성원이 모두 나온 듯 수십 명의 사람이 쌓인 박스들을 보며 웅성거린다.

    “어이, 김가야! 니가 이것 좀 읽어 봐야! 니가 그래도 소학교는 다녀 봤잖여!”

    “그려, 있어 봐. 어디 보자……신안…… 경찰서…… 서, 서장…… 최종혁 드림? 맛있게…… 드세요? 이거 경찰서에서 보냈다는디?”

    “경찰? 저 양반?”

    “잉?”

    시선이 몰린 최철규가 눈을 껌뻑이며 핸드폰을 든다.

    -기름칠할 음식과 술들은 잘 도착했나요?

    ‘미쳤네.’

    최철규는 입을 떡 벌렸다.

    * * *

    “으하하핫!”

    “으허허헛!”

    웃음이 터져 나오는 촌장의 집 마당.

    그리고 거적을 깔고 앉아 막걸리를 기울이는 어르신들. 온 동네 어르신들이 다 모여 시끌벅적 웃음꽃을 피운다.

    최철규는 그런 그들을 보며 혀를 내두른다.

    ‘이 양반 진짜 미쳤네.’

    종혁은 대체 몇 수 앞을 보는 걸까.

    “그려, 그려. 자네도 한잔혀.”

    “아이고, 감사합니다.”

    꿀꺽꿀꺽!

    어르신들 사이에 껴서 국그릇에 담긴 막걸리를 단숨에 최철규. 계장도 슬그머니 껴서 술잔을 기울인다.

    “크으으!”

    ‘환장하겄네.’

    다른 마을에도 이런 음식과 술 박스를 가져다 놓았다고 했다.

    얼른 이야기를 나누고 넘어가야 하는데, 도통 입을 뗄 타이밍이 나오질 않는다.

    “오메! 진짜 주당이 왔네, 주당이 왔어!”

    “이게 고래여, 사람이여?”

    얼굴이 불콰하게 달아오른 노인이 최철규를 보며 눈을 가늘게 뜬다.

    뜬금없이 막걸리를 스무 박스나 가져온 외지인.

    막걸리뿐만 아니라 수육에다가 신안 사람이라도 쉬이 먹기 힘든 값비싼 흑산도 홍어까지 들고 왔기에 잔치를 허락할 수밖에 없었다.

    탁!

    막걸리잔을 내려놓은 노인이 입을 연다.

    “경찰이시라고?”

    “예, 어르신.”

    다급히 자세를 바로 하는 최철규.

    그와 동시에 하하허허 웃던 다른 노인들도 입을 다문다.

    최철규는 갑자기 돌변한 그들의 눈빛에 마른침을 삼킨다.

    “압해도 가룡리에서 마을 잔치를 열었다는 사람이 자네 윗사람이신가? 그 잔치, 거그서 사는 꼬마를 구하기 위해서였제?”

    지숙이 이야기다.

    최철규는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까 골치가 아파 오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시골 사람들은, 외진 곳에 사는 사람들일수록 더더욱 외지인, 아니 변화를 원치 않았다.

    딱히 부족함 없이 살아왔기에, 부족함이 있더라도 감수하고 살아왔기에, 그것이 일생이 되었기에 아쉬움이 없는 그들.

    이미 만족하며 살아가는 그들로서는 변화가 혹시나 그 안정을 깨뜨릴까 도리어 두려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마을 사람들의 일에 개입하여, 마을 전체를 풍비박산을 낸 종혁이 이들로서는 탐탁지 않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에 무어라 대답하는 것이 좋을까 잠시 고민했던 최철규는 이내 마음속으로 결론을 내렸다.

    “예, 맞지라. 저희 서장님이어라.”

    모두 기우였던 것일까.

    최철규의 솔직한 대답에 노인은 흡족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한쪽을 가리켰다.

    “저기 수문에서 일어난 일 때문에 온 것이겠고.”

    “예. 그곳에 차를 버린 놈이 젊은 사람들 가슴을 찢고 가정을 망가트린 흉악한 범죄자인디, 차를 버린 뒤 감쪽같이 사라졌당께요.”

    “외길이니께 우리들 중에 뭔가를 본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고 판단한 거구만.”

    “실제로 김철정 어르신께서 첫 목격자기도 하셨지라.”

    김성식이 차를 유기한 곳은 1차선 외길.

    그렇다면 그 양쪽에 있는 두 마을 중 한 곳으로 향한 것은 분명했다.

    문제는 거기서 더 확인할 방법이 더 이상 없다는 점이었다.

    공용 CCTV조차 없는 지도읍 북쪽의 봉리. 두 마을 중 어느 쪽으로 향한 것인지조차 지금으로서는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차량을 최초로 발견한 김철정을 찾아왔던 것인데…… 그는 이미 세 달 전에 사망을 했다고 한다.

    최철규로서는 막막할 수밖에 없었다.

    “김철정 어르신에게 뭔가 들으신 분 없으셔라? 혹시 다른 뭔가 보신 게 있으시면 말씀 좀 부탁드리겠어라.”

    “흐음.”

    노인이 턱을 쓰다듬는다.

    “뭘 주실 텐가?”

    이렇게 술과 음식을 대접해 줬지만, 그 어리고 불쌍한 것을 구하는 훌륭한 일을 했다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다.

    자칫 흉악한 범죄자들과 얽힐 수도 있는 일. 마을에 이득이 될 뭔가가 없다면 굳이 입을 열 이유가 없었다.

    움찔!

    이런 노골적인 요구에 최철규는 속으로 기함한다.

    ‘뭐여?’

    방금 전 통화를 했을 때 종혁도 이와 같은 이야기를 했다. 분명 마을에서 요구하는 것이 있을 거라고.

    하지만 목포에서 근무했을 당시엔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한 일이었기에 설마 했는데, 정말 종혁이 말한 대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정말 기가 막히고 코가 막혔다.

    최철규는 그릇을 내려놓으며 눈빛을 가라앉혔다.

    “CCTV로는 부족하셔라?”

    “여그에 그런 게 필요하것소?”

    도둑이 와도 훔쳐 갈 게 없는 20가구의 작은 마을이다.

    바닷일 할 기력도 없어서 그저 해풍 맞는 작물이나 키우는 작은 마을. 젊은 사람 한 명 없어서 언젠가 구성원들이 모두 죽어 사라질 마을이다.

    “유익한 정보가 있으믄 가로등과 사발이 오토바이 네 대를 기부하겠습니다.”

    흔히 ATV라고 말하는 4륜 오토바이. 이런 시골에선 경운기보다 더 유용한 교통수단이다.

    그리고 가로등은 이런 노인들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물건이다.

    밤눈이 어두운 노인들. 가로등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았다.

    순간 흔들린 노인이 최철규를 빤히 바라보다 혀를 찬다.

    “더 줄 생각은 없어 보이는구만.”

    “봐주셔라. 저희 주머니가 보기보다 얇습니다.”

    “……쯧쯧. 사진이나 줘 봐.”

    최철규는 얼른 김성익이 유기한 차량의 사진을 내밀었고, 노인은 그걸 동네 사람들이 모두 돌려 볼 수 있도록 했다.

    “누구 본 거 있거나 철정이에게 들은 거 있으믄 바로 바로 말혀 봐. 짐승이 아닌 이상 이런 맛있는 걸 처묵었으믄 그 값을 해야제.”

    웅성웅성.

    노인들은 서로를 보며 이야기를 나누다 고개를 젓는다. 이미 다섯 달이나 지난 일이기도 하거니와 저녁이나 새벽에는 자기 바쁘기 때문이다.

    보통 저녁 일찍 자서 새벽에 일찍 일어나는 그들.

    ‘끙. 건질 게 없는 건가.’

    뭔가 찔려 하는 사람들도 없다.

    최철규가 입맛을 다시는 순간이었다.

    “흠. 그러고 보니 그날 새벽에 경운기 소리를 들은 것 같은디…….”

    움찔!

    “예?”

    “잉? 그건 나도 들은 것 같은디?”

    “맞어, 맞어. 나도 들었어. 그 새벽에 어딜 가나 싶었제. 누가 간 겨?”

    “오메. 이 호랭이가 물어 갈 놈들. 여그서 70년, 80년 살았다는 놈들이 그거 하나 구분 못혀? 그거…….”

    최철규는 이어지는 증언들에 눈을 부릅떴다.

    * * *

    “그랬다고요…….”

    “허벌나게 차오르제. 거의 끝까지 차니께.”

    “호오. 그래요.”

    “아따, 이게 도움이 됐을지 모르겄네잉.”

    “충분히 도움이 됐으니 너무 걱정 안 하셔…….”

    “서, 서장님?”

    김성익의 차량이 유기된 장소에서 오른쪽에 있는 작은 마을의 어느 집. 술잔을 기울이던 종혁은 숨을 훅훅 내쉬며 안으로 들어오다 눈을 동그랗게 뜨는 최철규를 향해 손을 들었다.

    “왔어요?”

    시간이 없다면서 다음에 술을 마시자고 한 함경필.

    그래서 곧바로 이 마을을 찾아 중요한 단서를 얻게 된 종혁은 몸을 일으킨다.

    “감사합니다. 전 이만 가 볼게요.”

    “아이고, 벌써 가시려고?”

    “오메! 뭘 벌써 가셔! 더 있다 가시랑께요!”

    “일해야죠.”

    벌써 저녁 7시다.

    “어디 경찰이 밤낮을 가릴 수 있나요. 아무튼 잘 마시고 갑니다.”

    “허미. 그래도 이건 아닌디…….”

    “됐어, 됐어. 훌륭한 일을 하시는 양반을 어찌 잡으려고 그려. 서장님 덕분에 잘 먹었어라.”

    “하하. 저희 경찰이 필요한 일 있으면 언제든 연락 주세요. 나오지 마세요.”

    일어서려는 노인들을 웃으며 다독인 종혁은 몸을 돌려 촌장 집을 나선다.

    그에 최철규도 인사를 하며 다급히 종혁을 따른다.

    “서장님…….”

    “술을 거하게 드셨네요. 탐문 조사는 잘하셨습니까?”

    “……크흠. 예.”

    그리고 김성익이 마을에 숨어 있지 않을 거라는 판단도 내렸다.

    “모두 서장님 덕분이지라. 서장님은요?”

    “이쪽도 마찬가집니다.”

    은근슬쩍 떠본 결과, 김성익이 마을에 숨어 있진 않은 것 같았다. 최철규도 마찬가지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다 눈을 가늘게 떴다.

    “서장님은…… 제가 이야기를 듣기 힘든 거란 걸 알고 계셨어라?”

    “뭐 대충은요.”

    마을 발전 기금을 내지 않는다고 단수를 하고, 전기를 끊어 버리는 게 시골이다.

    도로 이용료를 내라며 장례 행렬을 막아 버리기도 하는 시골. 기름칠은 과하게 할수록 좋았다.

    “정말 대단하시구마이라…….”

    그리고 무섭다. 이렇게 젊은 사람에게 빈틈이 없다는 것이.

    “하하.”

    멋쩍다는 듯 볼을 긁은 종혁이 순간 눈빛을 가라앉힌다.

    “그래서 들은 이야기는요?”

    자신이 확보한 중요한 단서에 버금가는 단서를 찾았을까.

    최철규의 눈에서 불똥이 튄다.

    “흐흐. 아주 중요한 것을 들었지라. 근디…….”

    순간 낯빛이 어두워지는 최철규의 모습에 종혁은 같은 걸 들었음을 깨닫게 됐다.

    종혁은 입을 열었다.

    “경운기 모터 소리?”

    “예. 경운기 모터 소리요.”

    새벽 3시쯤에 마을 노인들이 들은 경운기 모터 소리.

    누가 봐도 이상하다. 가로등 불빛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시간에 돌아다니는 건 자칫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가지 가정을 덧붙이면 이건 완벽하게 말이 된다. 그 누구도 의심할 수가 없는 일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둘은 서로를 보며 입술을 달싹였다.

    그 순간이었다.

    지이잉! 지이잉!

    “잠시만요. 예, 최종혁…… 아, 부장님.”

    국과수의 부장.

    -지금 시간 돼?

    “시간이 몇 신데요. 벌써 감식 결과 나왔습니까?”

    -어, 나왔어! 누가 맡긴 일인데!

    종혁이 직접 부탁하는 사건은 무조건 특급.

    만사를 제쳐 두고 감식을 해야 된다.

    -유기된 장소에서 발견된 담배꽁초 중에서 김성익의 DNA가 나왔어! 이것부터 알려 주려고 연락한 거야! 나머지 증거물들, 머리카락이나 침 같은 건 모레까지 검사해서 알려 줄게!

    “예, 감사합니다. 부탁드릴게요.”

    통화를 종료한 종혁은 최철규를 쳐다봤다.

    “놈의 것이 맞다는군요.”

    최철규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예상하고 있던 일이 아니던가. 그저 국과수 감식까지 이렇게 빨리 된다는 것이 경이로울 뿐이다.

    지금은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이렇게 되믄 한 가지 밖에 없죠잉.”

    “그러게요. 이거 아무래도 수사지원팀도 동원해야 될 것 같습니다.”

    파출소 경찰들의 도움도 필요하다.

    “오메…… 진짜 돌아 버리겄네.”

    산 넘어 산이다.

    종혁은 웃음을 터트렸다.

    “가시죠. 그날 그 시간에 운행한 경운기 모터를 단 배를 찾으려면 바쁘게 움직여야 할 테니.”

    쿵!

    그랬다.

    새벽 3시에 들린다고 해도 이런 바닷가에선 아무도 의심하지 않을 경운기 모터 소리.

    그것은 경운기 모터를 단 배를 뜻하는 말이었고, 이는 놈들이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갔을 확률이 높다는 뜻이었다.

    마침 그날은 만조.

    바닷물이 바닷가의 도로까지 차오를 시기였다.

    즉, 그날 그 시간에 운행한 모든 배들을 찾아야 한다는 소리였다.

    “빌어먹을. 뺑이 좀 치겠구마이라.”

    신안의 모든 섬을 뒤져야 했다.

    그리고, 약 두 시간 후.

    목포에 있는 목포해양경찰서.

    종혁과 최철규는 급한 걸음으로 해양경찰서 안으로 들어가고, 한 삼십대 여경이 그런 그들을 스치듯 지나쳐 나와 담배를 문다.

    찰칵! 치이익!

    허공에 퍼지는 담배 연기.

    멍하니 밤하늘을 바라보던 여경이 핸드폰을 꺼내 든다.

    “예. 이유정 경장입니다. 최종혁이 지금 목포해양경찰서에 도착했습니다. 예, 예. 끊겠습니다.”

    통화를 종료한 여경은 어두운 밤하늘을 보며 담배 연기를 뿜었다.

    “후우우.”

    ‘씨발.’

    퇴근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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