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702화>
곳곳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오는 고요한 복도.
종혁은 고개를 들어 ‘청장실’이라고 적혀 있는 편액을 쳐다봤다.
그 앞에 서자 불가능한 일을 성사시켜야 한다는 생각에 안 그래도 세차게 뛰던 심장이 더 날뛰기 시작한다.
종혁은 몇 차례 심호흡을 하며 심장을 다독이곤 천천히 문을 두드렸다.
“들어오세요.”
안에서 떨어진 허락.
문을 열고 들어간 종혁이 거수경례를 한다.
“충성. 총경 최종혁.”
호리호리한 체구에 안경을 낀 장년인.
종혁과 눈을 마주친 그는 안경을 추켜올리며 푸근히 웃었다.
“오랜만이야, 최 부장. 아니지, 이제 어엿한 서장이지?”
“오랜만에 뵙습니다, 대전청장님.”
그랬다. 그는 대전경찰청의 청장이었다.
김성익을 잡기 위해 종혁이 서장으로서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하는 일이 바로 그와 담판을 짓는 것이었다.
“앉아, 앉아.”
손짓으로 가리키는 소파에 앉자 몸을 일으킨 대전청장이 그 맞은편에 앉는다.
종혁은 푸근히 웃으며 들고 온 쇼핑백을 내밀었다.
“이번에 좋은 놈이 구해졌다기에 약소하게나마 준비해 봤습니다.”
빨간 벨벳으로 만들어진 고풍스러운 박스.
미소가 더 짙어진 대전청장이 쇼핑백을 옆으로 치운다.
“김성익?”
쿵!
종혁의 표정이 굳자 대전청장이 담배를 문다.
“자네가 갑자기 왜 만나자고 했나 해서 알아보니 신안서에서 김성익이 범인인 취업 알선 사기 피해자들에 관한 자료를 다운로드했더군.”
‘끙. 역시 들켰나…….’
대전경찰청 청장이면 무려 치안감.
10만 경찰 중 고작 30명도 채 되지 않는 이들밖에 오를 수 없는 계급이다.
책상머리에 앉아 사람만 부려서는 결코 도달할 수 없는, 단맛부터 쓴맛, 똥맛까지 다 본 사람만이 도달할 수 있는 자리인 것이다.
대전청장은 입맛을 다시는 종혁을 보며 담배 연기를 뿜었다.
“최 서장, 난 자네와 좋은 관계로 지내고 싶어.”
서글서글하지만 단호한 거절.
종혁은 바늘도 들어가지 않을 것 같은 그의 미소에 어쩔 수 없이 바로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로 했다.
원래라면 가져온 선물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형성한 후 꺼내려 했던 말. 그럼에도 대전청장이 거절을 할 때 꺼내려 했던 다른 선물.
종혁은 들고 온 서류 가방에서 두툼한 대봉투를 꺼내어 내밀었다.
“일단 살펴보시죠.”
“왜? 본청 홍보부를 움직여 우리 대전청을 홍보해 주려고?”
어떤 걸 내밀어 봤자 안 된다.
김성익이 저지른 취업 알선 사기는 엄연히 대전에서 발생한 사건이다.
당연히 피해자들 대부분이 대전시민들.
오히려 김성익이 사용했다는 대포차와 그들의 수사 자료를 자신들이 넘겨받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대전에서 무려 200km 가까이 떨어져 있는 전라남도 구석진 곳에 위치한 경찰서에 사건을 이양해 줄 이유는 어딜 찾아봐도 없었다.
코웃음을 치며 대봉투 속 내용물을 꺼낸 대전청장은 그대로 굳어 버렸다.
그 순간 둘의 표정이 바뀐다.
대전청장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고, 종혁은 미소를 짓는다.
가만히 종혁을 노려보던 대전청장은 소파 테이블 위에 놓인 내선 전화기를 들었다.
“올라와.”
달칵!
수화기를 내려놓은 대전청장은 몸을 일으켰다.
“홍차 좋아하나?”
“없어서 못 마십니다.”
고개를 끄덕인 그는 직접 홍차를 타서 내왔고, 방금 전과 달리 청장실에 따뜻한 온기가 퍼질 때 문이 두드려진다.
“들어와.”
“충성. 부르셨습니까.”
거수경계를 하며 종혁을 힐끔 훑는 장년인.
대전청장은 장년인, 대전경찰청 수사부 부장에게 종혁이 준 대봉투의 내용물을 내밀었다.
“살펴봐.”
“예? 예.”
의아해하며 서류를 살피던 수사부장은 이내 눈을 부릅뜬다.
“이, 이건?!”
방금 전 대전청장보다 더 격한 반응.
“이걸 대체 어떻게…….”
현재 대전의 언론사들이 모두 주목하고 있는 탓에 빠른 시일 내에 해결하지 못하면 대전경찰청장까지 여론의 비난을 받을 수도 있는 사건의 중요 단서.
종혁의 건넨 대봉투에 그 단서들이 담겨 있었다.
심지어 범인이 누구인지, 그리고 그 증거까지 함께.
“일리가 있어 보여?”
“……충분히 설득력 있습니다.”
“가지고 나가 봐.”
“예!”
얼른 알려야 한다.
그는 다급히 몸을 일으켜 청장실을 빠져나갔고, 대전청장은 찻잔을 들어 입에 가져간다.
그 몸짓에 여유가 가득하지만, 찻잔을 쥔 손가락이 파르르 떨리고 있다.
“빌어먹을. 인식 프로그램 시리즈야?”
“…….”
종혁은 대답 대신 미소를 지었다.
아니다.
회귀한 이후 종혁은 그동안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미래에 벌어질 사건들의 단서들을 미리 수집하여, 관련 경찰청과 경찰서에 비밀리에 전달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직접 움직이는 게 아니어서인지 좀처럼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일이 많았다.
종혁의 정보 덕에 막아 내는 사건도 있었지만, 그렇지 못한 사건도 있었던 것이다.
몸이 하나인 이상 어쩔 수 없는 일임에도 종혁은 그럴 때마다 죄책감과 괴로움에 몸서리치곤 했다.
‘이번엔 확신할 증거까지 확보했으니 문제없겠지.’
현재 대전에 벌어진 사건도 종혁의 기억에 뚜렷이 남아 있는 사건 중 하나였다.
범인을 특정할 단서조차 잡지 못해서 난항을 겪었던 사건.
그러나 이번엔 종혁이 아예 범인이 누구인지까지 찾아내서 건네줬으니, 회귀 전처럼 범인을 잡지 못하는 일은 없을 터였다.
“쯧. 아직도 특별범죄수사대가 자네 소유라는 거군. 협상 방식이 참으로 고약해.”
불끈!
됐다. 내 새끼들의 의욕을, 신생이라 더 열의에 불타는 내 새끼들의 의욕을 꺾지 않을 수 있게 됐다.
아니, 그와 별개로 종혁 또한 이번 사건을 손에서 놓고 싶지 않았다.
어째서인지 코를 계속 간질이는 이번 사건.
수십 년 형사 생활을 하며 갈고닦은 직감이 이번 사건의 끝은 직접 봐야 한다며 외치고 있었다.
“대선배님께서 자라나는 새싹 같은 후배를 위해 양보를 해 주신다고 생각해 주십시오!”
허리를 깊이 숙이는 종혁.
“흥.”
하여튼 말은 잘한다.
본청에 입성을 한 순간부터 참 여러 사고를 치며 이목을 끌던 종혁. 어느새 이런 귀여운 말을 할 정도로 커 버렸다.
‘참 대단한 친구야. 그나저나 인식 프로그램 시리즈라…….’
눈을 빛낸 대전청장이 입을 연다.
“설마 이 용무만 보고 돌아가려는 거 아니겠지?”
“대전의 맛집을 알려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대전은 성심당밖에 몰라서…….”
“끙. 그놈의 성심당……. 일어나. 내가 근사한 순댓국밥집을 알려 주지.”
“오!”
대전청장이 몸을 일으키는 순간이었다.
따르릉! 따르릉!
갑자기 울리는 내선 전화.
대전청장이 종혁에게 양해를 구하며 전화를 받는다.
“예. 대전경찰청 청장…….”
의외의 상대인지 눈을 동그랗게 뜬 대전청장이 이내 피식 웃는다.
“그 이야기는 직접 하지그래.”
‘응?’
못 말리겠다는 듯 고개를 저은 그가 내선전화를 스피커 모드로 바꾼다.
-종혁아!
종혁은 헛웃음을 터트렸다.
너무도 익숙한 목소리.
“예, 최종혁입니다. 함경필 국장…… 아니, 전남청장님.”
본청 외사국의 국장이었던, 이제는 전남경찰청장이 된 함경필 청장의 전화였다.
* * *
“나머지는 경찰의 날 때 제대로 이야기해 보도록 하지.”
“들어가십시오!”
근무 시간이라 술을 마실 수 없는 게 아쉬웠던 시간이었다.
인식 프로그램 시리즈에 대해, 그것이 가지는 막대한 권한과 필요성에 대해 욕심을 내기 시작한 그.
종혁이 꿈꾸는 경찰 개혁에 한 손을 들어 줄 아군이 생긴 것이다.
‘아직은 완전한 아군이라고 할 순 없지만…….’
그건 앞으로 종혁 자신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린 일이었다.
‘뭐, 50년 묵은 산삼도 드렸으니 당분간은 우호적이겠지.’
대전경찰청장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자 종혁도 차에 올라타 전남경찰청으로 향했다.
“충성. 총경 최종혁!”
“끄응. 내가 시간만 있었어도 히어로처럼 딱 등장해서…….”
종혁이 위급한 상황이나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 영웅처럼 딱 등장하는 임팩트를 주려고 했던 함경필.
“원래 계획이 그거였는데…….”
그런데 종혁은 이미 자신이 전남경찰청장으로 부임한 걸 알고 있었다.
이럴 거면 그동안 왜 숨겼나, 그냥 찾아가 회포라도 풀 걸 그랬다며 더 서운해하고 짜증을 내는 함경필이었고, 종혁은 구시렁거리는 그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에라이.’
인사이동이 된 지 무려 두 달이나 지났다.
들키지 않을 거라 생각하는 게 더 이상할 텐데도 아이처럼 토라져 버린 그의 모습에 종혁은 함경필의 팔뚝을 잡았다.
“에이, 제가 눈치 없는 거 아시잖습니까. 이해해 주십시오.”
“흥. 그런 놈이 인사조차 안 오냐?”
“바빴다는 거 아시지 않습니까.”
“그래. 이제 서장 됐으니까 나는 안중에도 없다는 거지?”
“에헤이. 뭔 말을 또 그렇게 하십니까. 어떻게 오늘 한잔하실까요?”
“흥!”
종혁은 입맛을 다셨다.
“그런데 외사국은 왜 비우신 겁니까?”
“……몰라, 인마.”
콧방귀를 뀐 함경필은 몸을 돌렸고, 종혁은 그런 그의 모습에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외사국에서 든든히 버텨 주셨으면 싶었는데…….’
이미 경찰에 침입을 하려고 했던 회사 놈들.
아니, 벌써 경찰의 중추에 뿌리를 내리고 있을지 모른다.
박종명처럼 조력자일 수도 있고, 고위 간부 중에 놈들의 조직원이 있을 수도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본청 외사국이라는 중요 요직을 벗어나는 건 썩 바람직한 일이 아니었다.
정확히는 본청을 벗어나는 게 달갑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저분의 결정을 강제할 순 없지.’
가벼운 모습을 자주 보인다지만, 함경필은 엄연히 치안감이라는 계급을 지닌 경찰의 고위 간부다.
그 위로 대도시나 수도권의 청장 등 최중요 요직에 앉는 치안정감과 모든 경찰의 정점인 치안총감밖에 남지 않은 최고위 간부.
아직 상대적으로 젊은 함경필이라면 충분히 경찰청장을 노려볼 수 있었다.
아마 그런 욕심으로 인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일 터.
그런 종혁의 생각은 어느 정도 들어맞았다.
콧방귀를 연신 뀌는 함경필의 눈빛이 가라앉는다.
‘장 청장의 뒤를 이어 줄 사람이 없어.’
박종명이라는 거대 일파가 무너졌지만, 아직 경찰에는 거대 파벌들이 여럿 존재한다.
물론 그중엔 최기룡 전 경찰청장의 파벌이 가장 크고 압도적이지만, 이미 이 파벌에서 연속으로 3명의 경찰청장을 배출했다. 이젠 슬슬 다른 파벌에 경찰청장직을 넘겨줄 때였다.
문제는 그중 종혁에게, 정확히는 종혁이 그리는 경찰에 맞는 인물이 얼마나 있냐는 것.
종혁이 입사를 하면서 참 많은 것이 바뀐 경찰.
앞으로 얼마나 더 바뀌어 갈지, 얼마나 참될지 기대가 되는 미래의 경찰.
중립 파벌이었던 함경필이 움직인 건 바로 그런 경찰의 모습을 계속 보고 싶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벌레들이, 대한민국의 이면에서 암약하는 거대한 벌레가 외사국을 노리고 있음을 알고 있는데도 외사국을 벗어난 것이다.
‘썩을 새끼들. 감히 내 새끼들 넘봐?’
확인해 본 결과, 이미 종혁과도 깊게 연관되어 있는 놈들.
그는 그 나름대로 그물을 펼치는 것이었다.
“그래서?”
함경필은 옆으로 쪼르르 따라붙은 종혁을 봤다.
“이제 어떻게 할 거야?”
김성익이 저지른 취업 알선 사기에 대해선 그도 어느 정도 찾아봤다.
솔직히 시골 경찰서에서는 감당하기 힘든 사건이다. 아무리 종혁이라고 해도 시골 경찰서 서장이 가지는 권한과 인력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종혁은 그에 대한 대답 대신 핸드폰을 들었다.
“수사지원과장입니까? 서장입니다. 현 시간부로 인식 프로그램 시리즈의 활성화를 승인합니다. 정보화장비과장, 강력 2팀 최철규 팀장과 연계하세요.”
쿵!
“너?!”
종혁은 경악하는 함경필을 향해 입술을 비틀었다.
“이렇게 시작할 겁니다.”
본청, 그것도 특별범죄수사대에서만 쓰이던 인식 프로그램 시리즈의 보급화를.
앞으로 경찰은 한 번 더 변화하게 될 것이다.
“최 팀장, 지금 어딥니까?”
종혁은 이 소식을 알려 주고자 최철규 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 * *
“아따, 부탁 좀 드린당께요!”
지도읍사무소, 강력 2반 최절규 팀장이 민원실의 책상을 강하게 두들긴다.
“법적으로 안 된다는 거 더 잘 아시잖아요. 그리고 그 동네 어르신들이 그런 현수막을 질색하세요.”
선거 때조차 홍보물을 부착할 수 없을 만큼 유난스런 동네다.
“아니, 아가씨. 우리가 언제 그 마을 안에 건다고 했소. 안 그랬잖여. 딱 여그랑 여그. 이 두 곳에만 걸 거랑게.”
김성익의 차가 유기된 바닷가, 그 양쪽에 있는 작은 마을. 지도읍 북쪽, 봉리라는 커다란 리를 구성하는 여러 마을 중 두 개의 작은 마을이다.
그 입구 근처에만 목격자를 찾는다는 현수막을 걸겠다는 것이다.
“안 됩니다. 또 그거 보시다가 사고라도 나면 어쩌려고 그러세요.”
그 마을에 사는 이들은 대부분 나이 지긋한 노인분들이다. 자칫 사고라도 났다가는 병상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
“오메, 환장하겄네. 진짜 같은 공무원들끼리 이럴 거요?! 이놈의 새끼를 꼭 잡아야 한다고라!”
두 개의 마을을 잇는 길은 1차선 외길, 아슬아슬하게 차 두 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는 1차선 외길이다.
이 두 개의 마을에 목격자가 있을 확률이 높았다.
“내가 방금 아가씨라고 말해서 그렇습니까? 그건 내가 정말 미안합니다. 사과드릴게요.”
“큼. 그런 게 아니에요. 저도 마음 같아선 허락해 드리고 싶죠. 그런데…….”
“무슨 일입니까?”
“아, 계장님.”
“반갑습니다. 신안서 강력 2팀 팀장 최철규입니다.”
최철규는 다가온 오십대 사내에게 얼른 손을 내밀며 사정을 설명했다.
“아이고…….”
계장이 이마를 잡는다.
얼마 전 지도읍에서 대대적으로 행한 경로 잔치에 큰 액수를 후원하다 못해 가수들까지 섭외해 준 신안경찰서.
그래서 읍장님도 최대한 신안경찰서의 편의를 봐주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불법은 불법. 만약 신고라도 들어오면 덤터기를 쓰는 건 자신들이었다.
갈등을 하던 계장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후, 좋습니다. 그럼 이렇게 하시는 게…….”
-again! again!
“하하. 죄송합니다. 딸내미가 설정해 놓은 거라…… 헉! 예, 서장님! 예? 인식 프로그램 말입니까? 당연히 알…… 하핫!”
오싹!
갑자기 최철규의 얼굴이 흉흉하게 구겨짐에 계장이 주춤 물러선다.
혼란으로 가득 찼지만, 이내 차갑고도 뜨겁게 타오르는 최철규의 눈빛.
“알겠습니다. 그럼 그에 맞춰서 진행하겠습니다.”
통화를 종료한 최철규가 머리를 쓸어 올린다.
“진짜 미쳐도 단단히 미친 양반이구마잉.”
그래서 짜릿하다. 이런 사람이 자신의 상사라는 게.
그는 온몸에 흐르는 전율에 미칠 지경이었다.
-again! again!
“아이고, 선배님!”
-서장님께 이야기 들었제? 니가 오더 내려 봐.
“지가 서장님께 받은 사건이 뭔지 아시지라? 김성익, 요놈 새끼가 차량을 유기한 날짜 일주일 전후, 지도 CCTV를 싹 다 뒤져 주셔라.”
김성익의 차량이 움직인 동선과 차량을 유기한 후 증발하듯 사라져 버린 김성익 일당들을 찾는 것이다.
다행히 확보할 수 있었던 차량 유기 당시의 CCTV 영상 자료들.
피해자들의 진술을 확보하는 것만으로도 여유가 없는지라 아직 검토를 시작도 못했는데, 하늘이 돕는 수준으로 일이 풀리게 됐다.
“아마 다른 차로 움직였을 확률이 높을 거여라.”
아마 그동안 드러나지 않게 숨겨 둔 차량이거나 외지 차량을 이용했을 거다. 일단 그런 차량부터 찾아야 했다.
“얼마라 걸릴까라?”
-잠시만? ……야, 예상 소요 시간이 20분이라고 뜨는디?
“크으! 환장하겄네.”
-나도 환장하겄다. 아무튼 이따가 다시 연락하드라고.
“예. 수고하십쇼.”
통화를 종료한 최철규는 얼굴을 흉흉하게 구기며 입술을 핥았다.
“흐. 씨벨놈들.”
이제 20분 후면 어디로 튀었는지 알 수 있을 거다.
그렇게 잠시 후…….
-again! again!
“아따, 어떻게 됐다요?”
무려 10분이나 늦은 시간.
하지만 최철규는 기쁜 마음으로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 눈을 부릅떴다.
“예?”
-없다고. 차량이 유기되는 걸로 추정되는 날짜에 그 인근에 접근하거나 그쪽에서 나온 외부 차량이 하나도 없다고. 그래서 그 날짜를 기점으로 2주 동안, 일주일이 아니라 2주일 동안 그 근방에 접근한 모든 차량의 동선을 따 봤는디…….
2주 동안 보인 동선에서 벗어난 차량이 한 대도 없었다.
‘이런 미친!’
이를 악문 최철규는 지도읍사무소의 계장을 봤다.
“계장님, 혹시 지금 시간 됩니까?”
아무래도 직접 가 봐야 할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