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698화 (698/837)
  •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698화>

    지도읍의 유일한 파출소인 지도파출소 바로 옆에 위치한 농협기술센터의 주차장.

    조용한 농협기술센터 건물과 지도파출소를 번갈아 쳐다보며 다가온 교복을 입은 6명의 남녀가 한 SUV 앞에 선다.

    오랫동안 세차를 안 한 건지, 아니면 흙탕물에 들어갔다가 나오기라도 한 것인지 흙먼지가 가득한 SUV.

    “……진짜 괜찮겄냐. 니 아버지한티 걸리믄 이번엔 진짜 다리몽둥이가 아작이 날 것 같은디.”

    “괜찮어. 걸리믄까지 뭐 몇 대 처맞고 말제.”

    어차피 아버지가 옆 지도파출소의 계장이다. 그것도 차기 소장으로 유력한 계장.

    혹시나 걸리더라도 몇 대 두들겨 맞는 것으로 끝날 터였다.

    아니, 걸릴 리가 없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지난 두 달 동안 단 한 번도 자리를 움직인 적이 없는 SUV.

    가끔 몰래 타서 차 안에서 담배를 피우고, 시동도 걸어 봤지만 단 한 번도 걸린 적이 없었다.

    제자리에 다시 가져다 두기만 한다면, 이 차가 빠져나갔다 들어온 줄도 모를 것이다.

    “시동? 차키는 어디서 나서?”

    “잔말 말고 타기나 혀.”

    “씨벌. 걸리믄 우리도 같이 아작 날 것 같은디.”

    “그래서 드라이브 안 한다고?”

    “……그려. 처맞는 건 미래의 나제.”

    그들은 미심쩍어하며 차에 올랐고, 교복 상의를 벗으며 차에 오른 노란 머리의 소년은 언제나 그 자리에 꽂혀 있는 차키를 돌리며 시동을 켰다.

    부르릉!

    “오오오!”

    “뭐허냐! 얼른 출발해야!”

    “그려! 출발! 출발! 허리업!”

    “쉿! 쉿! 조용히 혀라, 씨벌 것들아. 차 훔친다고 자랑허냐?”

    “추, 출발…….”

    그들은 소리 죽여 외쳤고, 소년은 액셀을 밟았다.

    “꺄아호!”

    “와아아악!”

    지도의 해안 도로를 달리는 SUV.

    서늘한 바닷바람이, 매일같이 맡는 바닷바람이 온몸을 적시지만, 오늘따라 해방감을 느끼는 아이들이 함성을 지른다.

    -터질 것만 같은 행복한 기분으로.

    “으로!”

    -틀에 박힌 관념 다 버리고 이제 또.

    “이제 또!”

    순간의 일탈.

    흥분에 젖은 아이들이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따라 하는 순간이었다.

    “씨벌, 짭새!”

    맞은편에서 오는 순찰차에 다급히 입을 다무는 아이들.

    두근두근!

    시선을 마주치지 않기 위해 그들은 필사적으로 고개를 돌렸고, 그들의 간절한 바람이 통한 건지 순찰차는 그들을 스쳐 지나간다.

    “……후아!”

    “씨벌. 식겁했네.”

    “크크. 다 새가슴이냐? 고작 이딴 걸로 놀라게?”

    “지럴. 너는.”

    “나도.”

    “크크크크크!”

    그렇게 웃음을 흘린 그들은 다시 볼륨을 높이며 노래를 따라 불렀다.

    하지만 너무 빨리 안심했을까.

    삐요오오옹!

    -아! 아! 너 넘버 4628! 너 넘버 4628! 갓길에 세우세요!

    등 뒤에서 들리는 경찰차 사이렌 소리에 아이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아주 짧은 순간의 일탈은 그렇게 끝을 맺게 됐다.

    * * *

    -난 이제 지쳤어요. 땡벌!

    “땡벌! 기다리다 지쳤어요.”

    “…….”

    “써그럴 놈아. 땡벌 아니냐.”

    “아하하.”

    “진짜 이걸 우째야 쓰까잉.”

    지도파출소에서 업무를 보다 신안경찰서로 파견을 받은 젊은 순경의 얼빠진 모습에 오십대 경사가 혀를 찬다.

    “상사 비위도 못 맞춰, 최신 노래도 몰러. 니를 진짜 어떻카냐?”

    “순찰 중에 노래를 들으면 안 된다는 건 알고 있지 말입니다.”

    “그놈의 되지도 않는 군대 말투는 좀 관두고. 그리고 우덜이 그냥 순찰 중이냐?”

    주정차 위반 단속 중이다.

    본래라면 지도파출소에서 해야 될 일이지만, 그 업무가 일부 떼어져 신생 신안경찰서로 인계됐다.

    그렇기에 신안경찰서 교통계 경찰인 그들이 이렇게 순찰, 아니 출장을 나온 것이었다.

    “잘 부탁드리지 말입니다.”

    “염병. 잘 부탁헝께 내가 니를 신안서로 데리고 왔제.”

    본디 지도파출소에서 근무하였던 둘. 신안경찰서가 만들어지자 인사이동을 하게 됐다.

    “부모님은 잘 계시고?”

    “3번만 더 물으시면 100번째 묻는 것이지만, 잘 계시지 말입니다.”

    “오살할 놈. 그려. 니 똥 굵다!”

    코웃음을 친 경사가 담배를 물며 차창을 내린다.

    “경사님, 차 안에서…….”

    “셔럽. 페브리즈 챙겼어.”

    한 번만 더 태클을 걸면 물어뜯어 버리겠다는 듯한 엄포에 젊은 순경은 미간을 찌푸리고, 경사는 그걸 보며 혀를 찬다.

    ‘진짜 이렇게 꽉 막혀서 우째야 쓸까잉.’

    그나마 경찰이 다소 경직된 조직 사회이기에 별문제가 없는 것이었다. FM, 매뉴얼을 지키지 않으면 크게 다칠 수도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사람과 사람이 어울리는 사회생활이니만큼 너무 딱딱하기만 해서도 안 되는 법이었다.

    “닌 진짜 나 아녔으면 벌써 왕따를 당했을 거여.”

    “그건 언제나 감사하고 있지 말입니다.”

    “염병. 말만 하지 말고 밥이라도 한번…… 잉? 저거 니 차 아녀?”

    저 멀리서 달려오는 SUV 한 대.

    지도파출소에 배치받은 젊은 순경이 가져온 애물단지였다.

    “거기다 운전석에 탄 놈은 박 계장님 아들이잖여?”

    “쟤, 쟤 지금 고등학생이지 말입니다?”

    ‘시발! 저게 왜!’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다.

    어디 그뿐인가. 5인용 SUV에 6명이나 타고 있다.

    서로를 본 둘은 얼굴을 구겼다.

    “뭐허냐! 돌려!”

    “예!”

    끼이이익!

    순식간에 돌려지는 순찰차.

    젊은 순경이 사이렌을 켜며 무전기를 든다.

    삐요오오옹!

    -아! 아! 너 넘버 4628! 너 넘버 4628! 갓길에 세우세요! 세워, 인마!

    빠아악!

    “아악!”

    “야, 이 오살할 놈아. 할 짓이 없어서 증거물 보관용 차량을 탈취해서 드라이브를 허냐.”

    그것도 지도파출소에 보관이 되어 있는 차를 훔쳤는데, 지도읍에서 드라이브를 하고 자빠져 있다.

    정신이 나간 게 틀림없었다.

    “아, 아니…… 그런 차인 줄 알았으믄 안 그랬죠.”

    정말이다.

    이게 사건 차량인 줄 알았다면 절대 손댈 생각을 하지 않을 거다.

    “뚫린 게 입이라고 잘도 지껄인다잉? 하따 요놈들은 진짜 우째야 쓸까잉. 어이, 덕심이네 딸내미. 니들 우쩔거여?”

    “뭐, 뭘요?”

    “이대로 경찰서까지 끌려가서 니들 애비, 애미한티 뒤지게 처맞을래, 아님 주말마다 경찰서 와서 청소할래.”

    아이들의 얼굴이 울상이 된다.

    선택지가 하나밖에 없지 않은가.

    “어, 얼마나요?”

    “니들 졸업할 때까정.”

    “헉!”

    “못하긋으면 지금 말혀. 경찰서 가믄 됭께. 어, 덕심이냐?! 오빠여!”

    “할게요! 한당께라!”

    자신들도 한다며 방방 뛰는 아이들.

    경사는 입술을 비튼다.

    “아녀. 갑자기 생각나 봐서 전화해 봤어. 그려. 남편한티 술 작작 처먹으라고 하고. 나 신안서 교통계로 자리 옮긴 거 들었제? 이젠 사고 쳐도 못 봐줘야. 그려, 그려. 끊…… 시벌. 좆됐네.”

    지인과의 오랜만의 통화에 미소를 짓던 오십대 경사의 얼굴이 이쪽을 향해 다가오는 차들을 발견하고 딱딱하게 굳는다.

    그건 젊은 순경도 마찬가지다.

    그들을 향해 달려오는 신안서의 경찰차들과 그 선두에 선 롤스로이스. 서장 최종혁의 차들 중 한 대다.

    ‘제발 그냥 가라! 제발!’

    이대로 저 차들이 멈추면 정말 엿 되는 거다.

    오십대 경사와 젊은 순경은 그렇게 속으로 간절히 외쳤지만, 차들은 야속하게도 그들의 옆에 멈춰 선다.

    끼이익! 탁! 탁!

    “추, 충성! 근무 중 이상 무!”

    “아, 충성.”

    경례를 받은 종혁이 뭔가를 직감하고 하얗게 질리는 어린 친구들의 모습에 한숨을 내뱉었다.

    “에라이.”

    빡! 빡! 빡!

    “악!”

    “꺄악!”

    “야, 이 새끼들아. 부모님 차를 훔쳐 타고 나올 거면 교복이라도 벗고 나오…… 응?”

    움찔!

    자신의 시선이 닿자 격한 반응을 보이는 경사를 향해 종혁이 눈을 가늘게 뜬다.

    “뭡니까?”

    “그, 그것이…….”

    눈을 데구루루 굴리던 경사가 한숨을 내쉬며 사정을 설명하자 종혁과 경찰들의 낯빛이 딱딱하게 굳는다.

    “그러니까 사건 증거물을 탈취했다?”

    “아, 아직 사건이라고 보기에는…….”

    “그, 그렇지 말입니다! 시신이 발견되지 않아서 자살이 아니라 단순 유기가 아닌가 하지 말입니다!”

    “됐습니다.”

    왜인지 필사적인 젊은 순경의 입까지 막은 종혁은 서늘한 눈으로 아이들을 내려다봤다.

    “최재수 팀장.”

    “예, 서장님!”

    “얘들 수갑 채우고, 아청계에 넘기세요.”

    “헉!”

    “아이고.”

    가뜩이나 무면허 운전, 음주 운전 등 도로교통법 위반은 문제가 생겼을 때 자신만 피해를 보는 것이 아니라, 타인에게까지 문제가 불거질 수도 있는 일이기에 이유가 어찌 됐든 가벼이 넘길 수 없었다.

    그런데 이건 그 수준을 넘어섰다.

    철없는 학생들의 일탈이라며 봐줄 수 없는 행위.

    절도 있게 고개를 숙인 최재수는 아이들에게 수갑을 채운 뒤 관용차에 실어 경찰서로 돌아갔고, 어수선해진 분위기에 종혁이 젊은 순경에게 다가선다.

    “268번. 오랜만이다?”

    “……충성. 순경 지석철! 교관님, 아니 서장님을 뵙지 말입니다!”

    얼굴을 미미하게 찌푸린 젊은 순경, 지석철의 외침에 모두의 눈이 동그래져 종혁과 지석철을 번갈아 보고, 종혁이 푸근히 웃는다.

    종혁 자신이 중앙경찰학교의 교관 시절 입교생이었던 지석철. 성적에 비해 꽤 조용했던 학생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오랜만이네. 임지를 여기로 발령받았던 거야? 원래 신안 출신이었어?”

    “아니지 말입니다! 고향은 광주이지 말입니다!”

    “쯧쯧. 순번에서 밀렸구만? 에혀. 너도 고생한다.”

    “아니지 말입니다! 사수께서 잘해 주셔서 편하지 말입니다!”

    “그럼 다행이고. 그래서?”

    “……예?”

    “그래서 이 차량이 뭐냐고. 네가 발견한 거라며.”

    “아, 그게…….”

    약 5개월 전,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지도읍 북쪽의 바닷가에 버려져 있던 차량.

    한구석에 숨겨지듯 있어서 도대체 언제부터 이곳에 버려져 있던 것인지 추정하기가 쉽지 않았다.

    심지어 보통 이런 경우에는 바다까지 차를 몰고 나온 후 자살을 한 사건일 때가 많은데, 문제는 시신도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단순 유기일지도 모르니까 그냥 지도파출소에 계속 방치했다?”

    이게 말인가, 방구인가.

    종혁이 어이없다는 듯 웃는다.

    “하, 이 사람들이 일을 엿같이 하네?”

    “서, 서장님!”

    하얗게 질린 생안계장이 핸드폰을 빼 드는 종혁의 손을 다급히 잡는다.

    “왜요? 제가 틀린 말 했습니까?”

    단순 유기인지 아닌지는 조사를 해 봐서 밝혀야 할 문제.

    그런데 지도파출소는 사건을 조사해 볼 생각도 없이, 그냥 드러난 정황만을 가지고 판단한 뒤 사건을 방치한 것이다.

    어쩌면 그동안 지도파출소를 관할했던 무안경찰서도 연루됐을지 모르는 일이다.

    이건 경찰로서 결코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문제였다.

    “아, 아니 그건 아니지만…… 그게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잖습니까.”

    상부에서 춘 칼춤이 몇 번이던가.

    그로 인해 인력 부족 사태가 발생해 사건이 인계되지 못한 채 방치되어 버린 게 분명했다.

    그런 필사적인 변호에 종혁의 눈이 가늘어지다 아차 한다.

    ‘맞아. 생안계장이 무안서도 거쳤었지.’

    “……쯧. 지 순경.”

    “순경 지석철!”

    “오늘 오후 6시 안까지 사건 파일 찾아서 올리도록 해.”

    “추, 충성!”

    다시 혀를 찬 종혁은 차에 올랐고, 종혁의 생각을 눈치챈 생활안전계 계장은 입맛을 다시며 종혁의 뒤를 따른다.

    그렇게 다시 지명중학교로 출발하는 차량들.

    지석철 순경이 눈을 가늘게 뜨며 그 모습을 가만히 응시한다.

    “……야, 나 전화 좀 하고 온다.”

    “예. 알겠지 말입니다.”

    경사가 담배를 물며 멀리 떨어지자 지석철 순경도 핸드폰을 꺼내 든다.

    “지석철 순경입니다, 대리님.”

    딱딱함을 넘어 얼음장보다 차가워진 목소리.

    -뭐야. 아직 정기 보고 시간이 아니잖아.

    “지도파출소에서 보관 중인 흰색 SUV, 너 넘버 4628. 방금 최종혁이 확인했습니다.”

    -뭣?! 최종혁?!

    쿠당탕!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무언가가 넘어지는 소리.

    -아우, 씨발. 깜짝 놀랐잖아, 새끼야!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할까.

    짜증이 잔뜩 서리는 대리의 음성에 지석철의 눈빛이 더 차가워진다.

    “이거 정말 괜찮은 거 맞습니까?”

    회사보다 경찰이 먼저 발견한 탓에 어쩔 수 없이 방치해 놓은 SUV.

    -어, 괜찮아. 어차피 우리한테 도달 못해.

    자신들이 관여했지만, 관여하지 않은 일.

    종혁, 아니 최종혁 할아버지라도 그 차량과 자신들의 관계를 의심하지 못할 것이다.

    그렇기에 억지로 손을 쓸 생각을 하지 않은 채 내버려 두고 있는 거였다.

    “그렇다면 다행이긴 하지만…….”

    -하아. 야, 인턴이면 인턴답게 행동하자. 네가 지금 최종혁 신경 쓸 군번이냐? 넌 시킨 일이나 잘해.

    “죄, 죄송합니다.”

    -그래, 잘하자. 씨발. 점심 먹은 거 체하는 줄 알았네.

    뚝!

    끊겨 버린 전화에 핸드폰을 멍하니 보던 지석철은 한숨을 쉬며 순찰차에 올랐고, 이내 사고를 친 아이들의 부모들과 전화를 나눈 경사도 한숨을 쉬며 차량에 올랐다.

    그들은 다시 순찰을 시작했다.

    한편 그 시각 지명중학교로 달리는 차 안.

    실종자 명단을 내려놓은 종혁이 눈을 가늘게 뜬다.

    ‘이맘때 신안에서 발견된 흰색 SUV, 너 넘버 4628…….’

    “이거 그건데?”

    후에 언론이 다루기 시작하며 전남경찰청을 비롯해 본청까지 골치 아프게 만든 어떤 사건에 연루된 차량.

    범인의 신원은 밝혀졌지만, 종혁이 회귀하기 전까지 범인과 그 일당을 잡지 못해 아쉽게도 미제 사건으로 남게 된 사건이다.

    ‘그 이유 중 하나가 사건의 장기 방치 때문이었지.’

    차량이 발견되고 2년 후에나 수사가 진행된 사건.

    2년이면 멀쩡히 남아 있던 증거도 사라질 시간이기에 범인의 신원을 알아낸 것도 기적이라 불린 사건이다.

    ‘그리고…….’

    “예? 무슨 말이십니까?”

    “아닙니다. 가시죠.”

    “예. 아, 도착했습니다.”

    종혁은 지명고등학교처럼 학교와 연결된 인도가 없는 지명중학교의 모습에 한숨을 내뱉었다.

    ‘할 이야기가 참 많겠네.’

    종혁은 군수를 떠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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