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697화 (697/837)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697화>

127. 실종자들

전라남도 무안군에 위치한 목포교도소.

“으아!”

“읏챠!”

미결수와 기결수들이 복도로 난 창살에 수건을 끼워 아침 운동을 하거나 옆방과 대화를 나누다 복도를 걷는 이들을 발견하곤 입을 다문다.

이불과 속옷 따위를 품에 끌어안은 채 싸늘한 복도를 걷는 오칠봉과 지숙을 유린한 개새끼들.

미결수와 기결수들의 흥미 가득한 시선에 그들의 몸이 바들바들 떨린다.

난생처음 와 본 교도소.

난생처음 경험해 보는 범죄자들의 시선.

전국 4개의 지방교정청 중 호남에만 구치소가 없기에 오게 된 목포교도소.

심장이 옥죄어지고, 당장이라도 주저앉아 오줌을 쌀 것 같음에 그들은 어쩔 줄 몰라 한다.

“김 교도님!”

복도를 쩌렁쩌렁 외치는 부름에 오칠봉을 안내하던 젊은 교도관이 귀찮다는 표정을 짓는다.

“왜요?”

“그 아저씨는 뭡니까?”

소도 맨손으로 때려잡을 법한 거구의 사내.

부리부리한 시선이 머무르자 오칠봉이 절로 고개를 돌리고, 교도관은 얼굴을 구긴다.

“아동성폭행범이요.”

본래라면 다른 재소자에게 말하지 말아야 할 정보. 오직 오칠봉들이 머물 미결수의 방에서만 오픈되어야 할 정보이지만, 죄목이 너무 더럽기에 교도관은 서슴없이 말하고 만다.

‘까짓거 징계 좀 받지, 뭐!’

“지능이 낮은 10살 여자아이를 성폭행했습니다. 그것도 단체로.”

쿵!

독을 품은 교도관의 말에 복도가 조용해진다.

“……아, 씨발?”

거구의 사내의 욕설이 기폭제가 된다.

우르르!

“뭐시여? 아동 성폭행?! 단체?!”

“좆같은 새끼 보소? 어이, 다들 나와 봐! 저 씨부랄 새끼들이 10살 꼬마를 강간했디야!”

“야, 이 개새끼야-!”

“너 이 씨발 새끼, 이리 와! 이리 안 와?!”

철컹! 철컹!

폭동이라도 일어날 것처럼 복도가 시끄러워지고, 오칠봉은 결국 하얗게 질려 주저앉는다.

요도의 힘이 풀리며 오줌을 쏟아 낸다.

“아…… 으…….”

자신이 왜 이런 꼴을 당해야 하는가.

‘대체 왜…… 대체 왜!’

모두 지숙 때문이다. 그 어린 것이 불여우처럼 꼬리를 흔들어 이런 꼴을 당하는 거다.

그러나 말할 수 없다.

그 말을 입에 담으면 저 무섭고 흉악한 놈들이 뛰쳐 나와 얼굴을 뭉개 버릴 것 같음에 오칠봉은 고개만 돌린 채 부들부들 떤다.

“아, 씨발! 이런 늙다리 새끼가!”

보고할 거리가 늘어나자 얼굴을 구긴 교도관이 오칠봉의 팔을 잡아 강제로 일으킨다.

“일어나, 씨발! 처맞기 전에 일어나라고!”

다른 교도관들도 가룡리가 낳은 개새끼들을 일으키고, 그들은 곧 각자 배정된 방으로 들어간다.

“오메. 머대요?”

물기가 흥건한 오칠봉의 바지를 본 미결수들이 의아해하며 일어나자 오칠봉이 이를 악문다.

덩치가 우락부락하고, 얼굴이 험한 다른 방 놈들과 달리 호리호리하고 순박한 외모들.

설움이 왈칵 치솟는다.

“닥치고 식구나 받으세요.”

미결수의 정보를 담은 서류를 내던진 교도관은 미결수 중 한 명을 보며 눈을 빛냈고, 이내 입술을 비틀며 방을 빠져나간다.

쿵!

등 뒤에서 닫히는 철문 소리에 방에 있던 미결수들이 다가온다.

“막내야, 영감님 짐 받고 좀 씻겨라.”

“예! 아따, 뭐가 얼마나 놀라셨으면 이렇게 오줌을 다 쌌을까잉. 영감님, 더 들어오지 마시고 거기서 바지 벗으쇼잉. 그려요, 옳지. 염병할 새끼들, 신고식도 적당히 해야 할 거 아녀. 영감님, 이리 오셔요.”

오칠봉이 가져온 수건으로 축축한 하반신을 닦은 이십대 사내가 그를 방 한구석에 있는 식수대로 데려간다.

빨래도 하고, 세수도 하는 철제 식수대.

아주 가끔 마실 물이 없을 땐 소중한 수분 공급처가 되기도 한다.

스윽, 스윽!

“영감님, 방금 복도가 시끄러웠던 게 영감님 때문이지라? 뭐 때문에 저 씨벌 새끼들이 화가 났다요? 대체 무슨 죄목으로 들어온 거여라?”

놀란 가슴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목소리에 오칠봉이 울컥한다.

“씨벌! 애새끼 몇 번 만진 게 뭐 어때서 그란데!”

“……아이고, 우리 영감님. 손을 잘못 놀려서 들어오셨구나. 그럼 방금 들어온 미결수들도 죄다 같은 마을 사람이데요?”

착한 청년의 다독임과 다 이해한다며 혀를 차는 미결수들.

눈물마저 글썽거린 오칠봉의 입이 제멋대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맞아야! 모두 그 쌍년 때문이여! 그년만 아니었으면…….”

“씨발-!”

오칠봉의 서류를 살피던 다른 미결수의 경악에 미결수들이 의아해하며 다가간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경악한다.

“반장님, 이것 좀 보셔야겠는디라?”

우당탕!

방금 전 교도관과 눈이 마주친 반장에게로 달려간 미결수가 보여 준 오칠봉의 자료에 반장의 미간이 와락 구겨진다.

“씨발.”

묵직하게 퍼지는 욕설.

몸을 일으킨 반장이 목을 꺾으며 오칠봉에게 다가간다.

“막내야.”

“예, 반장님!”

“똥 닦을 준비해라. 오늘 살아갈 가치도 없는 개돼지 새끼 하나 담가야 쓸 것 같응께.”

“예?”

“그 씨부랄 새끼가 지능이 낮은 10살 여자애를 강간했단다.”

“……씨벌?”

순간 순박한 웃음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흉악함이 서리자 심장이 내려앉은 오칠봉이 주춤 물러서는 순간이었다.

뻐어억!

“커허억?!”

오칠봉의 배에 틀어박히는 막내의 주먹.

“왜, 왜…….”

“내가 엄마 보증 세우고, 작은 누나는 주점에 판 인간 말종 개새끼라 남들이 뭘 하건 간섭 안 하는디, 딱 하나만큼은 봐줄 없는 게 있서라.”

바로 아동 성범죄다.

뻐어억! 쿵!

발뒤꿈치에 뒤통수를 후려 맞은 오칠봉이 바닥을 나뒹군다.

‘뭐, 뭐지?’

대체 뭐에 얻어맞아 이렇게 바닥에 누운 걸까.

어리둥절해하는 오칠봉의 머리맡 위로 서늘한 음성이 퍼진다.

“뭘 그렇게 씨부려 쌌냐. 빨리 담글 준비나 하라 안 했냐.”

“……지, 진짜 죽일라고라?”

“나야 이놈 하나 더 죽인다 캐도 어차피 무기징역 아니면 사형이여.”

쿵!

그의 진심이 담긴 눈빛에 오칠봉은 손발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아니, 아니제? 말라 뒤질 때까지 괴롭혀야제. 그래야 후회란 걸 하고 디질 거 아녀.”

오칠봉에 대한 결론을 내린 반장이 같은 방 미결수들을 둘러본다.

“뭐하냐. 덮어.”

“예!”

후욱!

허공에서 펼쳐져 오칠봉의 전신을 덮는 담요들.

푹신한 쿠션이 만들어지자 그 위로 주먹과 발이 쏟아졌다.

“죽어라, 이 개새끼야!”

“그려! 오늘 사람 아닌 개새끼 하나 잡자!”

‘악! 크아악!’

몸을 둥글게 만 오칠봉은 전신으로 쏟아지는 원초적인 폭력에 정신을 놓고, 결국 그의 괄약근에서 힘이 풀린다.

뿌직! 뿌지지직!

퍼퍼퍼퍼퍼퍼퍼퍽!

그가 똥을 싸건 말건 원초적인 폭력은 오랫동안 이어졌다.

그가 나중에 형을 선고받고, 교도소에 기결수로 입감해 말라 죽을 때까지 말이다.

* * *

His Judgement cometh and that right soon.

심판의 날이 곧 오리라는 문구가 새겨진 액자가 걸린 사무실.

“그런 개새끼들이 있었군.”

노인이 가룡리에서 전해진 소식에 헛웃음을 터트린다.

프로젝트를 위해서라면 사람을 죽이는 걸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회사의 사원인 그로서도 이가 갈리는 사건.

-죄송합니다, 원장님.

“죄송하다는 소릴 듣자고 하는 말이 아니잖아, 권 목사.”

총 150가구도 되지 않는 가룡리 큰 마을. 그런 작은 동네에서 발생하는 일을 사전에 알아채지 못했다.

이는 치명적인 실수였다.

지숙이란 소녀가 그림일기를 써서 피해자들을 특정했기에 다행이지, 만약 그게 아니었다면?

아마 마을 남자들 전체가 용의선상에 올랐을 것이고, 그건 가룡리에 파견되어 있는 권 목사도 마찬가지였을 거다.

물론 회사의 신원 조작은 완벽하지만, 상대가 종혁이다 보니 혹시 모를 일이다. 무의식적으로 내뱉는 말 한 마디, 행동 하나로도 단서를 찾아내는 전문가가 종혁이기 때문이다.

-죄, 죄송합니다.

“후우. 최종혁이 CCTV를 설치한 이유가 뭐라고?”

-일단 대외적으로는 범죄 예방 및 실종자와 범죄자의 동선을 보다 면밀히 체크하기 위해서라고는 했지만…….

그 실질적인 목적은 지숙을 유린한 가해자를 특정하고, 또 그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돈지랄을 한 것이었다.

여태까지 종혁이 했던 것처럼 말이다.

“음. 실종자라…….”

눈이 가늘어진 원장이 입을 연다.

‘별 탈 없겠지?’

-예?

“아니야. 그러면 최종혁이 가룡리에서 손을 뗀 거야?”

-아무래도 그런 것 같습니다.

혹여 종혁이 찾아온다고 해도 권 목사 자신과 만날 일은 없을 거다. 지숙과 그의 조모는 기독교가 아니기 때문이다.

“알았어. 수고해.”

-예, 그럼.

최종혁에 관한 일은 무조건 최종 결정자에게 연락되어야 하기에 권 목사와 통화를 나눴던 원장이 몸을 일으켜 창가로 향한다.

9월, 늦여름의 바람이 휘몰아치는 바깥의 풍경.

“……별일 없겠지.”

회사에서 은폐한 얼마 전의 일을 떠올리던 원장은 혀를 차며 몸을 돌렸다.

종혁만 신경 쓰기엔 그가 결재할 일이 너무도 많았다.

“연차 써 버릴까…….”

컴퓨터 앞에 앉은 원장은 머리를 쥐어뜯었다.

* * *

-흉악한 놈들이 있는 방에 넣어 놨으니 걱정 안 하셔도 될 겁니다.

“하하. 감사합니다, 소장님. 다음에 식사 한번 하셔야죠.”

-어이쿠. 이거 기대해도 되는 겁니까?

“기대하셔도 될 겁니다. 예,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

목포교도소장과의 통화를 종료한 종혁은 담배를 물며 서장실 한구석에 마련해 둔 흡연실로 향했다.

찰칵! 치이익!

“후우우.”

이제 오칠봉을 비롯해 지숙을 유린한 개새끼들은 사는 게 지옥이란 말을 여실히 느끼게 될 거다.

죽으려고 해도 죽을 수가 없는 교정 생활.

입술을 비튼 종혁은 담배를 끄고 나와 자리에 앉는 순간이었다.

따르릉! 따르릉!

“예, 신안경찰서 서장 최종혁입니다. 아, 생안계장님. 무슨 일이십니까?”

-오메. 벌써 잊으셨어라?

“잊다니…… 어이구.”

달력을 본 종혁이 이마를 때린다.

“벌써 9월이네요.”

전국의 모든 초중고교가 즐거운 여름방학을 마치고, 개학을 해 버린 9월.

이렇게 9월이 되면 관내에 학교가 있는 경찰서의 생활안전계도 덩달아 바빠진다.

1년에 최소 한 번 이상 하는 범죄예방 안전교육과 총기 안전교육 때문이다.

“알겠습니다. 곧 내려가겠습니다. 예.”

혀를 찬 종혁은 정복 재킷을 챙겨 들며 서장실을 나섰다.

* * *

새하얀 건물이 인상적인 지도읍의 지명고등학교.

3층짜리 건물의 주차장에 세워지는 차에서 내린 종혁이 지명고등학교 뒤편의 동산을 보며 피식 웃는다.

“왜 그러십니까?”

“아닙니다. 그보다 이곳의 위치가 좀 그러네요.”

“그러게라.”

지도읍에서도 외각에 위치한 지명고등학교.

그렇다 보니 변변한 인도도 없고, 버스정류장과 학교의 거리도 약 20미터나 떨어져 있다. 읍내와는 무려 300미터 이상, 가드레일도 없다.

여기서 더 큰 문제는 버스정류장 앞이 삼거리라는 점이다.

인구 대비 음주운전 비율이 높은 시골이다 보니 여차하면 사고가 일어날 확률이 높았다.

“어쩌겄어라. 학생들 보호하자고 인도를 깔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고작 20미터. 업자들을 불렀다가는 그 인건비가 더 나올 판이다.

“그냥 차가 애들을 피해 가는 걸 바라는 수밖에 없지라.”

“쯧. 군수님과 이야기를 해 봐야겠네요.”

“흐흐. 여윽시 서장님. 정치엔 관심 없습니까? 지금 서장님이 국회의원에 출마한다고 하믄 신안 사람들이 죄다 찍어 줄 텐디요.”

이번 지숙이 사건으로 인해 여론이 훨씬 더 좋아졌다.

“정치는 딱히…… 아, 나오셨네요.”

종혁은 학교 건물에서 부리나케 뛰어나오는 지명고등학교의 교장과 교감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한편 그 시각.

사박! 사박!

허리를 숙인 채 지명고등학교 뒤편의 동산을 넘은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퍼진다.

“워메, 씨벌. 힘들어 뒈지는 줄 알았네.”

“씨발. 니들 남자 새끼들은 낫제. 우리는 치마랑께.”

“염병. 체육복 바지는 국 끓여 먹으려고 두고 왔냐잉.”

“간지가 안 나잖여.”

“간지 이 지랄 헌다. 그러다 풀독 올라 봐야 아, 내가 븅신 미친년이었구나 하제.”

“됐고, 누가 나 담배 좀 한 대 줘 봐야.”

“야, 이 씨부럴 년아. 좀 사 피워야! 앵간치 혀야지 오살나게 얻어 피네!”

한 학생이 투덜대면서도 담배 한 개비를 건넸고, 그들이 불을 붙이려는 순간이었다.

바스락!

“오메, 씨벌 깜짝아!”

“헛!”

옆 수풀에서 웬 노인이 갑자기 튀어나오자 기겁하며 담배를 숨기는 그들.

“아, 안녕하셔라.”

“안녕하세요.”

노인이 인사를 하는 그들을 보며 혀를 찬다.

“야, 이 염병 육시랄 것들아. 또 땡땡이쳤냐?”

“아따, 오늘은 땡땡이 아니랑께요. 오늘 그 뭐시냐 안전교육한다고 받을 사람만 남아서 받으라고 했당께요!”

“마, 맞아요!”

“쯧쯧쯧. 배는 안 고프고? 집에 감자 삶은 거 있는디, 그거라도 줘?”

“아까 밥 엄청 묵었어요.”

“……추억 만드는 것도 좋은디 뭐든 적당히 혀. 그래도 학창 시절에 공부혀야 커서도 대가리에 남는 게 있는 거여.”

“예에. 그럴게라.”

“풀독 오른다. 여그서 염병하지 말고 싸게 내려가.”

에잉 혀를 찬 노인은 허리를 두드리며 산을 가로질렀고, 입맛을 다시던 아이들은 담배를 원상태로 복귀시키며 몸을 일으켰다.

“씨벌. 식겁했네.”

“크크크. 왜? 불알이 쪼그라들었어?”

“이년은 진짜 못하는 말이 없네. 남자헌티 불알이 뭐냐, 불알이.”

“왜야? 난 니 거시기 크기가 어떤지도 다 아는디. 초등학교 때 요 앞에서 빨개벗고 수영한 거 다 잊었냐잉?”

“그건 초등학교 때고! 니 지금 내 거 안 봤제?”

“그거나 이거나.”

“뭣이여?!”

“큭큭. 저 둘은 오늘도 싸우네.”

“놔둬. 저러다 결혼하는 거제.”

저렇게 싸우다가 정들어 결혼하는 커플이 주변에 많기에 그들은 그냥 외면하는 걸 택했다.

“아, 맞아. 니들 그 소식 들었냐잉.”

“뭐?”

“안좌도 말여. 작년에 거그서 4명이나 가출했디야.”

“안좌도 촌놈들이? 뭐 땀시?”

“나도 모르제. 돈은 안 가지고 나갔다는디…….”

순차적으로 한 명씩 동네에서 사라졌다고 했다.

“기집애랑 머스마 둘씩 혀서 4명 모두 친구라서 동네가 발칵 뒤집혔는디, 여객 터미널을 나간 흔적도 없디야.”

“오메, 씨부럴 것들. 눈 맞아서 토낀 겨?”

“아주 염병 지럴을 헌다. 이러니 우리가 시골 촌놈들이라고 욕을 먹는 거제.”

“촌놈 맞는디?”

“……씨부랄 것. 그보다 오늘 어쩔 겨? 뭐하고 놀 건디?”

“PC방?”

일단 수업이 싫어 나오긴 했지만, 시골이다 보니 놀 거리가 없는 신안.

그렇다고 목포나 광주로 나가자니 주중이다.

주중에 집에 늦게 들어갔다가는 부모님, 아니 학교 선배와 형, 오빠, 언니들이 정신 빠졌다고 몽둥이를 들 거다.

물론 주말에 외박하고 노는 건 상관없었다.

“나 PC방에 외상값 있는디?”

“난 저번에 노래방 간 거 돈 못 냈다. 그때 분명 말했다. 나 돈 없다고.”

“우리한티 담배랑 술 팔아 주는 슈퍼도 외상값이 3만 원 넘을걸?”

“……아니, 이 씨부럴 것들은 맨날 돈이 없데. 방학 때 집안일 안 돕고 뭐 했냐!”

“여름이라 일 없는 거 알믄서. 그러는 니는? 미용실 일 좀 도와 드렸고?”

“……아니. 한 번만 더 실수하믄 대가리를 싹 다 밀어 버린디야.”

“하아아.”

아이들의 낯빛이 어두워지는 순간이었다.

“야. 그러믄 드라이브 갈래?”

“잉?”

아이들은 눈을 빛내는 안경 쓴 친구를 보며 의아해했고, 그는 입술을 비틀며 몸을 일으켰다.

“따라와. 내가 타고 다녀도 괜찮은 차가 어디 있는지 알고 있응께.”

“타고 다녀도 괜찮은 차? 아버님이랑 어머님 여행 가셨냐잉.”

“오메, 이 씨부럴 잡것이 저승행 티켓을 끊으려고 허네. 괜찮겄냐?”

“그란 거 아닝께 잔말 말고 따라와야.”

아이들은 앞장을 서는 친구의 모습에 고개를 갸웃하며 뒤따랐다.

* * *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 연락 주십시오.”

“하하. 예, 그러겠습니다.”

푸근히 웃는 교장의 모습에 속으로 혀를 찬 종혁이 몸을 돌린다.

순순히 대답을 했지만, 학교 문제는 학교 내에서 끝내려고 한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 다음 학교는 어딥니까?”

“지명중학교로 가시면 됩니다. 근디…….”

“어쩌겠습니까. 이렇게라도 안면을 터야죠.”

학교 교장, 교감쯤 되면 지역의 유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무작정 찾아와 인사를 할 수 없으니 이런 명분이라도 만들어 서로 얼굴을 익히고, 친밀한 관계를 형성해야 됐다.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서 말이다.

“에고. 서장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니구마이라.”

“하하. 이동하시죠.”

종혁은 멀리 어깨를 늘어트리며 다른 차량에 오르는 최재수를 일견하며 차에 올라 서류를 집어 들었다.

“아까부터 보시던디, 그건 뭡니까?”

“아, 실종자 명단이요.”

인구수 적은 이 작은 동네에 뭔 놈의 실종 사건들이 이리 많은지 골치가 아플 지경이다.

그렇게 차분히 실종 명단 속 실종자들의 얼굴과 인적사항을 외울 때였다.

“오메, 저 잡것들은 또 뭐데?”

“응?”

고개를 돌린 종혁은 헛웃음을 터트렸다.

경찰 단속에 걸린 차량과 고개를 숙이고 있는 고등학생들.

“지랄을 한다. 응?”

고개를 젓던 종혁은 누군가를 발견하곤 운전대를 잡은 경찰을 향해 입을 열었다.

“차 세워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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