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696화 (696/837)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696화>

뜨겁고 차갑다.

브리핑룸에 앉은 기자들의 전신에선 뜨거운 분노가 쏟아져 나오지만, 그 눈은 차갑기 그지없다.

“그럼 질문 받겠습니다.”

처처척!

모든 기자들의 손이 올라간다.

“예, 박영일 기자님.”

“박영일 기자입니다. 지금 서장님께서 가해자 전원을 브리핑해 주셨는데, 전부 확실한 겁니까?”

이번 사건은 2년에 걸쳐 오랫동안 이어진 성범죄 사건이다.

그런데 경찰이 본격적으로 수사를 시작한 건 고작 일주일밖에 되지 않았다.

그 시간 안에 2년간 이어진 사건 조사를 모두 끝낸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가해자로 오해를 받은 이가 있을지도 모르고, 찾아내지 못한 가해자가 있을지도 몰랐다.

박영일의 그러한 의문에 종혁은 한숨을 내쉬며 한 권의 공책을 들어 보였다.

“피해자가 쓴 그림일기입니다.”

지숙이 매일같이 해가 지기 전에 쓴 그림일기.

박지영의 가르침을 따라 신안에서 학교를 다니기 시작한 뒤부터 빠짐없이 일기를 써 왔던 것이다.

쿵!

브리핑룸에 참담함이란 이름의 폭탄이 떨어졌다.

* * *

신안군 압해도, 작은 마을에서 일어난 참변!

어린 소녀를 성추행한 악마들! 그들의 정체는 동네 어른들?

손녀뻘, 딸뻘을 유린한 인면수심의 악마들!

경계선 지능, 정상인보다 떨어지는 지적 능력!

신안군을 비롯한 전국이 발칵 뒤집혔다.

“최 서장-!”

울먹임과 짜증, 배신감이 가득한 목소리.

속으로 입맛을 다신 종혁이 금방이라도 울 듯한 군수를 향해 고개를 숙인다.

인터넷에 기사가 도배되자마자 날아온 군수.

“죄송합니다, 군수님. 때마침 그때 신문사 인턴이 로비를 지키고 있는 바람에 들통나고 말았습니다.”

게다가 메이저 신문사들의 부장과 편집장급이 내려왔다. 얼버무릴 수가 없었다.

“하지만 최 서장이라면 막을 수 있었잖습니까!”

그 부장과 편집장들이 종혁 때문에 내려왔다는 건 군수도 이미 알고 있었다.

게다가 기사에서 다뤄진 상세한 사건 내용들.

가룡리라는 지명은 겨우 피했지만, 종혁이 말한 게 아니라면 기사로 실릴 수 없는 내용들이었고, 이 때문에 현재 신안은 전국민적으로 공분을 사고 있었다.

더욱이 범인들의 얼굴까지 모두 신문 1면에 박제가 됐다.

이건 종혁이 작정을 한 것이다.

“대체 이유가 뭡니까! 내가 조용히 다루자고 전화해서 그럽니까?”

정말 그렇다면 종혁은 같이 갈 수 없는 사람이다.

군수의 눈이 차갑게 가라앉는다.

“면피를 위해섭니다.”

면피.

그 말에 군수의 미간이 좁혀진다.

“모든 책임을 그 범죄자 놈들에게 덮어씌우자?”

군수의 상체가 기울어지자 종혁의 입술이 비틀어진다.

“범죄는 엄한 놈들이 저질렀는데, 사과는 왜 저희가 해야 합니까?”

자신들 두 사람의 잘못이라곤 딱 두 개. 그런 개새끼들이 관내에 있었다는 걸 몰랐고, 그런 그들을 하루라도 더 빨리 알아채지 못한 것뿐이다.

물론 이는 경찰로서 반성해야 될 일이었다.

“그 사람들을 철저히 악인으로 만들자는 거군요.”

“군수님, 어설프게 비호했다가는 저희가 공격당할 판입니다.”

여론의 공격.

살짝 질린 군수가 종혁을 가만히 응시한다.

“……최 서장은 가룡리를, 아니 압해도를 버릴 생각입니까?”

여론의 공격이 가해자들, 가룡리에 거주하고 있는 가해자들을 향한다면 과연 어떻게 될까?

그 피해가 가해자들에게만 향하는 것이 아니라, 가룡리뿐만 아니라 가룡리가 위치한 압해도 전체로 향하게 될 것이 뻔했다.

특히 가룡리는 압해읍의 외면을 받게 될 것이고, 언젠가는 마을 자체가 사라질지도 몰랐다.

“설마 제가 그런 참담한 생각까지 했겠습니까. 범인들만 쳐내자는 겁니다.”

“추방시키자?”

“그런 제스처를 취하시는 겁니다.”

정확히는 강제적인 접근 금지 명령, 아니 이주 명령.

피의자는 피해자 200km 이내에 접근할 수 없다는 법령을 제정시키는 것이다.

“……국회를 흔들자는 것이군요.”

“훌륭하십니다.”

아무리 큰 범죄를 저질렀다 한들 강제적으로 이동시킬 수는 없다.

하지만 군수가 먼저 나서서 이런 사람들과는 함께 살 수 없다, 관련 법령을 제정해 달라며 호소하는 쇼를 하는 것으로 신안군이 이들을 결코 용서하지 않겠다는 모습을 보이자는 것이다.

“군민들이 용납하겠습니까?”

“이번 일을 비호하는 놈이 있다면 그게 과연 사람이겠습니까, 군수님?”

만약 신안군에 그런 사람이 많다면 그것 역시도 좋은 기회다. 그렇게 목소리를 내는 인간들을 쳐내면 되기 때문이다.

이 신안을 좀먹는 벌레들.

이 기회에 추려내 리스트를 만들고, 명분을 세워 뽑아내는 거다.

“……신안군의 이미지를 깨끗하게 만들 수 있겠군요.”

“그런 신안군의 이미지가 곧 군수님의 이미지일 겁니다.”

움찔!

‘허어. 이 사람?’

군수의 눈썹이 파르르 떨린다.

종혁은 지금 신생 경찰서의 이미지와 군수 본인의 이미지, 신안군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 등 이 모든 걸 생각하고 그런 말도 안 되는 브리핑을 했다는 것이다.

종혁은 표정이 변화하는 그를 향해 미소를 지어 줬다.

“더 높은 곳으로 가셔야죠.”

쿵!

“……허허. 혹시 골프 좋아하십니까?”

“당구는 어떠십니까?”

“하하하!”

두 사람은 서로 속내가 다른 웃음을 터트리며 손을 맞잡았다.

* * *

신안군수, 신안경찰서장, 국민들에게 사과하다!

신안경찰서장, 다신 이런 일이 없도록 만들겠다.

신안군수, 국회에 호소! 피해자를 보호해 달라!

현몽준 당대표, 의원들 소집!

홍정필 원내대표, 현몽준 당대표를 만나다!

신안에서 쏘아 올린 작은 공. 그 파급력은?

성범죄들을 하나로 모아 사회에서 격리시키자는 여론 확산!

회사로 복귀하던 기자들이 다시 돌아와 써낸 기사가 다시 대한민국을 흔들었다.

* * *

신안경찰서 주차장, 종혁이 지숙의 손을 잡고 있는 할머님을 바라본다.

종혁의 눈에 아픔이 번진다.

“괜찮으시겠습니까?”

결국 지숙의 부친은 서울로 돌아가 버렸다.

그것도 그냥 돌아간 게 아니다. 앞으로 영원히 지숙을 찾지 않겠다는 각서까지 쓰고 돌아갔다.

‘개새끼!’

“원하신다면 목포건 광주광역시건, 서울이건 신안이 아닌 곳에서 두 분이 편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드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선상님.”

종혁의 말을 끊은 지숙의 할머님이 입을 연다.

지숙이 쓴 그림일기.

참담했다. 피를 토하고 싶었다.

“우리가 잘못한 것이 있다요?”

맑은 눈으로 물어 오는 그녀의 모습에 종혁의 입이 다물어진다.

“하지만 할머님…….”

“그리고 가룡리가 내 집인디, 내 재산이 가룡리에 다 있는디 가긴 어딜 간다는 말이요.”

“하지만 가해자의 가족들이 할머님을 괴롭힐 수 있습니다.”

지숙의 잘못이 아님에도 가장을 잃은 책임을, 마을에 분란이 일어난 책임을 지숙에게 돌리는 이들이 있을지도 몰랐다.

“이런 건 할머님께서 더 잘 아시잖습니까.”

시골, 그것도 가룡리처럼 작은 마을에서는 법과 상식과는 다른 규칙이 있다는 걸.

지숙의 할머니는 지숙의 손을 꼭 잡았다.

“선상님, 다시 묻겄습니다. 우리 지숙이가, 그리고 내가 잘못한 것이 있습니까?”

‘싸우시려는 거구나.’

할머님은 도망치는 게 아니라 싸우려는 것이다.

혹여 마을을 떠나 다른 지역에 보금자리를 만든다고 해도 어디까지나 자의로 인한 행동이지, 타의에 의해 쫓겨나듯 이사를 가는 게 아님을 보여 주려는 것이다.

지숙에게 당당한 할머니가 되고, 언제 어느 상황에서건 지숙을 보호할 수 있는 그런 보호자가 되려는 것이다.

종혁은 그런 그녀의 다짐에 주먹을 쥐었다.

“없습니다.”

“그럼 된 것이지라?”

“도움은 필요하지 않으십니까?”

“가끔 지숙이하고 놀아 주기나 하셔라.”

그것 외에는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다는 그녀의 말에 종혁은 고개를 주억이며 한쪽 무릎을 꿇었다.

“언제든 경찰서에 놀러 오렴, 지숙아.”

슬픈 눈이다.

얼마 전부터 할머니가 짓던 눈빛, 바다에서 놀았을 때 선생님이 짓던 눈빛.

지숙은 활짝 웃으며 종혁의 가슴을 향해 손을 뻗었다.

“아이, 착하다. 아이, 착…….”

스윽.

지숙의 작은 손을 잡아챈 종혁이 애써 웃으며 자신의 머리로 가져간다.

“앞으로 ‘아이, 착하다’는 여길 쓰다듬는 거야. 알겠지?”

“……아이, 착하다. 아이, 착하다.”

“그래. 착하다.”

종혁은 지숙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녀를 향해 미소를 지어 주었다.

“아저씨, 빠빠이!”

“가룡리까지 잘 부탁드립니다, 기사님.”

“걱정 마셔라!”

택시의 문을 닫은 종혁은 계속 손을 흔들며 멀어지는 지숙을 응시하다 몸을 돌렸다.

“들어가죠.”

“예!”

이번 일로 확실히 알게 됐다.

자신들의 젊은 서장에겐 범죄와의 타협이란 단어는 없었다. 그리고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형사들이 흉흉한 미소를 지으며 경찰서 안으로 들어갔다.

* * *

부우웅!

금세 읍내를 벗어나 산길로 접어든 택시.

점점 다가오는 가룡리에 지숙의 할머니가 주먹을 쥔다.

종혁에겐 당당하게 말했지만 솔직히 무섭다.

여태껏 가룡리에서 살아왔기에 무서워진다.

상식보다는 편함이 우선인 가룡리.

동네의 체면이 우선인 가룡리.

남의 집을 스스럼없이 흙발로 들어와 주인처럼 엉덩이를 뭉개며 원하는 걸 요구하고, 자신의 생각과 다르면 타인에게 욕설을 서슴지 않는 이들.

모두 제대로 못 배워서 그렇다.

모두 서로에게 너무 편해져서 그렇다.

이성보다는 본능이 앞서는 사람들.

이것이 시골이었다.

그래서 무섭다.

‘당장 내일이라도 관짝에 누울 수 있는 나야 그놈아들의 비난 따윈 아무렇지 않게 넘길 수 있지만…….’

이 어리고 여린 것이 견딜 수 있을까.

“할머니, 아파요.”

화들짝!

손을 놓은 할머님은 빨갛게 변한 손에 입김을 부는 지숙을 바라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그려, 내가 버텨야 혀.’

지숙의 방패가 되어야 한다.

그게 자신이 죽는 그날까지 해야 될 일이었다.

할머니로서 책임감.

그리고 여태껏 외면한 미친년으로서의 사죄.

지숙의 할머니는 그렇게 다짐을 했다.

“할머니, 가룡리에 도착했어라. 여기서 어디로 모시면 될까라?”

“……됐어. 여기서 내려 줘.”

그렇게 말하는 그녀는 바깥, 갑자기 멈춰 선 택시에 시선을 모으는 가룡리 사람들을 가만히 응시했다.

“예. 돈은 서장님께서 주셨응께 그냥 내리시면 되셔라.”

고개를 끄덕인 할머니가 지숙을 향해 손을 내민다.

그에 놀라 쳐다보는 지숙.

“잡아도 돼야.”

“네!”

환하게 웃으며 잡아 오는 고사리손에 할머니의 심장이 아파 온다.

이렇게 작고 따뜻한 손을 왜 여태껏 외면했을까.

‘미친년이제. 내가 미친년이여.’

그러니 정말 미친년이 한번 되어 보련다.

자식도 제대로 키우지 못하고 남편도 떠나보내 의지할 곳 없는 박복한 년이지만, 미친년이 되어서라도 지숙을 지켜보련다.

차에서 내린 할머니는 놀라 다가오는 마을 사람들에 도끼눈을 떴다.

“뭐여! 구경났어?!”

“이, 이……! 그 숭악한 것은 왜 데려왔데요-!”

몰려드는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 터져 나온 외침.

악을 쓰는 노년의 여성에 가룡리 사람들이 놀라고, 할머니의 얼굴이 흉악하게 구겨진다.

“숭악?! 숭악은 니 집 남편 춘덕이 새끼가 내 손녀한테 한 짓이제! 그런 놈 마누라가 뭐 잘났다고 목소리를 높여-! 나 같으면 벌써 짐 싸서 도망갔어, 이 육시랄 년아! 아주 지 남편이랑 똑같은 년이네, 이년은!”

“뭐라고라! 지금 말 다했소?!”

“아직 다 안 했제!”

다 하려면 멀었다.

니년이 내 손녀가 쓴 일기를 봤느냐.

그 참담한 기록을 봤느냐!

“하, 할머니, 싸우지 마.”

무서운 할머니다.

지숙은 하얗게 질렸고, 아차 한 할머니는 온화하게 웃으며 지숙을 봤다.

“지숙아, 귀 막아야.”

“……응.”

지숙이 귀를 막고 눈을 감자, 할머니는 다시 울분 쏟아 냈다.

“지금 니가 한 그 말 니 새끼들한테도, 가룡리가 더럽고 좁다며 도심으로 도망쳐 나가 사는 니 새끼들한테도 해 볼까?! 갸들이 뭐라고 하는지?!”

“언니-!”

“왜? 자식들이 아는 건 부끄럽냐? 이 써그랄 년아?”

“…….”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노년의 여성이 부들부들 떠는 순간이었다.

“그라제! 경자 이모가 말 잘했네!”

“아따, 상심이 이모. 말을 그렇게 하면 안 되지라! 어떻게 저 어린 것한테 뭐라 한다요! 누가 봐도 잘못한 건 춘덕이 삼촌이잖에라!”

“경자 이모, 진짜 못 쓰겄네! 사람 그렇게 안 봤는디 말여!”

갑작스럽게 쏟아지는 비난에 노년의 여성이 굳어 버리고, 지숙의 할머니도 놀라 마을 주민들을 쳐다본다.

“상심이 네 이년-!”

갑자기 모든 소음을 잠재우는 카랑카랑한 목소리.

고개를 돌린 사람들의 눈이 동그래진다.

“하, 할머님!”

“아이고, 오셨어라!”

마을 최고 어른인 순덕.

그녀가 이장의 손을 잡고 다가오자 모든 이들이 머리를 조아리며 물러난다.

그래서 그들은 보지 못했다. 고개를 숙인 채 순덕의 뒤를 따르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말이다.

“니 방금 한 말 다시 해 봐라.”

“하, 할머님.”

“내 앞에서도 그 참담한 말을 씨불여 보란 말여! 왜? 못하긋냐? 못하긋제! 니가 인간이라면 그런 소리 못하제! 암 못하고말고!”

“하지만 할머님! 저것이 꼬리를 치지 않았다믄…….”

“상심아! 니 지금 니가 배 아파 낳고 곱게 키운 자식새끼들 얼굴에 똥칠을 하려는 거냐? 앞길을 막으려는 거여?”

“무, 무슨 말을 그렇게 하신데요!”

“지금 니가 그렇게 말하고 있잖여-!”

여성의 입이 다물어지자 순덕이 혀를 찬다.

“상심아, 니 서방이 그렇게 된 것 때문에 심란한 건 알겄는디 엄한 사람에게 화풀이를 하면 안 되는 거잖여. 니 그렇게 못난 어미였던 거여?”

어미. 어머니.

그 말에 눈물이 차오른다.

“……흑!”

여성이 주저앉는다.

“그럼 어쩌라는 거란 말이어라!”

미우나 고우나 40년을 넘게 함께 살아왔다.

돈을 못 벌어 오고, 맨날 술에 취해 들어왔어도 딴 놈 다 피우는 바람 한 번 안 피웠다.

그래도 아내에게 의리는 지킨다는 그 이유 하나 때문에 여태까지 지치고 힘들어도 애써 버텨 가며 부부의 연을 이어 왔다.

그런데 바람도 아니고 10살 꼬마 아이를 강간했단다.

그 배신감, 그 참담함을 대체 어디다 풀어야 한단 말인가.

“나도 이러기 싫어라! 싫당께요! 하지만-!”

“아이고, 이년아. 그려, 그려. 내가 니 마음 다 이해한다, 이해혀. 니도 힘들었제?”

“어허어어엉! 미안해요, 경자 언니! 미안하당께요! 내가 미친년이어요! 내가……!”

무릎을 꿇은 채 기어와 바짓가랑이를 붙잡는 처절한 절규에 지숙의 할머니가 한숨을 내쉰다.

그 순간이었다.

“겨, 경자 이모.”

“경자야.”

“하, 할머니.”

순덕과 함께 온 가해자들의 가족들이 할머니를 향해 고개를 숙인다. 부들부들 떨며 눈물을 흘린다.

너무 미안하고 또 미안해 차마 사과의 말조차 할 수 없는 그들.

지숙의 할머니는 귀를 막은 채 눈을 꼭 감고 있는 지숙의 등을 떠민다.

놀라 눈을 떠 쳐다보는 지숙.

“내가 아니라 우리 지숙이한테 사과하쇼. 그거면 되어라.”

‘그거면 되겠지라?’

‘잘혔다. 미안하고, 고맙다.’

순덕은 고개를 끄덕였고, 지숙의 할머니는 다시 한숨을 뱉는다.

그래도 마을 사람들이 상식은 아는구나, 안심을 한다.

지숙은 자신에게 사과를 하는 사람들에 눈을 동그랗게 뜨며 의아해했다.

‘왜 울지?’

“흐이이잉!”

사람들이 우니까 울고 싶다.

그렇게 가룡리의 하루가 저물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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