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695화>
“커억! 컥!”
추레하고도 추악한 괴물이 바닥을 뒹군다.
이대로 목을 밟아 부러트릴까.
가슴을 짓눌러 심장을 짓뭉개 버릴까.
차갑고도 뜨거운 분노가 형사를 뒤흔든다.
빠악!
“뭐허냐, 새끼야.”
눈앞에서 번쩍이는 별에 고개를 돌리니 파트너가 늙은 괴물의 시선에서 멍한 지숙을 막아서며 지숙의 옷가지를 잡아 든다.
“씨부럴.”
이를 악문 형사는 가슴을 붙잡은 채 숨을 헐떡이는 오칠봉의 팔을 꺾어 수갑을 꺼내 들었다.
“오칠봉 씨, 당신을 아동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성법률 위반, 아동 청소년에 대한 강간, 강제추행 혐의로 현장 체포합니다. 당신은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고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으며 불리한 진술을 거부할 수 있고, 이 체포와 구속이 부당하다고 판단될 시 언제든 이의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아셨습니까, 이 개새끼야?”
철컥!
손목을 휘감는 싸늘한 감촉에 고통에 몸부림치던 오칠봉의 전신이 싸늘하게 식는다.
“어윽! 뭐, 뭔 소리디야! 누가 거시기를 혀! 이 씨부럴 놈이…….”
“처맞기 전에 아가리 닫아라, 씨밸놈아.”
“뭐, 뭐시여?! 니, 닌 애비, 애미도 없냐, 이 후레자식아-! 이 호랭이가 물어 가도 시원찮을 자식이! 놔야! 놓으랑께!?”
안 된다.
이대로 끌려가면 안 된다.
오칠봉은 발버둥을 쳤지만, 가슴을 얻어맞은 충격에 힘을 내지 못해 속절없이 일으켜 세워진다.
“먼저 나갈게라.”
“그려.”
“놔! 안 놔?!”
“아나, 이 씨부럴 새끼.”
콱!
“아아악!”
머리채를 잡아챈 형사는 오칠봉을 끌며 대문을 나섰다.
그 순간이었다.
“뭐, 뭐시여! 닌 누구여?!”
“오메! 아버님!”
방금 전 일어난 소음 때문인지 뛰쳐나와 골목을 막아서고 있는 가룡리의 주민들.
순간 얼굴이 꺼멓게 죽은 오칠봉이 눈을 빛낸다.
“도, 도둑이야! 강도야-! 동네 사람들! 이 새끼 좀 어떻게 해 보랑께!”
“가, 강도! 이런 씨부랄 새끼! 그 손 안 놓냐! 이 개놈의 새끼야!”
“여그가 어디라고 강도가 들어와! 넌 뒤졌다!”
흉흉한 기세를 뿜어내며 다가오는 마을 남성들에 형사가 한숨을 내쉬며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었다 뺀다.
“경찰이어라.”
움찔!
“경찰?”
“지, 진짜 같은디?”
“이 새끼 경찰 아니여! 나 좀 구해 보랑께!”
도망쳐야 한다.
지숙이가 나오기 전에 도망을 쳐야 한다.
오칠봉이 발버둥을 치며 발악을 하자 주민들의 표정이 흔들린다. 그걸 본 형사가 한숨을 내쉰다.
“거기 가만히 계쇼잉. 한 발만 더 다가오믄 공무집행방해인께.”
“저, 정말 경찰인 거 아녀?”
“누, 누구 최 서장한티 전화혀 봐!”
“외지인 말을 들을 거여?! 내가 강도라고 하잖여-!”
사람들이 안절부절못하는 순간이었다.
“뭐허냐. 아직도 차에 안 가고.”
“아, 형님.”
“뭐, 뭐시여. 쟈는 지숙이잖여?”
“그랑께? 근디 꼬라지가 왜 저런디야?”
“쟈가 칠봉 삼촌 집에서 왜 나오지?”
더 당황하는 사람들.
머리가 잡혀 눈만 움직인 오칠봉이 형사에게 안겨 나오는 지숙을 발견하곤 이를 악문다.
결국 이렇게 됐다.
“동네 사람들! 이놈 새끼들이 지숙이도 납치헌다-!”
쿵!
납치. 미우나 고우나 한 동네의 아이.
소중히 보호해야 할 동네 꼬마다.
동네 사람들의 눈이 뒤집어진다.
“밥 먹고 할 짓이 없어서 애를 납치허냐!”
“퉤! 너흰 뒤졌다.”
가룡리 사람들이 도끼눈을 뜨며 다가오자 형사들은 난감해졌다.
어떻게 해야 할까. 힘으로 뚫는다면 보통 징계로 끝나지 않을 터. 그들이 어쩔 줄 몰라 하는 순간이었다.
“뭐하는 짓들이여!”
“이장님!”
“오메, 서장님!”
가룡리 주민들과 형사들의 얼굴이 확 밝아진다.
사람들을 헤치며 이장과 함께 다가온 종혁이 난감해하는 형사들을 가만히 바라본다.
그에 형사들이 낯빛이 질린다.
“추, 충성!”
그들의 거수경례에 조용해지는 골목.
종혁이 형사들을 지나쳐 지숙의 앞에 선다.
“괜찮니?”
“……?”
지숙은 고개를 갸웃했다.
왜 다들 이러는 걸까.
특히 갑자기 나타나 슬픈 표정을 짓고 있는 경찰 아저씨.
선생님을 빼면 자신의 유일한 친구인 경찰 아저씨는 어째서인지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모습에 더욱 감정이 북받친 종혁은 이를 악문 채 지숙을 안아 들었다.
그때 한 형사가 종혁에게 다가와 어쩔 줄 몰라 했다.
“죄, 죄송합니다. 제, 제가 작전을 망쳐서…….”
지숙을 건드린 놈들의 명단을 모두 만들 때까지 감시만 하자 그랬는데, 결국 화를 억누르지 못해 작전을 망치고 말았다.
“모두 제 불찰…….”
콰악!
다른 형사가 뒤통수를 잡아 누른다.
“아닙니다! 이 모든 건 제가 지시한 겁니다! 그랑께 징계는…….”
“형님!”
“닌 가만있어!”
종혁은 아옹다옹하는 둘을 보며 눈을 껌뻑였다.
“뭐하세요?”
움찔!
“예?”
“잘해 놓고 왜 사과를 하냐는 말입니다.”
“어…… 그, 그럼?”
“예. 잘하셨습니다.”
“하, 하지만…….”
“잘하셨습니다.”
지숙을 건드린 개새끼들? 일망타진할 수 있으면 좋다.
하지만 그보다 더 우선시되어야 할 건 바로 지숙이, 피해자가 다치지 않는 것이다.
종혁은 일련의 대화에 당황하는 가룡리 주민들을 봤다.
용의자들을 훑어봤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다들 오칠봉 씨가 왜 잡혀가는지, 왜 오칠봉 씨 집에서…….”
“안 돼! 그만혀! 안 된당께!”
하얗게 질린 오칠봉이 발악하고, 사람들의 귀가 쫑긋 세워질 때 지숙의 할머니가 사람들 사이를 파고 들어온다.
종혁은 자신의 품에 안겨 있는 지숙의 모습에 놀라 눈을 껌뻑이는 할머니를 응시하며 입을 열었다.
‘당신은 어떻게 반응할까?’
“그, 그만혀! 가면 되잖여! 그만하라고……!”
“지숙이가 왜 오칠봉 씨의 집에서 나왔는지 다들 궁금하실 겁니다. 그 이유는 오칠봉 씨가 지숙이를, 지숙이가 아무것도 모르는 것을 이용해 성추행…… 어쩌면 강간까지 했기 때문입니다.”
“안 돼-!”
쿵!
사람들의 얼굴이 제 귀를 의심한다.
오칠봉이 개처럼 끌려 나올 때부터 의심했던 용의자들이, 범인들이 하얗게 질린다.
“아녀! 그런 거 아녀-!”
멍해진 사람들의 정신을 깨우는 오칠봉의 외침.
“이, 이게 뭔 소리여!”
“칠봉 삼촌이 그런 어린 것을 왜 거시기혀!”
“맞어! 사람이 금수도 아니고!”
말도 안 된다고 격렬하게 반발을 하는 사람들.
슬프게 웃은 종혁이 지숙을 본다.
당사자임에도 상황을 이해 못하고 있는 지숙이.
“지숙아.”
“네?”
“지숙이에게 ‘아이, 착하다’ 놀이를 가르쳐 준 아저씨, 할아버지들한테 가서 ‘아이, 착하다’ 해 줄 수 있어?”
“우움. 네!”
왜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친구의 부탁이다.
바닥에 내려진 지숙이 가까운 아저씨한테 다가간다.
“아이, 착하다. 아이, 착하다.”
“이, 이 미친년이 뭐하는 짓이여!”
“아이, 착하다.”
지숙은 왜 아저씨가 화를 내는지 이해하지 못해 몸을 움츠리며 다른 할아버지에게 다가가 다시 ‘아이, 착하다’를 했고, 그 할아버지 또한 기겁하며 물러섰다.
그렇게 한 명, 두 명, 열 명.
“아이, 착하다. 아이, 착하다.”
어두운 밤을 울리는 맑은 목소리와 손짓에 사람들이 점점 깨닫는다.
아이의 손이 왜 사타구니를 쓰다듬는지.
지숙의 손이 닿은 사람들이 왜 기겁하며 물러나는지.
알기 싫어도 깨닫고 만다.
“오, 오지 마!”
“아이, 착하다.”
“오지 마랑께!”
주춤주춤 물러서다 손을 휘두르는 중년인.
지숙의 뒤를 따르고 있던 종혁이 그 손을 쳐 내며 지숙을 안아 든다.
이제 됐다. 지금은 이만하면 된 거다.
“니, 니…….”
“아녀! 나 아녀!”
“야, 이 개새끼야! 어떻게! 어떻게-!”
“아아악!”
비명들을 뒤로하며 다시 자리로 온 종혁이 어느새 주저앉은 지숙의 할머님을 일견하며 가룡리 주민들을 본다.
하얗게 질려 어쩔 줄 몰라 하는 그들.
왜 몰랐을까.
왜 그동안 몰라봤을까.
“이런 겁니다.”
쿵!
얼어붙은 사람들의 심장이 내려앉는 순간이었다.
삐요오오오옹!
그들의 귀를 꿰뚫는 요란한 사이렌 소리.
종혁은 파랗게 질려 주춤주춤 물러나는 용의자들을 보며 이를 드러냈다.
“지금부터 한 발자국이라도 움직여 봐.”
그럼 찢어 죽이리라.
갈기갈기 찢어 제 부모도, 자식도, 아내도 알아보지 못하게 만들 것이다.
종혁의 몸에서 끔찍한 살의가 폭발하자 지숙에게 지목을 당한, 지목을 당할 이들은 그대로 주저앉았다.
* * *
몰랐다.
그저 짐이었기에 모르고 있었다.
어려서 한 마리 겨우 있는 소를 들고 서울로 도망을 쳤던 못난 아들. 나쁜 놈.
제 어미도 모르게 결혼을 한 것도 모자라 자식까지 낳은 아들. 그러다 지 자식을 버린 썩을 놈.
하지만 언제나 보고 싶은 아들.
지숙은 그런 아들에 대한 원망이자 희망이었다.
그래서 무시했고, 가족으로서의 최소한만 했을 뿐이다.
그런데…….
터억!
“…….”
터억!
서장실에서 마주 앉은 종혁이 지숙의 할머니의 손을 잡는다.
멍한 얼굴로 가슴을 치는 할머니.
때릴 때마다 미미하게 미간을 찌푸리는 할머니.
“그러다 부러지십니다.”
“……언제부터여라?”
“지숙이가 할머님 댁에 오고 얼마 안 됐을 때부터 그랬던 것 같습니다.”
“미친년. 접시 물에 코 박고 뒈질 년.”
이 어린 것이 대체 뭔 죄였다고 그렇게 외면했을까.
왜 다른 사람을 더 따르는 걸 보며 질투했을까.
그럴 자격조차 없는 년이 뭐 그리 잘났다고 지금까지 숨을 쉬고 있을까.
떨리는 손이 옆에 앉아 셔벗을 떠먹는 지숙의 머리로 향하다 원래대로 돌아온다.
후다닥! 쾅!
“지숙아!”
“……아빠?”
깜짝 놀라 일어나는 지숙.
그 뒤를 이어 일어난 지숙의 할머니가 아들에게 걸어간다.
그리고 그 뺨을 후려친다.
짜아악!
“어, 엄마?”
“니 어쩔 겨?”
“뭐, 뭘요?”
“니 애새끼! 지숙이 어쩔 거냐고! 데려갈 거여, 말 거여!”
“아, 아니 지금 그게 문제가…….”
“이잉. 안 데려간다는 거제? 됐다. 이제 나도 지쳤다. 이제 니 내 자식 하지 마라.”
“엄마!”
짜아악!
“부모란 놈이! 아빠란 놈이-!”
아무리 원치 않은 딸이라고 하여도 그런 끔찍한 일을 당할 때 옆에 있어 주지 못했다.
경찰보다 먼저 나서서 구해 주지 못했다.
그게 어떻게 부모란 말인가. 그게 어떻게 아빠란 말인가.
“내가 싫어할 걸 알믄! 니라도 더 연락을 했어야제! 니 자식새끼 손에 핸드폰은 들려 줬어야제-!”
지숙을 자식으로 취급하지 않은 거다.
아들도 지숙을 짐으로 여긴 거다.
“그런 니가 뭐 잘났다고 얼굴을 비춰-! 왜? 이제야 니 자식새끼 같냐? 이 어린 것이 그 끔찍한 일을 당하고 나니까 좀 자식새끼 같어?!”
아들에게 하는 말이 아니다.
자신에게 하는 말이다.
할미 노릇을 하지 못한 병신에게 하는 질책이다.
“…….”
“나한테는 천륜 끊어 낸 자식새끼 따윈 필요 없응께, 서울 가서 너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살어.”
쿵!
하얗게 질린 지숙의 아버지가 어머니를 향해 손을 뻗는다.
“나한티 손끝 하나라도 대 봐. 니가 버린 새끼한테 눈길이라도 줘 봐. 니 어메가 니 앞에서 어케 뒈지는지 알게 될 텡께.”
“어, 엄마…….”
“꺼져.”
아들을 밀어낸 그녀는 서장실을 문을 닫으며 지숙을 봤다.
할머니와 아빠가 싸우니 어쩔 줄 몰라 하는 손녀딸 지숙.
피가 나도록 입술을 깨문 그녀가 종혁을 본다.
“지가 어떻게 하면 될까라?”
종혁은 놀라면서도 불행 중 다행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린다.
마을 주민들의 범죄를 묵인해 준 것이 아니었다.
그저 지숙을 짐처럼 여긴 탓에 관심을 주지 않은 가족 같지 않은 가족이었을 뿐이다.
그러나 이제는 지숙을 가족으로 받아들인 가족이었다.
종혁의 표정이 굳는다.
“지금부터 마음을 단단히 먹으셔야 합니다, 할머님.”
지숙의 지목 덕분에 범인을 모두 검거했지만, 이들 둘에겐 아직 지옥이 남아 있었다.
그 지옥을 헤쳐 나가기 위해선 무엇보다 할머니의 의지가 중요했다.
따르르릉! 따르르릉!
“예, 서장입니다.”
-기, 기자들이 도착했습니다, 서장님.
“알겠습니다.”
아직 경찰서를 완벽히 장악한 것이 아니기에 밖으로 흘러 나가는 걸 막을 수 없었던 이번 사건.
종혁은 표정을 굳힌 채 몸을 일으켰다.
어른들의 사정으로 더 이상 순수한 어린아이가 상처 입게 만들 수는 없었다.
지이잉! 지이잉!
“……예, 군수님.”
종혁은 입술을 깨물었다.
* * *
“며, 몇 명이었다고?”
“열두 명이래. 우리 인턴이 저녁에 끌려오는 걸 봤데.”
“이런 미친!”
신안경찰서의 대회의실, 브리핑룸으로 꾸민 그곳에 모인 기자들이 웅성거린다.
중년인부터 노인까지 추악하게 늙은 이들이 겨우 10살에 불과한 어린 소녀를 추행하고 강간했다.
고작 120가구 정도밖에 살지 않는, 서로 얼굴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작디작은 마을에서 벌어진 끔찍한 사건.
뒷목을 두드리는 뜨거운 피에 기자들이 이를 악문다.
“아따, 근디 저 양반들은 어찌 왔을까잉.”
“그랑께 말여.”
전남 지역 신문사 기자들이 한쪽에서 인상을 구기고 앉아 있는 전국구 메이저 신문사들의 부장, 편집장들을 보며 눈을 가늘게 뜬다.
전 국민이 공분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사건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메이저 신문사의 부장과 편집장이 이렇게 직접 죄다 내려오는 건 굉장히 보기 드문 일이었다.
애당초 각 신문사의 취재와 편집을 총괄 지휘해야 하는 부장과 편집장이기에 어지간한 사건이 아니라면 현장에 직접 나오는 일 자체가 드물었다.
그런데도 이들이 이렇게 움직였다면, 그 이유로 예상할 수 있는 건 한 가지뿐이었다.
‘그 젊은 서장과 대체 어떤 관계이기에…….’
벌컥!
“최종혁 서장이다.”
“……다시 봐도 겁나 어리네.”
문을 열고 들어온 종혁이 박영일 등 오랜 지인들과 눈인사를 하며 단상으로 향한다.
“반갑습니다. 신안경찰서의 서장, 최종혁입니다.”
촤라라라라라!
눈을 찌르는 플래시 세례들.
미간을 찌푸린 종혁이 단상을 누르며 입을 열었다.
“사건 내용은 대충들 알고 계실 테니 다른 말 안 하겠습니다. 아, 손들지 마세요. 질문할 시간은 따로 드릴 테니까.”
번쩍 들리는 손들과 달싹이는 입들을 봉인한 종혁은 말을 이었다.
“피해자 취재는 불가합니다. 마을 취재 또한 불가합니다. 지금 여긴 모인 기자님들께 제공할 수 있는 정보는 10살의 A 양을 유리한 인면수심의 악마들이 있다는 것뿐입니다.”
“헉!”
“이봐요, 서장님!”
“지금 국민들의 알 권리를 무시하는 겁니까!”
꽈아앙!
“아직 제 말 안 끝났습니다.”
브리핑룸을 쩌렁쩌렁 울리는 탁자를 때리는 소리에 기자들이 입을 다문다.
종혁의 시선이 서늘해진다.
“대신 가해자의 얼굴을 비롯한 신원 정보를 모두 공개하겠습니다.”
쿠웅!
입이 더 다물어진 기자들이 종혁의 눈을 빤히 쳐다보다 미소를 짓는다.
이제야 알겠다.
종혁이 하고자 하는 일이 무엇인지.
박영일이 미소를 지으며 손을 든다.
“예, 박영일 기자님.”
“괜찮으시겠습니까?”
얼마나 끔찍한 일을 저지른 악마라 할지라도, 가해자의 얼굴을 공개하는 등 신원을 노출하면 몇몇 인권 단체에선 분명 지랄을 할 것이다.
이는 훗날 더 높은 곳에 올라가야 할 종혁의 발목을 붙잡을지도 모르는 일.
걱정이 가득 담긴 그의 우려에 종혁은 냉소를 터뜨렸다.
“경찰에게 있어서 피해자를 보호하는 일보다 우선해야 할 일이 있습니까? 그걸 막는다면 그 누구라도 대가를 치러야 할 겁니다. 그게 인권 단체든…… 설령 군수라고 할지라도 말입니다.”
방금 전 어떻게든 종혁의 입을 막으려 했던 군수.
그는 가해자의 처벌보다, 그리고 피해자의 보호보다 자신의 안위를 더 걱정한 것이다.
계속해서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다면 종혁은 더 이상 참아 줄 생각이 없었다.
‘구, 군수를 까 버리는 겨?’
‘또라이네! 또라이여!’
기자들이 눈과 입을 크게 벌린다.
“흐하하하핫! 알겠습니다.”
‘드디어 시작하려는 거구나, 종혁아!’
범죄자에게 지옥을.
저지른 죗값에 합당한 고통을 선사하기 위한 그 계획을 말이다.
전남 지역 신문 기자들은 그러한 의도와 상관없이 그냥 종혁이 어디서도 보지 못한 상또라이라고 생각하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이러면 이야기가 다르지.’
‘그려. 화제만 된다면야 상관없응께.’
종혁은 분위기가 형성이 되자 사건 파일을 열었다.
“사건이 처음으로 발생한 시각은 2008년 6월 무렵, 첫 번째 피의자인 당시 만 76세의 오칠봉은…….”
그렇게 그동안 기자들이 단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한 사상 초유의 상세한 경찰 브리핑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