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692화>
새벽까지 이어질 것 같던 잔치도 사람들의 배가 부르고, 윷놀이를 하던 사람들이 서로 멱살을 잡자 끝나게 됐다.
터벅터벅!
다시 고요해진 마을.
앞서 걷던 지숙의 할머니가 뒤를 돌아본다.
움찔!
멈춰 서며 고개를 숙이는 지숙.
할머니의 미간이 좁혀진다.
자신이 그렇게도 무서운 걸까.
자신이 대체 뭘 했다고 저리 무서워하는 걸까.
왜 처음 본 사람에게 그렇게 웃은 걸까.
짐덩이가 더 밉상으로 느껴진다.
“뭘 그렇게 밍기적거리냐! 집에 들어오기 싫으냐! 왜? 그 서장집에 살고 싶어서 그려? 썩을 년!”
쾅!
문을 닫고 들어가는 할머니의 모습에 지숙이 담벼락에 등을 기대며 주저앉는다.
할머니가 화났다.
왜 화가 났는지 모르지만, 지금 따라 들어가면 안 된다.
지숙은 입술을 삐죽이며 하늘을 봤다.
별이 가득한 하늘.
엄마와 아빠랑 함께 있을 땐 보지 못했던 별들.
지숙의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또 생겼어.”
친구.
선생님 말고도 경찰 아저씨 친구가 생겼다.
자신에게 두 명의 친구가 생긴 거다.
왜인지 웃음이 삐져나온다.
지숙은 헤실헤실 웃으며 배를 만졌다.
“배불러.”
오늘도 맛있는 걸 배부르게 먹었다.
솔직히 선생님과 경찰 아저씨가 사 준 음식들과 비교하면 그렇게 맛있는 건 아니었지만, 평상시 매일 먹던 김과 간장보다는 훨씬 맛있었다.
내일도 맛있는 걸 먹을 수 있기를 지숙은 간절히 바랐다.
저벅저벅!
고개를 돌린 지숙이 몸을 일으킨다.
용돈을 주는 동네 아저씨다.
“안녕하세요.”
“그려, 그려. 집에 안 들어가고 뭐허냐?”
“할머니 화났어요.”
“어이쿠, 그려?”
고함이 터져 나오는 담벼락 너머를 쳐다본 중년인이 눈을 빛내며 지숙을 본다.
“아까 서장님하고 함께 있던디 어떻게 친해지게 된 겨?”
“어제. 선생님이랑 놀러 가서. 맛있는 거 많이 사 주셨어요.”
“그려어? 그리고?”
“목마도 해 줬어요.”
“그리고?”
“……?”
그게 다다.
중년인은 어리둥절해하는 지숙의 모습에 눈빛을 가라앉혔다.
“막 내가 지숙이 널 만지고 그런 건 말하지 않았고?”
‘나쁜 아저씨.’
또 나쁜 아저씨다.
지숙은 주먹을 꼭 쥐며 입을 열었다.
“……아니요?”
고개를 저은 지숙이 입을 꾹 다물자 중년인은 한숨을 내쉬었다.
“씨벌. 그라제. 이 모자란 년이 뭘 알겄어. 그려. 알았다. 들어가 자.”
지숙의 가슴을 토닥인 중년인은 몸을 돌렸다.
‘씨부럴. 그래도 당분간 조심해야 쓰겄네.’
느낌이 이상했다.
왠지 큰 죄를 짓는 듯한 불편한 느낌.
“안녕히 가세요.”
중년인은 배꼽인사를 하는 지숙을 뒤로하며 집으로 향했고, 지숙은 입술을 삐죽였다.
“……비밀이라고 했으니까.”
경찰 아저씨는 자신과 나눈 대화는 비밀이라고 했다.
그리고 비밀은 꼭 지켜야 하는 거라고 할아버지, 아저씨들이 항상 말했다.
경찰 아저씨나 동네 할아버지, 아저씨들이나 어른들은 왜 이렇게 비밀을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한숨을 폭 내쉰 지숙이 고개를 돌린 그때였다.
“이 씨부럴 새끼야! 니 새끼 언제 데려갈 거냐고! 뭐시여?! 왜 또 지랄이냐고? 그게 지금 어미한테 할 소리여!?”
담벼락 너머에서 들려오는 할머니의 고함 소리.
“야, 이 씨부럴 새끼야! 야! 야! 끊었어?! 이 육시랄 새끼!”
지숙은 고개를 숙이며 골목을 나섰다.
아무래도 할머니가 잠들기 전에는 들어가면 안 될 것 같았다.
“아이, 착하다. 아이, 착하다.”
지숙은 방금 전 중년인의 손이 닿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 * *
“아이고, 목사님. 수고하셨어라.”
가룡리의 큰 삼거리에 있는 허름한 교회, 가룡샘물교회의 목사가 고무장갑을 벗으며 푸근히 웃는다.
“권사님도 수고하셨습니다.”
“아따, 진짜 목사님도 목사님이요.”
잔칫날에는 그냥 남자들과 섞여서 술잔 좀 기울여도 될 텐데, 기어코 사양을 하더니 아낙들 사이에 껴서 음식을 만들고 설거지를 한 목사.
이런 일은 비단 오늘뿐만이 아니었다.
“하하. 전 이런 게 재밌는걸요.”
사십대 후반 목사의 말에 이장의 아내는 못 말리겠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자, 여기 있어라. 아까 음식들 못 드셨지라? 따로 고기랑 전 좀 쌌응께 가서 교회 식구들이랑 드셔요. 목사님이 좋아하시는 홍어도 듬뿍 담았어라.”
“홍어를요?!”
목사가 침을 삼키자 깔깔깔 웃은 이장의 아내는 고개를 숙이며 돌아섰고, 목사는 그 모습을 빤히 바라보다 몸을 돌렸다.
그 순간 그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지며 권태로움이 묻어난다.
“최종혁이 이런 시골 동네에 돈을 풀었다라…….”
입이 벌어질 정도로 돈이 많지만, 결코 허투루 쓰는 법이 없는 최종혁. 분명 이 작은 마을에 뭔가가 있는 것이다.
찰칵! 치이익!
“곧 뒤집어지겠군.”
동네가 발칵 뒤집어질 거다.
괜히 얼쩡거리다 눈먼 돌을 맞을 순 없으니 납작 엎드려야 할 터.
“권 목사입니다. 지금 이 시간부로 가룡리에 직원 출입을 금지하겠습니다. 최종혁이 떴습니다. 아니요. 저희를 찾는 건 아니었습니다. 아무래도 김지숙이라는 서울에서 온 아이와 관련이 있는 것 같습니다. 예.”
목사는 담배 연기를 뿜으며 교회로 향했다.
“아, 막걸리 사 가야지.”
홍어 삼합에는 막걸리였다.
* * *
타악!
술잔을 내려놓은 군수의 볼이 떨린다.
“허흠. 며, 몇 대를 기부해 주신다고요?”
“정수찬 사장님께서 총 1만 대를 기부해 주시겠다고 하셨습니다.”
그것도 고화질에, 음성 녹음까지 확실히 되는 최고 사양의 제품으로 말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설치비는 물론이고, 향후 발생하는 전기료와 통신료도 지속적으로 지원해 주겠다는 약속까지 해 주었다.
그 말에 군수의 심장마저 떨린다.
“허허허.”
정수찬, 그 이름을 들어 본 적 있다.
블랙박스의 창시자, 정수찬.
재일교포로, 세계 최고의 블랙박스 제작 및 유통 기업의 주인이다.
어디 그뿐인가. 고성능 및 초고성능 CCTV의 선두 주자이며, 한국 경찰들의 필수품이 된 바디캠의 창시자이다.
“아니, 정 회장님이 왜…….”
“저와 사적으로 인연이 있으셔서 말입니다. 제가 신안으로 내려왔다고 하니 어떻게든 도움을 주고 싶다고 하시더군요.”
“허…….”
CCTV 1만 대면 기계값은 물론이고, 설치비와 향후 운영비가 상당할 텐데 그걸 인연 하나로 선뜻 내주겠다는 것이 도무지 믿기지가 않았다.
“어떡하시겠습니까? 부담스러우시다면…….”
덥썩!
“내가 부담스러운 게 아니라 정 회장님이 부담스러울까 봐 그렇지요. 허허. 정 회장님의 호의, 감사히 받겠다 전해 주십시오.”
군수는 그러며 종혁이 예뻐 죽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하. 알겠습니다. 군수님의 말씀, 꼭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오, 감사합니다! 자, 그럼 실무적인 이야기는 아래 직원들에게 돌리고, 저희는 한잔할까요?”
“그러실까요?”
둘은 술잔을 부딪치며 빙그레 웃었다.
술자리가 끝난 후.
남겨진 군수가 종혁이 떠난 자리를 보며 눈을 가늘게 뜬다.
“내 복이 될지, 아니면…….”
이미 M 컴퍼니의 종배수 회장과 인연이 깊다는 걸 드러낸 종혁. 그런데 정수찬 회장과도 인연이 깊다.
둘 모두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기업의 오너들.
막대한 자산을 소유한 것만으로도 함부로 대하기 힘든 종혁이 인맥도 넓고 깊으니 군수로서는 부담스러워질 수밖에 없었다.
군수란 군의 왕과 같은 존재.
종혁은 그런 그의 권위를 위협할 존재라고 할 수 있었다.
“뭐, 일단은…….”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지 군수의 얼굴이 흥분과 기대로 일그러진다.
“어이구. 잘 지내셨습니까, 이 회장님. 납니다. 혹시 회장님께서 CCTV 설치도 하지 않았던가요?”
누군가와 통화를 하는 그의 입가에 미소가 가득 피어났다.
* * *
맴맴맴맴! 찌르르르르!
매미가 시끄럽게 우는 가룡리의 정자.
“저 씨부럴 매미 새끼들은 아직도 지럴이네!”
부채로 땀을 식히던 노인이 부채를 집어 던진다.
며칠 전 학교리에 새로 생긴 신안경찰서장이라는 젊은 놈이 왔던 이후부터 시작된 짜증.
모두 저기 나무뿌리에 앉아 있는 지숙 때문이다.
부모에게도 버려지고, 할머니는 짐이라 여기는 천덕꾸러기.
그래서 건드렸다. 어차피 누구도 신경 쓰지 않을 아이였으니까.
처음엔 좀 안쓰러웠다. 말도 어눌해서는 다른 애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거 같아서.
그런데 조막만 한 입으로 과자를 갉아 먹는 모습을 보니 참을 수 없어서 결국 건드리게 됐다.
“그년이 뭔 말은 안 했다고는 했는디…….”
노인은 주변을 스쳐 지나는 몇몇 노인과 장년인 몇 명을 훑어봤다.
죄다 자신과 비슷한 표정을 짓는 그들.
“어, 이장! 나여, 칠봉이! 그때 그 서장이란 양반이 뭣 땀시 잔치를 열어 줬다고 했제?”
-주민들과의 화합 때문이라고 했지라.
“뭔 놈의 거시기로 5백만 원을 쓴데? 뭔 낌새가 있는 거 아녀?”
-있제.
노인, 오칠봉의 눈이 번뜩 뜨인다.
“뭔디?”
-씨씨티부이.
“그게 뭔디?”
-아따, 소학교 안 나온 거 티 내요잉. 거 허공에 매달린 카메라 있잔여라. 과속 감시하는 거.
“아, 거시기?”
과속카메라 같은 걸 말하나 보다.
-그것 좀 단다고 한다던디요? 알고 봉께 웬 범죄자 새끼덜이 우리 가룡리를 많이 지나갔더라고라. 그라고 성님들이나 아랫놈들도 걸핏하면 멱살 잡지 않소. 그 때문에 신고가 얼마나 들어갔는지 아쇼?
어디 그뿐인가. 가룡리에서 제일가는 보물인 아이들이 차에 치일 뻔한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혹여 사고가 나면 곧바로 범인을 잡고자 CCTV를 설치한다는데 반대를 할 수 없었다.
“뭐시여?! 그런 중차대한 일을 너 혼자 결정한 겨?!”
-다른 성님, 누님들, 청년회 회장하고는 이야기 끝냈는디?
“나는 못 들었는디!?”
오칠봉이 펄쩍 뛴다. 왠지 모르게 찾아든 불안감 때문이다.
-당연히 못 들었겄지라. 막말로 성님이 마을 기둥은 아니잖아요. 논이 있는 것도 아니고, 밭이 있는 것도 아니고.
부양할 가족도 없이 혼자 산다.
저축한 돈이 없어 연금으로 근근이 먹고살기에 마을 발전 회비조차 낼 수 없는 오칠봉. 마을의 중대사를 결정하는 데 그의 발언은 중요하지 않았다.
“야, 이 썩을 놈아! 말을 그따위로 할껴?!”
-그랑께 젊었을 때 회비 좀 팍팍 내지 그러셨소.
오칠봉은 참 얌체처럼 지냈었다.
자신의 아버지, 즉 전대 이장이 아니었으면 오칠봉은 이미 진즉에 마을에서 쫓겨났을 거다.
“이놈의 새끼가!”
-아, 몰라라. 쩌그 순덕 어머님도 찬성하셨당께요.
오칠봉은 입을 다물었다.
마을 최고 웃어른이자 올해 97세임에도 여전히 정정한 박순덕. 그분이 찬성하셨다는데 올해 고작 78세밖에 안 된 젊은 자신이 반대할 순 없었다.
“끄응.”
-할 말 없지라? 그럼…… 어? 뭐! 벌써 왔다고? 씨씨티부이 설치할 업자들 왔당께 끊을게라!
“야! 야!”
핸드폰을 붙들며 부들부들 떨던 오칠봉은 자리를 박차며 가룡리의 도로가로 달려갔다.
* * *
가룡리가 며칠 전처럼 시끄러워진다.
막 뛰어나온 오칠봉을 일견한 형사수사계장이 업자들이 설치를 하는 CCTV를 보며 혀를 내두른다.
“아따, 이게 며칠 만에 허가가 날 줄 몰랐네요잉.”
CCTV 설치 및 관리는 경찰이 아니라 행정부서 관할이다.
방범, 주정차 단속, 쓰레기 무단투기 등 이 모두 행정부서 관할이기 때문이다.
즉, 아무리 경찰이 설치해 달라고 떼를 써도 행정부서가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면 CCTV는 설치할 수가 없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게 고작 며칠 만에 통과됐다.
대체 어떤 마법을 부린 걸까.
형사수사계장의 은근한 눈빛에 종혁은 어깨를 으쓱였다.
“돈으로 안 되는 게 있나요.”
“……사랑합니다.”
“돈이 없어서 수사 못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충성을 바칠게라.”
히죽 웃은 종혁은 모인 사람들을 주욱 둘러봤다. 그건 형사수사계장도 마찬가지다.
“그런디 그쪽에서 아무 말 안 하던가요?”
“당연히 앓는 소리를 하셨죠.”
관내에서 발생하는 모든 아동, 청소년 관련 범죄는 아동청소년계 관할이다. 즉, 이번 사건도 아청계 관할이어야 하는데, 종혁이 그걸 형사수사계로 돌린 것이다.
모두 확실한 처벌을 위해서였다.
“대신 회식비 거하게 쏘기로 했습니다.”
“……서장 임기 끝나고 어디 가시면 나 좀 데려가셔요. 짖으라믄 짖을 텐게.”
“하핫! 아, 거기 아니고 그보다 좀 더 위쪽으로 설치해 주세요.”
“이, 이쪽이요?”
“그보다 왼쪽으로…… 거기! 예, 됐습니다!”
“……CCTV도 잘 보시네.”
어쩜 저렇게 딱 원하는 자리를 가리키는 걸까.
“계장님도 잘 보시잖아요.”
아니, 범인을 잡기 위해 열심히 뛰어다닌 베테랑 형사라면 다들 잘 본다.
언제나 원하는 장소를 비추지 않는 CCTV. 그렇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CCTV를 설치해야 할 최적의 위치를 깨닫게 된다.
“흐흐. 괜히 본청에서 불도저라고 불린 게 아니구마요.”
‘대체 뭘 어떻게 해야 이런 괴물이 만들어지는 걸까잉.’
이건 거의 타고났다고 봐야 한다.
‘자, 그럼 나도 일해 볼까?’
이렇게 떠먹여 줬는데도 가만히 있는다면 개새끼였다.
“자, 다들 모여 보시랑께요!”
“그려! 다들 모여 봐요!”
“모이세요! 모이세요!”
이장과 군청 관계자의 외침에 주민들이 의아해하며 모이자, 형사수사계장이 1톤 트럭에 올려져 있는 박스를 열어젖힌다.
“이것이 바로 씨씨티부이라는 것인디요, 쉽게 설명하믄 내 집의 경비원이라는 것입니다! 다들 고추나 참깨, 말리던 물고기 같은 것들 도둑맞은 적 있지라?”
“있지라!”
“어떤 놈인지 잡히기만 하면 아주 절단을 낼 껴!”
시골이라고 절도 사건이 없을까.
아니다. 범죄 의식이 낮다 보니 사소한 절도 사건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거기다 담벼락에 오줌을 갈기거나 구토를 하고, 쓰레기와 담배꽁초를 버리는 일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아이들이 벨을 누르거나 집에다 돌을 던지고 도망치는 건 또 어떤가.
같은 동네 사람이겠거니 해서 말을 하지 않을 뿐, 그들의 가슴속에는 짜증이 들끓고 있었다.
“아따 우리 어머니, 아버지들 당한 게 많나 보네요잉! 그래서 이번에 저희 서장님과 군수님이 대국적으로 이야기하셔서 여러분들에게 이런 경비원들을 달아 주려고 하는 거랑께요! 자, 쩌그 계시는 서장님과 멀리 계시는 군수님을 위해 박수!”
“와아아아!”
짝짝짝짝짝!
종혁은 웃으며 고개를 숙이자 박수 소리가 더 커진다.
“근디 그거 설치하믄 전기세 많이 나오는 거 아녀?!”
“전기세? 오메. 그러믄 안 되는디?”
“아따, 우리 서장님과 군수님을 물로 보시는구마이! 당연히 전기세 지원도 들어가죠잉!”
“오오오!”
“자, 다시 박수!”
“와아아아!”
“아따 서장님 뭐하신다요. 이럴 땐 와서 사진도 찍고, 잉?”
“그려! 그려! 최 서장, 이리 와서 사진 찍자고!”
“아하하.”
어색하게 웃으며 이장과 형사수사계장에게 다가간 종혁은 열린 박스를 보곤 눈썹을 꿈틀거렸다.
‘이건 또 뭐야?’
정수찬 회사의 것이 아닌 게 몇 박스 끼어 있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종혁의 고개가 CCTV를 설치하러 온 업자들에게로 향한다.
무슨 일인지 이쪽 눈치를 보며 연신 땀을 훔치는 설치 업자들.
“자, 서장님! 이쪽 좀 보시랑께라! 하나둘, 셋! 김치!”
“김치!”
일단 이장과 악수를 하는 사진을 찍은 종혁은 CCTV 설치 업자들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한 사람의 작업복을 잡아 끌어내렸다.
“뭐, 뭐시여! 시방, 뭐하는 거요!”
“……하, 씨발.”
까드득!
작업복 안에 입은 까만 반팔 속, 팔뚝에 새겨진 용 문신.
종혁은 뒷목을 주무르며 업자를 내려다봤다.
“이태흥이 씹새끼네 식구들이냐?”
“흡?!”
업자의 얼굴이 하얗게 질린다.
어이없다는 듯 웃은 종혁은 핸드폰을 꺼내어 이태흥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태흥 사장님, 이 개씹새끼야. 지금 당장 쓸어버리기 전에 내 CCTV 들고 튀어 와.”
“히이익!”
업자가 경기를 일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