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689화 (689/837)
  •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689화>

    “니 새끼니께 니가 데려가란 말여!”

    -몰라요, 몰라! 끊어요! 바빠!

    “야! 야! 이런 육시랄 놈!”

    지숙의 할머니가 고개를 홱 돌린다.

    앞마당 나무 그늘에 앉아 있다 고개를 돌리는 손녀딸, 지숙.

    쫑긋거리는 귀에 지숙의 할머니가 한숨을 내쉰다.

    “……썩을 년.”

    혀를 찬 그녀는 다시 전화기를 들었다.

    “예. 나 지숙이 할매요.”

    지숙은 다시 전화를 하는 할머니를 빤히 응시했다.

    * * *

    꺄르르! 와하하!

    피서객들의 웃음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오는 방갈로.

    지숙의 손을 잡은 이십대 후반의 여성이 직원에게 넘겨받은 카드키를 도어락에 가져다 댄다.

    삐리릭!

    “와아!”

    문을 열자마자 그녀를 반기는 이국적인 향기와 포근함으로 둘러싸인 세모꼴의 공간.

    대학생 시절 태국에 놀러 갔을 때 머물렀던 방갈로의 감성이 그대로 전해진다.

    “어떡해! 냄새까지 똑같아!”

    아로마와 나무가 혼합된 오묘한 향기. 동남아의 향기.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른 여성이 발을 동동 구르다 얼른 지숙을 본다.

    “지숙아, 너도 좋지? 그렇지?”

    “네.”

    깨끗하다. 좋은 냄새가 난다.

    ‘눈 아파.’

    언제나 어두운 할머니 집과 달리 눈이 아프도록 밝다.

    멍하니 내부를 둘러보는 지숙의 모습에 여성이 정신을 차리며 씁쓸하게 웃는다.

    본래는 함께 사는 할머니와 함께 와야 했던 지숙.

    여성은 할머니와의 통화를 떠올렸다.

    -난 저 오살할 년과 한방에 있을 생각 없응께 선생님이 데려가쇼.

    ‘대체 왜……. 그래도 손녀인데…….’

    손녀인데 왜 이렇게 싫어하는 걸까.

    ‘나쁜 사람.’

    지숙의 담임인 박지영이 울상을 짓다가 새하얀 침대를 멍하니 바라보는 지숙의 모습에 더 무너지려는 표정을 애써 수습한다.

    “지숙아, 저게 침대라는 거야. 우리 침대에 한번 누워볼까?”

    “……?!”

    지숙으로선 TV로만 봤던 침대. 정말 그래도 되냐는 듯한 눈빛에 박지영은 환하게 웃으며 지숙을 끌어안는다.

    “가자!”

    “꺅!”

    타다닥! 풀썩!

    침대에 다이빙을 하는 박지영.

    갑자기 다가오는 바닥에 눈을 질끈 감았던 지숙은 온몸을 포근히 감싸는 이불의 감촉에 눈을 동그랗게 뜬다.

    이게 깃털의 무게일까.

    이게 햇살의 냄새일까.

    “음, 새 이불 냄새.”

    이불 냄새.

    폭신하면서도 가벼운 이불에서 풍기는 포근한 향기에, 언제나 쿰쿰한 냄새가 나는 이불을 덮고 자서 이불은 언제나 그런 냄새가 나는 줄 알았던 지숙이 충격을 받는다.

    그리고 이불을 꽉 쥐며 더 파고든다.

    방갈로 안에 잠시 행복한 침묵이 내려앉는다.

    “……지숙아! 짐 풀자!”

    이러다 자 버릴 것 같은 느낌에 다급히 몸을 일으킨 박지영이 들고 온 캐리어를 열어젖힌다.

    2박 3일의 오픈 기념 이벤트.

    맨날 보는 신안의 바다임에도 왠지 처음 온 낯선 곳인 듯 달라 보였던 바다.

    8월 말이 되면 다시 학교에 출근해야 하기에 알차게 즐겨야 했다.

    “흐흥. 뭘 입을까.”

    비키니와 원피스 수영복, 그리고 그 위에 걸쳐 입을 옷들이 나온다.

    쪼르르 박지영의 옆으로 온 지숙이 선생님의 피서용 옷들을 보며 갸웃한다.

    “아, 우리 지숙이 짐부터 풀까?”

    지숙이 메고 온 작은 가방을, 맨날 등교할 때 메던 가방을 가져온 박지영이 눈을 껌뻑인다.

    “……지숙아, 옷은?”

    팬티 한 장과 과자 두 봉지만 달랑 있는 가벼운 가방.

    “옷.”

    입고 있는 옷을 가리키는 지숙의 행동에 박지영의 억장이 무너진다.

    “하, 할머니가 옷 안 챙겨 주셨어?”

    “빨래했는데…….”

    “모두 다?”

    그럴 리가 없다. 설사 어제 빨았다고 하더라도 여름이기에 마를 시간은 충분했다.

    그 순간 그녀의 머릿속에 한 가지 사실이 스친다.

    “여름옷이 몇 벌이니?”

    1학기 내내 상의 3개, 하의 4개를 돌려 입었던 지숙.

    빨래도 잘 안 해 주는지 어쩔 땐 꼬질꼬질했고, 냄새도 났었다.

    그런데 여름옷이라고 많이 사 줬을까.

    떨리는 그녀의 눈을 향해 손가락 네 개가 펴진다.

    “윗도리 2개, 바지 2개? 소, 속옷은?”

    지숙은 팬티를 가리켰고, 박지영은 털썩 주저앉았다.

    “서, 설마 브래지어도 없는 거니?”

    “브래지어……?”

    “아아.”

    짐작이 맞았다.

    3학년 때부터 2차 성징을 시작해 가슴이 부풀기 시작한 지숙이. 아직 브래지어를 찰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준비를 해야 하기에 지숙의 할머니에게 말을 했는데, 아무래도 할머님이 손녀가 미워 사주지 않은 것 같다.

    “……안 되겠다.”

    피서 따위를 즐길 때가 아니다.

    “선생님이랑 속옷부터 사자.”

    그녀는 지숙의 손을 붙잡고 방갈로를 나섰고, 지숙은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선생님을 보며 의아해했다.

    ‘답답해.’

    캐릭터가 그려진 속옷을 입은 지숙이 어색해한다.

    “이걸로 여섯 개씩 더 주세요.”

    “아이고, 딸이 예쁘네. 이름이 뭐여?”

    “아, 딸이 아니라…….”

    “안녕하세요. 압해초등학교 3학년 김지숙입니다. 나이는 10살.”

    “오메메. 인사도 잘하네. 근디 압해도 사람이 뭐헌다고 여그 증도까지 왔디야? 이건 서비스! 다음에도 또 와.”

    자신의 말만 쏟아 낸 가게 주인 때문에 오해를 바로잡지 못한 박지영은 얼떨떨해하며 밖으로 나왔다가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지숙의 모습에 빙그레 웃는다.

    “지숙아, 당분간 이걸로 매일 갈아입어 봐. 계속 입어 봤는데 불편하면 선생님한테 꼭 이야기하고.”

    자신의 몸에 맞지 않으면 혈액 순환 장애나 소화 장애를 일으키는 등 오히려 몸에 좋지 않은 브래지어.

    자신의 선택에 따라 입지 않는 것이 몸에 더 낫다고 판단된다면 반드시 입어야만 하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건 선택했을 때의 이야기다.

    지숙은 브래지어의 존재 자체를 모르고 있었고, 선택의 여지 자체가 주어지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면 지숙에게 스스로가 무엇을 선택할 수 있는지 알려 주는 것이 선생인 자신의 역할이었다.

    그러한 속뜻까지 알 수 없었으나, 자신을 생각하는 마음을 느낀 것인지 지숙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 박지영에게 내밀었다.

    “선생님, 여기.”

    만 원짜리 두 장.

    할머니가 뭔가를 사면 반드시 그 값을 치러야 한다고 했기에 습관처럼 취한 행동이었다.

    ‘……할머님이 용돈은 많이 주나 보네.’

    열 살짜리 꼬마가 아무렇지도 않게 내밀기엔 적지 않은 액수.

    손녀딸을 미워하는 듯했으나 그래도 용돈은 잘 챙겨 주는 듯하여 정말 다행이었다.

    박지영은 내심 안심하며 입가에 미소를 그렸다.

    “아니야. 이건 선생님이 지숙이에게 주는 선물이야.”

    “선…… 물?”

    선물이 뭘까.

    궁금하지만, 하나의 사실을 깨달은 지숙이 손을 든다.

    “아이, 착하다. 아이, 착하다.”

    박지영의 아랫배를 토닥이는 지숙.

    가슴이 몽글몽글해진 박지영이 지숙의 어설프게 머리칼을 뒤로 묶은 작은 머리통을 쓰다듬는다.

    “그래. 우리 지숙이도 착하네.”

    두 사람의 입가에 행복의 미소가 걸린다.

    그 순간 노릇한 향기가 박지영의 코끝을 스친다.

    저 멀리 세워진 간이천막에서 볶아지고 있는 음식.

    박지영의 눈이 동그래진다.

    ‘저것도 팔아?!’

    “지숙아! 우리 알감자 먹을래?!”

    알감자는 또 뭘까.

    지숙은 잡아끄는 선생님의 손길에 이제 자신의 것이 된, 선생님이 주는 선물이 든 봉지를 꼭 끌어안으며 걸음을 성큼성큼 옮겼다.

    “자, 아!”

    지숙은 입안으로 쏙 들어온 작은 알감자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 * *

    “와아! 배부르다! 지숙이 너도 배부르지?”

    입에 빨간 밥풀을 붙인 지숙도 배를 두들기다 고개를 끄덕인다.

    “이 가격에 이런 퀄리티라니…….”

    아무리 음식의 고장 전라도라지만 이건 가성비가 너무 좋다.

    “아니지. M 컴퍼니는 서울 기업이었지, 참?”

    이런 음식들이, 가게 이름에 M이 붙은 곳에서 판매하는 것들이 2박 3일 동안 모두 공짜라니 믿기지가 않았다.

    “지숙아! 우리 카페…… 지숙아, 졸려?”

    어느덧 저녁 9시.

    해가 모두 지면 불을 켤 수 없기에, 할머니가 혼을 내기에 빨리 자야 하는 지숙으로선 이미 꿈나라에 향해 있을 시간이었다.

    “에구구. 그럼 숙소로 돌아갈까?”

    “아니요.”

    지숙은 고개를 저었다.

    난생처음 먹어 본 볶은 통감자.

    입안에서 보슬보슬 부서지던 감촉과 달큰하게 입천장에 달라붙던 맛.

    솜사탕은 구름처럼 몽실몽실했고, 달고나라 불리던 건 좀 썼다.

    시끄러운 사람들 사이 발바닥 아래로 뭉개지던 모래의 감촉은 간지러웠다.

    모든 게 새로웠다.

    그런데 그보다 더 좋은 건 바로 선생님의 미소였다.

    -썩을 년. 개 같은 년. 밥이나 처먹어!

    언제나 얼굴을 찌푸리고 있는 할머니.

    언제나 심장을 아프게 하는 말을 하는 할머니.

    -안녕? 앞으로 지숙이랑 1년 동안 함께할 담임선생님인 박지영이라고 해. 만나서 반가워?

    언제나 화를 내는 할머니.

    그러다 만난 예쁜 선생님. 언제나 웃던 예쁜 선생님.

    그런 선생님과 함께해서 좋았다.

    더 함께하고 싶었다.

    하지만…….

    ‘안 되는데…….’

    눈이 너무 무거운 지숙은 결국 까무룩 잠이 들어 버렸고, 살짝 흔들던 박지영이 옅게 웃으며 안아 든다.

    그리고 숙소로 돌아가 침대에 조심스럽게 눕힌다.

    씻고 잤으면 좋으련만 어쩔 수가 없다.

    뒤로 묶은 머리끈을 풀어 준 박지영이 지숙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울상을 짓는다.

    “그래도 손녀인데…….”

    그나마 밥은 챙겨 주는 것 같지만, 그 외엔 일절도 신경 쓰지 않는 지숙의 할머님.

    “하아.”

    어떻게라도 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어떻게 할 수가 없다. 자신이 담임선생님이라고 한들 결국 타인, 남에 불과했으니까.

    뻐엉! 뻐뻐벙!

    해변의 밤은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듯 시끄럽게 터지며 하늘을 아름답게 수놓는 불꽃.

    꽉 닫힌 창문을 비집고 들어오는 웃음소리.

    지숙의 머리를 쓰다듬던 박지영이 몸을 일으키다 멈춘다.

    어딜 가지 말라는 듯 지숙이 그녀의 소매를 꼭 잡고 있었다.

    박지영의 얼굴에 더 짙은 아픔이 번진다.

    뜨겁고 떨리는 감정이 차오른다.

    “후우. 잘 자렴.”

    더 있다가는 울어 버릴 것 같은 박지영은 지숙의 손을 조심스럽게 떼어 내며 몸을 일으켰다.

    달칵!

    방갈로에 어둠과 함께 고요한 침묵이 찾아들었다.

    * * *

    “하아. 밤은 이제부터 시작인데…….”

    지숙과 함께 놀러 오면서 얼마나 기대를 했던가.

    맨날 학교가 끝나면 집으로 바로 가는 지숙도 지숙이지만, 그 M 컴퍼니다. 요즘 SNS에서 가성비가 좋다고 소문이 난 M 컴퍼니.

    M-호텔은 거의 4성급 호텔에 버금간다고 했었다.

    그래서 기대를 많이 했는데 즐길 수가 없다.

    묵직한 돌처럼 마음을 짓누르는 지숙 때문이다.

    “애가 얼마나 경험을 못해 봤으면…….”

    휴게소를 가면 흔히 먹을 수 있는 알감자에 놀랄까.

    올올이 풀어지는 솜사탕에 신기해할까.

    “후우.”

    주위 눈치를 본 그녀가 조심스럽게 맥주를 마신다. 술이 아니면 이 속 타는 마음을 다스릴 수 없을 것 같다.

    “와하핫!”

    “여기야, 여기!”

    한쪽에 비치 체어들이 놓인 카페 M-been의 넓은 테라스.

    “……잘 만들어 놨네.”

    밝은 낮에 왔다면 더 예뻤을 것 같은 카페 인테리어.

    그녀는 멍하니 바다를 바라보며 다시 맥주를 입에 가져갔다.

    그때였다.

    드륵!

    “혹시 여기에 자리가 있을까요?”

    “어머! 당신은?”

    고개를 돌린 박지영이 한 손에 맥주를 든 종혁을 발견하곤 깜짝 놀란다. 낮에 M 컴퍼니의 사장과 함께 축하사를 했던 신생 신안경찰서의 젊은 서장.

    당황해 주위를 둘러본 그녀는 어느새 빈자리가 없이 꽉 찬 테이블들에 한 번 더 당황한다.

    “최종혁 서장님…… 이라고 하셨죠?”

    앞으로 우전해수욕장의 치안을 각별히 신경 쓸 테니 언제든 편한 마음으로 놀러 와 달라던 기분 좋은 저음 때문에 확실히 기억한다.

    “아하하. 이런 미인께서 제 이름을 기억해 주시니 영광입니다. 신안경찰서 서장 최종혁입니다. 어머님께선…….”

    단순히 이름을 묻는 것이지만, 박지영의 눈이 떨린다.

    “어머니는 아니고, 지숙이 담임인 박지영이에요. 만나서 반가워요.”

    “역시 그렇죠?”

    “어머. 뭐예요. 제가 유부녀인 줄 아셨어요?”

    “그랬다면 꽤 슬퍼했을 겁니다.”

    “오호호호!”

    ‘어머머!’

    멘트는 올드한데, 몸 좋고 얼굴이 되는 사람이 말하니 꽤 기분 좋게 다가온다.

    종혁은 분위기가 살짝 풀리자 그녀의 맞은편을 가리켰다.

    “좀 앉아도 될까요?”

    “네. 그럼요.”

    “감사합니다.”

    의자에 앉은 종혁이 맥주병을 그녀를 향해 기울이자 박지영도 배시시 웃으며 맥주병을 기울인다.

    쨍!

    “그런데 지숙 학생 보호자는 일이 있으셨나 보네요?”

    “네. 좀…… 바쁘셔서요.”

    어색하게 웃은 그녀는 다시 맥주를 입에 가져간다.

    “선생님 일도 참 힘드시겠어요. 이렇게 방학 때도 쉬지 못하고 학생을 케어해야 하니까요.”

    “아뇨, 아뇨. 지숙이가 얼마나 순한데요.”

    그리고 지숙이 덕분에 M 컴퍼니의 신형 숙소, 방갈로의 첫 손님이 될 수 있었다. 안 그래도 예쁜 지숙이 더 예뻐 보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집에서 할 일 없이 쉬는 것보다는 차라리 아이들과 함께 어울리는 게 훨씬 즐거운걸요.”

    그래서 얼른 개학이 됐으면 싶다.

    선생님 하고 안겨드는 아이들을 얼른 안아 주고 싶었다.

    “어휴. 선생님 말 안 듣고 장난치며 떠들 텐데요? 다 그럴 나이 아닌가요?”

    좋아하는 이성에게 심술궂게 행동할 나이.

    성적 호기심을 아무 거리낌 없이 드러낼 나이.

    “남학생, 여학생끼리 참 많이 다툴 나이지 않나요?”

    ‘혹시 당신 학급도 그러냐.’

    지숙이 ‘아이, 착하다’를 배웠을 것으로 추정되는 장소 중 한 곳인 그녀의 반.

    속내를 숨긴 종혁은 그녀의 표정 변화를 빤히 살피고, 그럼 낌새를 눈치채지 못한 박지영은 미소를 짓는다.

    “저도 그럴 땐 참 얄밉고 힘들지만, 그래도 아이들만 보면 웃음이 나는걸요.”

    “……아이들을 많이 좋아하시나 보네요.”

    “네. 그렇지 않다면 초등학교 교사를 못하죠.”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하지만, 다부짐이 가득한 눈빛에 종혁이 잠시 입을 다문다.

    “대단하십니다.”

    참 많은 단어와 감정이 함축된 칭찬.

    박지영의 볼이 살짝 붉어진다.

    “그러면 혹시 학생이 다른 학생을, 학급이나 학년이 다른 학생이 다른 아이를 괴롭힐 때는 어떻게 대처하십니까?”

    “음. 일단 혼을 내기는 하는데, 일단 저희 초등학교엔 그런 아이들이 거의 없어서요.”

    부모들끼리 다 아는 사이라서 그런다.

    한 다리 건너면 다 아는 시골인 신안.

    고학년이 저학년을 괴롭히거나 같은 반 아이들끼리 왕따를 하는 일은 없다. 혹여 있다고 해도 부모님께 말하면 다음 날 모두 해결이 되어 버린다.

    “그건 다행이네요. 또 그러면 혹시 마음이 더 가는 학생이 있을까요? 물론 누굴 더 사랑하고, 덜 사랑할 순 없다지만 저도 그런 사람들이 있어서요.”

    “……있죠. 저도 사람인데.”

    지숙이다. 언제나 마음이 쓰이는 지숙.

    종혁은 누군가를 아련히 떠올리는 박지영을 보며 눈을 빛냈다.

    “이를테면요?”

    움찔!

    정신을 차린 박지영이 종혁을 빤히 본다.

    ‘이 사람?’

    방금 전 물음도 그렇고, 뭔가 목적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의아했다.

    “그런데 이런 건 왜 물어보…… 아, 큰 사고를 치는 아이들은 없는데요? 저희 학교 애들은 그럴 애들도 아니고요!”

    종혁은 경계심이 잔뜩 서리는 그녀의 모습에 푸근히 웃어 주었다.

    “이거 오해를 하게 만들었군요. 그런 게 아니라 이번에 신안경찰서에서 신안군 초등학생 중 사정이 어려운 일부 학생을 선별해서 장학금과 생활비를 전달할까 해서 여쭤봤던 겁니다.”

    “정말요?!”

    “예. 일단 제가 서장으로 취임하고 있는 동안은 그럴 예정입니다.”

    그러니 있으면 말해 달라는 눈빛에 그녀는 안심을 하면서도 눈을 빛냈다.

    “그렇다면 있어요!”

    자신이 다니는 압해초등학교 학생들 중 이런 도움이 필요한 몇 명의 학생이 있지만, 그중 제일 급한 학생이 있다.

    바로 본인이 가르치는 학급의 아이.

    “오늘 제가 데리고 온 지숙이요.”

    “……그렇습니까? 이유를 알 수 있을까요?”

    대체 어떤 힘든 사연이 있기에 곧바로 지숙이를 말하는 것일까.

    낯빛을 굳힌 종혁이 자세를 바로 하자 그녀는 주먹을 꽉 쥐었다.

    “일단 지숙이는 다른 아이들보다 지능 지수가 낮아요.”

    쿵!

    “……예?”

    “혹시 경계선 지능이라고 아시나요?”

    경계선 지능.

    흔히들 경계성 지능 장애라고 알고 있는 그것.

    뒤통수를 후려 맞은 듯한 충격에 종혁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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