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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688화 (688/837)
  •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688화>

    타악!

    담벼락이 쳐진 작은 집 마당, 평상에 앉아 콜라가 가득 든 대접을 내려놓은 우길주가 담배를 물며 하늘을 본다.

    새벽이 지나며 햇볕이 점점 뜨거워지는 아침.

    “이놈은 왜 이렇게 안 온대…….”

    “으히히!”

    우길주가 밖에서 들리는 아들의 웃음소리에 이놈이 또 뭘 집어 와서 자랑을 할까 미소를 짓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뭐, 뭐여!”

    담벼락 위로 몸이 모두 올라온 아들, 우성경.

    마치 허공을 둥둥 떠다니는 모습에 우길주가 기겁하며 일어선다.

    “아빠!”

    “니 거기서 뭐해!”

    다급히 문을 열고 나간 우길주는 우성경을 목말 태운 종혁을 발견하곤 깜짝 놀란다.

    “서, 서장님?”

    “아버님 음식 솜씨가 좋으시다면서요? 식사 얻어먹으러 왔습니다.”

    우길주는 눈을 껌뻑였다.

    작은 밥상 위에 차려진 계란프라이와 스팸, 그리고 비엔나소시지.

    모두 아이들이 좋아할 반찬들이었다.

    “차린 건 없지만 많이 드세요.”

    “어이쿠, 잘 먹겠습니다.”

    갑작스럽게 찾아와 밥을 얻어먹음에도 너무 당당한 종혁의 모습.

    우길주는 떨떠름해하며 우성경의 손에 들린 과자를 빼앗고 숟가락을 들려 줬다.

    매일 있는 일인 듯 우성경이 순순히 밥을 뜨자 그 위에 계란프라이를 잘라 올려 주는 우길주.

    밥을 한입에 털어 넣고 웃는 아들을 보며 우길주도 웃고, 종혁도 보기 좋은 두 부자의 모습에 미소를 짓는다.

    “아, 그런데 서장님이 여기까진 무슨 일입니까?”

    “어제 일로 우길주 씨에게 어떤 불이익이 없었는지 좀 살펴보려고 왔습니다.”

    “아이고!”

    우길주는 다급히 손을 저었다.

    물론 원망의 소리를 듣긴 했지만, 자신도 한바탕 쏘았기에 별 타격이 없다.

    “솔직히 저도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돗자리 하나에 2만 원인 게 말이 되는가.

    하지만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어쩔 수 없이 일을 했을 뿐이다.

    “어제와는 좀 다르신데요?”

    “어흠흠. 일당을 4만 원이나 준다는데 어쩌겠습니까. 거지 같아도 해야지. 그런데…….”

    “우전리 청년회는 어떻게 되냐고요?”

    종혁은 어제 있었던 합의 내용에 대해 알려 주었다.

    알맹이는 모두 빠진 대략적인 설명이었지만, 우길주는 다행이라며 자기 일처럼 좋아했다.

    “아이고. 증도도 이제 발전 많이 하겠네.”

    “압해읍에도 많은 게 들어올 테니까 성경이를 위해 거기까지 가지 않으셔도 됩니다.”

    “어, 어휴. 뭘요. 필요한 거 있으믄 목포로 가면 되지라.”

    얼마나 먼 거리라고 목포를 놔두고 증도까지 갈까.

    “그런데 그거 하나 때문에 찾아오셨어라?”

    “아뇨.”

    낯빛을 굳힌 종혁은 우성경을 봤다.

    “성경아.”

    “네?”

    “혹시 어제 경찰 아저씨에게 말한 3학년 누나 기억나? 성경이에게 아이, 착하다 알려 준 누나.”

    “네, 지숙이 누나! 알아요! 가룡리에 사는 누나예요!”

    “가룡리?”

    종혁은 사정을 모르면서도 가룡리란 말에 반응하는 우길주의 모습에 눈을 빛냈다.

    ‘뭔가 있구나?’

    * * *

    웅웅웅!

    작고 낡은 선풍기가 쿰쿰한 냄새를 밀어내는 작은 방.

    교과서와 책들이 꼽힌 앉은뱅이책상 아래 머리를 집어넣은 소녀가 누워 있다.

    밤새 더워 시원한 곳을 찾은 걸까.

    곰돌이 팬티와 명치까지 말려 올라간 공주 티셔츠가 땀에 젖어 있다.

    “으응.”

    쿵!

    “아얏.”

    슥슥 등을 밀고 나온 열 살의 단발머리 소녀가 밤새 산발이 된 머리를 문지르며 주위를 둘러본다.

    창호지 문틀 사이로 내리쬐는 햇빛.

    어쩐지 덥다 싶었는데 자다 보니 방문 앞까지 나왔는가 보다.

    소녀는 축축하게 젖은 옷을 벗어 던지며 문을 열고 나간다.

    넓지만 좁은 마당 한구석, 뒤집어진 항아리들 앞에 놓인 수도꼭지. 소녀로선 높기 그지없는 담벼락이 소녀의 알몸을 가린다.

    수건으로 한 번 더 몸을 가린 소녀는 수돗가로 다가간다.

    촤아아아아!

    빨간 고무 대야에 받아지는 시원한 물.

    소녀는 큰 수건으로 가린 몸을 그대로 집어넣는다.

    “읏!”

    몸을 움츠린 소녀는 밤새 달아오른 몸을 얼리는 지하수 물줄기에 미소를 지으며 옆에 놓인 샴푸를 집어 든다.

    사악, 사악. 어푸, 어푸.

    얼굴과 머리를 문지르는 고사리손에 눈에 낀 눈곱이 떨어져 나가고, 흙먼지와 햇볕에 탄 갈색 피부가 제 모습을 드러낸다.

    “푸하!”

    시원하다.

    소녀는 환하게 웃으며 마루에 놓인 또 다른 수건을 들어 머리와 몸을 말린다.

    “이년아! 물하고 수건 좀 작작 써야!”

    움찔!

    문을 거칠게 연 날카로운 눈매의 할머니.

    “안녕히 주무셨어요.”

    “어이그, 썩을 년. 백날 말해도 들어 처먹지를 않지!”

    쾅!

    문을 닫은 할머니가 노인 특유의 냄새를 뿌리며 마루를 지나 부엌으로 들어간다.

    소녀의 귀에 희미하게 들리는 가스레인지 점화 소리.

    “미친 연놈들. 싸질러 놨으면 지들이 키워야 할 거 아녀!”

    눈매처럼 날카로운 말이 소녀의 심장을 찌른다.

    소녀는 명치를 다독이며 방으로 들어가 선풍기 앞에 서 몸과 머리를 말린다.

    얼음장 같은 물로 씻어서 그런지 시원하게 느껴지는 바람.

    머리까지 말린 소녀는 앉은뱅이책상 옆에 놓인 제 몸 크기의 거울 앞에 서서 머리끈과 빗을 집어 든다.

    오늘은 갈래머리. 머리끈에 달린 방울이 서로 부딪치며 소녀를 단장한다.

    반팔과 반바지까지 모두 차려입은 소녀는 담배 연기가 흘러나오는 안방을 지나 부엌으로 들어가 국이 보글보글 끓고 있는 가스레인지를 끈다.

    밥을 푸고, 국을 푼 소녀.

    언제나 펴져 있는 상 위에 놓인 마른 김과 간장이 소녀의 유일한 반찬이다.

    소녀는 뜨거운 국에 밥과 김을 말며 식사를 시작했다.

    맴! 맴! 맴!

    매미가 시끄럽게 울어 대는 거목 아래.

    집이 훤히 보이는 나무 아래에서 소녀가 아이스크림을 베어 문다.

    “흐하!”

    너무 차가워 입을 달싹인 소녀의 얼굴이 느슨하게 풀린다.

    나무뿌리에 주저앉은 엉덩이가 뒤로 밀리며 소녀의 등이 나무에 기댄다.

    꺄르르! 하하하!

    꾀꼬리 같은 아이들 웃음소리에 소녀의 고개가 돌아간다.

    “이거 봐라!”

    “우와! 그게 뭐데?”

    한 소년이 새하얀 스마트폰을 높이 쳐들자 함께 웃던 아이들이 깜짝 놀란다.

    “이번에 나온 핸드폰인데 아빠가 사준 거여!”

    “정말? 니 아부지가 사 준거여?!”

    “우와아아!”

    “오메, 이게 뭐시여!”

    방방 뛰던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더 탐구하고자 앉을 자리를 찾다가 소녀를 발견한다.

    “앗! 지숙이 안녕!”

    “안녕.”

    손을 흔드는 소녀, 지숙.

    아이들의 표정이 오묘해진다.

    반가워하면서도 꺼려 하는 이율배반적인 모습.

    “지숙아, 뭐 먹어? 우왁! 붕어싸만코다!”

    다른 아이스크림보다 비싼 탓에 부모님한테 쉬이 사 달라고 이야기할 수 없는 붕어싸만코.

    아이들의 눈이 빛나자, 지숙은 그 아이스크림을 아이들에게 내민다.

    “먹어.”

    “지, 진짜? 먹어도 돼?”

    “응.”

    눈이 번쩍 뜨인 아이들은 지숙의 손에서 아이스크림을 낚아채 아옹다옹하며 베어 문다.

    한 입, 또 한 입.

    지숙이 절반밖에 안 먹은 아이스크림이 금세 사라져 버린다.

    혹시 뭔가 더 없을까 지숙의 주변을 살피던 아이들은 이내 실망한다.

    “야.”

    “알았어. 가자.”

    “지숙아, 안녕.”

    “……안녕.”

    손을 흔든 지숙은 멀어지는 아이들을 바라보다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든다.

    할머니가 쓰다가 고장이 나서 버린 슬라이드폰.

    이젠 켜지지도 않는 장난감.

    드륵, 드륵.

    시끄러운 매미 소리와 슬라이드가 밀리는 소리가 절묘하게 어울리며 합주를 한다.

    그렇게 한참을 밀고 내리던 지숙이 한숨을 폭 쉬며 몸을 일으키는 순간이었다.

    지숙에게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허허. 지숙아, 잘 잤냐?”

    고개를 든 지숙의 눈에 비치는 한 노인.

    “안녕하세요.”

    “놀러 나왔어? 어디 가려고?”

    “저수지요.”

    모기가 많지만, 다리를 담그고 있으면 물속 먼지들과 풀들이 발을 간지럽혀서 놀기가 좋다.

    “그려? 슬슬 해가 뜨거워지는디 저수지를 가겠다고? 그러다 탈 날 건디? 그러지 말고 할애비랑 같이 시원한 할애비 집에 갈까?”

    움찔!

    몸이 작게 흔들린 지숙이 다시 노인의 얼굴을 본다.

    푸근한 미소만 가득한 노인의 얼굴.

    “가서 에어컨 바람 맞으믄서 수박도 까먹고, 참외도 까먹는 거여. 어뗘?”

    수박, 참외. 여름에만 먹을 수 있는데, 할머니 혼자만 먹는 맛있는 과일들.

    꼴깍 침이 넘어간 지숙이 할아버지의 손을 잡는다.

    “으허허허허! 그려, 그려. 가자.”

    슬쩍 주위를 둘러본 노인은 지숙을 데리고 본인의 집으로 향한다.

    덜컹!

    열리는 철문 안으로 들어가는 둘.

    몇 시간 후, 만 원짜리 지폐를 쥔 손으로 다 풀려 버린 머리를 쓸어내리는 지숙이 다른 손으로 입을 닦으며 노인의 집을 나선다.

    “아이, 착하다. 아이, 착하다.”

    아랫배를 쓰다듬은 지숙은 지폐를 주머니에 쑤셔 넣으며 저수지를 향해 걸었다.

    * * *

    “하, 분명 들어 봤는데.”

    신안과 여자아이.

    이 두 개의 키워드에 머릿속이 간질거려진 종혁이 미간을 좁힌다.

    ‘분명 들어 본 사건인데…… 미성년 강간 살인이었던가?’

    아무리 기억을 헤집어도 떠오르질 않으니 골치가 아프다.

    “으음.”

    초등학교 3학년이면 이제 성에 대해 눈을 뜨기 시작하는 나이다.

    그러나 아직 사회에 성교육의 필요성이 충분히 알려져 있지 않은 것이 현실. 도심이 아닌 시골에선 더더욱 그러했다.

    아이들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성을 깨우치고, 성적 호기심을 충족한다.

    여기까지만 생각하면 지숙이란 아이가 단순히 넘치는 성적 호기심에 의해 성경에게 장난을 친 것일 수도 있겠지만, 어렴풋이 떠오르는 기억에 의하면 그건 결코 아니었다.

    여기에 우길주의 한 말도 마음에 걸린다.

    -가룡리에 원수 같은 놈이 하나 있어서라.

    말은 그렇게 했지만, 분명 가룡리 자체를 꺼려 하는 모습이었다.

    “가룡리…….”

    학교리나 송곡리와 비교하면 확실히 작은 마을이었다.

    가구라고 해 봐야 겨우 120가구 정도나 될까. 가장 큰 마을이 그 정도고, 그보다 작은 마을은 10가구, 20가구나 겨우 산다.

    “일단…… 움직여 봐야겠네.”

    하지만 결코 부주의하게 움직여선 안 된다.

    본능과 지금까지 나온 단서가 그렇게 경고하고 있다.

    눈빛을 가라앉힌 종혁은 몸을 일으켰다.

    이번 일에서 가장 먼저 만나야 할 사람은 정해져 있었다.

    * * *

    -에이! 에, 에, 에이!

    이번에 컴백한 걸그룹의 노래가 울려 퍼지는 증도의 우전해수욕장.

    “와아! 바다다!”

    입고 온 티셔츠를 벗어 던지며 바다로 달려드는 남자와 여자들.

    풍덩 온몸으로 만끽하는 바다의 시원한 짠맛.

    “파라솔 대여료가 5천 원이라고요?”

    “여기 좀 와 봐! 먹거리가 엄청 다양해!”

    “야! 너 여름휴가 아직 안 갔다고 했지? 그러면 신안에 있는 우전해수욕장으로 한번 가! 여기 겁나 싸고, 좋다!”

    해변가에 줄줄이 놓인 파라솔과 테이블.

    그리고 해변가 도로를 따라 줄줄이 서서 치명적인 향기를 흘리고 있는 간이매점들과 식당.

    흔히 볼 수 있는 간단한 길거리 음식부터 시작해서 큐브 스테이크, 문어꼬치, 랍스터구이, 곱창볶음 등 수많은 음식이 관광객들의 지갑을 열게 만든다.

    이전에 한 번이라도 우전해수욕장을 방문한 적 있던 이들은 작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달라진 풍경에 깜짝 놀라고, 다리가 놓이며 접근성이 좋아지자 처음 우전해수욕장을 방문한 이들은 이런 곳이 있었냐며 감탄을 토한다.

    그렇게 수많은 이들로 붐비는 해변가의 주차장으로 십여 대의 승용차가 한꺼번에 들어섰다.

    부우우웅! 끽!

    차들이 서자마자 내리는 사람들.

    “오메! 여기가 참말로 우전이 맞는 겨?”

    “아이고, 상전벽해가 되어 브렀네!”

    손자의 손을 잡고 내리는 할아버지, 자식들의 손을 잡고 내리는 부부, 동생의 등을 밀치며 내리는 학생까지 각양각색의 이들이 잘 포장된 드넓은 주차장에 내려서며 감탄을 토한다.

    그건 이십대 후반의 여성의 손을 꼭 잡고 있던 지숙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서로를 바라보며 눈을 크게 뜨곤 인사를 나눴다.

    “음마? 넌 정덕이 아들 아니냐!”

    “잉? 형님네도 당첨됐소잉?”

    “아, 안녕하셨어라.”

    모두가 아는 사이인 듯 반갑게 인사를 하는 그들에게 유니폼을 입은 한 여성이 다가선다.

    “안녕하세요. 저희 M 컴퍼니의 오픈 기념 이벤트에 당첨되신 분들 맞으시죠?”

    “신안군의 초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뽑는다던 이벤트를 말하는 것이 맞어라?”

    갑자기 걸려온 전화 한 통.

    이번에 신안군의 모든 초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우전해수욕장 인근의 M 컴퍼니 시설 전부를 2박 3일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오픈 기념 이벤트를 벌이는데, 거기에 당첨됐다는 전화였다.

    “네, 맞습니다!”

    “그렇다면 맞는 것 같소잉.”

    “다행이네요. 그러면 당첨자 확인부터 할게요! 김선우 어린이?”

    “여기요! 야가 선우여라!”

    직원의 호명에 손을 들며 다가서는 사람들.

    “모두 오셨네요. 그러면 우선 숙소로 이동해서 짐부터 푸신 후에 차례로 M 컴퍼니의 시설들을 안내해 드릴게요. 두 줄로 서 주세요!”

    직원은 사람들이 두 줄로 서자마자 그들을 이끌고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직원이 바로 옆에 있는 M-호텔을 지나쳐 걸어가자 사람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잉? 호텔로 가는 거 아녀?”

    “네. 여러분들께서 머무실 숙소는 저희 M 컴퍼니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숙박 시설이에요. 바로 여기요!”

    직원이 환하게 웃으며 한쪽 가리키자 사람들이 눈을 동그랗게 뜬다.

    몽글몽글 작고 하얀 조약돌밭에 세워진 나무로 된 세모꼴의 집.

    그 주변을 감싸고 있는 푸른 초목과 저 멀리 백사장에서 환호성을 지르며 노는 이들이 한 풍경에 담기자 이국적인 느낌을 자아냈다.

    그 독특하면서도 자연의 풍취가 물씬 느껴지는 방갈로에 사람들은 저마다 감탄을 토했다.

    “나무로 지어진 거 봉께, 오두막인가?”

    “오메! 오메! 저거 빠가로 아녀!”

    “빠가로? 그게 뭐다냐?”

    “아따, 자식들이 해외여행 한번 안 보내 줬소. 저거 동남아에 있는 빠가로라는 거잖여! 오메. 저걸 한국에서 볼 줄은 몰랐는디.”

    “그려! 아주 뒤질 때까지 우려먹어라!”

    ‘방갈로인데…….’

    직원이 어색하게 웃는 순간이었다.

    삐유유유! 뻐버버버버벙!

    마치 그들의 도착을 알리듯 하늘을 향해 솟구쳐 터지는 폭죽.

    그들은 깜짝 놀라며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봤다.

    그렇게 그들의 휴가가 시작되었다.

    한편 방갈로 옆에 지어진 높다란 M-호텔의 스위트룸.

    아래를 내려다보는 종혁이 눈을 빛낸다.

    ‘저 아이가…….’

    고개를 들어 하늘을 수놓은 불꽃을 멍하니 바라보는 짧은 단발의 작은 소녀, 지숙.

    종혁은 멍한 표정 속 반짝이는 호기심을 가만히 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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