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686화 (686/837)
  •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686화>

    부우웅!

    양옆으로 나무들이 우거진 좁은 2차선 도로를 달리는 마을버스 안.

    아직 학생 티를 벗지 못한 20살 여섯 남녀가 흥분으로 들썩이는 엉덩이를 진정시키지 못한다.

    난생처음 친구들끼리 온 외박 여행.

    도심에선 느낄 수 없는 상쾌한 풀 내음에 심장이 두근거리고, 절로 웃음이 새어 나온다.

    그들의 꺄르르, 꺄르르 웃음 가득한 수다에 함께 마을버스에 탄 증도의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흐뭇하게 웃음을 지었다.

    매년 이맘때마다 시끄러워지는 증도지만, 이렇게 젊은 사람들이 와 주는 것만으로도 참 고맙고 예쁘기 그지없다.

    “아까 거기 어때? 죽이지?”

    “응! 정말 아름답더라!”

    파랗고 희미한 자줏빛으로 물들었던 염생식물 군락.

    해초가 아님에도 식물이 바닷물을 먹으며 자라는 것도 신기한데, 그 색깔도 꽤 신기했다.

    “다음 달에 오면 더 죽일걸? 아까 그 식물들이 9월쯤이 정말 절정이거든.”

    “진짜?”

    오늘도 충분히 아름다웠던 풍경.

    그런데 오늘보다 더 아름답다니 믿기지가 않았다.

    “전에 부모님이랑 한번 와 본 적이 있거든. 다음 달에 한 번 더 와 볼래?”

    “오, 좋다!”

    “나도! 나도!”

    친구들이 너도나도 손을 들자, 제안을 꺼냈던 남성이 흐뭇하게 웃는다.

    “하암. 그런데 시간이 좀 오래 걸리긴 한다.”

    “이것도 다리가 새로 생겨서 엄청 빨라진 거야. 전에 부모님이랑 왔을 땐 배 타고 들어왔거든.”

    “배?! 아, 그래서 그렇게 인터넷을 뒤져 봐도 안 나왔던 거구나?”

    “응. 아는 사람만 아는 그런 곳이었달까?”

    “우와! 나 배 한 번도 못 타 봤는데!”

    “나도! 배 타 보고 싶다!”

    “부모님이랑? 부모님은 여길 어떻게 아셨어?”

    “아, 엄마랑 아빠가 날 여기서 만드셨다던데?”

    “꺅!”

    순간 볼을 붉힌 남녀들의 눈이 호기심으로 불탄다.

    “어머? 어떻게? 배표 끊겨서 여관 잡고 이 선 넘어오면 안 돼, 오빠 믿지 막 그러셨던 거야?”

    “아니? 해가 지니까 오늘은 그냥 자고 가자고 하셨다던데?”

    “지, 직접적으로? 꺄아아!”

    “그래서? 아버님이 그다음에 어떻게 하셨는데?”

    “아버지가 아니라 엄마가 그러셨다던데?”

    “……하긴 어머님이 좀 와일드하시지.”

    여장부이시자 가장이신 친구의 어머님을 떠올린 그들은 잠시 숙연해졌다.

    “와아! 바다다, 바다!”

    “오오! 해수욕장이다!”

    눈앞에 펼쳐진 넓은 백사장과 사람들.

    난생처음 도심을 벗어나 여행을 나온 아이들의 눈이 초롱초롱 빛나기 시작했다.

    “비싸…….”

    해변이 보이는 펜션에서 고기를 구워 먹고 술을 마실 걸 기대했던 그들.

    하지만 펜션의 숙박비가 끔찍했다.

    방 하나가 무려 23만 원.

    원래 남녀 따로 방을 잡으려 했던 그들은 쪼들리는 예산에 어쩔 수 없이 방 하나만 잡아야 했다.

    방과 거실이 분리되어 있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여행 시작부터 난처해질 뻔했다.

    “부모님이랑 여행 왔을 땐 이렇게 안 비쌌던 것 같았는데…….”

    “우리가 신경을 못 썼던 거지. 어쩐지 한 사람당 6만 원씩 걷는다고 말했을 때 엄마랑 아빠가 웃겨 죽으려고 하더라니.”

    친구들끼리만 처음 여행을 와 본 그들로서는 여행지의 물가가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흔히 볼 수 있는 모텔 숙박비 정도만 생각했기에 예산을 1인당 6만 원씩만 잡았던 것인데, 예상치 못한 지출로 벌써 돌아갈 차비를 빼면 예산이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물론 각자 더 돈을 차출하면 되는 문제였지만, 큰 지출이 달가울 수는 없었다.

    “미안. 더 알아보고 왔어야 했는데…….”

    “아, 아냐! 우리 모두 알아볼 생각 안 했잖아!”

    “그래! 이런 일도 있으면 저런 일도 있는 거지! 우리도 잘못했으니까 땅굴 그만 파! 자, 어쨌든 방도 잡았으니까 바다로 돌격!”

    “돌격!”

    “와아!”

    아이들은 해변으로 달려갔고, 친구들과의 첫 여행에 대한 계획을 짰던 남성은 어깨를 늘어트리며 바다로 향했다.

    “꺄아!”

    “잡아! 죽여!”

    “오, 오지 마! 오지 마! 아아악!”

    풍덩!

    그들은 모든 걸 잊고 해변의 즐거움에 흠뻑 빠져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남성의 얼굴 한쪽엔 그늘이 져 있었다.

    “아! 빡세다.”

    “크크. 체력이 저질이네.”

    “넌?”

    “나도 저질임.”

    “크크크.”

    웃으며 바다를 나서던 그들은 아직도 우울한 표정을 짓는 남성의 등을 쳤다.

    짜아악!

    “으악!”

    “괜찮다니까 그러네! 제대로 알아보지 않은 우리도 잘못한 거라니까!”

    “하지만…….”

    “아, 진짜 미치겠네. 야, 우리가 몇 년 친구냐? 우리가 고작 이딴 걸 가지고 뭐라 할 것 같아? 너 진짜 그렇게 생각해?”

    남성은 진지하면서도 엄한 친구의 모습에 고개를 숙였고, 그 친구는 남성의 어깨를 두드렸다.

    “정 미안하면 음료수라도 쏴. 그럼 봐준다.”

    “오! 그럼 난 포카리!”

    “난 아스크림! 바닷물을 많이 마셔서 그런가 물이 안 땡겨! 막 돼지바 같은 거 사 오면 죽는다? 이 누나는 떠먹는 거 아니면 안 먹어!”

    “그냥 처먹어라, 돼지야. 그런 걸 처먹으니까 그렇게 살찌지.”

    “오냐. 오늘 죽자.”

    “켁! 켁켁!”

    “……그래. 미안.”

    어깨를 늘어트린 남성은 지갑을 챙기고자 짐을 놔둔 곳으로 향했다.

    “어?”

    짐 앞을 서성이는 웬 아저씨.

    깜짝 놀란 남성과 친구들이 다급히 달려간다.

    “뭡니까? 누구세요!”

    “아, 여기 짐들 주인?”

    “그런데요?”

    “여기 우전리 청년회에서 나왔는데, 여기다 짐 같은 거 놔두려면 돗자리 펴야 된다는 거 못 들었어요?”

    “모, 못 들었는데요?”

    “돗자리 안 챙겨 왔는데…….”

    그래서 챙겨 온 수건들로 지갑 등 귀중품들을 감싸 놓았다.

    “대신 담요 깔아도 되죠?”

    “뭐 그래도 상관없는데, 그럴 거면 만오천 원.”

    “예?”

    “자릿세요, 자릿세. 돗자리 구입할 거면 2만 원.”

    “아, 아니 그게 무슨…….”

    남성과 친구들이 깜짝 놀라자 중년인은 심드렁히 코를 후비며 남성과 친구들 양옆으로 펼쳐진 돗자리나 텐트들을 가리켰다.

    저기들도 다 똑같이 하고 있다고.

    유난 떨지 말라고.

    그런 의미가 담긴 가리킴에 그들은 펄쩍 뛸 수밖에 없었다.

    “말도 안 돼!”

    “맞아요! 이런 게 어디 있어요!”

    “여기 있제. 아무튼 자리 안 살 거면 빨리 짐들 다 빼고.”

    “지, 지금 당장 짐을 어디다 빼요.”

    도로변에 두기라도 하란 말인가.

    그들은 미치고 팔딱 뛸 것 같았다.

    “그것까진 난 모르겠고. 나도 잠깐 도우러 온 거라.”

    돈을 낼 거면 내고, 말 거면 말라는 듯한 중년인의 모습에 친구들은 그들도 모르게 자신들을 여기로 데려온 남성을 봤다.

    “아니…….”

    작년에 부모님과 올 때까지만 해도 이런 건 없었다. 자신이 못 봤던 것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었다.

    “끙. 얼마라고요?”

    남성은 지갑을 찾는 친구들의 모습에 몸을 들썩였다.

    “자리만 빌리는 거면 만오천 원, 돗자리까지 빌리면 2만 원.”

    2만 원을 더 내서 4만 원을 내면 파라솔까지 펴 준다.

    훈훈하게 웃는 중년인의 모습에 결국 남성의 설움과 자책이 폭발한다.

    “씨이! 진짜 너무하네-!”

    자신들끼리 돈을 모아서 여행을 가 보자는 이야기에 자신 있게 여행지로 추천했던 우전해수욕장.

    부모님과 함께 왔을 때 즐거운 추억만 남았던 곳이기에 나만 믿으라며 데려왔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마음처럼 되는 게 하나도 없다.

    이럴 줄 알았으면 더 알아볼걸.

    부모님에게 여쭤볼걸.

    온갖 후회와 자책이 남성을 뒤흔든다.

    “야, 야. 그만해. 내면 돼.”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지! 이런 게 어디 있는데-!”

    “무슨 일입니까?”

    고개를 돌린 남성과 친구들이 눈을 동그랗게 뜬다.

    “겨, 경찰 아저씨!”

    얼굴이 확 밝아지는 남성.

    자신의 억울한 마음을 알아줄 사람이 나타나서인지 남성의 눈물이 더 펑펑 쏟아진다.

    설움을 쏟아 낸다.

    갑작스런 남자의 눈물에 종혁은 당황을 감추지 못했다.

    “일단 좀 진정하시고 무슨 일인지 차분히…… 응? 우길주 씨?”

    “서장님?”

    한우 위탁 사기의 피해자 중 한 명인 우길주.

    “우길주 씨가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증도가 아니라 압해도 송곡리 주민인 우길주.

    “그게 아는 형님이 오늘 하루만 좀 맡아 달라고 부탁을 해서…….”

    “아빠…….”

    ‘어? 이 아이는?’

    우길주의 뒤편에서 눈을 비비며 다가오는 소년을 발견한 종혁은 다시 놀란다.

    송곡리 선착장에서 봤던 그 긴팔 입은 소년.

    “아이고, 차에서 자고 있지 뭘 일어났어.”

    ‘아. 그 뒷모습만 보였던 양반이 우길주 씨였구만?’

    종혁은 오늘도 긴팔을 입은 소년의 앞에 쪼그려 앉았다.

    “안녕? 경찰 아저씨들이 아빠랑 좀 할 이야기가 있어서 그런데 이걸로 맛있는 것 좀 먹고 올래?”

    만 원짜리 지폐에 눈이 번쩍 뜨인 소년은 우길주를 봤고, 우길주는 입맛을 다시며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그래, 예쁘다.”

    종혁이 푸근히 웃으며 소년의 머리에 손을 얹는 순간이었다.

    움찔!

    ‘응?’

    몸을 움츠리는 소년.

    하지만 그것도 이내 잠시. 배시시 웃으며 스스럼없이 머리를 기대는 소년의 모습에 종혁은 고개를 모로 기울이다 일어섰다.

    “그래. 얼른 가 보렴?”

    “네!”

    소년은 후다닥 저 멀리 있는 슈퍼를 향해 달려갔고, 종혁은 우길주를 일견하며 남성과 그 친구들을 봤다.

    “무슨 일입니까?”

    “그게요!”

    남성과 친구들이 말을 다다다 쏟아 내자 종혁의 낯빛이 굳는다.

    “우길주 씨, 이게 정말입니까?”

    “예. 맞는디요?”

    종혁은 뭐가 잘못됐냐는 듯 의아해하는 우길주의 모습에 면장을 봤다.

    “아시는 일입니까?”

    “아니, 그게……. 허어. 거참.”

    알긴 아는데 이렇게까지 심각한 건지는 모르는 것 같다.

    “설마 관리를 위탁하고 있는 겁니까?”

    “아니, 그건 아닌디…….”

    정식으로 관리를 위탁하는 건 아니다. 어차피 동네일인지라 우전리 청년회에 약간의 예산을 지원해 주고 있을 뿐이었다.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습니까?”

    “그럼 불법이라는 소리네요?”

    “아따, 마냥 그렇다고는 볼 수 없고…….”

    우전해수욕장이 지자체 소유이기는 하지만, 우전리 소유기이도 하다.

    그런 면장의 말에 종혁은 우길주를 봤다.

    “우전리 청년회에서 그런 가격을 받으라고 했단 말이죠?”

    “그렇지라?”

    종혁은 헛웃음을 터트렸다.

    이는 강매다. 그것도 협박에 의한 강매.

    종혁은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화를 누르며 입을 열었다.

    “그럼 청년회에 연락해서 사업자 등록증 좀 가져오라고 하세요.”

    “……예? 사, 사업자 등록증이요? 그런 것도 필요합니까?”

    “예. 상행위를 하시려면 사업자 등록증이 꼭 필요하죠.”

    “그래요? 잠시만 기다려 보세요?”

    그래도 광주광역시에 살아서 사투리가 덜한 우길주는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기 시작했고, 종혁은 그 핸드폰을 낚아채 귀에 가져갔다.

    “아니, 서장님?!”

    -여보세요?

    “신안경찰서 서장입니다. 지금 해수욕장인데 사업자 등록증 가지고 튀어 오세요.”

    -뭐요? 누구?

    “신안경찰서 서장 최종혁이라고요. 옆에 면장님도 계신데 바꿔 드릴까요?”

    -아따, 서장님께서 뭐헌다고 사업자 등록증을…….

    “아가리 털지 말고 오라고, 씨발놈아. 강매랑 사기죄로 싹 다 쓸어버리기 전에.”

    쿵!

    “자, 잠깐, 서장님!”

    종혁은 다급히 자신을 잡는 면장을 봤다.

    “우전리 청년회에 아는 사람이라도 있으세요?”

    우전리 청년회에게 돈을 받았냐는 물음.

    종혁의 눈이 서늘해지자 면장의 얼굴이 하얗게 뜬다.

    “무슨……! 서장님, 그게 아니라 이렇게 되면 해수욕장 관리가…….”

    “면장님. 제가 방금 전에 말씀 드렸잖습니까.”

    언제고 마음 놓고 바다 풍광을 바라보며 추억을 쌓을 수 있는 곳이라는 이미지를 심어 주어야 하는데, 이런 강매와 바가지 요금이 판을 친다면 과연 사람들이 즐겁게 올 수 있을까.

    “그건 맞는디…….”

    우전리 청년회의 회비가 여기서 모두 충당된다.

    “동네에 어디 부서진 곳 있으면 수리하고, 없이 사는 분들에게 쌀이나 부식도 좀 사다 드리고…….”

    방학이라고 놀고 있는 학생들을 불러다 해수욕장 관리를 맡기며 용돈도 쥐여 준다.

    이 모든 게 여름에만 찾아오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바짝 벌어 해결하고 있는 것이었다.

    “후우. 면장님, 한 가지 묻겠습니다. 청년회가 주민분들게 돈을 받고 있다는 거 알고 계셨습니까, 모르고 계셨습니까?”

    부서진 걸 수리해 주면 그 주인이 그냥 고맙다고 말로만 싹 입을 닦을까.

    고생했다고 시원하게 막걸리 한잔 사 먹으라고 수리비에 막걸리값까지 더해서 쥐여 주는 거다.

    쌀이나 부식을 사다 주는 건 전부 면사무소에서 지원해 주는 예산으로 처리하고 있는 것일 터.

    즉, 해수욕장에서 벌어들이고 있는 폭리는 전부 우전리 청년회의 주머니로 고스란히 들어가고 있다는 소리다.

    신고가 들어온 게 몇 건 있었다.

    청년회가 아무래도 돈을 착복하는 것 같다는 신고가.

    그리고 신안의 해수욕장을 찾은 사람들이 강매를 당했다는 신고가.

    “그 때문에 안 그래도 증거 잡아 한번 뒤집으려고 했는데, 이렇게 단서가 떡하니 나오네요.”

    “아이고, 서장님!”

    “면장님, 저희 경찰입니다. 불법이 자행되는 걸 뻔히 목격했는데도 봐주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최소한 지자체와 협의해서 정식으로 허가를 받고 운영이 되어야죠.”

    그리고 가격도 가격이다.

    돗자리 하나에 2천 원, 튜브 5천 원.

    이 정도 가격이 해수욕장을 찾은 관광객들이 용납할 수 있는 마지노선일 것이다.

    이 이상은 봐줄 수 없었다.

    “아니, 그래도 이게 다 동네일인디…….”

    “그 동네일 때문에 관광객이 안 옵니다.”

    다리까지 놓았는데, 관광객의 숫자와 만족도가 변함이 없으면 어떻게 될까.

    면장이라는 알량한 자리부터 위태로워진다.

    “끄으응.”

    면장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물러섰다.

    그때였다.

    타다닥!

    “면장님!”

    “아, 청년회 부회장!”

    “아따, 이게 뭔 일이래요?! 얼라들 용돈벌이 좀 시켜 주려는 건디 사업자 어쩌고 해 블믄 거시기 해 블지라! 우리가 하루 이틀 본 사이도 아니고!”

    게다가 해수욕장 관리를 면사무소에서 위탁받지 않았던가.

    “위, 위탁은 무슨! 언제 그런 말을 했대!”

    “……오메. 진짜 이러면 거시기 해 븐당께요?! 참말로 손 떼요? 그럴까라?”

    움찔!

    “거시기, 부회장. 그게 말이여…….”

    종혁은 자신이 옆에 뻔히 있는데도, 면장에게 타박을 하는 중년인을 보곤 눈을 가늘게 떴다.

    “우전리 청년회 부회장님?”

    “그란디요? 누구요?”

    “하나 묻죠. 사업자 등록했습니까, 안 했습니까?”

    움찔!

    “그래, 그렇겠지.”

    종혁은 허리춤에서 수갑을 꺼내 들었다.

    철컥!

    “당신과 우전리 청년회를 해변가 불법 영업 및 사기, 강매 혐의로 체포합니다.”

    “오, 오메! 이게 뭐시다요! 면장님!”

    종혁은 핸드폰을 들었다.

    “예, 서장입니다. 과장님, 지금 당장 우전리 청년회 및 신안군 모든 청년회에 대한 압수수색 진행해 주세요. 죄목은 해변가 불법 영업 및 사기, 강매, 횡령, 배임 등입니다. 그러면서 리베이트 등 범죄 공모 같은 것이 있는지도 확인하세요.”

    면장은 눈을 질끈 감았고, 우전리 청년 부회장은 입을 떡 벌렸다.

    * * *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애써 이렇게 신안을 찾아 주셨는데, 좋은 모습을 못 보여 드려 죄송합니다. 이건 사죄의 의미로 드리는 것이니 이번 여행에 보탬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종혁은 10만 원을 꺼내어 남성에게 쥐여 주었고, 화들짝 놀랐던 남성은 이내 쭈뼛거리며 고개를 숙였다.

    “가, 감사합니다.”

    “아이고메…….”

    아까까지만 해도 심드렁했던 우길주가 잡혀가는 청년부회장을 보며 안절부절못한다.

    “제가 잘 이야기할 테니까 너무 걱정 마세요.”

    어차피 구속조차 못할 사소한 일. 조사를 마친 후 함께 술을 마시며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할 생각이다.

    그래서 인정할 건 인정하게 하고, 양보할 건 양보하며 조율을 할 생각이다.

    “그렇다면 다행이긴 한디…….”

    우길주와 함께 가슴을 쓸어내리는 면장.

    미소를 짓던 종혁은 아이스크림을 빨며 다가오는 소년을 발견하곤 눈을 반짝였다.

    아무래도 마음에 걸렸던 방금 전 소년의 반응.

    “아이고, 뭘 이렇게 흘리고 먹어.”

    손수건을 빼 든 종혁이 햇빛에 녹은 아이스크림이 묻은 옷을 닦으며 자연스레 소매를 걷고 배를 걷는다.

    ‘없네?’

    멍은 없다.

    ‘착각인가?’

    아무래도 자신이 크게 오해를 한 것 같다.

    입맛을 다신 종혁은 몸을 일으켰고, 감사하다 고개를 꾸벅 숙인 소년이 우길주의 바짓가랑이를 붙잡는다.

    “아빠, 아빠. 방금 전에 나쁜 아저씨야?”

    “으응?”

    “막 경찰 아저씨들이 잡아가던데?”

    “그, 그렇지! 나쁜 아저씨라서 경찰 아저씨가 잡아간 거지.”

    “와아! 그럼 경찰 아저씨가 정말 나쁜 아저씨 잡은 거야?”

    “그래. 여기 경찰 아저씨가 다 해결해 주셨어.”

    “우와! 우와!”

    방방 뛰던 아이가 종혁의 앞으로 나오자 종혁이 허리를 숙여 눈을 마주친다.

    “꼬마야, 너도 막 나쁜 아저씨 발견하면 신고해야 된다? 만약에 꼬마가 부모님 말 안 듣고, 막 거짓말하는 나쁜 일을 하면 이 경찰 아저씨가 이놈 할 거야?”

    “네-!”

    밝게 웃으며 종혁을 존경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는 소년.

    종혁과 경찰들의 눈에 흐뭇함이 번지는 순간이었다.

    “아, 맞아! 경찰 아저씨!”

    “응?”

    “아이, 착하다. 아이, 착하다.”

    툭툭!

    종혁은 자신을 토닥이는 소년의 모습에, 자신의 사타구니를 토닥이는 소년의 모습에 눈을 부릅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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