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683화>
경기도 광주시.
어느 골목에 확성기 소리가 울린다.
-수박이 한 통에 만 원, 수박이 한 통에 만 원.
과일을 잔뜩 실은 채 느릿하게 나아가는 1톤 트럭.
적당한 곳에 멈춰 선 과일 장수가 확성기 소리를 더욱 키운다.
“휴. 덮네, 더워.”
기름값이 아까워 에어컨조차 켜지 못해서 그런지 운전석을 빠져나온 과일 장수의 옷이 땀으로 젖어 있다.
찰칵! 치이익!
“후우우.”
“아저씨. 수박 한 통에 얼마예요?”
“예! 한 통에 만 원, 두 통에 만오천 원입니다!”
금방 불붙인 담배를 꺾으며 얼른 손님에게 다가가는 과일 장수.
“뭔 가격이 그런데? 한 통에 8천 원 줘요.”
“한 통만 팔면 단가가 안 나와서 그래요. 나도 새벽부터 움직인 인건비는 나와야지. 좋아. 기분이다. 손님이 개시니까 9천 원에 드릴게!”
“음…… 그럼 이걸로 줘요.”
“예! 9천 원입니다.”
개중에서도 제일 큰 수박을 고른 아주머니는 희희낙락하며 떠났고, 그 아주머니가 마중물이 된 것인지 이후로 손님들이 몰려들었다.
“휴우.”
어느덧 해가 저물어 버린 오후.
여기저기 열심히 돌아다닌 덕분인지 아침에 싣고 나간 과일 중 절반을 팔아 해치운 과일 장수는 허리가방을 두툼하게 채운 현금들에 오늘은 많이 팔았다 웃으면서도 작게 갈등한다.
그의 머릿속으로 오늘의 다사다난했던 일들이 스쳐 지나간다.
수박 두 통을 샀다가 한 통을 반품하며 만 원을 달라던 사람, 멜론을 반이나 먹어 치워 놓고 맛없다고 반품한 사람, 이렇게 파는 건 불법 아니냐며 신고하기 전에 깎아 달라던 사람, 서비스로 수박을 달라던 사람 등 오늘도 진상들이 참 많았다.
“그래, 그래. 다 먹고살자고 하는 짓인데.”
그는 집 근처의 호프집으로 향한다.
“크아아!”
목구멍이 얼어붙을 듯 시원한 맥주. 오늘 하루가 힘들어서 그런지 더 맛있게 느껴진다.
그렇게 한 잔, 두 잔. 뜨거웠던 여름 땡볕의 열기가 식고, 그 자리를 술의 열기가 채워 갔다.
딸랑!
“소 한 마리 키우면 얼마가 남냐고? 한 4백쯤 남지?”
움찔!
“그렇지. 소도 잘 키우면 돈이 좀 되지. 에이, 그렇다고 한 마리만 키워서는 답 안 나와. 여기 생맥 천이랑 치킨 한 마리 주세요. 맥주는 바로 주시고요.”
“예!”
“그래. 한 스무 마리 정도는 키워야 일 년에 2천 5백은 벌지. 그것도 소를 사고 한 2년 후부터 그 정도 수익이 나오는 거고.”
과일 장수의 시선이 옆자리에 앉는 덩치 큰 사내에게로 향한다.
“뭐? 대신 키워 줄 수 없냐고? 아, 지랄하세요. 소 키우는 게 쉬운 일인지 아냐? 나야 내가 키우니까 인건비 생각 안 하지만…… 1억?”
“맥주 나왔습니다.”
“아, 감사합니다.”
꿀꺽꿀꺽!
“크으으! 뭐, 그 정도면 연 수익률이 50퍼센트니 월 4백씩은 가져가긴 하겠네.”
마치 투자금 1억 정도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가볍게 웃는 덩치 큰 사내.
이제 보니 그가 차고 있는 시계는 롤렉스에, 테이블에 내려놓은 차키는 무려 람보르기니였다.
“쯧. 알았어. 일단 넘어와 봐. 이야기는 들어 볼게. 오케이. 이따 보자. 이모! 여기 맥주 천 더 주세요!”
“아이고, 네!”
핸드폰을 내려놓은 덩치 큰 사내는 담배를 물며 혀를 찼다.
“아, 이 새끼가 친구 놈만 아니었어도 거절하는 건데. 그깟 1억 해서 얼마나 떨어진다고. 에이.”
과일 장수는 멍하니 덩치 큰 사내를 쳐다봤다.
“응? 뭡니까?”
움찔!
몸을 굳힌 과일 장수는 이내 입을 꾹 다물며 일어서 덩치 큰 사내에게 다가갔다.
“누님! 여기 사장님이 시키신 맥주 천은 내 앞으로 달아 둬요! 사장님, 제가 본의 아니게 사장님 통화를 듣게 됐는데, 궁금한 점이 있어서 말입니다.”
“아, 그러세요. 그런데요?”
“정말 소를 키우는 게 1년에 수익이 50퍼센트나 나오는 겁니까? 만약 인건비까지 포함하면 수익률이 어느 정도 나오나요?”
“잘 키우면 인건비까지 다 해도 40퍼센트 나오죠? 왜요? 소 키우시게요?”
“아, 그게…… 저도 지인을 통해 소를 키우고 있는데, 전 수익률을 20퍼센트 정도로 알고 있었거든요.”
‘빙고!’
역시 자신의 생각이 맞았다. 홍지만이 신안 사람들만을 대상으로 투자 모집을 하지 않았을 거라는 자신의 예상이.
놈을 완벽하게 궁지에 몰 무기를 찾은 거다.
종혁은 속으로 환한 미소를 지었다.
‘곧 보자, 이 새끼야!’
* * *
여름의 늦은 해가 완전히 저문 강원도 원주시.
한 번화가에 벤츠 한 대가 멈춰 서며 홍지만들이 내린다.
“킁. 킁. 야, 냄새 안 나지?”
“괜찮아. 냄새 안 나.”
목욕탕을 다녀온 듯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과 전신에서 풍기는 스킨 냄새.
“킁킁? 와, 형님만 향수 뿌렸어요?”
“치워.”
손을 저은 홍지만은 바로 앞에 있는 단란주점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어머! 정 사장님!”
어깨를 활짝 펴고 들어오는 홍지만의 모습에 얼른 카운터에서 걸어 나오는 마담.
홍지만은 등 뒤에서 손을 흔드는 동생들을 무시하며 거만히 바라본다.
“잘 지냈어?”
“요새 왜 이렇게 안 오셨어요. 미란이가 얼마나 기다렸는지 아세요?”
요새라고 해 봤자 겨우 일주일 전.
신안에 다녀오고, 윤아가 잔금을 이체하는 걸 기다리다 보니 그렇게 되어 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미란은 홍지만이 이곳을 찾을 때마다 옆구리에 끼고 앉는 이 단란주점의 에이스였다.
“그래서 이렇게 왔잖아.”
묘하게 자신 있는 홍지만의 말투에 마담의 눈이 빛난다.
“어머, 우리 사장님 이번에 매출 좀 올리셨나 보다. 얼마나 올리셨어요?”
“어흠. 미란이는?”
“지금 출근해서 기다리고 있어요.”
“알았어. 여자들부터 바로 넣어 줘.”
“네, 삼촌! 여기 우리 정 사장님 3번 룸으로 모셔 드려!”
홍지만은 웨이터의 안내를 받아 안으로 들어갔고, 그들과 함께 도착한 신안경찰서 형사들은 단란주점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
“에이, 텄네. 야, 팀장님한테 연락드려.”
“예, 팀장님. 이 새끼들 단란주점으로 들어갔는디요. 어떡할까요? 예. 예, 알겄습니다.”
“뭐래?”
“서장님과 통화하고 연락 준다는디요? 금방…… 오메. 벌써 통화했는갑네. 예, 서장님. 예에?! 예, 예. 알겄습니다. 예.”
형사는 동료를 바라보며 눈을 껌뻑였다.
“발렌타인 30년 100병을 시켜도 된다는디요? 감청 장비는 차 트렁크에 있을 거라고.”
“……진짜 서장님 만세다.”
둘은 양팔을 머리 위로 들며 소리 없이 만세를 외쳤다.
그러곤 곧바로 감청 장비들을 챙겨 단란주점 안으로 들어갔다.
“어머! 어서 오세요!”
“발렌타인 30년 10병. 마담도 좀 들어오시고.”
“……이쪽으로 오세요! 제가 안내해 드릴게요!”
발렌타인 30년 10병이라는 말과 함께 내밀어지는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센추리온 카드. 일명 블랙카드.
둘을 가장 좋은 룸으로 안내한 마담의 심장이 벌렁거린다.
“호호. 사장님들께서 절 왜 보자고 하셨을까요? 저보다 훨씬 예쁜 아가씨들이 있는데…….”
마담은 둘이 내미는 경찰공무원증에 입을 다물었다.
“하, 형사라면 사람 마음을 이렇게 들었다 놨다 해도 되는 거예요? 우린 진짜 2차 안 뛴다니까요!”
“마담이 2차를 뛰건 말건 우린 상관없고, 방금 들어온 세 놈 있제?”
“정 사장님이요?”
“그려. 그놈들 방에 감청 장치 좀 심어야겄는디 말여.”
형사는 블랙 카드를 흔들었고, 마담의 눈이 흔들렸다.
“……조니워커 블루는 안 필요하세요?”
* * *
“으하하하핫!”
웃음소리가 터져 나오는 룸.
홍지만들이 애교를 부리는 파트너의 가슴을 주무르며 술잔을 기울인다.
신나게 노래도 부르고, 어느새 옷을 벗겨 질펀하게 놀던 홍지만들은 아가씨들이 2차 준비를 위해 잠시 밖으로 나가자 조용해진 룸을 흥분된 담배 연기로 채운다.
“크으. 진짜 우리 형님!”
갑자기 홍지만을 향해 엄지를 치켜드는 홍지만의 동료.
“뭐야?”
“아니, 대체 어떻게 이런 아이템을 떠올리셨나 해서 말입니다.”
언제 생각해도 감탄만 나온다.
자신들이 벌이고 있는 한우 위탁 사기.
먼 곳에 있는 투자자들에게 돈을 받아, 그 돈으로 소를 키운다. 실제로 이렇게 축사들도 짓고, 소들도 많이 데려다 키우기에 투자자들 중 누군가 불시에 찾아온다고 해도 들킬 일이 없다.
윤아가 투자한 10억도 마찬가지다.
그 투자금의 절반은 진짜 송아지를 구매했다.
윤아가 불시에 찾아온다고 한들, 부족한 건 축사 안에 있는 다른 소들까지 함께 보여 주면 된다. 그러면 들킬 염려는 없었다.
서울에 사는, 그것도 어려서부터 연예인이 된 꼬맹이가 소에 대해 뭘 얼마나 알겠는가. 2살 먹은 소를 보여 주며 10개월 된 소라고 해도 그러려니 할 것이다.
“소를 관리하는 건 또 어떻습니까?”
근처 읍내에서 껄렁거리고 다니는 꼬맹이들을 데려다가 일당을 주고 부려 먹으면 되니 자신들이 할 일도 없다.
그런 동료의 말에 홍지만은 피식 웃었다.
“내가 말했잖냐. 나 어렸을 때 소 키웠다고.”
딱 지금 두레를 세운 곳이었다.
친구들과 뛰어놀아도 시원치 않을 6살부터 시작했던 축사 일. 새벽부터 일어나 여물을 삶고, 분뇨 냄새 가득한 축사에 들어가 똥을 펐다.
힘들다 칭얼거리면 날아오던 주먹과 발.
그렇게 10년.
학교도 제대로 가지 못한 채 축사에만 처박혀 소만 바라봐야 했던 인생을 도저히 견딜 수 없었던 홍지만은 결국 서울로 가출을 했고, 이렇게 전과 3범의 사기꾼이 됐다.
그리고 2년 전 출소했을 때 다짐했다.
다신 걸리지 않는 사기를 치자고.
그때 떠올린 게 바로 이 소 위탁 사기였다.
“이 사기의 가장 중요한 점이 뭔지 알아?”
“알죠! 암요!”
홍지만이 몇 번을 말했는데 모를까.
소를 산 투자자들이 한꺼번에 들이닥치지 못하게 방문 스케줄을 조정하는 거다.
그래야 이 사기가 오래토록 지속될 수 있다.
그러다 그들이 목표로 잡은 금액을 넘기면?
“……푸흐흐.”
“으하하하핫!”
한국의 여름보다 더 덥지만, 언제나 따뜻한 동남아에 가서 왕처럼 사는 거다.
매일같이 바뀌는 미녀들과 술, 그리고 카지노의 칩.
낙원의 왕이 되는 거다.
“송아지는 언제 온다고 했지?”
“축사를 다 짓는 열흘 후까지 보내 주기로 했습니다.”
이번에 들여올 송아지 3백 마리를 키울 축사들.
“알았어. 돌아가면 사진기 한 번 더 확인하고. 고장 나면 사야 하니까.”
“예!”
그들은 서로를 보며 웃음을 흘렸다.
그 순간이었다.
똑똑! 벌컥!
“오빠!”
“오빠들!”
사복으로 갈아입고 들어오는 아가씨들에 홍지만들은 음흉이 웃으며 몸을 일으켰다.
한편 두 형사가 트지도 않은 양주병을 쌓아 둔 룸.
귀에서 이어폰을 뺀 두 형사가 서로를 보며 미소를 짓는다.
“증언 확보.”
홍지만이 자기 입으로 사기를 치고 있다고 말했다. 확실한 증거였다.
정말 최종혁 서장님 만세였다.
“……뭐여. 왜 그리 죽상인 겨?”
“아뇨.”
“아, 지랄한다.”
왜 후배 형사의 표정이 심란한지 알아차린 형사는 코웃음을 쳤다.
“야. 그럼 저보다 더 힘들게 살아왔으면서도 범죄 한 번 안 저지른 사람들은? 어? 그 사람들도 범죄자가 되어야 하냐?”
모두 그저 범죄자의 자기 합리화일 뿐이었다.
“……그라지라? 흐흐. 팀장님한티 연락드리겄습니다.”
“그려. 우리도 이만 정리하고 가드라고. 술도 다 챙기고.”
“아따. 이거 우리 수사과에 한 병씩 돌리믄 영웅 되겄는디요?”
“뭔 소리냐. 나중을 위해 쟁여 놔야제.”
혹여 나중에 다른 팀들까지 동원해야 될 큰 사건이 터졌을 때를 대비한 뇌물들.
“한 병도 안 까고요?”
“……한 병만 깔까?”
둘은 발렌타인 30년을 깔까, 조니워커 블루를 깔까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 * *
삐이! 삐이!
“음머어!”
송아지들이 울어 대는 커다란 트럭.
“어이쿠. 자, 가자. 가자.”
줄에 묶여 트럭에서 내린 송아지들이 방금 막 지어진 따끈따끈한 축사 안으로 들어가고, 홍지만은 그걸 보며 흐뭇하게 웃는다.
축사 건축에 에어컨 등 시설 설비까지 합해 총 6억 2천.
예상보다 많은 비용이 들었지만, 홍지만의 입엔 미소가 가득하다.
저 중 송아지 300마리는 언제든 현금화가 가능하고, 또 저 300마리가 몇 억, 몇 십억을 불러올 것이기 때문이다.
‘이게 바로 돈 놓고 돈 먹기지!’
들킬 일이 없는 완전 범죄.
그는 담배를 물며 여운에 젖어 들었다.
“휘유우. 이게 마지막이래요.”
“그래, 수고했어. 이건 가는 길에 밥 사 먹고.”
“아이코, 또 뭘 이런 걸. 그럼 수고하세요. 인마들아! 잘 살그라이!”
세상에 나오는 걸 직접 받아 냈던 송아지들을 향해 손을 흔든 청년은 다시 트럭을 끌고 두레를 떠났고, 홍지만은 목에 카메라를 걸고 있는 동료를 봤다.
“사진 다 찍었으면 그 꼬맹이한테 보내.”
“예, 알겠습니다!”
동료는 카메라로 찍은 사진들을 컴퓨터로 옮기기 위해 조립식 건물인 사무실을 향해 걸어갔고, 홍지만은 그걸 바라보다 핸드폰을 들었다.
“예, 윤아 씨. 방금 막 윤아 씨 송아지들이 모두 도착했습니다. 사진은 곧 찍어서 보낼 겁니다. 언제 오실…… 예?”
-지금 당장 갈게요!
“아이쿠. 오늘요?”
-네! 그런데 혼자 가려는 게 아닌데…… 괜찮을까요?
찌리릿!
홍지만의 몸이 크게 흔들린다.
“아! 지인들과 오시려는가 보구나? 예! 그럼요. 얼마든지 오셔도 됩니다. 예, 예! 그럼 잠시 후에 뵙겠습니다.”
탁!
통화를 끊은 홍지만은 주먹을 쥐었다.
“그렇지-! 이래야지-!”
“왜요? 무슨 일 있어요?”
“이 꼬맹이 년이 지 멤버들을 데려온단다!”
“헉! 진짭니까?!”
홍지만은 다른 동료를 무시하며 횡성읍에서 고용한 골칫덩이들을 불렀다.
“야! 야야!”
“예! 사장님!”
“너희 얼른 축사들 청소해!”
“……예?”
“중요한 손님이 오니까 똥 냄새 안 나게 축사들 싹 다 청소하라고! 방향제도 좀 사다가 좀 뿌리고! 자!”
홍지만이 내미는 백만 원에 튀어나오려던 불만이 쏙 들어간 골칫덩이들은 허리를 넙죽 숙였고, 홍지만은 낄낄 웃으며 사무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이내 곧 환호성이 다시 터져 나왔다.
“후우. 후.”
“사기는 무엇보다 평정심이 중요하시단 분이.”
“이게!”
자신도 모르게 발끈했던 홍지만은 이내 애써 떨리는 심장을 다독였다.
하지만 쉽게 진정되지 않는 심장.
그럴 수밖에 없다.
윤아가 소속된 그룹의 멤버는 윤아를 포함해 총 9명.
다른 8명도 똑같이 10억씩 투자를 하면 무려 80억인 것이다.
“아, 이년은 왜 이렇게 안 오는 거야!”
이따가 찾아오겠다고 연락을 준 게 벌써 7시간 전.
이 꼬맹이 년은 왜 이렇게 사람을 애타게 하는 걸까. 전에도 잔금 9억을 늦게 보내며 사람을 애타게 하더니, 이번에도 사람의 심장을 콱콱 쥐어짜고 있다.
“형님! 형님-!”
‘왔구나!’
“나가자!”
“예, 형님!”
거울 앞에서 옷매무새를 점검한 그들은 잰걸음으로 두레의 입구로 향했다.
그 순간 아래에서 올라오기 시작한 커다란 SUV 두 대.
코앞에서 멈춰 선 차들에 더 쿵쾅쿵쾅 뛰기 시작하는 심장을 달래며 환한 미소를 짓는 순간이었다.
탁! 탁!
‘어?’
차에서 내리는 종혁과 험상궂게 생긴 사람들. 그중엔 열흘 전 봤던 두 형사도 있다.
하지만 그게 문제가 아니다.
자신을 향해 인사를 하듯 손을 들며 환하게 웃는 종혁.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이 문제였다.
“아이고, 홍지만 사기꾼 새끼님. 잘 지냈어?”
오싸악!
홍지만이 경기를 일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