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681화 (681/837)
  •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681화>

    10억 발언에 싸늘하게 굳어 버린 테이블.

    낯빛이 딱딱하게 굳은 종혁이 윤아의 팔을 낚아챈다.

    “아, 왜!”

    “너 잠깐 따라와.”

    “아앗! 잠깐, 삼촌! 아파! 아프다니까?”

    종혁은 윤아를 질질 끌고 갔고, 홍지만은 그 모습을 멍하니 쳐다보다 정신을 차렸다.

    “저 잠시 화장실 좀 다녀오겠습니다.”

    “……그려, 그려. 싸게 당겨 와. 아따, 연예인이 돈을 많이 벌긴 버는 갑네.”

    “그랑께 말여. 10억이 뉘집 개 이름도 아니고. 우리 딸내미도 연예인 시켜야 할까나?”

    “니 딸이?”

    “내 딸이 어때서!”

    사람들은 혀를 내두르며 아직 어린 자식들의 미래를 떠올리기 시작했다.

    한편 체육관 옆.

    종혁이 윤아를 밀치며 담배를 물려다 관둔다.

    “하아. 야, 최윤아. 미쳤냐?”

    “왜! 나 돈 쓸 곳 없단 말이야! 맨날 숙소, 스케줄, 숙소, 스케줄! 통장에 돈만 쌓인단 말이야!”

    “그럼 차라리 그 돈으로 건물을 사! 이게 진짜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삼촌이 믿을 수 있다며!”

    “그건……! 아으. 안 돼. 아무튼 안 돼. 내가 형님한테 말해서 통장 압수하기 전에 그만둬. 알았어?!”

    “삼촌이 뭔데!”

    “……뭐?”

    “됐거든? 나도 이제 성인이거든?! 한참 됐거든?!”

    “이게 진짜!”

    “흥!”

    “……아오! 네 맘대로 해!”

    발을 구른 종혁은 돌아섰고, 윤아는 그런 종혁의 모습에 움찔 몸을 굳혔다가 이내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별꼴이야, 정말.”

    지이잉! 지이잉!

    “응, 언니! 나? 잠깐 화장실 왔어. 알았어. 지금 갈게!”

    통화를 종료한 윤아가 돌연 한숨을 뱉는다.

    “에휴. 그래도 사과는 해야겠지? 안 그러면 삼촌 엄청 삐질 테니까. 진짜 내가 애를 키운다, 키워.”

    윤아가 한숨을 푹푹 내쉬며 걷는 순간이었다.

    “꺄!”

    코너를 돌자마자 나타난 사람에 깜짝 놀란 윤아. 곧 상대방이 누군지 알아챈 그녀는 이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정지호 사장님?”

    “응? 이야기는 다 끝나셨나 봅니다? 그럼 전 화장실이 급해서…….”

    홍지만은 윤아를 스쳐 지나가며 입술을 비틀었다.

    ‘하나, 둘, 셋…….’

    “사장님!”

    “예?”

    “사장님이 어떤 사업을 하시는지 설명해 주실 수 있으세요?”

    “어이쿠, 아닙니다!”

    홍지만은 속으로 입이 찢어졌지만 겉으론 손을 저었다.

    “서장님이 그렇게 반대하시는데 그럴 수 있나요. 서장님께서 말씀하셨던 것처럼 건물에 투자해 보시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아니면 무난하게 은행에 저축하는 것도 방법이었다.

    “그게 훨씬 더 안전하실 겁니다.”

    “대신 수익률이 낮잖아요.”

    물론 은행이나 건물 임대 사업에 돈을 투자한다면 안전하게 돈을 벌 수는 있겠지만, 갑자기 건물 매매가가 치솟는 게 아니고서는 단기간에 높은 수익률을 내기란 어렵다.

    “전 얼른 돈 많이 벌어서 부모님께 효도하고 싶거든요. 그러니…… 안 될까요?”

    초롱초롱하게 뜬 눈망울에 홍지만의 눈이 흔들린다.

    “하아. 이거 안 되는데…….”

    홍지만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사업에 대해 설명했고, 윤아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30퍼센트요?! 증권사 이자보다 훨씬 많네요?”

    “아닙니다. 위험 자산에 투자를 하면 증권사도 이 정도 수익은 내요.”

    “대신 원금은 보장 못하고요?”

    “……역시 여러 사람을 만나시는 분이라 그런지 잘 아시네요.”

    “헤헤. 제가 좀.”

    종혁이 자산 관리는 일찍 할수록 좋다며 소개해 준 권&박 홀딩스 덕분이다.

    자신이 맡긴 돈을 어디에 얼마나 투자를 하고, 왜 투자를 하는지까지 상세히 설명해 주는 권&박 홀딩스.

    덕분에 투자에 대해 자연스럽게 눈과 귀가 뜨이게 되었다.

    “아무튼 현물이 딱 있으니 확실한 사업이겠네요. 투자할게요.”

    “이런 건 좀 더 고심하신 후에…….”

    “삼촌한테는 비밀로 할게요!”

    “……후. 어쩔 수 없죠. 그럼 계약서를 쓰러 가실까요?”

    “네!”

    그 순간이었다.

    “야! 최윤아!”

    “사, 삼촌!”

    윤아와 홍지만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 * *

    종혁이 죄인처럼 가만히 고개를 숙이고 있는 윤아와 홍지만을 가만히 노려본다.

    “후우……. 정말 하고 싶냐?”

    “삼촌!”

    종혁은 얼굴이 확 밝아지는 윤아를 외면하며 홍지만을 봤다.

    “정 사장님이 제게 이러실 줄은 몰랐습니다.”

    “아, 그게…….”

    “진짜 이럴 거야?!”

    “알았어, 인마. 말 안 하면 되잖아.”

    부모님을 위해서라는데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을까.

    “다, 다 들었어?”

    “그러면 내가 정말 갔을까 봐?”

    “에이. 아니지.”

    “오. 그래서 나한텐 비밀로 하려고 했어요?”

    “……잘못했어요.”

    “에휴. 내 앓느니 죽지. 우리 윤아 잘 부탁드립니다, 정 사장님.”

    “아, 아이고! 아닙니다. 제가 부탁드려야죠!”

    “에휴. 그럼 계약서 쓰러 가시죠.”

    종혁과 윤아, 홍지만은 홍지만의 차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스스슥!

    “다 됐다.”

    “하하. 수고하셨습니다. 송아지는 매입하는 대로 사진을 찍어 보내 드리겠습니다.”

    “새끼 송아지 사진도 보내 주실 수 있어요?!”

    “송아지가 소의 새끼란다, 내 무식한 조카야.”

    “아니이! 막 태어난 새끼 송아지!”

    “아하하. 보통 송아지를 살 땐 최소 6개월…… 예, 노력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아자! 감사합니다! 사진 기다릴게요!”

    “하하. 그럼 전 이만.”

    계약서를 챙겨 돌아서는 홍지만의 입이 주욱 찢어진다.

    ‘물었다!’

    호구를 제대로 물었다.

    무려 10억에 윤아라는 간판까지.

    대한민국 최정상 걸그룹 멤버이자 인지도가 가장 높은 윤아가 계약을 했다는 말만 슬그머니 흘려도 알아서 투자자들이 몰려들 터.

    그는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차로 향했다. 더 이상 이런 바다 비린내 가득한 시골 촌구석에 있을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룰루.”

    그는 동팔에게 먼저 가서 죄송하다는 전화를 하며 신안군민체육관을 빠져나갔고, 윤아는 긴장이 풀린 건지 털썩 주저앉았다.

    담배를 물던 종혁은 그런 윤아의 머리를 토닥였다.

    “삼촌.”

    “사람들이 왜 저런 사기에 속냐고?”

    “……응.”

    수익이 1년에 10퍼센트 이상 넘어가는 투자는 무조건 의심해 봐라. 이건 사회인의 당연한 상식이었다.

    “삼촌이 하나 물을까? 너 만약 삼촌이 정말로 저 사람을 소개시켜 줬다면 어떻게 했겠어?”

    “어…… 계약서 썼겠지?”

    “왜?”

    “삼촌이 보증하는 거니까?”

    “아니, 더 근본적인 이유를 생각해 봐.”

    “근본적인? 아아…….”

    그랬다. 종혁의 보증은 결국 믿음을 더해 준 것일 뿐, 투자라는 건 결국 돈을 벌기 위해 하는 것이었다.

    돈을 벌고 싶다는 마음이 없다면 누구의 소개를 받았든 투자를 할 이유가 없었다.

    “그래, 결국 돈 욕심이지.”

    그것도 막대한 돈을 쉽게 벌 수 있다는 욕심에, 이상적인 사고를 하지 못하게 되는 거다.

    “물론 그런 사람들이 많진 않겠지. 하지만 사기꾼들에겐 딱 한 명만 속일 수 있어도 충분한 거야.”

    그다음엔 자신이 속고 있다는 걸 모르는 피해자가 자신의 지인을 또 다른 피해자로 알아서 만들어 주는 거다.

    방금 전 종혁의 소개니까 믿고 투자하겠다고 말했던 윤아처럼 말이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은 어리석게도 내가 믿는 사람과 사기꾼을 동일 선상에 놓고 만다.

    “내가 믿는 사람이 소개해 주는 사람이니 믿을 만하다고 생각하는 거지. 그렇게 사기꾼이 아닌, 내가 믿는 사람에 의해서 새로운 피해자가 되어 버리는 거고.”

    사기꾼의 사기는 결코 급하지 않다.

    최소 반년, 길면 10년.

    놈들은 아주 천천히 대상자의 믿음을 갈취한다.

    자신의 말이 진리인 것처럼 믿게 만든다.

    “그래서 사람들이 미치는 거야.”

    돈도 돈이지만, 믿음이 배신당했기 때문에.

    “몸이 다치는 걸 넘어 마음마저 다치는 거지.”

    그리고 그 상처는 결코 아물지 못하고 평생토록 썩어 들어간다.

    “그, 그게 뭐야! 그러면 안 되잖아!”

    “그래. 그러면 안 되는 거지. 또 그렇게 안 되게 할 테고.”

    ‘믿음을 배신했으면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지.’

    결국 불을 붙이지 못한 담배를 부러트린 종혁의 눈이 흉흉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예. 아버님. 지금 어디십니까?”

    * * *

    신안군 군민들과의 화합을 위한 잔치란 이름의 축제를 성대하게 마친 다음 날.

    “아따, 하늘 봐라.”

    신안경찰서 형사수사계 형사들이 창문 밖 하늘을 보며 하품을 한다.

    축제의 열기가 아직 남아 있기 때문인지 묘하게 늘어진 그들. 일을 하려고 해도 도통 손에 잡히지 않는다.

    “창문이 커븐께 하늘도 잘 보이구마잉. 근디 뭔 할매들이 저러코롬 몰려온데?”

    “사랑방 때문인 것 같은디요?”

    “민원실만 뒤져 나가겄고마잉. 뭐, 우덜이랑은 상관없제.”

    혹여 취조를 받는 용의자나 피해자가 뛰어내리려는 걸 예방하는 창살이 쳐져 있긴 하지만, 통유리로 되어 있어서 그런지 가슴이 탁 트이는 것 같다.

    “염병! 뜨거 디지겄소! 블라인드 좀 치랑께라!”

    “그러니 니들이 어둠의 자식들이란 소리를 듣는 거여.”

    “팀장님은 그런 자식들의 맏형이고?”

    “……그런디 서장님 정말 대단하더라.”

    “말 돌리는 거 봐라.”

    “그래서 아니라고?”

    “그건 아니지라.”

    겨우 3곡을 부르는 데 2500만 원을 줘야 하는 홍윤정부터 시작해 남진아, 강현빈을 비롯한 최정상급 트로트 라인과 국내 최정상급 가수들을 불러 모아 잔치를 벌였다.

    아마 못해도 가수 출연료만 2억은 넘게 줬을 거다. 그걸 모두 사비로 해결한 거다.

    “진짜 그 본청에서 서장님과 함께 온 생안과 팀장 말이 진짜인갑소.”

    “그럼 뭘 해야 한다?”

    “……CCTV부터 깔자고 해 볼까라? 최신형으로다가?”

    “수사 도구들부터 지원해 달라고 해야지라. 감청 장치 좆같아서 날린 증거가 몇 개요?”

    “아, 그거 CIA에서 쓰는 거라던디요?”

    “뭐?”

    “정보화장비과랑 수사지원과에서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최소한 수사 도구가 저질이어서 범인 못 잡을 일 없을 거라고.”

    “……그럼 배 한 척 사 달라고 할까?”

    “언제 다른 섬에 가야 할지 모릉께요? 왜요? 아예 페리선을 사 달라고 하시제?”

    “말이 그렇다는 거지. 말이.”

    그런데 왜일까. 왠지 종혁이라면 정말 배를 사 줄 것만 같았다.

    “에이, 설마 그럴라고.”

    “그러지라? 그건 너무 갔지라?”

    따르릉! 따르릉!

    “예, 형사 1팀 김준식…… 예?! 아, 예 알겠구마이라. 팀장님!”

    “왜?”

    “계장님이 형사과 각 팀장들 지금 당장 대회의실로 올라오라는디요?”

    “응?”

    그들은 눈을 껌뻑였다.

    신안경찰서의 대회의실.

    강력계와 형사수사계의 계장과 과장, 팀장들이 모여 웅성거린다.

    “아따, 뭔 일로 불렀데요?”

    “일단 기다려 보자고. 뭔 이유가 있어서 불렀겄제.”

    만약 첫날 그 말도 안 되는 상금을 듣지 않았다면 어린 것이 기강을 잡으려 한다고 욕을 했을 테지만, 고작 3일 만에 종혁이 해낸 일이 너무 많다.

    그들의 눈에 기대감들이 서리기 시작하는 순간이었다.

    벌컥!

    대회의실의 문이 열리며 종혁이 들어오자 흐트러져 있던 형사들이 모두 자세를 바로 한다.

    “차렷!”

    “아, 됐습니다.”

    손을 저은 종혁은 들고 온 서류를 사람들에게 나눠 주었다.

    “일단 검토부터 해 보세요.”

    “이것이 뭔디…… 허어?”

    “오메, 이 잡것 보소?”

    겨우 몇장 안 되는 서류지만, 단숨에 상황을 파악한 형사들.

    종혁은 그런 그들을 보며 입을 열었다.

    “모두 인수인계 때문에 바쁜 걸 알고 있으니, 선착순으로 딱 한 팀만 받겠습니다.”

    종혁 자신과 함께 움직일 수사팀 한 팀.

    “인수인계가 늦어지는 걸 감안해서 상여금 천만 원. 수사비 역시 전액 사비로 지원합니다. 어느 팀이 하시겠습니까?”

    처처처처척!

    말이 끝나자마자 전원 손을 드는 형사들.

    종혁은 눈이 돌아간 형사들을 보며 입술을 비틀었다.

    * * *

    “하아암.”

    아침 9시. 대문을 나선 육십대 노인이 기지개를 켠다.

    “인자 일어난 거여?”

    때마침 앞을 지나다 혀를 차는 한 칠십대 할머니.

    젊은 놈이 뭐 그리 잠이 많냐는 듯한 질책 가득한 시선에 노인은 머리를 긁었다.

    “어제 잠을 쪼까 설쳐서라. 슬슬 선풍기를 꺼내여 할 것 같아요. 누님은 어디 가쇼잉?”

    “내가 이 시간에 뭘 하겄어.”

    “또 거시기 가요?”

    마을회관. 이 동네 할머니들은 이 시간이 되면 죄다 그곳에 모인다.

    “같이 갑시다. 나도 오늘 그짝에서 약속 있응께.”

    안 그래도 오늘 마을회관 앞 정자에서 수박을 먹으며 바둑을 두기로 했다.

    노인은 대답도 듣지 않고 걸음을 옮겼고, 금세 마을회관 앞에 도착한 노인은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잉? 다들 어디 간 겨?”

    지금쯤이면 TV를 보는 할머니들의 ‘오메, 저 씨부럴 잡것’ 같은 욕이나 웃음소리가 마을회관 안에서 흘러나와야 하는데, 왜 이렇게 조용한지 모르겠다.

    정자에도 오늘 약속을 잡은 친구들이 없다.

    “가긴 어딜 가. 죄다 경찰서 갔제.”

    “뭐요? 뭔 일 터졌당께라? 화투 치다가 결국 멱살 잡았소?”

    “멱살은 맨날 잡는 거고. 어제 잔치서 서장님이 하신 말씀 못 들었어? 거기서 코피랑 빵을 공짜로 준다 안 하냐. 아마 남정네들도 죄다 거기 갔을걸?”

    “그려요?”

    노인은 얼른 핸드폰을 들었다.

    “어! 김가야! 니 어디여?”

    -아따 벌써 도착했는감? 여그 경찰서여! 니도 얼른 넘어와!

    “염병 육시랄 놈. 갈 거면 말을 해야제!”

    -어차피 오는 길이잖여!

    “알았어!”

    혀를 찬 노인은 다시 할머니와 함께 경찰서로 향했다.

    “꺄르르르!”

    “으하하핫!”

    “……저짝인가 보네.”

    민원실로 향하려는 걸음을 돌린 둘은 맞은편 사랑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마자 그들의 코를 찌르는 커피 냄새와 구수한 빵 냄새. 그리고 서늘한 에어컨의 바람.

    그러나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는 것도 잠시.

    “잉? 웬 젊은 사람들이…….”

    덩치가 산만큼 큰 젊은 사람이나 험상궂게 생긴 삼사십대들이 바닥에 엉덩이를 깔고 앉은 노인들 사이에서 함께 TV를 보며 쌍욕을 퍼붓고 있다.

    “오메! 서장님!”

    “아, 그러네. 서장님이네.”

    어제 봤던 그 덩치 큰 서장이다.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린 종혁은 노인을 발견하곤 눈을 빛냈다.

    “아, 오셨어요?”

    홍지만에게 소를 샀다는 두 노인.

    몸을 일으킨 종혁이 그들에게 걸어가 카운터로 안내했다.

    “커피는 카라멜처럼 진하고 달달한 거 드실래요, 아니면 탄 보리차처럼 구수한 거 드실래요?”

    “오메! 서장님이 직접 타 주실라고?”

    “에이, 제가 그럴 재주가 있나요. 다 여기 젊은 청년이 해 주는 거죠.”

    오랫동안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경험이 있는 신안경찰서 소속의 의경. 사랑방을 오픈은 했는데, 정작 운영할 사람이 구해지질 않아서 일단 사람이 구해질 때까지 임시로 데려왔다.

    “아따 커피는 달달한 게 좋지요.”

    “나도요.”

    “여기 카라멜마끼아또 두 잔 줘.”

    “예, 서장님.”

    카아아아아!

    그라인더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자 종혁은 카운터를 신기하다는 듯 응시하는 두 사람을 향해 은근히 물었다.

    “아, 맞아. 할머님, 할아버님. 두 분도 정지호 사장님에게 소를 사셨다면서요?”

    “……그랬지라? 그건 어찌 아셨소?”

    “저도 샀거든요. 그런데 두 분은 얼마나 사셨어요?”

    두 사람은 깜짝 놀라 종혁을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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