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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680화 (680/837)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680화>

빠르게 다가온 동팔이 활짝 웃는다.

“여기 계셨어라? 아따, 정말 제대로 하는 구마잉.”

“하하. 한번 할 거 제대로 해야죠. 그런데 왜 이렇게 일찍 오셨어요?”

“으하핫! 술을 얼마든지 마실 수 있다는데 학교리 풍류남아로서 가만있을 수 있어야지라. 아, 이쪽은 우덜 대신 강원도에서 소 키워 주시는 사장님. 사장님? 전에 얘기했지라? 이번에 2천만 원 투자하신다는 우리 서장님!”

“하하. 안녕하십니까. 강원도에서 두레라는 작은 회사를 운영하는 정지호입니다.”

“하하. 신안경찰서 서장 최종혁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그런데 일찍 오셨네요?”

“투자자께서 기다리신다는데 일찍 와야죠.”

“이 양반 성격이 어찌나 급한지 어제 와서 여관을 잡았당께요?”

“오, 그래요?”

중년인 정지호는 머리를 긁적였고, 종혁은 그런 그를 보며 희미한 악취를 맡는 코를 긁적였다.

‘딱 사기꾼상인데…….’

이제 마흔이나 됐을 법한 나이에, 호리호리한 체격, 수더분한 헤어스타일에 뿔테 안경.

다른 이들에게는 선해 보이기만 하는 외모겠지만, 수많은 범죄자들을 마주했던 종혁에겐 그에게서 사기꾼의 냄새가 느껴졌다.

“안으로 들어가셔서 이야기할까요?”

종혁은 그들을 체육관 안으로 안내했다.

하얀 일회용 식탁보와 술, 음료수가 놓인 테이블들이 줄줄이 놓인 체육관. 종혁이 자리에 앉자 오늘 축제를 위해 고용한 아주머니가 간단한 주전부리를 가져온다.

“소주 좋아하세요, 맥주 좋아하세요?”

“술은 아무거나 좋아합니다.”

종혁은 소주를 까서 정지호의 술잔에 따라 주었다.

“2천만 원에 소를 열두 마리나 살 수 있다고요?”

“아따, 우리 서장님 참 급하시구마이.”

“송곡여객터미널에 도착한 다른 섬 군민들께서 곧 오실 것 같아서요.”

“……으하핫! 전라도 사람들이 좀 급하당께요.”

종혁은 미소를 지으며 다시 정지호를 봤다.

“열두 마리는 대략적으로 말씀을 드린 거고, 당연히 어떤 소를 사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수소와 암소의 가격이 다르고, 또 수송아지냐 암송아지냐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소를 어떻게 키우실 거냐에 따라서도 투자금이 달라지고, 수익률도 달라집니다.”

도축을 목적으로 수소나 수송아지를 산다면 초기 투자금은 커지지만, 금방 큰돈을 만질 수 있다.

반면 목축을 목적으로 암소나 암송아지를 산다면 초기 투자금이 줄어들고 당장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지만, 암소가 새끼를 치는 걸 반복하면 장기적으로 큰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었다.

“저 같은 경우엔 암소를 사서 새끼를 치는 방식을 추천드립니다.”

“거의 연금 같네요.”

“그래서 옛날에 소 판 돈, 소 판 돈 했던 거 아니겠습니까.”

소가 귀하기도 했지만 그 소로 할 수 있는 일이 참 많았기에, 알아서 돈을 불려 줬기에 그런 말들이 있었던 거다.

“수익은 얼마나 됩니까?”

“송아지들이 커야 하는 시간이 있으니…… 내후년부터 1년에 대략 6백만 원정도 생각하시면 됩니다.”

“수익률이 30퍼센트나 된다고요?”

이건 잘나가는 증권사에서도 불가능한 수익률이었다.

“원래 소라는 게 키우기가 어려울 뿐이지, 제대로만 키우면 수익률이 좋은 사업이죠.”

“그런데 왜 혼자 안 하시고?”

정말 그의 말대로라면 이건 시간이 좀 오래 걸릴 뿐, 돈 놓고 돈 먹기다.

“아, 불쾌하셨다면 죄송합니다. 제가 경찰이다 보니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지네요.”

“하하. 아닙니다. 충분히 그렇게 생각하실 수 있는 상황이죠.”

자신도 그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하지만 이 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또 돈 좀 벌었다고 그동안 도움을 주셨던 분들을 매정히 내칠 수 있겠습니까. 그러다 천벌 받죠.”

“그라제! 그러믄 내가 낫 들고 찾아가제!”

“들으셨죠? 제가 이분들 무서워서 계속 투자를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호인이시네요.”

“호인은요. 저도 많이 남겨 먹는걸요.”

종혁은 걱정 말라는 듯 웃는 그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계약서 쓰시죠.”

“하하! 화통하시군요! 그럼 자리를 옮기실까요?”

* * *

“송아지를 사면 사진 찍어서 보내 드리겠습니다!”

“훌륭한 일 하시느라 고생이 많으십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아, 그리고 아버님. 저랑 이야기 좀 하실까요?”

“아, 예, 먼저 가 계쇼잉.”

고개를 숙인 정지호가 동팔의 지인들과 함께 술을 마시러 떠나자 종혁은 동팔을 바라봤다.

“이 투자, 아버님들만 하시는 건가요?”

“에이. 우리가 쌍놈들도 아니고, 그럴 리 있간디요? 우덜 말고도 꽤 하고 있지라?”

그가 기억하기로 압해읍에서만 30명 정도가 투자하고 있는 걸로 안다.

“죄다 돈 좀 가진 양반들이라 아마 한 사람당 스무 마리 이상씩은 샀을 거지라?”

“꽤 많네요?”

그래서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이렇게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이라면, 차라리 같은 지역인 강원도나 서울, 부산 같은 대도시에서 투자자를 모집했어도 됐을 텐데 말이다.

“아아, 정 사장 아버지가 우리 동네 사람이었지라. 난 잘 모르는디 기억하시는 어른들이 몇 분 계시당께요. 그런디 그건 왜 묻는다요? 설마 정 사장이나 내가 미덥지 못해서 그런다요?”

“하하. 그랬다면 계약서에 사인도 안 했죠. 방금 정 사장님이 말한 것처럼 수익률이 좋다면, 부하 직원들이나 제 지인들에게도 권할까 싶어서 물은 겁니다.”

“아이고! 우리 정 사장 좋아하겄네! 그런디 박봉인 공무원들에게 그런 돈이 있을까 모르겄네요잉.”

참 고마운 사람인 정지호. 그의 사업이 더 번창할 수 있다는데 기쁘지 않을 리 없잖은가.

“알았어요! 내가 한번 정 사장한티 물어볼 테니께 서장님도 연락 한번 돌려 보쇼! 캬! 정말 사람다운 사람이 왔어.”

씩 웃은 동팔은 종혁의 팔뚝을 두드리곤 몸을 돌렸고, 종혁은 그 모습을 빤히 응시하다가 핸드폰을 들었다.

“어, 철아. 내가 지금 불러 주는 핸드폰 번호의 한 달 치 통화 목록 좀 뽑아줘. 그리고 그 핸드폰 번호 주인 명의로 된 사업체에 소가 몇 마리 등록되어 있는지도.”

-소 말입네까?

“얼마나 걸릴까? 통화한 사람 신원까지 확인해서.”

-30분만 주시라요.

“그래. 부탁할게.”

통화를 종료한 종혁은 담배를 물며 답신을 기다렸고, 약 30분 후 순철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문자로 하지 왜?”

-한 달 치 내역을 조사해 봤는데, 그중 신안군이 소재지인 사람이 46명, 두레에 등록된 소가 총 589마리입네다.

“그래?”

‘흠. 내 오판인가?’

지금으로부터 몇 년 후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궜던 피해 규모만 2천억에 한우 투자 사기.

그 끔찍했던 사건을 떠올렸던 종혁은 정지호 사장이 사라진 방향을 보며 코를 긁었다.

‘아닌데. 분명 사기가 맞는 것 같은데…….’

정지호를 보자마자 간지럽기 시작한 코. 정지호가 사라진 지 꽤 시간이 흘렀음에도 고약한 냄새가 코끝을 괴롭힌다.

-그런데…….

“어, 말해.”

-이놈 아무래도 사기꾼인 것 같습네다.

멈칫!

“……자세히.”

-형님이 괜히 알아보라 한 게 아닐 것 같아 데이터베이스에 면상을 좀 돌려 봤는데…… 신원조회 내용 지금 문자로 보냈습네다.

지이잉!

순철이 보낸 문자를 확인한 종혁이 얼굴을 일그러트린다.

“푸흐흐흐흐. 이야아!”

한바탕 혀를 내두르는 종혁.

그럴 수밖에 없다.

이름: 홍지만 나이: 43세

사기 전과: 3범

“이야아.”

다시 봐도 문자 속 사진과 방금 전 본 정지호의 얼굴이 똑같다.

그래서 더 어이가 없다. 얼마나 간땡이가 부었기에 경찰한테, 그것도 서장한테 사기를 칠 생각을 한 걸까.

경찰서장이 되기 위해선 꼭 거쳐야 할 곳이 있다. 바로 본청과 수사 부서다.

즉, 아무리 한미한 시골의 경찰서장이라고 해도 모두 베테랑 중 베테랑이란 소리.

이놈은 그런 경찰서장을 등쳐 먹으려 한 거다.

“아, 이 새끼를 어떻게 요리해야 잘했다고 소문이 날까나…….”

그런데 문제가 있다. 이런 사기는 사기꾼이 돈을 가지고 튀기 전까지는 사기가 성립되지 않다는 것이다.

“……아. 그 방법이 있었지, 참.”

이런 현물 즉,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물건을 가지고 사기를 칠 때 발생하는 커다란 맹점이 하나 있다.

“어, 윤아야. 지금 어디야?”

몸을 돌리는 종혁의 입술이 기괴하게 비틀어지기 시작했다.

* * *

-곤드레! 만드레!

“아따 좋다!”

“강빈 오빠-!”

“오메, 거시기 한 거!”

흥을 주체하지 못해 엉덩이를 들썩이는 신안군의 군민들.

신안군민체육관의 작은 운동장이 꽉 차다 못해 체육관과 운동장 사이의 경사로에도 사람들이 가득하다.

그들은 한 손에는 막걸리, 또 한 손에는 부침개나 홍어삼합 등을 쥔 채 술판을 벌였다.

종혁은 술을 거나하게 마시는 군수와 읍장들에게 다가갔다.

“음식은 입에 좀 맞으십니까?”

“아이고, 최 서장! 어디 갔다가 온 겁니까? 앉아요, 앉아.”

“하하. 한잔 받으시죠.”

“받아야죠. 암, 받아야죠!”

워낙 시골이라 예산이 부족해 이런 행사를 쉽게 진행할 수 없는 신안군. 그런데 경찰서를 짓자마자 이런 커다란 행사를 진행한다.

그것도 방금 전 기자들에게 신안군청과 협의를 해서 진행했다는 멘트까지 날려 주면서 말이다.

종혁이 예뻐 보이지 않을 리 없었다.

종혁은 살짝 표정이 어두운 지도읍 읍장을 봤다.

“읍장님, 지도읍에 해수욕장이 있었죠?”

“임자도에 있는 대광해수욕장을 말하는 겁니까?”

순간 종혁의 말뜻을 알아들은 임자도 임자면 면장의 얼굴이 확 밝아진다.

“피서객들이 많이 찾나요?”

“뭐 그럭저럭 찾지라?”

임자도에 있는 대광해수욕장.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불편함이 있기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찾진 않는다.

지도읍장은 임자면장을 힐끔 보곤 입술을 비틀었다.

그에 엉덩이를 들썩이는 임자면장.

“근디 임자도보다는 이번에 다리가 놓인 증도에 사람이 몰릴 거여라.”

“아니, 읍장님!”

‘뭔 사연이 있구나.’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임자면과 여객선터미널이 있는 지도읍.

대충 예상이 간다.

어떤 사연인지 몰라도 괜히 끼어들어 손해 볼 생각이 없는 종혁은 슬그머니 임자면장을 일견했다.

“아, 그러세요? 그러면 7월 말일쯤에 가수들 불러다 작게나마 이벤트 하나를 진행해 보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그러면서 지도읍에서도 경로잔치를 열까 하는데…….”

“어이쿠! 어이쿠! 참말이다요?!”

“그곳도 저희 경찰서의 관할이니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임자면장님도요.”

“……어흠. 뭐.”

슬쩍 여지를 주는 듯한 종혁의 모습에 임자면장은 화를 가라앉혔고, 군수는 종혁을 보며 눈을 빛냈다.

“허허. 이거 저희 군을 이렇게 신경 써 주시다니……. 참 감사합니다, 최 서장님.”

“뭘요. 굴러온 돌인데 이 정도는 해야죠. 모쪼록 잘 부탁드립니다.”

“허허허허!”

모두가 흐뭇한 웃음을 흘릴 때였다.

“삼촌!”

귀를 꿰뚫는 큰 외침에 고개를 돌린 종혁이 활짝 웃으며 손을 까딱인다.

“삼촌-!”

후다닥 달려와 종혁에게 안기는 윤아.

군수를 비롯해 이 천막 안에 있는 모든 사람이 깜짝 놀라 멍하니 쳐다본다.

“왔어? 빨리 왔네? 아, 인사드려. 여기는 신안군 군수님.”

“안녕하세요! 최윤아입니다!”

“아, 예예.”

아리따운 아가씨의 등장과 스스럼없는 스킨십에 놀랐던 군수가 윤아의 얼굴을 빤히 보다 눈을 껌뻑인다.

“그런데 혹시…… 그 새벽 양 아니신가?”

“와! 저 아세요?!”

“오오! 이런. 반갑습니다. 팬입니다.”

참담한 주위 사정에도 억척스럽고 당당한 모습을 보이는 새벽을 보며 얼마나 화를 내고 또 울었던가.

일어나 뜨거운 악수를 청한 군수가 이내 종혁과 어떤 사이냐는 듯한 눈빛을 보낸다.

“먼 친척입니다, 군수님.”

“아, 그러면 설마?”

“하하. 그래도 삼촌이라고 이렇게 와 줬네요. 아, 이럴 게 아니라 사진 한 장 찍으시죠?”

“오! 그래도 되는 겁니까?”

“괜찮습니다. 괜찮지?”

“그럼!”

윤아는 냉큼 군수의 팔짱을 꼈고, 군수의 입은 귀까지 찢어졌다.

찰칵! 찰칵!

“어이쿠! 정말 감사합니다, 새벽 양. 이렇게 흔쾌히 와 주신 것도요.”

“에이, 뭘요. 삼촌이 불렀는데 당연히 와야죠. 저뿐만 아니라 오늘 초대 가수로 오신 선배님들 모두 우리 삼촌이 부르면 만사 제쳐 놓고 달려올걸요? 아, 윤정 선배님이랑 나진아 선생님은 좀 다르겠구나.”

“허엇?!”

눈이 동그래져 종혁을 쳐다보는 군수와 사람들.

볼을 긁적인 종혁은 뭔 쓸데없는 소리를 하냐며 윤아의 머리를 쥐어박고는 몸을 일으켰다.

“그럼 전 잠시 이놈과 이야기 좀 나누고 오겠습니다.”

“어어, 그래요.”

돌아오면 할 말이 참 많을 것 같다는 눈빛을 보내는 군수와 사람들을 일견한 종혁은 그녀를 끌고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오는 길이 힘들지는 않았어?”

“전혀!”

고개를 붕붕 저은 윤아가 종혁을 보며 눈을 빛낸다.

“그런데 그거 정말이야?”

“그래. 잘할 수 있겠어?”

“……삼촌, 나 윤아야.”

국내 최정상 아이돌 가수이자 배우로서도 입지를 다지고 있는 최윤아. 이 자리에 오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리고, 또 웃어야 했던가.

“얼씨구?”

없는 가슴을 억지로 펴는 그녀의 모습에 헛웃음을 터트렸던 종혁은 이내 낯빛을 가라앉혔다.

“일단 도와줘서 고맙고, 앞으로 이런 일은…….”

“삼촌.”

윤아의 표정이 착 가라앉는다.

“나 삼촌 조카 맞지?”

“……그래.”

무슨 말을 해도 더 듣지 않을 것 같은 그녀의 모습에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은 종혁은 이내 동팔을 발견하곤 그쪽으로 다가갔다.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웃으며 술잔을 기울이는 동팔과 친구들. 그리고 어수룩하게 웃으며 함께 어울리는 홍지만.

누가 봐도 그저 즐거운 한때를 즐기는 친구들 같다.

종혁은 주먹을 꽉 쥐었다.

“행사는 잘 즐기고 계세요?”

“아이코, 서장님 오셨어라?! 응? 새, 새벽이?!”

“와, 날 또 알아보셔! 안녕하세요! 새벽이 윤아예요!”

“오메! 오메메! 이게 누구여!”

동팔뿐만 아니라 그 지인, 주변 사람들 모두 윤아를 알아보고 일어난다. 그런 그들과 악수를 하며 팬서비스를 하는 윤아.

종혁과 윤아의 관계를 알게 된 사람들의 눈빛이 변한다. 안 그래도 경우가 있는 사람에서 유명 연예인까지 아는 대단한 사람으로.

그렇게 한바탕 열풍이 끝나자 종혁은 눈을 빛내며 정지호, 아니 홍지만을 소개시켰다.

“이쪽은 강원도에서 두레라는 목축업 회사를 운영하시는 정지호 사장님.”

“허허. 안녕하십니까. 정지호 사장입니다. 최 서장님 사촌 중에 이런 미녀 연예인이 계실 거라곤 생각도 못했군요.”

‘허쭈?’

슬그머니 입을 털 준비를 하는 홍지만.

종혁으로선 어이가 없을 뿐이다.

“헤헤. 안녕하세요. 그런데 강원도분이 여기까진 어떻게 오셨어요?”

“아, 그게…….”

“윤아야, 이분이 참 좋은 분이시다?”

종혁은 홍지만이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두레가 뭘 하는지에 대해 알려 줬다.

“그래서 나도 투자를 한 거잖아.”

투자.

종혁이 보낸 신호에 윤아의 눈이 반짝인다.

‘이 사람이구나? 삼촌이 작업하려는 사람이?’

종혁이 믿고 맡긴 일. 결코 파투 낼 수 없었다.

한껏 감정을 끌어올린 윤아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정말? 삼촌이 투자를 했다고?! 삼촌 이런 데 투자 잘 안 하잖아.”

“그만큼 믿을 만한 회사라는 거지.”

“와, 대박. 삼촌이 그렇게 말할 정도라면 정말 믿을 만하다는 건데…….”

눈을 데구루루 굴린 윤아는 이내 홍지만을 바라봤다.

“사장님, 혹시 서울 사람한테도 투자 받으세요?”

“어이쿠, 그럼요. 그런데 저희 회사는 백만 원 이하로는 투자를 못 받는데…….”

일부러 낮은 액수를 말한 홍지만.

당연하다. 국내 최정상 아이돌 그룹의 멤버이자 배우인 윤아가 자신의 회사에 투자를 한다. 투자자를 모집하는 데 가속도가 붙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만 된다면…… 흐흐흐.’

홍지만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은 아주 찰나였다.

“그럼 10억은요?”

“……예?”

“제가 여윳돈이 10억쯤 있거든요?”

잠시 윤아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던 홍지만은 이내 눈을 부릅떴다.

“헉?!”

홍지만에게 결코 벗어날 수 없는 거대한 덫이 씌워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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