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679화 (679/837)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679화>

125. 믿음

시간을 돌려 종혁이 이태흥의 발목을 뭉개던 그때, 신안경찰서 생활안전계 생활안전과 2팀장 최재수는 정신없이 바쁜 생활안전과를 둘러보고 있었다.

1팀, 2팀, 그리고 과장까지 총 아홉 명의 부서원이 앉아 있는 생활안전과 사무실.

‘이왕이면 형사가 됐으면 좋았을 텐데.’

하지만 종혁의 계획을 생각하면 생활안전계에 있어야 했다.

그는 시간을 확인하곤 몸을 일으켰다.

‘그럼 본격적으로 움직여 보실까?’

그런 그에게 달라붙는 호기심 가득한 시선들.

‘저치가 서장님이랑 같이 본청에 있었다고?’

‘특수범죄수사과믄 본청 3대 수사과 중 한 곳 아녀?’

‘아녀, 아녀. 본청 수사과는 싹 다 노른자위여. 그랑께 저 나이에 팀장을 달제.’

순경으로 시작해 겨우 삼십대 초반의 나이에 경찰서 팀장을 달았다. 종혁만큼은 아니지만, 최재수도 꽤 호기심 대상이었다.

“크흠. 과장님.”

“어, 그래. 최 팀장.”

팀장이란 호칭에 최재수의 입술이 살짝 흔들린다.

“일은 좀 어뗘? 수사과에서 와서 모르는 게 많을 건디.”

“팀원들이 도와줘서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묵직하게. 묵직하게.’

팀장으로서 묵직한 모습을 보여야 했다.

“그럼 다행인디…… 무슨 일이여?”

“저희 팀은 이만 퇴근을 할까 합니다.”

“벌써? 아, 벌써가 아니네잉.”

시간이 벌써 오후 8시다.

과장은 몸을 일으켰다.

“자, 오늘은 이쯤에서 끝내자고!”

“과장님! 회식 안 합니까?!”

회식이란 말에 부서원들의 눈빛이 바뀐다.

과장도 순간 혹했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녀. 오늘은 많이 늦었응께 각 팀끼리 회식하고, 부서 회식은 내일 하는 걸로 혀.”

최재수에게 궁금한 것이 무척이나 많지만 일단은 각 팀의 팀장들이 팀원들과 서로 뭉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했다.

“아아, 아쉽구마이라.”

“뭐, 어쩔 수 없지라.”

다들 일어서는 분위기가 되자 과장에게 거수경례를 한 최재수가 팀원들에게 다가간다.

“일어나시죠.”

“예, 알겠습니다.”

간단히 인사만 나눠서 그런지 아직은 데면데면한 그들을 이끌고 경찰서를 빠져나온 최재수는 근처의 식육식당으로 향했다.

“……어서 오셔라.”

근무복을 입은 경찰들이 들어서자 경계의 눈빛을 보내는 식당 주인.

‘이 조용한 동네에 무슨 평지풍파를 일으키려고…….’

오자마자 김지동과 그 친구들을 파출소에 넘긴 신임 경찰서장만 봐도 답이 나오지 않던가.

김지동들이 동네 양아치라고 해도 한 동네 사람이다. 외지인이 두들겨 팼다는데 기분이 좋을 리 없었다.

식당 주인의 눈에 꺼림칙함도 서리기 시작했다.

“식사하시려고? 이제 문 닫을 시간이라…….”

“일단 안창살 10인분과 소주 10병부터 주세요.”

“……문 닫을 시간이지만, 손님이 원하신다면 더 열어야지라! 이쪽으로 오쇼잉!”

옆 식육식당이 오늘 주변 군에서 찾아온 서장들 덕분에 어마어마한 매출을 올린 것을 보고 얼마나 부러워했던가.

식당 주인은 신이 나서 자리로 안내했고, 돼지가 아니라 소를 시키는 모습에 깜짝 놀란 팀원들은 얼떨떨해하며 자리에 앉았다.

최재수는 안절부절못하는 그들을 보며 씩 웃었다.

“제가 맘대로 시키긴 했는데, 역시 10인분으로는 부족하죠?”

“아, 아뇨! 그렇지는 않습니다.”

손을 젓는 그들의 마음속이 복잡해진다.

회식은 결국 팀 예산으로 계산되는 거다.

소고기를 먹는 거야 좋지만, 회식 한 번으로 과도하게 예산을 쓰면 이후 생활을 조여야 하니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그들의 기색을 눈치챈 최재수의 미소가 짙어진다.

자신이 처음 종혁을 만났을 때와 똑같은 반응들.

이걸 풀 방법은 하나였다.

“걱정 마세요. 이건 제가 사는 거니까.”

‘크으! 드디어 말했다!’

종혁이 턱턱 회식을 계산하는 걸 보며 얼마나 부러워했던가.

최재수는 놀랐다가 눈빛이 살짝 달라지는 팀원들의 모습에 옅게 웃었고, 이내 곧 간단한 밑반찬들과 술이 나온다.

그럼에도 쉽사리 젓가락을 들지 못하는 팀원들.

최재수가 싱긋 웃으며 술병을 든다.

“아까 인사를 하긴 했지만, 정식으로 다시 인사하죠. 이름 최재수. 나이 33세. 몸무게는…… 딱히 필요 없죠?”

“예? 아하하.”

“계급은 경사고, 여자친구는 현재 없습니다. 본청 수사과를 전전했기에 생안과 업무에 대해 모르는 게 많으니 앞으로 많은 도움 부탁드립니다.”

숙일 땐 확실히 숙인다. 그것이 종혁에게 배운 리더십의 기본이었다.

“서로 궁금한 점이 많겠지만, 일단 건배부터 하시죠. 술이 들어가야 입이 좀 더 가벼워지지 않겠습니까?”

‘오?’

나이가 어리기 때문일까, 그동안 겪어 왔던 팀장들과는 달리 경직되지 않은 최재수의 태도에 팀원들은 한결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다.

그들은 아직 실력은 보지 못했지만 그래도 제법 괜찮은 사람이 팀장으로 온 것 같다고 생각하며 술잔을 들었고, 그렇게 팀 회식이 시작됐다.

어느덧 야근을 마친 경찰들로 가득한 식당의 소음 속.

한 잔, 두 잔 기울이다 보니 어느새 발갛게 달아오른 팀원들이 입술을 달싹이자 최재수가 다시 싱긋 웃는다.

“왜요? 서장님에 대해 궁금하세요?”

움찔!

팀원들이 깜짝 놀라 최재수를 보고, 주변 경찰들도 슬쩍 조용해진다.

“……죄송합니다.”

“아, 이럴 땐 빈말로라도 아니라고 하셔야 하는데…….”

최재수는 다급히 입을 열려는 팀원들을 만류했다.

“서장님이라……. 그 양반 골 때리는 양반이죠. 그것도 보통 골 때리는 양반이 아니에요.”

“예?!”

“뭘 그렇게 놀랍니까? 오늘 보셔서 알잖아요. 솔직히 탁 까놓고 말해서 그게 일반인이 할 수 있는 행동입니까?”

그런 행동들 때문에 본청에서도 말이 많았다.

“이, 이를테면요?”

“가장 대표적인 걸 꼽자면 사무실이 너무 삭막하다고 아예 업자를 불러다 인테리어를 해 버린 거?”

“……예?”

“그 양반이 원래 제가 있던 특수범죄수사과에 있었잖습니까. 그때 참 말도 안 되는 짓을 많이 했었죠. 아, 잠복한다고 근처 집을 사 버린 것도 있구나.”

“미친…….”

“그렇죠! 박 경장이 봐도 미쳤죠? 그런데 같이 있던 저희는 어땠겠습니까!”

그런데 이건 새 발의 피다.

주가 조작을 벌이는 놈들 현장 증거 잡겠다고 중국집을 사 버린 것도 있고, 불륜 범죄의 현장 잡겠다고 CIA에서나 쓰는 감청 장치를 구한 것도 있다.

최재수는 드러낼 수 있는 부분만 드러냈지만, 사람들은 입을 떡 벌린 채 말을 잇지 못했다.

“그 양반 밑에서 일할 수 있어서 복 받았다 싶었었죠.”

필요한 일이라고 판단되면 얼마가 들든 사비를 쓰는 걸 아끼지 않았으니 말이다.

“우리 팀에서 유명 배우 하나 섭외해서 홍보 캠페인을 찍자고 해도 승인해 줄걸요?”

기획의 내용이 좋다면 그 배우의 몸값이 얼마든 말이다.

“저, 정말입니까?”

“제가 이런 걸로 거짓말해서 무슨 이득이 있겠습니까? 말 나온 김에 내일 바로 그동안 예산 때문에 묻어 뒀던 아이디어 있으면 다들 꺼내 보세요. 인수인계 끝나면 바로 시작해 볼 수 있도록.”

“예? 아니, 그래도 검토해야 될 사항이 많을 텐데…….”

“그 양반이 따지는 건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냐, 아니냐 하는 것뿐입니다.”

국민에게, 그리고 경찰에게 필요한 일이라면 그냥 들이받는다.

그게 최종혁이었다.

“……서장님에 대해 잘 아시네요. 많이 친하신가 봅니다?”

“태생이 다른데요, 무슨. 하지만 리더로서 나쁘진 않은 양반이었죠. 응?”

쉬쉬쉭!

어느새 고요해진 식당, 고개를 돌렸던 최재수는 때마침 다시 시끄러워지는 식당에 의아해했다.

“뭐, 아무튼 그렇습니다. 또 어떤 골 때리는 일을 꾸밀지 모르지만, 이제 멀리 있는 사람 이야기는 그만하고 술이나 마시죠! 건배!”

“거, 건배!”

술잔을 들이켜는 최재수를 보는 경찰들의 표정이 복잡해진다.

그건 무슨 일인지 식당 주인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돈이 많은 양반이라고?’

많기만 한 게 아니라 잘 쓰기도 한단다. 그것도 국민들을 위해서.

생각이 많아지는 그들의 모습에 최재수는 속으로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 * *

다음 날 아침, 숙소에서 몸을 일으킨 최재수가 스트레칭을 하며 잠과 숙취를 쫓는다.

“어우. 어제 얼마나 마신 거야? 응, 할머니. 이제 운동 가려고.”

몸이 살짝 달궈지자 옷을 갈아입고 숙소를 나서는 그는 새벽의 상쾌한 공기를 마시려 숨을 크게 들이켰지만, 담배 냄새가 먼저 코를 찌른다.

“아.”

“아.”

눈이 마주치자마자 어색하게 웃는 상대방.

최재수도 어색하게 웃는다.

“안녕하십니까.”

“하하, 예. 좋은 아침이어라. 근디 서울에서 온 사람인가 보네요잉.”

무심히 툭 던지는 듯한 말에 숨겨져 있는 호기심.

“생안과 2팀장 최재수 경사입니다.”

“오! 생안과! 교통계 교통관리과 유명조 경사여. 잘 부탁혀요.”

“팀장님이셨네요.”

악수를 청하는 경찰의 입술이 달싹인다.

그에 최재수는 피식 웃었다.

“이야기 들으셨나 보네요. 회식 때 가볍게 한 이야기였는데. 무슨 경찰들 입이 이렇게 싸?”

“아따, 앞으로 따를 서장님 아니요. 궁금할 수밖에 없지라. 그런데 그 말이 진짜요?”

경찰과 국민들을 위해서라면 아끼지 않고 돈을 펑펑 써 댄다는 이야기가 말이다.

최재수는 기대가 가득한 그를 보며 묘한 미소를 지었다.

“저 경찰서로 운동 가는데, 같이 가실래요?”

“아따, 그랍시다.”

최재수와 교통관리과 팀장은 숙소를 나섰고, 이른 아침부터 숙소 앞 슈퍼의 평상에 앉아 있던 노인들이 그런 그들을 보며 혀를 찬다.

“들었어? 쩌그 동팔이 아들내미가 파출소로 끌려간 거? 다 경찰서장인지 뭣인지가 잡아넣었다잖여.”

“아, 그 육시랄 것들?”

지금은 비록 많이 엇나갔다지만, 어려서부터 예뻐하던 동네 아이가 호된 꼴을 당했다고 하니 기분이 좋을 수 없었다.

“괜히 경찰서다 뭐다 해서 동네 시끄럽게 만드네잉. 이 조용한 동네에 저딴 흉물스런 것을 만들어 가지고…….”

“그라제. 파출소로 충분했제.”

충분하다 뿐인가. 얼마나 일이 없는지 파출소 경찰들이 후미진 곳에다 차를 세워 두고 자는 모습을 본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다른 영감들은 뭐랴?”

“뭐라긴 뭐랴. 다 똑같지.”

노인들뿐만 아니라 젊은 사람들도 다 탐탁지 않아 한다. 변화의 익숙하지 않은 그들 중 외지인이 갑자기 몰려드는 걸 반기는 이들은 없었다.

“그나마 식당 하는 야들은 반기는 거 같던디…….”

“에이, 씨부랄 것들. 돈 몇 푼 좀 벌게 됐다고 고새 말 바꾸기는. 내 이놈들에게 한마디 하든가 해야지!”

“그려. 그러자고. 좀 따…….”

-아아! 학교리 이장이 알립니다!

“잉? 이장이 뭔 일이데?”

“가만있어 봐. 좀 듣게…… 에라이, 육시랄. 이젠 귀도 잘 들리지 않네!”

“이제 관짝에 누울 때가 된 겨?”

“염병허네. 누워도 두 살 많은 니가 먼저 눕겄제.”

“아따, 오늘도 나오셨소잉!”

“어이. 통장. 이 아침부터 뭔 일이여? 아니, 통장 지금 이장이 뭐라고 방송하는 겨?”

“아!”

순간 얼굴이 확 밝아진 통장이 다급히 입을 연다.

“방금 동팔이한티 들은 건디, 저짝 경찰서 서장이 있지라? 그 서장이 홍윤정이랑 남진아, 새벽이를 불렀다 합니다!”

“뭐, 뭐시여? 남진아?! 진아 동생이 온다고?!”

“진짜여? 홍윤정이가 오는 거 맞어?! 새벽이도?!”

“그렇당께요! 동팔이가 방금 전 경찰서장한티 똑똑히 들었대요! 주민들과 화합을 위해 잔치를 한다고! 암태면, 비금면, 쩌그 우이도리에서까정 다 불러서 큰 잔치를 벌인다 안 하요!”

우이도리면 신안군에서 거의 끝자락에 있는 섬.

“……오메. 사람이 된 양반이네.”

“그라게. 우리가 큰 오해를 한 것 같어야.”

“그라니께…….”

이런 것도 모르고 쌍욕을 했던 게 참 미안하다.

“그럼 전 다른 분들께도 알려야 됭께 이만 가 볼게라! 날 더우니께 적당히 쉬다가 들어가쇼잉! 또 저번처럼 더위 먹지 말고!”

“그, 그려! 얼른 가서 알려야!”

손을 저은 노인들은 이내 서로를 보다 핸드폰을 들었다.

“어! 김가야! 나여! 최가! 니 그 소식 들었냐?”

“아따 뭔 아침이 이렇게 늦데? 벌써 관짝에 들어갈 때가 된 겨? 아, 다름이 아니라!”

일평생 단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한 초대형 행사.

신안군 전체가 들썩이기 시작했다.

* * *

신안군 압해읍 학교리에 위치한 신안군민체육관의 운동장이 아침부터 시끄럽다.

우당탕! 쿠당탕!

온갖 소음을 내며 지어지는 특설 무대와 놓여지는 의자들. 그리고 의자들을 포위하듯 세워지는 커다란 에어컨들.

“천막은 이쪽으로!”

“테이블은 어디에 놓으면 됩니까?!”

“테이블 이쪽이요!”

신안군민체육관에 서서 정신없이 바쁜 사람들을 내려다보는 종혁에게 나이 지긋한 경리계 계장이 다가선다.

“오메, 저게 다 뭐데요. 뭔 에어컨을…….”

“이 정도면 오늘 오시는 분들께서 시원하시겠죠?”

“시원하다 뿐이겠어라.”

이렇게 많은 에어컨이라면 감기에 걸릴 수도 있을 것 같다.

“다시 인사드리죠. 최종혁입니다.”

“예, 경리계 계장 이현도입니다.”

어제 각 계 계장 및 팀장급들을 모두 모아 인사를 나눴지만, 아직은 데면데면한 그들.

“차라리 체육관 안에서 하시지.”

“오늘 참석하시겠다는 분들이 많아서요.”

먼 섬의 주민들까지 오기로 되어 있다. 예상 참가 인원만 만 명.

“마, 만 명이요?”

신안군민 4만 5천 명 가운데 만 명.

“배표까지 지원해 드린다니 너도나도 오신다고 하더라고요.”

그렇기에 이런 실외가 아니면 그 인원을 모두 감당할 수가 없다.

“돌아가는 것도 빡실 것 같은디…….”

“목포에 있는 숙박업소들과 찜질방을 예약해 놨습니다.”

“……서울에서 유명한 부자 답구마잉.”

본청에 있는 지인이 말하길 자산이 2천억도 넘을 거라며, 전국에서 가장 축복받은 경찰서가 될 거라고 했다.

그렇기에 이런 말도 안 되는 짓을 할 수 있는 것이었다.

“하하. 이럴 때 쓰는 거죠. 그보다 각 계 계장, 과장들과 팀장들 출장은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습니까?”

“예. 저희 경리계도 이따가 점심 먹고 나올 예정이어라.”

다른 계들도 그때쯤 나올 예정이다.

“경리계는 별 의미 없겠지만, 애써 큰돈 들여 이런 판을 벌여 놨으니 눈인사 제대로 하셔야 될 겁니다.”

이 축제를 여는 이유가 뭐던가. 모두 신안경찰서를 홍보하기 위해서다.

각 계의 관리자급들이 나와 군민들을 맞이하며 서로 얼굴을 익히면 신안군에 더 빨리 녹아들 수 있을 터.

또한 군수 등 신안군 행정 관계자들도 올 테니 경리계 역시 얼굴을 비춰야 할 필요가 있었다.

“걱정 마셔라.”

무려 서장이 이런 판을 깔아 줬는데도 허투루 한다면 그건 사회생활을 하지 말자는 뜻이었다.

“그리고 식사를 하신 후에는 식당 평가 좀 해 주시고요.”

“예?”

“서비스가 나쁜 식당들은 계약을 하지 말아야죠.”

경찰서 주위 식당들과 식사 계약을 맺을 신안경찰서.

경찰들에게 식사 메뉴에 대한 자율성을 주면서도, 경찰서 주변 상인들과의 상생을 위해 이런 계약을 맺으려는 거다.

“허. 누굴 빼 버리고 그라믄 안 좋을 건디…….”

다 한동네 사람이다. 악한 마음으로 비방을 시작해 버리면 골치 아파진다.

“무슨 말씀이신지는 알겠습니다만, 그렇기에 더 문제가 없을 겁니다.”

맛이 없고 서비스가 나쁜, 한동네 사람들도 찾지 않을 정도의 식당이라면 문제가 없으리라는 것이 종혁의 생각이었다.

게다가 이번에 엄청난 돈을 들여 잔치까지 준비했다.

순간일 뿐일지라도 당장 신안경찰서는 군민들의 호응을 등에 업을 터였다.

‘오메. 이 양반 보소.’

젊은 사람의 머리가 비상하다.

‘하긴 이래서 저 나이에 서장이 된 거겠제.’

“예. 무슨 말인지 알겠어라. 그란디 다 마음에 안 든다고 하믄 어쩔까라?”

“구내식당을 지어야죠.”

그리고 동네에서 손맛 좋다는 아주머니들을 고용하는 거다.

“서장님은 다 계획이 있구마이라…….”

“하하.”

-치익! 서장님, 송곡여객터미널입니다. 군민들께서 도착하셨습니다!

배를 타고 찾아올 군민들의 원활한 이동을 위해 송곡여객터미널에 보내 놓은 버스기사들과 경찰들의 말에 종혁과 경리계장이 깜짝 놀란다.

“벌써요?”

“아따, 우리 할매들 엊그제부터 몸이 달았는갑네요잉.”

아무래도 그런 것 같다.

피식 웃은 종혁은 입을 열었다.

“버스에 사람 다 차면 바로바로 체육관으로 모시세요.”

-예, 알겠습니다!

신안경찰서를 군민들에게 각인시킬 신안군 잔치가 시작되려는 순간이었다.

“서장님!”

귀에 들리는 익숙한 목소리.

고개를 돌린 종혁은 동팔과 함께 오는 한 중년인을 보며 눈을 빛냈다.

‘저 사람인가 보군.’

동팔에게 돈을 받아 대신 소를 키워 주는 사람.

종혁의 눈이 빛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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