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676화>
부우우웅!
목포를 벗어나 압해 대교에 들어선 종혁.
이어폰을 낀 그가 뒤따라오는 최재수와 통화를 하고 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부장님, 아니 서장님과 저는 별로 친하지 않은 관계라고요?
그를 위해 올 상반기 인사이동 때 최재수의 소속을 잠시 특수범죄수사과로 옮겼었다.
-걱정 마세요! 제가 또 한 연기 하잖습니까!
“그래. 믿는다, 최 팀장.”
-……다시 한번 말해 주실래요?
“예, 최 팀장님. 부탁드립니다.”
-으헤헤!
종혁은 용수철처럼 튀어나온 최재수의 웃음소리에 피식 웃고 말았다.
‘그렇게도 좋을까.’
그래도 그럴 만하다.
그동안 별다른 직급 없이 최 경장, 최 경사로 불렸던 최재수.
경찰이 된 지 겨우 6년 만에 팀장직을 달게 됐으니 아마 지금쯤 정신이 날아가고 있을 거다.
그것도 경찰서의 팀장. 순경 출신으로선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는 속도였다.
계속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웃음을 흘리는 최재수의 모습에 그냥 통화를 종료한 종혁은 선루프를 열며 담배를 물었다.
그 순간이었다.
삐요오오옹!
뒤에서 빠르게 다가오더니 옆으로 붙는 렉카차 한 대.
창문이 열리며 팔뚝에 문신을 한 삼십대 초반의 남성이 고개를 내밀며 침을 뱉는다.
“퉤! 아따, 차 죽이네!”
“허벌나게 죽이는 구마잉!”
“어이! 그런 건 얼마나 하냐!”
‘후.’
혀를 찬 종혁은 핸드폰을 들었다.
“양아치 새끼들인 것 같으니 오지 마세요.”
-예, 알겠습니다.
통화를 종료한 종혁은 옆에서 계속 씨불여 대는 양아치들을 무시했고, 그에 한참을 떠들던 양아치들은 얼굴을 구기더니 액셀을 밟아 종혁의 앞으로 끼어든다.
그리고…….
끼이익!
“씨발!”
앞으로 끼어들자마자 브레이크를 밟는 렉카차.
순간 느려진 시간 속 다급히 브레이크를 밟았던 종혁은 마치 장난이었다는 듯 다시 출발하는 렉카차를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하, 이 새끼들 봐라?”
위협 운전. 양아치 새끼들이 죽여 달라고 아주 용을 쓴다.
종혁은 멀리 가지도 않고 5미터 앞을 깔짝거리는 렉카차의 모습에 얼굴을 뒤틀며 그대로 액셀을 밟았다.
부아아아앙!
마치 쏜살처럼 튀어 나가 렉카차의 후미등에 바짝 따라붙은 종혁의 차. 종혁은 어디 해보자는 듯 다시 브레이크를 밟는 렉카차에 멈추지 않고 더 액셀을 강하게 밟았다.
꽈아앙!
압해 대교를 벗어나자마자 울리는 굉음과 충격.
에어백에서 얼굴을 뗀 종혁이 목을 뒤로 젖히며 짜증이 가득한 한숨을 뱉는다.
그와 동시에 렉카차의 문을 거칠게 닫으며 내리는 세 명의 사내.
달리듯 달려온 그들이 종혁의 차문을 두드린다.
“문 열어 새끼야! 문 열어!”
“안 나오냐잉? 넌 뒤졌어, 새끼야!”
쾅쾅쾅!
“후우.”
안전벨트를 푼 종혁은 차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이런 염병할 새끼가…….”
“개새끼! 감히 내 차를 박……?”
종혁의 덩치를 보고 주춤거리는 그들.
짜증이 섞인 한숨을 길게 내뱉은 종혁은 가장 앞에 있는 놈의 머리채를 잡아 그대로 보닛에 찍어 버렸다.
꽈앙!
“뭐하냐. 친구 처맞는데.”
“이, 이런 씨발!”
“조져!”
종혁은 날아오는 주먹을 피하며 그대로 손바닥을 휘둘렀다.
쩌어억!
* * *
“죄, 죄송합니다, 사장님.”
“다, 다신 안 그러겠습니다, 사장님!”
“닥쳐. 허리를 반대로 접어 버리기 전에.”
종혁은 대가리를 박고 낑낑거리는 그들을 보며 담배를 물었다.
‘이것들을 죽여? 살려?’
이제 자신은 서장. 앞으로 4만 5천여 명의 치안을 총 책임져야 하는 막중한 업무를 맡게 된 거다.
심지어 오늘은 부임 첫날.
부임지에 도착한 첫날, 부임지 입구에서부터 시비가 걸렸다.
똥을 제대로 밟은 거다.
“아, 그냥 죽일까?”
“사, 살려 주십쇼 형님!”
“저, 저희가 정말 잘못했어라! 참말로…….”
“진짜 죽여 버리기 전에 대가리 박아, 새끼들아.”
황급히 무릎을 꿇었던 그들은 다시 흙바닥에 머리를 심었고, 종혁은 담배를 물며 이들의 처우를 고민했다.
그 순간이었다.
스르륵!
사이렌을 끈 채 다가와 멈춰 서는 순찰차 한 대.
순찰차에서 내린 두 명의 경관이 웃는 낯으로 다가온다.
“아따, 수고하십니다.”
“……후. 이거 죄송하게 됐습니다. 수고하십니다.”
종혁의 온화한 말투에 얼굴이 밝아지는 두 경관.
눈을 돌린 양아치 셋이 살았다는 표정으로 일어난다.
“박 경장님!”
“오셨어라!”
“에라이! 너희 내가 사고 치지 말라고 혔냐, 안 혔냐! 흐미. 면상들 봐라.”
임자를 제대로 만났다.
그가 뒤통수를 후려치자 양아치 셋이 발끈한다.
“아따 우린 잘못 없당께요!”
“맞아요! 저놈이 갑자기 저희를 들이받았당게요!”
“니들이 먼저 시비를 걸었겠제!”
정곡이 찔려 입을 다무는 그들.
박 경장이라 불린 중년 경찰은 그들의 뒤통수를 다시 후려쳤다.
“니들은 좀 있다 보자잉.”
박 경장은 종혁에게 다가갔다.
“저놈들 때문에 욕보셨소. 근디 어디서 온 분이쇼잉? 아니, 신분증 좀 봅시다.”
종혁은 박 경장을 빤히 바라봤다.
“저놈들은 검사 안 하는 겁니까?”
“다 아는 놈들이라 검사할 것도 없당께요. 신안으로 놀러 오신 분 같은디 내가 저놈들 대신해서 사과드리요.”
그래도 신고를 받고 출동했고, 저들이 줘 터졌으니 가해자의 신원은 확인해야 됐다.
종혁은 순순히 신분증을 내밀었고, 그 신분증을 받아 함께 온 동료 경찰에게 내민 박 경장은 종혁을 봤다.
“사장님께선 어떻게 하실라요? 일 복잡해지게 저놈들과 함께 파출소 가실라요, 아니믄 깔끔하게 합의보실라요? 저놈들이 철이 없어도 저리 줘 패셨응께 파출소 가시믄 사장님도 꽤 복잡해질 거여요.”
“박 경장님! 아니, 삼촌! 뭔 말을 그렇게 하셔요! 여기 맞은 거 안 보이십니까!”
“아갈 찢어 버리기 전에 닥쳐야! 니들이 또 되지도 않는 위협 운전을 했응께 이 사장님이 빡이 돈 거 아녀! 니들 위협 운전 신고만 몇 번인지 알어? 그게 최고 몇 년인지는 알고 아가리를 씨불이는 겨?!”
거기다 세 명이서 덤볐다. 저들은 특수폭행인데, 이쪽은 자기 방어를 위한 단순폭행인 셈.
죄질이 다르다는 거다.
‘호오?’
“아니, 그래도 이건 경우가 아니지라! 울 아빠가 삼촌한테 얼마나 해 줬는디요!”
“그래서 내가 니를 잡아 처넣지 않는 거여! 니 아비이자 내 불알친구 김동팔이 때문에! 아니다. 오늘 그냥 유치장 구경하자.”
“진짜 왜 그러신다요! 아, 난 모르겠고, 그냥 저 새끼 콩밥 먹일라요! 배 째쇼! 배 째!”
“저도 배째 랑께요!”
“오메. 환장하겄네.”
가슴을 친 박 경장은 한숨을 내쉬며 종혁을 봤다.
“일이 이렇게 됐응께 우리랑 같이 파출소에 가야쓰겄소. 내가 저놈의 새끼 아버지랑 친한께 얼마 계시진 않을 거요.”
“그럼 저놈들도 처벌받는 겁니까?”
“그래도 여행 오신 것 같은디 좋게좋게 하는 게 좋지 않겄소? 뭐, 사장님이 정 쌍방으로 가시겠다믄 말리진 않겄는디…….”
그냥 좋게 합의금을 받고 보험사 불러 사고를 뒷수습하는 게 나을 거다.
종혁은 끝까지 외지인의 입장을 생각해 주는 박 경장의 모습에 고개를 끄덕이며 드러누운 세 명을 봤다.
“어이, 양아치들. 후회 안 하냐?”
“후회는. 니는 오늘 콩밥 먹을 줄 알아, 새끼야.”
“그래, 그 생각 끝까지 고수해라.”
종혁은 박 경장을 봤다.
“가시죠, 파출소.”
“……혹시 뭐 하시는 분인지 물어도 되겄습니까?”
갑자기 심장이 벌렁벌렁 뛰는 게 느낌이 이상하다.
그때였다.
“추, 충성-!”
박 경장은 갑자기 종혁에게 거수경례를 하는 동료 경찰의 모습에 눈을 껌뻑였다.
“니 뭐허냐?”
“경장님도 얼른 인사하랑께요! 충성! 순경 최철수-!”
박 경장은 갑자기 마르기 시작한 입술에 침을 바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하시는 일이……?”
“아, 처음 뵙겠습니다. 신생 신안경찰서에 서장으로 발령받은 최종혁 총경입니다.”
쿵!
종혁은 당황하며 몸을 일으키는 셋을 보며 씩 웃었다.
“지금부터 아가리 열었다가는 무조건 징역이다.”
셋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 * *
경찰서 근처에 지어진 종혁의 관사.
앞마당이 넓은 2층 주택에 들어선 종혁이 근처에 세워진 아파트를 바라본다.
계림 건설에서 지은 신생 신안경찰서 경찰들을 위한 관사.
“그럼 짐부터 풀어 보실까?”
경찰서를 둘러보는 건 그다음. 이 두근거리는 심장을 조금 더 애타게 해야 감동이 더 클 것 같다.
정원수 몇 그루가 심어진 집 안으로 들어온 종혁은 거실의 풍경에 혀를 내둘렀다.
“휘유. 이거 제대로 꾸며 주셨는데?”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80인치 TV와 스탠드형 에어컨.
그것도 모자라 천장에도 따로 에어컨이 달려 있다. 모두 삼전전자의 신형 모델들이다.
“네, 시연 씨.”
홍시연에게 신안에 도착했다고 알린 종혁은 이후 방을 둘러보며 어머니 고정숙과 김희건 회장과 김용재 전무, 타올이나 침구, 그리고 피트니스 기구 등을 제공해 준 김부현 전무에게도 연락을 했다.
센스 있게 음식들도 다 채워 줬기에 김부현과는 조금 더 오래 통화했다.
“좋네.”
남자 혼자 살기엔 너무 넓긴 하지만, 그래도 좁은 것보다는 낫기에 종혁은 만족스럽게 웃으며 씻기 위해 옷을 벗었다.
그 순간이었다.
띵동! 띵동!
“……누구지?”
자신과 별로 친하지 않은 관계라는 설정을 한 최재수가 찾아올 리는 없었기에 종혁은 의아해하며 인터폰으로 다가갔다.
“아.”
눈탱이가 밤탱이가 된 양아치 셋과 그들의 뒤통수를 때리고 있는 세 장년인.
종혁은 열림 버튼을 누르며 밖으로 나갔다.
“아따. 집 좋네. 근디 뭔 담벼락이 이리 높…… 아이고, 안녕하십니까! 뭐허냐! 사과 안 드리고!”
“아니, 내가 더 다쳤…….”
빠아악!
“씨벌놈아. 니 사업 접을래, 서장님께 사과드릴래?”
“진짜 왜 나한테만 그러요…….”
“이놈의 새끼가!”
울상이 된 김지동은 종혁에게 허리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서장님. 제가 큰 결례를 끼쳤어라. 용서만 해 주신다면 앞으로 맘 잡고 열심히 살겠습니다.”
“우리 아들놈들이 선상님께 큰 민폐를 끼쳤습니다. 여기 김지동이 아비 되는 김동팔입니다.”
다른 아버지들도 아들들의 뒤통수를 때리며 사과를 시킨다.
혹여 아들들이 정말 교도소를 갈까 안절부절못하는 아버지들.
‘아무래도 경찰서는 못 가겠네.’
미치도록 보고 싶지만, 그보다는 주민들과의 화합이 더 중요했다.
종혁은 푸근히 웃으며 먼저 손을 내밀었다.
“혹시 술 좋아하십니까?”
“……아따 없어서 못 먹지라잉. 혹시 회 좋아하십니까?”
“저도 없어서 못 먹죠. 여름엔 농어가 좋다죠?”
“으하핫! 이거 술꾼이 오셨구만. 싸게 나오쇼. 근처에 회 잘 뜨는 집이 있당께요.”
잠시 양해를 구한 종혁은 지갑과 핸드폰을 챙겨 들고 그들을 따라나섰다.
* * *
다음 날, 이른 아침부터 신생 신안경찰서 소속이 된 경찰들이 시무식 준비를 위해 모인다.
“그건 여기로! 그건 저기로! 이런 씨! 시무식 한두 번해?!”
단상을 세우고 음향 기기를 설치하느라 정신없이 바쁜 경찰서 주차장.
모인 경찰들이 멀뚱히 그 모습을 바라보며 입맛을 다신다.
“아따, 저거 우리 일인디…….”
“놔두쇼. 서장이 불렀다 안 하요. 그보다 그짝은 어디서 오셨소? 난 전남청에서 왔는디.”
“목포서에서 왔지라. 이쪽은 나주서. 계급이?”
“강력계 계장인디?”
“아이고, 계장님! 형님! 여기에 형님네 계장님 계신당께요!”
“음마? 형님! 형님도 여기 신안서로 오셨소?”
“여! 장정팔이! 니가 벌써 과장이 된 겨?”
먼저와 이야기를 나눈 사람도 있고, 오늘 처음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경찰들도 있다.
그렇게 4만 5천여 명의 신안군민들의 치안을 책임질 150여 명이 서로 악수를 나누며 웅성거린다.
“아따, 그런디 이거 업무는 어떻게 인수인계를 받아야 하는 겨?”
“설마 배 타고 섬 파출소에 직접 가야 하는 건 아니겄지?”
“설마 그럴라고……. 어이, 목포서!”
그동안 신안군 치안 업무를 담당했던 전남 목포경찰서.
신안군의 지역에 따라 무안경찰서, 함평경찰서, 영광경찰서도 그 업무를 분담했었다.
“몰러요! 신안 쪽 업무를 맡았던 사람이 한 명도 안 왔당께요!”
“저희도요!”
“……업무 파악하는 데만 반년은 걸리겄네.”
“반년밖에 안 걸리면 다행이지.”
모두의 얼굴이 어두워진다.
그럴 수밖에 없다.
신생 경찰서다. 비록 주민의 숫자는 적다지만, 본청에서 간부가 직접 내려올 만큼 신경을 쓴 경찰서.
당연히 인사고과 점수에 플러스가 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2008년 천일염이 광물이 아니라 소금으로 인정이 되면서 많은 대기업들이 들어와 땅을 사들여 염전을 일구고 있고, 계림건설 등의 대기업들이 신안을 대상으로 개발을 하고 있다.
그로 인해 치안이 개판이 되고 있지만, 그럴수록 그 위험도와 공을 인정받을 테니 2년 안에 진급을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모두 그런 생각으로 이곳에 왔는데, 정작 업무 파악부터 제동이 걸리니 낯빛은 당연히 우울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 그들을 골치 아프게 하는 건 또 있었다.
“서장으로 오신다는 분이 젊다고 하던디…….”
“인사이동 서류를 봤는데, 올해 서른이더라.”
“환장하겄네. 애송이자너?”
그것도 경찰대를 졸업해 엘리트 코스를 밟은 서울깍쟁이.
이런 부류의 성격은 다 똑같다.
FM. 유통성 없이 꽉 막힌 젊은 상사를 모셔야 한다니 그들로서는 한숨이 나올 뿐이었다.
-후! 후! 그럼 지금부터 전남 신안경찰서의 시무식을 시작하겠습니다.
옷매무새를 가다듬으며 정면의 단상을 본 경찰들은 의아해했다.
오늘 시무식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때였다.
뚜벅! 뚜벅!
등 뒤에서 들리는 구둣발 소리에 고개를 돌린 경찰들이 종혁을 발견하곤 눈을 빛낸다.
‘아따, 훤칠하네.’
‘성깔이 좀 있겄는디…….’
마치 상품을 살피는 듯한 눈빛들.
종혁은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아는 얼굴들이 제법 있네.’
대다수는 모르는 인물들이지만, 그동안 여러 번의 특별수사대책본부, 특수본을 꾸리며 함께 호흡을 맞췄던 얼굴들도 보인다.
그렇게 단상에 도착한 종혁은 주변의 간부들, 파출소 소장들과 눈인사를 나누곤 시무식을 진행하는 사회자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겠습니다. 전체 차렷!
처척!
-국기에 대하여 경례!
종혁은 국기를 향해 거수경례를 하며 입술을 비틀었다.
드디어 신안경찰서 생활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