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675화>
124. 신안으로
“요청한 자료는 왜 아직도 안 넘어와!”
“예! 본청 홍보부입니다!”
오늘도 정신없이 바쁜 본청의 홍보부.
담배를 꼬나문 채 정신없이 일감을 쳐 내던 종혁이 마지막 엔터키를 누른다.
타악!
‘끝났네.’
드디어 끝났다. 오늘로 할 수 있는 일은 다 끝냈다.
찰칵! 치이익!
“후우우.”
희뿌연 담배 연기를 뿜으며 부서원들을 가만히 둘러보는 종혁.
“참…… 다사다난했지.”
박종명이 나가리가 되면서 붕 떠 버렸던 본청의 홍보부. 부장으로 발령을 받아 부임을 했을 때 부서원들과 했던 신경전이 떠오른다.
이후 서로 융합하고 화합하며 참 많은 일들을 이뤄 냈다.
그렇게 어느덧 1년.
이젠 헤어져야 할 시간이었다.
종혁은 사무실에 퍼지는 담배 연기에 힐끔거리기 시작한 부서원들을 보며 히죽 웃었다.
짜아악!
“모두 동작 그만! 컴퓨터와 전화기에서 손 떼세요!”
갑작스러운 지시에 의아해하며 손을 떼는 그들.
“김 팀장님.”
미디어 관리팀의 김덕출 팀장. 부서원들 가운데 가장 마지막까지 마음을 열지 않았던 사람.
“예, 부장님!”
진지하게 답하는 그의 모습에 종혁은 자신도 모르게 웃어 버리고 말았다.
“오늘 안에 끝내야 할 업무가 있습니까?”
“아니요……. 없는 것 같습니다. 아니, 없습니다!”
“여론 조사 및 관리팀?”
“저희도 없습니다.”
“경찰 이미지 마케팅팀?”
“없습니다!”
“저희도 없습니다!”
“저희도요!”
“오케이.”
손을 들며 대답하는 그들의 모습에 고개를 끄덕인 종혁은 전화기를 들었다.
“예, 대변인님. 저 최 부장입니다. 오늘부터 홍보부 전원 사흘간 휴가입니다.”
-뭐? 자, 잠깐 최 부장!
전화를 끊은 종혁은 깜짝 놀란 부서원들을 보며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뭐해요? 휴가계 안 올리고.”
“우와아아아아!”
“정말 부장님 최고십니다!”
“빨리 올릴수록 오늘 회식 때 먹을 수 있는 음식 종류가 다양해집니다.”
“야! 빨리빨리 해!”
“누가 휴가계 양식 좀 줘!”
방금 전과 다른 의미로 정신없어지는 부서원들을 바라보던 종혁은 몸을 일으켰다.
오늘 회식에 함께할 지인들을 초대하러 가야 했다.
* * *
“건배!”
채재쟁!
아름답게 말아진 소맥을 담은 컵이 부딪치는 강남의 한 우대갈빗집.
오후 3시부터 벌어진 송별회에 모두 얼굴이 불콰하게 달아올라 있다.
사흘간의 휴가. 그러나 마냥 기뻐할 수 없는 건 바로 오늘 이 회식이 송별회이기 때문이다.
종혁은 그 모습을 보며 피식 웃었다.
“다들 고기가 맛없습니까? 다른 곳으로 이동할까요?”
“아, 아뇨! 그, 그게 아니라…….”
무슨 심정인지 안다.
그러나 갈 사람은 가고, 올 사람은 오는 게 바로 공무원 사회다. 이런 이별은 그저 일상일 뿐이고, 그런 일상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었다.
‘그래도 고맙네.’
“부장님.”
“왜?”
“한 말씀 하시죠.”
최재수의 말에 종혁은 부서원들을 다시 둘러봤다.
“쩝. 이따가 다른 사람들도 오면 하려고 했는데…….”
부서원들의 눈빛이 뜨거워 앉아 있을 수가 없다.
몸을 일으킨 종혁은 부서원들을 향해 허리를 숙였다.
“고맙습니다. 그동안 이 어린놈을 잘 따라와 줘서 고맙고, 기대한 것보다 더 잘해 줘서 고맙습니다.”
“아, 아니…….”
반박할 말이 있는 듯 입술을 달싹이다 다무는 부서원들.
“함께했던 시간과 추억들은 결코 잊지 못할 거고, 앞으로도 홍보부가 계속 경찰의 중추가 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한 마디, 한 마디 뱉을수록 우울해지는 분위기.
종혁은 다시 한번 감사하다 생각하며 허리를 숙였다.
“덕분에 편히 일하다 갑니다! 감사합니다!”
“저희도 부장님 덕분에 재밌게 일했습니다!”
“솔직히 지금처럼 사명감을 가지고 일해 본 적이 없습니다!”
“부장님,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부장님-!”
“와아아아!”
종혁은 컵을 들었다.
“제가 홍보부라고 선창하면, 만세라고 후창하는 겁니다! 홍보부!”
“만세!”
“홍보부!”
“만세-!”
채재재재쟁!
“크아아아!”
모두가 시원하게 소맥을 들이켜는 순간이었다.
우르르!
“뭐야, 언제부터 시작한 거야? 어이구, 술병들 봐라.”
“벌써 다 끝난 거야? 우리 가야 해?”
홍보부가 전세를 낸 우대갈빗집 안으로 들어오는 종혁의 지인들.
종혁은 그들 사이에 껴 있는 장희락 경찰청장과 나형재 대변인을 발견하곤 묘한 표정을 지었다.
“아, 부서원들 회식 자리에 회사 수장이 오는 건 좀 아닌데…….”
나지막하지만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종혁의 말에 두 사람의 얼굴이 와락 구겨졌다.
* * *
“수고하셨습니다!”
“흐어엉! 다음엔 또 언제 봅니까, 부장님! 안 돼! 못 가! 갈 거면 날 밟고 가, 씨발!”
새벽 1시, 인사불성이 된 마지막 부서원까지 택시를 태워 보낸 종혁이 마지막 5차의 술판이 벌어졌던 호프집 안으로 들어간다.
“다 보냈나?”
“죄송합니다.”
종혁의 사과에 장희락은 손을 저었고, 김종두 과장이 종혁의 빈 잔에 술을 따른다.
“정말 가긴 가는구나, 최 부장. 아, 이젠 서장이라고 불러야 하나?”
“하하.”
“크. 진짜.”
13년 전, 종혁의 모교인 동일고 일진 폭행 및 갈취 사건을 통해 인연을 맺은 김종두.
그때부터 어떻게든 종혁을 경찰로 만들어야겠다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데, 그렇게 경찰이 된 종혁이 어느새 김종두 자신과 같은 계급인 총경이 되다 못해 더 높은 곳으로 가기 위해 지방으로 떠난다.
김종두로선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하, 이제 헤어지면 또 언제 만나냐?”
“불길한 말은 하지 마시죠. 1년 후에 돌아올 겁니다.”
마음 같아선 김종두도 전남경찰청으로 왔으면 싶다.
하지만 훗날을 생각하면 김종두는 무조건 본청에 붙어 있어야 했다. 옆에서 씁쓸한 얼굴로 술을 홀짝이고 있는 오택수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런 우울한 분위기도 잠시.
“그래서.”
이택문 전 경찰청장의 차가운 음성이 울려 퍼지자 이 자리에 있는 모두의 긴장이 곤두선다.
“준비는?”
심장을 때리는 날카로운 눈빛.
종혁은 입술을 비틀었다.
“어떤 준비를 말하시는 겁니까? 칼춤을 출 준비?”
오래전부터 인식하고 준비해 온 신안행이다.
게다가 최기룡 전 경찰청장부터 정용진 치안상황관리관, 장희락 현 경찰청장, 이외에도 참 많은 사람이 도와준 일이다. 빈틈 따윈 없었다.
남은 건 현장에 가서 상황을 지켜보고 대처하는 것뿐이었다.
종혁의 눈에 흉흉함이 서리기 시작하자 모두의 눈에도 전의가 맺히기 시작한다.
그들은 비릿하게 웃으며 술잔을 부딪쳤다.
“크으! 아, 그런데 이제 어떡하냐?”
김종두가 종혁이 갈 신안을 떠올리며 킬킬 웃는다.
사건 귀신이 씐 듯 어딜 가든 사건이 따라다니는 종혁, 본청에서도 감당하기 힘든 존재인 종혁이 인구가 고작해야 4만여 명에 불과한 신안군으로 가는 거다.
어떤 평지풍파를 일으킬지 가늠조차 되질 않았다.
“최 서장, 아니 종혁아. 열 받는다고 막 지도상에서 섬 같은 거 지워 버리고 그러면 안 돼?”
“아니, 누가 보면 제가 사고뭉치인지 알겠습니다.”
“아니었어?!”
“……끄응!”
“에이, 사고뭉치는 아니지. 폭탄이라면 또 모를까.”
“푸하하하핫! 그게 맞는 말이네!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
그것도 폭파 스위치를 스스로 들고 있는 폭탄이다.
종혁은 최기룡과 이택문까지 한마디씩 거드는 모습에 얼굴만 구길 뿐 아무런 반박도 못한 채 술만 연거푸 들이켰고, 그에 다른 사람들도 웃으며 술을 들이켰다.
그들 사이에 웃음꽃이 피기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나 마셨을까.
이 자리에 참석한 모든 사람의 눈이 풀려 갈 때 장희락이 거칠게 술잔을 내려놓는다.
“최 부장! 내가 정말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지?!”
전라남도 22개의 시, 군 중 유일하게 경찰서가 없는 신안.
아무리 기업들의 도움이 있었다지만, 없던 경찰서를 만들고 그 안에 수많은 인사들을 채워 넣느라 골머리를 썩혀야 했다.
어디 그뿐인가. 종혁이 마음껏 날갯짓을 할 수 있도록 참 많은 일을 했다.
물론 그동안 일도 많고 탈도 많은 상태에서 일을 진행하느라 미진한 점도 분명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장희락 본인이 기울였던 노력이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1년 뒤에는 꼭 본청으로 와야 한다! 나 여의도 갈 거야! 거기서 엉덩이를 뭉개거나 서울청이나 강남서, 부산청 같은 곳으로 가면 안 돼! 알았지?”
“허! 장 청장, 누가 보면 자네가 다 한 줄 알겠어.”
“아니, 이럴 땐 좀 그렇다고 해 주시면 안 되는 겁니까?”
종혁은 티격태격하는 장희락과 최기룡, 이택문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아, 그런데 이번에 인사이동 되신 전남경찰청 청장님은 누구십니까?”
이번 일에 있어 중요한 인물 중 한 명인 전라남도 경찰청장. 정식 인사이동 명단에도 나와 있지 않으니 궁금해 미칠 지경이다.
“그건…….”
“두구두구두구두구!”
“나중을 위한 선물!”
“으하하핫! 장 청장! 유머 센스가 좋은데?!”
“하하핫! 제가 좀 그렇습니다!”
‘에라이.’
술에 취하니 망가져 버리는 장희락의 모습에 고개를 저은 종혁은 잔을 높이 들었다.
“자, 건배하시죠!”
“그렇지! 해야지, 건배!”
“건배-!”
채재쟁!
그들은 잠시의 이별을 기리는 마지막 건배를 했다.
“조심히 들어가십쇼!”
“그래! 경찰의 날 때 봐!”
손을 흔든 장희락을 마지막으로 모든 사람이 떠나자 종혁이 담배를 문다.
찰칵! 치이익!
“어우, 시원하다. 응? 청장님 가셨냐?”
“방금 가셨어요. 여기요.”
종혁이 권한 담배를 문 오택수는 뿌연 담배 연기를 뿜으며 어둔 밤하늘을 응시했다.
엊그제만 해도 쌀쌀했던 것 같은 밤공기가 제법 후덥지근하다.
벌써 7월이었다. 정말 이별이었다.
“이제 가면 1년 뒤에나 보는 건가?”
“어라? 제가 도와 달라고 하면 안 오실 겁니까?”
저 제주도까지 대한민국 전역이 수사 영역인 특별범죄수사대. 아마 홍보부에 있을 때보다 더 자주 보게 될 수도 있다.
“……크큭. 그렇지. 알았다. 잘 가고, 경찰의 날 때 보자.”
“예! 조심히 들어가십쇼.”
“최재수, 이 새꺄! 너도 최 서장한테 민폐 끼치지 말고!”
“예, 예. 전 서장님 곁에서 꿀 빨 테니까 오택수 씨는 여기서 고생 열심히 하십쇼.”
“……아주 맞먹지, 맞먹어. 왜? 그냥 오택수 씨 말고 씨발새끼 씨라고 하지?”
짝! 짝짝!
“악! 악!”
종혁은 오늘도 벌어지는 투덕거림에 키득키득 웃으며 담배를 깊게 빨았다.
* * *
통통통!
잠에 젖은 귀를 때리는 경쾌한 소리.
눈을 뜬 종혁이 하품을 하며 몸을 일으켜 방을 나선다.
“음. 맛있는 냄새.”
미소를 지은 종혁이 고정숙의 뒤로 다가가 양팔을 벌린다.
그 순간이었다.
휙 몸을 돌리며 칼을 내미는 어머니 고정숙.
“일어났으면 씻어. 허튼짓하지 말고.”
“……옙.”
입맛을 다시며 물러선 종혁은 씻고 나왔고, 그 짧은 사이 모두 차려진 아침 밥상에 혀를 내두른다.
“뭘 이렇게 많이 차렸어. 아침부터 배 터지게.”
그렇게 너스레를 떨었지만 종혁은 알고 있었다. 앞으로 최소 1년간 보고 싶을 때 볼 수 없게 된 아들을 위해 날밤을 새우며 음식을 한 것을 말이다.
거뭇한 기운이 맴도는 어머니의 눈과 피로가 가득한 어깨를 보고도 모른다면 아들 자격이 없었다.
“얼른 먹기나 해.”
“철이랑 희야도 깨울까?”
어젯밤 작별 인사를 나누긴 했지만 약간 마음에 걸린다.
“됐어. 뭘 벌써 깨워. 오늘 하루 힘들게.”
“그래요, 그럼.”
냉큼 자리에 앉은 종혁은 밥을 한술 크게 떠서 입안에 넣어 씹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역시 우리 여사님! 손맛이 아주 그냥!”
입맛 없을 새벽임에도 침이 한가득 고인다.
“흥!”
“엄마도 같이 먹어요. 혼자 다 못 먹어.”
“……알았어.”
그렇게 둘만의, 너무도 오랜만에 모자만의 아침 식사가 시작됐다.
“짐은 다 챙겼어? 속옷은? 아니다.”
밥을 다 먹자 뭐가 그리 급한 건지 벌떡 일어나 종혁이 싼 짐부터 풀어 젖히는 고정숙.
“아, 놔둬요. 부족한 거 있으면 거기서 사면 돼. 고작 1년 다녀오는 건데, 무슨 이사 갈 일 있어?”
“그 시골에 가는데 쓸 만한 게 있겠니?”
“어이구, 어머니. 10분 거리에 25만 명이 사는 목포시가 있고, 길어도 2시간 거리에 인구 130만 명의 광주광역시가 있습니다.”
그리고 필요한 가구나 물품들은 이미 다 구비해서 숙소에 보내 놓았다.
“……으흠. 그러면 됐고. 뭐 이 정도면 챙길 건 대충 챙긴 것 같네.”
달칵!
“다녀올게요.”
“조심히 다녀와. 밥 잘 챙겨 먹고.”
“엄마도 아들 없다고 술 많이 마시지 말고, 술 마시고 전 남친들한테 연락…… 으따따!”
“주둥이. 넌 꼭 한마디를 더 해서 매를 벌더라?”
“사랑합니다.”
“난 안 사랑해.”
고정숙은 종혁은 꼭 끌어안았고, 종혁도 품 안에 쏙 들어오는 엄마를 오랫동안 껴안았다.
“갈게요.”
“다녀와.”
토닥토닥!
등을 두드리는 작고 거칠지만 따뜻한 손길.
듬직한 표정으로 거수경례를 한 종혁은 몸을 돌려 집을 빠져나갔다.
그러자 그의 눈빛이 돌변한다.
“자, 그럼 가 보실까?”
이제 신안으로 갈 시간이었다.
* * *
1004개의 섬이 있다 하여 천사섬이라 불리는 전라남도 신안군.
그러나 실제론 1025개의 섬이 있는 신안.
목포시와 연결이 된 대교, 압해 대교를 지나 2차선 길을 쭉 따라 올라가다 보면 압해읍 학교리란 곳에 압해파출소가 나타난다.
신안군에 위치한 두 개의 읍 중 한 곳인 압해읍.
단층의 작은 압해파출소 앞에 얼굴이 까맣게 탄 두 남성이 그늘 속에 숨어 커피와 담배를 즐긴다.
“아따, 올해도 허벌라게 뜨겁겠구마잉.”
벌써부터 숨이 막히고, 매미가 시끄럽게 울어 대는 게 심상치가 않다.
“그라게요. 아무리 봐도 순찰 나가다 더위 먹을 것 같은디…….”
“글겄지만, 인자 우덜이 순찰을 나가 봤자 얼마나 나가겄냐잉.”
얼마 전 압해읍에 신안군의 치안을 통솔하는 경찰서가 생겼다.
경찰서에 소속된 인원만 150명.
그들 압해파출소에서도 한 명의 경관이 픽업되어 소속을 옮기게 됐다.
“그렇다면 다행이긴 한디…… 뭐헌다고 압해도에 경찰서를 지었을까요잉?”
발전도를 따지면 북쪽의 지도읍이 훨씬 더 발전되어 있다. 해양파출소도 지도읍에 있으니 말 다 한 거라고 봐야 했다.
“암태면과 이어진다는 대교 때문 아니겄냐.”
압해도의 맞은편에 있는 거대한 섬, 암태면.
만약 다리만 제대로 완공이 된다면 압해도는 맞은편 네 개의 큰 섬까지 모두 총괄하는 요충지가 될 수밖에 없다.
“근디 내가 봤을 땐 아마 여따가 일단 지어 놓고, 나중에 다리 완공되믄 암태면으로 옮길 거 가텨.”
“아닐 것 같은디요. 관사도 여따가 지어 놓고, 편의점도 두 개나 더 만들었는디 그러겄어요?”
그뿐만이 아니다.
계림그룹과 삼전건설이 들어오면서 수많은 공사와 개발이 이뤄지고 있는 신안. 압해도도 그런 공사와 개발들이 이뤄지고 있었다.
“염병허네. 그치들이 여서 돈을 쓴다면 얼마나 쓴다고.”
바로 옆이 목포다.
주말이 되면 인부들은 모두 목포로 향한다.
“하긴. 그렇긴 하지요잉. 아무튼 그런 것보다 난 새로 온다는 서장이 더 궁금하당께요. 꽤 젊다고는 하던디…….”
“본청에서 온다는 서장님 말이제?”
“서울 얌생이 양반이 여그서 잘 적응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겄네요.”
“하긴 여가 좀 거시기 하긴 하제.”
죄다 시골 사람들이다.
순박하지만 그만큼 고집이 세고 억세다.
“어디 주민들만 그란데요. 다른 파출소 경찰들도…….”
벌컥!
“아따 뭐헌다고 무전기를 놓고 나갔냐잉. 싸게싸게 나가 봐야! 압해 대교에서 사건 터졌당께?”
“어떤 씨부랄 것들이 거기서 사고를 쳤대요?”
“지동이 새끼가 사고를 쳤대!”
“또요?”
“아오, 그 염병할 새끼.”
둘은 혀를 툴툴 차며 순찰차에 올라 압해 대교로 달려갔다.
그렇게 압해 대교에 다다랐을 때, 그들은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눈을 껌뻑였다.
“총 꺼낼까요잉?”
“넌 저게 총 꺼낼 일로 보이냐?”
도로가 옆에서 머리를 박고 있는 사내 셋과 그 앞에서 짜증 난 표정을 짓고 있는 거구의 사내.
아무래도 압해도의 골칫거리 지동이가 외지인에게 시비를 걸다 된통 당한 것 같다.
“나가자.”
“야.”
탁탁!
차에서 내린 그들은 거구의 사내, 종혁에게 다가가며 미소를 지었다.
“아따, 수고하십니다.”
종혁은 다가온 두 경찰을 가만히 응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