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674화 (674/837)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674화>

파리 시립 현대미술관 도난 사건의 진범이 잡히다!

진범은 앙리 회장?

프랑스 TOP 4 이동통신사 보이그의 회장 피오르 앙리!

앙리 회장의 저택에서 발견된 수많은 도난품들! 다섯 명화만이 전부가 아니었다?

프랑스의 셜록! 뤼옹 드 몽 공작이 또 해냈다!

한 편의 영화 같았던 이번 수사!

프랑수와즈 대통령이 허락한 함정 수사!

세기의 명화들이 범죄자의 손에 의해 사라지는 걸 두고 볼 수 없었다! 모든 책임은 자신이 지겠다!

프랑스 시민들의 교육적 함양을 위해 눈물을 머금고 결단을 내린 프랑수와즈 대통령!

탁!

아침의 새가 울어 대는 카페테라스. 신문을 거칠게 내려놓은 해리 가드너가 입술을 비튼다.

“역시 무도한 나라, 프랑스답군요.”

사건을 해결하는 데 지대한 공을 올린 종혁에 대한 이야기가 단 한 줄도 실리지 않았다.

유럽의 중국이라 불리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었다.

호록!

해리 가드너 교수는 느긋이 커피를 마시며 개선문을 바라보는 종혁의 모습에 눈살을 찌푸렸다.

“화가 나지도 않는 겁니까?”

“뭐 어때요. 이 나라에 대해 모르는 것도 아니고.”

자신은 그저 받아 갈 것만 받아 가면 되는 거다.

“그쵸, 과장님?”

“……그렇지. 받아 갈 것만 받아 가면 되는 거지. 하아.”

“그렇습네다. 하아아.”

해리 가드너는 테이블 위에 엎어지는 백이도 과장과 순철의 모습에 의아해했고, 종혁은 쿡쿡 웃었다.

“함정 수사가 중독성이 있잖아요.”

쉽고 빠르고 강력하며 확실하다.

그것이 바로 함정 수사.

“아아, 무슨 마음인지 압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죄추정의 원칙을 무시할 수도 없으니 말이죠.”

무죄추정의 원칙(Presumption of innocence).

모든 죄는 오로지 증거를 근거로 하여 판단해야 한다는, 근대 형사법의 근간을 이루는 법리다.

만약 이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수사기관에서 공권력을 남용하는 등 폐단이 발생할 수도 있기에, 무고한 피해자를 만들지 않기 위해선 필요불가결한 것이 할 수 있다.

이 원칙이 존재하기에 여러 국가에서 함정 수사, 위장 수사를 기본적으로 금지하는 것이다.

“뭐, 고칠 수 있는 문제들은 조금씩 개선해 나가야겠죠.”

“누가 있어서 참 안심이란 말이야.”

“그렇습네다.”

백이도와 순철의 말에 종혁은 볼을 긁적였고, 해리 가드너는 푸근히 웃었다.

‘누구보다 경찰을 사랑하는 사람이니 많은 걸 바꾸었겠지.’

세기의 천재 종혁. 아마 경찰 조직에 들어갔을 때부터 경찰을 바꾸어 갔을 거다.

“한국으로 복귀하면 곧바로 지방으로 간다고요?”

곧 있으면 7월. 슬슬 초여름의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니, 종혁도 하반기 인사이동을 준비해야 됐다.

“예. 전에도 말했듯이 지금보다 더 위로 올라가려면 지방 순회를 좀 해야 해서요.”

“어딘지 모르겠지만, 그곳의 주민들이 부러워지는군요. 최가 갈 곳은 축복받은 곳이 될 테니까요.”

“하하.”

“그럼 앞으로 1년 동안은 최를 보지 못하는 겁니까?”

“어쩔 수 없죠.”

언제 어떤 사건이 터질지 모르는 일선 경찰서의 서장으로 간다.

어느 때건, 심지어 주말의 새벽 3시에도 서장실에서 휘하 경찰들을 진두지휘할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어머니 고정숙에게는 될 수 있는 한 집에 들를 거라고 말했지만, 아마 1년 동안 집에 들어갈 날은 한 손에 꼽을 정도가 될 거다.

‘거기에선 또 무슨 일이 있을지…….’

참 골치 아픈 동네로 가다 보니 절로 입맛이 썼다.

‘그래도 많이 준비했으니까.’

회귀 후 경찰이 되기 이전부터 신경을 썼던 신안.

종혁은 빵빵 지나는 차들로 시끄럽지만, 관광객의 입장이라서 그런지 마음은 편안하게 개선문의 풍광을 바라보며 얕은 한숨을 뱉었다.

그렇게 그들은 사건 해결 후 아주 잠시 동안 찾아온 여유를 즐겼다.

지이잉!

고요한 여유를 깨는 문자를 확인한 종혁은 헛웃음을 터트렸다.

“뤼옹 교수입니까?”

“……대통령도 왔답니다. 일어나시죠.”

“미친. 정말 광팬이었냐…….”

셋은 남은 커피를 들이켜며 다급히 몸을 일으켰다.

* * *

커다란 모니터 속에서 빨간색과 녹색의 사각형 수십여 개가 움직이고, 이 공간에 모인 여러 명의 사람이 눈을 빛낸다.

커피를 한 손에 든 코가 길쭉한 노인도 마찬가지다.

“혹시 이 사람도 추적이 가능합니까?”

프랑스의 23대 대통령 프랑수와즈 니콜라.

그가 내미는 핸드폰 속 사진을 본 뤼옹 드 몽이 미간을 좁힌다.

“정부입니까?”

“애인이라고 해 주시면 감사하겠군요. 아마 지금쯤 13구역에 있을 겁니다.”

“쯧.”

뤼옹 드 몽은 컴퓨터 앞에 앉은 경찰 간부에게 핸드폰을 내밀었고, 핸드폰을 컴퓨터와 연결해 사진을 다운받은 경찰은 파리 공용 CCTV 관제 시스템에 접속해 사진 속 인물을 찾았다.

그렇게 약 5분여의 시간이 흘렀을 때, 경찰의 입이 열렸다.

“찾았습니다.”

모니터에 한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는 아리따운 여성이 나타난다.

“오오!”

“와!”

이 안에 모여 있던 8명의 장년인의 눈이 번뜩인다.

그들은 이 이른 아침에도 아름다운 애인의 자태에 흐뭇이 웃고 있는 대통령의 팔을 잡았다.

“대통령님! 이건 무조건 가져와야 합니다!”

“그렇습니다! 이건 혁신입니다, 혁신! 이것만 있으면-!”

못 잡을 범죄자가 없을 것 같다.

프랑스의 대표 정보기관인 대외안보총국과 대내안보총국, 군사정보국, 국방보안국, 사법경찰총국과 파리경찰청 정보부의 고위 간부들 모두 눈이 뒤집어져 압박하자 프랑수와즈 대통령은 뤼옹 드 몽을 봤다.

“한국의 문화재와 맞교환하자고 했다고요? 그건 그 자 개인의 생각입니까, 아니면 한국 정부의 의지입니까.”

그 말에 프랑스 정보기관의 관계자들의 눈이 번쩍 떠지고, 뤼옹 드 몽이 눈을 가늘게 뜬다.

“허튼 생각을 하고 있군요, 대통령.”

“내가 무슨…….”

“이보시오, 대통령. 내 명예를 똥통에 처박으려는 겁니까?”

뤼옹 드 몽은 정보기관 관계자들을 둘러봤다.

“경들은 짓밟고 빼앗기는 삶을 못 견뎌 이 프랑스를 자유의 나라로 만든 선조들의 얼굴에 똥칠을 할 셈인가?”

“……어흠.”

“큼.”

얼굴을 붉히지만 고개를 돌리지 않는 그들. 그만큼 욕심이 나는 물건이다.

“하지만 그것들은 위대한 선조들께서…….”

“약탈을 정당화시키지 말게.”

“그들은 우리 프랑스인을 죽였습니다!”

“그 대가로 조선을 짓밟고 유린했지. 당시 그 신부님의 유가족에게 돌아간 보상금은 몇 프랑이었지?”

“…….”

“그리고 그 친구가 일을 허투루 처리할 것 같나? 거기.”

“예, 예! 공작님!”

“무작위로 열 명만 추적해 보게.”

컴퓨터 앞에 앉은 경찰은 CCTV 영상 속에 나타난 시민들 열 명을 타깃으로 삼으며 프로그램을 작동시켰다.

그 순간이었다.

“어? 어어어?”

순간 모니터에 까만 창이 생성되더니 프로그램 언어들이 빠르게 올라온다. 그리고 잠시 후 컴퓨터에서 자동으로 안면인식 프로그램이 삭제되어 버렸다.

고요한 침묵이 내려앉는 공간.

뤼옹 드 몽은 당황한 사람들을 보며 코웃음을 쳤다.

“최와 함께 온 리 형사는 세계해킹대회에서 우승을 한 인재이자 이 인식 프로그램들을 만든 자일세.”

이 정도 안전장치는 기본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최는 한국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이 나라의 범죄자를 잡기 위해 수천만 유로를 내놓았네.”

“결국 돌려받았습니다, 공작.”

“유럽의 중국인이 여기 있었군.”

“끄응.”

뤼옹 드 몽은 그제야 입을 다무는 정보기관 관계자들에게서 시선을 돌려 대통령을 응시했다.

“몽 공작께서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이해했습니다. 하지만 과연 그걸 시민들도 납득하겠습니까?”

과정이야 어찌 됐든 지금은 프랑스의 것이다. 아마 시민들은 들고 일어설 것이 분명했다.

그 말에 뤼옹 드 몽의 얼굴에서 감정이 사라진다.

“결국 날 무도한 인간으로 만들겠다는 것이군.”

섬뜩!

“아, 아니 난…….”

뤼옹 드 몽은 대외안보총국의 관계자를 응시했다.

“자네도 같은 생각인가?”

“……그럴 리가요. 이런 보물은 제값을 주고 사 와야 한다는 게 저희 대외안보총국의 생각입니다.”

프랑스 언론들이 일부러 배제시킨 동양의 거인, 최종혁.

자신들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미국과 러시아에서 그를 주시하며 대가 없는 호의를 베풀고 있었다. 족히 수십 명의 요원을 그의 호위로 붙여 줄 만큼.

‘그리고 그 빅토르 로마노트 회장과도 친분이 있고.’

어디 그뿐인가.

미국 최고의 사회복지재단 기빙과도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이 확인됐으며, 한국의 정재계 인사들과도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단순히 막대한 재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그에게 다른 무언가가 있는 것은 확실했다.

그렇다면 그게 뭔지는 몰라도 프랑스 또한 미리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서 나쁠 리는 없을 터.

그렇게 대외안보총국이 한발 물러서자 뭔가를 직감한 정보기관의 관계자들은 입을 다물었고, 뤼옹 드 몽은 프랑수와즈를 봤다.

갑자기 정보기관 관계자들이 한발 물러서자 당황한 그.

“경의 선택, 후회 없길 바라지.”

“뤼, 뤼옹 공작!”

프랑수와즈는 다급히 뤼옹 드 몽을 붙잡으려 했지만, 매정히 몸을 돌린 그는 방을 빠져나가며 핸드폰을 들었다.

“집사, 한국의 문화재를 모두 사들이게.”

-예, 공작님.

통화를 종료한 뤼옹 드 몽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듯 거칠게 걷다가 맞은편에서 걸어오는 종혁들을 발견하곤 혀를 찼다.

“시간은 많이 걸리지 않을 거네, 최.”

“……얼마나 걸릴 것 같습니까?”

“길어야 반년.”

제 안위를 끔찍이 생각하는 프랑수와즈라면 결국 한국의 문화재를 내놓을 것이다.

“힘든 결정을 하셨네요.”

어디 프랑스가 약탈한 나라가 한두 곳일까.

프랑스가 한국의 문화재를 반환하면 프랑스에게 약탈당한 나라들이 자신들의 문화재도 내놓으라고 압박을 가해 올 것이다.

“그러니 지금부터 밑작업을 해야지.”

그 선두엔 인식 프로그램 시리즈가 있을 거다.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수고하셨습니다.”

아마 이 결과를 얻어 내기 위해 치열한 싸움을 벌였을 게 분명한 뤼옹 드 몽.

“제 도움이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말해 주세요.”

“최.”

뤼옹 드 몽은 냉소를 지었다.

“여긴 프랑스네.”

시민들이 들고 일어나 귀족을 때려죽인 그 혁명에서도 생존해 결국 지금까지 그 명맥을 이어 오고 있는, 가문 역사상 최고의 번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대귀족가 몽 공작가.

프랑스에는 그런 몽 공작가의 은혜를 입은 사람이 너무도 많았다.

“오!”

“그럼 가지. 놈이 귀찮은 짓을 벌여 주고 있어.”

함정 수사의 위법성을 걸고 넘어진 앙리 회장. 현재 수십 명의 변호사가 그와 함께 있었다.

그 말에 종혁은 입술을 비틀었다.

“다른 4대 통신사 회장들 중 한 명이 경매에 참가했었죠?”

거기에 두더지의 왕이 지금까지도 숨기고 있을 고객 명단.

아마 그 안에 다른 4대 통신사 회장이나 그 가족의 이름이 있을 것이고, 다시 나타나다 못해 경찰에 적극 협조를 한 두더지의 왕의 행동에 안절부절못하고 있을 거다.

“저라면 그곳들에 천만 유로씩 투자를 할 겁니다.”

협박이 아니라 투자. 그럼 찔리는 게 있는 회장들이 알아서 앙리 회장을 물어뜯을 거다. 다신 재기할 수 없도록.

“아니면 이참에 통신사도 하나 가져 보시는 게 어때요? 저도 한 2억 유로 투자할게요.”

“……가지.”

입술을 비튼 뤼옹 드 몽은 빠르게 걸었고, 종혁은 키득키득 웃으며 그 뒤를 따랐다.

* * *

보이그를 제외한 나머지 3대 통신사 할인 이벤트 시작!

보이그의 주가가 심상치 않다!

추락에 추락을 거듭하는 보이그!

구치소에 있는 앙리 회장, 수습 불가능?

뤼옹 드 몽 공작, 산하 기업체들에서 보이그 퇴출!

그렇게 프랑스가 다시 한번 뒤집어 질 때, 종혁은 한국으로 복귀하기 위해 샤를 드골 국제공항에 나와 있었다.

“아쉽네요. 그 설계자 놈들까지 같이 잡았으면 했는데.”

뤼옹 드 몽의 코칭을 받은 알랭 까네의 집요한 추궁 끝에 앙리 회장은 뒷세계의 어느 조직에게서 설계도를 받았음을 시인했고, 파리경찰청은 그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자네도 바쁠 테니 어쩔 수 없지. 남은 건 우리에게 맡기게. 수고했네.”

“덕분에 잘 놀다 갑니다.”

“……다음에 또 보지.”

악수를 나눈 뤼옹 드 몽은 몸을 돌려 사라졌고, 종혁은 알랭 까네를 봤다.

“다음엔 진정한 파리의 멋을 알려 드리겠습니다.”

에펠탑이나 몽마르뜨 언덕, 개선문, 센강 그런 대표적인 볼거리가 아니라, 파리 시민들만이 아는 진정한 파리의 풍경을.

“호오. 저 엄청 기대하고 올 겁니다.”

“하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하죠. 그리고…… 죄송합니다.”

갑작스런 사과에 의아해했던 종혁은 이내 무슨 말인지 눈치를 채곤 씁쓸히 웃었다.

“그게 어디 형사님의 잘못인가요.”

모두 욕심만 많은 윗대가리들, 뭐가 중요한지 하나도 모르는 윗대가리들 잘못이다.

그래도 뤼옹 드 몽이 움직였으니 얼마 지나지 않아 파리에 온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거다.

“저희 한국 경찰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어 주신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파리경찰청장을 비롯해 수십 명의 목을 지켜 줬기 때문인지 파리경찰청장은 파리에 한하여 한국 수사기관과의 공조 및 협조를 더 공고히 하겠다고 약속해 줬다.

생각지도 못한 선물이었다.

“다음에 올 땐 보다 안전한 프랑스가 되길 바라겠습니다.”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럼.”

뜨겁게 악수를 나누며 몸을 돌린 알랭 까네는 저 멀리서 기다리고 있는 뤼옹 드 몽을 보며 눈빛을 가라앉혔다.

‘동료 경찰들을 움직여야겠군.’

인식 프로그램 시리즈를 몰랐다면 모르되, 이미 그 맛을 봐 버린 후다. 움직일 수 있는 모든 인맥을 움직여 정부를 압박해야 됐다.

마침 파리경찰청의 청장과 고위 간부들도 인식 프로그램 시리즈의 맛을 알게 됐으니 아마 자신의 뜻에 순순히 따라 줄 거다.

그는 얼른 작업에 착수하기 위해 걸음을 성큼성큼 옮겼고, 그 모습을 바라보던 종혁과 해리 가드너는 동시에 서로를 봤다.

“영국은…… 그냥 제값만 주세요.”

이미 한국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도망친 한국인 범죄자들과 한국의 문화재들을 반환, 아니 교환을 했던 영국.

그러면서 한국과의 범죄 수사 공조 및 협조를 약속했다.

“하핫. 그래도 한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주면 감사하죠.”

둘은 이별의 악수를 했다.

“학술회의 때문에 남으신다고요?”

“예, 이틀 후에 학술회의가 있군요.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최.”

“어려운 일이 있다면 언제든 연락 주세요.”

“최도 마찬가지입니다.”

서로를 향해 미소를 지은 둘은 돌아섰고, 공항을 보며 기지개를 켰던 종혁은 양손에 쇼핑백을 가득 든 백이도와 순철을 보며 피식 웃었다.

“어흠. 프랑스가 패션의 본고장이라고 와이프랑 애들이 독촉을 하는 바람에…….”

“확실히 어떤 물건이든 원산지가 싼 것 같습네다.”

“누가 뭐랍니까. 누가 뭐래?”

둘은 입을 다물며 고개를 돌렸고, 키득키득 웃은 종혁은 발을 떼며 핸드폰을 들었다.

“예, 청장님. 인식 프로그램 시리즈를 전면에 내세울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예, 자세한 이야기는…… 응?”

순간 시야를 스치는 무언가에 고개를 돌린 종혁.

“왜 그래, 최 부장?”

“……아뇨. 예, 청장님. 자세한 이야기는 청에 복귀하면 말씀드리겠습니다. 예. 충성.”

종혁이 통화를 종료하자 백이도와 순철이 눈을 빛냈다.

“드디어 시작하려는 거냐?”

인식 프로그램 시리즈의 보급화.

종혁이 바라는 경찰 개혁의 일환.

계획대로만 진행이 된다면 앞으로 일선 경찰서에서도 인식 프로그램 시리즈를 통해 범죄자를 추격하고 검거할 수 있을 거다.

“소스가 좋잖아요. 슬슬 밑작업에 들어가야죠.”

찔리는 게 많은 놈들이 지랄발광을 할 테니 여론부터 형성해야 됐다.

아마 제법 오랜 시간이 걸릴 거다.

“나도 내 인맥을 움직여 볼게.”

“저도 그러겠습네다.”

“든든하네요. 자, 그럼 우리도 갑시다! 복귀해야죠!”

“……아, 씨발. 갑자기 비행기 타기 싫어지네.”

“형님, 한 일주일만 더 있다가 가면 안 됩니까?”

“하하. 갑시다!”

둘에게 어깨동무를 한 종혁은 출국 게이트 안으로 들어갔다.

한편 샤를 드골 국제공항 밖.

쓰고 있던 모자를 더 깊이 눌러쓴 동양인 사내, 최성현이 핸드폰을 든다.

“예. 방금 막 파리에 도착했습니다. 파리 지부의 주 사업 아이템이 설계도 판매라고요?”

-20구역으로 가 봐.

“감사합니다. 작업을 끝내면 연락드리겠습니다.”

지부의 폐쇄 및 지부 소속 사원들의 몰살.

최성현이 하려는 작업은 바로 그것이었다.

통화를 종료한 최성현은 공항 안을 바라보며 얼굴을 구겼다.

“식겁했네.”

하마터면 종혁과 마주칠 뻔했다.

종혁을 죽이는 거야 일도 아니지만, 아직은 그럴 때가 아니었다. 아직 종혁이 해 줘야 할 일이 많이 남아 있었다.

“다음에 또 보자고, 최종혁.”

최성현은 가방을 고쳐 메며 걸음을 옮겼고, 그런 그에게 프랑스 파리의 명물인 바가지 택시기사들이 달라붙었다.

“헤이. 아 유 투어리스트? 에펠타워 100유로. 오케이?”

“아 유 차이니즈? 마이 마더 차이니즈!”

최성현은 얼굴을 구겼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