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667화 (667/837)
  •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667화>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시립 현대미술관.

    이른 아침, 따뜻한 아침 기온에 푸근한 미소를 지은 박물관 직원들이 한 손에 커피를 든 채 출근을 한다.

    “오드리, 좋은 아침.”

    “다들 좋은 아침이에요.”

    커다란 미술관 입구 앞에 모인 그들이 제복을 차려입은 경비들을 응시한다.

    “밤사이 별일은 없었죠, 피에르?”

    “뭐, 별일 없었어!”

    호언장담을 하는 경비들의 모습에 직원들의 눈이 가늘게 떠진다.

    졸음이 가득한 두 눈과 빨간 코끝, 희미한 술 냄새까지.

    “자자, 문이나 열자고.”

    한 사내가 커다란 미술관의 출입구에 열쇠를 꽂자, 다른 남성이 반대쪽 문에도 열쇠를 꽂는다.

    “하나, 둘, 셋!”

    달칵! 스으윽!

    문이 열림과 동시에 우르르 안으로 몰려들어 사방으로 흩어지는 미술관 직원들.

    밤사이 별일은 없었을 테지만, 전시된 미술품의 컨디션을 확인해야 할 의무가 그들에게는 있었다.

    그건 삼십대 후반의 여성, 오드리도 마찬가지였다.

    “으흥.”

    옆 사람과 수다를 나누며 자신이 맡은 전시 구역으로 향하는 그녀.

    전시 공간으로 들어가기 전 문 입구에 커피를 내려놓으려던 그녀가 순간 스치는 이질적인 풍경에 잠시 몸을 멈춘다.

    ‘뭐지?’

    전시 미술품이 바뀌기 전까지는 매일 똑같은 풍경, 매일 똑같은 미술품.

    구석에 놓인 먼지 한 톨조차도 미술품 전시를 위한 것이기에 언제나 똑같은 풍경이건만 오늘은 왠지 이질적이다.

    꼭 뭔가가 빠진 듯한 느낌.

    고개를 돌린 그녀는 이내 손에 든 커피를 놓쳤다.

    철퍼덕!

    새하얀 대리석 바닥을 물들이는 커피.

    “맙소사…….”

    정면을 바라보는 그녀의 얼굴이 하얗게 질린다.

    없다. 있어야 할 중요한 그림이 없다.

    “꺄아아아아악!”

    그녀의 정신이 아득한 절망을 향해 떨어져 내렸다.

    * * *

    기이이잉!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파리의 샤를 드골 국제공항.

    전용기를 타고 날아와 VIP 입국 심사대에 선 종혁이 입국 심사관을 가만히 응시한다. 코가 빨간 것과 배가 과하게 나온 것을 제외하면 단정한 외모.

    “Quel est le but de votre arrivée à Paris(파리에 입국한 목적이 뭡니까)?”

    온화한 목소리도 사람을 편안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 나라 재밌네.”

    입술을 비튼 종혁이 입국 심사관을 향해 입을 연다.

    “이 나라는 VIP 대접을 이렇게 하나 봅니다?”

    종혁의 뒤틀린 입이 뱉어 낸 영어에 입국 심사관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다.

    그럴 수밖에 없다.

    이 VIP 입국 심사대는 세계 각국에서 파리를 찾는 VIP들을 위해 따로 만든 심사대다.

    그들의 언어가 모두 다르기에 최소 5개 국어를 할 수 있는 인력을 배치하고, 입국 심사관이 모르는 나라다 싶으면 영어로 물어봐야 한다.

    그런데 누가 봐도 프랑스인이 아닌 사람에게 프랑스어로 물어보고 있다. 이 입국 심사관이 프랑스 우월주의자라는 뜻이다.

    “크흠. 당신이 너무 잘생겨 프랑스 남자로 오해했습니다. 통과!”

    그제야 그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영어에 종혁은 코웃음을 쳤다.

    “이 대접, 끝까지 기억하죠.”

    매정히 여권을 낚아챈 종혁은 입국 심사대를 지나쳐 밖으로 향했다.

    “유럽의 중국이라더니…… 쯧쯧.”

    참 오만하다.

    고개를 저은 종혁이 입국 게이트를 지나친다.

    스르릉!

    “최!”

    “교수님!”

    영국 범죄학계의 권위자인 해리 가드너 교수.

    “왜 마중을 나오셨어요. 그냥 숙소에 계시지.”

    “왜겠습니까?”

    물어볼 것이 많기 때문이다.

    이전의 포럼에서 종혁이 한 예언처럼 스마트폰이 보급화되면서 범죄의 유형과 수법이 진화하고, 증거물 수집이 어려워지고 있다.

    게다가 종혁이 헤프너 박물관의 보물 도난 사건을 해결하고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 공항에서 이야기했던, 십 년 사이 영국에서 발생한 사건 중 피해액이 백만 파운드 이상의 사건들을 조사해 보라던 말.

    재밌는 놈들이 나올 거라던 그 말.

    묻고 싶은 말이 너무도 많아 도저히 숙소에서 기다릴 수가 없었다.

    “진정하세요, 교수님. 아, 이쪽은 컴퓨터 프로그램 전문인 리순철 형사고, 이쪽은 본청 외사국 외사수사과의 백이도 과장님이십니다.”

    종혁이 오택수에게서 빌려온 순철과 원래는 국제협력과의 형사를 데려오려고 했지만, 자신을 안 데려가면 꼬장을 피우겠다고 난리를 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데려온 백이도 과장.

    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최재수를 놓고 와야 했다.

    “리순철입니다. 리, 라고 불러 주십시오.”

    “하하. 한때 여기 최의 상사였던 백이도 과장입니다. 백이라고 불러 주시면 됩니다! 만나서 영광입니다, 교수님!”

    해리 가드너 교수만 뚫으면 영국과의 공조 수사, 혹은 협조가 한결 더 쉬워지기에 백이도 과장은 세상에서 가장 무해한 미소를 지었고, 그 심리를 꿰뚫은 해리 가드너는 푸근히 웃었다.

    “대학에서 범죄학을 가르치는 해리 가드너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인사를 나눈 해리 가드너는 종혁을 봤다.

    “어서 나가죠.”

    “하하. 아, 런던 아니 여왕 폐하께 감사하다고 전해 주세요.”

    “……이런. 눈치를 챈 겁니까?”

    “문화재 교환을 하면서 영국으로 도망친 한국 범죄자들을 모두 인도해 주셨는데 모를 리가 없잖아요.”

    헤프너 박물관 보물 도난 사건의 해결을 위해 협조 요청을 구한 빅토르가 종혁의 돈으로 사들였던 헤프너 박물관의 보물들.

    종혁은 러시아의 것과 빅토르가 원하는 일부 보물들만 넘긴 후 나머지를 모두 한국으로 들여왔는데, 그 안에는 영국 왕실의 보물도 있었다.

    영국 왕실은 이번 박명후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영국 왕실의 보물과 영국이 가지고 있는 한국의 문화재 및 보물들, 그리고 영국으로 도망친 한국의 범죄자들을 맞교환하자는 제안을 했고, 그것은 박명후의 최대 치적 중 하나가 됐다.

    “하하. 폐하께서 궁으로 식사 초대를 하신다더군요.”

    “……독은 없는 거죠?”

    해리 가드너는 대답 대신 짓궂게 웃었고, 종혁은 못 말리겠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샤를 드골 국제공항을 벗어났다.

    그러자 이제는 봄보다 여름에 가까운 뜨거운 바람이 불어온다.

    휘이잉!

    “벌써 6월 중순인가.”

    파리 시립 현대미술관에서 5억 유로, 한화로 7000억이 넘는 규모의 미술품이 도난을 당한 지 18일이 지나고 있었다.

    * * *

    “점심시간을 늘려 달라!”

    “늘려 달라!”

    “퇴근 시간을 줄여 달라!”

    “줄여 달라! 줄여 달라!”

    시위대들이 시가행진을 하는 도로, 우회하는 검은색 세단에 탑승한 리순철이 신기하다는 듯 시위를 응시한다.

    “저 전사들은 무엇을 위해 혁명을 하는 겁네까?”

    북한에선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풍경.

    물론 한국에서는 많이 보아 온 광경이지만, 순철은 그때마다 선진국과 민주주의는 뭐가 달라도 많이 다르구나 감탄을 했었다.

    그리고 본인이 원하는 것과 대의를 위해 투쟁을 하는 그들을 전사로 인정했다.

    “생존권? 집? 아니면 인플레이션?”

    “점심시간 20분 연장과 근무시간 1시간 축소.”

    “아, 그렇습네까? 프랑스 노동자들은 한국보다 더 오래 일을 하나 봅네다. 막 저녁 12시까지 일하는 겁네까? 야간 수당은 제대로 받는 겁네까? 프랑스는 선진국이라 들었는데 이건 뭐…….”

    “푸학!”

    “콜록! 콜록!”

    “응?”

    순철은 빵 터진 종혁과 백이도의 모습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고, 종혁은 눈가에 고인 눈물을 닦아 냈다.

    “쟤들 일주일에 35시간 일한다.”

    법적으로 정해진 근무 시간이 주 35시간, 연장 근로는 다 합쳐도 연에 220시간을 넘길 수 없다.

    출근은 9시 30분에서 10시까지, 퇴근은 3시 정도라고 보면 된다.

    “……저런 미친 아새끼들을 봤나! 이 나라는 어찌 돌아가는 겁네까!”

    “맞아. 저래도 돌아간다는 게 신기할 뿐이지.”

    “저런 배부른 돼지 새끼들은 탄광으로 보내 강냉이죽과 간장만 먹여야 합네다! 그래야 정신을 차리디요! 저, 저런 처죽일! 지금도 공화국에선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서…….”

    “진정해, 인마. 남의 나라 일이야.”

    얼굴을 구긴 순철은 시위대에서 고개를 돌렸고, 피식 웃은 종혁은 차량에 탑승하자마자 해리 가드너가 넘겨준 사건 파일을 훑으며 눈을 가늘게 떴다.

    ‘유리창을 깨고 들어왔다라…….’

    마치 그리스의 신전을 연상시키는 아름다운 건축물, 파리 시립 현대미술관.

    범인은 단 한 명, 단독범행이었고 놈은 과감하게도 유리창을 깨부수고 들어와 5억 유로 상당의 미술품을 훔쳐 갔다.

    “좀 알겠습니까, 최?”

    “이 정도로는 부족하죠.”

    “그러면 역시…….”

    “예. 현장으로 가죠. 뤼옹 교수님도 현장으로 오시라고 하세요.”

    “알겠습니다.”

    해리 가드너는 핸드폰을 들었고, 그들을 태운 차는 사건 현장으로 향했다.

    “후룩!”

    파리 시립 현대미술관 앞, 회색의 짧은 코트를 입은 금발의 푸른 눈을 지닌 오십대 중반의 미남이 커피를 마시며 미간을 좁힌다.

    독특한 원통형에 챙이 있는 모자에 제복을 입은 경찰들과 사복을 입은 형사들의 대화 때문이다.

    “한국이 어디야?”

    “일본 옆에 있는 나라라던데?”

    “아, 일본. 그 정신병 환자가 많은 나라?”

    파리에 대한 환상을 품고 찾아온 관광객들이 이상과 현실의 괴리감 탓에 정신 이상 증세에 빠지는, 일명 파리 증후군.

    특히 일본 관광객들이 한 해에도 십여 명씩 파리 증후군 증세를 보이는 탓에, 일부 프랑스 사람들은 일본인들을 정신병 환자가 많은 나라로 기억하곤 했다.

    “에휴. 바보들아. 한국 몰라? 18세기 중국으로 파견 간 우리 프랑스의 선교사들로 인해 발견된 나라로 현재는…….”

    ‘그나마 제대로 된 놈이 있군.’

    교양이라곤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 거친 대화 속에서 그나마 들을 만한 답변.

    표정이 풀어지던 뤼옹 드 몽 교수는 미술관 안으로 들어오는 검은색 세단을 발견하곤 눈을 빛냈다.

    “왔군.”

    뚜벅!

    계단을 내려간 뤼옹 드 몽은 문을 열고 나오는 종혁을 향해 손을 내민다.

    “Long time no see, professor(오랜만입니다, 교수님).”

    “……자네, 프랑스어를 할 수 있었던 것 같은데?”

    “오우. 프랑스 말은 어려워요우.”

    “예전부터 느꼈지만, 정말 건방져.”

    “그런 제게 도움을 구한 건 바로 교수님이죠.”

    그제야 제대로 나온 프랑스어와 무심한 시선에 뤼옹 드 몽은 혀를 차며 뒤따라온 경찰들을 소개시킨다.

    “이쪽은 자네들이 현재 차용하고 있는 수사기법의 창시자, 학계의 권위자인 종혁 최일세.”

    그 소개에 파리 형사들의 표정이 급변한다.

    “어떤 분께서 무좀이 가득한 우리 형사들에게 스케이트를 신겨 주셨나 했는데, 이렇게 젊은 분일 줄은 몰랐습니다. 영광입니다. 파리 경찰청의 알랭 까네입니다.”

    계급은 Commandant. 한국으로 치면 경정이다.

    이후로도 줄줄이 존경과 경애를 담아 인사를 하는 그들.

    종혁도 입국 심사대에서의 좋지 못한 기억을 잊고 푸근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맞잡는다.

    “대한민국 경찰청의 최종혁 총경입니다. 프랑스 경찰계급으로 치면 Commissaire de police라고 할 수 있겠군요.”

    “역시…….”

    경찰들의 존경과 경애가 더욱 커진다.

    “인사는 대충 끝난 것 같으니 범인 동선부터 확인하죠.”

    “이쪽입니다.”

    경찰들의 뒤를 따르는 종혁의 옆으로 뤼옹 드 몽이 붙는다.

    “프랑스에 온 소감은 어떤가.”

    자부심이 가득한 그의 물음에 종혁은 싱긋 웃었다.

    “참 좋은 나라 같습니다. 입국 심사대에서부터 프랑스를 사랑하는 사람이 있더군요.”

    “……쯧. 이 아름다운 나라를 좀먹는 버러지 따위가 손님에게 실례를 했군. 대신 사과하지.”

    미간을 좁히는 그. 해리 가드너는 허허롭게 웃으며 안경을 추켜세웠고, 뤼옹 드 몽은 이를 악물었다.

    “여깁니다.”

    경찰들이 범인이 침입을 한 유리창 앞에 선다.

    사건이 발생한 지 오래되어서 그런지 안에 있는 미술품 보호를 위해 새 유리창으로 교체된 유리창.

    통통!

    “강화 유리창이군요.”

    “지어진 지 오래되었다 보니 사건이 벌어지기 전까진 일반 유리였지.”

    다만 두께가 두꺼웠을 뿐이다.

    뤼옹 드 몽의 말에 눈을 가늘게 뜬 종혁은 주변을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사건이 발생한 시간 경비들은 뭘 하고 있었습니까?”

    “……술에 취해 잠들어 있었어.”

    “그날에만요?”

    “일단은 사건 발생 시각에만 그랬다더군.”

    하지만 그 말을 누가 믿을까.

    “쯧. 놈이 어디에서부터 여기까지 왔는지 동선은 확인됐습니까?”

    “CCTV 사각이라 확인하는 데 어려움은 있었지만, 저 방향으로 침입했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알렝 까네의 말에 종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안으로 들어가죠.”

    정문으로 걸어가 유리창 안쪽으로 도착한 종혁은 미술관 내부를 둘러보다 입을 열었다.

    “도난된 보물이 있는 전시룸은 어딥니까?”

    “저쪽입니다.”

    종혁은 백이도를 바라봤다.

    “체크 부탁드릴게요, 과장님.”

    “오케이.”

    백이도가 스마트폰을 꺼내 스톱워치 모드를 켜자, 종혁은 도난당한 미술품이 있는 전시룸을 향해 평범한 보폭으로 걸음을 옮겼다.

    “도착. 시간은요?”

    “1분 12초.”

    종혁은 이번엔 알렝 까네를 봤다.

    “CCTV 확인 결과 1분 20초가 걸렸습니다.”

    “느긋했군요.”

    전시룸 안으로 들어간 종혁은 한 곳을 바라봤다.

    “저곳이군요.”

    사각형의 뭔가가 걸려 있던 흔적이 남아 있는 벽.

    “놈이 틀을 떼어 내서 그림을 가져갔다고요?”

    “그렇지. 대담한 쥐새끼야.”

    뤼옹 드 몽의 말에 종혁은 동의를 표했다.

    보통 이런 그림 도난 사건은 액자틀을 따라 칼질을 해서 그림만 떼어 가는데, 놈은 대범하게도 액자틀을 분리해 그림을 가져갔다.

    “걸린 시간은요?”

    “2분.”

    “그렇게나 빨리요?”

    종혁은 그림들을 뒤덮은 플라스틱 케이스를 가리켰다.

    “저것들은 모두 사건 이후에 설치된 것들이야.”

    그 전까지는 접근 금지 라인만 세워 뒀을 뿐, 그림은 그냥 전시해 놓았다.

    “왜요?”

    “프랑스 시민들의 품격을 믿은 거지.”

    “……경보 장치는 발동이 안 된 겁니까?”

    보통 이런 미술품들엔 경보 장치가 부착되어 있다. 훼손이나 도난을 대비하고자 말이다.

    그 물음에 뤼옹 드 몽의 미간이 좁혀지자 알렝 까네가 다급히 입을 연다.

    “이 미술관에 제대로 작동되는 경보 장치는 몇 개 없습니다.”

    그건 유리창도 마찬가지다.

    “시립이라면서요?”

    “그, 그게…….”

    “시립이니까.”

    뤼옹 드 몽의 냉소에 종혁은 이마를 잡았다.

    “부끄럽군.”

    ‘부끄럽기는 개뿔.’

    무덤덤한 표정으로 말하니 신뢰가 가질 않는다.

    “……다음으로 가죠.”

    그렇게 도난을 당한 다섯 점의 그림이 있던 모든 장소를 돌아본 종혁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총 18분.

    놈은 고작 18분 만에 5억 유로 상당의 그림들을 떼어 내고 들어왔던 유리창으로 다시 나간 것이다.

    종혁은 뤼옹 드 몽을 봤다.

    “프로파일링은 하셨죠?”

    “놈은 면식범이지.”

    그것도 이 미술관의 사정을 빠삭하게 아는 놈이다.

    거침없이 들어와, 거침없이 떼어 내고, 거침없이 나갔다. 단 한 차례의 망설임도 없었고, 망을 보는 사람도 없었다.

    이는 내부 사정에 대해 알지 못하면 할 수 없는 행동들이었다.

    “그리고…….”

    “미술품에 해박한 지식이 있는 액자 기술공이죠.”

    “정답.”

    뤼옹 드 몽은 그것뿐이냐는 듯 종혁을 응시했고, 종혁은 피식 웃었다.

    “창고나 찾으세요.”

    “음?”

    “놈이 예행 연습을 한 장소요.”

    “……!”

    아무리 내부 사정에 밝은 면식범이라고 해도 손길이 너무 거침없다. 긴장을 하지 않을 만큼 수없이 연습했다는 뜻이다.

    그것도 이곳 파리 시립 현대미술관과 똑같이 꾸며 놓은 장소에서.

    즉, 놈이 유리를 깨고 첫 번째 전시룸으로 들어갈 때까지 걸린 시간. 아니, 그 거리만큼의 넓은 평수를 가진 장소를 찾아야 했다.

    그나마 이것도 최소. 아마 놈은 두 번째 전시실까지의 크기의 장소도 준비했을 거다.

    평수로 따지면 족히 2천 평. 가로세로 각기 80여 미터. 이 정도 크기의 장소가 그렇게 많다고 볼 순 없었다.

    뤼옹 드 몽은 그 점을 간과했다며 이마를 잡았고, 종혁은 순철을 힐끔 보곤 뤼옹 드 몽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다음부턴 유료입니다, 교수님.”

    “……빌어먹을.”

    종혁은 킬킬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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