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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659화 (659/837)
  •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659화>

    “찾았습니다, 부장님!”

    종혁이 불국사에 들른 날 수학여행을 온 학교들 가운데 종혁이 설명한 교복과 똑같은 교복을 입은 학교를 말이다.

    “어디야?”

    종혁이 몸을 일으켰다.

    * * *

    경기도 안양시의 은광여자고등학교 앞.

    하교를 하는 여고생들이 꺄르르 웃는다.

    그들 속에는 17살, 고등학교 1학년 김지민도 있다.

    “하, 진짜 이건 말이 안 된다.”

    “뭐가 안 돼?”

    다정하게 자신을 부르는 친구의 모습에 몸을 부르르 떠는 김지민.

    ‘서울 아들은 와 이렇게 다정한 기고!’

    언제나 몸서리쳐질 정도로 다정한 서울과 수도권 사람들의 말투. 전학을 온 지 벌써 두 달이 지났건만 도통 적응이 되지 않는다.

    “뭐가 안 되는데?”

    “중간고사가 3주 뒤인데 수학여행은 왜 다녀온 기냔 말이다!”

    그것도 자신의 고향인 경주로 말이다.

    차라리 그토록 가고 싶었던 놀이공원이나 민속촌 같은 곳을 갔다면 또 모른다.

    그러나 볼 것이라곤 무덤뿐인, 음식도 맛이 없는 경주에서 2박 3일이나 공부할 시간을 뺏기니 짜증이 날 뿐이었다.

    “와아. 지선이 공부해!?”

    “몇 번을 말하는 기고! 내 반에서 5등이었다니까! 그 점수를 유지하기 위해 얼매나 노력해야는지…… 흐익?!”

    그녀를 등 뒤에서 끌어안더니 교복 옷섬 안으로 뱀처럼 파고드는 차가운 손 하나.

    “우리 지민이가 그게 불만이었구나? 하지만 우리는 우리 지민이 때문에 재밌게 놀았는걸?”

    자유시간 때 다른 학생들은 알 수 없는, 오직 경주 사람만 아는 장소들을 둘러볼 수 있어서 참 좋았다.

    “조, 좀 떨어져라! 여자끼리 이게 뭔 짓이고!”

    “왜? 흥분돼?”

    “이, 이 미친 가스나가!”

    “꺄악!”

    장난스럽게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는 친구를 쫓아 김지민이 달리는 순간이었다.

    “헉?! 미남이다!”

    “뭐? 어디! 우와?!”

    교문 앞, 커다란 외제차에 엉덩이를 기댄 채 서 있는 덩치 큰 미남.

    “누, 누굴 기다리는 거지? 누구 오빠일까?”

    “어떤 년이야? 어떤 년이 이런 행복한 이벤트를 받는 거야?”

    하교를 하던 여고생들은 갑작스럽지만 언제나 보고 싶었던 이 상황에 흥분에 젖어 들었고, 마찬가지로 방방 뛰던 김지선과 그 친구들은 왠지 익숙한 미남에 이내 의아해했다.

    “어디서 본 사람 같은데…….”

    “어? 어어어? 저기 저분 그때 불국사에서 우리 찍어 준 아저씨 아니야?!”

    “맞다! 헉! 그럼 설마 우릴 만나러?”

    “아이, 참. 오늘 속옷 아무거나 입었는데.”

    “꿈 깨, 이냔아. 날 찾아온 게 분명해.”

    순간 얼굴이 확 붉어진 소녀들의 콧대가 하늘을 향해 치솟는다.

    그녀들은 교문에 진을 치고 있는 소녀들을 헤치고 나아가, 마치 우리가 이 이벤트의 주인공이라는 듯 도도하게 걸어가 종혁의 앞에 섰다.

    “안녕하세요!”

    “저희 찾아오신 거예요, 오빠?”

    종혁은 그때처럼 자신의 덩치를 무서워하지 않는 소녀들의 모습에 피식 웃으며 한 소녀를 봤다.

    희선의 액자에 있던 소녀, 김지민.

    종혁은 의아해하는 김지민을 향해 김희선의 사진을 내밀었다.

    “희선이랑 친구였죠?”

    “……?!”

    “이야기를 좀 할 수 있을까요?”

    김지민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은광여고 근처의 프랜차이즈 피자 가게.

    종혁은 멀리 떨어진 테이블에 샐러드바 음식을 가득 깔아 놓은 채 호기심 가득한 시선으로 이쪽을 보는 소녀들을 일견하며 자신을 경계심 가득한 눈으로 노려보는 김지민을 향해 경찰공무원증을 살짝 보여 주었다.

    “흡?! 겨, 경찰이 왜 희야를…….”

    움찔!

    ‘희야?’

    이젠 가족이 된 순희, 그 희야가 아니다. 분명 얼마 전 들어 본 애칭이었다.

    “혹시 희야 가출했어요?! 결국 가출했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종혁의 표정이 가라앉는다.

    그제야 떠올랐기 때문이다. 희야란 단어를 어디서 들었는지 말이다.

    ‘그 취객.’

    종혁 자신이 경주에서 제압한 취객이 희야라고 외쳤었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아, 아니에요?”

    “맞습니다. 실종 신고는 되지 않았지만, 부모님이 많이 찾더군요.”

    “미친!”

    콜라를 단숨에 들이켠 지민이 컵을 거칠게 내려놓으며 냉소를 터트린다.

    “그래도 꼴에 아비라고 찾았나 보네.”

    “사연이 있나 보군요.”

    “사연이요?”

    어디 있다 뿐일까.

    매일 술에 취해 밥상을 뒤엎는 건 기본인 희선의 아버지.

    술에 취해 무전취식을 하거나 시비를 걸거나 길거리에서 잠들 때마다 희선이 아버지를 데려오며 피해자들에게 허리를 숙여야 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대체 뭐가 그렇게 잘난 건지 너만 아니었어도 내가 이런 꼴로 살지 않을 거다, 네 애미가 도망친 건 네 탓이다 등 온갖 폭언을 하며 때로는 폭행도 했다.

    “희선 양이 폭행을 당했단 말입니까?”

    “한 달에 최소 두 번씩은 맞았어요!”

    희선은 그럴 때마다 넘어져서 다친 거라고 변명했지만, 누가 봐도 맞은 것 같은데 어떻게 그 말을 믿을 수 있을까.

    심지어 어렸을 땐 속옷도 벗겨져 집 밖으로 내쫓겼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상관없이 내쫓았다.

    그럴 때마다 데려가 안아 주고 보듬어 주며 함께 울어 줬던 게 바로 자신과 자신의 부모님이다.

    “그랬던 새끼가 찾는다꼬요? 지가 무슨 자격으로요!”

    “……어찌 됐든 희선 양의 법적 후견인은 그 사람이니까요.”

    “와, 돌아 삐겠네! 이 문디 가시나! 그래서 연락이 안 된 거였나!”

    혹시나 제 아비가 찾아와 난동을 부리지 않을지 걱정이 되어 하나뿐인 친구인 자신에게까지 가출 사실을 숨긴 거다. 아니, 핸드폰마저 해지시킨 거다.

    “문디 가시나야……. 밥은 챙겨 묵고 있는기가…….”

    “혹시 희선 양이 어디에 있을지 짐작 가시는 부분이 있습니까?”

    “와요? 희야 찾아가 그 새끼한테 데려다주려꼬요?”

    “아닙니다. 지민 양의 말이 사실이라면 보호를 하려고 합니다.”

    종혁은 행복의 쉼터 재단에 대해 말했고, 지민은 들어 본 적 있다는 듯 얼굴이 확 밝아졌다.

    하지만 잠시다.

    “글쎄요……. 갸가 친척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친구도 자신뿐이었다.

    “어머니 쪽은 어떻습니까?”

    지민은 고개를 저었다.

    “갸 엄마 지금 미국에 있어요.”

    “미국이요?”

    “예. 2년 전엔가? 집으로 편지가 왔는데, 미국에서 왔다고 했어요.”

    미국에서 잘살고 있다고, 미안하다고, 사랑한다고 그런 말들이 적혀 있었다고 했다.

    “씨발년. 지가 잘사는 걸 와 말하고 그러노. 희야가 얼매나 힘들어하는지도 모르면서 지만 잘살면 그만이가!”

    종혁은 길길이 날뛰는 그녀에게 자신 몫의 콜라를 내밀었고, 지민은 타는 속에 또다시 벌컥벌컥 들이켰다.

    “그럼 정말로 갈 만한 곳이 없습니까?”

    한참을 생각하던 지민은 고개를 저었다.

    “혹시 남자친구는 없었습니까?”

    “남자친구요? 에이, 학교 끝나면 무조건 집에 가야 했는데 있을…… 아니, 있나?”

    순간 종혁의 눈이 빛난다.

    “있습니까?”

    “예, 뭐…….”

    남자친구라고 하니 생각나는 사람이 한 명 있다.

    “서울에서 한부모 가정? 그거 때문에 봉사하러 온 대학생 오빠야들이 있었거든요?”

    의대생이라고 했었다.

    “그중 한 명이 경주가 고향인데, 무슨 동아리 활동 때문에 내려와 봉사를 한다고 했어요.”

    그때 희선과 친해졌었다.

    “만날 그 오빠야 만난다고 꺄꺄 소리 지르고…….”

    그땐 왜 나이 많은 대학생 오빠들과 친해지냐며 타박을 했는데, 이렇게 안양으로 전학을 오니 알 수 있었다.

    나긋나긋하고 다정한 서울말. 억센 경상도 여자는 단숨에 녹아내릴 수밖에 없었다.

    “그때가 언제였습니까?”

    “작년 12월?”

    종혁의 눈이 다시 빛난다.

    살짝 부풀어 있었던 희선의 배. 얼추 시간이 맞아떨어진다.

    “혹시 어느 대학교인지 기억하십니까?”

    “글쎄요……. 아, 지명대! 지명대라고 했어요!”

    지명대학교. 전국 지방까지 다 합쳐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명문대학교다.

    “흠. 그래요.”

    ‘지명대 의대생이라…….’

    종혁은 갑자기 간질거리기 시작한 머릿속에 미간을 좁혔다.

    “잠시만요?”

    종혁은 핸드폰을 들어 순철에게 전화를 걸었다.

    “응, 철아. 혹시 지명대 의대생 전원 얼굴 사진 좀 구할 수 있을까? 최대한 빨리 봤으면 싶은데.”

    -5분만 주시라요.

    “그래. 땡큐.”

    통화를 종료한 종혁은 다시 지민을 봤다.

    “그 사람과 희선 양이 얼마나 친한 관계였나요?”

    정말 연인 관계였냐는 종혁의 물음에 지민은 미간을 좁혔다.

    “아니요. 그건 아니었어요.”

    이곳에 전학 와서 서울 사람들을 겪어 보고 다시 생각을 해 보니 그때의 희선은 그저 짝사랑이었다.

    누구에게나 친절한 서울 사람. 옷 잘 입는 대학생 오빠.

    자신 또래의 소녀라면 푹 빠질 수밖에 없는 조건이었고, 그런 희선을 보는 대학생 오빠들의 시선은 그저 여동생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뭐, 희야랑 친해진 오빠야가 과하게 친절하기는 했지만…… 하, 문디 가스나. 다시 생각해도 열 받네.”

    “왜 그러시죠?”

    “그 오빠야 서울로 돌아간다꼬 갸가 얼매나 울었는데요!”

    아마 1월 초쯤이었을 것이다.

    갑자기 연락이 되질 않는 희선 때문에, 걱정이 되어 집으로 찾아가 보니 불을 끈 어두운 방의 한구석에 구겨져 하염없이 울고 있었다.

    희선답지 않게 방 안이 난장판이어서 더 등짝을 때렸던 기억이 있다.

    그 말에 종혁은 미간을 좁혔다.

    “그 이후로 희선 양이 별말 안 하던가요?”

    “뭐, 계속 우울해 있긴 했는데…….”

    이후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그기다 저도 전학 때문에 정신이 없어져가…….”

    그리고 자신이 전학을 가는 그날까지 희선은 단 한 번도 웃지 않았다.

    그런데 말도 없이 가출이라니. 지민은 발을 구르며 분노를 토해 냈다.

    “흠. 그렇습니까.”

    지이잉! 지이잉!

    “아, 잠시만요.”

    종혁은 문자로 날아온 사진들을 지민에게 보여 주었다.

    “혹시 이 중에 희선 양이 좋아했던 남성이 있습니까?”

    “어…… 이 오빠야요! 이 오빠야들과 이 오빠야가 희선이랑 어울렸어요!”

    ‘너구나?’

    희선이 숨기려 하는 존재가 말이다.

    ‘그런데…… 흠.’

    왜인지 낯이 익다.

    게다가 방금 전 들었던 기시감까지.

    종혁은 지민이 가리키는 남성을 보며 눈빛을 가라앉혔다.

    * * *

    부우웅!

    지명대학교 의과대학의 주차장으로 들어선 외제차에서 안경을 낀 남성이 내린다.

    아직 날이 쌀쌀해 베이지색 니트에 체크무늬 남방을 입은 21살의 사내. 차에서 내리자마자 선글라스를 벗는 그의 모습에 주위를 지나던 여대생들이 환하게 웃으며 다가온다.

    “앗! 선배님, 안녕하세요!”

    “선배 아니고 오빠, 인마. 언제까지 딱딱하게 부를래?”

    “헤헤. 네, 오빠!”

    “어디 가? 강의 가?”

    “네. 1교시요……. 하, 진짜 강의 가기 싫다.”

    “나도 강의 가기 싫다…….”

    축 처지는 그의 어깨에 의대의 여대생들이 꺄르르 웃음을 터트리는 순간이었다.

    “오종철!”

    투다닥! 휙!

    “윽?!”

    등 뒤에 달려와 오종철에게 안기는 강아지를 닮은 외모의 미남. 그는 어깨 너머로 여대생들을 향해 맑은 웃음을 짓는다.

    “애기들, 안녕? 강의 가는 길이야?”

    “아, 안녕하세요!”

    “야, 비켜. 무거워.”

    “헐. 우리 철, 이 형의 애정을 이렇게 무시하기야?”

    “비키…… 라고!”

    “악!”

    결국 엎어치기를 당한 남성은 멍하니 오종철을 바라봤고, 그런 그들에게 다가온 다른 남성이 낄낄 웃는다.

    “크큭. 내가 형 그럴 줄 알았다.”

    “이게 뒤질라고 선배한테…….”

    “종철이 형, 좋은 아침이에요.”

    “응. 너도 좋은 아침.”

    “야, 무시냐?!”

    가볍게 친구를 무시한 종철은 혹여 싸움이 날까 조마조마한 눈으로 쳐다보는 여대생들을 보며 걱정 말라는 듯 웃는다.

    “그럼 강의들 잘 가.”

    “네! 오빠도 강의 잘 들으세요! 선배님도요!”

    “헐. 뭐야? 얜 오빠고, 난 왜 선배야? 나도 오빠라고 불러 줘!”

    “아, 안녕히 계세요!”

    빠르게 자리를 피한 여대생들은 이내 곧 얼굴을 발갛게 물들인다.

    “와, 오늘 운 좋다.”

    “그러게. 종철 선배랑 유선 선배를 만날 줄이야.”

    “주혁이도 있었잖아.”

    입만 열면 깨지만, 입을 다물고 있으면 참 멋진 박유선과 올해 입학하자마자 남다른 재력을 보여 주며 분위기메이커가 된 이주혁까지 지명대학교 의과대학의 명물인 일명 F3라 불리는 그들.

    다들 남부럽지 않은 집안에 미남에다가 옷도 잘 입고 다니고, 성격도 좋아서 의과대학의 킹카로 꼽히는 그들이다.

    “그런데 저 선배님들 안 좋은 소문이 있던데…….”

    “아, 본과 선배들이 말하는 거? 그걸 믿어? 그리고 그게 무슨 흠이야?”

    그들도 들어 본 오종철과 박유선, 이주혁에 대한 안 좋은 소문들.

    개중엔 신입생 킬러라는 소문도 있고, 여자친구를 사귀어도 두 달을 못 넘긴다는 소문이 있고, 또 다들 안 좋게 끝났다는 소문도 있다.

    가장 최악인 소문은 그들 때문에 벌써 3명이나 학교를 관뒀다는 것이지만, 모두 다 연애를 하다 일어난 일일 뿐이었다.

    “다 잘나가는 선배들을 질투해서 그런 말 하는 거야.”

    “그럴까?”

    “희주 봐. 지금 유선 선배랑 잘 만나잖아. 하아. 난 딱 하루라도 좋으니까 종철 선배랑 사귀어 봤으면 좋겠는데! 아, 이 부러운 년!”

    박유선과는 신입생 환영 MT에서 친해져 지금까지 사귀고 있는 같은 신입생 희주.

    “하긴…….”

    그들은 오늘도 부러움에 한숨을 내쉬며 의과대학 건물 안으로 향했고, 남겨진 세 남성은 싱글싱글 웃으며 입을 연다.

    “72점.”

    “뽀송이들이 대학물 먹기 시작했다고 젖살이 빠지나 보네. 난 80점.”

    “전 75점이요. 쟤들 똥배 나왔어요.”

    “……하. 의대엔 왜 이렇게 인물이 없나요? 본과 선배들도 그래요?”

    “학창 시절 죽어라 공부만 하던 애들인데 오죽하겠냐.”

    본격적으로 공부가 시작되는 본과는 고등학생시절보다 더 꾸미질 못한다. 그 시간에 자야 하니 말이다.

    그런 박유선의 말에 오종철은 동감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다 아차 했다.

    “너 이번에 사귄다는 애는 어떻게 됐어? 왜 이렇게 말이 없어?”

    “텄어. 그년 아빠가 검사야.”

    “뭐? 아, 씨발.”

    “헐. 그럼 우리 못하는 거예요?”

    “깜빵 갈 일 있냐? 걘 대충 한 달 정도 끌다가 끝낼 테니까 다른 애들이나 물색하자. 이왕이면 잘 빠지고 어린년으로.”

    “고삐리 함부로 먹으면 큰일 난다니까요.”

    “헐. 네가 할 말이세요?”

    오종철은 투덕거리기 시작한 그들을 보다 시간을 확인하곤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야, 강의 늦겠다. 얼른 가자.”

    “아 씨, 빌어먹을 강의.”

    그들은 킬킬거리며 의과대학 안으로 들어갔다.

    한편 그들에게서 그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주차된 차 안.

    찰칵! 치이익!

    담배를 문 종혁이 뜨거운 한숨을 뱉어 낸다.

    “그 새끼들 맞네.”

    얼굴을 직접 보니 확실히 기억이 난다.

    내년 이맘때쯤 벌어져 전국을 뒤집은 한 사건, 일명 지명대 MT 성폭행 사건.

    그 사건의 주범들.

    오 모 씨, 박 모 씨, 이 모 씨.

    빠드득!

    “만나야겠네.”

    아무래도 희선을 만나 봐야 할 것 같았다.

    종혁은 차를 돌려 버드나무 미혼모센터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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