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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653화 (653/837)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653화>

쿵!

닷새 뒤 진행되는 대현중공업 칸과의 경기를 위해 한창 연습을 하던 계림 엔투스 선수들에게 벼락이 떨어진다.

“예? 뭐, 뭐라고요?”

자신이 제대로 들은 게 맞는 건지 귀를 후비는 구자윤과 다른 한 선수.

감독도 눈을 껌뻑이지만 종혁의 표정은 무심했다.

“구자윤 선수와 심윤택 선수의 출전을 찬성할 수 없다는 말입니다.”

“코, 코치님!”

“……잠시 우리 이야기 좀 나눕시다, 최 코치.”

“그러시죠.”

종혁은 감독과 함께 감독실로 향했고, 심윤택이라 불린 1군 선수는 다급히 구자윤을 봤다.

그러나 구자윤은 감독과 함께 사라지는 종혁만 볼 뿐이다.

‘저 미친 새끼가 결국……!’

선수 출전 권한 어쩌고 할 때만 해도 설마 정말 그럴 수 있을까 싶었는데, 선수 출전은 감독의 고유 권한이기에 그럴 수 있을까 싶었는데 정말 그 지랄을 하고 있다.

‘이게 말이 돼?!’

아닐 거다. 감독이 결코 용납하지 않을 거다.

승부 조작을 위해 몇 차례 고의로 패배한 경기를 제외한 대부분의 경기에서 승리를 기록하며 압도적인 승률을 유지하고 있는 자신이다.

그런 자신을 팀이 개편되며 치러지는 첫 경기에서, 그 중요한 경기에서 뺀다?

말도 안 되는 미친 짓이었다.

아니, 팀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 이번 경기엔 무조건 출전해야만 했다.

‘시발! 이미 판이 다 짜였을 텐데!’

그게 자신이 경기에 출전하지 못해 어그러진다면, 그 책임이 자신에게도 돌아올 가능성도 있었다.

그는 입술을 깨물며 초조히 감독실을 응시했다.

한편 감독실.

문을 닫은 감독이 담배를 물며 종혁을 응시한다.

“갑자기 왜 이러십니까, 최 코치. 자윤이랑 윤택이가 최 코치의 말을 안 듣던가요? 제가 주의를 주겠습니다.”

“그런 게 아닙니다.”

“그러면 왜 이러는데요! 자윤이랑 윤택이 실력 모릅니까?!”

구자윤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심윤택도 엔투스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실력자다.

“이번 칸과의 대결이 중요하다는 것쯤은 최 코치도 아시잖습니까!”

계림그룹이 갑자기 구단을 인수하며 혼란을 겪은 것은 구단 직원들과 선수들뿐만이 아니다.

팬들 또한 갑작스러운 변화에 혹시 자신들이 응원하는 팀이 이상한 방향으로 나아가진 않을지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닷새 뒤에 치러지는 첫 경기의 승패로 이번 인수와 관련된 팬들의 평가가 정해지게 될 터.

계림 엔투스에 대한 걱정을 불식시키고 긍정적인 평가를 얻기 위해선, 대현중공업 칸과의 경기만큼은 반드시 승리해야만 했다.

그러나 그런 감독의 외침에도 종혁은 고개를 저었다.

“무슨 말씀이신지는 저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보시면 알겠지만, 최근 몇 경기에서 구자윤 선수는 갑작스런 컨디션 저하, 손목 및 손가락 염증 증상을 호소했습니다. 이걸 모르실 리는 없겠죠.”

평상시 구자윤이라면 할 리가 없는 어이없는 실수를 하며 게임이 뒤집혀 패배했을 때마다 그랬다. 그리고 그건 심윤택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훌륭한 승률을 유지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다가 입스라도 오면 어쩌실 겁니까?”

운동선수들이 평소에는 잘하던 동작을 갑자기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되는 현상을 뜻하는 증후군, 입스(YIPS).

뜻하지 않은 어이없는 패배를 몇 차례 반복한 것이 트라우마가 되어, 손가락이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입스라도 오는 날에는 그날로 프로게이머 생활은 끝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설명을 더 안 해도 되겠죠?”

“하, 하지만…….”

“감독님. 선수를 소모품 정도로 생각하시는 건 아니겠죠?”

여타 스포츠들 가운데 선수 생명이 유독 짧은 프로게이머. 그 생명을 하루라도 더 오래 이어 나가기 위해서는 철저한 관리가 필수였다.

움찔!

“그, 그럴 리가 없잖습니까!”

“그럼 뭐가 문제입니까?”

“……하아.”

말빨과 명분에서 밀린 감독은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후. 그럼 자윤이와 윤택이는 이번 시즌에서 아웃시킬 생각이십니까?”

“그건 아닙니다. 지금부터 구 선수와 심 선수를 비롯해 통증을 호소했던 선수들에게 집중 케어가 들어갈 예정이고, 건강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면 한 달 안에도 복귀할 수 있을 겁니다.”

“……알겠습니다.”

종혁의 눈을 빤히 바라보던 감독은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갔고, 곧 구자윤과 심윤택의 낯빛이 검게 죽었다.

“아, 안 돼-!”

“가, 감독님! 잠시만요!”

종혁은 절규하며 감독에게 매달리는 그들을 무심히 응시했다.

‘자, 그럼 이제 움직여 봐라.’

계획이 모두 어그러졌을 불법 도박 세력들.

종혁은 이 판에서 어떻게든 돈을 벌기 위해 날뛸 그들을 떠올리며 몸을 돌렸다.

* * *

쾅!

일본도 두 자루와 一心이라는 글귀가 장식된 사무실, 박형도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다.

“그, 그게 무슨 소립니까! 출전을 못하다니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박형도가 하얗게 질린다.

-나뿐만이 아니라 윤택이도 출전을 못하게 됐다고요! 씨발!

“왜, 왜 그렇게 된 겁니까! 어제까진 문제없었잖습니까!”

-내가 알아요?! 다 그 최 코치 개새끼 때문에 이렇게 된 건데!

“누, 누구요?”

‘이런 미친 새끼가!’

박형도의 눈앞이 아찔해진다.

이미 세기의 대결이라고 홍보해 놓은 계림 엔투스와 대현중공업 칸의 경기.

그런데 승패를 결정지을 확실한 카드들이 출전을 못한다?

회원들에게 어떤 변명을 해야 할지부터가 막막해진다.

“재고는 못하는 겁니까? 감독에게 말하면…….”

-그 감독이 출전하지 말라고 했다고요!

“……알겠습니다. 일단 끊으시고 마음을 다스리고 계십시오.”

-후. 알았어요.

“빌어먹을!”

통화가 종료되자 박형도가 핸드폰을 집어 던진다.

“무슨 일이십니까, 형님?”

“들어 놓고 왜 물어봐!”

“죄, 죄송합니다, 형님!”

부하가 찌그러지자 박형도는 담배를 물었다.

찰칵! 찰칵! 찰칵!

“씨발-!”

이 끔찍한 상황을 타개할 방법 따위가 있을 리 없지 않은가.

감독과 코치가 출전을 거부한 이상 구자윤과 심윤택이 경기에 출전할 확률은 제로에 수렴했다.

‘어떡하지? 어떻게 해야 하지?’

승패의 향방을 알 수 없게 된 경기. 자칫 잘못하다가는 큰 손해를 볼 수 있었다.

‘그래! 그 수가 있었지!’

“야! 일단 알바들 써서 엔투스 게시판에 글 좀 쓰라고 해!”

“무, 무슨 글 말입니까?”

“당연히 그런 중요한 경기엔 구 선수가 나가야 한다는 글이잖아! 심 선수도!”

“예, 예! 알겠습니다, 형님!”

박형도는 다급히 뛰어나가는 부하를 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일단 이거라도 해야 돼. 이렇게 해서라도 두 선수를…….’

그 순간이었다.

“형님-!”

벌컥 문이 열리며 한 사내가 들어온다.

“또 왜!”

“이, 이것 좀 봐 주십시오!”

박형도는 다른 부하가 보여 주는 노트북 화면을 보곤 눈을 부릅떴다.

“이건 또 뭐야-!”

* * *

“저, 정말 합니까?”

처음 검거된 사장, 유종철이 오택수를 떨떠름히 응시한다.

“해.”

“정말 해요?”

“하라고.”

“……에이씨!”

유종철은 눈을 질끈 감으며 마우스를 클릭했고, 이내 곧 불법 도박 사이트 커뮤니티에 하나의 게시글이 올라갔다.

[계림 엔투스와 대현중공업 칸 선수들의 피지컬 및 전략, 멘탈 현황.]

구XX, 심XX, 김XX, 박XX, 이XX 다 나가리된 거 아시죠?

어렵게 구한 자료입니다. 알고 싶으면 계약금 입금 후 쪽지 바람.

금액 백만 원.

농협…….

“후아아.”

찬물을 벌컥벌컥 마신 유종철이 오택수를 본다.

“이거 정말 괜찮은 거 맞습니까?”

어찌 보면 함정수사나 다름없는 이번 작전.

“괜찮아.”

강철선이 다 책임지기로 했다. 하지만 이런 내용을 눈앞의 범죄자에게 알려 줄 필요는 없었다.

“뭐 괜찮다고 하시니 다행이긴 한데…….”

‘씨발. 짭새 새끼들 무섭네.’

지금 올린 자료는 미끼로 사용되기 만들어진 허위 자료가 아닌, 실제로 선수들을 평가한 진짜 자료다.

유종철은 온몸을 내달리는 소름에 몸을 움츠렸다.

‘이런 정보는 대체 어떻게 구한 거야? 내부 관계자를 구워삶은 거면 분명 어떻게든 말이 나돌았을 텐데…….’

그런데 이보다 더 무서운 건 바로 종혁의 발언이었다.

자신들이 찍을 영화에 출연하라고 했던 종혁.

즉, 종혁과 여기 짭새 대장은 이미 자신을 검거하기 전부터 이런 판을 설계하고 있었단 뜻이었다.

‘시발. 빵에 다녀오면 그냥 장사나 해야겠네. 어디 경찰 무서워서 범죄 저지를 수 있겠어?’

치킨이나 피자, 고깃집이 무난할 듯싶다.

‘그나저나 진짜 살다 보니 짭새들하고 수사를 다 하네.’

“역시 이래서 개똥밭을 굴러도 이승이라고 하는 건가?”

살다 보니 별의별 일은 다 하고 있다.

띠링!

“어? 왔습니다!”

“하, 새끼들. 아주 몸이 달았구만?”

눈을 빛낸 오택수는 유종철을 봤다.

“실수하지 말고 잘해. 잘하면 잘할수록 영치금은 늘어나는 거다. 이왕이면 2백만 원 풀로 채워야지?”

“헉! 옙!”

그는 재빨리 키보드를 두드렸고, 오택수는 무전기를 들었다.

“본부장이다. 지금 우리 계좌에 돈 입금시킨 새끼 계좌번호 따고. 순철이?”

-준비됐습네다.

“오케이. 추적 잘 부탁한다.”

쪽지를 주고받는 이상 아무리 IP를 우회한다고 해도 충분히 추적을 할 수 있다.

아니, 솔직히 이건 실패해도 크게 상관이 없다. 하나의 함정의 더 깔아 놨으니 말이다.

오택수는 그 함정을 깔고 있는 사장의 뒤통수를 응시하다 핸드폰을 들었다.

“어, 그래. 최 부장, 이쪽도 시작했다.”

그는 주먹을 꽉 쥐었다.

* * *

웅성웅성.

많은 사람이 오가는 마포역.

후드티를 눌러쓴 한 삼십대 남성이 물품보관함 앞에 서며 투덜거린다.

“아오, 진짜 이게 뭔 짓인지…….”

그냥 데이터 파일로 주면 될 것이지 왜 이런 귀찮은 짓을 벌이는지 모르겠다.

‘시발, 믿을 수 없긴 뭘 믿을 수 없어? 똑같은 범죄자들끼리 그냥 믿고 하는 거지.’

혹여 데이터 파일로 넘겼다가는 다른 사람에게 되팔 수 있다며 이런 귀찮은 짓을 한 불법 도박 사이트의 사장.

하지만 그의 마음이 영 이해가 되지 않는 건 아니다.

“하긴. 씨발 나라도…….”

이 자료를 구매하기 위해 치른 값이 무려 1억이다.

다른 사이트 사장들에게 5천만 원만 주고 팔아도 완전한 이득이었다.

“에이.”

머리를 벅벅 긁은 그는 주변을 둘러보다 한 보관함에 열쇠를 꽂았다.

덜컹!

“……있네.”

두툼한 대봉투를 꺼내며 보관함의 문을 닫은 남성은 이내 핸드폰을 꺼내었다.

“예, 사장님. 서류 확인했습니다. 짭새는 없는 것 같습니다.”

-수고했어.

“사장님.”

-왜!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겁니까?”

-그럼 이 새끼야!

전국의 모든 호구 새끼들이 눈을 붉히며 달려들 경기.

자신들 사이트와 인터넷 커뮤니티 갤러리에서도 누구에게 얼마나 베팅을 할 거냐는 말들이 수없이 오가고 있다.

승부를 조작할 수 없게 된 이상 승패의 향방을 예측할 자료는 어떻게든 확보해야 할 성질의 것이었다.

“하지만 그 코인 토토의 박 사장, 능력이 좋잖습니까. 그쪽이라면 무슨 수를…….”

-야, 대가리 안 돌아가냐?

잘나가는 구자윤과 심윤택이 갑자기 나가리가 됐다는 게 무슨 뜻이겠는가.

승부 조작을 하는 게 걸렸든, 아니면 기량이 급격히 떨어졌든 어떤 이유로 인해 선발 엔트리에서 제외된 거다.

매해 엄청난 재능을 가진 선수들이 나타나기에 한 번 추락하기 시작하면 끝없이 추락하는 게 프로게이머의 세계.

구자윤과 심윤택이 다시 주전 자리를 꿰찰 확률은 한없이 낮다고 봐야 했다. 박형도 사장의 가장 강력한 패인 둘이 말이다.

즉, 이제 박형도 사장도 끝물이라는 소리였다.

-잔말 말고 튀어 오기나 해!

“예, 알겠습니다…….”

통화를 종료한 사내는 한숨을 내쉬며 지하철역을 빠져나갔고, 본청 특별범죄수사대에 앉은 순철은 싱긋 웃으며 핸드폰을 들었다.

“한 놈 더 물었습네다. 이놈도 추적 시작하겠습네다.”

-오케이. 우린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미행할게.

“예. 알겠습네…… 응?”

-왜 그래?

“대장님, 이 새끼들 커뮤니티 게시판을 확인해 보시라요. 재밌는 글이 올라왔습네다.”

-응?

* * *

“빌어먹을!”

박형도가 서류를 집어 던진다.

이건 진짜다. 진짜로 내부 관계자가 빼낸 자료다.

구자윤과의 교차 검증을 했기에 확신할 수 있다.

지이잉! 지이잉!

“나도 알아! 안다고!”

거의 한패나 다름없는 주 사장의 전화.

핸드폰을 뒤집어 버린 박형도가 입술을 깨문다.

“유 사장, 이 새끼가 대체 어떻게…….”

하위 팀 선수 한 명만 겨우 데리고 승부 조작을 하던 유종철. 그런 그가 계림 엔투스와 대현중공업 칸에 끈이 있는 거다.

‘분명 이번에 새로 합류했다는 코치들 중 유 사장 이 새끼의 쁘락지가 있을 거야!’

그렇게 생각하자 대번에 용의자 한 명이 떠오른다.

“찰리 최…….”

박형도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가장 강력한 카드이자, 여러 구단의 선수들과 연결되어 있는 구자윤과 그런 구자윤에게 포섭당한 심윤택을 선발 엔트리에서 제외한 놈.

대현중공업 칸에서도 그런 놈이 하나 있었다.

“제기랄. 내가 왜 이걸 눈치채지 못했지?!”

큰일 났다.

‘유 사장 이 새끼가 나를 노리는구나!’

그동안 구자윤과 연결된, 구자윤이 연결시켜 준 선수들을 이용해 많은 재미를 보며 커뮤니티 내에서도 막강한 영향력을 끼쳤던 그.

유종철이라면 분명 나가리가 된 구자윤에게 접근해 회유하려고 들 게 확실했다.

‘내가 유 사장 그 새끼 입장이라도 그렇게 할 테니까!’

“하, 이 방법만큼은 쓰고 싶지 않았는데……. 야.”

“예, 형님!”

“김 부장한테 연락해. 경기 당일 선수들이 쓸 컴퓨터 좀 만져 달라고.”

“예에?! 하, 하지만 협회가 난리…….”

“그럼 이대로 유 사장 그 개새끼가 날 제치는 걸 그냥 두고 볼 거야?!”

“아, 알겠습니다, 형님!”

“그리고 커뮤니티에도 글 하나……. 아니다. 이건 내가 해야지.”

컴퓨터를 켜 커뮤니티에 접속한 그는 곧바로 글을 하나 적기 시작했다.

[계림 엔투스와 대현중공업 칸의 승패 향방에 대하여.]

관심 있는 사장들은 쪽지 바람.

“이번 경기, 내 입맛대로 움직인다.”

박형도는 이를 드러냈다.

* * *

한편 게시물을 확인한 종혁은 입술을 비틀었다.

“이 새끼들도 물었네?”

이젠 알 수 있을 거다. 이 새끼들과 연결된 한국 e스포츠 협회의 인물을 말이다.

종혁의 눈이 빛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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