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647화 (647/837)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647화>

총 전적 3승 2패.

이준호의 하드캐리가 아니었다면, 예선 탈락을 할 뻔했던 수원 남부서.

그동안 압도적인 실력과 박살 난 인성으로 후임들을 개무시했던 박 상경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다.

“이거 분명 승부 조작입니다.”

“올. 패배자의 변명이야? 이야, 어떻게 프로가 4드론 러시에 발리냐?”

박 상경은 장난기가 가득한 선임의 표정에 울컥했다.

“정말이라니까요! 아, 그래! 마우스! 마우스가 이상했어요! 그 새끼를 지방 대표팀에 넣으려고 제 마우스에 손을 쓴 게 분명하다니까요? 제가 이런 승부 조작을 한두 번 본 줄 아십니까?! 야, 이 일경! 너도 말 좀 해 봐! 마우스가 이상했잖아!”

‘아닌데…….’

마우스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오히려 PC방에 있기엔 아까울 만큼 고가의 마우스였다.

만약 문제가 있었다고 한다면 사전에 자신에게 맞는 감도로 설정을 해 두지 않은 박 상경에게 있었다.

“미치겠네, 진짜!”

박 상경이 가슴을 치며 목소리를 높이자 방금까지 놀리던 수경의 낯빛이 딱딱하게 굳는다.

“씁! 야, 박 상경. 목소리 안 줄여? 여기 너만 있어?”

옆방엔 오늘 예선전에서 탈락한 중부서의 의경들도 함께 있다. 이 이상 박 상경을 내버려 뒀다가는 결국 중부서 의경들과 싸우자는 것밖에 안 됐다.

움찔!

“죄, 죄송합니다.”

“아가리 터는 건 좋은데 때와 장소는 가리면서 털자, 씨발아.”

“…….”

하얗게 질린 박 상경은 입술을 내밀며 자리에 앉아 이준호를 노려봤고, 수경은 자신들의 소대장을 쳐다봤다.

“그런데 저희 뭘 먹지 말임다? 이런 곳엔 처음 와서…….”

‘나도 처음 오는데…….’

가난한 사회인이 이런 고급 일식집에 올 일이 얼마나 있겠는가.

그 흔한 회전초밥집 한 번 못 가 봤던 소대장. 하지만 소대원들이 초롱초롱 바라보는데 망신을 당할 수 없던 그는 어깨를 거만하게 폈다.

“크흠. 아무거나 시켜. 아까 그 본청에서 오신 선배님 봤지? 그분과 대장님, 서장님께서 너희들이 평소에 고생한다고 가격 생각 말고 다 시키라고 했어.”

“저, 정말입니까? 그럼 참치회도 시켜도 되는 겁니까?”

“헉! 참치회! 나 한 번도 안 먹어 봤는데! 야, 이 일경! 넌 먹어 봤냐?”

“저, 저도 먹어 보지 못했지 말임다.”

소대장은 소대원들의 시선이 모이자 주먹을 불끈 쥐었다.

“괜찮으니까 다 시켜!”

“오오오!”

환호성을 터트린 그들이 재빨리 메뉴판의 마지막 장을 펼치는 순간이었다.

스르륵!

갑자기 문이 열리며 종혁이 모습을 드러내자 깜짝 놀란 소대장이 기겁하며 일어난다.

괜찮다며 앉으라고 손짓을 한 종혁은 의경들을 둘러보며 눈빛을 가라앉혔다.

“방금 전에 승부 조작 어쩌고 한 사람이 누구지?”

“헉!”

‘아오, 저 병신!’

모두의 시선이 박 상경에게로 향했다.

* * *

“아, 저 그, 그게…….”

“선배님, 죄송합니다! 모두 제 불찰입니다! 제가 따끔하게 혼낼 테니…….”

“혼내려는 게 아니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그냥 묻고 싶은 게 있어서 부른 거니까.”

종혁의 방에 불려 온 소대장은 종혁의 얼굴을 빤히 응시하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이내 입을 함부로 놀린 박 상경을 죽일 듯 노려봤다.

그에 고개를 푹 숙이는 박 상경.

“혹시…… 승부 조작에 대해서 물으시려는 겁니까?”

종혁의 시선이 이준호 일경에게로 향한다.

마치 올 게 왔다는 듯한 눈빛을 짓고 있는 그.

종혁의 눈이 빛난다.

“눈치가 좋네. 맞아요. 승부 조작에 대해 묻고 싶은 거예요. 정말로…… 프로 리그에서 승부 조작이 일어나는 겁니까?”

“……후우. 예. 그렇다고 들었습니다.”

쿵!

지대한 충격이 방 안을 강타하자 종혁의 표정이 굳는다.

“그 말, 책임질 수 있습니까?”

수십만, 수백만이 사랑하는 게임이자 이미 몇 개의 프로 리그가 있는 스페이스 워.

프로 선수들만 수백 명에 달하기에 이 발언에 대한 무게는 무거울 수밖에 없다.

종혁은 아무런 증거 없이 치기 어린 마음에 그런 말을 하는 거라면 안 된다는 듯 엄한 눈으로 이준호를 쳐다봤고, 이준호는 그럴수록 더 어깨를 폈다.

“책임은 질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제게도 브로커가 접근을 한 적이 있기에 그렇다고 말씀드릴 수 있는 겁니다.”

움찔!

“브로커요?”

“예. 이 브로커는 주로 성적이 나쁜 선수들에게 접근을 하는데…….”

성적이 나쁜 선수들뿐만 아니다. 가난한 선수나 돈에 욕심을 부리는 선수들에게 접근해 승패를 조작해 줄 것을 부탁한다.

“어떻게 접근하던가요?”

“저 같은 경우엔 숙소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19살의 어느 날, 데뷔전이 정해진 것을 자축하기 위해 간식을 사러 숙소를 나오던 자신에게 접근을 해 왔다.

‘엔트리가 발표되기도 전에 찾아왔다라…….’

2007년, 스페이스 워 리그에 엔트리 예고제가 도입된 이후부터 팬들은 어떤 날 어떤 선수들끼리 경기를 치르는지 미리 알 수 있게 되었다.

다만 그건 경기가 있기 고작 며칠 전에 엔트리가 발표가 된 이후에나 알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준호의 설명에 의하면 브로커는 그 엔트리가 발표되기도 그에게 접촉해 온 것이다.

만약 이준호가 출전 로스터 명단에 포함된 것을 알고 접근한 것이라면, 리그 관계자들 중 승부 조작에 가담한 인물이 있단 뜻이다.

“경기에서 져 달라고 하던가요?”

“네, 맞습니다.”

그러며 2천만 원이라는 거액을 제시했다.

“받았습니까?”

“제가 미쳤습니까!”

아무리 가난하다고 해도 그렇게까지 돈을 벌고 싶지 않았던 이준호는 단호하게 거부를 했고, 이후 그 브로커를 만나지 못했다.

“그 외에 다른 증거들은 있습니까?”

“……아니요.”

“하지만 경기 결과와 내용이 그 증거입니다.”

프로 선수가 본다면 의아해할 만한 경기들. 경기 중간중간에 발생한 실수들.

아쉽게도 그 외에 다른 증거는 없었다.

“입을 다물어 달라고 돈을 주진 않던가요?”

“……줬습니다.”

5백만 원.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통장에 입금이 됐던 5백만 원이라는 거금.

브로커는 돈이 입금된 증거가 있으니 함부로 자신에 대해 말했다가는 공범으로 취급받을 거라고 협박했고, 그 돈은 지금까지도 통장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원하신다면 바로 인출해 오겠습니다.”

“아니요. 그건 그냥 그대로 쓰세요. 공돈이잖아요.”

“하, 하지만…….”

“그보다 다른 선수들도 이런 승부 조작에 대해 알고 있습니까?”

“알고 있는 사람도 있고, 모르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그런 이준호 일경의 말에 종혁은 눈을 빛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승부 조작에 어울렸다는 선수들과 브로커 이름은 기억하십니까?”

“프로를 관둔 선수들은 말씀드릴 수 있지만…….”

현재 프로 리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선수의 이름까진 말할 수 없다.

이준호는 브로커의 이름과 생김새를 간단하게 말해 주었고, 종혁의 눈은 더욱 빛났다.

‘기억력이 좋네.’

눈썰미도 좋다.

“알겠습니다. 협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 아닙니다.”

“이준호 일경.”

“예?”

“경찰은 어떠십니까?”

“……예?”

“프로를 관두게 되면 언제든 연락 주세요. 순경 한 명 추천하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으니까.”

“가, 감사합니다.”

종혁은 얼떨떨하게 명함을 받아 드는 이준호를 일견하며 경찰대 후배인 소대장을 봤다.

“밥 먹지 않아도 배부르겠네. 소대원들이 다 똘똘해.”

“하하하. 감사합니다.”

“시간 날 때 연락해. 술이나 한잔하자. 그리고 오늘은 먹고 싶은 거 다 먹고.”

“……옙! 충성! 애들아, 가자.”

“예, 예.”

그렇게 그들이 방을 빠져나가자 종혁의 표정이 삽시간에 차가워진다.

종혁은 핸드폰을 들었다.

“예, 오 대장님. 지금 시간 됩니까?”

특별범죄수사대의 오택수.

이번 수사, 특별범죄수사대의 도움이 필요했다.

* * *

강남의 한 유흥주점.

“건배!”

“으하하하하!”

양복을 입은 삼사십대의 남성들이 잔을 부딪치고, 그들의 옆에 앉은 헐벗은 여성들이 안주를 입에 물며 남성들의 입술을 찾는다.

“음, 맛있다!”

“맛있어?”

“겁나 맛있지! 우리 앵두가 입술로 줘서 더 맛있지!”

꺄르르 웃음소리가 울리는 룸.

“캬! 오늘도 대박이지 않았습니까?”

“그러게. 이번 달에 번 돈이…….”

무려 30억이다.

한 달간 다섯 경기 동안 벌어들인 수익이 말이다.

그런 남성의 말에 다른 남성들이 비릿한 웃음을 흘린다.

“진짜 이게 땅 짚고 헤엄치기지!”

“크크. 이러다 진짜 강남에 빌딩 사는 거 아닙니까?”

“두 개, 세 개도 살 수 있지! 자, 기분이다!”

한 남성이 수표를 테이블에 올려놓자 여성들의 눈이 빛난다.

“지금부터 무반주로 가장 섹시하게 춤추는 년이 이거 가져가는 거야!”

“꺄아!”

남성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홀복을 벗으며 테이블 위로 올라가는 여성들.

이런 게 바로 돈의 위력.

그들의 콧대가 하늘을 뚫을 듯 치켜세워진다.

“오빠, 그런데 오빠들은 뭐하는 사람들이에요?”

짧았던 댄스 타임이 끝나고, 아쉽게도 승리를 쟁취하지 못한 여성들이 혹시라도 팁이 나올까 여전히 속옷 차림으로 각자의 파트너에게 안긴다.

움찔!

한 여성의 질문에 술을 마시던 모습 그대로 굳어 버린 남성들.

하지만 그것도 잠시다.

“아아, 금융업.”

나른한 대꾸에 여성들의 눈이 빛난다.

“금융업……. 어려운 일을 하시는 분들이셨네. 이렇게 잘생긴 사람들이 돈까지 많이 벌면 반칙 아니에요?”

“으하하하핫! 우리 앵두, 왜 이렇게 말을 예쁘게 하지? 확 반해 버리게?”

“오빠, 나 좋아하지 마라. 오빠만 괴롭다.”

“으하하핫! 그래? 이래도 좋아하지 마?”

가슴에 찔러지는 수표에 여성의 눈이 커다랗게 떠진다.

“아니? 이젠 내가 좋아할 건데? 오빠, 사랑해.”

“으하하하핫!”

웃음을 터트린 남성은 여성의 가슴을 움켜쥐며 입술을 찾았고, 곧 뜨거운 키스 소리가 룸 안을 울리기 시작했다.

그에 헛웃음을 터트리거나 파트너를 뜨겁게 바라보는 남녀들.

“오빠, 오빠도 금융업 하세요?”

“왜? 아닌 것 같아?”

“네. 금융 쪽보다는 예술가 쪽 느낌? 얼굴도 어디서 본 것 같고…….”

흠칫!

여성의 몸 깊숙한 곳을 찾아 뒤엉키던 남성들의 몸이 굳는다.

“다들 나가 있어.”

“……네. 이야기 다 나누시면 다시 불러 주세요!”

눈치가 빠른 건지 곧바로 옷매무새를 정리하며 룸을 나서는 여성들.

아쉬워하며 혀를 찬 가장 상석에 앉은 사십대 사내가 바로 옆에 앉은 이십대 청년의 술잔에 위스키를 기울인다.

“오늘도 덕분에 돈을 벌었습니다, 구 선수.”

“하하. 뭘요.”

떠나는 파트너를 애달프게 바라보다 이내 미소를 짓는 청년.

“저흰 파트너잖습니까.”

그의 얼굴에 피어나는 의미심장한 미소에 다른 남성들의 입가에도 의미심장한 미소가 피어난다.

“그럼 다음 경기에선…….”

“20분으로 끊어 드릴까요, 30분으로 끊어 드릴까요?”

몇 승 몇 패. 뭐든 말만 하면 된다.

승패뿐만 아니라 플레이타임까지 놀음의 종목이 되는 불법 도박 경기.

“으하하핫! 정말 든든하군요!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저 역시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사장님!”

“자자, 사장님! 구 선수님! 건배하시죠!”

“그럽시다! 건배!”

채재재재쟁!

협잡의 잔이 허공에서 부딪쳤다.

“야! 웨이터! 아가씨들 불러와!”

다시 질펀한 파티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 * *

-끄에에엑!

-꺄아아악!

인간과 외계인, 외계인과 외계인.

우주 전쟁을 배경으로 한 인간과 두 외계 종족의 싸움이 벌어지는 모니터 안.

옹기종기 모인 특별범죄수사대의 형사들이 모니터를 보며 속닥인다.

“뭐 좀 알겠어?”

“캬! 이거구나!”

“뭔데? 뭐가 이상한 건데?”

“아뇨. 역시 프로는 다르구나 싶어서요.”

“에이씨.”

아무리 봐도 뭐가 뭔지 모르겠는 형사들.

그때였다.

“여기요, 여기!”

모니터 앞에 바짝 붙어 있는 자칭, 타칭 본청 최고의 스페이스 워 초고수가 플레이 영상을 멈추며 손가락질을 한다.

“이 선수가 여기서 이런 실수를 하는 선수가 아니거든요? 여기선 이 빌드가 아니라 다른 빌드로 갔어야 해요!”

일명 본 좌라 불릴 만큼 실력이 있는 선수인데, 여기서 그답지 않은 실수를 했다.

그 결과 결국 경기에서 허무하게 패배.

“흠. 그렇단 말이지. 알았어요. 계속 체크해 줘. 너희 박 과장님께는 내가 잘 말씀드릴 테니까.”

“부탁드리겠습니다!”

이게 웬 떡이냐 희희낙락 웃은 순경은 다시 모니터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메모지에 뭔가를 적기 시작했고, 그 모습을 바라보던 종혁은 오택수를 봤다.

“이거 확실히 뭔가 있긴 있나 보네요.”

“그러니까. 벌써 실수가 몇 번이야?”

방금 순경이 지목한 구자윤 선수뿐만이 아니다. 꽤 많은 선수들이 공식 경기에서 실수를 연발하고 있다.

의심스러운 선수만 무려 스무 명.

이 중 반만 승부 조작에 가담했다고 해도 대한민국에 폭풍을 일으킬 커다란 스캔들이었다.

“어떡할까? 일단 한 놈씩 다 마킹해 볼까?”

굳이 사람을 붙일 필요도 없다.

안면인식 프로그램만 있으면, 의심스러운 인물들이 몇 시에 어디로 갔는지 누굴 만났는지 다 알 수가 있다.

“일단 영장을 받아서 감청도…….”

지이잉! 지이잉!

“잠시만요. 응? 이분이 무슨 일이지?”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의 강철선 부장검사. 그의 전화다.

“예, 최종혁입니다.”

-그래, 내다. 종핵아, 니 스페이스 워라고 아나?

움찔!

“설마 승부 조작을 때문에 연락하신 겁니까?”

-……지금 어데고?

종혁과 강철선의 낯빛이 딱딱하게 굳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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