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639화 (639/837)
  •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639화>

    “너 또 그런 애들과 어울리는 거야?!”

    “아, 아니야! 그런 거 아니라고!”

    물론 맞긴 하지만, 지수가 어울리는 애들은 갱단처럼 완전히 질이 나쁜 애들이 아니다.

    지수는 귀신같이 무서워진 엄마에 다급히 종혁을 보며 입을 열었다.

    “아무튼 제 친구가 들은 건데, 작년에 딘도 패밀리에 들어간 놈 중 한 놈이 얼마 전 막탄에서 한인을 때리고 큰돈을 벌었다고 했어요!”

    그래서 스마트폰을 사고, 볼링장이나 당구장, 술집에서 돈을 물 쓰듯 쓰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호오, 그래?”

    종혁과 콘텐츠 제작 및 관리팀의 경찰들이 입술을 비튼다.

    “그놈 지금 어디 있니?”

    * * *

    어두운 밤의 거리, 16살 된 소년이 이를 악물며 달린다.

    “허억! 헉! 비켜! 비켜!”

    “꺅!”

    “뭐, 뭐야!”

    금방이라도 넘어갈 듯 거칠어진 숨.

    몇 분 전 그를 찾아든 절망이 등 뒤에서 엄습하지만, 그는 뒤를 돌아보지도 또 멈추지도 못한다.

    ‘빌어먹을! 빌어먹을! 경찰이 왜……!’

    갑자기 술집에 쳐들어와 자신을 잡으려 했던 경찰들.

    친구들이 막아서 준 덕분에 겨우 몸을 뺀 소년은 달리고, 또 달리다 갑자기 옆 골목으로 몸을 틀었다.

    그리고 또 한참을 달린 소년.

    어느덧 가로등 불빛 하나 없는 어두운 주택가의 골목에 들어서고 나서야 몸을 멈춘 소년은 그제야 턱 끝까지 차오른 숨을 몰아쉰다.

    “꺼헉! 꺽!”

    고개를 뒤로 돌리며 눈과 귀에 온 신경을 기울인 소년은 한숨을 내쉬며 침을 뱉었다.

    “빌어먹을 경찰 새끼들! 쯧!”

    소년은 핸드폰을 들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빌리 형님. 저 아손입니다. 경찰이 절 쫓고 있습니다!”

    -뭐? 왜!

    “아무래도 한인 사장의 뒤통수를 깐 게 들킨 게 아닐지…….”

    -빌어먹을. 결국…….

    돈을 받아 처먹던 경찰들이 깡그리 사라지면서 치안의 공백이 커졌지만, 그만큼 열정적인 경찰들만 남았다.

    그뿐만이면 그나마 다행이었겠지만, 뇌물을 받고도 걸리지 않은 경찰들도 피바람을 피하기 위해 그동안 봐줬던 놈들을 마구잡이로 잡아들이는 중이었다.

    지금 세부는 거리에서 껄렁거리며 다니기만 해도 잡혀가는 수준이었다. 그래서 그들 갱단, 딘도의 간부들도 모두 은신처에 몸을 숨기고 있는 중이었다.

    -알았어. 일단 카르멘이든 탈리사이든 다른 곳에 피해 있어.

    “네, 알겠습니다.”

    -돈 있지?

    “아직 남아 있습니다.”

    -그래. 혹시 잡힌다고 해도…….

    “제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한 걸로 하겠습니다.”

    -그래. 교도소에 들어갔다 나오면 사업체 하나는 네 거야. 알았지?

    어차피 이방인인 한인을 때린 것뿐이다.

    거기다 미성년자. 교도소에 들어갔다 와도 아손은 여전히 미성년자였다.

    -네 나이에 사장 소리 듣는 놈이 있을 줄 알아? 넌 그렇게 성공하는 거야.

    “가, 감사합니다, 형님!”

    -잘 숨어 있어.

    “예! 들어가십쇼!”

    고개를 꾸벅 숙인 아손은 희희낙락거리며 돌아섰다가 그대로 굳어 버렸다.

    찰칵! 치이익!

    “후우우. 그놈이 네 윗대가리야?”

    “겨, 경…….”

    쩌억!

    그대로 턱을 돌려 버린 종혁은 눈을 뒤집으며 쓰러지는 아손의 머리채를 낚아챘다.

    “가자. 그놈한테.”

    종혁은 소년을 끌며 골목을 벗어났다.

    * * *

    웅성웅성.

    수많은 사람이 오가는 인천공항.

    입국 게이트가 열리며 김정식과 군마파 간부들이 걸어 나온다.

    “부회장, 어디로 간다고 했지?”

    “잠시 고향에 다녀올 생각입니다.”

    가서 부모님 묘 벌초도 하고, 잠시 풍광 좀 구경하다가 다시 돌아올 생각이었다. 그건 다른 군마파의 간부들도 마찬가지였다.

    “회장님은 어떡하실 생각입니까?”

    “나도 오랜만에 부모님 좀 봬야지.”

    “그러시군요. 그런데 한국엔 언제까지 계실 생각입니까?”

    “그리 오래 있진 않을 거야.”

    경찰청장도 머리가 있다면 자신이 저지른 죄를 어떻게든 축소시키려 할 것이다.

    그런데 자신과의 관계를, 뇌물과 청탁에 대해 말한다?

    미치지 않고서는 그럴 리 없었다.

    그게 아니라도 경찰청장이 입을 열 수 없는 이유는 또 있었다.

    그건 바로…….

    “어? 말박이?”

    움찔!

    말박이. 그건 부회장이 군마파 시절 불리던 별명이었다. 주로 상대 조직에서 그를 비하하기 위해 부르던 별명.

    “어떤 씹새끼가…….”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고개를 돌렸던 부회장과 군마파 간부들은 껄렁거리며 다가오는 장년인과 중년인들을 발견하곤 입을 다물었다.

    “……김 반장?”

    미친개 김종두. 서울에서 김종두의 얼굴을 모르는 조폭은 없다고 할 정도로 구역 가리지 않고 아무나 물어뜯던 골칫덩이였다.

    “푸핫! 이야, 이게 얼마 만이냐? 니들이 여기 왜 있어? 니들 종석이 애들한테 밀려서 해외로 토꼈었잖아.”

    “……오랜만입니다, 김 반장님.”

    “반장은 무슨. 나 과장이야, 본청 과장.”

    ‘미친.’

    안 그래도 미친놈이 날개를 달았다.

    “그런데 너희 해외로 토끼더니 성공했나 보다? 걸친 것들이 짭이 아닌데?”

    “예, 뭐. 사업 좀 했습니다.”

    “햐. 외국 물이 좋긴 좋나 보네. 삼류 양아치 새끼들이 이렇게 번듯한 정장도 입고 다니고. 그런데 이쪽 면상은 처음 뵙는 분 같은데…… 신분증 좀 봅시다.”

    “경찰이 선량한 시민에게 아무 이유 없이 신분증을 요구해도 되는 겁니까.”

    “불심 검문입니다, 불심 검문. 이런 양아치 새끼들하고 함께 일할 거면 이 정도 각오는 했어야지. 내놔 보쇼.”

    이를 악문 김정식은 김종두에게 여권을 내밀었고, 그는 팀원에게 신원 조회를 부탁했다.

    “별거 아닌데, 필리핀 이중국적자로 나옵니다.”

    “오케이. 이거 협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큼.”

    “무슨 일로 한국으로 기어 들어오셨는지 모르겠지만, 조용히 있다가 돌아가세요.”

    ‘빌어먹을!’

    “야, 말박이. 오늘은 그냥 넘어가는데, 괜히 잠실에 가서 분란 일으키지 마라. 씹어 먹어 버릴 테니까.”

    “……알겠습니다.”

    “그럼 즐겁고 편안한 시간 되십쇼. 어, 종혁아. 여기에 뭐가 맛있다고? 2층 한식당? 알았어! 2층 한식당이 맛있단다. 가자.”

    “옙!”

    김종두와 특수범죄수사과 형사들은 우르르 공항의 2층으로 향했고, 김정식은 이를 악물며 부회장을 봤다.

    “죄송합니다.”

    “후…… 됐어.”

    그저 운이 나빴던 것뿐이다.

    “부회장.”

    “예, 회장님.”

    “돌아오지 말고 내가 연락할 때까지 고향에 있어. 사고 치지도 말고.”

    “알겠습니다.”

    “예, 회장님.”

    군마파 간부들이 허리를 숙이는 순간이었다.

    지이잉! 지이잉!

    “이놈이 왜?”

    발신자를 확인한 김정식의 눈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 * *

    수원 외곽의 한 전원주택 앞.

    껄렁거리며 다가온 두 사내가 승합차의 문을 두드린다.

    벌컥!

    “어우. 벌써 교대 시간이에요?”

    “어으으! 죽겠네!”

    꾀죄죄한 얼굴을 한 채 내리는 두 사내.

    네 명의 사내가 맞은편의 주택을 응시한다.

    “뭐 좀 있어?”

    “30분 전에 2층 커튼이 살짝 열린 거 말고는 별거 없어요.”

    “알았어. 수고했다. 보일러 틀어 놨으니까 들어가면 씻고. 술은 적당히 마시고.”

    “옙! 그럼 수고하십쇼.”

    그때였다.

    위이잉!

    사이렌을 울리며 경찰차 한 대가 다가온다.

    탁탁!

    “아이고, 안녕하십니까.”

    푸근히 웃으며 경찰차에서 내리는 두 경찰.

    외사수사과 형사들은 한숨을 폭 내쉰다.

    “이번엔 다른 분들이시네.”

    “하하. 어쩌겠습니까. 신고가 들어왔으니 협조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형사들은 경찰 공무원증을 내밀었고, 담배도 권했다.

    “불철주야 수고하십니다. 요새 많이 힘드시죠?”

    “어휴. 어디 본청 외사수사과 형사님들만 할까요. 그래도 날이 많이 따뜻해져서 할 만합니다. 형사님들은 잠복하시는 거 힘드시지 않습니까?”

    “어떤 놈이 아주 좋은 차를 기부해 줘서요. 이놈 시트가 아주 침대 저리 가라입니다. 여기까지 오시느라 수고하셨으니까 이걸로 간식값에 보태십쇼.”

    “어이쿠. 뭘 이런 걸 다…….”

    “그런데 여기까진 어쩐 일이십니까? 저 집에 사시는 분께서 왕년에 외교부에서 일하셨다고 하던데?”

    뚱한 얼굴을 한 한 젊은 경찰의 말에 형사들은 히죽 웃었다.

    “그때 사고를 많이 치셔서요. 증거 찾으려고 잠복 중입니다.”

    “……이렇게 대놓고요?”

    정말 형사 맞나 하는 의심이 젊은 경찰의 얼굴에 피어난다.

    “아이쿠. 그런 작전 하시는구나? 거, 사람 참. 이런 것부터 인수인계를 해 줘야지. 알겠습니다. 그럼 수고하십쇼. 충성. 야, 가자.”

    “겨, 경감님?”

    “내가 설명해 줄 테니까 그냥 가자고, 인마. 그럼 수고하세요.”

    “수고하십쇼!”

    경찰들은 다시 경찰차를 타고 사라졌고, 형사들은 정만근의 주택을 보며 입술을 비틀었다.

    “저희도 이만 가 보겠습니다.”

    “수고했어. 내일 봐.”

    멀어지는 형사들을 향해 손을 흔든 두 형사는 승합차에 올랐고, 곧 골목에 침묵이 찾아 들자 형사들이 보고 있던 전원주택 2층의 안방의 커튼이 살짝 열렸다가 닫힌다.

    “빌어먹을!”

    경찰이다.

    “대체 경찰이 왜?”

    ‘설마?’

    찔리는 게 너무도 많은 정만근은 입술을 깨물었고, 정만근의 아내는 그런 그를 다그쳤다.

    “어떻게 좀 해 봐요! 동네 사람들 보기 창피해서 어떻게 살아!”

    “나라고 별다른 방도가 있는 줄 알아?!”

    이미 외교부에 있는 지인에게 연락해 봤다.

    그런데 알아본다고 전화를 끊었던 지인이 다시 전화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모르겠지만 그냥 자수하세요.’라고 말했다.

    이는 외교부의 높은 곳에 있는 지인조차 감당하기 힘든 무언가가 이번 일에 얽혀 있다는 뜻.

    그동안 여러 나라를 전전하며 쌓은 인맥들에게 모두 전화를 해 봐도, 뇌물을 바쳤던 영사에게 전화를 해 봐도 마찬가지였다.

    -자네 대체 누굴 건드린 거야!

    화가 잔뜩 났던 목소리.

    ‘그러게. 내가 대체 누굴 건드린 걸까.’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는다.

    자신은 그저 경찰들에게 대충 해도 된다며 범죄 좀 은폐해 주고, 유족들이 힘들어하지 않게 적당히 둘러댔을 뿐이다.

    필리핀에서 한국으로 복귀했다가 다른 나라들을 전전할 때도 약간의 수고비를 받고 그랬을 뿐이다.

    “퇴직할 때까지 별문제 없었잖아! 그런데 지금 와서 왜……!”

    ‘기자를 불러 압박할 수도 없고!’

    경찰의 민간 사찰, 불법 감시 같은 기사를 쓰고자 기자를 불렀다가 저들의 입에서 자신의 범죄가 발설된다면?

    그땐 정말 감당이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것 같다는 것.

    ‘증거를 확보했다면 영장 들고 쳐들어왔겠지!’

    정만근은 2층 안방을 돌아다니며 이 상황에서 자신을 구해 줄 사람이 누굴까 생각하다가 곧 한 사람을 떠올릴 수 있었다.

    “그 사람이라면……?”

    그는 얼른 1층 안방으로 달려가 서랍장에서 썩어 가던 수첩을 꺼냈다.

    “왜 전화를 안 받아!”

    국제전화를 걸었던 정만근은 상대가 전화를 받지 않자 다른 번호로, 그가 가끔 한국에 들를 때 썼던 번호로 다시 연락했다.

    -여보세요?

    “엇! 김 회장, 한국에 들어온 겁니까? 아, 아닙니다. 납니다. 정만근! 우리 좀 봅시다!”

    세부에서 왕처럼 군림하는 김정식.

    필리핀의 여러 의원들과 잘 아는 그라면 분명 한국에도 쓸 만한 끈이 있을 거다.

    ‘저놈들을 쫓아낼 수 있는 건 이 사람뿐이야!’

    정만근의 눈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 * *

    오물과 소변 냄새가 코를 찌르는 빈민가.

    작고 허름한 집의 문이 슬그머니 열리며 라딧이 걸어 나온다.

    세부를 주름잡는 갱단 딘도의 행동대장인 라딧. 어둠이 내려앉은 밤하늘을 본 그가 한숨을 내쉰다.

    “빌어먹을. 이게 대체 뭔 꼴이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커다란 이층집에서 돈에 팔려 온 미녀의 가슴을 만지며 코카인을 빨았던 그.

    그런데 센트럴 비사야 경찰청장을 포함해 뇌물을 받아먹었던 세부 시티의 경찰 간부들까지 줄줄이 잡혀 들어가자, 자신을 포함한 갱단의 조직원들 전부 흩어져 몸을 피할 수밖에 없었다.

    잡혀 들어간 경찰들의 입에서 딘도라는 이름이 나오는 순간, 자신들은 하루아침에 필리핀에서 지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지이잉! 지이잉!

    “어, 왜?”

    -칼람바에 있는 사봉 경기장에 경찰이 쳐들어와서 연락드렸습니다.

    “빌어먹을.”

    칼람바는 라딧이 담당하는 구역 중 한 곳.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경찰 놈들이 대문에 쇠사슬 쳤습니다. 막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후…… 아니야.”

    지금은 투계장 하나 날아가는 게 문제가 아니다. 이 피바람이 멈출 때까지 잡히지 않는 게 중요했다.

    ‘어차피 관광 거리가 활성화되면 지금 보는 손해는 금방 메울 테니까!’

    시메온 아키노가 대통령이 된다고 해도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그가 물러난 후에 관광 거리를 삼켜도 늦지 않았다.

    “그 외에 별다른 일은 없어?”

    -마사지 업소 네 개가 문 닫았고…… 아, 한인 상인들이 지금 어수선합니다.

    “한인들이? 어떻게?”

    딘도와 비즈니스 파트너, 아니 딘도의 커다란 돈줄 중 하나인 김정식. 그가 관리하는 한인들에게 문제가 생겼다는 말에 라딧의 눈이 빛난다.

    ‘이거 잘하면?’

    급하게 도망치느라 돈을 챙기지 못했던 라딧.

    -한국에서 웬 경찰들이 와서 김 회장의 뒤를 파고 있다고 합니다.

    “뭐? 어떻게?!”

    -저희가 작업한 한인들 있잖습니까?

    김정식을 흉보며 그의 권위에 흠집을 냈던 몇몇 한인들.

    김정식이 군마파를 직접 움직여 작업하면 한인들의 반발심을 키울 수 있기에, 김정식은 딘도에게 그들의 처리를 맡겼고 이것은 딘도의 커다란 돈줄이 되어 주었다.

    -그놈들 일을 조사하고 있답니다.

    “제기랄! 알았어! 끊어!”

    거칠게 통화를 종료한 라딧은 얼른 보스에게 전화를 걸었다.

    “예, 보스. 라딧입니다. 지금…….”

    라딧은 방금 들은 이야기를 설명했고, 수화기 너머에 잠시 침묵이 내려앉았다.

    -알았어. 그 문제는 내가 김 회장에게 전달하지. 그보다 좀 어때?

    “보스가 걱정해 주신 덕분에 편히 쉬고 있습니다. 몇몇 애들 말곤 모르는 장소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보스는 어떠십니까? 손이 필요하시면 제가 지금 당장 그곳으로 가겠습니다.”

    -도망 다니는 신분에 무슨. 난 됐으니까 너나 몸조심해. 아무도 믿지 말고.

    “걱정 마십시오. 이 장소를 아는 놈들은 제가 죽으라고 하면 죽는시늉까지 하는 놈들이니 말입니다.”

    -그래. 다시 연락하지.

    “들어가십시오.”

    통화를 종료한 라딧은 담배를 물며 다시 밤하늘을 봤다.

    “쯧. 술이나 좀 사 와야겠구만.”

    고개를 저은 그는 동네 어귀에 있는 작고 허름한 마트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때였다.

    지잉!

    “어?”

    밤하늘을 가르는 붉은 빛줄기.

    몸을 내려다본 라딧은 상체에 점점이 박힌 붉은 점들, 레이저 포인트에 파랗게 질리며 양손을 든다.

    ‘빌어먹을!’

    특공대다. 경찰 특공대가 자신을 잡으러 온 거다.

    여기서 손가락 하나라도 까딱했다간 벌집이 될 터.

    라딧은 다급히 외쳤다.

    “쏘지 마! 항복이야!”

    그는 무릎을 꿇으며 엎드렸고, 이윽고 어둠을 짓누르며 종혁이 모습을 드러냈다.

    라딧의 머리맡에 쪼그려 앉은 종혁은 재밌다는 듯 웃었다.

    “야, 너 아는 게 많은 것 같다?”

    아주 많이. 김정식의 목을 움켜쥘 정도로.

    종혁의 눈이 흉흉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