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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635화 (635/837)
  •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635화>

    빠다다당!

    트라이시클 한 대가 어두워진 밤거리를 나아간다.

    전신을 때리는 찬바람에 얇은 점퍼의 지퍼를 목까지 올리는 사십대 사내, 라몬.

    저녁 12시, 불이 모두 꺼진 술집들이 모여 있는 거리의 골목 안으로 들어가 시동을 끈 라몬이 허리에 맨 가방을 풀며 한숨을 뱉는다.

    굳이 열어 보지 않아도 여실히 느껴지는 얇음. 그래도 열어 오늘 수익을 확인한 라몬의 낯빛이 흐려진다.

    “오늘도 겨우 기름값만 벌었네.”

    내일 쓸 기름값을 제하면 겨우 자신들 다섯 식구가 세 끼 밥을 먹을 수 있는 벌이.

    “비수기니 어쩔 수 없나?”

    벌써 3월, 라몬 같은 트라이시클 기사에겐 참 무서운 절기인 비수기다.

    그는 고개를 돌려 저 멀리 떨어진 리조트를 응시한다.

    무서운 한국인, 김 회장이 세운 샹그릴라 리조트.

    이런 비수기에도 객실의 불이 60퍼센트 이상 켜져 있는 걸 보니 역시 돈이 돈을 버는 것 같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혀를 찬 그는 트라이시클을 잡아끌며 집으로 향한다.

    불조차 켜지지 않은 작고 허름한 집. 할아버지 때부터 살아온 집.

    주변을 둘러보면 다 라몬의 집처럼 낡은 집들이다.

    라몬이 방금 들어온 골목 밖 거리를 응시한다.

    술집도 있고, 약국도 있고, 편의점도 있어 제법 거리다운 거리 안쪽에는 이런 다 낡은 주택가가 있을 뿐이었다.

    “저 거리가 조금만 더 발전하면 좋을 텐데…….”

    그렇다면 좀 더 비싸게 집을 팔고 나갈 수 있을 테지만, 돈이 썩어 넘치는 것이 아니고서야 이런 곳에 누가 투자를 하겠는가.

    ‘뭐, 애당초 이따위 낡은 집이 팔리겠냐마는…….’

    “하아.”

    고개를 저은 라몬은 대문을 활짝 열며 집 안으로 들어갔다가 깜짝 놀랐다.

    “여보!”

    “아니, 왜 나와 있어?”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에요!”

    무슨 좋은 일이 있었는지 흥분에 찬 아내.

    “뭔지 모르겠지만, 일단 씻고 들으면…….”

    “우리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생겼어요! 그것도 시세보다 3배 더 쳐주는 가격으로!”

    “……뭐?!”

    라몬과 그의 아내는 몰랐다.

    그들이 있는 주택가 전체를 매입하려는 사람들이 찾아왔음을 말이다.

    * * *

    -미안하군, 김 회장. 그 사람이 꼭 그렇게 하고 싶다는데 내가 어떻게 하겠나. 그럼 끊지.

    “의원님! 의원님!”

    이러면 안 된다. 이럴 수는 없다.

    “빌어먹을! 내가 그동안 처먹인 돈이 얼만데!”

    핸드폰을 높이 쳐든 김정식이 이를 악문다.

    너무도 끔찍했던 관광 거리 조감도.

    자신의 리조트, 샹그릴라 리조트의 입구가 있는 도로가 아니다.

    그 아래의 도로다.

    그곳에 술집, 식당, 숙박 시설, 편의점, 약국, 병원, 쇼핑센터 등 수많은 편의 시설들이 들어와 대로의 길이만 따져 봐도 거의 3킬로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관광 거리를 형성하는 거다.

    그런데 여기서 더욱 끔찍한 건 자신의 리조트 바로 곁에 세워지는 거대한 리조트다.

    무려 100미터에 달하는 옥상 인피니티 풀과 지상에 만들어지는 거대한 풀, 800개에 달하는 객실.

    게다가 그 리조트 옆에 지어지는 초대형 클럽은 또 어떤가.

    알아보니 뉴욕, 아니 전 세계의 셀럽들이 가고 싶어 애가 탄다는 파라다이스 클럽이었다.

    지상 낙원이라고 알려진 파라다이스 클럽.

    관광 거리는 이 리조트와 파라다이스 클럽에서부터 시작해 부채꼴 형태로 아래를 향해 뻗어 나간다.

    그런 그 초대박 상권에서 자신의 리조트가 배제되는 거다.

    어떻게든 이 리조트 건설을 막아야 하는데, 그걸 막아 줄 권력가가 모두 연락을 피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뉴스로 상황을 인식하고 확인하려고 들었을 땐 이미 상권에 들어가는 상가, 주택들 모두 90퍼센트 이상 팔려 버린 후였다.

    각기 다른 법인으로 거래가 이뤄졌지만, 바보가 아닌 이상에야 누가 산 건지 모를 리가 없었다.

    매각 제의를 받지 않은 건 자신의 입김이 들어간 가게들뿐.

    이건 누군가 김정식 자신에게 지독한 악의를 품은 거라고밖에 볼 수 없었다.

    “날 말려 죽이려는 하는 게 아닌 이상에야!”

    “지, 진정하십시오, 회장님!”

    한인 상인연합회 부회장이자 부하인 오십대 사내가 팔을 잡자 눈이 돌아버린 김정식이 재떨이를 집어 던진다.

    콰앙!

    “지금 진정하게 생겼어?! 으아악!”

    집기를 때려 부수던 김정식은 그 난리통 속에서도 제 모습을 지킨 소파에 앉아 생각에 잠겼고, 부회장은 김정식의 눈치를 보며 슬그머니 입을 열었다.

    “러시아 놈이 회장님께 무슨 원한이 있겠습니까? 그냥 어쩌다 재수 없게 이곳을 고른 거 아닐까요?”

    “누가 그걸 몰라?!?”

    이 관광 거리 조성에만 10억 달러 투입될 예정이었다.

    고작 원한만으로 10억 달러를 태운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이번 일은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돈이 많은 놈의 유희로 보는 것이 옳았다.

    “어쩔 수 없군.”

    “뭘 하시려고…….”

    “어쩌긴 뭘 어째!”

    리조트의 주인을 찾아가야 했다.

    “그 자식 지금 마닐라에 있다고 했지?”

    “예, 예! 매일 마닐라의 클럽에서 논다고 합니다!”

    마치 투어를 다니듯 오늘은 이 클럽, 내일은 저 클럽을 돌아다닌다고 한다.

    “애들 모아.”

    직접 찾아가 딜을 한다.

    김정식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 * *

    부우웅!

    경적 소리가 소란스럽게 울리는 마닐라의 밤거리.

    도로 위를 여섯 대의 밴이 빠르게 나아간다.

    김정식이 차창 안으로 스치다 사라지는 가로등 불빛을 받으며 생각에 잠긴다.

    빠득!

    ‘드바 로마노프라니!’

    어렵사리 통화가 된 어느 의원과의 대화 도중 드바 로마노프라는 이름이 나왔다.

    이번 관광 거리 조성에 투입되는 외국 자본의 출처가 글로벌 패션 기업 드바 로마노프였던 것이다.

    심지어 전면에 나선 인물이 드바 로마노프의 제2주주인 아이반 벨로프.

    투자는 이번 한 번으로 그치지 않을지도 몰랐다.

    향후 얼마나 더 관광 거리에 돈이 모일지 모르는 상황. 무조건 이 판에 끼어야만 했다.

    ‘물론, 그놈의 빌어먹을 리조트부터 치워야겠지만!’

    리조트는 치우되 클럽은 놔둔다.

    입구야 새로 뚫으면 그만이니 말이다.

    “회장님.”

    정신을 차린 김정식은 커다란 리조트를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세부에 있는 자신의 리조트와 비교해도 그리 뒤떨어지지 않는 크기.

    “저기 최상층을 전세 냈다고?”

    “예. 오늘은 여자들을 불러 파티를 벌이고 있다는군요.”

    “살판났군.”

    김정식은 코웃음을 쳤지만 속내는 달랐다. 그도 아가씨를 데려왔기 때문이다.

    매일 클럽을 놀러 다닐 만큼 호색한인 아이반 벨로프. 그의 마음을 좀 유하게 하고자 미녀들을 데려왔는데, 아무래도 쓸데없는 짓이었던 것 같다.

    “일단 아가씨들도 다 내리라고 해.”

    “예.”

    김정식은 곧장 리조트 로비를 가로질러 엘리베이터로 향하다 멈춰 섰다. 아니, 멈춰 설 수밖에 없었다.

    “Стоп(정지).”

    손을 뻗으며 그들을 멈춰 세우는 거구의 백인들.

    그들이 어깨에 둘러멘 소총에 김정식은 헛숨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이 미친! 이 새끼들은 또 뭐야?’

    위험한 분위기를 풀풀 풍기는 게 일반 경호원 같지 않다.

    “너흰 누구지?”

    김정식은 자신의 귀를 때리는 영어에 고개를 들었다.

    “오늘 아이반 벨로프 씨와 약속을 잡은 김정식이요.”

    “흐음. 그 뒤의 아가씨들도?”

    “원활한 대화를 위한 선물이랄까?”

    “보스가 좋아하겠군. 통과. 아,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건 당신을 포함해 5명뿐이야.”

    ‘쯧.’

    “알았소.”

    함께 갈 네 명을 지목해 경호원을 지나치는 김정식의 낯빛이 순간 굳는다.

    ‘몸수색을 안 하는군.’

    멍청한 게 아니다. 이쪽에서 어떤 무기를 들고 있건 간에 자신이 있는 것이다.

    ‘날 대체 얼마나 무시하는 건지!’

    빠드득!

    그런 그의 생각은 최상층에 자리한 풀에 도착하자마자 정답임이 밝혀졌다.

    쿵쿵쿵쿵쿵!

    “꺄아악!”

    “와우우!”

    강렬한 비트가 울려 퍼지는 싸이키 조명 아래 거품이 피어오르는 커다란 수영장.

    그 안에서 벌거벗은 채 신나게 노는 미남미녀들과 소총을 든 채 수영장 주변을 경계하는 수십 명의 경호원.

    죄다 위험한 냄새를 풍기고 있다.

    “회장님, 저놈들 범상치 않은데요? 눈들이…….”

    죄다 사람을 죽여 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눈들이다.

    “나도 알고 있으니까 닥쳐.”

    김정식은 저 멀리 헐벗은 미녀들에게 둘러싸인 아이반 벨로프를 발견하곤 빠르게 다가갔다.

    “아이반…….”

    처저적!

    김정식을 향해 겨눠지는 총구들.

    김정식과 일행들은 그대로 얼어붙고, 그제야 아이반 벨로프가 김정식을 향해 시선을 준다.

    “아아, 남자면 조심히 다가오라고. 내 부하들이 자칫 쏴 버릴 수도 있으니까.”

    ‘이런 개……!’

    “그래서 너희 누구지?”

    “오늘 만나기로 한 김정식이요.”

    “킴…… 킴…… 아! 그 세부의 한인 상인연합회 회장? 그리고…… 아아! 맞아, 맞아. 내 리조트의 뒤에 있는 리조트 주인이라고 했던가?”

    겨우 떠올린 듯한 그의 모습에 김정식은 이를 악문다.

    그 모습에 피식 웃은 아이반 벨로프는 미녀들의 엉덩이를 두드렸다.

    “풀에서 놀다 와. 난 비즈니스를 해야겠으니까.”

    “빨리 끝내요, 아이반.”

    “너무 기다리게 하면 삐져 버릴 거야.”

    “오우! 그럼 빨리 끝내야지! 우리 예쁜이들을 기다리게 할 수 없으니까!”

    미녀들은 그 말이 마음에 들었는지 꺄르르 웃으며 수영장 안으로 뛰어들었고, 아이반은 김정식에게 자리를 권하며 시거를 물었다.

    찰칵! 치이이익!

    “후우우.”

    허공으로 흩어지는 뿌연 담배 연기.

    아이반의 눈빛이 권태로워지고 오만해진다.

    “이렇게 먼 곳까지 찾아왔으니 이야기는 들어 봐야겠지. 읊어 봐.”

    “벨로프 씨가…….”

    “내 리조트를 다른 곳에다 지어 달라, 상권을 네놈의 리조트와도 연결시켜 달라 그딴 개소리를 할 거라면 하지 마. 내가 그래야 할 이유도 없고, 그러고 싶은 마음도 없으니까.”

    빠득!

    대체 얼마 만일까. 이런 치욕을 느낀 게.

    하지만 김정식의 표정은 사무적으로 변한다.

    “벨로프 씨, 내 제안은 결코 당신에게 나쁜 일이 아닐 겁니다. 현재 세부에 있는 한인들의 숫자가…….”

    “겨우 2만이지. 아니, 2만 명도 못 되나?”

    움찔!

    “그 정도 숫자가 상권에 얼마만큼의 영향을 줄 수 있을까? 응?”

    “벨로프 씨는 잘 모르겠지만, 작년 한 해 세부를 찾은 한국인 관광객의 숫자는…….”

    “으하하하핫!”

    웃음을 터트린 아이반이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으며 김정식을 본다.

    “그중 한인 커뮤니티의 영향을 받을 관광객은 얼마나 되지?”

    소수다. 한인 커뮤니티까지 모두 뒤져 가면서 여행 계획을 치밀하게 짤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아니, 혹시나 그렇게 계획을 짠다고 해도 안 올 거야? 내 거리를? 거기에 다 있을 텐데?”

    말 그대로 지상 낙원을 느낄 수 있는 클럽에, 필리핀 음식을 비롯해 세계 각국의 음식들을 판매할 식당과 온갖 테마의 술집들.

    그리고 온갖 명품 브랜드들이 입점할 쇼핑센터와 인간의 밑바닥을 확인할 수 있는 카지노 등 지상에서 느낄 수 있는 모든 유흥과 향락이 한자리에 있을 거다.

    말 그대로 오직 관광을 위한 거리.

    “한국인? 안 와도 돼. 한국인 말고도 내 거리에 올 사람은 넘치고 넘치니까. 아, 맞아. 그렇다고 네 리조트가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을 거란 기대는 하지 마.”

    겨우 한 블록 차이다.

    낙수 효과를 아주 조금은 맛볼 수 있을 테지만, 아이반은 그걸 내버려 둘 생각이 없었다.

    일단 관광 거리는 차가 없는 거리로 만들 예정이고, 여기가 관광 거리의 끝이라는 거대한 조형물을 세울 거다.

    그 외에도 아이반 자신의 리조트나 거리 내의 숙박 시설, 또 파트너십을 맺은 여행사에 할인 쿠폰을 발행할 예정이다.

    관광 거리 그 어디를 가든 10퍼센트 할인을 받을 수 있는 할인 쿠폰을.

    이 끔찍한 말들에 김정식의 얼굴이 파랗게 질린다.

    “대체 왜……!”

    대체 자신이 무슨 잘못을 했기에 이러는 것일까.

    오늘 처음 만나는 것인데 왜 이러는 것일까.

    아이반은 죽일 듯 노려보는 김정식을 보며 어깨를 으쓱였다.

    “그러니까 누가 거기다 리조트를 지으래?”

    “……뭐?”

    “푸흐흐. 농담이야, 농담.”

    농담이 아니다. 분명 아이반은 진심이었다.

    ‘이런 미친 새끼! 고작 그딴 이유로……!’

    “이봐, 뭘 그렇게 예민하게 반응해? 비즈니스잖아.”

    “비즈니스가 아니라 날 말려 죽이려는 거겠지!”

    “대체 뭐가 문제야? 내 거리에서 벌어들일 돈맛을 보고 싶어? 그럼 내 거리의 상가를 매입해. 숙박 시설을 지어. 그럼 되잖아?”

    “90퍼센트가 넘는 부동산을 매입해 놓고 그런 말을 하는 거요!”

    남은 건 겨우 자투리뿐.

    “저런, 정보력이 빠르군.”

    “당신……!”

    터엉!

    테이블을 치며 일어난 김정식이 끓어오르는 분노를 맹렬히 쏟아 낸다.

    “당신이 이러고도 무사할 것 같아?!”

    “……큭큭.”

    순간 차가워지는 공기.

    어느새 맹수의 그것처럼 흉포해진 아이반의 눈이 김정식을 응시한다.

    “왜? 거부하면 날 공격하거나 내 거리로 들어오는 모든 도로를 막으시게? 네 그 잘난 갱들을 움직여서? 숫자가…… 120명이라고 했나?”

    오싹!

    ‘어, 어떻게?’

    “잘 생각하라고, 나이만 많은 애송이.”

    예상을 벗어난 정보력. 이쪽은 저쪽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데, 저쪽은 이쪽에 대해 다 알고 있으니 갑자기 공포가 밀려든다.

    아이반은 굳어 버린 김정식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내게 부동산을 사. 월세로 들어와. 그럼 문제없잖아? 아, 물론 메인 도로와 큰 도로들은 욕심내지 않는 게 좋을 거야. 거긴 이미 다 주인이 있거든.”

    세부와 필리핀의 권력가들.

    그리고…….

    “맞아. 너랑 같은 한국인도 있었지.”

    “한국…… 인?”

    “한국의 M-컴퍼니라고 했던가? 그 친구들도 참 대단하더군. 세부라는 먼 타지에서 고생하는 한인들을 위해 가게를 저렴한 가격에 임대해 줄 거라 말하더라고.”

    그런 목적으로 가져간 부동산이 무려 30퍼센트에 달한다. 그것도 목 좋은 곳들로만.

    “참 멋지고 능력 좋은 친구들이야.”

    쿵!

    김정식의 얼굴이 와락 구겨졌다.

    * * *

    한편 세부의 한 호텔.

    지이잉! 지이잉!

    “하, 이 양반은 왜 또 전화질이야?”

    스위트룸의 소파에 거만하게 앉아 와인을 입에 가져가던 종배수가 핸드폰을 든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굽혀지는 허리.

    “예, 형님! 형님의 영원한 종, 종배수 전화 받았습니다! 딸랑딸랑!”

    수화기 너머 종혁은 오늘도 경박한 종배수의 모습에 피식 웃고 말았다.

    -곧 놈들이 접근을 해 올 겁니다, 종 사장님.

    아이반에게 연락이 왔다.

    김정식이 미끼를 물었다고 말이다.

    -그러니 플랜대로 진행해요. 외사국 형사님들이 지켜 줄 테니까 안전은 걱정 마시고.

    “헤헤. 옙! 알겠습니다, 형님!”

    -그럼 끊습니다.

    종배수는 통화가 종료된 핸드폰을 테이블에 던지곤 창가로 걸어가 세부의 화려한 야경을 두 눈에 담았다.

    그런 그에게 한 장년인이 다가선다.

    “형님, 이거 함정 수사 아니에요?”

    “형님이 아니라 사장님! 넌 인마, 대체 언제까지……!”

    “흐흐. 아무튼요!”

    “……흥! 함정 수사는 무슨.”

    뻑치기 앞에 형사가 만취한 척 누워 있는 게, 범죄를 저지르게끔 판을 깔고 유혹하는 게 함정 수사다.

    그것과 이번 프로젝트는 성질이 다르다.

    “당연히 타격이 있겠지. 지금처럼 똑같이 장사를 한다면 말이야.”

    아이반의 리조트에 손님을 뺏기기 싫다면 마찬가지로 부대 시설을 더 늘리고, 객실 가격을 낮추면 된다.

    숙박 사업의 당연한 논리.

    김정식의 리조트 옆에 있는 상가들도 마찬가지다. 관광 거리에 손님을 뺏기기 싫으면 그만한 투자를 더 하면 되는 거다.

    이것이 바로 냉혹한 비즈니스의 세계다.

    “이번 사건의 본질은 하나야. 김정식, 그놈이 자기가 왕이라는 욕심을 버리는 것.”

    그러면 아무런 일도 없는 거다.

    종혁이 개입할 명분이 없을 테니 말이다.

    종배수는 차갑게 가라앉은 두 눈에 세부의 야경을 담으며 와인을 홀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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