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629화 (629/837)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629화>

120. 불편한 진실

부아아앙!

새하얀 구름이 몽실몽실 떠다니는 푸른 하늘, 커다란 두 대의 바지선이 에메랄드빛 바다에 새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가로지른다.

마치 해적처럼 해골 깃발을 세운 바지선.

콧속을 파고드는 비릿한 바다의 냄새.

휴가와 자유의 냄새.

바지선의 양 끄트머리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온몸을 때리는 강렬한 비트에 결국 흥을 참지 못하고 몸을 일으킨다.

쿵짝쿵짝!

-곤드레-! 만드레-!

“꺄아아!”

“와아!”

“히비고!”

‘허쭈? 저것들 봐라?’

바지선의 한구석, 원피스 수영복을 입은 채 몸을 흔드는 순희와 친구들의 모습에 종혁이 어이없다는 듯 웃는다.

오늘 아침, 애써 준비해 온 비키니를 입지 못하게 하는 것도 모자라 원피스 수영복을 사다 입혔더니 입이 댓 발 튀어나왔던 순희와 친구들.

그런데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 듯 어른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 흔들어 대고 있다.

또 그런 아이들의 곁으로 또래 십대의 아이들이 슬그머니 다가선다.

빠직!

‘죽여? 살려?’

“아이고, 부장님! 뭐하십니까! 한 잔 받으시죠!”

“어이쿠, 아버님!”

다급히 종이컵을 받아 든 종혁이 박동수 팀장 아버님의 잔에 술을 따른다.

“자, 건배!”

“건배!”

음료와 주류가 무제한으로 제공되는 호핑투어.

이미 기분 좋게 취한 성인들이 목소리를 높인다.

“꺄악!”

“풉!”

배 중앙에서 작렬하는 이덕출 팀장과 그의 아내의 끈적한 중년 커플 웨이브.

“하하하하하!”

“호호호호호!”

웃음꽃이 바지선을 가득 채운다.

“부장님! 부장님도 즐기세요!”

“에라이!”

“꺄악!”

“우와아!”

“부장님! 부장님!”

그렇게 얼마나 달렸을까.

바지선이 갑자기 속도를 줄인다.

해적투어의 꽃, 스노클링과 스쿠버다이빙.

그 포인트에 도착을 한 거다.

스태프의 안전 규칙 설명이 끝나자마자 종혁은 상의를 벗어 던지며 바다를 향해 몸을 날렸다.

“이야아아아!”

“우와아아!”

풍덩-!

* * *

끼익! 끽!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얕은 바다 위, 나무로 만들어진 다리를 건너는 순희가 종혁의 팔을 잡은 채 호들갑을 떤다.

순희뿐만이 아니라 그녀의 친구들도 종혁의 주위를 벗어나지 못한다.

“무셔. 바닷속 무셔!”

‘음. 확실히 무섭기는 했지.’

스노클링 타임이 끝난 후 시작됐던 스쿠버다이빙.

사람들이 한 거라곤 이퀄라이징과 도넛 만들기밖에 없는, 가만히 엎드려 있으면 스태프가 다 해 주는 스쿠버다이빙이지만 문제는 그 스태프가 바닷속 절벽 위를 한 바퀴 돌았다는 것에 있다.

밑이 보이지 않았던 시꺼먼 색의 바다. 마치 기름과 물처럼 색이 나뉘던 바다는 수영에 자신 있는 종혁도 살짝 질리게 했을 정도였다.

“그래서 여기서 스노클링 안 하겠다고?”

“그건 아니죠!”

“무슨 그런 섭섭한 말씀을!”

“십대를 무시하지 마시죠?!”

종혁은 발끈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애들아, 삼촌 몸이 신기한 건 알겠는데 그만 좀 만질래?”

순희의 친구들뿐만이 아니다. 스노클링 이후 모든 연령대 여성들의 눈빛이 바뀌었다.

이전까지는 남편이나 자식의 좋은 상사였지만, 지금은 맹수가 먹잇감을 노리는 눈빛이랄까.

“에이, 좀 만진다고 닳는 것도 아니고…….”

“뭐, 뭐?”

지금 자신이 제대로 들은 게 맞는 걸까.

“이놈의 자식들이!”

“꺄아!”

종혁은 도망치는 아이들의 모습에 고개를 저었다.

“요새 애들 참…….”

“에헴!”

“그걸 왜 자랑스러워하냐, 짜샤.”

“이히히.”

종혁은 귀엽게 웃는 순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난 저 섬에 있을 테니까 놀다 와.”

“응? 큰오빠는 스노클링 안 할 거예요?”

저 투명한 바다가 우리를 부르는데? 라는 말이 함축된 물음에 종혁은 손을 저으며 이번 호핑투어의 포토 포인트인 날루수안섬으로 들어갔다.

“어른은 어른 만의 즐기는 방법이 따로 있는 거란다, 꼬맹이들아.”

“Here. Enjoy your meal.”

“Thank you.”

나무로 지어진 식당, 분홍빛 트로피컬 칵테일을 받아 든 종혁은 근처의 비치체어에 누워 날루수안섬의 정경을 둘러봤다.

오후가 되면서 점점 흐려지기 시작한 푸른 하늘 아래 샛노란 백사장. 듬성듬성 솟은 야자수 사이로 불어오는 적막한 바람 몸을 훑는다.

“키아. 삼겹살에 소주 한 잔 적시면 죽이겠네.”

아무리 마셔도 취하지 않을 풍경.

짝지어 몰려다니는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그를 편안함의 세계로 인도한다.

“좋다. 좋아.”

“호호호호호!”

고개를 돌린 종혁은 피식 웃었다.

어제 보았던 걸그룹이 백사장을 가로지르고 있다.

‘올해 데뷔한다고 했던가?’

대체 얼마나 잘났기에 뇌물을 쑤셔 넣으면서까지 경찰 홍보대사로 만들려고 했을까 해서 알아봤던 걸그룹.

‘확실히 와꾸는 좋네.’

8등신 매끈하고 빵빵한 몸매에 귀엽고 섹시하고 너희가 뭘 좋아하는지 몰라서 다 준비했다는 듯한 외모.

거기다 작정하고 홀리려는 듯 천의 면적이 적은 비키니나 하늘하늘한 원피스들을 입고 있다.

“얼씨구?”

마치 여우 귀신에 홀린 남자처럼 헤벌쭉 뒤를 따르는 최재수를 발견한 종혁은 고개를 저었다.

“어머!”

‘그렇지. 날 알아봐야지.’

종혁은 장단을 맞춰 주기로 했다.

“어?!”

“와! 어제 그분 맞으시죠?”

“이야, 세상에 이런 우연이 다 있네요. 호핑투어 오셨나 봐요?”

“님도요?”

“아, 이렇게 다시 만난 것도 인연인데 통성명이나 하죠. 최종혁입니다.”

“유지민이에요!”

다른 멤버들도 얼른 자기소개를 한다.

“그런데 그 회사 복지가 진짜 좋은가 봐요.”

“복지는 무슨……. 다 놀러 온 사람들끼리 십시일반 모은 거죠.”

장희락 경찰청장이 해 준 것은 휴가 승인뿐이었다.

“그보다 다들 모델이신가 봐요? 몸매들이, 어휴.”

장난기 넘치는 음흉함에 그들이 웃음을 터트린다.

“종혁 씨도 좋아요!”

“와아! 이 가슴 좀 봐! 나보다 더 큰 것 같아!”

“팔뚝 봐! 돌처럼 단단해!”

“어이쿠. 이 조심성 없는 여자들 보소? 남자 몸을 이렇게 막 만지면 어?”

“어떻게 되는데요?”

훅 치고 들어오는 유지민의 땡글땡글한 눈에 종혁은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그걸 알려면 저녁에 만나야 하는데…….”

“호호호호호!”

“이 오빠 센스 있다!”

농담이라는 듯 웃은 종혁은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우리 이것도 인연인데 번호나 교환하죠.”

“어머. 사원들끼리 여행 오셨는데 저희랑 연락할 시간 있어요?”

“와, 이 사람들이 대한민국 남자를 무시하시네. 뭐, 싫으면 말고요.”

종혁이 돌아서려고 하자 깜짝 놀란 그들이 종혁을 잡는다.

“하, 진짜 우리 아무한테나 번호 안 주는데…….”

“하. 진짜 나 아무한테나 번호 따는 그런 남자 아닌데…….”

다시 그들 사이에 터지는 웃음.

유지민이 눈을 빛낸다.

“그래서 누구 번호 원하세요?”

순간 눈빛이 변한 걸그룹 멤버들이 종혁을 응시하고, 그들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기류에 종혁이 씩 웃는다.

“오케이. 가위바위보. 운 좋은 여자가 미남들을 얻는다! 최재수! 뭐해, 인마!”

“예! 부장님!”

“지금 번호 주면 원 플러스 원!”

“호호호호호!”

결국 유지민과 번호를 교환한 종혁은 그녀들과 사진까지 찍은 후 헤어졌고, 최재수가 미간을 찌푸린다.

“왜일까요?”

“뭐가?”

“왜 그딴 말을 하는데 번호를 딸 수 있는 거죠?”

그뿐만 아니라 종혁이 무슨 말을 할 때마다 빵빵 터졌다.

종혁은 콧방귀를 뀌었다.

“보고도 모르겠냐?”

외모, 자신감.

“괜히 와꾸 딸리는 애들이 화술 같은 말을 하는 거야.”

“아, 진짜 때리고 싶다.”

종혁은 언제든 들어오라며 손가락을 까딱였다.

“……그보다 진짜 번호 따신 분한테 연락하실 거예요?”

“급하면 먼저 연락 주겠지.”

“예?”

손을 저은 종혁은 다시 맑아지는 하늘을 봤다.

“좋네.”

높고 푸르러서 참 좋았다.

* * *

“와, 하얗게 불태웠다.”

“배고파…….”

술과 안주를 그렇게 먹었는데도, 물놀이를 많이 해서 그런지 지친 표정들을 짓는 일행들의 모습에 종혁은 박수를 쳤다.

“자, 2차로 마사지가 예약되어 있으니까 다들 배가 고프시더라도 조금만 참아 주세요. 정 배고프시면 버스 안에 간식거리들 좀 드시고요!”

“오! 마사지!”

“네-!”

“그럼 샤워하고 버스 앞에서 만납시다! 해산!”

“해산!”

우르르!

사람들이 샤워실로 향하자 다시 한번 인원 체크를 하고 뒤따르던 종혁은 선착장 안으로 들어선 SUV에서 내리는 사람을 보곤 눈살을 찌푸렸다.

‘뭐야. 저 덩어리는?’

투실투실한 비곗덩어리 몸과 선글라스, 체인 금목걸이는 자연스럽게 어떤 한 부류의 인간을 떠올리게 했다.

“싸장님! 왔어?”

“왔어는 반말이고, 인마. 오늘 매출은 좀 어때?”

“오늘 대박! 이리 와!”

해맑게 웃으며 덩어리의 손을 붙잡고 안으로 향하는 직원.

“……에이, 됐다. 사고만 안 치면 되는 거지, 뭐.”

굳이 분란을 일으켜 이 좋은 기분을 깨고 싶지 않은 종혁은 고개를 저으며 걸음을 옮겼다.

* * *

“아…… 이게 행복이지.”

온몸을 노곤하게 만드는 마사지 후 맥주 한잔.

그것은 천국이었다.

사람들은 곧 낄낄 웃으며 오늘 있었던 호핑투어에 대해 이야기꽃을 피웠고, 미성년자들은 술을 즐기는 어른들을 부럽다는 듯 응시한다.

피식!

웃음을 흘린 종혁은 양해를 구하고 밖으로 나와 담배를 물었다.

찰칵! 치이익!

“후우우.”

“여기? AA라는 요릿집인데?”

“응?”

식당 근처의 전봇대 아래, 콘텐츠 제작 및 관리팀의 팀원이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다.

“위치는 모르지. 버스 타고 온 건데 내가 어떻게 아냐? 음식? 당연히 맛있…… 아니, 그보다 왜 이렇게 꼬치꼬치 물어보는데? 아주 내가 어디로 여행가냐부터 시작해서…… 뭐? 나중에 여자친구랑 올 거라고? 뭔 개소리야? 너 여자친구 없잖아. 아니…… 울지 말고, 새꺄.”

친구와의 통화인지 웃고 있던 직원은 곧 통화를 종료했고, 몸을 돌리다 종혁을 발견하곤 깜짝 놀랐다.

“어우, 씨. 놀래라. 애 떨어지는 줄 알았잖아요, 부장님.”

“큭큭. 무슨 전화예요? 남자친구?”

“……아무리 부장님이시라도 그런 농담하시면 저 화냅니다.”

“하하하.”

“아동청소년과에서 일하는 동기인데, 주변에 해외여행 간 사람은 제가 처음이라고 이런저런 것들을 물어보더라고요.”

“아아.”

‘쁘락지가 거기 있었네?’

세부가 섬이라고 한들, 총면적이 제주도의 2배 이상 되는 곳이다. 인구는 300만 명을 훌쩍 넘기는 수준.

그런데도 그 걸그룹은 대체 어떻게 안 건지 자신이 있는 곳을 기가 막히게 찾아냈다. 내부에 쁘락지가 없는 이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래서 알아낼 때까지 좀 어울려 주려고 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을 듯하다.

“친하세요?”

“그렇게 친하지는 않죠?”

그냥 동기니까 연락을 하는 거다.

“다행이네요.”

“예?”

“아닙니다. 들어가세요. 저도 이것만 피우고 들어가겠습니다.”

“하하. 옙! 얼른 들어오십쇼!”

종혁은 식당 안으로 들어가는 직원을 바라보다 핸드폰을 들었다.

“예, 과장님. 저 홍보부 최 부장입니다.”

-오, 최 부장! 휴가 갔다며? 하…… 진짜 부럽다, 부러워!

“하하.”

-맞아. 무슨 일이야?

“아, 이번에 저희 홍보부에서 아청과를 대상으로 한 홍보를 기획할 생각인데, 관심이 있으신가 해서요.

-쿠당탕! 으악! 뭐, 뭐라고? 우리 아청과를?

“본청뿐만 아니라 전국 지청, 지서들도 대상으로 삼으려고요. 관찰 예능 쪽으로 해서 한 6부작 정도로 찍어 볼 생각인데…….”

-내가 뭘 해 주면 될까?! 아니다! 지금 어디야? 북극만 아니면 지금 바로 간다!

“하하. 지금은 휴가를 즐기는 중이라 좀 곤란하고……. 맞아, 아청과에 저희 팀원의 동기가 있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말입니다.”

종혁은 팀원의 이름을 말했고, 이내 곧 수화기 너머가 떠들썩해졌다.

-어어! 그래, 있어!

“그 친구 번호 좀 알려 주실 수 있을까요? 에이, 뭘 이런 걸 가지고 과장님까지 움직이십니까? 이런 일은 아랫사람들 통해서 진행하면 되는 거죠. 예, 예. 아, 그래요? 예, 감사합니다. 그럼 복귀하고 뵙겠습니다.”

통화를 종료한 종혁은 방금 넘겨받은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예, 본청 아동청소년과…….

“나 홍보부의 최종혁 총경입니다.”

-흡?!

‘맞네?’

혹시나 했는데 아무래도 맞는 것 같다.

“내가 왜 전화했는지 알죠? 아, 변명할 생각은 하지 마세요. 당신이 누구한테 정보를 넘겨줬는지 알고 있으니까.”

-……죄, 죄송합니다.

“됐고. 사주한 새끼 이름이랑 전화번호 문자로 넣어 놔요. 그리고 알아서 전근 가시고.”

-무, 무슨……! 부장님! 그건 너무…….

“야.”

순간 낮아지는 공기. 종혁의 눈빛이 시리도록 차가워진다.

“앞으로 평생 진급 막히는 것보다는 낫잖아.”

-……죄송합니다.

“그래요. 다음에 볼 일 있으면 그때는 웃으며 봅시다.”

통화를 종료한 종혁은 담배를 깊게 빨았다.

“개새끼.”

아마도 돈을 받고 이쪽의 행적을 알려 줬을 아동청소년과의 직원. 고작 몇 푼 안 되는 돈에 동료의 등에 칼을 꽂는 새끼들은 다 죽어야 했다.

“진짜 지랄 맞다, 지랄 맞아.”

종혁은 담배를 던지며 돌아섰다.

그 순간이었다.

“꺄악!”

“으악!”

“도둑이야! 도둑! 누가 저년 좀 잡아줘요-!”

갑자기 소란스러워지는 거리.

의아해하며 고개를 돌렸던 종혁은 이쪽을 향해 뛰어오는 허름한 옷을 입은 십대 소녀와 그 소녀의 양손에 들린 지갑과 스마트폰을 보곤 한숨을 내쉬었다.

“이 동네 소매치기가 많다더니…….”

종혁은 옆을 스쳐 지나가는 소녀의 얼굴을 움켜쥐며 그대로 바닥에 메다꽂았다.

쿵!

“컥!?”

온몸을 울리는 충격에 굳어 버린 소녀.

종혁은 소녀의 손에서 지갑과 스마트폰을 빼앗아 헐레벌떡 도착하는 남성에게 내밀었다.

“가, 감사합니다! 이, 이 도둑년이!”

터억!

소녀를 걷어차려던 발을 막아 세운 종혁은 왜 방해하냐는 듯 노려보는 남성을 보며 씁쓸히 웃었다.

“찾았으면 됐잖습니까. 그만합시다.”

이제 14살이나 겨우 됐을 법한 작은 체구의 소녀. 건장한 성인 남성의 발길질에 걷어차인다면 뼈가 부러지는 걸 넘어 내장까지 다칠 수 있었다.

“……카악, 퉤! 너 이 사람 덕분에 산 줄 알아!”

남성은 다시 한번 종혁에게 고개를 숙이곤 뛰어왔던 길로 되돌아갔고, 종혁은 이를 악물며 일어나는 소녀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타악!

종혁의 손을 뿌리친 소녀는 종혁을 죽일 듯 노려보다 혀를 차며 종혁을 스쳐 지나갔고, 종혁은 그런 소녀의 뒷덜미를 낚아챘다.

“야.”

“하! 훈계 따위 늘어놓을 거라면 그냥 꺼…….”

“밥은 먹었냐?”

입을 다문 소녀가 종혁을 멍하니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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