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623화 (623/837)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623화>

빠득!

“최종혁…….”

일명 일본 경찰대 침략 사건.

야쿠자도 벌벌 떠는 칠십여 명의 유도 베테랑 경찰들이 단 한 명에게 당해 버린 사건이자, 일본 경찰 무도가들의 가슴에 씻을 수 없는 치욕을 안겨 준 사건이다.

일본 경찰이 단 한 사람에게 망신을 당한 거다.

이후 일본 유도 협회는 종혁에 대한 모든 수작을 관두기로 했고, 이 사건으로 인해 일본 유도 협회는 일본 경찰에 영향력을 꽤 잃게 됐다.

악적. 종혁은 일본 경찰들에게 있어 악적이나 다름없었다.

“그런 놈이 감히…….”

“후우. 가자고.”

입술을 깨문 30살의 야마자키 요이치는 종혁과 함께 멀어지는 미야자키 나미에의 모습에 이를 악물며 돌아선다.

빠득!

‘나미에 상의 몸을 만지다니!’

그녀가 데뷔를 했을 때부터 팬이었던 자신은 같은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숨이 막힐 정도인데, 저 악적 놈은 농담을 던지다 못해 스스럼없이 만지기까지 한다.

피가 거꾸로 솟을 수밖에 없었다.

야마자키 요이치는 종혁이 일본 경찰 무도의 악적인 것보다 그게 더 짜증이 났다.

“음? 벌써 운동이 끝난 건가? 미야자키 씨는?”

리조트의 로비 테이블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 무로이 코헤이의 모습에 야마자키 요이치의 표정이 굳는다.

‘무로이 경시정.’

마흔다섯 전에 경시장 진급이 유력시되는, 경시청에서 전설을 써 가는 커리어 간부이자 그가 넘어야 할 산.

그는 이를 악물었다.

“경시정! 이대로 가만히 있어야 하는 겁니까!”

짜증과 분노가 가득한 눈빛에 무로이 코헤이의 눈빛이 굳는다.

“뭐가 불만이지?”

“저 악적이 계속 이렇게 활개를 치는 걸 두고 봐야 하는 거냐는 말입니다!”

달그락.

커피잔을 내려놓은 무로이 코헤이가 눈을 가늘게 뜬다.

‘야마자키.’

경찰 명문가 무로이 가문의 오랜 숙적인 야마자키 가의 장자 야마자키 요이치.

무로이는 표정이 좋지 않은 일본 경찰들을 둘러보곤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짜증 나는군.’

종혁에겐 쫄리냐고 장난스럽게 말하긴 했지만, 무로이 코헤이는 이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상부는 갑작스럽게 성사된 이번 대회를 종혁에게 망신을 당했던 과거의 치욕적인 빚을 갚을 기회라 여겼다.

태권도 종주국인 한국에서, 한국의 경찰이 연 경찰태권도 대회.

거기서 일본 경찰이 우승을 한다면, 대회를 기획한 종혁은 엄청난 망신을 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멤버들을 더욱 엄선하고, 엄선한 정예들로만 선별하여 파견을 한 거다.

‘그런 상황에서 규모마저 커졌지.’

참가하는 나라가 40개국까지 늘어난 것도 모자라 세계 각국의 스타들까지 결집했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대회가 되어 버렸고, 이로 인해 상부의 생각이 꽤 많이 달라지게 됐다.

아니, 되지도 않는 욕심을 부리기 시작했다.

‘대회를 일본으로 가져오겠다니!’

상부는 이번 대회에서 일본 경찰이 체급별로 우승자를 가장 많이 배출해, 명분과 영향력을 손에 넣어 다음 대회를 일본에서 개최할 수 있도록 손을 쓰겠다는 계획을 품고 있었다.

‘바보 같은!’

상부는 모르고 있다. 대회가 이렇게까지 커진 건 모두 종혁의 영향력과 재력이 있었기 때문임을.

즉, 다음 대회를 일본이 주최한다고 한들 이번처럼 흥행할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 것도 모른 채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이기라고 압박을 가하는 상부에 가뜩이나 짜증이 나 있던 무로이 코헤이는 야마자키 요이치를 굳은 눈으로 응시했다.

“야마자키 군.”

“……예.”

“커리어로서 체통을 지키도록.”

“경시정!”

“당신들도 마찬가지다.”

분명 모시던 상관들에게 어떤 말을 들었을 그들.

“일본 경찰의 얼굴에 먹칠할 생각 마. 이건 경고다.”

수작을 부릴 생각 마라. 오직 실력으로 승부를 봐라.

그런 경고에 경찰들은 낯빛을 굳혔고, 무로이 코헤이는 몸을 일으켜 방으로 향했다.

“후. 저 인간은 듣던 대로 꽉 막혔군.”

“커리어 중에서도 커리어잖습니까. 자기는 여기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않아도 경력에 타격을 받을 일은 없다는 거겠죠.”

무로이 코헤이는 자신들과는 차원이 다른, 뭔가를 하지 않아도 경시감까지 능히 도달할 귀족이다.

반면 자신들은 다르다. 이 대회에서 나쁜 성적을 거둔다면 진급에까지 영향이 갈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당장 어제도 상관들에게 지면 재미없을 거라는 경고를 받은 그들이다.

“글쎄…… 과연 그럴까?”

한 형사의 말에 시선이 집중되고, 말을 꺼낸 형사는 여전히 무로이 코헤이가 사라진 방향을 노려보는 야마자키 요이치의 모습에 입술을 비틀었다.

“무로이 경시정은 최종혁과 각별한 친분을 맺고 있지. 그런 무로이 경시정이 이번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 더 열심히 하려는 우리들을 막아선 게 알려지면 어떻게 되겠냐는 말이야.”

움찔!

야마자키 요이치의 고개가 이쪽으로 돌아오자 형사는 의뭉스레 웃으며 턱을 긁었다.

“친구를 위해 일부러 졌다는 소리를 듣지 않을까? 그것도 일본에게 망신을 주었던 원수를 위해서?”

“어이, 어이!”

말이 선을 넘자 몇몇 경찰들이 말리려 했지만, 야마자키 요이치는 달랐다.

“그거…… 자세히 말해 보겠습니까?”

야마자키 요이치의 불타는 눈에 처음 말을 꺼낸 형사를 번갈아 본 경찰들이 의뭉스런 미소를 짓기 시작한다.

“아니, 뭐 그럴 수도 있다는 거죠. 무로이 경시정의 가문과 적대하는 파벌이 없는 것도 아니고…….”

“무로이 경시정에겐 그럴 생각이 없었다고 해도, 적대 파벌에겐 좋은 먹잇감이 되지 않겠습니까?”

야마자키 요이치는 곧바로 이들의 의중을 눈치챘다.

자신의 편에, 야마자키 가문의 편에 설 테니 무로이 가문의 분노에서 보호해 주고, 동시에 한자리 챙겨 달라고 말하는 거다.

야마자키 요이치의 눈이 가늘게 떠졌다.

“하지만 이번 대회는 태권도 대회입니다.”

일본 대표로 선발된 경찰들은 다들 각기 배운 무술을 극의까지 갈고닦은 고단자들이지만, 태권도는 맛보기 수준으로만 배운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한국의 시범단이 붙어서 가르쳐 준다고는 하지만, 고작 며칠 배운 것으로 태권도 종주국인 한국을 태권도로 이길 확률은 매우 낮았다.

“우리의 것을 지켜야지. 그렇지 않습니까, 야마자키 씨?”

처음 포문을 열었던 형사는 야마자키 요이치를 보며 의미심장하게 웃었고, 야마자키 요이치는 낯빛을 굳혔다.

‘우리의 것…….’

그는 무로이 코헤이가 사라진 방향을 보며 주먹을 꽉 쥐었고, 그런 그의 모습에 다른 경찰들은 서로를 보며 입술을 비틀었다.

* * *

“……차기는 이렇게 하면 되거든요? 저기요?”

“아.”

정신을 차린 야마자키 요이치는 자신을 가르치고 있는 시범단원인 여성을 쳐다봤다.

이제 고작 21살인 어린 나이와 열의에 찬 눈빛. 어떻게든 하나라도 더 가르쳐 주려는 듯한 모습에 야마자키 요이치는 미간을 찌푸렸다.

‘어려.’

비록 태권도는 1단에 불과하지만, 자신의 무도 경력이 무려 22년이다. 기본기가 있는 자신이기에 이런 어린 여성에게 배울 단계는 한참 전에 지났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한국은, 최종혁은 자신에게 이렇게 어린 여성을 사범으로 붙여 준 거다.

자신뿐만이 아니다. 다른 나라 경찰들에게 붙은 시범단도 연배가 많지 않았다.

이쯤 되니 다른 나라가 한국을 넘어서지 못하도록 수작을 부리는 것은 아닐까 의심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니, 그건 아니겠지.’

아닐 거다. 야마자키 요이치는 무로이 코헤이를 매우 높게 평가했다. 자신이 넘어야 할 산이라고 생각할 만큼.

그런 그가 가까이 지내는 인물이니만큼 최종혁도 무도한 인물은 아닐 터였다.

‘하지만…….’

한 번 거슬리기 시작하니 모든 게 거슬린다. 어제까지만 해도 참을 수 있었던 것들이 참기 버거워졌다.

“아니, 그렇게 하는 게 아니라 디딤발을 더 차서…….”

‘우리의 것.’

부웅!

말이 다 끝나기 전 허공을 묵직하게 가르는 발차기에, 태권도의 그것보단 공수도의 색채가 강하게 묻어나는 발차기에 시범단원 김다정은 깨달았다.

‘왜 이러지?’

이상했다. 당장 어제까지만 해도 그래도 태권도를 배우려고 노력을 했던 사람인데, 오늘은 아예 이쪽을 무시하고 있다. 방금 전엔 자신을 깔보는 눈빛까지 보냈다.

“큼. 그게 아니라요…….”

부웅!

또다시 말을 끊고 발차기를 하는 그의 모습에 김다정의 이마에 힘줄이 돋는다.

“아니, 그게 아니라니까요!”

‘이 사람 갑자기 왜 이래!’

자신도 모르게 뱉어 버린 뾰족한 말이 허공을 가르며 침묵을 불러오자 김다정은 당황했다.

“무슨 일입니까?”

“아, 아니 그게요…….”

김다정은 어쩔 줄 몰라 했고, 종혁은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 있는 야마자키 요이치를 보곤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터졌네.’

어디 야마자키 요이치뿐일까. 몇몇 일본 경찰들이 이쪽을 의미심장한 눈으로 보고 있다.

‘이것들 짰네?’

종혁은 미간을 찌푸리고 있는 무로이 코헤이를 봤다.

“이거 되게 치사한 거 알죠?”

전 세계가 주목하게 된 대회다. 한국과 일본이 마찰을 일으키면 안 좋은 말이 퍼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중 더 타격을 입는 건 아무래도 주최자인 한국일 수밖에 없다.

즉, 그 어떤 불만을 제시하더라도 이쪽에서 강하게 나오지 못할 거란 생각에 이런 짓을 벌이는 것이었다.

“면목이 없군.”

더 강력하게 경고를 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면목이 없었다.

“무로이 경시정은 상관없는 일이다, 한국 경찰.”

종혁은 눈을 가늘게 뜨며 야마자키 요이치를 봤다.

“뭐가 불만입니까?”

삐딱하게 기울어지는 고개.

주위를 둘러본 야마자키 요이치는 혀를 찼다.

‘일이 커졌군.’

소란이 커지다 보니 다른 나라의 경찰들도 이쪽을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이대로 물러서기엔 자존심이 용납지 않았다.

게다가 무로이 코헤이의 반응도 그를 짜증 나게 했다.

‘당신은 한국 경찰의 편을 들겠다는 겁니까, 무로이 경시정.’

일본의 커리어 간부가 일본 경찰보다 한국 경찰의 편을 서서 변명을 하고 있다.

‘당신도 결국 그 정도 그릇밖에 안 됐던 거군.’

일본의 자존심보다 타국의 눈치를 보는.

일본 경찰로서 수치였다.

결국 옆의 경찰들의 말처럼 되어 버린 것 같지만, 이젠 물러설 수 없었다.

야마자키 요이치는 감정을 지우며 종혁을 봤다.

“단순해. 나보다 약한 존재의 말을 들을 수 없는 것뿐이다.”

“야마자키! 종혁, 이게…….”

손을 들어 무로이의 말을 막은 종혁은 히죽 웃었다.

“그래서요? 공짜로 즐길 건 다 즐겼으니 당신들 멋대로 하시겠다?”

“말이 험하군.”

“누가 그렇게 만들었네요? 그래서 결론이 뭡니까? 이제 와서 빠지시겠다고요?”

아니다. 우승만 한다면 일본에 좋은 기회가 될 이 대회를 빠질 순 없었다.

‘그래, 그렇게 하면 되겠군.’

무로이 코헤이에게 타격을 입히며, 일본 경찰 무도의 악적인 종혁에게도 타격을 입힌다.

짧은 사이 머릿속을 정리한 야마자키 요이치는 종혁을 보며 입술을 비틀었다.

“정정하지. 정확히는 실용성 하나 없는 발차기 따위 배울 필요를 못 느끼겠다는 거다. 네가 무도에 대해 아나?”

“야마자키 요이치 경시!”

“아아, 그러니까 진짜 무도인께서는 실용성도 없는 태권도 따위를 배우려니까 거지 같다?”

그러니 너희는 태권도를 해라, 우린 공수도를 쓰겠다.

야마자키 요이치는 그렇게 말하고 있는 것이었다.

“야.”

종혁은 활짝 웃었다.

“한판 붙을래?”

* * *

“뭐하시는 거예요! 부장님, 발차기 못하시잖아요!”

최재수가 태권도복을 입는 종혁을 말린다.

“그럼 태권도가 욕보였는데 한국인으로서 참아야 한다는 거야?”

“그, 그건 맞는데…… 그래도요!”

“그래, 최 부장!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야!”

“에이, 설마 죽기야 하겠습니까?”

“……미치겠네, 진짜!”

최재수는 정말 물러설 생각이 없는지 띠를 매는 종혁의 모습에 안절부절못하다 결국 핸드폰을 들었다.

“임 경감님!”

최재수는 제발 대신 좀 말려 달라고 임세라에게 전화를 걸었다.

태권도가 무시를 당하는 것보다는 전 세계 경찰들 앞에서 종혁이 망신당하는 게 더 싫은 최재수는 빠르게 상황을 설명했고, 임세라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설마 그 사람 극우예요? 종혁이 앞에서 막 조센징, 조센징 떠든 건 아니죠?

“그건 아니지만…….”

-아, 그럼 구급차는 안 불러도 되겠네.

“예?”

최재수는 눈을 껌뻑였다.

“그, 그게 무슨 말이세요? 부장님 태권도 못하시잖아요!”

비단 태권도만이 아니다. 종혁과 적지 않은 시간을 함께 보냈지만, 그가 주먹이 아닌 발을 쓰는 걸 본 적이 없다.

아니, 정확히는 썼다 해도 제대로 된 발차기는 결코 아니었다. 동네 건달이 아닌, 제대로 된 무술 유단자를 상대로 먹힐 리가 없었다.

-……푸하하하핫! 누가 그래요? 걔가 지 입으로 그래요?

심상치 않은 웃음소리에 최재수는 입을 다물었고, 임세라는 키득키득 웃었다.

-재수 씨, 우리 경찰대는요…… 우리 경찰 간부 후보생도들은요, 입학하면 무조건 태권도를 배워야 해요.

태권도, 유도, 복싱, 이 세 가지는 무조건 배워야 한다.

-그리고 우리 기수 중 그 누구도 종혁이를 이긴 놈은 단 한 명도 없고요. 세 가지 종목 모두.

“네? 하, 하지만 부장님이 발을 쓰시는 건 본 적이 없는데요?”

-당연하죠. 아무리 좆같아도 사람을 죽이면 안 되잖아.

“……예?”

최재수는 자신도 모르게 매트 위로 향하는 종혁을 멍하니 쳐다봤다.

-재수 씨. 걔, 주먹보다 발이 더 세.

그런 종혁이 여태까지 발을 잘 쓰지 않는 이유는 단순하다.

잘못을 안 해도 죽일 수 있으니까.

오싹!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