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620화>
드르륵!
풀과 연결된 창문을 열며 안으로 들어서던 종혁이 어이없다는 듯 웃는다.
“하, 나 이 개새끼.”
술집 거리에서 마약을 구매했다는 CIA의 말을 들었을 때만 해도 혹시나 했다. 그래도 딸인데 설마 마약을 먹일까 싶었다.
이미 마약 전과가 있는 브라이언. 제 뜻대로 되지 않으니 스트레스가 쌓여 마약을 하려는 것인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브라이언은 예상보다 더 개새끼였다.
‘딸에게 그딴 말을 지껄이다니!’
이를 간 종혁이 척에게 다가가 어깨를 두드린다.
“수고하셨습니다.”
척이 용기를 내 준 덕분에 에이미가 다시 마약에 빠지기 전에 구할 수 있었다.
“너, 너 이 옐로 몽키가……!”
뻐어억!
“커헉!”
복부에 틀어박힌 주먹에 그대로 무너지는 브라이언.
종혁은 그의 멱살을 잡아 들어 올리며 복부를 연달아 가격했다.
차라리 뚫려 버리게.
쓸모 없는 내장이 다 찢겨 버리게.
뿌찍! 뿌지지지직!
결국 열리지 말아야 할 구멍이 열려 버린 브라이언.
혀를 찬 종혁은 브라이언을 차갑게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브라이언 스피너, 널…… 아.”
순간 중요한 걸 깨닫고 옆으로 물러난 종혁.
그에 캘리 그레이스가 피식 웃으며 다가와 브라이언의 턱을 걷어찬다.
“크악!”
‘휘유.’
“브라이언 스피너, 널 횡령, 배임, 갈취, 폭행, 마약류 관리에 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긴급 체포한다.”
에이미 스피너가 힘들게 벌어들인 돈으로 부동산을 사고, 주식 투자를 하는 등 참 많은 짓을 저지른 브라이언.
그녀의 붉은 입술에서 흘러나오는 미란다 원칙을 뒤로한 종혁은 여전히 주저앉아 멍하니 보는 에이미에게 걸어가 그녀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잘 버텨 줬습니다. 이제부턴 우리에게 맡기세요.”
그 말에도 여전히 멍하니 쳐다보는 에이미 스피너의 모습에 씁쓸히 웃은 종혁은 총을 수습하며 FBI 요원을 응시했다.
“뭐해요. 구급차 안 부르고.”
소량이라도 마약을 섭취했다. 그게 완전히 흡수되기 전에 중화를 시켜야 했다.
“아!”
삐요오오옹!
구급차의 사이렌이 어둔 거리를 울렸다.
* * *
‘누가 네 말을 믿을까? 응?’
“하악!”
다급히 몸을 일으킨 에이미 스피너는 너무도 환한 공간에, 작은 창문들을 통해 햇볕이 쏟아지는 새하얀 병실에 눈을 껌뻑였다.
‘내가 여긴 왜…….’
스윽!
이마에 닿는 손에 깜짝 놀라 돌아본 그녀는 눈을 끔뻑였다.
“최?”
“괜찮아요?”
“저야 당연히…… 아.”
그제야 에이미 스피너의 머릿속에서 어젯밤의 기억이 솟구친다.
그녀의 떨리는 눈이 종혁을 본다.
“끄, 끝난 건가요? 모두 다?”
“예. 이제 다 끝났습니다.”
아비가 딸에게, 그것도 마약 중독자여서 치료를 받은 딸에게 마약을 투여하려던 것이 현장에서 발각됐다.
말을 잘 듣는 딸로 만들기 위해서라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미국 법원은 브라이언을 반사회성 인격장애 혹은 그와 흡사한 정신적 질병이 있다고 판단할 것이고, 사회와 영구히 격리시키는 선고를 내릴 것이다.
“그게 아니라도 영원히 당신에게 접근 할 수 없을 겁니다.”
접근금지명령.
형기를 다 마친 브라이언은 에이미 스피너가 살고 있는 LA에 가려고 할 때마다 주 정부의 허락을 얻어야 할 것이다.
“아…….”
탄성을 터트린 에이미가 떨리는 눈으로 종혁을 본다.
“이, 이상해요.”
지옥에서 벗어났으니 기뻐야 했다.
‘영화에선 이런 상황에서 펑펑 울었는데…….’
그런데 그냥 멍하다. 마치 이 모든 게 꿈만 같다.
“나 지금 약에 취해 있는 건가요?”
“마약은 모두 중화됐습니다. 후유증은 없을 거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브라이언은 미국으로 송환됐다.
그녀의 악몽은 모두 깨져 버렸다.
“못 믿겠어요.”
“……잠시 일어나 보시겠습니까?”
종혁은 손을 내밀었고, 에이미 스피너는 얼떨결에 그 손을 잡고 침대에서 내려와 창가로 향했다.
그러자 그녀의 눈앞에 펼쳐지는 환상 같은 풍경.
“헉!”
사랑해요, 에이미 스피너!
아프지 마요! 에이미!
-Oops! I did it again!
피부가 까만 동남아 사람들이 저 아래 모여 팻말을 흔들며 노래를 부르고 있다.
“당신이 과로로 쓰러졌다는 기사가 나가자마자 저렇게 몰려와 당신이 무사히 깨어나기를 기도하더군요.”
저 모습도 꿈이라, 환각이라 할 수 있을까.
“이제 행복하셔도 됩니다.”
쿵!
그녀의 작은 심장을 울리는 한마디.
그 따뜻한 미소에 모든 감각이 현실로 변해 간다.
“……흑! 흐으윽!”
결국 그녀는 얼굴을 붙잡은 채 무너졌고, 종혁은 그런 그녀를 조심히 끌어안아 주었다.
“이젠 행복해집시다.”
“흐아아앙!”
이 사람 덕분이다.
이 사람 덕분에 행복해질 수 있게 됐다.
그녀는 북받치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종혁의 목을 꽉 끌어안았다.
드르륵!
“삼촌, 에이미 님은 언제…… 우꺄악!”
“엄마야!”
에이미 스피너는 아이들의 비명을 뒤로하며 더 깊이 종혁을 파고들었다.
* * *
에이미 스피너, 건강 적신호?
과도한 다이어트와 그동안 쌓인 피로가 터진 것. 세계경찰태권도 대회에서 안식을 얻고 있다. 순박한 경찰들!
미국 경찰 든든해!
내가 아니면 안 된다. 나도 미국 대표! 스케줄 강행 예고!
“에이미 스피너의 매니저가 사라졌다고? 딸이 쓰러졌는데?”
“예. 그 어디서도 브라이언이란 사람의 흔적을 찾을 수 없습니다. 경호원 세 명도 말입니다.”
사정을 알고 있는 에이미 스피너는 척을 비롯한 경호원들이 계속 자신의 경호를 해 주길 원했지만, 그건 척과 종혁 모두 거절을 했다.
아무리 족쇄가 채워졌다지만 결국 브라이언이 에이미 스피너를 괴롭히는 데 일조를 한 것이기에 종혁은 그의 의견을 받아들였고, 차용증을 쓰기로 했다.
이런 사정을 모르는 홍정필 원내대표의 보좌관은 의아해하면서도 말을 계속 이어 갔다.
“그리고 새로운 매니저와 경호원들이 붙었습니다.”
묘한 위화감이 풍기는 여성들.
근육과 흉터가 범상치 않은 경호원들은 위험한 분위기를 풀풀 풍겼고, 새로 붙은 매니저는 얼음송곳처럼 날카로운 분위기를 풍겼다.
‘그때 최 부장이 다급한 얼굴로 사라진 게 이것 때문이었나 보군.’
에이미 스피너와 브라이언 사이에 불화가 생겼던 거다.
‘이걸 미리 알았더라면 참 좋았을 텐데…….’
자신이 뭘 어찌해 줄 수 없겠지만, 같은 아픔을 공감해 주는 것만으로도 정서적인 유대가 쌓인다.
자신은 그런 기회를 놓친 거다.
“아니지. 이거 내가 최 부장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듯하군.”
“예?”
손을 저은 홍정필은 연락처 수첩을 꺼내 오랜 친구, 그가 검사였던 시절 친구였던 이의 전화번호를 찾았다.
“여기 있군. Hello?”
그 옛날 미국에 연수를 갔을 때 친해진 미국의 검사 친구. 현재는 LA 검찰청의 검사장이다.
홍정필은 자신이 추측한 것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을 했다.
-오우! 그게 정말이라면 곧 미국이 떠들썩해지겠군.
“부탁해.”
-하하하. 걱정 말라고, 홍!
이런 일이라면 자다가도 맡아야 할 일이다. LA 검찰청의 검사장은 입가가 찢어졌고, 홍정필은 고개를 끄덕였다.
‘권력욕이 있는 친구니 잘하겠지.’
통화를 종료한 홍정필은 보좌관을 봤다.
“에이미 스피너 양 병문안 선물은 준비했나?”
“아, 예!”
“그럼 최 부장 만나서 생색을 낸 후에 한국으로 돌아가지.”
이 세부에 와서 만나야 할 사람은 다 만났고, 종혁의 호감을 제외하면 얻어야 할 것도 다 얻었다. 이게 가장 중요하긴 하지만, 이 정도만 돼도 썩 기꺼운 인상을 남길 수 있을 터.
‘오지랖 부리는 푼수 아저씨 정도로 생각해 주면 좋겠는데…….’
“예! 알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홍정필은 몸을 일으켰다.
* * *
“훅훅훅!”
해가 어스름히 떠오르기 시작한 새벽.
세부의 도로 위를 종혁이 바람을 가르며 나아간다.
‘LA 검찰청의 검사장에게 말해 놓았다라……. 이거 빚을 졌네.’
솔직히 별다른 도움이 되진 않는다.
어차피 증거가 명명백백해서 브라이언은 무슨 수를 쓰더라도 실형을 피할 수 없었다.
한 가지 큰 죄목에 다른 죄목들을 뭉뚱그리는 한국과 달리, 죄목 하나하나에 형량이 붙는 미국이다.
그가 받을 형량은 못해도 최소 15년. 출소를 했을 때는 지팡이를 짚고 다닐 나이가 될 터였다.
“그리고 거리를 전전하다 쓸쓸히 죽어 가겠지.”
그게 브라이언에게 확정된 미래다.
하지만 그래도 고맙다. 설령 그 기저에 다른 목적이 깔려 있다고 한들, 호의를 받았을 때 기분이 나쁠 리 없었다.
“응?”
종혁은 저 멀리서 뛰어오는 사람들을 발견하고 눈을 빛냈다.
미야자키 나미에와 빅토리아 베넌.
경호원들과 함께 뛰는 그들의 얼굴에 땀과 진지함이 가득했다.
그런 그들의 뒤를 따라 뛰는 영국 경찰과 일본 경찰들의 얼굴에 행복한 미소가 가득했지만, 종혁은 모른 척해 줬다.
“역시 톱스타들은 다르네.”
자기 관리가 참 철저하다.
종혁은 그들과 눈이 마주치자 고개를 까딱였다.
그런데…….
타다닥!
“응?”
갑자기 이쪽을 향해 방향을 트는 미야자키 나미에와 빅토리아 베넌. 둘의 얼굴에 음흉함이 서리기 시작한다.
‘뭐, 뭐지?’
갑자기 불안해진다. 육감이 이곳을 벗어나라고 외친다.
하지만 늦어 버렸다.
“안녕하세요!”
결국 멈춰 선 종혁.
“하하. 안녕하세요. 운동하시나 봐요.”
“그럼요. 이름이…… 최, 맞죠?”
“예. 최라고 불러 주시면 됩니다, 베넌 씨.”
영국이 낳은 세계적인 걸그룹 멤버이자, 세계적인 축구 스타 데이비드 베넌의 아내인 빅토리아 베넌.
벌써 세 아이의 엄마임에도 하이패션 모델을 연상케 하는 마르고 탄탄한 몸매가 인상적이다.
“최, 최……. 확실히 동양인 이름은 어렵네요. 아, 이런 훌륭한 행사에 초대해 줘서 고마워요. 덕분에…….”
“육아지옥에서 벗어나실 수 있었다고요?”
……딱!
“빙고. 혹시 유부남인가요?”
“유부남이 부인들의 이런 속사정을 알 리가 있나요. 맨날 가족을 위해 돈 벌기 바쁘지.”
“Bloody hell. 나미에, 어떡하지? 나 이 남자에게 사랑을 느끼는 것 같아!”
“미안해요, 베넌 씨! 내가 먼저 대시할래요!”
“파라다이스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레이디들.”
미야자키 나미에와 빅토리아 베넌은 웃음을 터트렸고, 종혁도 함께 따라 웃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다.
“이래서구나…….”
“네. 이래서 그 아이가 홀딱 반했나 봐요. 게다가 이 몸 좀 봐.”
오싹!
이쪽의 가슴을 서슴없이 쓸어내리며 거친 숨을 내쉬는 미야자키 나미에의 모습에 종혁은 식겁했다.
‘어이쿠. 이 아줌마들이 누굴 죽이려고 이러시나.’
종혁을 죽일 듯 노려보는 양국의 경찰들.
하지만 종혁은 흐뭇이 웃으며 가슴에 힘을 주었다. 쑥스러워하면 더 날뛰는 사람들이 바로 아줌마들이기 때문이다.
“어흠. 보통 훈련으로는 만들 수 없는 몸이긴 하죠. 그런데 누가 제게 반했다는 겁니까?”
그 말에 둘이 먹이를 포착한 암사자처럼 눈을 빛내며 다가선다.
“입까지 무겁네요. 진짜 마음에 들어. 최, 우리한테는 비밀로 안 해도 돼요.”
“어떤 아가씨인지 한번 뵙고 싶군요. 아직 솔로거든요.”
“에잇! 못 참겠다! 최. 에이미랑은 언제부터 사귄 거예요?”
쿵!
“……예?”
“에이미요! 에이미 스피너랑 사귄다면서요!”
“제가요?”
뒤통수를 얻어맞은 충격에 멍해졌던 종혁은 이내 곧 얼굴을 구겼다.
‘아놔. 윤아, 이것들이…….’
종혁은 이 말도 안 되는 루머의 발원지를 떠올리며 이를 갈았다.
* * *
총 41개국의 경찰이 모인 세부 시티 스포츠센터.
몸풀기에 여념 없는 경찰들이 한쪽에서 벌어지는 진귀한 광경을 힐끔거린다.
“뭐야, 최 부장. 우리 아가씨들이 무슨 잘못을 저지른 거야?”
줄줄이 무릎 꿇고 앉아 양팔을 머리 위로 들고 있는 한국의 걸그룹들.
슬그머니 다가온 한국 경찰들의 얼굴에 걱정이 서리고, 윤아들을 비롯한 청춘은 불패 멤버들의 얼굴에 기대감이 서린다.
그런 그들의 모습에 종혁은 코웃음을 쳤다.
“유언비어 유포와 명예훼손이요.”
“어이쿠. 못해도 1년이네. 벌금은?”
“벌금은 모르겠고, 피해 보상 합의금은 백억입니다.”
“그렇게나?”
“저런……. 자, 다들 가자고. 괜히 엮였다가는 깡통 차겠어.”
“큭큭. 아가씨들, 수고해요. 그 정도로 백억이면 남는 장사야!”
“앗!”
‘이 배신자들!’
‘며느리로 삼으면 좋겠다고 해 놓고서!’
아이들은 몸을 들썩였고, 종혁은 그런 그들을 향해 얼굴을 구겼다.
“히이잉. 삼촌, 윤아 힘든데…….”
“아령도 올려 달라고?”
“아뇨.”
“똑바로 들어.”
“네…….”
입술을 삐죽 내민 아이들은 제일 처음 입을 놀려 이 상황을 초래한 멤버를 찾기 시작했고, 그 멤버는 필사적으로 시선을 피하며 눈을 마주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그걸 보며 피식 웃은 종혁은 미국 경찰들 사이를 누비며 물과 수건을 건네는 에이미 스피너를 응시했다.
병원에서 깨어난 그날 바로 퇴원을 한 에이미 스피너.
세계경찰태권도 대회와 미국 경찰들을 옹호하는 발언을 하며 안 좋아지려는 여론을 잠재운 그녀는 몸과 마음이 힘들 텐데도 바로 곧바로 이렇게 서포트를 하며 미국 경찰들의 전의를 북돋아 주고 있었다.
고개를 끄덕인 종혁은 카메라 밖에서 그런 그녀를 빤히 쳐다보고 있는 날카로운 인상의 여성을 바라봤다.
CIA의 말에 따르면 미국의 3대 매니지먼트 중 한 곳에서 실장급 매니저였다는 여성. CIA는 브라이언의 학대 정황이 드러나자마자 사건을 해결한 이후의 일까지 준비했던 거다.
짝다리를 짚고 있는 경호원들도 유명한 PMC(Private Military Company, 민간군사기업)에서 요인 경호에 특화된 용병들. 다섯 명이 한 팀인데, 피와 총소리가 싫어 은퇴하려던 걸 회유했다고 한다.
인성적인 면모까지 모두 합격인 사람들.
종혁은 그제야 마음을 온전히 놓을 수 있었다.
“아.”
아직 소문을 듣지 못했는지 이쪽과 눈을 마주치자마자 밝게 웃으며 손을 붕붕 흔드는 에이미 스피너를 향해 종혁은 손을 흔들어 주었고, 그런 그에게 캘리 그레이스가 다가선다.
“눈빛이 너무 뜨거운 거 아니야?”
“보스는 체력이 너무 떨어진 거 아니에요? 어제 뭘 얼마나 마셨다고.”
사건을 해결하고, 에이미도 무사히 깨어나자 그걸 기념하기 위해 축배를 든 그들. 하지만 캘리 그레이스는 도중에 들어갔던 걸로 기억한다.
“시끄러워. 머리 울려.”
“큭큭. 그래서 무슨 일이세요?”
“아.”
캘리 그레이스가 40개국 경찰들이 운동을 하는 경기장을 바라본다. 마치 보이지 않는 벽이 있는지 다른 나라 경찰과 거리를 두는 경찰들.
처음 참가 의사를 밝힌 6개국 경찰은 서로 이야기도 하며 제법 어울리는 모습을 보이지만, 뒤늦게 참가 의사를 밝힌 34개국 경찰들 사이엔 보이지 않는 벽이 있다.
“저거 가만 놔둘 거야?”
“확실히 그러네요.”
“그럼?”
“이제 시작해야죠.”
올 사람이 모두 왔으니 이젠 시작할 때가 됐다.
종혁의 눈이 한쪽에 모여 화려한 공중 돌기를 하고, 오와 열을 맞춰 절도 있는 품새를 내지르는 등 연습을 하고 있는 세계태권도연맹의 시범단을 응시한다.
“진짜 교류를.”
거친 경찰들과 시범단의 교류를.
종혁과 캘리 그레이스의 눈이 호선을 그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