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615화 (615/837)
  •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615화>

    애절한 요청을 결국 외면하지 못한 척의 도움으로 무사히 숙소를 빠져나와 종혁을 찾은 에이미 스피너.

    방에 도착하자마자 시작된 그녀의 이야기는 피를 거꾸로 솟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못해 흘러넘쳤다.

    빠드드득!

    “후, 죄송합니다.”

    미안했다. 이제야 기억해 내서.

    회귀 전엔 흘러가는 소문으로 스쳐 들었기에 그녀를 섭외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나서야 그녀의 아픔을 떠올릴 수 있었다.

    미국에 있을 때 떠올렸다면 그녀가 이토록 고통을 받지 않을 수 있었는데도 말이다.

    고개를 들 수 없을 만큼 미안했다.

    “정말 늦어서 죄송합니다.”

    “아, 아니에요.”

    광기 어린 사생팬들보다 더 살벌했던 방금 전의 모습.

    에이미 스피너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놀란 속을 달랬고, 종혁은 그녀에게 코코아를 대접했다.

    이토록 흔들리는 사람에겐 달달한 게 최고였다.

    “몸무게가 55킬로그램 정도 되시죠?”

    종혁은 머뭇거리는 그녀를 향해 푸근히 웃어 줬고, 그녀는 깜짝 놀랐다. 그녀가 비행기를 타기 전 쟀을 때의 몸무게 57킬로그램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면 한 잔 정도는 괜찮습니다. 영양사 자격증이 있으니 믿으셔도 됩니다.”

    한국의 영양사 자격뿐만 아니라 미국의 영양사 자격증도 땄다.

    미국은 영양사를 두 종류로 나누는데, 종혁은 그중 학문적 요건을 갖춘 식품 영양의 전문가 자격인 RD(Registered Dietitian)를 취득했다.

    “아.”

    고개를 끄덕인 에이미 스피너는 코코아를 입에 가져갔고, 이내 표정이 느슨하게 풀어졌다.

    엄정한 체중 관리로 인해 얼마 만에 먹어 보는지 모르는 달콤한 음식.

    종혁은 그녀의 마음이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입을 열었다.

    “주위에 도움을 요청하진 않은 겁니까?”

    “……누굴 믿을 수 있는데요?”

    친아빠인 브라이언마저 자신을 돈으로 본다.

    브라이언에게 있어 에이미 스피너 자신은 그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돈 벌어 오는 인형이자 통장일 뿐이다.

    친구, 지인, 가족 모두 그녀에게 안식처가 아니라 고통을 주는 존재일 뿐이었다.

    심지어 카운슬러마저 아버지 브라이언의 입김이 닿은 인물이었다.

    철저하게 통제되는 삶.

    “누가 내 말에 귀를 기울여 주는데요!”

    모든 언론이 자신의 몰락을 기대하고, 그것에 포커스를 맞춘다.

    그 누구도 자신의 힘든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주지 않고, 어떻게 하면 자극적인 기사를 쓸 수 있을까 기회만 엿본다.

    “내가 아빠에 대해 말하면 그걸 가지고 축제를 벌일 놈들이에요!”

    그리고 사람들은 이렇게 말할 거다.

    넌 성공했으니 이 정도는 당해도 되잖아.

    넌 돈을 많이 벌었으니 이 정도는 당해도 되잖아.

    “진정하시죠.”

    “아악!”

    머리를 움켜쥔 그녀는 다급히 주머니에서 알약을 꺼내어 삼켰고, 약간의 시간이 흐른 뒤에야 그녀는 흥분을 가라앉혔다.

    종혁은 그런 그녀를 심각하게 바라봤다.

    ‘약의 도움이 아니면 감정을 가라앉히기 힘들다라…….’

    확실히 자신도 그녀의 상황이었다면 약에 의존했을 것 같다. 물론, 이렇게 되기 전에 모두 박살 내 버렸을 테지만 말이다.

    “제가 이래요.”

    의자에 축 늘어진 에이미 스피너가 처연히 웃는다.

    약의 도움이 아니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삶. 약을 먹지 않으면 잠조차 제대로 잘 수가 없다.

    그런데 이 약조차 아빠의 허락이 없으면 살 수조차 없다.

    “그런데 누가 날 도울 수 있겠어요…… 흑!”

    종혁은 그녀의 눈에 눈물이 차오르자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

    “제가 돕겠습니다.”

    “……어떻게요?”

    종혁은 한국 경찰이다. 속에 있는 걸 털어놔서 후련해지긴 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잠시만요.”

    종혁은 핸드폰을 들었다.

    “예, 접니다. 도청기 하나만 가져다주세요.”

    통화를 종료한 종혁은 침대 쪽 벽을 두드렸다.

    쿵쿵!

    “보스! 염탐은 그만하고 넘어오시죠?”

    옆방이 숙소인 캘리 그레이스.

    한때 마피아와 정치인의 악몽이라 불렸던 여성이다.

    아무리 술을 마셨다지만, 그런 그녀가 이런 소란에 잠들 리 만무했다. 아마 제법 많은 경찰과 FBI 요원들이 깨어 있을 거다.

    종혁은 문을 열어 줬고, 곧 가슴이 푹 파인 빨간 네글리제를 입은 캘리 그레이스가 들어왔다.

    그런 낯선 이의 등장에 경계를 하는 에이미 스피너.

    캘리 그레이스는 싱긋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반가워요, 스피너 양. FBI 뉴욕지국의 부지국장 캘리 그레이스예요.”

    쿵!

    심경에 무슨 변화가 있었는지 몰라도 위로 향하기로 마음먹은 그녀는 그 의지를 표출하자마자 단숨에 부지국장에 오를 수 있었다.

    똑똑!

    다시 몸을 일으킨 종혁은 문을 열어 CIA 요원을 맞이했다.

    “저희 CIA도 돕겠습니다, 최.”

    “하여튼 머리 굴리는 솜씨는 진짜…….”

    전 세계를 누비는 에이미 스피너이니 CIA의 작전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는 계산을 한 게 분명했다.

    고개를 저으며 작은 박스를 받아 들어 돌아온 종혁은 한쪽 무릎을 꿇으며 그것을 에이미 스피너에게 내밀었다.

    FBI 뉴욕 부지국장의 등장에 작은 희망을 얻던 그녀는 그걸 보며 의아해했고, 종혁은 입술을 비틀었다.

    “일단 증거부터 수집하시죠.”

    달칵!

    “흡?!”

    “어머나.”

    박스 속에서 수줍게 모습을 드러낸 도청기의 형태에 에이미 스피너가 깜짝 놀라고, 캘리 그레이스가 둘을 번갈아 보며 눈을 빛낸다.

    그런 둘의 반응에 의아해하며 도청기를 확인한 종혁은 얼굴을 구겼다.

    도청기가 블링블링한 팔찌 형태였기 때문이다.

    * * *

    “우웨에엑!”

    구토 소리로 상쾌한 아침을 맞이한 경찰들은 먹는 둥 마는 둥 아침 식사를 마치자마자 곧바로 미리 섭외해 놓은 세부 시티 스포츠센터로 향했다.

    “하나둘 셋 넷!”

    “아이고, 죽겠다.”

    “흐미. 눈앞이 핑핑 돌구마잉.”

    속이 뒤집어지는 와중이라 그런지 제대로 뛰지 못하는 한국 경찰들. 젊은 경찰이고, 나이 든 경찰이고 죄다 숙취에 골골거린다.

    그때였다.

    “꼭두새벽 일어나서 저녁 해 질 때까지!”

    “꼭두새벽 일어나서 저녁 해 질 때까지!”

    쿵쿵쿵쿵!

    우렁찬 구령을 하며 그들의 옆을 스쳐 지나가는 미국 경찰들.

    문신이 올올이 박힌 두툼한 팔뚝에 힘을 주며 피식 웃는 그들의 모습에 한국 경찰들이 발끈한다.

    그리고 그런 미군 경찰들의 옆에서 뜻 모를 노래를 부르며 똑같은 표정으로 비웃는 일본 경찰들.

    “허허……저 씨부랠 잡것들 보소?!”

    “이거 가만히 있어야겠습니까?!”

    “오냐. 오늘 니들이 뒤지는지 우리가 뒤지는지 한번 해보자. 씨벌, 다들 자세 잡아! 구령은 진짜 사나이로 한다! 악!”

    “악!”

    “멋있는! 사나이!”

    순식간에 오와 열을 맞춰 미국 경찰과 일본 경찰의 뒤를 따라잡은 한국 경찰들.

    그들의 얼굴에 가득한 전의에 미국 경찰들과 일본 경찰들이 얼굴을 꿈틀하더니 속도를 높이고, 한국 경찰들도 뒤질세라 따라붙다 못해 추월하려 든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전력으로 뛰기 시작한 그들.

    밤사이 굳은 몸을 풀라고 있는 아침 구보가 순식간에 경쟁이 되어 버림에 종혁은 흐뭇이 웃었다.

    “진짜 개판이네.”

    호전적이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인간들을 모아 놓으니 참 가관이다. 그래도 재밌는 영상이 나올 것 같아서 다행이었다.

    “자, 그럼 우리도 뛰죠! 최재수! 뭐해, 인마! 뱃살 안 뺄 거야?”

    “부장님, 진짜 싫어-!”

    “끄허어억!”

    “오웨엑!”

    전력으로 달리다 결국 퍼져 버린 경찰들.

    얼굴이 땀과 콧물, 침에 젖은 그들은 서로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미소를 짓는다.

    그 순간 그들 사이를 스쳐 지나가는 종혁.

    “훅훅훅!”

    “부장님, 같이 가요!”

    “……저 괴물 시키.”

    쌩하고 사라져 버리는 종혁과 카메라를 든 채 헐레벌떡 뛰는 콘텐츠 제작 및 관리팀을 본 경찰들이 질린 표정을 짓는다.

    그들이 전력으로 달리기 시작할 때 끼어들어 똑같은 페이스로 달렸음에도 지친 모습이 하나 없기 때문이다.

    “나이가 벼슬이지, 벼슬이야. 아이고, 죽겠다.”

    “이거 잘못하면 근육 꼬이겠는데…….”

    “누구 물 없어?”

    “여기요, 물!”

    “땡큐…… 응? 누, 누구?”

    한국 경찰들은 갑자기 꽃향기를 뿜으며 물과 스프레이 파스들을 내미는 어리고 예쁜 아가씨들의 모습에 깜짝 놀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어? 어어어? 소, 소원을 말해 봐? 그, 그분들 맞죠?!”

    “히히! 안녕하세요! 윤아입니다!”

    “아이고, 맞네!”

    “아니, 한참 바쁘신 분들께서 이 누추한 곳엔 왜…….”

    “저희가 이번에 한국 경찰 대표님들을 위해 응원단 및 서포터로 활동하거든요!”

    그 말에 한국 경찰들이 화들짝 놀라 종혁을 찾을 때였다.

    “우오오오오오!”

    “꺄아아아아악!”

    갑자기 난리가 나는 미국 경찰들.

    일본 경찰들도 입을 떡 벌린다.

    “에, 에이미 스피너?!”

    범인 쫓느라 바쁜 한국 경찰들도 아는 스타인 에이미 스피너.

    “저분은 미국 경찰 대표팀 서포터 겸 응원단장이세요!”

    “……미쳤다.”

    “저 인간 정체가 뭐지?”

    사람들은 종혁을 멍하니 바라봤다. 그건 에이미 스피너의 등장에 경악하며 멈춘 콘텐츠 제작 및 관리팀들도 마찬가지였다.

    종혁은 그런 콘텐츠 제작 및 관리팀을 향해 싱긋 웃어 줬다.

    “제가 오늘이 되면 알게 될 거라고 했죠?”

    에이미 스피너가 여기에 있는데 굳이 이쪽이 편집을 해야 될까.

    아니, 에이미 스피너뿐만이 아니다. 오늘 안으로 영국, 러시아, 태국, 일본 톱스타들도 도착할 예정이다.

    “저 모습 대충 찍어서 SBC로 보내세요.”

    그럼 알아서 날아올 거다. 아니, 이쪽에서 소스를 조금만 흘려도 지상파 3사가 모두 달려들 것이다.

    “자, 그럼 판을 더 키워 보죠.”

    그들이 내건 대회의 이름은 ‘세계’경찰태권도 대회.

    한국, 러시아, 미국, 태국, 일본, 영국, 고작 여섯 개 나라로 세계라고 지칭할 수 있을까.

    종혁의 입가에 걸리는 장난기 가득한 미소에 콘텐츠 제작 및 관리팀은 여전히 멍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 * *

    “허허허.”

    통화를 종료한 홍정필 원내대표가 헛웃음을 터트린다.

    또 한 방 먹었다.

    홍정필 원내대표는 다시 핸드폰을 들었다.

    “예, 총재님. 나 대한태권도협회 협회장 홍정필입니다.”

    그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유창한 영어.

    “이게 아무래도 제가 부탁드린 걸 철회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것이다. 홍정필 원내대표가 방송국을 움직이지 않은 이유가 말이다.

    살짝 어긋나 버린 종혁과의 관계를 개선하고자 세계태권도연맹에 연락을 했던 그.

    그렇게 세계경찰태권도 대회라는 명칭에 걸맞은 규모를 갖추고 방송국을 움직이려 했는데, 종혁이 한발 먼저 움직였다. 그것도 에이미 스피너라는 엄청난 카드를 꺼내 들면서.

    “아니요. 행사가 어그러진 게 아니라, 한국 경찰 측에서 에이미 스피너 양을 섭외했다는군요.”

    에이미 스피너뿐만이 아니다. 세부에 파견된 협회 직원의 말에 따르면, 이번에 참가한 각 나라 출신의 톱스타들이 응원단 겸 서포터로 참가한다고 한다.

    일본 측에선 이미 미야자키 나미에가 도착한 상황.

    “허허.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저희야 감사하지요. 예. 경찰 측에는 제가 말해 놓겠습니다. 예, 그럼 그때 뵙겠습니다.”

    통화를 종료한 홍정필 의원이 방금 전 세계태권도연맹 총재의 말을 떠올리며 피식 웃는다.

    “그렇지. 이런 판이라면 누구라도 움직일 수밖에 없지.”

    “총재께서 뭐라고 하십니까?”

    “뭐라긴. 가입국 경찰들을 싹 다 보낸다고 하지.”

    이건 이제 세계적인 행사다. 일개 경찰이 같은 한국인조차 주목하지 않을 행사를 전 세계인이 즐길 수 있는 행사로 끌어올린 거다.

    ‘허허. 어떤 방법을 썼을꼬? 돈과 경찰 쪽 인맥만으로는 힘들었을 텐데…….’

    곱게 휜 홍정필의 눈이 보좌관에게로 향한다.

    “자네, 나처럼 늙은 사람이 어린 사람과 친해지기 위해선 어떤 방법을 써야 하는지 알아?”

    “그, 글쎄요…….”

    “귀여워지는 거야.”

    “예? 아!”

    “지금 당장 세부행 비행기표 예약해.”

    이런 세계적인 행사라면 당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야 할 테지만, 그보단 종혁부터 만나야 했다.

    얄미운 짓을 해도 용서할 수밖에 없는 귀여운 아저씨가 되기 위해서.

    홍정필 원내대표는 웃음을 흘리며 몸을 일으켰다.

    * * *

    “가, 감사합니다, 스피너 양.”

    “허허. 고마워요.”

    마치 자신의 음악을 순수하게 즐겨 주는 팬을 만난 기분.

    외모는 험하지만, 그런 게 느껴지지 않을 만큼 선한 미소들에 에이미 스피너의 작은 선입견이 깨진다.

    범죄자에게 무척이나 단호하고 때로는 잔인하기까지 한 미국 경찰.

    그녀도 알콜 중독과 마약 중독에 시달릴 때 이들 경찰의 신세를 진 적이 있기에 놀라움은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이들도 나와 같은 사람이구나…….’

    표정이 오묘하게 일그러지는 그녀에게 브라이언이 다가선다.

    “크흠. 에이미, 햇빛에 오래 있으면 피부가 탄단다.”

    “아.”

    경찰과 가까이하는 걸 꺼려 하는 브라이언의 말에 미국 경찰들과 손에 든 물병과 수건을 번갈아 보며 안절부절못하는 그녀.

    “오우. 이런. 저희가 요정의 피부를 태울 뻔했군요.”

    “맙소사! 저희가 그런 것도 모르고!”

    “잭! 스피너 씨를 그늘로 안내해 드려!”

    “정말 사랑합니다, 팀! 가시죠, 에이미!”

    순식간에 등이 떠밀린 그녀는 어어 하다가 이내 웃음을 터트렸다. 정말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사람들의 순수한 호의와 유쾌한 농담. 가슴이 간질간질했다.

    “아, 여기 계셨군요.”

    움찔!

    “최…… 라고 했던가요?”

    반갑게 부르려다 아차 한 그녀의 모습에 종혁은 푸근히 웃었다.

    “예. 최라고 불러 주시면 됩니다.”

    “크흠. 무슨 일입니까?”

    종혁이 푸근히 웃으며 딸을 홀리려 하자, 찔리는 게 많은 브라이언이 에이미 스피너 앞을 막아선다.

    그런 그의 날이 선 반응에 종혁은 싱긋 웃었다.

    “곧 점심시간이라서 말입니다.”

    “아아, 식당은 어딥니까? 저기 경찰들과 함께 먹는 겁니까? 우리 애는 전문 셰프가 만든…….”

    “이거 죄송합니다. 안 그래도 그 부분 때문에 양해를 구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무슨…….”

    브라이언이 미간을 좁히자 종혁은 뒤에서 발을 동동 구르는 윤아를 앞으로 밀었다.

    “아, 안녕하세요!”

    “한국의 가수입니다. 이쪽에선 아이돌이라고 하죠. 에이미 씨가 이 아이들과 식사를 하시며 가수 선배이자, 정상에 선 가수로서 조언을 해 주는 모습을 담으면 좋을 것 같은데…….”

    정확히는 윤아네 그룹과 청춘은 불패 출연 걸그룹뿐만 아니라 각국 스타들과 함께 어우러지는 모습을 그리는 거다.

    “응원단 겸 서포터끼리 서로 친분을 다지는 거죠. 이번 세계경찰태권도 대회의 기치인 경쟁과 화합이라는 키워드처럼 말이죠.”

    “무슨! 언제 그런 키워드를 말했단 말입니까! 난 처음 듣는 말입니다!”

    “원래 이런 대회는 대부분 그런 키워드를 가지는데 말입니다……. 에이미 씨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빤히 응시하는 종혁의 맑은 눈빛에 에이미 스피너가 어젯밤의 대화를 떠올린다.

    ‘설마 이건가요?’

    어젯밤, 종혁은 이렇게 말했다.

    정신적 제약이 있어 사무처리 능력이 부족한 성년자에게 법률 지원을 돕는 제도인 성년후견인 제도.

    브라이언이 그녀를 학대하고 있다는 증거를 수집하는 한편, 그녀를 옭아맨 이 덫을 벗겨 내야 한다고.

    그 상황은 자신이 만들어 주겠다고.

    ‘대체 이게 어떻게 성년후견인 제도를…….’

    뭔지 모르겠지만 이건 종혁이 만들어 준 기회다.

    그녀는 주먹을 꼭 쥐며 브라이언을 바라봤다.

    “하고 싶어, 아빠.”

    “……오, 그래. 네가 하고 싶은 일이라면 당연히 해야지!”

    “와우! 정말 감사합니다, 에이미 씨! 그럼 가실까요?”

    종혁은 에이미를 에스코트하며 세부 시티 스포츠센터를 나서기 시작했고, 브라이언은 그런 에이미를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저게 왜 갑자기 반항을 하는 거지?’

    갑자기 가슴을 자극하는 작은 불길함.

    브라이언은 이를 악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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