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611화 (611/837)
  •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611화>

    충격과 공포에 빠진 주주총회장.

    어쩔 줄 몰라 하는 사람들 사이, 웃음이 터져 나온다.

    “으하하하하핫!”

    “아, 아버지?”

    ‘지켜보면 알 거라는 게 이런 의미였다니!’

    없는 자들의 구세주, 구옥순 여사의 의지를 이었지만 구옥순보다는 왕년의 권회수를 생각나게 할 만큼 돈에 미친 저 김단향 여사를 대체 어떻게 꼬드긴 걸까.

    김희건 회장을 비롯해 김단향이 구옥순의 후계임을 아는 이들은 도무지 작금의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권회수와 구옥순이 서로 칼을 겨눴던 앙숙으로 알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두 사람이 남매처럼, 가족처럼 지냈다는 사실을 아는 것은 두 사람의 최측근들만 아는 비밀.

    김단향 또한 권회수를 오라버니처럼 여기며 따르는 관계였다.

    ‘나중에 자세히 물어봐야겠군.’

    곧 만나게 될 테니 말이다.

    웃음을 수습한 김희건은 손을 들어 올렸다.

    “동의합니다.”

    쿵!

    “기, 김 회장-!”

    고통에 바닥을 기는 유태훈 회장을 일견한 김희건은 회담을 나눈 대기업의 회장들을 둘러봤다.

    마찬가지로 김희건처럼 웃고 있던 회장들.

    그들 역시도 손을 든다.

    “동의합니다.”

    “동의하지.”

    이윽고 모든 사람이 손을 든 주주총회장.

    뿌드득 목을 꺾은 강철선은 실실 웃는 종혁이 팔을 붙들고 있는 유태훈의 앞에 쪼그려 앉았다.

    “아이고, 회장님? 아이지. 유태훈 씨? 다 보셨지예? 그럼 가입시더. 지금부터 내가…… 제대로 죽여 줄게.”

    처음은 비자금 환수부터.

    유태훈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건 유지훈과 박 변호사도 마찬가지였다.

    * * *

    ‘끝났다…….’

    유태훈 회장이 몰락했다.

    김단향 여사에게 담보로 잡은 계림코퍼레이션의 지분 20퍼센트가 권회수의 손에 들린 것도 모자라, 검찰의 저승사자, 미친개 강철선 부장검사가 비자금을 털겠다고 선포했다.

    유태훈이 아무리 버틴다고 한들 비자금은 모두 국고로 환수될 테고, 계림그룹은 검찰과 금감원에 탈탈 털리게 될 거다.

    모건 알포인트라고 가만있을까.

    기업을 정상화시키고, 여론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기 위해 유태훈에게 없는 죄까지 덮어씌울 거다.

    ‘최소 10년!’

    어쩌면 죽을 때까지 교도소를 나오지 못할 수 있다.

    또한 막대한 추징금이 부여될 뿐만 아니라, 설상가상 계림코퍼레이션을 담보로 돈을 빌리며 약속한 이자까지 지불해야 되는 상황.

    유태훈 회장은 교도소에 있는 사이 있는 재산, 없는 재산 모두 뺏기게 될 거다.

    ‘나한테는 이야기를 했어야지!’

    이는 모두 유태훈이 측근인 자신에게조차 계약 내용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탓에, 두 사람이 구두로 나눈 이야기와 계약서에 남긴 내용이 같은지 확인할 방법이 없었기에 벌어진 일이었다.

    자신 말고는 누구도 믿지 않았던 유태훈의 업보라 할 수 있었다.

    ‘이렇게 된 이상…….’

    박 변호사는 집으로 향하는 차 안, 넋이 나가 있는 유지훈을 보며 눈을 위험하게 빛냈다.

    “지훈아.”

    “…….”

    “지훈아!”

    짝!

    갑자기 불똥이 튄 볼에 화들짝 놀라 박 변호사를 본 유지훈이 얼굴을 구긴다.

    “씨발! 박 변, 너 지금…….”

    “정신 차려, 인마! 지금 내가 널 때린 것 따위에 화낼 때야?!”

    격렬한 그의 질책에 유지훈이 입을 다문다.

    여태껏 아버지 유태훈과 조대웅의 보호 아래 안하무인으로 살아온 유지훈이라지만, 지금 상황이 자신에게 불리하다는 것쯤은 알았다.

    “후, 말해 봐. 지금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 건데?”

    “일단…….”

    박 변호사는 자신이 방금 전 생각했던 걸 그대로 읊어 줬고, 유지훈의 얼굴은 파랗게 질렸다.

    “지, 집을 뺏길 만큼 심각하다고?”

    철렁!

    유지훈의 심장에 공포가 내려앉는다.

    “그, 그럼 어떻게 해야 되는데?”

    “혹시 회장님께서 비자금에 대해 이야기한 거 있어? 아니면 숨겨 둔 통장이라든가.”

    유지훈은 고개를 저었다.

    “잘 생각해 봐. 정말 아무것도 없어?”

    “없어! 없다고! 박 변이 아빠였어 봐! 나한테 그런 걸 말했겠어?”

    밝혔다면 이미 써 버렸을 만큼 망나니인 유지훈.

    “끄응.”

    골치 아프다는 듯 관자놀이를 누르지만 속으로 음흉히 웃은 박 변호사는 한숨을 내쉬었다.

    “어쩔 수 없나.”

    “무슨 방법 있어?”

    “있지.”

    “뭔데? 아, 뭐냐고! 나 속 터지게 할래?!”

    힐끗 운전수를 쳐다본 박 변호사가 귓속말을 한다.

    “그 사람들보다 먼저 빼돌리는 거야.”

    유태훈 회장의 명의로 된 모든 재산을, 저택에 있는 미술품과 귀중품들을 추징이 들어오기 전에 모두 현금화해서 빼돌리는 거다.

    “조세회피국에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고, 거기에 모든 돈을 넣는 거야.”

    “뭐?”

    “쉿.”

    박 변호사처럼 운전사의 눈치를 본 유지훈이 목소리를 낮춘다.

    “그게 가능해?”

    “가능하니까 말하지. 어떡할래? 회장님 옥수발 하려면 돈이 필요하잖아.”

    또 유태훈 회장이 출소했을 때 계림그룹을 다시 뺏어 올 군자금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그러면서 너도 지금처럼 풍족하게 살고. 지훈이 너 원룸에서 살 수 있어?”

    “미쳤어?! 내가 그딴 곳에서 왜 살아?”

    “조용하라니까.”

    “아, 알았어.”

    다시 운전사의 눈치를 본 유지훈은 입을 다물라는 박 변호사의 말에 입을 꾹 다물었고, 둘을 태운 차는 빠르게 저택으로 향했다.

    “도, 도련님!”

    헐레벌떡 뛰어나온 집사와 고용인들.

    “나 직접 보고 왔거든? 신경 긁지 말고 닥치고 있어.”

    “……술 한잔 드릴까요?”

    미성년자이지만 술이 없으면 잠에 들지 못하는 유지훈. 유지훈은 순간 혹했지만, 이내 박 변호사를 보곤 고개를 저었다.

    “됐어. 지금부터 아빠 서재에 있을 테니까 아무도 방해하지 마. 방해하면 진짜 죽여 버린다.”

    “저녁 식사를 차리면 노크하겠습니다.”

    “꺼져.”

    집사와 고용인들이 물러나자 유지훈은 곧바로 서재로 향했다.

    그리고 책상에 놓인 펜 따위가 담긴 통에서 열쇠를 꺼내 책상의 잠금장치를 연 유지훈은 인감도장과 인감증명서, 지갑을 찾아 박 변호사에게 내밀었다.

    “이거면 돼?”

    “네 신분증과 인감도장도 필요해. 모든 일을 위임한다는 위임장도 써 줘야 하고. 아, 위임장은 내가 작성할 테니까 지훈이 넌 신분증이랑 인감도장 가져와.”

    “아, 알았어.”

    유지훈은 얼른 자신의 방으로 뛰어갔고, 박 변호사는 입술을 비틀며 노트북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잠시 후.

    “다 된 거지?”

    유태훈의 위임장에도 인감도장을 찍은 유지훈.

    “응. 이제 됐다.”

    “뭐해? 얼른 움직여! 그 개 같은 영감탱이가 내 돈 뺏으러 오기 전에!”

    “알았어. 내가 계속 실시간으로 연락할게!”

    서류들을 챙긴 박 변호사는 터지려는 웃음을 겨우 삼키며 재빨리 저택을 빠져나갔다.

    * * *

    휘이잉!

    박 변호사가 저택을 나선 지 사흘.

    모든 절차를 마무리한 박 변호사가 유지훈에게 전화를 한다.

    “그래, 지훈아. 다 끝났어.”

    -정말 끝난 거야? 모두?

    “응. 이제 돈을 뺏길 걱정은 없을 거야.”

    -……하아아. 잘했어, 박 변. 아니…… 준후 삼촌.

    움찔!

    -이걸로 나 전에 때린 거 잊는다.

    “……그래. 곧 들어갈게.”

    -응! 집사한테 맛있는 거 차려 놓으라고 할 테니까 얼른 와!

    달칵!

    통화가 종료된 핸드폰을 심란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박 변호사는 이내 곧 입술을 비틀며 핸드폰을 박살 냈다.

    “미안하다. 살 사람은 살아야지. 이건…… 풉! 퇴직금이라고 생각해라.”

    모두 처분하고 나니 무려 200억이 넘는 액수.

    근처의 쓰레기통에 핸드폰 잔해를 버린 박 변호사는 이제 들어가려는 건물을 응시했다.

    기이이잉!

    방금 막 비행기 한 대가 이륙하는 인천공항.

    “자, 그럼 가 보실까?”

    이 추운 겨울과 극명히 대비되는 따뜻한 남쪽에서 왕처럼 살아갈 삶을 위해!

    박 변호사는 히죽 읏으며 인천공항의 게이트를 넘었다.

    그 순간이었다.

    “꺄! 이걸 배신 때리네?”

    움찔!

    고개를 돌린 박 변호사는 어느새 자신의 뒤에 서 있는 종혁을 발견하곤 하얗게 질렸다.

    종혁은 손가락을 까딱였다.

    “이리 와, 새끼야.”

    * * *

    유태훈 회장 실각!

    사모펀드에 넘어간 계림그룹! 다음 타깃은?

    스타쉽, 루멘, 존&존스! 그룹을 좀먹어 가던 벌레들을 쳐내겠다! 그룹 정상화 공언!

    계림그룹의 유태훈 회장, 어쩌다 이렇게 됐나?

    유태훈 회장의 뒤통수를 친 사람이 있다? 측근 조 모 씨!

    유 모 군을 대신해 자수했던 조 모 씨, 입을 열다!

    유태훈 회장의 방화범 아들이 쏘아 올린 공?

    상상을 초월한 횡령 규모! 폭행 사주까지?

    호부, 아니 견부 밑에 견자! 견부자들!

    “으아아아아아아!”

    쾅! 콰장창!

    유지훈이 잡히는 모든 걸 집어 던진다.

    박 변호사와 연락이 끊긴 지 벌써 이틀.

    이젠 인정할 수밖에 없다. 박 변호사가 자신을 배신했다는 걸 말이다.

    “도, 도련님!”

    “꺼져, 제발-!”

    핏발 선 눈에 고용인들이 얼어붙는다.

    “씨발! 꺼지라고! 안 꺼져?!”

    유지훈은 의자를 집어 들었고, 집사와 고용인들은 기겁하며 물러섰다.

    쾅!

    “으아아아아아악!”

    유지훈은 다시 방을 부수기 시작했고, 고용인들은 집사를 보며 안절부절못했다.

    그때였다.

    “어이구. 다 때려 부수네.”

    흠칫!

    고개를 돌린 유지훈은 방문 앞에서 웃고 있는 종혁을 발견하곤 얼굴을 구겼다.

    “너 이 씨발……! 네가 여길 어떻게 들어와!”

    “벨 누르고?”

    벨을 누르고 용건을 말하니 아주 쉽게 들여보내 줬다.

    유지훈의 부릅뜬 눈이 고용인들에게 향하자 그들은 다급히 고개를 돌렸다.

    “얼씨구? 형사 앞에서 사람 치시게?”

    “……꺼져!”

    종혁은 피식 웃었다.

    “진짜 꺼져? 이렇게 선물도 가져왔는데?”

    “윽?!”

    옆으로 손을 뻗은 종혁은 수갑을 차고 있는 박 변호사의 멱살을 잡아끌었고, 유지훈은 그대로 굳어 버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다.

    “박 변, 이 개새끼야-!”

    “히익!”

    의자를 들고 달려드는 유지훈.

    박 변호사의 머리를 향해 내려찍어지는 의자를 잡은 종혁은 그대로 밀어 버렸다.

    쿠당탕!

    “너! 너어……!”

    종혁은 차마 덤비지 못하고 손가락질만 하는 유지훈을 보며 입술을 비틀었다.

    “참 좆같지, 응?”

    아주 좆같을 거다. 인생 최초로 당해 보는 것일 테니 말이다.

    “그런데 형이 더 좆같게 해 줄까? 다음 주는 너다?”

    아직 이놈은 덜 당했다.

    더 괴로워하고, 더 고통을 받아야 했다.

    세상 모두가 손가락질할 때, 그 질책에 정신이 망가질 때 그때 잡아갈 생각이었다.

    “거기 고용인분들도 웬만하면 관둬요. 쟤한테서 월급 받을 일은 없을 테니까.”

    상당한 비자금을 형성했을 것이라 추측되는 유태훈이다.

    이용을 당했을 뿐이라고는 하나, 결국 범죄에 연루된 돈을 박 변호사가 빼돌리는 데 일조한 유지훈도 처벌을 피할 수는 없었다.

    “닥쳐! 닥치라고-!”

    “그럼 다음 주에 봐?”

    종혁은 박 변호사의 멱살을 잡고 집을 빠져나갔고, 그의 등 뒤로 유지훈의 분노가 터져 나왔다.

    “으아아아아아악!”

    * * *

    텅!

    거칠게 내려지는 글라스 안에서 호박빛의 술이 튀어나온다.

    “죄송합니다, 도련님.”

    드르르륵!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저택을 빠져나가는 집사와 고용인들.

    그들은 한 가정의 가장이다. 돈을 벌지 못하면 가족을 굶겨야 하는 가장. 그들로서는 퇴직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

    달칵!

    현관문이 닫히며 저택에 침묵이 찾아들자 싸늘한 표정을 짓고 있던 유지훈이 돌연 웃음을 흘린다.

    다 끝났다. 모두 끝났다.

    “왜지?”

    유지훈은 억울했다.

    “대체 내가 뭘 잘못했다고 이러는 거지?”

    평소대로 취미 생활을 즐겼을 뿐이다.

    그런데 그게 요상하게 꼬이더니 삼촌으로 생각했던 조대웅이 배신했다. 그에 아버지가 잡혀가고, 그룹이 망해 버리고, 어려서부터 함께한 가족 같았던 고용인들마저 모두 떠나가 버렸다.

    종혁이 선포를 하고 돌아간 지 벌써 3일밖에 안 지났는데, 세상 모두가 자신을 향해 손가락질하고 있었다.

    “대체 내가 뭘 잘못했는데 그 지랄들을 떠는 거냐고-! 내가! 뭐얼! 아아아아악!”

    몸을 숙이며 분노를 토해 낸 유지훈이 이를 악물며 고개를 든다.

    평소처럼 흘러갔을 일이 꼬이게 된 이유는 하나다.

    “그 형사 새끼…….”

    빠드득!

    종혁 때문이다.

    종혁이 감히 자신에게 덤벼들어서 이렇게 된 거다.

    “하찮은 형사 새끼 따위가 덤벼서!”

    그런데 가만둬야 할까?

    아니다. 절대 그럴 수 없었다.

    꿀꺽꿀꺽! 텅!

    빈 잔을 내려놓은 유지훈은 이를 악물며 몸을 일으켰다.

    휘이이잉!

    2010년의 새해가 밝았음에도 여전히, 아니 작년보다 훨씬 추워진 한파.

    싸라기눈이 날리는 어두운 밤을 헤치며 나아가던 유지훈이 한 건물 앞에 멈춰 선다.

    정혁빌딩.

    “여기란 말이지?”

    조대웅이 말했던 최종혁의 집.

    입술을 비튼 유지훈이 건물 옆에 난 지하주차장 입구로 들어간다.

    1층을 넘어 2층으로, 2층을 넘어 3층으로.

    맨 아래층까지 내려온 유지훈은 자신의 눈앞에 펼쳐진 슈퍼카들의 향연에 몸을 들썩였다.

    이거다. 최종혁의 재산이.

    여기다. 그가 어미와 사는 곳이.

    이 건물에 최종혁의 모든 게 있는 거다.

    그러곤 그대로 들고 온 기름통을 열어 슈퍼카들에 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찰칵! 화르륵!

    불꽃이 타오르는 라이터.

    “큭큭큭. 너도 뺏겨 봐.”

    자신처럼.

    “아하하하하하!”

    유지훈은 라이터를 던지기 위해 팔을 뒤로 젖혔다.

    그 순간이었다.

    턱!

    “야, 뭐하냐?”

    팔이 잡힌 유지훈이 발견한 건 종혁의 커다란 주먹이었다.

    쩌어억!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