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610화 (610/837)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610화>

“아빠!”

“지훈아.”

겨우 몇 시간 사이 초췌해진 아버지 유태훈의 모습에 유지훈이 이를 악문다.

언제나 혼내기만 해도 결국은 자신의 편이었던 아버지. 그런 아버지의 망가진 모습에 뜨거운 것이 울컥 차오른다.

그건 유태훈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아, 아빠. 괜찮아? 꼴이 이게 뭐야.”

“지훈아.”

“이 개새끼들! 아빠가 어떤 사람…….”

“유지훈!”

움찔!

유태훈의 호통에 절로 반사적으로 움츠리는 유지훈.

한숨을 내쉰 유태훈은 그의 뒤통수를 잡아 끌어왔다.

“아, 아빠?”

“잘 들어라, 지훈아. 대웅이가 배신을 했다.”

쿵!

“……네?”

순간 유지훈의 눈앞이 아찔해진다.

“그, 그게 무슨 말이야. 삼촌이 배신을 하다니…….”

“아니면 이 아빠가 어떻게 저 경찰 놈들에게 잡혀 왔겠니.”

“아, 아니…….”

흔들리던 유지훈은 굳건한 유태훈의 얼굴에 경악을 한다.

“그럼 정말 삼촌이…….”

“삼촌은 무슨! 그놈은 개새끼란 말도 과분한 놈이야!”

유태훈은 입을 꾹 다무는 아들의 모습에, 생애 처음으로 배신을 당하여 충격을 받은 듯한 아들의 모습에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지만 애써 참아 내며 입을 열었다.

“지훈아. 내 아들.”

“……응, 아빠.”

“지금부터 아빠가 네게 일을 하나 시킬 거다.”

유태훈은 유지훈이 해야 할 일을 설명해 줬고, 유지훈은 깜짝 놀랐다.

“할 수 있겠어?”

“아, 아니 그걸 내가 어떻게…….”

“아니, 못할 것 같아도 해야 돼. 그래야 네가 살고, 이 아빠가 살고, 그룹이 살아!”

‘내가 산다고?’

다시금 조대웅의 배신을 떠올린 유지훈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다.

“어떻게 해야 되는지는 박 변호사에게 알려 줄 테지만, 결국 그 돈을 빌리는 건 네가 해야 돼. 할 수 있겠어?”

상황이 이렇게 됐는데 누굴 믿을 수 있을까.

‘네가 이인자 자리를 노리는 걸 내가 모를 줄 알고?’

자신의 사후, 계림그룹의 회장으로 등극할 유지훈을 뒤에서 움직여 그룹의 이인자 자리를 꿰찰 박 변호사.

멀리 떨어져 있는 그를 일견한 유태훈이 유지훈의 눈을 빤히 바라본다.

유지훈도 그런 아빠의 진지한 눈빛에 입술을 깨문다.

“그거면 돼? 그거면 이 개 같은 상황이 끝나는 거야?”

‘그러면 나 잡혀가지 않아도 되는 거야?’

뒷말을 꾹 삼킨 유지훈의 뜨거운 눈빛에 유태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러면 된다.”

“……알았어. 해 볼게.”

“믿는다, 아들. 그리고…….”

“응?”

“이 아빠의 믿음을 배신하면 정말 재미없을 거다.”

오싹!

“으, 응. 거, 걱정 마!”

하얗게 질린 아들의 고개를 주억인 유태훈은 함께 온 박 변호사를 봤다.

“예, 회장님.”

“그래, 박 변.”

유태훈의 얼굴에 차갑지만 따뜻한 미소가 어린다.

“내가 자넬 믿는 걸 알지? 박 변은 지금부터…….”

박 변호사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박 변, 이야기 다 끝났어?”

면회실 밖, 박 변호사가 나오자 유지훈이 달려든다.

“그래. 시간 없으니까 빨리 가자.”

그룹을 위험에서 구하는 일이다.

성공적으로 놈들이 공세를 막아 내면 그 대가가 엄청날 터.

‘어쩌면 중요 계열사의 사장이 될지도 모르지!’

전신에서 희열이 솟구친 그는 유지훈의 손목을 잡고 경찰 본청을 빠져나갔다.

그 순간이었다.

수군수군!

“저놈 아니야?”

“맞는 것 같은데?”

유지훈을 고깝게 쳐다보는 경찰들의 시선.

얼굴이 구겨진 유지훈은 그들에게 입을 열려다가 그들이 든 신문을 발견하곤 흠칫 몸을 굳혔다.

-계림그룹에 겹치는 악재! 유 모 회장의 아들은 방화범?

‘미친!’

유지훈의 얼굴이 하얗게 질린다. 그건 박 변호사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동시에 한 사람의 얼굴을 떠올렸다.

최종혁.

이 모든 일의 진실을 알고 있는 개 같은 형사 새끼.

빠드드드득!

“이 개…….”

“안 돼, 지훈아. 여기선 참아야 해.”

“빌어먹을!”

유지훈은 악을 지르며 본청을 빠져나갔고, 박 변호사는 다급히 그 뒤를 따랐다.

하지만 그들은 몰랐다. 지옥은 이제부터 시작이란 걸 말이다.

* * *

부우웅! 빵빵!

밤사이 내린 눈 때문에 더 막히는 도로 위.

정장을 입은 유지훈이 이를 간다.

“박 변, 정말 검찰 쪽에선 말이 없는 거야?”

“아직은 없지. 아무래도 네 삼촌인 조대웅 실장이…….”

“삼촌은 무슨 삼촌! 그 개새끼!”

‘감히 날 배신하다니! 내가 어떻게 대해 줬는데!’

“크흠. 아무튼 조 실장이 불었다고 하더라도 너까지 건드릴 순 없을 거야.”

‘아니, 정확히는 건드릴 급이 안 되는 거지.’

유태훈 회장과 이창훈 비서실장만으로도 경찰이 감당할 사이즈를 넘어섰다. 유지훈 같은 잡범은 그냥 놔두고 있는 게 분명했다.

“너까지 잡아가면 국민들에게 어떤 소리를 들을지 모르니까…….”

“그, 그럼 날…….”

“그래. 동정하는 거지.”

빠득!

“죽여 버릴 거야.”

그동안 동정은 가진 자의 것이지, 가지지 못한 서민들의 것이 아니라 생각했던 유지훈.

그런 프라이드가 무너지자 분노가 솟구친다.

“조대웅 그 개자식도, 최종혁도 모두…….”

빠드드득!

“씨발! 이건 왜 이렇게 갑갑해!”

“지훈아.”

“알았어! 알았다고!”

조대웅이 눈앞에서 사라지니 박 변호사라는 시어머니가 생겼다.

넥타이에서 손을 뗀 유지훈은 창밖을 바라보며 다리를 떨기 시작했고, 그들은 이내 곧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여기가…….”

아버지 유지훈과 함께 사는 자신의 집과 비견해도 꿀리지 않는 커다란 저택.

높다란 담벼락을 올려다본 유지훈이 살짝 기가 죽은 모습으로 걸음을 옮긴다.

“정지. 누구십니까?”

“이런, 씨…….”

“아하하. 유태훈 회장님께서 보내서 왔습니다. 오늘 약속이 잡혀 있을 겁니다.”

“아, 기다리고 계십니다. 여기는 대문, 3번 고객님 도착하셨다.”

따앙!

큰 소리를 내며 열리는 문.

“안으로 들어가시죠.”

“흥!”

‘대문이나 지키는 놈들 주제에…….’

앞마당 정원을 가로지른 유지훈은 커다란 저택의 현관문 앞에 서며 아버지의 당부를 떠올렸다.

-지훈아. 절대 평소대로 행동하지 마라. 네가 만나야 될 사람은 이 아비도 함부로 할 수 없는 사람이야.

‘제길!’

이곳에 오기 전 사채업자에 대해 조사를 해 본 유지훈.

돈놀이나 하는 사채업자 따위에게 존댓말을 해야 하는 게 배알이 꼴렸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그 정도 눈치는 있는 유지훈은 고용인의 안내를 받아 안쪽의 서재로 향했다.

그런 그를 맞이한 건 한복을 입은 칠십대 여성이었다.

“네가 유 회장 늦둥이냐?”

발끈!

“아, 안녕하세요.”

“이야기는 유치장에 있는 네 아비에게 들었다. 내놔.”

“예?”

“담보 내놓으라고, 담보. 안 가져왔어?”

“아, 아니에요!”

유지훈은 얼른 가져온 것들을 내밀었고, 안경을 치켜세운 노년의 여성은 샐쭉 웃었다.

“유 회장이 급하긴 많이 급했나 보군.”

담보로 잡는 계림코퍼레이션의 지분이 무려 20퍼센트, 우호 지분을 제외한 전부였다.

“확실하군. 자, 금액 확인하고 여기에 인감도장 찍어.”

계약서에 써진 액수를 확인한 유지훈의 눈이 흔들린다. 부자로 살아온 유지훈으로서도 감히 본 적이 없는 액수였다.

“바, 박 변…….”

“예, 도련님. 처음 뵙겠습니다, 여사님. 변호사 박준후입니다. 잠시 실례 좀 하겠습니다.”

정중히 양해를 구하며 계약서를 확인한 박 변호사가 어느 한 부분을 보곤 기겁한다.

“이건 말이 다르잖습니까!”

이자율과 대출 상환일이 말도 안 된다.

이자까지야 어떻게 이해한다고 쳐도, 대출 상환일이 겨우 보름. 15일을 넘기는 순간 계림 코퍼레이션의 모든 지분을 빼앗기게 되는 거다.

“그거야 너희 회장이 잡혀 들어가지 않았을 때고!”

게다가 이 사건을 담당한 검사가 특수부 부장검사 강철선이다.

그는 범죄와의 타협이 결코 없는 우직한 검사. 유태훈의 기소와 구치소행은 백 퍼센트라고 봐야 했다.

“이 돈도 너희 회장의 선대와 인연이 있어서 빌려주는 거야! 알아?!”

여차하면 받지 못할 수도 있는 돈. 선대의 인연으로 빌려주는 것뿐이다.

“아니, 그래도 구옥순 여사의 뒤를 이으셨으면서…….”

한때 없는 자들의 구세주라 불렸던 구옥순 여사. 야황 권회수와 서울의 사채시장을 양분한 거물이었다.

쾅!

“부자 놈들 똥구멍이나 닦는 놈이 감히 언니를 입에 담아?! 돈 빌리기 싫으면 빌리지 마!”

추상같은 호통에 목을 움츠린 박 변호사가 머리를 굴린다.

“……잠시 회장님께 연락을 해도 되겠습니까?”

“1분.”

“감사합니다.”

박 변호사는 재빨리 본청 유치장으로 전화를 걸었다.

-……뿌득! 그렇게 해. 일단 계림코퍼레이션을 지키는 게 먼저지.

고작 보름 안에 빌린 돈을 모두 상환하는 건 불가능했다. 즉, 지금의 거래는 계림코퍼레이션의 지분을 매각하는 계약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유태훈은 개의치 않았다.

높은 이자를 지불하는 대신, 여차했을 때 자신의 편에 서서 의결권을 사용해 준다는 약속을 받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지분이 아니더라도 우호 지분에는 속해 있는 것이니 스타쉽을 비롯한 사모펀드들에 지분율이 밀리는 일은 없을 터였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유태훈은 지금의 홀대를 결코 잊을 생각이 없었다.

“알겠습니다, 회장님. 도련님?”

“아, 응.”

“흥! 꺼져!”

“가시죠, 도련님.”

“으, 응.”

“명심해. 보름을 넘기는 순간 이걸 어떻게 할지는 내 소관이야.”

움찔!

차가운 눈빛에 불길해졌던 유지훈과 박 변호사는 이내 고개를 숙였다.

“그럼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아, 안녕히 계세요.”

도망치듯 잰걸음으로 저택을 나선 유지훈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씨발. 미친 늙은이.”

사고를 친 자신 때문에 화를 내던 때의 아버지보다 더 살벌하다.

욕을 내뱉은 유지훈은 손에 들린 차용증으로 시선을 돌리며 입맛을 다셨다.

이 중 일부만이라도 가질 수 있다면, 하는 욕심이 나지 않는다면 솔직히 거짓말이다.

하지만 자신이 들고 있는 건 차용증일 뿐, 실제 돈은 주가 방어에 힘쓰는 태스크 포스에게 직접 전달되기에 자신은 한 푼 만져 볼 수 없는 돈이었다.

“이 돈이면 그룹을 구할 수 있는 거 맞지?”

“그래, 충분해.”

이거면 계림코퍼레이션의 지분 10퍼센트 이상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을 터. 지분 35퍼센트 이상이 확보된다면 충분히 안정권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렇게 된다면 스타쉽을 비롯한 세 개의 사모펀드는 실적이 부진한 계열사들만, 계림그룹의 껍데기만 가져가게 되는 거다.

그들은 그렇게 저택을 빠져나갔다.

한편 유지훈과 박 변호사가 빠져나온 사채업자의 집무실.

방금 전 막대한 액수의 돈을 빌려줬음에도 대수롭지 않다는 듯 다른 서류를 살피는 그녀의 귀로 까랑까랑한 음성이 꽂힌다.

“어이구. 그놈의 성질머리는 어찌 나이가 들어도 괄괄하누. 죽어야 순해질 게야?”

그녀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맺히기 시작했다.

* * *

스타쉽, 루멘, 존&존스 주주총회 소집!

유태훈 회장이 없는 주주총회! 그 결과는?

김희건 회장 출두요!

주주총회에 참석하는 재계의 거물들!

회장으로 들어서는 유태훈 회장의 독자 유지훈 군!

2010년 새해가 밝은 지 며칠 되지 않은 대한민국에 커다란 폭탄이 떨어졌다.

계림그룹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대기업의 회장들은 기자들의 플래시 세례를 받으며 주주총회가 열리는 계림그룹의 사옥으로 들어섰고, 어수선한 회장의 분위기에 혀를 차며 자리에 앉는다.

박 변호사에게 옆구리를 찔린 유지훈은 그런 회장들에게 찾아가 허리를 숙이며 인사를 건넨다.

“아, 안녕하세요!”

“허허. 그래, 네가 유 회장의 아들인가 보구나?”

세상 무서울 게 없었던 유지훈마저도 먼저 인사를 할 수밖에 없는 이번 주주총회의 안건.

앞으로 계림그룹의 향방이 정해지는 결정이 오늘 내려지는 거다.

웅성웅성.

갑자기 소란스러워지는 바깥에 고개를 돌린 김희건 회장이 눈을 빛낸다.

뚜벅! 뚜벅!

‘저자가…….’

모건 알포인트.

검은 정장을 입은 십여 명의 경호원을 대동한 채 들어온 육십대의 풍채 좋은 백인 신사는 빈자리에 앉았고, 김희건을 비롯한 대기업 회장들의 눈빛이 흔들린다.

그들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현재 스타쉽을 비롯한 사모펀드들이 확보한 계림코퍼레이션의 지분은 약 26%.

반면 유태훈 회장은 추가로 주식을 매입하며 우호 지분을 포함해 약 35%의 지분을 확보했다.

“대체 어쩌려고……. 뭐 들은 것 있어?”

“……지켜보면 알 거라고 하더군요.”

“흠…… 그래?”

그때였다.

“엇?! 유 회장이다!”

김희건은 수갑을 찬 채 안으로 들어오는 유태훈, 그리고 그의 곁에 선 강철선과 종혁을 발견하곤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 아빠!”

이곳에서 유태훈을 볼 줄 몰랐던 대기업의 회장들은, 그동안 유태훈의 연락을 피한 그들은 불편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들을 충동질한 김희건 회장을 쳐다봤고, 김희건은 몸을 일으켜 유태훈에게 다가갔다.

“오랜만이네, 유 회장.”

“그간 격조했습니다, 김 회장님.”

그동안 연락을 왜 피했냐는 듯 원망이 서린 눈길.

“꼴이 이러해 인사를 할 수 없으니 양해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럼세. 이 총회가 끝나면 시간이 있을 테니.”

“……허허헛! 그러시지요!”

금세 웃는 낯으로 변한 유태훈을 뒤로한 김희건은 종혁을 봤다. 그에 종혁은 씩 웃어 주었고, 그 속에 서린 장난기에 피식 웃은 김희건은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시작하지!”

다른 회장들과도 인사를 나눈 후 유지훈의 손을 꼭 잡은 유태훈의 외침에 진행자가 단상에 선다.

“어흠. 그럼 오실 분들은 다 오신 것 같으니 스타쉽에서 건의한 긴급 주주총회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반대하시는 분 계십니까?”

있을 리가 없다.

유태훈의 승리건, 스타쉽의 승리건 극명하게 갈릴 승자와 패자의 모습을 지켜보러 온 그들에게 더 이상의 인내심은 없었다.

“Wait!”

모건 알포인트의 외침에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자 그는 입을 열었다.

“아직 한 사람이 안 왔습니다.”

통역관이 다급히 통역을 하는 순간이었다.

뚜벅뚜벅!

그들의 뒤에서 들리는 발자국 소리.

고개를 돌린 사람들의 눈이 부릅떠진다.

“흘흘. 이 늙은이가 늦었나 보구만.”

쿵!

‘궈, 권회수!’

‘저자가 여길 왜……!’

유태훈의 가슴속에서 불길함의 불꽃이 솟구칠 때, 그의 귀로 익숙한 목소리가 꽂힌다.

“비켜.”

“흘흘. 성질머리 하고는…….”

권회수는 웃음을 흘리며 옆으로 비켜섰고, 이내 곧 한복을 곱게 입은 김단향이 모습을 드러낸다.

쿠당탕!

벌떡 일어난 유태훈의 심장을 찢는 불길함.

이미 유태훈 회장이 김단향에게 돈을 빌렸음을 알고 있는 회장들 역시 경악한다.

‘돈 귀신과 김 여사에게 저런 친분이 있다니!’

혼란에 빠진 회장을 주욱 둘러본 권회수는 모건 알포인트에게 다가가 유태훈을 빤히 보며 노란 대봉투를 내밀었다.

“잘 써 주시게.”

“Thank you, Kwon.”

다정하게 악수를 나누는 둘의 모습에 더 혼란스러워진 주주총회장.

김희건을 비롯한 회장들이 눈빛을 나눌 때, 싱긋 웃은 모건 알포인트는 단상으로 다가가 사회자를 밀어내며 마이크를 잡았다.

“아, 안 돼…….”

안 된다. 이러면 안 된다. 이건 아니었다.

“오늘 저의 쇼를 찾아주신 여러 귀빈분들에게 감사하단 인사를 올리며, 계림그룹의 주주총회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그 말에 회장들을 비롯한 주주들이 눈을 빛내자, 모건 알포인트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대봉투 셋과 권회수가 넘긴 대봉투 하나를 들어 올리며 입술을 비틀었다.

“지분 46퍼센트를 가진 1대 주주로서 수많은 범죄를 저지른 태훈 류의 퇴임을 안건에 올리고자 합니다. 동의하시는 분께선 모두 손을 올려 주십시오. 아, Put your hand up.”

쿠우웅!

회장에 내려앉은 막대한 충격.

“김단향 이 개 같은 년아-! 으아아아!”

쾅!

“거, 움직이지 말라니까.”

벌떡 일어난 유태훈을 메친 종혁은 비릿하게 미소를 지어 주었다.

유태훈 회장의 완벽한 몰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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