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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604화 (604/837)
  •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604화>

    118. 몰락

    종혁이 종업원의 안내를 받아 화장실로 향하자 김예은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는다.

    이쪽으로 다가오는 직원을 향해 손을 젓고는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드는 그녀.

    “네, 저예요. 계획대로 되고 있어요.”

    -어디까지나 천천히. 조급해하지 마.

    “이런 짓 한두 번 하나? 걱정 마세요, 실장님. 아, 그런데 김부현 전무? 그런 사람과 친한 것 같더라고요.”

    -김부현 전무랑? 어떻게?

    “그건 잘 모르죠.”

    김예은은 방금 전 상황을 설명했고, 수화기 너머의 상대는 잠시 침묵했다.

    -알았어. 어떻게 된 건지 알아봐.

    “끊을게요.”

    통화를 종료한 그녀는 테이블에 놓인 와인을 들어 오픈했다.

    끼긱끼긱! 뽕!

    코르크가 빠져나오는 순간 코끝에 진득하게 달라붙는 와인의 향기에 그녀는 혀를 찼다.

    “이딴 걸 왜 마시는지 모르겠네.”

    씁쓸하고 텁텁할 뿐인데 비싸기는 너무도 비싼 술. 이딴 걸 마실 바에는 차라리 포도주스에 소주를 타 먹는 게 훨씬 나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재산이 많다고 했지?’

    오늘 입고 있던 옷도 최고가 명품 브랜드였다. 특히 시계는 이름도 어려운 랑에 운트 죄네.

    ‘그걸 차고 다니는 사람이 있을 줄이야…….’

    여태껏 그녀가 작업을 쳐 왔던, 가끔 용돈벌이 알바로 작업을 쳤던 사람들 가운데서 가장 자산이 많았던 늙은이가 보여 줬던 그 시계였다. 너무 비싸서 장식품으로만 모셔 뒀던 그 시계.

    ‘이런 남자를 망가트리란 말이지?’

    “흐응. 그냥 망가트리기엔 너무 아깝던데…….”

    남자답게 잘생긴 얼굴에 엄청난 근육. 심지어 부자다.

    그녀의 눈에 커다란 욕심이 서리기 시작한다.

    ‘뭐 그래도 일단 할 일은 해야지.’

    “이게 더 내게 매달리게 할 테니까.”

    히죽 웃은 그녀가 주머니에서 하얀 가루가 든 봉지를 꺼낸다.

    그 하얀 가루를 아주 조금, 티끌보다 더 작게 집어 종혁의 잔에 넣은 그녀는 와인을 따라 휘휘 저은 후 자신의 잔에도 와인을 따라 단숨에 원샷을 했다.

    “……어머. 이건 좀 괜찮네?”

    혀에 달라붙는 게 꽤 달콤하면서도 풍부하다.

    살짝 놀란 눈이 됐던 그녀는 재빨리 화장을 점검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종혁이 멀리서 다가오는 걸 발견한 그녀는 다시 연기를 시작했다.

    스토킹의 피해자.

    마음이 불안하고 초조하고 공포에 질려 어쩔 줄 몰라 하는 미녀. 남자라면 껌뻑 죽을 수밖에 없는 그런 캐릭터를 말이다.

    하지만…….

    “그래서 얼마? 1억? 10억?”

    철렁 심장이 내려앉은 김예은이 고개를 모로 기울인다.

    “그, 그게 무슨 말이죠?”

    종혁은 천연덕스럽게 반응하는 그녀의 모습에 재밌다는 듯 웃으며 와인을 들어 올렸다.

    “대한민국 경찰이 바보인 줄 알아?”

    말이 안 되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자연스러운 것도 아니었던 김예은의 모습.

    이를 의심조차 하지 않는다면 경찰 실격이었다.

    그래서 따라온 종업원에게 부탁했다.

    “네가 무슨 짓을 하면 알려 달라고.”

    딱!

    손가락이 튕겨지자 종혁을 화장실까지 안내해 준 종업원이 다가온다.

    “이 사람이 뭘 어떻게 했다고요?”

    “하얀 가루 같은 걸 사장님의 잔에 넣었습니다.”

    “무, 무슨 모함을…….”

    종혁은 하얗게 질리는 그녀를 보며 잔에 든 와인을 버리고 새로 따랐다.

    “내가 교통사고를 당한 이후 조심성이 좀 많아졌거든.”

    충분히 대비를 했는데도 죽을 뻔했다. 당연히 조심성이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

    종혁은 그녀의 재킷 주머니를 힐끗 봤다.

    “난 거기에 든 하얀 가루가 마약이나 독약이라는 것에 내 돈 전부를 걸 수 있을 것 같은데…… 김예은 씨는 어때?”

    “씨발!”

    다급히 몸을 일으킨 김예은은 라운지 바 입구를 향해 달렸고, 종혁은 한숨을 내쉬며 새로 따른 와인을 입에 가져갔다.

    “개 같은 년.”

    김부현 전무가 자신을 위해 특별히 준비해 준 와인이다.

    묵직하고 쌉쌀하지만, 그만큼 당도가 높아 와인을 모르는 젊은 사람들도 충분히 즐길 수 있게 한 그녀의 배려가 가득한 선물.

    그런 그걸 쓰레기로 만들었다.

    “그나마 잔에 타서 다행이려나…….”

    하마터면 김부현 전무의 정성을 한 모금도 마시지 못할 뻔했다.

    그렇게 종혁이 짜증을 토해 내던 그때였다.

    뻐어억!

    “꺄아아악!”

    라운지 바 입구에서 들리는 비명 소리에 다급히 고개를 돌린 종업원은 눈을 크게 떴다.

    질질질!

    최재수가 코피를 철철 흘리는 김예은의 머리채를 잡은 채 끌고 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에 헛숨을 삼키는 라운지 바의 손님들.

    “부장님!”

    종혁은 해맑게 웃는 최재수의 모습에 한숨을 내쉬고는 종업원을 불렀다.

    “여기 계신 모든 분들게 오늘의 추천 와인 한 병씩 나눠 주세요. 소란을 피운 것에 대한 사과의 의미로 제가 모두 계산하겠습니다.”

    “옙!”

    종업원이 황급히 멀어지자 종혁은 어느새 앞까지 도착한 최재수를 봤다.

    “어떻게 내 신호는 잘 캐치했다?”

    “흐흐. 제가 부장님 밑에서 일한 게 몇 년인데요.”

    종혁이 스위트룸을 잡아 뒀다고 했다. 김예은에게 잡아 준 방은 그냥 디럭스룸이었는데 말이다.

    그가 아는 종혁이라면 그 반대가 됐으면 됐지, 결코 피해자보다 본인의 편함을 먼저 살피는 사람이 아니었다.

    고개를 끄덕인 종혁은 바닥에 널브러진 그녀의 머리채를 잡아 꺾었다.

    피투성이가 된 채 겁을 잔뜩 먹은 표정을 짓는 그녀.

    “그래서 누구야? 회사?”

    역시나 가장 먼저 떠오른 건 놈들의 조직, 회사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 놈들이 아무리 와해됐다고 한들 이토록 어설프게 일을 벌이진 않았을 테니까.

    그렇다면 당장 떠오르는 가장 유력한 용의자는 한 명, 유지훈이다.

    “박준후 변호사? 조대웅 실장?”

    움찔!

    “그래, 조대웅 실장이구나?”

    종혁의 입가에 사나운 미소가 그려졌다.

    * * *

    강남의 한 레스토랑.

    오랜만에 외식을 나온 유지훈의 낯빛이 발갛다.

    너무 집에만 있는 건 좋지 않다는 조대웅의 조언을 받아들인 아버지 유태훈이 겨우 허락해 준 외식.

    유지훈은 포도주를 단숨에 들이켰다.

    “어떻게 할 거라고, 삼촌?”

    “에휴. 몇 번 말하니.”

    “삼초온.”

    “그래, 그래. 일단 그놈에게 미인을 붙이는 거야. 스토커에게 시달리는 미인을.”

    서로 만나게 하는 시나리오도 환상적이다.

    강도와 그런 강도를 스토커로 오해하는 여배우.

    그리고 여배우가 강도로 위장한 남자 배우에게 맞을 때 등장하는 주인공 최종혁.

    “최종혁 그놈은 형사지.”

    그것도 정의감이 넘쳐 나다 못해 오지랖까지 넓은 형사다. 그런 형사가 강도를 당한 스토킹 피해자를 가만 놔둘 수 있을까. 그것도 미녀를.

    “아니지. 나도 가만 못 놔두지. 그냥 자빠트려서…… 흐흐.”

    조대웅은 양손을 저열하게 움직이는 유지훈을 보며 흐뭇이 웃었다.

    “맞아. 그놈도 남자지.”

    그것도 올해 29살밖에 안 된 혈기 넘치는 남자. 그런 종혁이 김예은을 보호하게끔 만드는 거다.

    “실제로 그렇게 됐고.”

    ‘그렇다고 해도 신화호텔에 데려가다니…….’

    김예은에 의하면 김부현 전무와도 깊은 친분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러면 김씨 일가, 그 후계자들과 모두 친분이 있는 건데…….’

    왠지 잘못 건드린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든다.

    ‘아니지. 아무리 친분이 있다고 한들 그놈은 결국 형사지.’

    아무리 자산이 많다고 한들 일개 형사다. 기업가와 깊은 인연을 맺었을 거라고 보긴 어려웠다.

    아마 삼전그룹과 관련된 어떤 수사를 진행하면 안면을 트게 된 것뿐일 터.

    그렇다면 그리 깊게 걱정하지 않아도 됐다.

    “그래서? 그래서 어떻게 하는 건데?”

    “일단은 한 알갱이.”

    마약 한 꼬집.

    마셔도 취기로 오해할 수 있을 만큼 소량의 마약을 섭취하는 걸로 시작해 마약에 중독시키는 거다.

    “지훈아, 형사가 약쟁이면 어떻게 될 것 같니?”

    “잘리지. 깜빵도 가나?”

    “당연히 가지.”

    미국과 달리 마약 범죄에 대해 엄한 대한민국. 종혁의 배경들도 더 이상 종혁을 보호하지 못할 거다.

    “거기다 그놈이 악연을 참 많이 만들어 놨지. 이렇게 연이 모두 끊어지고 명예도 모두 잃은 상황에서 현재 감옥에 갇힌 놈들을 부추긴다면?”

    “차도살인?”

    “후후.”

    짝! 짝! 짝!

    “브라보. 역시 삼촌이야! 대단해! 멋져!”

    “에이. 이게 뭐 대단하다고. 지훈이 너도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거야.”

    “하긴 그렇지? 내가 성적이 좀 나쁘긴 하지만, 삼촌이 생각한 걸 내가 생각 못할 순 없지?”

    흔들!

    눈동자가 살짝 흔들린 조대웅이 활짝 웃는다.

    “그럼-! 그리고 네가 성적이 나쁜 거지 머리가 나쁜 건 아니잖아.”

    웃음을 터트린 지훈은 레스토랑 한 곳을 봤다.

    그들을 제외하면 아무도 없는 레스토랑에서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세 명의 남녀들. 그중 두 명은 외국인이다.

    “하아. 아빠는 왜 나보고 저딴 걸 보라는 걸까?”

    거기다 이제 곧 유학을 간다. 이번 건 아무리 땡깡을 부려도 되돌릴 수 없는 일.

    “너도 몇 년 있으면 성인이니 미리 회사 일을 좀…….”

    우당탕!

    레스토랑 입구에서 일어난 소란에 그들의 시선이 돌아간다.

    “막아!”

    “빌어먹을!”

    쿠당탕!

    “뭐, 뭐야?”

    “넌 여기 있…….”

    쾅!

    유지훈을 진정시키고 일어서던 조대웅은 문이 거칠게 열리며 종혁이 들어오자 낯빛을 딱딱하게 굳혔다.

    그건 유지훈도 마찬가지였다.

    ‘들켰다?!’

    “당신, 여기가 어딘 줄 알고……!”

    하지만 그런 티를 낼 수 없었다. 그래야 상황을 모면 할 수 있었다.

    종혁은 모른 척 화를 내며 다가오는 조대웅의 손가락을 잡아 그대로 꺾었다.

    “악! 아아악!”

    “어딜 씹새끼가. 확 씨.”

    종혁은 얼어붙어 있는 유지훈을 보며 의아해했다.

    “난 정말 너희 같은 놈들을 보면 이해가 안 돼.”

    죄를 저질렀으면 처벌을 받으면 된다. 간단한 상식이다.

    세상 누구나 알고 지켜야 하기에 상식.

    그런데 왜 이 지랄을 떠는 걸까.

    대체 뭐가 그렇게 열 받기에 이렇게 또 다른 범죄를 저지르는 걸까.

    “대체 뭐가 그렇게 잘나서?”

    유지훈은 정말 궁금해하는 종혁의 모습에 낯빛을 굳혔다.

    “이봐요, 형사님. 저기 외국에서 오신 손님들 안 보여? 당신이 이렇게 난리 치면 저분들이 이 나라를 어떻게 볼 것 같아?”

    “좆같이 보겠지, 병신아.”

    “너!”

    “한 마디만 더해라. 아가리를 확 찢어 버릴라니까.”

    종혁은 이를 악무는 유지훈의 모습에 콧방귀를 뀌곤 손가락이 꺾여 비명과 함께 발버둥을 치는 조대웅의 몸을 그대로 뒤집었다.

    “조대웅 씨, 당신을 마약 소지 및 범죄 교사 혐의로 체포합니다. 당신은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고…….”

    종혁은 유지훈의 눈을 똑바로 보며 미란다 원칙을 읊었다.

    * * *

    유지훈의 저택.

    오늘은 몸이 좋지 않아 집에서 업무 보고를 받은 유태훈이 찻잔을 내려놓으며 옆에 선 장년인이자 그의 비서실장을 본다.

    “내년 건설 경기가 어떻게 될 것 같아?”

    집값을 잡겠다는 기치 아래 한국토지공사를 한국토지주택공사로 사명을 변경하며 대한민국의 부동산 및 건설업계에 도전장을 던진 박명후 대통령.

    말뿐인 도전장이 아니다.

    박명후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 기간 동안 수십 만 채의 부동산을 지을 거라는 개발 계획을 이미 세워 두었고, 그로 인해 건설사들도 잔뜩 긴장을 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건 굵직한 건설사를 가진 유태훈도 마찬가지였다.

    “VIP의 의중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아무래도 당분간은 건설보단 다른 사업에 집중을…….”

    똑똑똑!

    눈살을 찌푸린 비서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비서실의 직원을 노려본다.

    “실장님.”

    그런 그의 눈빛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다가와 귓속말을 하는 직원.

    그에 비서의 눈이 크게 흔들린다.

    “알았어. 나가서 경찰 쪽 라인 동원해서 주시하고 있어.”

    “예, 실장님.”

    유태훈에게도 고개를 숙인 직원이 나가자 비서가 유태훈에게 다가간다.

    “회장님.”

    “무슨 일이야?”

    “조대웅 실장이 경찰에 잡혀갔다고 합니다.”

    흠칫!

    “대웅이가? 왜?”

    오래토록 이 집을 관리해 온 집사의 아들이자, 유태훈 자신을 대신해 유지훈을 돌봐 온 조대웅.

    그뿐만 아니라 본연의 능력도 좋았기에 제2비서실의 실장이란 직함도 달아 주지 않았던가.

    “지훈이랑 같이 있는 거 아니었어? 지훈이에게 회사 일을 가르치고 있었을 텐데?”

    자신의 나이가 69세다.

    물론 앞으로도 10년은 거뜬히 정정할 테지만, 세상일이란 건 어떻게 될지 모르니 지금부터 후계자 교육을 시키려는 거다.

    이번에 보내는 유학도 도피성이면서도 유지훈의 경영감각을 키워 주기 위한 일. 조대웅은 그런 큰 준비를 할 유지훈의 손발이 되어 줄 소중한 인재였다.

    “그게…….”

    “도, 도련님, 잠시만요!”

    “비켜!”

    벌컥 문을 열고 들어온 유지훈이 유태훈을 보며 얼굴을 구긴다.

    “아빠!”

    “어떻게 된 일이야?”

    “그게…….”

    타는 속에 다급히 말하려던 유지훈의 입이 다물어진다.

    자신을 검거한 경찰을 엿 먹이려다가 들통이 나서 잡혀간 거라고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거짓말할 생각 말고 똑바로 말해. 내가 그거 하나 못 알아볼 것 같아?!”

    움찔!

    “그, 그게요…….”

    유지훈은 호랑이 같은 아버지 유태훈의 눈빛에 결국 모든 걸 사실대로 말할 수밖에 없었고, 유태훈은 이마를 잡았다.

    “엎드…… 빌어먹을.”

    엎드린다고 해도 유지훈 대신 때릴 사람이 없다.

    ‘어떻게 해야 할까.’

    “아빠, 어떡해요! 이러다 삼촌이 경찰에 내 일을 불기라도 하면 어떡하냐고요!”

    “생각 중이니까 닥치고 있어 봐!”

    유태훈은 안절부절못하는 유지훈을 외면하며 생각에 잠겼다.

    ‘일단 대웅이가 지훈이의 일을 말할 리는 없어.’

    아들 지훈의 보모처럼 살아왔기에 장담을 하는 게 아니다. 유태훈 자신이 아니면 먹고살 길이 없기 때문이다.

    그 나이에 별다른 지식도 없는 놈이 어디 가서 이만한 돈을 벌어먹고 살겠는가.

    게다가 그의 아비는 아직도 자신의 말이라면 껌뻑 죽는다. 조대웅이 배신할 일은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대웅이를 위해 내 소중한 인맥을 쓸 순 없고…….’

    또 구하지 않자니 망나니가 따로 없는 아들을 제어할 놈, 믿을 만한 놈도 없다.

    그렇게 생각이 얼마나 길어졌을까.

    똑똑똑!

    기다리다 못한 유지훈이 슬그머니 물러나고도 한참의 시간이 흐르자 비서실 직원이 다시 문을 두드리며 들어온다.

    유태훈의 비서는 그 직원이 전한 말에 눈을 질끈 감았다.

    “무슨 일이야?”

    “후, 방금 전 최종혁 총경이 인천공항으로 향했다고 합니다.”

    너무도 뜬금없는 타이밍에 향하는 공항.

    “아무래도 지훈이에게 건물을 판 사람들을, 상황이 진정될 때까지 잠시 해외로 피신시킨 사람들을 만나러 가는 것 같습니다.”

    대체 어떻게 그들의 위치를 알아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것 말고는 생각할 수 있는 게 없다.

    “어쩌면 조 실장이…….”

    “창훈아.”

    “예, 회장님.”

    “차 대기시켜. 대웅이 좀 만나야겠다.”

    몸을 일으키는 유태훈 회장의 눈이 강직하게 굳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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