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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601화 (601/837)
  •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601화>

    화르르르륵!

    불이 꺼진 영화관의 커다란 스크린 속에서 시꺼먼 연기와 불을 내뿜는 건물을 비춘다.

    그런 건물을 보며 안절부절못하는 사람들.

    그 순간 소방차들이 요란한 사이렌 소리를 내며 등장한다.

    멋있게 소방차에서 내린 주인공.

    비장한 표정을 지은 주인공이 동료들과 함께 건물 안으로 들어가고 화면이 바뀐다.

    푸화아악!

    주인공의 머리 위에서 넘실거리는 새빨간 화염.

    그러나 주인공은 움츠러드는 동료들과 달리 무심히 화염을 향해 물이 뿜어지는 소방호스를 가져간다.

    그렇게 불을 끄며 점점 앞으로 나아가는 순간이었다.

    쫘좌좌좌좍!

    그들이 계단을 올라서자마자 금이 가기 시작한 벽.

    주인공의 동료가 놀라 주인공을 본다.

    -……장우 선배? 으악!

    주인공 동료에서 발밑에서 넘실거리는 화염.

    “꺄악!”

    “왁!”

    사방에서 터져 나오는 비명들.

    눈살을 찌푸렸던 유지훈은 이내 다시 스크린을 쳐다봤다. 주변을 신경 쓰기엔 머릿속에 떠오른 의문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왜지?’

    9살 지훈은 스크린을 보며 갸우뚱했다.

    웅성웅성!

    사람들이 빠져나오는 영화관.

    유지훈의 손을 잡은 조대웅이 활짝 웃는다.

    “캬! 지훈아, 영화 재밌지 않았냐?”

    “응.”

    “그래! 이런 게 바로 사나이의 영화라니까!”

    “삼촌,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응? 뭔데?”

    유지훈은 무릎을 굽혀 자신과 눈을 마주치는 조대웅을 빤히 바라봤다.

    자신이 태어났을 때부터 함께했던 삼촌.

    아버지 유태훈과 함께 있는 시간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한 집사 아저씨의 아들.

    하지만 영 믿음직스럽지 못하다.

    지이잉! 지이잉!

    “헉! 아, 아버지다! 지훈아, 네가 받아 봐! 내가 너 영화관에 데려온 거 알면 아버지가 날 죽일 거야!”

    바로 이런 모습 때문이다.

    한숨을 내쉰 유지훈은 조대웅이 내미는 핸드폰을 귀에 가져갔다.

    “응, 아저씨.”

    -도련님? 도련님, 지금 어디세요?

    “영화관. 곧 들어갈 거야.”

    -끄응. 예, 알겠습니다. 그럼 대웅이 좀 바꿔 주시겠어요?

    유지훈은 조대웅을 바라봤고, 조대웅은 냉큼 다시 전화를 받았다.

    “으악! 아, 알았어요. 금방 들어갈게요. 옙! 지훈아, 굿.”

    엄지를 치켜든 조대웅의 모습에 유지훈은 고개를 저었다.

    참 한심한 삼촌이었다. 그러면서 자신이 뭘 하든, 어딜 가든, 모든 일을 아버지에게 고자질하는 삼촌.

    “근데 아까 뭘 물어보려고 했어?”

    “……아니야.”

    고개를 젓는 유지훈의 모습에 조대웅이 낯빛을 굳힌다.

    “지훈아, 넌 뭐든 물어봐도 되는 사람이야. 그리고 난 네가 물으면 답해야 되는 사람이고.”

    “선택받은 사람이니까?”

    “그렇지.”

    유지훈이 다시 조대웅을 빤히 바라본다.

    맨날 들어 이젠 감흥조차 없는 말.

    “아무것도 아니야.”

    “……끙. 알았어. 가자.”

    “응.”

    조대웅의 손을 잡은 유지훈은 집으로 향했다.

    “영화는 잘 보셨습니까?”

    푸근히 웃으며 다가오는 집사 아저씨를 보며 유지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응. 삼촌이 소방관 영화 보여 줬어. 꼭 보고 싶은데 시간이 없어서 못 보던 영화라고 했어.”

    움찔!

    “지훈아?!”

    “허허. 그러십니까? 재미는 있으셨습니까?”

    “응. 많이.”

    “다행이군요. 그러면 이제 손 씻으셔야죠?”

    집에 돌아오면 무조건 손부터 씻는다.

    고개를 끄덕인 유지훈은 2층으로 향했고, 조대웅은 다급히 따라붙었다.

    “같이 가자, 지훈…… 악?!”

    “넌 어디 가냐, 이놈아.”

    “아버지, 귀! 귀 뜯어져요!”

    “조용히 하고 따라와!”

    등 뒤에서 일어나는 소란에 유지훈은 고개를 저었다.

    “바보.”

    한심함이 가득 담긴 코웃음을 치며 방으로 돌아온 유지훈은 침대에 누워 오늘 봤던 영화를 떠올린다.

    “왜일까.”

    다시 의문이 떠오른다.

    “사람들은 왜 그렇게 비명을 질렀던 걸까.”

    스크린 속, 불에 타는 건물을 보며 안절부절못하던 배우들.

    “왜?”

    유치원에서도 학교에서도 그랬다.

    불장난을 하면 안 된다고.

    불장난을 하면 큰일이 난다고.

    “그러니까 대체 왜?”

    왜 큰일이 나고, 왜 안 된다는 걸까.

    유지훈은 화재예방교육을 받을 땐 무심코 넘겨 버렸던 의문에 계속해서 시달려야 했다.

    집사에게 혼난 조대웅이 배신자라고 칭얼거릴 때도, 오늘도 아버지가 없는 저녁 식사를 할 때도, 이젠 지루해진 게임을 할 때도, 자기 위해 씻고 누웠을 때도 의문은 계속해서 유지훈을 괴롭혔다.

    “씨, 몰라!”

    궁금하다면 해 보면 되는 거다. 자신은 그래도 되는 존재니까.

    침대를 내려 온 유지훈은 공책들을 챙겨 들고 부엌으로 향했다.

    아버지가 출장을 가는 바람에 모두가 일찍 잠들어 조용한 저택.

    유지훈이 들고 온 공책들을 가스레인지에 올린다.

    타다다닥! 푸화악!

    불이 켜지자 순식간에 타오르는 공책들.

    유지훈은 공책들을 삼키고 위로 타오르는, 더 태울 것을 찾아 가스레인지 위 환기 장치를 덮치는 불을 멍하니 바라봤다.

    “……아, 이래서구나.”

    뜨겁다. 더 이상 가까이 있기 힘들 만큼 뜨겁다.

    하지만…….

    “멋져.”

    멋지다.

    넘실거리는 주황빛의 불꽃이, 콧속을 파고드는 냄새가.

    너무 멋져 견딜 수가 없다.

    “지, 지훈아!”

    유지훈은 소화기를 들고 달려오는 조대웅을 보며 눈을 반짝였다.

    * * *

    짹짹짹.

    눈을 뜬 유지훈이 멍하니 천장을 바라본다.

    “이 꿈은 또 오랜만이네.”

    자신이 불을 사랑하게 된 계기.

    다음날 출장에서 돌아온 아버지에게 크게 혼난 뒤, 불 근처에도 못 가게 되면서 자주 꾸었던 꿈.

    똑똑!

    “지훈아, 일어났어?”

    유지훈은 슬그머니 문을 열고 들어오는 조대웅을 바라봤다.

    ‘그날 오줌 싼 걸 숨겨 준 게 삼촌이었지.’

    애가 얼마나 놀랐겠냐며, 자신이 함께 자겠다고 이 방에 들어왔던 삼촌.

    “삼촌.”

    “응?”

    ‘그때 왜 숨겨 줬어?’

    그땐 의문이었지만 지금은 안다. 삼촌이 그 누구보다 자신을 좋아하는 걸 말이다.

    “……아니야.”

    “실없기는……. 아, 준비는 다 했어?”

    그 말에 유지훈이 얼굴을 구긴다.

    오늘은 경찰 본청에 가는 날이기 때문이다.

    “씨발! 그 형사 새낀 어떻게 되어 가고 있는데?”

    “걱정 마. 지훈이 네가 조사를 마치고 나오면 이 삼촌도 움직일 테니까!”

    “……믿는다.”

    본청에 가서 조사를 받는 건 겁나지 않는다. 어차피 처벌 따윈 받지 않을 테니 말이다.

    “걱정 말라니까!”

    유지훈은 가슴을 치는 조대웅의 모습에 고개를 끄덕이며 화장실로 향했다.

    * * *

    한편 그로부터 며칠 전 본청의 취조실.

    “예? 어디라고요?”

    유지훈에게 미행을 붙인 흥신소 직원과 통화를 하는 종혁의 얼굴이 구겨진다.

    ‘염병. 변호사가 올 때부터 알아봤다.’

    종혁도 이름은 많이 들어 본 존재.

    “아으으!”

    머리를 긁은 종혁이 테이블에 널려 있는 사진들을 본다. 현식과 현식의 아는 동생 종호의 핸드폰에서 뽑아낸 사진들이다.

    “이게 전부입니까?”

    유지훈이 화재가 난 유치원 건물과 옥수동 폐건물, 그리고 모텔로 들어가는 사진.

    문제는 모텔로 들어가는 사진을 제외한 나머지는 전부 화재 사고가 발생한 날짜가 아니라는 거다.

    공교롭게도 현식이 출동을 나가고, 종호 또한 일이 있어서 자리를 비웠을 때만 방화를 저지른 유지훈.

    이 사진들로는 유지훈이 그 건물들에 들렀다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증명할 수 없었다.

    찰칵! 치이익!

    종혁은 담배를 물며 생각에 잠겼고, 그 모습을 본 정현식은 이를 악물었다.

    “설마 놈을 처벌할 수 없는 겁니까?”

    “예?”

    “놈입니다!”

    유지훈이 방화를 저지른 범인이다.

    “그동안은 빈 건물들만 태운 것 같지만, 이젠 사람이 있는 건물도 태우려고 있습니다!”

    유지훈의 잔혹성이 다음 단계로 넘어가게 된 거다.

    그 말에 종혁의 입에 물린 담배가 짓이겨진다.

    꾸득!

    “이봐요, 현식 씨. 그게 당신이 할 말입니까?”

    “그, 그건…….”

    일을 이렇게까지 어렵게 만든 건 바로 현식이다. 그의 경찰에 대한 불신이 이렇게 만든 거다.

    물론 그에게 불신을 심어 준 건 잘못된 일이지만, 만약 그가 의심을 시작했을 때 바로 신고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아마 상황은 지금보다 훨씬 더 나았을 거다.

    ‘아니지. 그 집 아들내미니 잘 모르겠네…….’

    현식이 말한 사건들을 모두 조사해 보니 다 사고로 인한 화재로 판명이 되어 있었다. 옥수동 폐건물도 일진 무리들의 부주의로 인한 화재로 입건되어 검찰로 송치.

    뭔가 이상했다.

    ‘인력 부족으로 인해 사건에 치여 제대로 살피지 못한 것일 수 있을 테지만…….’

    그동안 많은 방화를 저질렀을 거라 추정되는 유지훈.

    현식이 처음 유지훈을 만난 그 공터의 화재부터 다시 뒤져 봐야 할 것 같다. CCTV가 남아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말이다.

    ‘뭐, 일단 그 전에 해야 될 일이 있지.’

    “됐고. 그거나 내놓으세요.”

    “예?”

    “옥수동 방화 현장에서 당신이 가져간 거 말입니다.”

    종혁이 현식을 방화범으로 오해하게 만들었던 그 증거들.

    움찔!

    “아!”

    종혁은 이제야 깨닫는 듯한 그의 모습에 이를 악물었다.

    “죄, 죄송합니다.”

    종혁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디 있습니까, 그것들?”

    “……제 집에 있습니다.”

    ‘지랄 난다.’

    종혁은 몸을 일으켰다.

    그것들이 결정적인 증거가 되길 바라며 말이다.

    “오빠, 어디 가?”

    “이 친구만 좀 배웅해 주고 올게. 미안해. 얼른 자.”

    “응…….”

    플러이는 푸근히 웃으며 다독이는 현식에 뜬눈으로 밤을 새다 잠깐 졸았던 눈을 완전히 감았고, 현식은 최재수와 함께 발화 장치들이 담긴 봉지를 들고 집을 나섰다.

    건물을 나서자마자 그들을 덮치는 차가운 바람.

    현식은 집 앞에 차를 세운 종혁에게 걸어가 두 개의 봉지를 내밀었다.

    “이건 옥수동 폐건물에서 찾은 거고, 이건 유치원에서 찾은 겁니다.”

    냉큼 받아 든 종혁은 유치원에서 찾은 발화 장치가 담긴 봉지를 열어 봤다.

    동강이 난 것도 모자라 잿더미를 가득 묻힌 양초와 박살 난 라이터와 성냥, 그리고 불에 일그러진 빨간색 플라스틱 뚜껑이 전부인 봉지의 내용물.

    종혁은 이내 곧 플라스틱 뚜껑의 정체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거…… 오일라이터 뚜껑이군요.”

    흔히 지포라이터 오일이라고 부르는 노란색 작은 기름통의 빨간 뚜껑.

    “예. 제가 놈을 다시 떠올렸던 버려진 집 화재 사건. 그때도 불 근처에 이게 있었습니다.”

    후에 유치원을 찾았던 현식은 그곳에서도 이것을 발견하였고, 의심이 더욱 깊어지게 되었다.

    그리고 이번 옥수동 폐건물에서도 역시나 라이터 오일을 발견하며 이제는 이 모든 게 방화 사건이었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

    유치원에서도 발견된 것과는 달리, 보존 상태가 온전한 라이터 오일.

    “이 정도면 결정적인 증거가 될 수 있을까요? 놈을 잡아넣을 수 있는 거 있을까요?”

    종혁은 혀를 찼다.

    “그러길 바라야죠.”

    ‘지문이 나와 주면 좋을 텐데…….’

    그러면 유지훈도 끝.

    하지만 아직은 긴장을 늦춰선 안 된다. 놈의 배경이 배경이기 때문이다.

    “부, 부디 잡아 주십시오, 부장님!”

    “……나중에 소환장 받으시면 꼭 출석하세요. 그럼.”

    아직 혐의를 완전히 벗은 게 아닌 현식.

    공무원인 데다가 아내를 각별히 아끼기에 구속을 하지 않는 것뿐, 유지훈이 연쇄방화범이라는 확실한 증거가 나올 때까지 현식은 여전히 용의자다.

    고개를 숙인 종혁은 최재수와 함께 차에 탔고, 현식은 멀어지는 차를 빤히 바라보다 아차 하며 얼른 집 안으로 들어갔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죠?”

    부우웅!

    달리는 차 안, 최재수의 말에 종혁이 코웃음을 친다.

    “충분하길 바라야지.”

    하지만 종혁은 충분하다 생각했다.

    모텔에서도 똑같은 증거물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거기다…….’

    종혁은 자신이 해 놓은 후속 조치를 떠올리며 입술을 비틀었다.

    “예, 원장님. 지금 가고 있습니다. 모텔에서 나온 증거들은 어떻게 됐습니까?”

    곧 있으면 출근 시간. 종혁은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 * *

    “어, 그래. 알았어.”

    탁!

    경찰 본청의 주차장, 차에서 내린 박 변호사가 유지훈에게 다가간다.

    마치 감기에 걸린 듯 안색이 좋지 않은 유지훈. 약간의 분장으로 그렇게 보이게끔 만든 거다.

    “모텔에서 도련님의 지문이 묻은 라이터 오일통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그뿐만이 아니다. 옥수동 폐건물에서도 마찬가지로 지문이 묻은 증거물이 발견됐다.

    지금까지는 뇌물은 먹은 경찰들이 수사를 제대로 진행하지 않았기에 드러나지 않았던 증거물들.

    그것들이 드러나고야 만 것이다.

    “그 개자식!”

    유지훈의 눈이 뾰족해진다.

    “박 변! 그거 하나 똑바로 못해?!”

    ‘네가 칠칠맞게 증거만 안 흘렸어도 이렇게는 안 됐지! 조 실장은 대체 뭘 한 거야!’

    힐끔 조대영을 본 박 변호사는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후우. 증거는 없애지 못하는 거야? 왜? 박 변 그런 거 잘하잖아.”

    “이번엔 좀 힘들 것 같습니다.”

    조사한 바에 따르면 최종혁 총경은 능력이 있고, 인맥이 좋을 뿐만 아니라 상당한 재산가였다.

    지금껏 돈을 먹여 왔던 다른 경찰들과 똑같이 상대해서 통할 만한 인물이 아니었다.

    뭔가 약점이 될 만한 게 없을까 파 보았지만 이렇다 할 만한 건 발견되지 않았다.

    “무능하네.”

    빠직!

    속에서 작은 균열이 일어난 박 변호사는 옅게 웃었다.

    “설마 사람이 털어서 먼지 하나 안 나겠습니까.”

    시간이 모자랐을 뿐이다. 계속해서 파다 보면 분명 무언가 드러날 것이다.

    그건 높은 곳에 있는 사람일수록, 돈이 많은 사람일수록 더더욱 그러했다.

    “일단 제가 말씀드린 대로만 진술하십시오.”

    “전부 실수고, 무서워서 도망친 거다?”

    이렇게 된 이상 어느 정도는 인정해야만 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폐건물과 모텔 사건만이다. 증거가 없는 다른 혐의는 모르는 일인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도련님의 핸드폰을…….”

    “그거 박 변 앞에서 싹 다 부쉈잖아.”

    그뿐만 아니라 이전에 썼던, 화재의 현장을 찍었던 핸드폰들도 모두 반으로 부숴서 버렸다.

    “그리고 박 변이 처리했다고 했고!”

    맞다. 그건 자신이 쓰레기 처리장에 직접 가져다 버리면서 처리했다.

    “씨발, 내가 그것 때문에 며칠을 핸드폰 없이 살았는지 알아?!”

    “따로 남겨 둔 건 없습니까? 컴퓨터라든지…….”

    “없어! 없다고! 됐어?!”

    아무리 그게 중요하다지만, 울컥울컥 충동이 치솟을 때마다 가라앉히기 위해 필요한 것들이라지만 그래도 교도소에 가는 것보다는 나았다.

    “잘하셨습니다.”

    이 정도면 훌륭하다.

    지금의 증거만으로는 고의성을 입증하기 힘들 터.

    정상참작도 충분히 가능했다.

    “크흠. 그럼 들어가시죠.”

    “잠깐. 나 담배 좀.”

    “참으십시오. 냄새나면 안 좋습니다.”

    “그래. 자자, 그만 들어가자.”

    조대웅은 유지훈을 달래며 본청 안으로 들어갔다.

    ‘이야.’

    종혁은 문을 열고 들어오는 유지훈의 초췌한 얼굴을 보곤 피식 웃었다. 선수 앞에서 수를 쓰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종혁의 비웃음에 박 변호사는 혀를 찼다.

    “크흠. 안녕하십니까. 전엔 미처 제 소개를 못했군요. 유지훈 군의 변호인 박…….”

    말을 하던 박 변호사의 얼굴이 굳는다. 그건 유지훈도 마찬가지다.

    그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던 종혁은 입술을 비틀었다.

    “아, 이 핸드폰들?”

    종혁은 증거물 봉투들에 담긴 박살 난 핸드폰들을 두드리며 그들을 봤다.

    “대체 얼마나 다른 사람에게 보이기 싫은 것이기에 변호사님께서 직접 버리신 겁니까? 그래서 궁금해서 한번 찾아봤습니다.”

    아니다. 혹시라도 증거를 인멸한 상황을 대비해서, 그 집에서 나오는 모든 걸 확보할 수 있도록 그 집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흥신소 직원들을 붙여 놓았던 거다.

    종혁은 환하게 웃으며 앉으라고 손짓을 했다.

    “자, 그럼 시작합시다.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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