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598화>
강한 심장! 대한민국 지킴이들, 그 놀라운 이야기!
한상원 검거한 유도 영웅, 최종혁! 윤아 삼촌?
소방관의 애환! 옷 좀 사 주세요! 불이 뜨거워요!
소방방재청, 정부기관이 아니었나?
행복의 쉼터 재단, 소방관들에게 장구류 일체 30만 세트 기부?
어두운 과거를 가진 권회수 이사장, 과거의 죄를 씻겠다.
미국의 사회복지재단 기빙과 KP보험, 동참하겠다!
현몽준 당대표, 감사하다! 여야 정치인들도 기부 행렬에 동참!
공항에서 장구류를 기다리는 현몽준 당대표와 장희락 경찰청장!
경찰, 앞으로 소방관들에게 적극 협력하겠다!
소방방재청, 정말 감사하다!
한자리에 모여 신문 기사를 읽던 소방관들은 감탄사를 토했다.
“1년에 3만 세트씩이라니!”
“허, 그 정도면 거의 한 명당 한 세트씩 받는 거 아니야?”
방화복도 방화복이지만, 그들을 가장 기쁘게 하는 건 바로 산소탱크와 산소마스크다. 개수가 부족해 다른 사람과 돌려써야 했던 목숨줄.
어디 그뿐인가. 산소를 리필하는 것도 돈이 들기에 눈치를 봐야 한다.
하지만 이젠 마음껏 숨 쉴 수 있다. 이젠 구멍이 나도 테이프를 붙이지 않아도 된다.
그중 가장 고무적인 건…….
“야, 저거 탱크 하나당 마스크 네 개까지 끼울 수 있는 거라더라!”
화재 현장에서 시민을 구출할 때 공급을 해 줘야 하는 산소.
그렇기에 소방용 산소탱크 노즐은 두 갈래로 나뉘어 있다. 하나는 시민에게, 다른 하나는 소방관이 낄 수 있도록 말이다.
그런데 그게 네 개까지 늘어난다는 건 급박한 순간에 더 많은 시민에게 산소를 공급할 수 있단 걸 의미했다.
“그뿐만 아니라 내년 초에도 3만 세트가 기부될 거래요!”
“……죽이네!”
“이제 불에 들어가는 맛이 있겠는데?!”
“다 덤벼, 씨발!”
“그, 근수 형님이다!”
“오오! 간지 작살! 저게 폭풍 간지라는 건가?”
“사랑해요, 이근수! 우윳빛깔, 이근수!”
타다다다닥! 벌컥!
“다들 나와 봐요! 장구들 왔어요!”
“달려……!”
“우와아아아아!”
빠르게 소방서 건물을 빠져나간 소방관들이 띠띠 소리를 내며 들어오는 거대한 트럭을 조마조마한 눈으로 바라본다.
“배달 왔습니다!”
“우와아아아아!”
다시 터지는 함성.
“수고하셨습니다! 뭣들 해? 내려!”
“옙!”
운전기사가 트레일러를 열자마자 달려드는 소방관들.
마치 툭 치면 깨져 버릴 유리를 다루듯 조심스럽게, 그리고 빠르게 내리기 시작한다.
“이건 내 거!”
“그럼 이건 내 거!”
“어차피 다 똑같은 거야, 새끼들아!”
“사이즈가 다르잖아요, 사이즈가!”
“어? 박스가 좀 많은데요?”
기사로 보도된 바에 따르면 기부되는 장구류는 한 사람당 하나 분량 정도다. 그런데 박스의 숫자가 그런 것치곤 너무 많았다.
“자자, 모두 주목!”
“서장님!”
“저 안쪽에 있는 작은 박스들은 경찰과 행복의 쉼터 재단이 주는 선물이야. 전에 가정사 조사한 거 기억하지? 박스에 이름들 써져 있으니까 알아서 가져가!”
“우와아아아아……!”
“씨벌! 이거 기부 이끌어 낸 것도 경찰이라고 안 했어?”
“빌어먹을! 나 이제 무조건 경찰에 협조한다! 경찰 만세다!”
“만세-!”
“이런 날 가만있을 수 없지! 서장님! 저희 사진 찍어서 올리죠!”
“안 그래도 사진기 가져왔다! 다들 박스들 제대로 쌓고 모여!”
“옙!”
박스들을 가지런히 쌓고, 각자의 이름이 적힌 박스들을 들며 모인 소방관들.
“자 찍습니다, 김치!”
“김치-!”
찰칵!
소방관들의 얼굴엔 그 어떤 순간보다 환한 미소가 어려 있었다.
“캬, 방화복 때깔 봐라. 냄새부터 다르네! 어때, 간지 나냐?”
“씨댕. 작살입니다, 형님.”
“헉! 산소통이 가벼워!”
“뭐?! 억? 정말이네? 이거 산소 안 채워진 거 아냐?”
“80퍼센트 채워졌습니다!”
새로 지급받은 장구류를 착용한 채 패션쇼를 벌이는 소방관들. 지금 찍는 사진들은 미니홈피를 통해 인터넷에 올려질 거다.
“허, 학용품이네.”
포장지에 경찰 마크가 붙어 있는 학용품들.
“억?! 전부 브랜드 제품인데요?”
행복의 쉼터 재단에서 보낸 박스는 점퍼부터 바지, 신발 등 온갖 의류들과 화장품으로 채워져 있었다. 그것도 전부 브랜드로.
“씨벌…….”
쥐꼬리만 한 월급에 변변한 옷 한 벌 사 주지 못했던 부모들의, 노부모를 모시는 가장들의 눈시울이 붉어진다.
그건 현식도 마찬가지다.
“화장품이네…….”
너무 고가라 돌아서야 했던, 그러나 플러이가 내심 바랐던 그 브랜드의 기초화장 세트다.
“이건 뭐 크리스마스 선물을 처음 받은 애새끼들도 아니고. 뭐해, 이놈들아! 얼른 정리해! 이러다 사건 터지면…….”
삐이! 삐잉!
스피커를 찢을 듯 터져 나오는 사이렌에 하얗게 질리는 서장.
“어흠.”
“……아, 진짜! 서장님!”
“나중에 봅시다, 서장님! 뭐해, 달려!”
이미 무장을 마치고 있었던 그들은 그 어느 때보다 빨리 소방차에 올라 출동할 수 있었다.
삐이이잉!
도로에 사이렌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뒤, 화재 현장에 도착한 소방관들은, 현식은 벌써 넘실거리기 시작한 불을 보며 이를 악물었다.
“달려들어!”
“가자-!”
“옙!”
그들은 불을 향해 거침없이 달려들었다.
* * *
띠이! 띠이!
소방차가 후진으로 들어오며 셔터가 내려오자 우르르 내린 소방관들이 방금 쓴 장비들을 정리한다.
“진짜 개시빵 제대로 했네.”
“그러게요…….”
그들의 눈이 형용할 수 없는 감정으로 물드는 순간이었다.
“어이구, 수고하십니다.”
“좋은 저녁입니다!”
“왁! 그, 그게 오늘 기부된 신형 장구류야?”
소방서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오늘 배달된 기부 물품에 관심을 보이는 저녁 근무 소방관들.
이내 곧 그들은 낮 근무 소방관들이 보였던 반응과 똑같은 모습을 보이며 기쁨에 몸부림쳤다.
그렇게 저녁 근무 소방관들이 옷을 입고 나오자, 낮 근무 소방관들은 그제야 씻고 사복으로 갈아입는다.
선물들을 보고 기뻐할 가족들을 떠올리며 흥분한 그들.
오늘처럼 뜻깊은 날, 다 같이 모여 회식이라도 해야 됐지만 그보다는 가족을 볼 생각에 가슴이 부푼 그들이다.
그건 현식도 마찬가지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잘 가! 내일 봐!”
“잘 들어가고!”
소방서 건물 앞에서 뿔뿔이 흩어지는 그들.
현식도 소방서 건물 뒤편에 세워 둔 자신의 차로 향한다.
“케이크 사 갈까?”
뜬금없이 화장품을 주는 것보다는 무드를 잡고 주면 감동은 배가될 터. 아마 오늘 뜨거운 밤을 보낼지도 모른다.
거기까지 생각한 현식은 잠시 멈칫하더니 하늘을 본다.
“요새 일이 잘 풀리네…….”
기분이 좋아진 현식은 피식 웃음을 흘리곤 차에 올랐다.
그 순간이었다.
지이잉! 지이잉!
갑자기 울리기 시작한 그의 핸드폰.
“……어. 그래, 알았어. 지금 간다.”
차갑게 가라앉는 그의 눈빛.
현식은 오늘도 늦을 거라고 플러이에게 전화하며 차를 출발시켰다.
그리고 근처에 있던 차가 현식의 차를 따라붙었다.
* * *
해가 저물며 찾아온 밤.
동강모텔이라는 허름한 모텔의 네온사인만이 깜빡이는 골목에 마스크를 쓴 현식이 모습을 드러낸다.
터벅터벅.
인적이 사라진 조용한 골목을 울리는 발자국 소리.
딸랑!
모텔의 문을 열고 들어간 현식이 카운터 앞을 서성이던 사내에게 다가간다.
검은색 모자를 깊게 눌러쓴 채 커다란 가방을 들고 있는 사내.
사내와 시선이 마주치자 고개를 끄덕인 현식이 카운터 안으로 현금을 밀어 넣는다.
“1층 방 하나 주세요.”
“하아암. 103호 쓰시면 됩니다.”
많이 졸린지 반쯤 감긴 눈으로 현식과 그 옆의 사내, 종호를 힐끔 보곤 키를 내미는 모텔 사장.
키를 받아 든 둘은 방 안으로 들어갔고, 모텔 사장은 작은 침대에 누워 작은 TV를 응시한다.
그러나 다시 감기는 그의 눈.
“어우, 오늘 술을 괜히 마셨나?”
딸랑!
‘또? 웬일이래?’
몇 년 전부터 컴퓨터는 기본이고 VOD, 월풀 욕조까지 갖춘 신식 모텔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며 손님들을 모두 그쪽으로 뺏겨 버렸다.
평일에는 몇 명이라도 손님을 받으면 다행인 실정.
그런데 연달아 두 팀이나 손님이 들어온 것이다.
한 시간 전 들어온 손님까지 합하면 무려 세 팀.
“1층 방 하나만 주시겠어요. 1층이 물이 잘 나온다고 하더라고요.”
‘여기도 1층이네.’
“물은 어디든 잘 나와요. 3만 원입니다.”
모텔 사장은 키를 받고 돌아서는 덩치 큰 두 사내를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근처에 공사장이 생겼나?”
시멘트 가루와 페인트 얼룩이 가득한 옷을 입은 두 사내.
“젊은 청년들이 성실하네.”
똑같이 커다란 가방을 들고 있지만, 방금 전 왔던 시꺼먼 놈들과 결이 다른 것 같다.
“내 모텔과 달방 계약을 했으면 좋겠는데…….”
부동산에 내놓아도 누구 한 명 사지 않을 자신의 모텔.
혹시 아는가? 이렇게 달방 투숙객들이 늘어나면 팔릴지?
모텔 사장은 음료라도 가져다줘야 하는 건가 생각하다 결국 눈을 감고 말았다.
저벅저벅.
발자국 소리가 아주 작게 울리는 복도.
104호 앞에 선 두 사내, 아니 종혁과 최재수가 현식이 들어간 103호를 응시하다 104호 안으로 들어간다.
달칵!
문이 닫히자마자 최재수가 냉큼 TV를 켜며 나지막하게 속삭인다.
“그런데 이번엔 모텔을 안 사셨네요?”
“혹시 모르니까.”
정말 현식이 범죄에 연루되어 있다면 누가, 어디까지 얽혀 있는지 모른다. 그러는 의미에서 이 모텔 사장도 용의선상에 올라와 있는 상태.
“저쪽이 103호였죠?”
“응. 저쪽 방향이야.”
최재수는 얼른 103호 쪽의 벽으로 다가가 그 앞에 들고 온 가방을 내려놓고 지퍼를 열었다.
그러자 드러나는 감청 장치.
“설치하고 있어. 난 물 틀고 올 테니까.”
“예.”
옆방의 TV 소리마저 들리는 허름한 모텔이다. 샤워하는 소리를 들려줘 혹시 모를 의심을 피해야 했다.
그렇게 화장실로 들어온 종혁은 샤워기를 물을 틀며 담배를 물었다.
“후우. 돌겠네.”
몇 날 며칠 모텔 주변을 서성이던 현식이 오늘은 모텔 안으로 들어왔다. 게다가 얼굴을 마스크로 가린 일행까지.
이상한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종혁은 답답한 심정을 담배 연기에 실어 길게 내뿜었다.
‘그나저나…… 저놈인가?’
현식의 공범이 말이다.
형사인 종혁에게 있어 제법 익숙한 냄새를 풍겼던 사내였다.
‘걸음걸이나 손등에 있던 문신 따위를 보면 깡패 나부랭이 같은데…….’
건달은 그 특유의 걸음걸이가 있다. 마치 학교에서 배우기라도 한 듯 껄렁한 모양새가.
지이잉! 지이잉!
“예, 오 대장님.”
-어디야? 지원해 줘?
“바쁠 텐데 됐습니다. 사람 썼어요.”
이미 흥신소 직원들이 이 모텔 주변에 포진해 있는 상태다. 그들이 퇴로를 막아 주기만 해도 현식을 검거하는 건 무리가 없다.
-음. 그럼 철이라도…… 에라이.
“하하. 마음만 받을게요.”
순철이 실시간으로 감시해 준다면 고맙겠지만, 강요는 할 수 없다.
통화를 종료한 종혁은 담배 연기를 길게 뿜었다.
“대체 여기서 무슨 짓을 벌이려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게 부디 범죄가 아니기만을 바랄 뿐이다.
이를 악문 종혁은 대충 남자가 샤워를 끝마칠 시간이 되자 샤워기의 물을 끄며 밖으로 나갔다.
“어흐! 시원하다!”
현식이 들으라는 듯 우렁차게 외치는 종혁.
“야, 너도 씻고 와.”
“옙!”
감청 장치를 모두 설치한 최재수가 다가와 작게 속삭인다.
“TV 소리밖에 안 나요.”
“……알았어. 씻고 와.”
“옙.”
최재수가 화장실로 들어가자 종혁은 감청 장치에 연결 된 헤드셋을 쓰며 눈빛을 가라앉혔다.
* * *
째깍째깍.
시간은 하염없이 계속해서 흘러갔다.
어느덧 새벽 2시, 그동안 103호에선 TV 소리만 흘러나왔다.
“후우. 이거 오늘이 아닌 건 아닐까요?”
모두가 잠들 시간이라 불을 끈 어두운 방.
종혁은 자신의 헤드셋을 벗기며 속삭이는 최재수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조금만 더 기다려.”
하지만 정현식과 그 일행 모두 아직 깨어 있었다. 이불을 구기는 소리, 물을 마시는 소리 등 아직 둘이 잠들지 않았다는 증거가 귓속으로 빨려 들어왔다.
무엇보다 정현식이 창밖으로 고개를 내민 채 한 곳을 빤히 쳐다보고 있다고 밖에서 103호를 지켜보는 흥신소들이 전해 왔다.
게다가…….
-헛?! 후우. 짝짝!
‘졸음을 참는다? 왜?’
의심이 더욱 짙어진다.
“대체 뭘 하려는 걸까요.”
“나도 알고 싶다, 진짜…… 응? 잠깐. 킁?”
고개를 든 종혁이 코를 찡긋거린다.
‘탄내?’
그와 동시에 부산스러워지는 소리가 터져 나오는 103호.
-불이야-!
“불이야-!”
서로를 본 종혁과 최재수는 다급히 서로를 바라봤다.
“씨발!”
뭐가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지만 화재가 났다.
현식이 이 모텔에 들어온 날, 화재가.
이렇게 공교로운 우연이 또 있을까.
다급히 문을 열고 나간 종혁은 눈을 부릅떴다.
화재를 피해 도망치듯 자신들의 앞을 스쳐 지나가는 한 사람과 복도를 자욱하게 채운 연기.
종혁은 다급히 103호의 문을 열고 나오는 현식을 보며 이를 악물었다.
“정현식!”
화들짝!
종혁을 발견하자 경악하고 혼란스러워하는 현식.
종혁은 이를 갈며 그에게 다가갔다.
“이 개새끼. 너 거기 딱…….”
“나 말고 아까 그 새끼 잡아요! 그 새끼 잡으라고요-!
“……뭐?”
“그 새끼가 방화범이라고! 씨발-!”
종혁의 눈이 부릅떠졌다.